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9> [MTU/3차] 3차 연재판 -Reboot-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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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9일 (수) 오전 01:06:57 - 2025년 6월 25일 (수) 오후 05:57:32
2025년 2월 19일 (수) 오전 01:06:57
1. 본 어장은 지마스터◆GSjz3/enQG 님의 마블 튜나틱 유니버스의 3차 창작 단편 연재어장입니다.
2. MTU 잡담판 메이킹 캐릭터를 다루는 단편들은 여기서 연재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3. 본 어장에 연재된 스토리가 카논인지 논카논인지는 철저히 지마스터님◆o9m2/Ww6lU의 권한입니다.
4. 연재는 자유.
5. 논카논 작품은 따로 표기합니다.
6. 만약 다른 곳에 따로 3차 창작을 하신다면 링크만 가져오겠습니다.
7. 누락된 작품이 있으면 링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8. 수정 및 삭제 문의는 MTU 잡담판으로.
구 참치 마지막 어장(전 어장 링크들 포함):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597051426
2. MTU 잡담판 메이킹 캐릭터를 다루는 단편들은 여기서 연재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3. 본 어장에 연재된 스토리가 카논인지 논카논인지는 철저히 지마스터님◆o9m2/Ww6lU의 권한입니다.
4. 연재는 자유.
5. 논카논 작품은 따로 표기합니다.
6. 만약 다른 곳에 따로 3차 창작을 하신다면 링크만 가져오겠습니다.
7. 누락된 작품이 있으면 링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8. 수정 및 삭제 문의는 MTU 잡담판으로.
구 참치 마지막 어장(전 어장 링크들 포함):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597051426
2025년 4월 9일 (수) 오후 09:31:40
타운스빌, 퀸즐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그날 오후는 언제나 화창했다.
여명처럼 빛나는 오후의 햇살 속에서 한 명의 늙은이가 자기 손자손녀들이 뛰어노는 걸 보며 미소를 푸근하게 지으며 안락의자에서 끼익끼익 흔들거렸다.
그러던 평화를 만끽하는 것이 당연할 터.
이전에 이곳에서 일어났던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2번(와레즈, 다크 피닉스)이나 생중계로 봤던 입장이라 나름 늙은이 역시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할로우~”
별안간 나타난 한 명의 여성.
딱 틴에이저 즈음의 여자애가 자기 앞에 선 채로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벤자민 화이트. 맞지?”
“허허, 이거 요새 초상사회가 되었던지라.”
철컥하고 어느새 산탄총이 장전되었다.
아무리 느긋하게 있다지만, 느리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터. 손주손녀들이 맞춰지지 않게 어디로 쏴야 할지 잠시 생각하려다 그 여성은 곧장 목청을 가다듬었다.
“오랜만이야, 벤 소년.”
“?!”
그것은 익숙했던 한 여린 남성의 목소리.
벤자민은 바로 일어나 여성의 몸을 두르두르 살피고서는 깜짝 놀라고 만다.
“이럴 수가, 첸 선생님?!”
“하하, 맞네.”
첸이라 불려지는 여성은 벤자민을 올려다보면서 시원하면서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옛날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서커스에서 광대일을 하던 그 소년이 이제는 백발의 성숙함이 느껴지는데?”
“허허, 그냥 허송세월하면서 늙었습니다.”
첸은 뒤에 있던 벤의 손자손녀들을 잠시 보았다.
아련한 표정을 짓다가도 그 표정은 다시 웃음만이 고정된다.
“이쪽으로 들어오시죠. 애들아~ 할아버지는 잠시 이야기할 게 있단다~”
집에 들어가서 간단히 우유 한 잔을 타주는 벤. 첸은 주인이 건네준 걸 받아들이고서는 우유를 반절 정도 마시고 딱 내려놓았다. 중국식 예의로 이걸로 흡족했다는 소리.
“70년 전에 본 뒤로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탈출한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둘은 알고 있었다.
과거에 그들이 생활했던 서커스단은 프릭쇼를 보여주던 뒤틀린 무언가임을. 그 안에서 살려고 발버둥쳤던 여리고 여린 생명들은 하나둘 목숨을 잃어가면서 공연을 해왔다.
비참했던 그 생활에서 겨우 도망쳐 살아남은 이들은 고작해야 몇 명도 채되지 않았고, 벤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벤, 자네 덕분에 나와 나스챠는 편했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첸 선생 덕분에 저도 이렇게 목숨을 부지했지 않았습니까?”
“난 그저 내 고향 땅에서 보인 간단한 재주를 자네에게 전해줬을 뿐이라네.”
첸은 그리 말하면서도 곧장 한숨을 푹 내쉰다.
벤은 자신이 알던 분이 왜 이리 고민인지 의아해 하면서도 그 웃음이 사라진 것이 여간 불길하기 느껴졌다.
“첸 선생님.”“벤... 서커스가 아직 살아있네.”
화들짝 놀라며 수염이 부르르 떨린다. 광대가 지닌 규칙인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첸은 웃음 대신 경직되면서도, 기괴한 미소를 비틀었다. 그는 알고 있던 것이다.
“자네는 광대로서 단장의 충실한 조수이기도 했지.”
“살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알지 않습니까?”
“맞아.”
탈출하던 날, 벤자민이 서커스 동료들을 주동해서 움직여 탈출하기에 이른다.
몇몇은 다른 동료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벤도 그리하려다 다른 은인으로 인해 본인은 산 자로서 이렇게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 탈출 자체는 무의미했던 거였어. 다른 의미로 말이라네.”
“선생님.”
“나는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지. 미지의 동양에서 온 위대한 마법사 라자로 바누야트 짐피 첸. 또는 영환도사 우길이라던지.”
“우길은 허명이지 않았습니까?”
“서커스 안에서도 자주 쓸 법했으니까. 그리고 나스챠도 말이야.”
나스챠.
첸은 자기 아내인 . 나스챠-아나스타샤 코렐에 대해 기억하였다. 주 공연은 사슴이나 순록으로 변해서 신비를 보여주는 것.
언젠가 그녀도 서커스에서 도망쳐 이런 변신술이 아닌 한 명의 여자로서 살고 싶었다고, 벤이나 첸에게 자주 토로했다.
그 탈출 때도 많은 이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순록으로 변해 단장의 채찍과 괴기스러운 생물들을 막아낸 그녀의 활약이었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제발 그건 아니기를 빌었다.
“아내가 당했네.”
벤이 뒤로 넘어질 뻔 했다.
그런 아름다운 분이 돌아가셨다고?!
“나는 나스챠와 같이 도망쳤네. 그리고 그녀의 고국인 러시아에 돌아가 5년 동안 슬하의 아이도 낳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고 결말을 맺을 줄 알았어.”
첸의 눈에는 비명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유희였어.”
아이들과 함께 기차를 타던 와중에 악몽을 다시 만나고 말았다.
첸은 어떻게든 나스챠에게 받아진 아이들을 데리고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졌다. 그들이 탔던 기차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첸은 나스챠의 이름을 부르며 비명을 간직했다.
“잊으려고 했어. 그 행복했던 기억을 전부. 그런데 아이들의 얼굴에서 나스챠의 얼굴을 봤지. 무척이나 아팠지만, 그래도 참았어. 내 아내가 어떻게든 살린 목숨인데 미워할 수도, 고통받을 수 있겠나?”
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
“그러면 충분치 않습니까? 아이들은 살아있으면 서커스를 잊고 도망쳐도 됩니다. 요새는 그런 보호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벤.”
첸은 창문 너머를 보았다.
혹시나 있을 무언가의 감시망을 피하듯하면서도 이런 몸이 된 자신을 탓했다.
“내 조국은 열강에 의해 신음했고, 러시아는 살 곳이 못 되었어. 결국 난 아내의 고향마저 등진 채로 신대륙으로 불리는 호주로 아이들과 같이 옮겼지.”
그 기나긴 과거....
“역사의 원동력이란 건 아주 무심하네. 우리는 그저 천명대로 스러지는 미물이지만,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떠났다네.”
“그러면 되지 않았습니까?”
어느새, 벤은 한 가지 달라진 걸 보았다.
라자로의 눈에서 피눈물이 맺혀져 뺨을 타고 탁자 위에 뚝뚝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아이들을 서커스에게서 지킨다.... 그래, 그거면 충분했어.”
“그럼, 왜?”
“지키지 못했네.”
건조하고 메마른 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그 깊은 고통을 벤은 공유하는지 신음소리를 내며 가슴을 붙잡는다.
“쌍둥이였지. 쌍둥이 여아들. 이름을 니나와 올가로 지었다네. 니나 라자로브나 첸, 그리고 올가 라자로브나 첸. 내 아내가 지어준 이름이었고, 난 그 둘을 지키려고 애썼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첸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듯, 그 공감으로 꼬치꼬치 묻는다.
“세계를 덮친 전쟁에서 올가를 잃었고, 신대륙에서도 전쟁이 있었더군. 한 때 내 동료였던 자에게 니나마저 잃고 말았지.”
피로 번진 얼굴을 들어올렸다.
모든 것을 잃은 자의 얼굴이 그리 처참한 것은 벤도 처음 알았다.
“복수는...”
벤은 첸의 성질상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복수하기 위해서 움직일 것이란 걸.
“하셨습니까?”
“니나를 죽인 녀석은 세계의 배꼽에서 원주민들을 학살했던 놈이었다.”
그게 약 50여년 전에 있었다고.
“자네도 생중계로 봤을 테지.”
“설마, 그...!”
“발제라드 리포터가 공개되면서 바로 찾아갔다. 헌데... 이미 자살했더군.”
겁쟁이라고 욕하는 첸.
“올가는 니나보다 먼저 죽었네. 가증스러운 저패니즈 놈들. 난 그 빌어먹을 열도의 바보들은 손수 장사지내는 걸로 올가의 명복을 빌었지. 자네는 무사했구만.”
“전 미국으로 간 다음에 아들 내외가 이쪽 출신이 되어서 최근에야 이사했으니까요.”
“아이러니하군.”
그냥 미국으로 옮길 것을 그랬나... 첸은 씁쓸하게 곱씹다가 이내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무 것도 지키지 못한 아버지가 할 줄 아는 게 뭔지 아는가?”
“첸 선생님.”
“내 잘못으로 모든 가족을 잃었네. 남은 게 없는 입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나스챠의 복수 뿐이지.”
첸의 눈이 이미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죄인인 이상, 나도 좋지 못한 곳으로 갈 거야. 하지만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이 죄를 짊어진 나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거라네. 나스챠의 한을 풀고 난 다음에 말이야.”
“오, 첸...”
첸은 벤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디 어린 벤. 그 작은 소년인 벤. 날 도와주게.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던 그 때의 패기를 보여주게나.”
“첸 선생님...”
벤은 곧장 메모장 한 장을 찢어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이 익히 알고 있던 전화 번호.
유창하게 그걸 다 적고는 첸에게 고이 넘겨주었다.
“보통 사람들이 호주에 만들었던 안전 가옥입니다. 제 아들 내외를 도와주신 분들이죠.”
“자네도 역사의 산 증인이었군.”
“그렇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걸 챙기거나 사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그렇군요. 아예 여기서 묵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도.”
“그럴 필요 없네.”
첸은 다소곳하게 묘한 미소를 보였다.
벤은 이내 그 소리를 들었다.
심장이 맥동하는 소리에 이어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
“이미 여기서 얻을 것은 얻었네. 서로 반대되는 개념을 난 얻었지. 필요한 생필품만 받도록 하겠네.”
“선생님?! 설마, 그 와레즈라는 괴물처럼?!”
“내게 이제 남은 할 일은 하나 뿐이야.”
아이를 넘겨주고 서커스단장에서 집어 삼켜져 동화되어가던 아내.
마지막 모습은 순록과 사람 그 중간인 상태에서 혐오스러운 살점으로 변해가는 걸 목도한 남편에게는,
그 최악의 기억을 없애기 위해, 동시에 자기 혐오로 맺힌 이 삶을 끝내기 위해서.
|: :V. : : `、:. \l\ <기차에서의 과거가 다시 첸을 괴롭힌다.>
ノ: : : : : : : `、: : :\:\ ,
ヽー、 {:.i: : : : : : . :i: : : ゙: : ゙{!
V: :゙;.:ヽ : ヽ、:.:. : |. .:j:. : /:ハ >나한테서 도망칠 줄 알았나!!
V:. : 弋ミ:.㍉\:.:|.:/}∠ィ.: :〉
__V:. : :.{、<炒弌 ヽ'芹冬ヲ: /7
`ヽ、:.:|:. : ! 、_ ′__,ィ/_ッf′
ヽ^ヽム\イ ̄ ̄7/ ´ノ ノ,,._ ハ
乂...ヾ \⌒⊃' .ィー'゛ "''ーzx、_ ノ ノ´7 >、
r''゛ `マ「''‐。_ー/ |′r'' ッア r-―=彡彡 ,....>、 >나스챠: 첸! 우리 애들만이라도! 아아아아악!!
y'゛ ヾ  ̄ ト、f゙ ッア゙ \ ゙''ア_ノー )
くft:、 ゙ヽ、 \ ソt=-x、ィア゙ニニニぅ、 ∧ヽ-''゙ ̄_,、‐゛
`''<x,,._ ,,ッヘ…'''" } ! ´"ファニ!ニニ} ,:'//',__.ィf
_,、r≦ニニ>'゛ ㍉\ノj{ ッf㌣ニニ|ニニ! ,:'、 ',////1/!
∠ニミt、ニニ<x,,,.__ ㌧0ノ ッf㌣ニニニ!ニニミs。,_ ,:'//! ´ / | /, >첸: 나스챠아아아아!!!!!
∥ニニニミt、ニニ≧=‐-xxッッィ'゛ッ;㌣ニニア.イ!ニニニニニ>/´゙レ/ /// |//,
_,,、x。,,_ ,,,. }ニニニニ`、ニニニニヽマ゙ッ㌣ニニニアイニニ|ミニニニニア//ハ ' //// 1//,
_,,...`丶゙弌、 rfLニニニニニ`、ニニニニヾ'゛ニニニニハニニヨ| `ヾミニニ/////,j /! |///,
/ ,;゙ ミ 〉ニニニニニニ〉ニニニニムマニニニニцニニニ| `''///|//////,{ !///,
V /ッ'゙ ミ, ∥ニニニニニアEニニニニムマニニニニニニニ| レ″`゙|///!//,ハ j/j{//,
ノ ,:゙ ̄ 亥ミs。,,_/ニニニニニ/゙寸ニニニニニムマニニニニニニ! }ア゙`|/!V ', !/ハ,ハ',
イ^㍉,,. _.,,ッ㌣ニニニニニニニニ/ ゙寸ニニニニニムマニニニニニニ', ′ !j ', j/j !|V,
◇――[라자로 첸]――――――――――――――――――――――――――――――――――◇
“난 우리들을 처참하게 만든 서커스단장, 이온을 죽일 거세.”
◇―――――――――――――――――――――――――――――――――――――――――――――◇
-End-
그날 오후는 언제나 화창했다.
여명처럼 빛나는 오후의 햇살 속에서 한 명의 늙은이가 자기 손자손녀들이 뛰어노는 걸 보며 미소를 푸근하게 지으며 안락의자에서 끼익끼익 흔들거렸다.
그러던 평화를 만끽하는 것이 당연할 터.
이전에 이곳에서 일어났던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2번(와레즈, 다크 피닉스)이나 생중계로 봤던 입장이라 나름 늙은이 역시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할로우~”
별안간 나타난 한 명의 여성.
딱 틴에이저 즈음의 여자애가 자기 앞에 선 채로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벤자민 화이트. 맞지?”
“허허, 이거 요새 초상사회가 되었던지라.”
철컥하고 어느새 산탄총이 장전되었다.
아무리 느긋하게 있다지만, 느리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터. 손주손녀들이 맞춰지지 않게 어디로 쏴야 할지 잠시 생각하려다 그 여성은 곧장 목청을 가다듬었다.
“오랜만이야, 벤 소년.”
“?!”
그것은 익숙했던 한 여린 남성의 목소리.
벤자민은 바로 일어나 여성의 몸을 두르두르 살피고서는 깜짝 놀라고 만다.
“이럴 수가, 첸 선생님?!”
“하하, 맞네.”
첸이라 불려지는 여성은 벤자민을 올려다보면서 시원하면서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옛날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서커스에서 광대일을 하던 그 소년이 이제는 백발의 성숙함이 느껴지는데?”
“허허, 그냥 허송세월하면서 늙었습니다.”
첸은 뒤에 있던 벤의 손자손녀들을 잠시 보았다.
아련한 표정을 짓다가도 그 표정은 다시 웃음만이 고정된다.
“이쪽으로 들어오시죠. 애들아~ 할아버지는 잠시 이야기할 게 있단다~”
집에 들어가서 간단히 우유 한 잔을 타주는 벤. 첸은 주인이 건네준 걸 받아들이고서는 우유를 반절 정도 마시고 딱 내려놓았다. 중국식 예의로 이걸로 흡족했다는 소리.
“70년 전에 본 뒤로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탈출한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둘은 알고 있었다.
과거에 그들이 생활했던 서커스단은 프릭쇼를 보여주던 뒤틀린 무언가임을. 그 안에서 살려고 발버둥쳤던 여리고 여린 생명들은 하나둘 목숨을 잃어가면서 공연을 해왔다.
비참했던 그 생활에서 겨우 도망쳐 살아남은 이들은 고작해야 몇 명도 채되지 않았고, 벤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벤, 자네 덕분에 나와 나스챠는 편했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첸 선생 덕분에 저도 이렇게 목숨을 부지했지 않았습니까?”
“난 그저 내 고향 땅에서 보인 간단한 재주를 자네에게 전해줬을 뿐이라네.”
첸은 그리 말하면서도 곧장 한숨을 푹 내쉰다.
벤은 자신이 알던 분이 왜 이리 고민인지 의아해 하면서도 그 웃음이 사라진 것이 여간 불길하기 느껴졌다.
“첸 선생님.”“벤... 서커스가 아직 살아있네.”
화들짝 놀라며 수염이 부르르 떨린다. 광대가 지닌 규칙인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첸은 웃음 대신 경직되면서도, 기괴한 미소를 비틀었다. 그는 알고 있던 것이다.
“자네는 광대로서 단장의 충실한 조수이기도 했지.”
“살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알지 않습니까?”
“맞아.”
탈출하던 날, 벤자민이 서커스 동료들을 주동해서 움직여 탈출하기에 이른다.
몇몇은 다른 동료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벤도 그리하려다 다른 은인으로 인해 본인은 산 자로서 이렇게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 탈출 자체는 무의미했던 거였어. 다른 의미로 말이라네.”
“선생님.”
“나는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지. 미지의 동양에서 온 위대한 마법사 라자로 바누야트 짐피 첸. 또는 영환도사 우길이라던지.”
“우길은 허명이지 않았습니까?”
“서커스 안에서도 자주 쓸 법했으니까. 그리고 나스챠도 말이야.”
나스챠.
첸은 자기 아내인 . 나스챠-아나스타샤 코렐에 대해 기억하였다. 주 공연은 사슴이나 순록으로 변해서 신비를 보여주는 것.
언젠가 그녀도 서커스에서 도망쳐 이런 변신술이 아닌 한 명의 여자로서 살고 싶었다고, 벤이나 첸에게 자주 토로했다.
그 탈출 때도 많은 이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순록으로 변해 단장의 채찍과 괴기스러운 생물들을 막아낸 그녀의 활약이었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제발 그건 아니기를 빌었다.
“아내가 당했네.”
벤이 뒤로 넘어질 뻔 했다.
그런 아름다운 분이 돌아가셨다고?!
“나는 나스챠와 같이 도망쳤네. 그리고 그녀의 고국인 러시아에 돌아가 5년 동안 슬하의 아이도 낳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고 결말을 맺을 줄 알았어.”
첸의 눈에는 비명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유희였어.”
아이들과 함께 기차를 타던 와중에 악몽을 다시 만나고 말았다.
첸은 어떻게든 나스챠에게 받아진 아이들을 데리고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졌다. 그들이 탔던 기차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첸은 나스챠의 이름을 부르며 비명을 간직했다.
“잊으려고 했어. 그 행복했던 기억을 전부. 그런데 아이들의 얼굴에서 나스챠의 얼굴을 봤지. 무척이나 아팠지만, 그래도 참았어. 내 아내가 어떻게든 살린 목숨인데 미워할 수도, 고통받을 수 있겠나?”
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
“그러면 충분치 않습니까? 아이들은 살아있으면 서커스를 잊고 도망쳐도 됩니다. 요새는 그런 보호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벤.”
첸은 창문 너머를 보았다.
혹시나 있을 무언가의 감시망을 피하듯하면서도 이런 몸이 된 자신을 탓했다.
“내 조국은 열강에 의해 신음했고, 러시아는 살 곳이 못 되었어. 결국 난 아내의 고향마저 등진 채로 신대륙으로 불리는 호주로 아이들과 같이 옮겼지.”
그 기나긴 과거....
“역사의 원동력이란 건 아주 무심하네. 우리는 그저 천명대로 스러지는 미물이지만,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떠났다네.”
“그러면 되지 않았습니까?”
어느새, 벤은 한 가지 달라진 걸 보았다.
라자로의 눈에서 피눈물이 맺혀져 뺨을 타고 탁자 위에 뚝뚝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아이들을 서커스에게서 지킨다.... 그래, 그거면 충분했어.”
“그럼, 왜?”
“지키지 못했네.”
건조하고 메마른 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그 깊은 고통을 벤은 공유하는지 신음소리를 내며 가슴을 붙잡는다.
“쌍둥이였지. 쌍둥이 여아들. 이름을 니나와 올가로 지었다네. 니나 라자로브나 첸, 그리고 올가 라자로브나 첸. 내 아내가 지어준 이름이었고, 난 그 둘을 지키려고 애썼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첸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듯, 그 공감으로 꼬치꼬치 묻는다.
“세계를 덮친 전쟁에서 올가를 잃었고, 신대륙에서도 전쟁이 있었더군. 한 때 내 동료였던 자에게 니나마저 잃고 말았지.”
피로 번진 얼굴을 들어올렸다.
모든 것을 잃은 자의 얼굴이 그리 처참한 것은 벤도 처음 알았다.
“복수는...”
벤은 첸의 성질상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복수하기 위해서 움직일 것이란 걸.
“하셨습니까?”
“니나를 죽인 녀석은 세계의 배꼽에서 원주민들을 학살했던 놈이었다.”
그게 약 50여년 전에 있었다고.
“자네도 생중계로 봤을 테지.”
“설마, 그...!”
“발제라드 리포터가 공개되면서 바로 찾아갔다. 헌데... 이미 자살했더군.”
겁쟁이라고 욕하는 첸.
“올가는 니나보다 먼저 죽었네. 가증스러운 저패니즈 놈들. 난 그 빌어먹을 열도의 바보들은 손수 장사지내는 걸로 올가의 명복을 빌었지. 자네는 무사했구만.”
“전 미국으로 간 다음에 아들 내외가 이쪽 출신이 되어서 최근에야 이사했으니까요.”
“아이러니하군.”
그냥 미국으로 옮길 것을 그랬나... 첸은 씁쓸하게 곱씹다가 이내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무 것도 지키지 못한 아버지가 할 줄 아는 게 뭔지 아는가?”
“첸 선생님.”
“내 잘못으로 모든 가족을 잃었네. 남은 게 없는 입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나스챠의 복수 뿐이지.”
첸의 눈이 이미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죄인인 이상, 나도 좋지 못한 곳으로 갈 거야. 하지만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이 죄를 짊어진 나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거라네. 나스챠의 한을 풀고 난 다음에 말이야.”
“오, 첸...”
첸은 벤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디 어린 벤. 그 작은 소년인 벤. 날 도와주게.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던 그 때의 패기를 보여주게나.”
“첸 선생님...”
벤은 곧장 메모장 한 장을 찢어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이 익히 알고 있던 전화 번호.
유창하게 그걸 다 적고는 첸에게 고이 넘겨주었다.
“보통 사람들이 호주에 만들었던 안전 가옥입니다. 제 아들 내외를 도와주신 분들이죠.”
“자네도 역사의 산 증인이었군.”
“그렇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걸 챙기거나 사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그렇군요. 아예 여기서 묵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도.”
“그럴 필요 없네.”
첸은 다소곳하게 묘한 미소를 보였다.
벤은 이내 그 소리를 들었다.
심장이 맥동하는 소리에 이어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
“이미 여기서 얻을 것은 얻었네. 서로 반대되는 개념을 난 얻었지. 필요한 생필품만 받도록 하겠네.”
“선생님?! 설마, 그 와레즈라는 괴물처럼?!”
“내게 이제 남은 할 일은 하나 뿐이야.”
아이를 넘겨주고 서커스단장에서 집어 삼켜져 동화되어가던 아내.
마지막 모습은 순록과 사람 그 중간인 상태에서 혐오스러운 살점으로 변해가는 걸 목도한 남편에게는,
그 최악의 기억을 없애기 위해, 동시에 자기 혐오로 맺힌 이 삶을 끝내기 위해서.
|: :V. : : `、:. \l\ <기차에서의 과거가 다시 첸을 괴롭힌다.>
ノ: : : : : : : `、: : :\:\ ,
ヽー、 {:.i: : : : : : . :i: : : ゙: : ゙{!
V: :゙;.:ヽ : ヽ、:.:. : |. .:j:. : /:ハ >나한테서 도망칠 줄 알았나!!
V:. : 弋ミ:.㍉\:.:|.:/}∠ィ.: :〉
__V:. : :.{、<炒弌 ヽ'芹冬ヲ: /7
`ヽ、:.:|:. : ! 、_ ′__,ィ/_ッf′
ヽ^ヽム\イ ̄ ̄7/ ´ノ ノ,,._ ハ
乂...ヾ \⌒⊃' .ィー'゛ "''ーzx、_ ノ ノ´7 >、
r''゛ `マ「''‐。_ー/ |′r'' ッア r-―=彡彡 ,....>、 >나스챠: 첸! 우리 애들만이라도! 아아아아악!!
y'゛ ヾ  ̄ ト、f゙ ッア゙ \ ゙''ア_ノー )
くft:、 ゙ヽ、 \ ソt=-x、ィア゙ニニニぅ、 ∧ヽ-''゙ ̄_,、‐゛
`''<x,,._ ,,ッヘ…'''" } ! ´"ファニ!ニニ} ,:'//',__.ィf
_,、r≦ニニ>'゛ ㍉\ノj{ ッf㌣ニニ|ニニ! ,:'、 ',////1/!
∠ニミt、ニニ<x,,,.__ ㌧0ノ ッf㌣ニニニ!ニニミs。,_ ,:'//! ´ / | /, >첸: 나스챠아아아아!!!!!
∥ニニニミt、ニニ≧=‐-xxッッィ'゛ッ;㌣ニニア.イ!ニニニニニ>/´゙レ/ /// |//,
_,,、x。,,_ ,,,. }ニニニニ`、ニニニニヽマ゙ッ㌣ニニニアイニニ|ミニニニニア//ハ ' //// 1//,
_,,...`丶゙弌、 rfLニニニニニ`、ニニニニヾ'゛ニニニニハニニヨ| `ヾミニニ/////,j /! |///,
/ ,;゙ ミ 〉ニニニニニニ〉ニニニニムマニニニニцニニニ| `''///|//////,{ !///,
V /ッ'゙ ミ, ∥ニニニニニアEニニニニムマニニニニニニニ| レ″`゙|///!//,ハ j/j{//,
ノ ,:゙ ̄ 亥ミs。,,_/ニニニニニ/゙寸ニニニニニムマニニニニニニ! }ア゙`|/!V ', !/ハ,ハ',
イ^㍉,,. _.,,ッ㌣ニニニニニニニニ/ ゙寸ニニニニニムマニニニニニニ', ′ !j ', j/j !|V,
◇――[라자로 첸]――――――――――――――――――――――――――――――――――◇
“난 우리들을 처참하게 만든 서커스단장, 이온을 죽일 거세.”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