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2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44F】 (4178)
작성자:天子魔◆lMF.VqjaE.
작성일:2026-02-13 (금) 16:42:19
갱신일:2026-02-16 (월) 02:21:20
#0天子魔◆lMF.VqjaE.(ZjkE0ZOlHu)2026-02-13 (금) 16: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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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8천마◆lMF.VqjaE.(56d1e135)2026-02-15 (일) 10:46:17
달밤이 뚜렷해질 때 그는 카게치요와 만나고자 교정의 동산에 섰다.
신하린의 호위를 여느 때와 같이 사저에게 떠넘긴 뒤다.
평소와 달리 검은 무복을 입은 채, 학교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나무에 몸을 기댔다.
학교에 숨어들 적에는 당직을 서던 교수에게 들켰으나 문제될 건 없는 일.
그의 상황은 이미 교수진의 주축에게 전해져 있었다.
그 때문에 이 정도 독단 행동은 봐줘도 무방한 모양이다.
깐깐하기 짝이 없는 강권의 고수인 철사백조차, 그를 눈감아줬기에.
그는 그렇게 동산에서 동산 아래의 학교와, 학교 근처 거리를 눈에 담았다.
그가 알고 있던 서울의 풍경과 비슷하게 불빛이 일렁이는 모습.
사파의 습격을 두려워 해 10시도 전에 모든 불을 끄는 것과는 다른 모습에 시선이 팔릴 때,
홀연히 등 뒤에서 들려온 말이 그의 귓가에 저미듯이 스며든다.
"...왜 혼자인가요 ? "
그 목소리의 주인은 카게치요였다.
기감으로 그 신형이 붙잡히지 않는 와중에,
몇개의 투로가 홀연히 드러났다 사라지는 것을 그는 느낀다.
순간의 살의와, 그 손아귀에 잡힌 도刀의 공능이다.
"스승님이 못 오시니까."
"스승 ? "
"현검자."
"현검자."
돌아볼 적 몇차례 되뇌이는 그 모습은 마치 전투를 준비한 듯 왜갑倭鉀을 걸치고 있었다.
손에 쥔 도에는 도기刀氣가 드러나 보이지 않으나,
그것은 도기보다도 상위의 수법인 도사刀絲가 펼쳐져 있기 때문임을 그는 알았다.
다름이 아니라 그저 그 도가 천천히 하단에 기울어지는 것만으로도 대기가 갈라지고 있기에.
도를 휘두르지 않고 그저 움직일 뿐인데도 거목이 잘려나갈 것 같은 정도의 힘은,
일반적인 검기현인劍氣現刃의 경지를 능가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기에 그랬다.
"현검자...? "
그리고 그녀의 표정이 사뭇 이상하게 일그러졌을 때.
그는 게임에서나 보던 제대로 된 카게치요의 전투복에,
그에 맞지 않는 표정을 지으면서 순간 당황한 여자를 보면서 생각했다.
일전 그와 검을 마주하였을 때는 보이지 않던 도사를 끄집어낸 것은,
어찌 보면 좀 더 사람을 베어낼만한 각오를 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
"철원에서 배면귀胚面鬼를 베어내느라 바쁘다고 하시던데. 정확한 건 모른다."
"배면귀...? 적련의, 그 눈만 마주쳐도 여자를 회임시킨다는 괴물...?
아니, 그것보다도. 현검자라니. 당신."
하지만 고작해야 현검자의 이름이 나온 것만으로 이리 허둥거려서야,
그녀가 과연 영사마교가 침습해오는 지금의 상황에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심지어는 그 이유조차도 그가 적당히 지어냈을 뿐인 것을 들었을 뿐인데.
그게 의미라는 건 간단했다.
"하광검문의 직전제자였나요...? "
"아니라고 말한 적은 없지."
참선참악斬善斬惡의 광론狂論을 말하던 모습과는 다르지만,
결국에는 그조차도 그의 기억 속에나 있는 모습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사실이, 꽤 생경하다.
"그렇지만 그런 신분만 가지고 약속을 안 지킬 건 아니다.
증명 해낼 방도도 모르고, 애시당초 그걸 증명하기 위해 몇명에게 이야기를 넓혀야 할지 모르니까.
그러니."
이미 두어번 회귀를 거치며, 그가 알고 있는 카게치요라는 것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음을 주지한 채.
그는 그 도사가 어찌 움직이는 지를 신경쓰지 않고, 동산을 내려가는 발을 움직이기로 했다.
"내가 아니라 또 다른 하광검문의 무인에게 검증을 부탁하러 가보자고."
그 움직임을 뒤따르는 일전에 본 기척이 하나 있다는 건, 카게치요는 몰라도 그는 인지한 바.
후미나.
그 여자가 도대체 왜 그를 뒤따르고 있고, 그것이 그녀의 생각에서 나온 움직임인지.
아니면 그녀를 뒤집어쓰고 있는 괴물이 생각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며.
그는 찾아가기로 했다.
이 학교의 교정 바깥에 있을, 하광검문의 주축 중 하나일 남자.
살검귀인殺劍貴人을.
*
즈려밟는 발걸음이 이어질 때, 그와 카게치요는 최대한 행로를 제약했다.
간단히 말해 사람이 없고, 기척이 없고, 뒤따르기 어려운 길을 걸었다는 이야기다.
분극류는 그런 방도에 영 적합하지 않으나,
사저에게 하사받은 식광멸명전의 요결을 어렴풋이나마 따라함이 도움이 된다.
광세진경의 흡기행공과 어우러지며 진기의 흐름을 체내에 붙잡아 가둘 적,
대로에서 걸어다니는 대학부의 선배나, 관련인들을 힐끗 보던 카게치요가 말했다.
[현검자께 사사받았다는 건, 하광검문의 검초를 배웠다는 거지요 ? ]
[그렇지.]
전음이다.
다른 이들이 전음을 읽어낼 수 없을 정도로 카게치요와 가까이 선 채,
그들은 야음을 틈타 걸어간다.
[그래서였나요. 쾌의결 수련과, 그와 다른 수련에서의 검초가 완전히 다른 색채였던 건.]
[그걸 느꼈나 ? ]
[느끼지 못할리가 없잖아요. 검류 속의 속성 자체가 달랐는데.
그리고...그런데도, 검봉과는 다른 반에 들어온 건가요.]
그 움직임이 어느 정도 이어져갈 때 왁자지껄한 주변을 점차 벗어난다 해야겠지.
중심가에서는 완전히 맥을 달리 탔다.
북한강을 타고 참린어망站璘魚網의 요마를 베고 온 듯한 대학부 선배들의 비린내도 사라져간다.
그리고.
"그게, 설봉을 호위하기 위해 검문이 당신에게 내린 명령인건가요 ? "
카게치요가 전말을 이해했는지, 그 꼬리를 살랑이며 육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녀의 기감으로 근처에 그녀의 말을 파악할만한 고수가 없다 여긴 듯한 느낌이었다.
그 또한 다르지는 않았다. 뒤따르던 후미나의 기척은 어느 순간 쫓지 못한 듯 멀어져 있다.
그리고 그렇기에, 일전 그 녀석이 그에게 안내해줬던 가게에 가까워져가며 느릿하게 답했다.
"그래."
과연 그것을 무슨 의미로 물은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고작 세개 남은 도시 중 가장 큰 서울이 망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그걸 가지고 일신의 무력을 가다듬기 위해서 호위를 유기하고 도망다닐 수야 없지."
"...정말로 ? "
"뭐, 그걸 맡아서 좀 더 얻은 게 많기는 했다. 너한테 말하기는 어렵지만."
왜인지 그가 그리 대답할 때, 카게치요의 얼굴이 희미하게 붉어지는 걸 그는 뒷편에서 보았다.
뭘 생각한걸까.
하지만 뭘 생각했는지도, 사실은 그닥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제 눈에 담긴 여자를 알고 있었다.
사실은 모를지도 모르나, 그의 이성은 그럭저럭의 기억을 되새겨낸 지 오래다.
그는 이해하지 못해도 그가 전생에 살아오며 보았던 다른 이들은 이해했을 설정들.
가문에서의 학대, 여아를 씨받이로 여기는 풍조, 자신들끼리 행하는 근친상간,
아비가 제 누이를 범해 태어난 족속, 미쳐버린 어미, 일만년에 한번 태어날 법 하다는 짙은 피의 순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고, 누구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가문의 공주.
그런 것 따위가 복합적으로 결합하며 만들어진 성정 따위를 이해하고,
그리고 이 세계에서 보이는, 카게치요에게서 드러나는 사회성 부족조차도 읽어냈다.
행동에 이따금 드러나는 그 뿌리 깊은 결핍을, 그는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
"혼례나 정사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닌건가요...? "
...그 결핍이 이런 식으로 드러날지는 몰랐지만, 그는 그저 몇차례 눈을 떴다 감았다.
고작해야 스무살도 안 된 여자애의 말, 흘려보내거나, 비웃거나, 무시하고 넘기면 될 걸.
왜 굳이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말하는가를 생각할 뿐인 것이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생각해볼 적 그닥 좋은 방향성은 아니었다.
"얽매이는 것도 그닥 나쁜 일은 아니니까."
그런데도 그는 그도 모른 새에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런, 가요 ? "
"어차피 언젠가, 살아가면서 이따금. 원치 않는 선택과 업보에 휘말려야 한다면.
적어도 나는 개중에서 더 좋은 선택을 택했다고 믿을 뿐인거야. 어쩔 수 없지."
그조차도 믿지 못할 말을 과연 그녀가 어떻게 느낄련지.
그것이 퍽 웃기지도 않아서 입가에 조소를 맺은 채, 어느샌가 도착한다.
그렇게 몇차례, 그저 문고리를 잡고 문에 두드리며 그 너머에 진동을 전했다.
"어쩔 수가 없는 일은, 인생에 늘 있는 법이야. 안 그런가."
"...그럴지도."
그리고 그렇게 그의 말이 끝맺고, 뒤에 선 카게치요가 어찌 생각하는지를.
그 표정조차 보지 못한 채 머릿속으로만 상상해나갈 적에.
문이 열렸다.
그 뒤에는 사람이 없다.
동양풍의 가옥같은 가게 전각의 1층, 그 너머의 탁자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던 거한이,
손짓 하나 없이 문만을 열어낸 채 그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말했다.
"그럭저럭 강해졌고, 배짱은 여전하군."
그 술잔에 담기는 혈향이 자욱하다.
무엇으로 담은 것인지 모를 독주의 그을음을 퍼뜨릴 적에 말소리는 부지간에 끊어졌다.
" ㅡ 저런 것을 달고 다니다니. 과연 현검자의 제자답다."
그 말 한 마디에, 세상이 느려져갔을 뿐인 것이다.
또 다시 보자마자 칼이라도 뽑아내는 거냐는 어처구니없음이 그의 뇌리를 스친다.
발검. 그의 손이 검을 뽑아내는 속도가 느리다. 아니, 그는 빠르다.
어디까지나 그가 인지하고 있는, 향해오는 듯한 검속에 비해 느릴 뿐이다.
시야 속의 거한이 의자에 몸을 지탱한 채 어검을 뻗어오는 속도는 초秒로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어기지력御氣之力이 요동친다.
그 손아귀를 타고 뻗어져 있는 백락이 백색보다 희게 빛나고 있었다.
광신백락체光身白絡體를 연성해낸 이의 육체야말로 한 순간에 빛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듯,
혼魂이 실린 검은 그가 인지할 수조차 없는 속도로 뻗어지고 ㅡㅡㅡㅡㅡ
이윽고, 그를 지나쳤다.
진광십검식盡光十劍式.
칠초七招 • 어검御劍.
석하夕霞.
그렇게 한 차례 세상이 분단된 것 같았다.
단 한 차례, 그를 정확하게 마주하지도 않은 채 검劍이 선線을 그었을 뿐인데.
그 선이 올곧게 남은 채 천천히 번져간다. 시선으로만 뒤쫓을 수 있던 모든 풍경이 짓이겨졌다.
그가 외법外法으로 펼쳐냈전 진광십검식과는 다른 진정으로 입문해낸 검법의 묘용 속에서.
오로지 빛 한 자락만이 그것이 스쳐지나가며 일그러진 세상 속에서 뚜렷하게 남았다.
남았고.
그리고.
"잡았군."
"■■■■■ ㅡ !! !! !! "
그 종점에서, 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칼이 꽂혀진 자의 몸이 비명을 내지른다.
들려온 말이 끝을 맺을 때가 일초였다.
부숴져나간 왜갑, 검의 안에서 넘치듯 퍼진 기광氣光, 광파가 이글거리며 불사르는 요妖.
뒤돌아섰을 때, 카게치요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채, 천천히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 카게치요가 뒤를 돌며,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았다.
"후, 미나...! "
"이게 호위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 ? "
어느샌가, 몸의 균형이 더 허물어진 듯한 몸으로 거한이 걸어왔다.
그 상태로, 검에 꿰뚫린 채 천천히 경직한 반요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광자光子를 머금은 손이 그대로 그것을 그림자 속에서 뽑아낸다.
으드드득,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무리 기질이 닮았다고 하나 그림자 속에서 혼魂을 노리는 것을 호위라 부르면 쓰나."
목뼈에서부터 척추까지가 어찌 되든 상관없이 뽑아낸 손에 들린 채,
어검에 의해 반토막 난 몸의 밑으로 뱀이 달랑거리는 여자가.
비명을 내지르며 미친듯이 발버둥치고 있었다.
"마침 잘 되었다. 이제 흑경을 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을테지."
"...아니요 ? "
"아니라고 ? 진광십검식을 발해낸 흔적이 몸에 남아있는데 ? "
"그런 것도 보인답니까...? "
그리고 그것을 들어올린 채 살검귀인이 말하는 말이 그것이다.
그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거한의 눈이 그를 보나 그것이 사실이다.
그가 발했던 진광십검식은 어디까지나 외법에 불과했을 뿐이다.
선천지기를 어찌저찌 갈아버리는 식으로나 쓴 것을, 썼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것에 거한이 의문을 표한다.
"왜 못 쓰는거지 ? "
"그야 제 선천지기에 광자가 충분히 깃들어 있지 않으니 그런 것 아닙니까."
"그럴 거라면 애시당초 광세진경에 입문조차 하지 못했겠지."
그 의문을 담은 말과 함께 살검귀인의 손아귀에서는 새하얀 빛이 이글거리듯 피어났다.
백락이 소성을 넘어서며 얻게 되는 육체, 광신백락체와는 다르다.
그 새하얀 빛이 피어나면서 점점 더 가속했고, 가속하며 또 가속한 끝에, 어느샌가 어둠이 찾아온다.
인지를 불허不許하는 영역까지 진기가 가속하기에 흑경黑經이었다.
달리 말해 광점흑경선규光點黑經仙竅라고 일컬어지는 것의 공능이 진기의 속성을 극성極成으로 끄집어냈다.
"■■■■■■ ㅡ !! 아아, ■■■■■■ - !!! "
그 광자의 공능이 드러날 때마다, 들어올려진 후미나의 피륙을 타고 낙뢰자국처럼 기파氣派가 뻗어졌다.
거한의 눈이 그를 보면서 후미나의 육체가 부들 부들 떨렸다.
피부가 갈라진다. 핏물이 떨어져 내린다. 녹색의 액체가 맺히고, 그 안에서 비늘이 돋아나는 듯 하다.
'선천先天은 언제나 후천後天보다 우월한가 ? "
그 모습을 신경쓰지 않고 거한은 그저 질문을 던질 뿐이다.
"무슨 말을."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해도 도달하는 방도는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이야말로 합리合理의 요체다.
만류귀종萬流歸終은 도달하지 못한 자의 터무니없는 오만이며.
종파만류宗破萬流조차 그 너머를 보지 못한 자들이 추구하는 허상에 불과한 바."
그리고 그 질문의 도중에 ㅡ 그의 손이 쥐어짜낸 후미나의 육신이 어느 순간 멈췄다.
그것이 끓어오르고, 살가죽이 천천히 녹아내리듯 떨어진다.
살가죽이 떨어져 나간 피부 아래에는 매끈한 것이 빛나고 있었다.
"너의 내공은 이미 회천回天에 도달할 자격을 갖췄다."
드러난 그것이 사인蛇人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걸 느꼈을 때,
카게치요가 기겁하듯 발을 뒤로 했고, 그는 한 걸음을 앞으로 나아가며 봐야 했던 것이다.
흐리멍텅하게 초점이 없는, 사람의 얼굴 거죽이 펄럭이며 드러난 뱀의 눈.
"한번 시도해볼테냐. 이것의 몸을 감추고 있던 요력을 부수는 것을."
그 뱀의 눈이야말로, 그를 세번이나 회귀시킨 것의 모습이다.
그것에 그의 몸이 굳고, 거한이 그림자에서 뽑혀나온 것을 손에서 놓아,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반인반사에 가까워진, 미성체를 미끌거리며 떨어뜨릴 때.
그는 내공을 일으키기보다, 불현듯이 카게치요의 얼굴을 보았다.
자신의 호위였던 것의 안에서 드러난 괴물을 마주본 여인의 얼굴을 보고.
그 얼굴이 마치 넋이 나간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굳은 것을 볼 적에, 검이 뽑혀 나왔다.
거한의 앞에 떨어져 내린 것을 향하듯이.
검이 천천히 움직이며, 그것의 급소라는 걸 노릴 기수를 취했다.
신하린의 호위를 여느 때와 같이 사저에게 떠넘긴 뒤다.
평소와 달리 검은 무복을 입은 채, 학교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나무에 몸을 기댔다.
학교에 숨어들 적에는 당직을 서던 교수에게 들켰으나 문제될 건 없는 일.
그의 상황은 이미 교수진의 주축에게 전해져 있었다.
그 때문에 이 정도 독단 행동은 봐줘도 무방한 모양이다.
깐깐하기 짝이 없는 강권의 고수인 철사백조차, 그를 눈감아줬기에.
그는 그렇게 동산에서 동산 아래의 학교와, 학교 근처 거리를 눈에 담았다.
그가 알고 있던 서울의 풍경과 비슷하게 불빛이 일렁이는 모습.
사파의 습격을 두려워 해 10시도 전에 모든 불을 끄는 것과는 다른 모습에 시선이 팔릴 때,
홀연히 등 뒤에서 들려온 말이 그의 귓가에 저미듯이 스며든다.
"...왜 혼자인가요 ? "
그 목소리의 주인은 카게치요였다.
기감으로 그 신형이 붙잡히지 않는 와중에,
몇개의 투로가 홀연히 드러났다 사라지는 것을 그는 느낀다.
순간의 살의와, 그 손아귀에 잡힌 도刀의 공능이다.
"스승님이 못 오시니까."
"스승 ? "
"현검자."
"현검자."
돌아볼 적 몇차례 되뇌이는 그 모습은 마치 전투를 준비한 듯 왜갑倭鉀을 걸치고 있었다.
손에 쥔 도에는 도기刀氣가 드러나 보이지 않으나,
그것은 도기보다도 상위의 수법인 도사刀絲가 펼쳐져 있기 때문임을 그는 알았다.
다름이 아니라 그저 그 도가 천천히 하단에 기울어지는 것만으로도 대기가 갈라지고 있기에.
도를 휘두르지 않고 그저 움직일 뿐인데도 거목이 잘려나갈 것 같은 정도의 힘은,
일반적인 검기현인劍氣現刃의 경지를 능가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기에 그랬다.
"현검자...? "
그리고 그녀의 표정이 사뭇 이상하게 일그러졌을 때.
그는 게임에서나 보던 제대로 된 카게치요의 전투복에,
그에 맞지 않는 표정을 지으면서 순간 당황한 여자를 보면서 생각했다.
일전 그와 검을 마주하였을 때는 보이지 않던 도사를 끄집어낸 것은,
어찌 보면 좀 더 사람을 베어낼만한 각오를 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
"철원에서 배면귀胚面鬼를 베어내느라 바쁘다고 하시던데. 정확한 건 모른다."
"배면귀...? 적련의, 그 눈만 마주쳐도 여자를 회임시킨다는 괴물...?
아니, 그것보다도. 현검자라니. 당신."
하지만 고작해야 현검자의 이름이 나온 것만으로 이리 허둥거려서야,
그녀가 과연 영사마교가 침습해오는 지금의 상황에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심지어는 그 이유조차도 그가 적당히 지어냈을 뿐인 것을 들었을 뿐인데.
그게 의미라는 건 간단했다.
"하광검문의 직전제자였나요...? "
"아니라고 말한 적은 없지."
참선참악斬善斬惡의 광론狂論을 말하던 모습과는 다르지만,
결국에는 그조차도 그의 기억 속에나 있는 모습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사실이, 꽤 생경하다.
"그렇지만 그런 신분만 가지고 약속을 안 지킬 건 아니다.
증명 해낼 방도도 모르고, 애시당초 그걸 증명하기 위해 몇명에게 이야기를 넓혀야 할지 모르니까.
그러니."
이미 두어번 회귀를 거치며, 그가 알고 있는 카게치요라는 것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음을 주지한 채.
그는 그 도사가 어찌 움직이는 지를 신경쓰지 않고, 동산을 내려가는 발을 움직이기로 했다.
"내가 아니라 또 다른 하광검문의 무인에게 검증을 부탁하러 가보자고."
그 움직임을 뒤따르는 일전에 본 기척이 하나 있다는 건, 카게치요는 몰라도 그는 인지한 바.
후미나.
그 여자가 도대체 왜 그를 뒤따르고 있고, 그것이 그녀의 생각에서 나온 움직임인지.
아니면 그녀를 뒤집어쓰고 있는 괴물이 생각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며.
그는 찾아가기로 했다.
이 학교의 교정 바깥에 있을, 하광검문의 주축 중 하나일 남자.
살검귀인殺劍貴人을.
*
즈려밟는 발걸음이 이어질 때, 그와 카게치요는 최대한 행로를 제약했다.
간단히 말해 사람이 없고, 기척이 없고, 뒤따르기 어려운 길을 걸었다는 이야기다.
분극류는 그런 방도에 영 적합하지 않으나,
사저에게 하사받은 식광멸명전의 요결을 어렴풋이나마 따라함이 도움이 된다.
광세진경의 흡기행공과 어우러지며 진기의 흐름을 체내에 붙잡아 가둘 적,
대로에서 걸어다니는 대학부의 선배나, 관련인들을 힐끗 보던 카게치요가 말했다.
[현검자께 사사받았다는 건, 하광검문의 검초를 배웠다는 거지요 ? ]
[그렇지.]
전음이다.
다른 이들이 전음을 읽어낼 수 없을 정도로 카게치요와 가까이 선 채,
그들은 야음을 틈타 걸어간다.
[그래서였나요. 쾌의결 수련과, 그와 다른 수련에서의 검초가 완전히 다른 색채였던 건.]
[그걸 느꼈나 ? ]
[느끼지 못할리가 없잖아요. 검류 속의 속성 자체가 달랐는데.
그리고...그런데도, 검봉과는 다른 반에 들어온 건가요.]
그 움직임이 어느 정도 이어져갈 때 왁자지껄한 주변을 점차 벗어난다 해야겠지.
중심가에서는 완전히 맥을 달리 탔다.
북한강을 타고 참린어망站璘魚網의 요마를 베고 온 듯한 대학부 선배들의 비린내도 사라져간다.
그리고.
"그게, 설봉을 호위하기 위해 검문이 당신에게 내린 명령인건가요 ? "
카게치요가 전말을 이해했는지, 그 꼬리를 살랑이며 육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녀의 기감으로 근처에 그녀의 말을 파악할만한 고수가 없다 여긴 듯한 느낌이었다.
그 또한 다르지는 않았다. 뒤따르던 후미나의 기척은 어느 순간 쫓지 못한 듯 멀어져 있다.
그리고 그렇기에, 일전 그 녀석이 그에게 안내해줬던 가게에 가까워져가며 느릿하게 답했다.
"그래."
과연 그것을 무슨 의미로 물은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고작 세개 남은 도시 중 가장 큰 서울이 망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그걸 가지고 일신의 무력을 가다듬기 위해서 호위를 유기하고 도망다닐 수야 없지."
"...정말로 ? "
"뭐, 그걸 맡아서 좀 더 얻은 게 많기는 했다. 너한테 말하기는 어렵지만."
왜인지 그가 그리 대답할 때, 카게치요의 얼굴이 희미하게 붉어지는 걸 그는 뒷편에서 보았다.
뭘 생각한걸까.
하지만 뭘 생각했는지도, 사실은 그닥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제 눈에 담긴 여자를 알고 있었다.
사실은 모를지도 모르나, 그의 이성은 그럭저럭의 기억을 되새겨낸 지 오래다.
그는 이해하지 못해도 그가 전생에 살아오며 보았던 다른 이들은 이해했을 설정들.
가문에서의 학대, 여아를 씨받이로 여기는 풍조, 자신들끼리 행하는 근친상간,
아비가 제 누이를 범해 태어난 족속, 미쳐버린 어미, 일만년에 한번 태어날 법 하다는 짙은 피의 순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고, 누구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가문의 공주.
그런 것 따위가 복합적으로 결합하며 만들어진 성정 따위를 이해하고,
그리고 이 세계에서 보이는, 카게치요에게서 드러나는 사회성 부족조차도 읽어냈다.
행동에 이따금 드러나는 그 뿌리 깊은 결핍을, 그는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
"혼례나 정사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닌건가요...? "
...그 결핍이 이런 식으로 드러날지는 몰랐지만, 그는 그저 몇차례 눈을 떴다 감았다.
고작해야 스무살도 안 된 여자애의 말, 흘려보내거나, 비웃거나, 무시하고 넘기면 될 걸.
왜 굳이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말하는가를 생각할 뿐인 것이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생각해볼 적 그닥 좋은 방향성은 아니었다.
"얽매이는 것도 그닥 나쁜 일은 아니니까."
그런데도 그는 그도 모른 새에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런, 가요 ? "
"어차피 언젠가, 살아가면서 이따금. 원치 않는 선택과 업보에 휘말려야 한다면.
적어도 나는 개중에서 더 좋은 선택을 택했다고 믿을 뿐인거야. 어쩔 수 없지."
그조차도 믿지 못할 말을 과연 그녀가 어떻게 느낄련지.
그것이 퍽 웃기지도 않아서 입가에 조소를 맺은 채, 어느샌가 도착한다.
그렇게 몇차례, 그저 문고리를 잡고 문에 두드리며 그 너머에 진동을 전했다.
"어쩔 수가 없는 일은, 인생에 늘 있는 법이야. 안 그런가."
"...그럴지도."
그리고 그렇게 그의 말이 끝맺고, 뒤에 선 카게치요가 어찌 생각하는지를.
그 표정조차 보지 못한 채 머릿속으로만 상상해나갈 적에.
문이 열렸다.
그 뒤에는 사람이 없다.
동양풍의 가옥같은 가게 전각의 1층, 그 너머의 탁자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던 거한이,
손짓 하나 없이 문만을 열어낸 채 그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말했다.
"그럭저럭 강해졌고, 배짱은 여전하군."
그 술잔에 담기는 혈향이 자욱하다.
무엇으로 담은 것인지 모를 독주의 그을음을 퍼뜨릴 적에 말소리는 부지간에 끊어졌다.
" ㅡ 저런 것을 달고 다니다니. 과연 현검자의 제자답다."
그 말 한 마디에, 세상이 느려져갔을 뿐인 것이다.
또 다시 보자마자 칼이라도 뽑아내는 거냐는 어처구니없음이 그의 뇌리를 스친다.
발검. 그의 손이 검을 뽑아내는 속도가 느리다. 아니, 그는 빠르다.
어디까지나 그가 인지하고 있는, 향해오는 듯한 검속에 비해 느릴 뿐이다.
시야 속의 거한이 의자에 몸을 지탱한 채 어검을 뻗어오는 속도는 초秒로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어기지력御氣之力이 요동친다.
그 손아귀를 타고 뻗어져 있는 백락이 백색보다 희게 빛나고 있었다.
광신백락체光身白絡體를 연성해낸 이의 육체야말로 한 순간에 빛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듯,
혼魂이 실린 검은 그가 인지할 수조차 없는 속도로 뻗어지고 ㅡㅡㅡㅡㅡ
이윽고, 그를 지나쳤다.
진광십검식盡光十劍式.
칠초七招 • 어검御劍.
석하夕霞.
그렇게 한 차례 세상이 분단된 것 같았다.
단 한 차례, 그를 정확하게 마주하지도 않은 채 검劍이 선線을 그었을 뿐인데.
그 선이 올곧게 남은 채 천천히 번져간다. 시선으로만 뒤쫓을 수 있던 모든 풍경이 짓이겨졌다.
그가 외법外法으로 펼쳐냈전 진광십검식과는 다른 진정으로 입문해낸 검법의 묘용 속에서.
오로지 빛 한 자락만이 그것이 스쳐지나가며 일그러진 세상 속에서 뚜렷하게 남았다.
남았고.
그리고.
"잡았군."
"■■■■■ ㅡ !! !! !! "
그 종점에서, 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칼이 꽂혀진 자의 몸이 비명을 내지른다.
들려온 말이 끝을 맺을 때가 일초였다.
부숴져나간 왜갑, 검의 안에서 넘치듯 퍼진 기광氣光, 광파가 이글거리며 불사르는 요妖.
뒤돌아섰을 때, 카게치요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채, 천천히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 카게치요가 뒤를 돌며,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았다.
"후, 미나...! "
"이게 호위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 ? "
어느샌가, 몸의 균형이 더 허물어진 듯한 몸으로 거한이 걸어왔다.
그 상태로, 검에 꿰뚫린 채 천천히 경직한 반요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광자光子를 머금은 손이 그대로 그것을 그림자 속에서 뽑아낸다.
으드드득,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무리 기질이 닮았다고 하나 그림자 속에서 혼魂을 노리는 것을 호위라 부르면 쓰나."
목뼈에서부터 척추까지가 어찌 되든 상관없이 뽑아낸 손에 들린 채,
어검에 의해 반토막 난 몸의 밑으로 뱀이 달랑거리는 여자가.
비명을 내지르며 미친듯이 발버둥치고 있었다.
"마침 잘 되었다. 이제 흑경을 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을테지."
"...아니요 ? "
"아니라고 ? 진광십검식을 발해낸 흔적이 몸에 남아있는데 ? "
"그런 것도 보인답니까...? "
그리고 그것을 들어올린 채 살검귀인이 말하는 말이 그것이다.
그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거한의 눈이 그를 보나 그것이 사실이다.
그가 발했던 진광십검식은 어디까지나 외법에 불과했을 뿐이다.
선천지기를 어찌저찌 갈아버리는 식으로나 쓴 것을, 썼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것에 거한이 의문을 표한다.
"왜 못 쓰는거지 ? "
"그야 제 선천지기에 광자가 충분히 깃들어 있지 않으니 그런 것 아닙니까."
"그럴 거라면 애시당초 광세진경에 입문조차 하지 못했겠지."
그 의문을 담은 말과 함께 살검귀인의 손아귀에서는 새하얀 빛이 이글거리듯 피어났다.
백락이 소성을 넘어서며 얻게 되는 육체, 광신백락체와는 다르다.
그 새하얀 빛이 피어나면서 점점 더 가속했고, 가속하며 또 가속한 끝에, 어느샌가 어둠이 찾아온다.
인지를 불허不許하는 영역까지 진기가 가속하기에 흑경黑經이었다.
달리 말해 광점흑경선규光點黑經仙竅라고 일컬어지는 것의 공능이 진기의 속성을 극성極成으로 끄집어냈다.
"■■■■■■ ㅡ !! 아아, ■■■■■■ - !!! "
그 광자의 공능이 드러날 때마다, 들어올려진 후미나의 피륙을 타고 낙뢰자국처럼 기파氣派가 뻗어졌다.
거한의 눈이 그를 보면서 후미나의 육체가 부들 부들 떨렸다.
피부가 갈라진다. 핏물이 떨어져 내린다. 녹색의 액체가 맺히고, 그 안에서 비늘이 돋아나는 듯 하다.
'선천先天은 언제나 후천後天보다 우월한가 ? "
그 모습을 신경쓰지 않고 거한은 그저 질문을 던질 뿐이다.
"무슨 말을."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해도 도달하는 방도는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이야말로 합리合理의 요체다.
만류귀종萬流歸終은 도달하지 못한 자의 터무니없는 오만이며.
종파만류宗破萬流조차 그 너머를 보지 못한 자들이 추구하는 허상에 불과한 바."
그리고 그 질문의 도중에 ㅡ 그의 손이 쥐어짜낸 후미나의 육신이 어느 순간 멈췄다.
그것이 끓어오르고, 살가죽이 천천히 녹아내리듯 떨어진다.
살가죽이 떨어져 나간 피부 아래에는 매끈한 것이 빛나고 있었다.
"너의 내공은 이미 회천回天에 도달할 자격을 갖췄다."
드러난 그것이 사인蛇人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걸 느꼈을 때,
카게치요가 기겁하듯 발을 뒤로 했고, 그는 한 걸음을 앞으로 나아가며 봐야 했던 것이다.
흐리멍텅하게 초점이 없는, 사람의 얼굴 거죽이 펄럭이며 드러난 뱀의 눈.
"한번 시도해볼테냐. 이것의 몸을 감추고 있던 요력을 부수는 것을."
그 뱀의 눈이야말로, 그를 세번이나 회귀시킨 것의 모습이다.
그것에 그의 몸이 굳고, 거한이 그림자에서 뽑혀나온 것을 손에서 놓아,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반인반사에 가까워진, 미성체를 미끌거리며 떨어뜨릴 때.
그는 내공을 일으키기보다, 불현듯이 카게치요의 얼굴을 보았다.
자신의 호위였던 것의 안에서 드러난 괴물을 마주본 여인의 얼굴을 보고.
그 얼굴이 마치 넋이 나간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굳은 것을 볼 적에, 검이 뽑혀 나왔다.
거한의 앞에 떨어져 내린 것을 향하듯이.
검이 천천히 움직이며, 그것의 급소라는 걸 노릴 기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