*텍스트로 진행되는 고전 클래식 RPG풍의 어장?
*느리지만 여유롭게 즐기시길
[TXT/RPG]샤드 사가
[나레이터]
당신은 어려서부터 줄곧, 이 외딴 알마스 반도에서 나고 자랐다.
반도라고 하지만 사실상 유일한 통로가 일년의 절반이상은 물길에 잠겨 섬이나 다름 없는 이 곳에서
그 중에서도 엄중하게 지켜지고 있는 현로들의 성채에서 줄곧 살아왔다.
현로들의 성채. 여러 현자들이 생애의 끝을 이곳에서 마치길 바라며 들어오는 일종의
수도원이었다. 지식의 신 길렌의 성소이기도 한 이곳은 지하도서관이 알마스 반도 아래로
드넓게 펼쳐져 있었고, 이곳에 비치된 장서들은 수 많은 지식을 담고 있었다.
당신은 이러한 알마스 반도의 현로의 성채에 이십년전 방문한 한 여인이 낳은 아이였다.
현로의 성채 내부는 엄숙한 금욕과 규율때문에 그 안에서 사람이 태어나는 일은 없었으나
당신은 우연찮게도 만삭의 여인이 현로의 성채를 방문한 틈에 낳은 아이였던것이다.
안타깝게도 당신의 생모는 당신을 낳고 목숨을 다했지만 당신이 현로의 성채에서 태어난 것이
무언가 뜻이 있다 여긴 현로들은 당신을 성채에 받아들였다.
그후로 이십년 동안, 개구쟁이였던 당신은 엄숙하고 깐깐한 현로들 사이에서
여러 지식과 기술을 터득하며 자라났고, 몸을 단련하고 게으름을 꾸짖음 당하며
근면을 익혀나갔다. 어느새 스무살의 청년이 된 당신은 또래 친구라고는 그저
현로의 성채 밖, 알마스 반도내의 유일한 여관의 딸인 틸리뿐이었다.
어려서부터 남매처럼 자라온 틸리와 당신은 사람이 적은 이 알마스 반도에서
몇 안되는 또래친구로서 오랜 인연을 가져온 친근한 사이였다.
물론 성채의 경비대원들중 그나마 젊은 고렌과도 형 아우 하며 지내기도 하지만,
그와는 나이차이가 좀 있었다. 어쨌든 오늘도 현로들이 내린 심부름과 일과를 행하는 도중,
돌연 점심무렵 당신의 양부들중 한 사람인 현로 오케마스가 당신을 불렀다.
[오케마스]
"울스." 늙은 현로는 색이 다 바란 로브자락을 접으며, 깃펜에 잉크를 묻히며
당신을 쳐다보았다. 그는 다시금 시선을 자기 앞의 종이로 향해 잉크가 묻은 깃펜을
가볍게 놀리며 글을 써내려갔다. 이내 글을 다쓴 후, 살짝 후후-불며 잉크가 빨리 마르게
시늉을 하더니. 이내 통에 말아넣어서 당신에게 건넨다.
"이것을 알마스 반도 너머의 글렌스 요새에 전달하거라."
당신은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현로들은 당신이 알마스 반도 밖으로 나가는것을
여태껏 단 한 번도 허락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몇년전 시도했던 탈출도 금방
들통나 경비대에게 붙잡혀 성채로 돌려보내진 적이 있음을 떠올리면, 이건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다.
비록 심부름이라고 하지만 알마스 반도 밖으로 자신을 내보내주다니.
갑자기 무슨 일인걸까 싶으면서도 흥분을 감추기 힘들었다.
[울스]
"저... 오케마스. 정말로 제가 가도되는건가요? 전 여태껏 알마스 반도 밖을 나서본적이
없잖아요? "
당신은 믿음을 재확인하려는 듯 늙은 현로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오케마스]
"그렇단다 얘야. 너도 이젠 스무살이 넘었으니 좀 더 넓은 세상을 알 필요가 있지.
솔직히 우리가 그간 너를 너무 과보호했단 생각도 없진 않았다."
그렇게 말하며 오케마스는 드물게 짓는 미소를 보였다.
"왜? 걱정되거나, 혹은 싫으냐?"
뭔가 뭉클거리면서도 당신은 기쁨에 젖어 고갤 저었다.
[울스]
"물론 다녀오겠습니다!"
당신은 획하고 오케마스로 부터 서찰이 든 통을 받아채, 당장 나갈 준비를 한다.
[오케마스]
"잠깐. 울스. 글렌스 요새까지는 3일 가량이 걸릴 거다. 그리고 통행증과 신분증을
마련해줄테니. 그걸 들고 가길 잊지마라."
그렇게 말하며 오케마스는 품에서 또 다른 것들-신분증과 통행증-을 꺼네 건넸고
현로가 조심스럽게 그걸 꺼네들자 당신은 힘차게 받아챈다.
[울스]
"걱정마세요 오케마스."
당신은 기세좋게 당장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짐을 꾸렸다.
일단 3일 정도 걸리는 거리라고 하니까, 먹을 것도 챙겨둬야겠네-라고 생각하곤
주방으로 가서 현로 메이젠에게서 보존식량을 넉넉하게 7일분 받아왔다.
왕복 6일에, 혹시 모르니 하루치를 더 챙겨두자는 생각이었다.
메이젠 역시 그게 적당하다며, 고갤 끄덕이며 보존식량을 챙겨주었다.
그 다음엔 야영을 위한 부싯돌과 모포등을 챙기기위해 성채 밖 여관을 들렸다.
님블의 여관은 사실상 이 좁고 작은 알마스 반도내의 상점으로서 역할도
함께하고 있는 장소였기에, 어지간한 잡화물은 여기서 구할 수 있었다.
당신이 모포와 부싯돌, 횃불 등을 구비하기 위해 들리자 님블의 딸이자
당신의 친구인 틸리가 흥미롭게 쳐다본다.
[틸리]
"뭐야 울스? 무슨 일이길래 그런걸 사가는거야?"
[울스]
"아. 틸리. 그게 말야. 나 이번에 알마스 밖으로 심부름을 가게 됐거든.
글렌스 요새로 오케마스의 서찰을 전해주는 일이야. 왕복에 대충 7일 정도 걸리는
일이거든."
[틸리]
"뭐? 진짜? 부럽다... 나도 알마스 밖으로 나가보고 싶은데.
어때. 나도 따라가면 안 될까?"
[울스]
"님블이 허락안할껄."
[틸리]
"하아... 바깥은 그저 위험하다고 내보낼 생각을 안해주니까 말야.
현로님들이든 아버지든 말이지..."
[울스]
"뭐, 이번에 갔다오면 여러가지 이야길 해줄테니 그걸로 참아.
그렇다고 님블의 말을 어길 순 없잖아?"
[틸리]
"그건... 그렇지만..."
틸리는 매우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이건 자신에게 내려진 심부름이니까.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틸리를 어설프게 달래며 물건을 사갔다.
[나레이터]
님블의 여관을 나오자마자, 해는 더더욱 노란빛을 띄며 저너머로 내려가려는듯 기울어져 있었다.
오늘 내로 출발하려면 좀 더 서둘러야겠다고 당신은 생각했다.
알마스 반도의 입구의 경계소에 다다른 당신은 고렌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고렌은 당신을 보며 맞인사를 해주지만, 동시에 당신이 함부로 알마스 밖으로 나갈까봐
주의를 기울이는게 보였다. 하지만 당신은 의기양양하게 품에서 오케마스에게서 받은
통행증을 건넸다.
[고렌]
"허? 너에게 심부름을 맡긴거야?"
당신은 고렌의 물음에 끄덕이며 어깨를 폈다.
"고작 반도 밖으로 나가는것에 그렇게 의기양양해 하다니...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너무 배포가 작다고 울스."
[울스]
"뭐 어때, 나한텐 이게 아주 큰 한 걸음인걸."
[고렌]
"그래그래... 알겠다. 좋아. 통행증 여깄어. 잘챙겨두라고 다시 들어올때에도 필요하니까?"
당신은 고렌의 말에 끄덕이며 드디어 알마스 반도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태어나서 줄곧 갇혀지내듯 살아온 이 좁고 작은 반도에서 드디어 벗어난 것이다.
당신은 무언가 말하기 힘든 감격이 가슴께에 차오르는것을 느끼면서 저너머로 펼쳐진
지평선을 매운 산과 구릉, 숲과 평원을 살펴보았다. 반도에서 보던 수평선과는 역시 무언가 다르다.
머나먼 바다너머로 뿌연 하늘만이 보이던 알마스 내부와 다르게, 어딜 쳐다보아도 내지에선
무언가가 가득 매워져 있었다. 탁 트인 바다의 수평선이 도리어 무상할 지경이었다면,
가득 매워진 육지의 지평선은 당신의 호기심과 탐험심으로 가득 찬 장소였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