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6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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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3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66F】 (5000)

종료
#0天子魔◆lMF.VqjaE.(825260cb)2026-04-04 (토) 11: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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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3천마◆lMF.VqjaE.(f7b0ea1a)2026-04-05 (일) 14:29:39
계급적으로는 평등하나 자산은 다르다.

이 세상은 그가 보아왔던 판타지 소설보다는 현대에 더 가까웠다. 하여 그 발전도도 현대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그 때문에 그는 사람 없이 무인화된 공장을 천천히 걸어다녔다. 감시용의 주문이 걸린 비행체가 허공을 날아다니나 그것조차 신경쓰지 않았고.

그저 어느 순간에 그림자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의태(擬態)다.

세상이 돌고 돌듯이 뒤바뀐다. 그의 심상에 쌓아올려져 있는 거꾸로 된 탑이 진동했다.

깨달음이 풀려 나오는 것은 그런 탑에 새겨지듯 각인된 문자(文子)의 배열이 제 멋대로 형상을 뒤바꾸는 때.

그의 것이 아닌 마법이다.

그러나 실존(室存)에 우선하는 깨달음은 그 주인과 상관없이 오롯했다.

현실이 개변(改變)되는 것이다.

그를 암살하려다 제자와 술식을 동시에 잃어버린 흑마탑주에게는 애석한 일이나, 그 유용한 술식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그림자 속에 파문조차 일지 않게끔, 공간이 구겨지며 만들어진 칠흑의 물방울이 추락하는 한 순간.


구겁명락율(九劫冥落律)
천마군림(千魔君臨)
만공흑루(萬共黑淚)
도해(渡海)


칠위계의 주문은 펼쳐진 그 순간에 관념의 벽을 뛰어넘은 채 그를 실어날랐다.

10구에서부터 5구.

편도로 1000km 가까이 될 그 거리를 그의 몸은 도약했다.

대해 속에 뒤섞이는 물방울과 같이.

본디 존재하고 있는 각 구획 간의 마력 장벽을 완벽하게 투과하면서.



*



눈을 뜨면.

그의 시야에 담기는 것은 언제나와 같은 그의 집무실이다.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다.

본디 정리정돈을 즐기는 성정은 아니었으나, 유제니아의 기행에 질릴 대로 시달리자 어찌저찌 그리 유지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집무실 의자에 앉아 방 안을 잠시 살펴보다 몸을 일으켰다.


'하나 정도인가.'


그 정돈된 방 안 속에서 일부러 만들어 놓았던 징표들이 흐트러진 게 일러주고 있던 것이다.

그의 방 안에 누군가가 들어왔었음을.


'암살자는 아니다. 이곳에 사람은 없다. 추가로 방 안에 설치된 주문이나 기계 장치도 없군. 목표는...'


그는 집무실 한편에 자리잡은 옷장을 열며 머릿속에서 선택지를 몇가지 지워나간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대외적으로 그의 성취로 드러나는 것은 검주(劍主)이기 때문에 그렇다.


'확인인가 ? '


두카스, 5구의 상급 군령관직(軍領官職).

프라에펙투스(千豪長)라 불리는 이들을 소집할 권한을 갖기 위해서는 그 정도 실력은 보여야 했다.

그리고 제도 오구는 상위 구획과 하위 구획의 중간 교류 지점이기에.

그곳에 설립된 여러 검술 길드의 길드장들로 이루어진 프라에펙투스들은, 대체로 자신들을 부르고 소집할 수준의 존재에게 다른 구획보다 더한 자격을 요구했었다.

하여 대외적으로 드러난 실력 때문에라도 암살자가 침투해올리가 없었다.

검주에게 들키지 않고서 운신할 자신이 있는 암살자라니.

인간의,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제국을 부르짖는 제국에는 거진 없는 부류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단 하나의 부류를 제외한다면, 그 외의 예외들은 그가 손에 넣은 지 오래인 바.


'...확실하군.'


입고 있던 외출복에서 정복으로 갈아입은 채 그는 확신한다.

의지가 명동하는 순간에 그가 걸쳤던 외출복이 5위계의 공용 주문 『말소(Deletion)』에 의해 소실되고.

그는 집무관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그의 전용 검을 꺼내들었다.


'이황녀 혹은 삼황자다.

다른 황족을 팔아 넘기며 제 목숨을 연명하려던 버러지들이, 희망을 붙잡았다.'


황실 직속의 무력과 권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도리어 반겨지는 이야기다.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꺼내든 검을 손에 든 채 저택을 나섰다.

크기에 비해 머무르는 사람이 적기에 흉가라고 불리는 곳에서 나온 그는.

그렇게 도보를 걸으며 시간을 헤아리다가 어느 정도의 간극이 흐르고 난 뒤, 그 검으로 대기 상에 흐르고 있는 마력로(魔力路)를 건들였다.

그와 비슷한 검주들과 같이 심의(心意)니 억겁(億劫)이니 하는 게 맹동하지는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키이이잉 ㅡ


마력이 흐르는 육체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천경이 대기를 정확하게 분간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군령관이 내리는 소집령이 오구의 프라에펙투스들에게 하늘의 진동과 함께 전해졌다.



*



드미트리를 보내고 나서 10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소집령에 반응한 프라에펙투스급의 검사들이 모이는 게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한 건.


우우우우웅 ㅡ


검술의 묘(妙)만으로 하늘을 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일까.

그는 잘 모르겠는 조화였지만 그들은 그것이 가능하게 만들어내는 존재였다.

어검(御劍), 그리 불리는 것을 띄워올리고 그 위에 탄 채 날아오는 이들을 그는 보았고.

그가 전생에 보던 제트기를 연상케 하는 속도로 육지비행하던 이들은 파공음을 만들어내던 와중 아무렇지 않게 제동하며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수는 적다.

그가 호출한 스무명의 프라에펙투스들 중에서 고작 셋 정도에 불과할 터였다.


"기체만강하였소, 앙겔로스후 ? "

"오늘도 얼굴이 상서롭기 그지 없군."

"그러게 마법에 전념하지 말고 충분히 무술을 배웠어야지.

마법은 마도구를 다루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소."


그렇지만 바닥에 떨어진 뒤 한 걸음에 건물 오층의 창 안에 들어선 그 셋의 면면이 썩 나쁘지 않았다.

프라에펙투스들 중에는 일가(一家)를 다스려야 할 귀족들도 있는 터라. 호출령이 방위 동원일리 없는 5구에서는 반만 오더라도 다행인 상황.

그런 상황 중에 그의 눈에 들어온 셋은, 각기가 거대한 검술 길드들의 주인인 것이다.

『천추검인(天追劍刃)』, 『태검철장(太劍鐵長)』, 『묵양절(墨陽切)』.

비록 그가 검주(劍主)라는 명호를 얻어낼 적 취했던 십연전 중에 깨진 이들이기는 했으나 그 실력은 확실했다.


"오면서 내력이 딸릴 때 다들 부츠에 쓰인 『공중부양Levitation』을 사용했을 거면서 말들이 심하시군요."

"허허, 그러니 말하지 않았소. 마술 솜씨는 마도구를 다루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뭐 그나저나."


그리고 그런 실력이라는 것은 애시당초에 ㅡ 그들이 검술 길드를 차리기 이전, 제도 바깥의 대공동을 돌아 다니며 이족과 맞서 싸울 때 드러났던 것.

가장 앞장서서 서있는 천검문(天劍門)의 문주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 허리춤에 어검의 묘리에 따라 돌아간 검이, 자연히 발검할 수 있게 움직임에 따라 위치를 변화하고 있었다.


"이리 오랜만에 부른 이유가 뭐요 ?

검주 자리를 따고 난 이후로는 단 한번도 이런 일이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냥 농으로 부른 것은 아닐 테고."

"거, 말하지 않았나. 분명 5구까지 침투해온 외부의 간자라도 나타난 것일 터라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족이 격벽을 어찌 통과한단 말인가.

격벽이 망가져 있는 13구라면 모를까."


허튼 이유로 불렀다면 바로 칼을 뽑아 그와 검을 나눌 기세다.

그것도 심심풀이로는 좋겠지만, 그리 할 수 없다.


"어느 정도는 정확하다고 해야겠지요."

"정확하다 ? "


사병 따위를 가져온 이들이 없는 게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아닐까.

모른다.

다만 그의 의향을 눈치챈 듯, 문 밖의 군관이 쇠사슬을 손에 쥔 채 걸어왔다.

무언가가 질질 끌려들어오고, 그것에 모인 이들의 시선이 향한다.

열린 방문 너머, 복도를 가로지르는 핏자국에 묵양절의 눈이 찡그려졌다.

불쾌감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반시체를 들고 와서는 아니었다.


"야수족이군."

"어린 놈인가 ? "

"크, 끄으읅..."

"어허...혀가 남아있다고 ? "

우드득 !


군병이 끌고 온 야수족의 얼굴, 개중에서도 턱을 곧바로 밟아 으스러트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게도.

역시나 제국민답게 그들은 이족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인간 이외의 모든 종족은 죽어야 한다.

『인류에 의한 고요(Pax Humana)』를 숭앙하는 이들 다운 반응.

다만 그리 부수고 난 뒤에야 눈치챘다는 듯 묵양절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것, 어디 마탑에서 실험체로 쓰거나 한 것인가 ?

그런 거면 주인에게 미안하게 됐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건 아니니까.

이건 그냥, 뭐랄까...그런 부류입니다."

"그런 부류 ? "


물론 그 이후에 들려온 말에 그런 반응일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안이 들여다봐진 적 없는 제도 내부에 침투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물이라는 모양입니다."

콰앙 !

"으, 으우욹..."


천추검인이 발로 그것의 배를 걷어찰 때, 낭족(狼族)으로 보이는 것의 내장이 터져나갔다.

어린 낭인이 울혈을 토하며 혼절한다.

그나마 이성적인 듯한 태검철장이 물었다.


"그런데 이것은 이리 잡혀와있는데, 침투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물이라니 ? "

"알고 있으시잖습니까 ?

이따금 죽음같이 평온한 것을 이족에게 내려주고 싶지 않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노예로 잡혀왔단 말인가 ? "

"정확히 말하자면, 노예 각인이 시술되기를 기다려지던 존재지요."


그러나 그 태검철장조차 혼절한 것의 앞에 가까이 다가가 있던지 오래다.

어기지력이 낭족의 몸에 퍼진 생명력과 활기를 조작한다.

울혈을 토하며 죽음 속에 가라앉던 것의 명줄이 강제로 붙잡힌 채, 내장이 터져나가는 고통을 느끼게 만들어두고 있다.

그는 본디 천호장을 끌어들이기 위해 준비하였던 계획을 바꿨다.


"노예 각인을 시술하고자 하였던 이는 8구, 『사명(死命)의 탑』에 속해 있는 사령술사.

그리고, 그런 이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달리 낭인족을 해체하던 중 알아차렸다고 합니다.

본디 육체에 녹아내리며 안착하고, 그대로 혼에까지 스며들며 대상을 영겁토록 인류의 노예로 만들어야 할 노예 각인이.

일말이나마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듯함을."

"설마 ! "


증거로서 들이밀 수 있는 것이 생겼기 때문에 유연하게 그것을 바꾼다.

사명의 탑에 속해있던 사령술사가 이리스 라스카리스의 몸을 재조립할 적에 보내진 것이 있다.

마력의 융해 양상이 그려진 도해를, 군관이 꺼내서 보이고 제 옷에 담았다.


"야수족들의 주술을 통해서, 이것이 죽고 난 뒤에 혼을 초혼하여 제도의 정보를 얻으려는 속셈이었던 모양입니다."

"이런 우라질 것들 ! "

"어처구니가 없군. 그딴 식으로 제도의 정보를 파내려 하다니 ! "


그리고 그 정도의 정보라면 천호장들에게도 신빙성을 갖추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거짓으로 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있을지도 모르나.

이족이 그리 움직이지 않았으리라는 생각 따위는 그들에게 없다.

그런 반(反) 제국적인 사고는 제국민과 어울리지 않는다.


"뭐, 그런데...그런 것들이 하나 둘이겠습니까 ? "


그렇기에 그들은 이족을 죽일 수 있는 명분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그것에 응할 터였다.


"13구의 격벽 붕괴 지대..."

"야수족이 초혼을 위해 그곳에 은신해 있나 ? 폐하께서 친정에 나서신 이후, 격벽 붕괴 지대의 전력이 옅어졌기에 ? "

"그럴 듯 하군. 확실히 그래. 빌어먹을 것들.

만승윤회로가 온전하기만 했어도 제도의 위치도 못 알아챘을 짐승 따위가."


이족 천명을 단신으로 잡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천호장이다.

그런 존재들이, 이족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칠리가 없는 것이다.

하여, 그는 말했다.


"이족 사냥을 다른 구획의 상위 군령관에게 넘겨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 "


사냥을 할 기회라는 것은 그런 정보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제도의 외곽을 보신 것도 오래 전 일일텐데, 어디 한번 바깥 마실 한번 나가보시지요."


그리고 『전쟁과 살육의 신』을 주신으로 모시는 이 제국의 사람들은.

이족을 죽일 기회가 생기면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침묵과 고민.

그리고 무언의 긍정.


태검철장의 손아귀가 오그라들을 때, 헐떡거리던 낭인족의 몸이 비틀렸다.

그 신경 전체가 찌그러질 때까지 압력을 가하는 심의(心意)가 집중된다.

그러면서 그 눈에 서린 웃음이, 오랜만의 사냥에 즐거워하는 기색이기에.

그도 웃었다.

세 명의 천호장도 웃었고, 군관도 상위자들의 웃음에 호응하듯 웃음기를 머금었다.

오로지 노예 시장에서 구매되어 그 머리에 그것 자신도 모를 정보가 쑤셔박아진 낭족 노예만이 웃지 못했다.

그냥, 그러다가.

온 몸이 찌그러져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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