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9 [MTU/3차] 3차 연재판 -Reboot- (1001)
작성자:◆BrEbMzfJ/i
작성일:2025-02-18 (화) 16:06:57
갱신일:2025-11-04 (화) 12:54:17
#0◆BrEbMzfJ/i(isTZxrU6I2)2025-02-18 (화) 16:06:57
1. 본 어장은 지마스터◆GSjz3/enQG 님의 마블 튜나틱 유니버스의 3차 창작 단편 연재어장입니다.
2. MTU 잡담판 메이킹 캐릭터를 다루는 단편들은 여기서 연재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3. 본 어장에 연재된 스토리가 카논인지 논카논인지는 철저히 지마스터님◆o9m2/Ww6lU의 권한입니다.
4. 연재는 자유.
5. 논카논 작품은 따로 표기합니다.
6. 만약 다른 곳에 따로 3차 창작을 하신다면 링크만 가져오겠습니다.
7. 누락된 작품이 있으면 링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8. 수정 및 삭제 문의는 MTU 잡담판으로.
구 참치 마지막 어장(전 어장 링크들 포함):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597051426
2. MTU 잡담판 메이킹 캐릭터를 다루는 단편들은 여기서 연재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3. 본 어장에 연재된 스토리가 카논인지 논카논인지는 철저히 지마스터님◆o9m2/Ww6lU의 권한입니다.
4. 연재는 자유.
5. 논카논 작품은 따로 표기합니다.
6. 만약 다른 곳에 따로 3차 창작을 하신다면 링크만 가져오겠습니다.
7. 누락된 작품이 있으면 링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8. 수정 및 삭제 문의는 MTU 잡담판으로.
구 참치 마지막 어장(전 어장 링크들 포함):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597051426
#623트루스콜로◆dFZ.WlVUja(DFzYgvvuNW)2025-09-05 (금) 05:36:11
사람에게는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게 존재할 리가 만무했다.
1974년 겨울, 서울의 어느 허름한 자취방.
냉기 가득한 방 안에는 다섯 명의 청년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낡은 난로는 제 역할을 잊은 지 오래였고, 희미한 백열등만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A가 먼저 침묵을 깼다.
"이대로는 안 돼."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어제도 최 씨 아저씨가 손가락을 잃었어. 프레스에… 안전장치? 그게 뭔데. 그냥 돈 아까워서 안 다는 거지."
B가 쓰게 웃었다.
"새삼스럽게 뭘. 공장은 다 그래. 시다바리 생활이 원래 다 그렇지 않냐?"
C가 벽에 기댄 채 한숨을 쉬었다.
"시다바리도 사람이지. 우린 일개 부품처럼 쓰이다 버려질 거냐? 선배님 죽은 지 4년이나 지났는데, 세상은 변한 게 없어."
그는 전태일 열사를 언급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들의 공통된 아픔이었다.
D가 찢어진 담요를 무릎 위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이 무간지옥에서 탈출할 방법이 있긴 하냐?"
그의 눈빛에는 지친 회의감이 서려 있었다.
그때 E가 손에 들고 있던 낡은 공학 서적을 탁, 하고 덮었다.
"만들자. 우리가 직접."
네 명의 시선이 동시에 E에게로 향했다.
E는 그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했다.
"부품. 우리가 만드는 부품으로, 세상을 바꾸는 거야.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노동자의 가치를 존중하는 그런 부품들."
A가 눈썹을 치켜떴다.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마. 우리가 뭘 할 수 있다고. 돈은? 기술은? 아무것도 없잖아."
"돈은… 어떻게든 구해봐야지. 기술은, 우리가 배우면 돼."
E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살다 죽을 바에,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 우린 지식이라도 있잖아. 이 바닥에서 겨우 숨 쉬고 살면서 얻은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C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진심이냐? 정말 해보자는 거냐?"
그의 눈빛에 조금씩 불꽃이 피어오르는 듯했다.
"그럼."
B가 무심한 듯 던졌던 말을 주워 담았다.
"이 바닥에서 평생 시다바리만 할 순 없지. 지긋지긋해, 너무나."
그의 표정에서 처음으로 결의가 보였다.
D는 여전히 망설이는 듯했다.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냐? 만약 실패하면 우린 정말 길바닥에 나앉을 거야. 지금보다 더 비참하게."
A가 조용히 E를 바라봤다.
E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침묵 속에서 A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했다.
"좋아. 해보자. 어차피 잃을 것도 별로 없어. 지금보다 더 잃을 게 뭐가 있냐. 사람답게 살고 싶은데."
D는 네 친구의 눈빛을 하나씩 응시했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보다, 작지만 강렬한 희망이 서려 있었다.
"젠장, 미쳤네, 미쳤어. 좋아. 나도 끼워줘. 혼자 죽긴 싫거든."
“그럴 것 같았어.”
D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미약한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 다섯 명의 친구, A, B, C, D, E는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자취방에서 그들의 첫 번째 회의를 시작했다.
작은 메모지 위에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부품들을 그려 넣고,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논의했다.
가진 것은 젊음과 분노, 그리고 희미한 희망뿐이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후 4년 동안 그들은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밤에는 E의 주도 아래 기술을 배우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수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냈다.
노동 착취의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그들에게는 최고의 교과서가 되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망은 지치지 않는 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1978년.
서울 외곽의 낡은 창고 한 채를 빌려, 그들은 마침내 작은 간판을 내걸었다.
간판에는 투박한 글씨로 'TWELVEWorks'라고 쓰여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첫 번째 간단한 톱니바퀴를 바라보며 서로에게 미소 지었다.
비록 시작은 미미했지만, 그들의 꿈은 전혀 작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게 존재할 리가 만무했다.
1974년 겨울, 서울의 어느 허름한 자취방.
냉기 가득한 방 안에는 다섯 명의 청년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낡은 난로는 제 역할을 잊은 지 오래였고, 희미한 백열등만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A가 먼저 침묵을 깼다.
"이대로는 안 돼."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어제도 최 씨 아저씨가 손가락을 잃었어. 프레스에… 안전장치? 그게 뭔데. 그냥 돈 아까워서 안 다는 거지."
B가 쓰게 웃었다.
"새삼스럽게 뭘. 공장은 다 그래. 시다바리 생활이 원래 다 그렇지 않냐?"
C가 벽에 기댄 채 한숨을 쉬었다.
"시다바리도 사람이지. 우린 일개 부품처럼 쓰이다 버려질 거냐? 선배님 죽은 지 4년이나 지났는데, 세상은 변한 게 없어."
그는 전태일 열사를 언급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들의 공통된 아픔이었다.
D가 찢어진 담요를 무릎 위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이 무간지옥에서 탈출할 방법이 있긴 하냐?"
그의 눈빛에는 지친 회의감이 서려 있었다.
그때 E가 손에 들고 있던 낡은 공학 서적을 탁, 하고 덮었다.
"만들자. 우리가 직접."
네 명의 시선이 동시에 E에게로 향했다.
E는 그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했다.
"부품. 우리가 만드는 부품으로, 세상을 바꾸는 거야.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노동자의 가치를 존중하는 그런 부품들."
A가 눈썹을 치켜떴다.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마. 우리가 뭘 할 수 있다고. 돈은? 기술은? 아무것도 없잖아."
"돈은… 어떻게든 구해봐야지. 기술은, 우리가 배우면 돼."
E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살다 죽을 바에,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 우린 지식이라도 있잖아. 이 바닥에서 겨우 숨 쉬고 살면서 얻은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C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진심이냐? 정말 해보자는 거냐?"
그의 눈빛에 조금씩 불꽃이 피어오르는 듯했다.
"그럼."
B가 무심한 듯 던졌던 말을 주워 담았다.
"이 바닥에서 평생 시다바리만 할 순 없지. 지긋지긋해, 너무나."
그의 표정에서 처음으로 결의가 보였다.
D는 여전히 망설이는 듯했다.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냐? 만약 실패하면 우린 정말 길바닥에 나앉을 거야. 지금보다 더 비참하게."
A가 조용히 E를 바라봤다.
E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침묵 속에서 A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했다.
"좋아. 해보자. 어차피 잃을 것도 별로 없어. 지금보다 더 잃을 게 뭐가 있냐. 사람답게 살고 싶은데."
D는 네 친구의 눈빛을 하나씩 응시했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보다, 작지만 강렬한 희망이 서려 있었다.
"젠장, 미쳤네, 미쳤어. 좋아. 나도 끼워줘. 혼자 죽긴 싫거든."
“그럴 것 같았어.”
D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미약한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 다섯 명의 친구, A, B, C, D, E는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자취방에서 그들의 첫 번째 회의를 시작했다.
작은 메모지 위에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부품들을 그려 넣고,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논의했다.
가진 것은 젊음과 분노, 그리고 희미한 희망뿐이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후 4년 동안 그들은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밤에는 E의 주도 아래 기술을 배우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수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냈다.
노동 착취의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그들에게는 최고의 교과서가 되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망은 지치지 않는 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1978년.
서울 외곽의 낡은 창고 한 채를 빌려, 그들은 마침내 작은 간판을 내걸었다.
간판에는 투박한 글씨로 'TWELVEWorks'라고 쓰여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첫 번째 간단한 톱니바퀴를 바라보며 서로에게 미소 지었다.
비록 시작은 미미했지만, 그들의 꿈은 전혀 작지 않았다고.
#624트루스콜로◆dFZ.WlVUja(DFzYgvvuNW)2025-09-05 (금) 05:59:50
회사를 차린 지 일주일째.
먼지 쌓인 작업대 위에는 그들의 첫 의뢰품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양철로 만든 로봇 장난감, 다른 하나는 묵직하고 화려한 괘종시계였다.
"장난감은 간단해. 여기 톱니 하나만 갈아 끼우면 다시 움직일 거야."
A가 핀셋으로 부서진 부품을 가리키며 말했다.
문제는 시계였다.
C는 팔짱을 낀 채 시계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저건 언덕 위 그 도지사 쪽 집사가 맡긴 거야. 흠집이라도 나면 우린 이 바닥 뜨기도 전에 망해."
"첫 의뢰부터 난이도가 왜 이래."
D가 머리를 긁적였다.
E는 확대경을 쓴 채 시계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부품들이 너무 작고 정교해. 이런 구조는 처음 본다. 섣불리 건드릴 수가 없어."
그때, 창고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B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얘들아! 사람 구했다고! 우리 공고 보고 찾아왔어!"
B의 뒤로 두 명의 사람이 따라 들어왔다.
한 명은 단정한 옷차림의 젊은 여성이었고, 다른 한 명은 조용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여기는 F, 이쪽은 G야. 오늘부터 우리랑 같이 일할 친구들이야."
B가 의기양양하게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F와 G가 차례로 인사했다.
다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며 새 식구를 환영했지만, 시선은 자꾸만 괘종시계로 향했다.
무거운 침묵이 어색하게 모두에게 번지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깬 것은 F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작업대로 다가가 시계를 유심히 살폈다.
"이 시계 때문에 고민인가요?"
A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분해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F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한번 봐도 될까요? 아버지가 시계 수리공이셨어요.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좀 배웠습니다."
다섯 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희망이 보였다.
"물론이지! 얼마든지!"
E가 자리를 비켜주며 소리쳤다.
F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작은 도구들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부품들이 하나씩 질서정연하게 분리되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G도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작업을 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시계는 원래의 소리를 되찾아 규칙적으로 째깍거리고 있었다.
집사가 작업장을 찾아와 완벽하게 수리된 시계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하군. 이걸 정말 고쳐낼 줄이야. 주인어른에서 아주 기뻐하실 걸세."
그는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
"여기 약속한 보수와, 감사의 표시다. 앞으로도 수고하게나."
집사가 떠나자, 일곱 명은 서로를 마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날 밤, 낡은 창고는 따뜻한 온기와 음식 냄새로 가득 찼다.
일곱 명은 막걸릿잔을 부딪치며 그들의 첫 성공을 자축했다.
A가 잔을 높이 들었다.
"우리의 새로운 동료, F와 G를 위하여!!"
"위하여!"
웃음소리가 밤늦도록 창고를 떠나지 않았다.
차가운 겨울밤이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뜨거운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먼지 쌓인 작업대 위에는 그들의 첫 의뢰품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양철로 만든 로봇 장난감, 다른 하나는 묵직하고 화려한 괘종시계였다.
"장난감은 간단해. 여기 톱니 하나만 갈아 끼우면 다시 움직일 거야."
A가 핀셋으로 부서진 부품을 가리키며 말했다.
문제는 시계였다.
C는 팔짱을 낀 채 시계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저건 언덕 위 그 도지사 쪽 집사가 맡긴 거야. 흠집이라도 나면 우린 이 바닥 뜨기도 전에 망해."
"첫 의뢰부터 난이도가 왜 이래."
D가 머리를 긁적였다.
E는 확대경을 쓴 채 시계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부품들이 너무 작고 정교해. 이런 구조는 처음 본다. 섣불리 건드릴 수가 없어."
그때, 창고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B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얘들아! 사람 구했다고! 우리 공고 보고 찾아왔어!"
B의 뒤로 두 명의 사람이 따라 들어왔다.
한 명은 단정한 옷차림의 젊은 여성이었고, 다른 한 명은 조용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여기는 F, 이쪽은 G야. 오늘부터 우리랑 같이 일할 친구들이야."
B가 의기양양하게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F와 G가 차례로 인사했다.
다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며 새 식구를 환영했지만, 시선은 자꾸만 괘종시계로 향했다.
무거운 침묵이 어색하게 모두에게 번지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깬 것은 F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작업대로 다가가 시계를 유심히 살폈다.
"이 시계 때문에 고민인가요?"
A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분해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F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한번 봐도 될까요? 아버지가 시계 수리공이셨어요.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좀 배웠습니다."
다섯 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희망이 보였다.
"물론이지! 얼마든지!"
E가 자리를 비켜주며 소리쳤다.
F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작은 도구들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부품들이 하나씩 질서정연하게 분리되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G도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작업을 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시계는 원래의 소리를 되찾아 규칙적으로 째깍거리고 있었다.
집사가 작업장을 찾아와 완벽하게 수리된 시계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하군. 이걸 정말 고쳐낼 줄이야. 주인어른에서 아주 기뻐하실 걸세."
그는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
"여기 약속한 보수와, 감사의 표시다. 앞으로도 수고하게나."
집사가 떠나자, 일곱 명은 서로를 마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날 밤, 낡은 창고는 따뜻한 온기와 음식 냄새로 가득 찼다.
일곱 명은 막걸릿잔을 부딪치며 그들의 첫 성공을 자축했다.
A가 잔을 높이 들었다.
"우리의 새로운 동료, F와 G를 위하여!!"
"위하여!"
웃음소리가 밤늦도록 창고를 떠나지 않았다.
차가운 겨울밤이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뜨거운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625트루스콜로◆dFZ.WlVUja(DFzYgvvuNW)2025-09-05 (금) 06:28:01
시간은 흘러 1980년 5월 20일.
회사는 제법 자리를 잡았고, 그들의 기술력을 알아본 이들의 의뢰가 꾸준히 들어왔다.
그리고 오늘, 세 명의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H, I, J.
이제는 총 열 명.
창고는 비좁았지만 마음만은 풍족했다.
"자, 다들 한 잔씩 들고! 새로운 식구들을 환영하자고!"
B가 막걸리 주전자를 들며 외쳤다.
그 순간이었다.
쾅!
창고의 양철 문이 찢어질 듯 열리며, 총을 든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순식간에 작업장은 차가운 총구와 군화 소리로 가득 찼다. 모두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군인들 사이를 헤치고 부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작업대를 훑어보더니, A에게 두루마리 설계도 하나를 툭 던졌다.
"이것을 만들도록."
A는 떨리는 손으로 설계도를 펼쳤다.
복잡한 회로와 기계 장치들.
하지만 그는 그 내용을 즉시 이해할 수 있었다.
며칠 전 TV에서 봤던 '비상계엄'이라는 자막이 머릿속을 스쳤다.
1980년 5월 18일이란 시간까지.....!
이 설계도에 그려진 것은 사람을 살리는 기계가 아니었다.
이것은 효율적인 살상을 위한 도구, 인간을 부품으로 만드는 군용 물품이었다.
A는 설계도를 말없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못 만듭니다."
부대장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라고?"
"우리는 이것을 만들 수 없습니다."
A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C가 A의 옆에 섰다.
"우리는 이유 없이 협박으로 강제로 만들 생각이 없네요."
B, D, E, F, G, 그리고 새로 온 H, I, J까지.
열 명 모두가 한마음으로 부대장을 노려봤다.
"이놈들이… 계엄령을 거부해?"
부대장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철컥, 하고 공이가 젖혀지는 소리가 창고를 울렸다.
총구가 A의 미간을 향했다.
그 찰나, 정적을 깨고 무언가 튀어 나갔다. 새로 온 신입, H였다.
그는 짐승 같은 속도로 부대장에게 달려들어, 총을 쥔 손목을 그대로 물어뜯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대로 그 손목을 팔에서 떨어뜨렸다.
"크아악!"
부대장은 비명을 지르며 지시를 내리려고 했다.
허나,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부대원 중 하나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부분대장이었다.
그는 총검을 뽑아 들어 망설임 없이 부대장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모두가 순식간에 일어난 눈앞의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다.
H는 입가에 피를 묻힌 채 숨을 헐떡였고, 부분대장은 시체가 된 부대장을 발로 밀어내며 담담히 서 있었다.
"죄송합니다. A씨가 위험해서… 저도 모르게."
H가 A를 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저는… 개 요괴입니다."
부분대장이 총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도 사람입니다. 영문도 모르고 사람 죽이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됐습니다."
다른 부대원들도 모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는, 마치 공포가 아닌 해방감이 서려 있었다.
D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들… 이제 어떡하려고. 처리당하는 거 아니야?"
"우리는 한국군 소속이 아닙니다."
부분대장이 말했다.
"원래는 'SCP'라는 재단 소속이었지만… 본대에서 버려진 몸들입니다. 어차피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A는 바닥에 떨어진 설계도를 집어 들었다.
“이런 걸 만드는 곳입니까?”
“그건 저 망할 놈이 멋대로 들고 온 거라서. 제가 아는 것이라곤 군사학 정도지, 그런 전문 지식은 잘 모릅니다.”
“다행이군요.”
A는 곧장 망설임 없이 그걸 불타는 난로에 던져 넣었다.
종이는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부분대장은 그 모습을 보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갈 곳이 없는 몸입니다. 혹시 저희를… 고용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는 자신과 부대원들을 가리켰다.
"배운 건 없지만, 뭐든 하겠습니다. 신분증 같은 건… 이미 다 준비해 두었습니다."
A는 잠시 아홉 명의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함께 기묘한 동질감이 서려 있었다.
결국, 그들 모두 세상에서 버려지고 내몰린 자들이었다.
A는 부분대장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힘 쓰는 일과 머리 쓰는 일 중 잘 하시는 건?”
“여기 제 친구는 그나마 샐러리맨 출신입니다.”
“그럼, 니는?”
I가 말하자, 부분대장은 살짝 쑥쓰러워 했다.
“뭐, 시인 지망생이었죠.”
“보고서 하나는 잘 쓰겠네요.”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이 다 웃었다.
“좋아, 그럼, 저 망할 것은?”
D의 물음에 부분대장이 말했다.
“제가 처리하죠. 시체도 안 남기게. 그놈의 무슨 형식 번호인지 외우는 것보다 차라리 간단한 게 더 나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날, 트웰브 웍스는 한번에 전직 특수부대원 10명을 새로운 식구로 맞이했다.
그렇게 이날, 그들은 12명의 각 대표 이사가 정해졌다.
창업자 5명과 초창기 신입 F, G.
그리고 1980년에 합류한 H, I, J.
재단 본대에서 버림받은 부분대장 K와 그와 어느 정도 지식은 있는 대원 L까지.
총 12명은 회사를 이끄는 이사회가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트웰브 웍스를 더더욱 발전시켜 나갔다.
회사는 제법 자리를 잡았고, 그들의 기술력을 알아본 이들의 의뢰가 꾸준히 들어왔다.
그리고 오늘, 세 명의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H, I, J.
이제는 총 열 명.
창고는 비좁았지만 마음만은 풍족했다.
"자, 다들 한 잔씩 들고! 새로운 식구들을 환영하자고!"
B가 막걸리 주전자를 들며 외쳤다.
그 순간이었다.
쾅!
창고의 양철 문이 찢어질 듯 열리며, 총을 든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순식간에 작업장은 차가운 총구와 군화 소리로 가득 찼다. 모두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군인들 사이를 헤치고 부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작업대를 훑어보더니, A에게 두루마리 설계도 하나를 툭 던졌다.
"이것을 만들도록."
A는 떨리는 손으로 설계도를 펼쳤다.
복잡한 회로와 기계 장치들.
하지만 그는 그 내용을 즉시 이해할 수 있었다.
며칠 전 TV에서 봤던 '비상계엄'이라는 자막이 머릿속을 스쳤다.
1980년 5월 18일이란 시간까지.....!
이 설계도에 그려진 것은 사람을 살리는 기계가 아니었다.
이것은 효율적인 살상을 위한 도구, 인간을 부품으로 만드는 군용 물품이었다.
A는 설계도를 말없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못 만듭니다."
부대장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라고?"
"우리는 이것을 만들 수 없습니다."
A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C가 A의 옆에 섰다.
"우리는 이유 없이 협박으로 강제로 만들 생각이 없네요."
B, D, E, F, G, 그리고 새로 온 H, I, J까지.
열 명 모두가 한마음으로 부대장을 노려봤다.
"이놈들이… 계엄령을 거부해?"
부대장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철컥, 하고 공이가 젖혀지는 소리가 창고를 울렸다.
총구가 A의 미간을 향했다.
그 찰나, 정적을 깨고 무언가 튀어 나갔다. 새로 온 신입, H였다.
그는 짐승 같은 속도로 부대장에게 달려들어, 총을 쥔 손목을 그대로 물어뜯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대로 그 손목을 팔에서 떨어뜨렸다.
"크아악!"
부대장은 비명을 지르며 지시를 내리려고 했다.
허나,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부대원 중 하나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부분대장이었다.
그는 총검을 뽑아 들어 망설임 없이 부대장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모두가 순식간에 일어난 눈앞의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다.
H는 입가에 피를 묻힌 채 숨을 헐떡였고, 부분대장은 시체가 된 부대장을 발로 밀어내며 담담히 서 있었다.
"죄송합니다. A씨가 위험해서… 저도 모르게."
H가 A를 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저는… 개 요괴입니다."
부분대장이 총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도 사람입니다. 영문도 모르고 사람 죽이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됐습니다."
다른 부대원들도 모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는, 마치 공포가 아닌 해방감이 서려 있었다.
D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들… 이제 어떡하려고. 처리당하는 거 아니야?"
"우리는 한국군 소속이 아닙니다."
부분대장이 말했다.
"원래는 'SCP'라는 재단 소속이었지만… 본대에서 버려진 몸들입니다. 어차피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A는 바닥에 떨어진 설계도를 집어 들었다.
“이런 걸 만드는 곳입니까?”
“그건 저 망할 놈이 멋대로 들고 온 거라서. 제가 아는 것이라곤 군사학 정도지, 그런 전문 지식은 잘 모릅니다.”
“다행이군요.”
A는 곧장 망설임 없이 그걸 불타는 난로에 던져 넣었다.
종이는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부분대장은 그 모습을 보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갈 곳이 없는 몸입니다. 혹시 저희를… 고용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는 자신과 부대원들을 가리켰다.
"배운 건 없지만, 뭐든 하겠습니다. 신분증 같은 건… 이미 다 준비해 두었습니다."
A는 잠시 아홉 명의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함께 기묘한 동질감이 서려 있었다.
결국, 그들 모두 세상에서 버려지고 내몰린 자들이었다.
A는 부분대장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힘 쓰는 일과 머리 쓰는 일 중 잘 하시는 건?”
“여기 제 친구는 그나마 샐러리맨 출신입니다.”
“그럼, 니는?”
I가 말하자, 부분대장은 살짝 쑥쓰러워 했다.
“뭐, 시인 지망생이었죠.”
“보고서 하나는 잘 쓰겠네요.”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이 다 웃었다.
“좋아, 그럼, 저 망할 것은?”
D의 물음에 부분대장이 말했다.
“제가 처리하죠. 시체도 안 남기게. 그놈의 무슨 형식 번호인지 외우는 것보다 차라리 간단한 게 더 나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날, 트웰브 웍스는 한번에 전직 특수부대원 10명을 새로운 식구로 맞이했다.
그렇게 이날, 그들은 12명의 각 대표 이사가 정해졌다.
창업자 5명과 초창기 신입 F, G.
그리고 1980년에 합류한 H, I, J.
재단 본대에서 버림받은 부분대장 K와 그와 어느 정도 지식은 있는 대원 L까지.
총 12명은 회사를 이끄는 이사회가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트웰브 웍스를 더더욱 발전시켜 나갔다.
#626트루스콜로◆dFZ.WlVUja(S53d93PK86)2025-09-05 (금) 07:04:50
세월은 낡은 창고를 거대한 빌딩으로 바꾸어 놓았다.
다섯 청년의 분노와 열정으로 시작된 작은 부품 회사는, 이제 거대 복합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회사를 거쳐 갔고, 이사회 또한 새로운 피로 채워졌다.
트웰브 웍스는 독특한 기업 문화를 가지게 되었다.
인간이 아닌 존재, 세상이 '이종족'이라 부르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우대했으며, 소외된 자들의 권익을 위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이사회에는 인간이 아닌 이사도 존재했다.
세상의 혼란스러운 흐름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그들은 언제나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이사회에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규칙이 있었다.
매달 열리는 정기 회의에, 12명의 이사는 반드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십이지 동물 가면'을 쓰고 참석해야 한다는 것.
그곳에서 그들은 이름이나 직위가 아닌, 오직 '쥐', '소', '호랑이'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가면 아래에서는 모두가 평등했다.
199X년, 한반도에 다시 포성이 울려 퍼졌다.
TV와 라디오에서는 '2차 한국 전쟁'의 개전을 알리는 긴급 속보가 쏟아져 나왔다.
그날 밤, 본사 빌딩의 최상층 회의실에 12개의 그림자가 모여들었다.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12개의 가면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개' 가면이었다.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지금과 같은 합의체 방식으로는 이후,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전임 이사가 추천한 군인 출신답게 냉정하고 단호했다.
"이제 우리에겐 중심이 필요합니다. 회사를 이끌 한 명의 대표를 뽑아야 합니다.“
'원숭이' 가면이 동의했다.
"개의 말에 찬성합니다. 평시에는 경합과 토론이 최선이지만, 이런 전시에는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이후에도 경합을 유지하지만, 중요한 자리에는 대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소'의 가면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이념 아래 여기까지 왔소. 이제와서 서열을 정하는 것은 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오."
그가 말하자 '닭', '토끼', '말', '쥐' 가면들, 즉, '소'를 포함한 창업 멤버들이 모두 동의의 뜻으로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뱀'의 가면이 부드럽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기에 더욱, 당신들 중에서 대표가 나와야만 합니다."
일곱 개의 가면, 후발주자들의 시선이 모두 창업 멤버 다섯에게로 향했다.
"이 회사를 처음 일으키고, 가장 험난한 길을 걸어오신 분들입니다. 이것은 서열을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무거운 짐을 질 수 있는 분에게 잠시 책임을 맡기자는 겁니다. 그럴 자격이 있는 분들은 당신들뿐입니다."
창업 멤버들은 한사코 반대했다.
우리 중 누구도 다른 이들 위에 설 수 없다고, 그건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곱 명의 이사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존경과 믿음이 확고하게 서려 있었다.
결국, 기나긴 설득 끝에 창업 멤버들은 투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투표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각자 종이에 단 하나의 이름을 적어 상자에 넣었다. 개표는 '돼지' 가면이 맡았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총 투표수 12표 중, 7표. '쥐'."
회의실의 모든 시선이 '쥐' 가면을 쓴 이에게로 향했다.
과거, 차가운 자취방에서 "이대로는 안 돼."라며 처음 침묵을 깼던 남자, A였다.
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면을 천천히 벗을까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다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그는 말없이 일어나더니, 자신을 믿어준 11명의 동료들을 차례차례 둘러보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이것만 부탁하겠소.”
“네, 대표님.”
“난 이번 전쟁이 마칠 때까지 대표로 있겠소. 그리고 이후 자리는, 나만 아니라 다른 이들보다 젊은 피로 부탁하오.”
쥐가 자신과 같이 시작했던 이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찬성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들도 이번 전쟁이 끝나면 은퇴할 생각이었다고.
그리고 그 뒤에는…
“동시에 이번과 같이 그 의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약조할 수 있겠소?”
그 뒤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남은 그들은 가면을 벗지 않아도 당연하게 나올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END-
다섯 청년의 분노와 열정으로 시작된 작은 부품 회사는, 이제 거대 복합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회사를 거쳐 갔고, 이사회 또한 새로운 피로 채워졌다.
트웰브 웍스는 독특한 기업 문화를 가지게 되었다.
인간이 아닌 존재, 세상이 '이종족'이라 부르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우대했으며, 소외된 자들의 권익을 위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이사회에는 인간이 아닌 이사도 존재했다.
세상의 혼란스러운 흐름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그들은 언제나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이사회에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규칙이 있었다.
매달 열리는 정기 회의에, 12명의 이사는 반드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십이지 동물 가면'을 쓰고 참석해야 한다는 것.
그곳에서 그들은 이름이나 직위가 아닌, 오직 '쥐', '소', '호랑이'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가면 아래에서는 모두가 평등했다.
199X년, 한반도에 다시 포성이 울려 퍼졌다.
TV와 라디오에서는 '2차 한국 전쟁'의 개전을 알리는 긴급 속보가 쏟아져 나왔다.
그날 밤, 본사 빌딩의 최상층 회의실에 12개의 그림자가 모여들었다.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12개의 가면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개' 가면이었다.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지금과 같은 합의체 방식으로는 이후,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전임 이사가 추천한 군인 출신답게 냉정하고 단호했다.
"이제 우리에겐 중심이 필요합니다. 회사를 이끌 한 명의 대표를 뽑아야 합니다.“
'원숭이' 가면이 동의했다.
"개의 말에 찬성합니다. 평시에는 경합과 토론이 최선이지만, 이런 전시에는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이후에도 경합을 유지하지만, 중요한 자리에는 대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소'의 가면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이념 아래 여기까지 왔소. 이제와서 서열을 정하는 것은 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오."
그가 말하자 '닭', '토끼', '말', '쥐' 가면들, 즉, '소'를 포함한 창업 멤버들이 모두 동의의 뜻으로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뱀'의 가면이 부드럽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기에 더욱, 당신들 중에서 대표가 나와야만 합니다."
일곱 개의 가면, 후발주자들의 시선이 모두 창업 멤버 다섯에게로 향했다.
"이 회사를 처음 일으키고, 가장 험난한 길을 걸어오신 분들입니다. 이것은 서열을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무거운 짐을 질 수 있는 분에게 잠시 책임을 맡기자는 겁니다. 그럴 자격이 있는 분들은 당신들뿐입니다."
창업 멤버들은 한사코 반대했다.
우리 중 누구도 다른 이들 위에 설 수 없다고, 그건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곱 명의 이사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존경과 믿음이 확고하게 서려 있었다.
결국, 기나긴 설득 끝에 창업 멤버들은 투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투표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각자 종이에 단 하나의 이름을 적어 상자에 넣었다. 개표는 '돼지' 가면이 맡았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총 투표수 12표 중, 7표. '쥐'."
회의실의 모든 시선이 '쥐' 가면을 쓴 이에게로 향했다.
과거, 차가운 자취방에서 "이대로는 안 돼."라며 처음 침묵을 깼던 남자, A였다.
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면을 천천히 벗을까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다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그는 말없이 일어나더니, 자신을 믿어준 11명의 동료들을 차례차례 둘러보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이것만 부탁하겠소.”
“네, 대표님.”
“난 이번 전쟁이 마칠 때까지 대표로 있겠소. 그리고 이후 자리는, 나만 아니라 다른 이들보다 젊은 피로 부탁하오.”
쥐가 자신과 같이 시작했던 이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찬성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들도 이번 전쟁이 끝나면 은퇴할 생각이었다고.
그리고 그 뒤에는…
“동시에 이번과 같이 그 의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약조할 수 있겠소?”
그 뒤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남은 그들은 가면을 벗지 않아도 당연하게 나올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