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6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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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58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68F】 (5000)

종료
#0正道第一劍◆IladtgNXUe(3752756f)2026-04-12 (일) 09: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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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천마◆lMF.VqjaE.(38d71809)2026-04-12 (일) 13:33:55
적은 수의 인간이 많은 수의 짐승을 죽인다.

많은 수의 짐승이 저 자신보다 더 많은 인간을 먹어치운다.

피가 들끓고 있다.
제국의 역사에 언제나 함께 해왔던 전쟁신의 살육이 맹동한다.

이천만이 넘는 인구 수가 살고 있던 요새 도시.
그 위에서 머무르던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육편으로 화해버렸기에 당연했다.

허나 그렇다 해서 방심할 수 없으리라.
이것들은, 이런 순간에 가장 강해지는 족속이며.

대성전 당시 그 수가 십분지 일까지 줄어버린 인간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 • • 그리고 이 요새 도시 또한 역시나 그것이 숨겨놓은 금기를 드러냈다.


[병이라.]


그것은 제 육신 위에 주력의 갑주를 두르지 않고 있었다.

흉포하고 이질적인 사자는 제 눈에 담긴 지성을 빛냈고.
육신 속에 틀어박혀져 있던 인간 현자들의 눈은, 그 명령에 제각기 기이한 음성을 흘려냈다.

『피 흘리는 육안(六眼)』이 진실되게 힘을 드러내는 광경이다.

ㅡ 사자의 주력은 죽어버린 현인들의 혼에 담긴 갈망을 끄집어내 세계의 이면을 엿보고 있었다.


오오오오오오옴 ㅡ ㅡ ㅡ


읊어지는 만트라가 산란하듯 빛난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세계의 골자는 형형히 빛나고 있었고, 이내 그것에 담긴 저주를 드러낸다.

사자의 눈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보았다.

그것이 무슨 저주인지를, 그 저주의 근원지가 어디에서부터 태동한 것인지를.

그리고 더해서 저주가 도시 내에 그려지는 것이, 어떤 거대한 만다라의 일부임을 알았다.


[『붉은 피륙』이여.]


그것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하나, 답은 영 신통치 않다.

그는 그의 육신에 파고들어오는 저주가 이미 그에게 들어선 지 오래임을 알았다.

그리고, 저주받은 피로 만들어진 법진은 그 이상의 재액일 것임을 보았다.

그렇기에 그는 자문의 방향성을 바꿨다.


[우리를 둘러싼 채 진로를 비틀고 있는 악귀들의 상대를 맡겨도 되겠느냐.]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허리춤에서 달랑거리는 눈구멍이 텅 빈 인간의 머리통이 흔들리고, 그가 입 안에서 굴리던 눈에 담긴 비명이 그의 생각을 반추한다.

으적인다.

핏물이 그 입 안에서 물씬 터져나올 때, 그는 답을 찾고서 웃었다.


[부디, 뜻대로 하소서.]

[만일 내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생각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굶주린 채 오염된 초원을 유랑하던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정점에 오르고자 했던 염원은 그 무게를 알고 있었다.

사냥하는 자는 그 어느 순간에라도 사냥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


[무리를 거두고 물러나, 용공주에게 의탁하여라.]

[...복명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는 것이 자신임을 확신하며 ㅡ 그것의 발걸음이 바닥을 박찬 순간.

도시가 흔들렸다.


섬광과도 같은 빛이 출현하면서.

유성이, 지저에서 중력을 거슬러 오르며 솟구쳤다.



*


그에게 있어 가장 강한 순간은 마법사로서 싸울 때다.

그것이 옳았다.

그가 정신 속에 박아넣은 천경은 마 위에 군림하는 것.
그렇다면 그것이 가장 큰 위력을 발하는 것도 마력을 지배할 때다.

마투사로서의 싸움이 불가하지는 않았으나, 마력은 불규칙한 혼돈의 파편과 다름없는 것.

마투술은 그 기원적으로 정교한 합(合)이 이뤄지는 것을 골자로 두는 근접 투술에 적합하지 않다.

동격과의 싸움이라면 그것의 장점과 단점도 다르게 적용됐을 터이나, 한번의 실수만으로도 찢겨 죽을 수 있는 격상과의 싸움에서는 그것이 특히나 더 두드러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과욕을 부려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공을 들여서 그는 그의 육신을 다시금 다른 것으로 의태했다.

구겁명락율의 현인이라 칭해졌던 이의 마력 배열이 뒤틀리며 사라져간다.

그 대신에 근골이 재배열되고, 기혈이 조정되며, 시간을 대동한 수련만이 각인할 수 있는 정련이 새겨넣어져 갔다.

그러한 작업이 느리게라도 가능한 것은, 그것이 그가 오래도록 봐온 이의 것이기에.


'아크리오티스 영애, 전투 이후 내 정계에서의 위치, 이후의 행보로 인해 생겨날 견제들.

그 모든 변수를 생각해서라도, 공을 사명의 탑주와 나누는 한이 있더라도.

마법이라는 것의 자취를 드러내지 않을 필요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그는 그저 제 자신을 뒤바꾸고 있을 뿐이었다.

그에게 처음으로 무학을 가르쳤던, 그의 스승이 갖추고 있던 무태(武態)를 드러내면서.


'...그리고 그것조차 해내지 못한다면.'


그렇기에, 그의 식해(識海) 속에서 무학의 진수(眞髓)는 표류한다.


' ㅡ 옥좌의 앞에 다다를 때까지 살아남지도 못할 테니.'


혀를 굴리듯이 되뇌이면서.
자아를 스스로의 안에 쌓인 것들에 담구면서.

그는 구도(救道)를 꿈꾸던 검이 영락(零落)하는 모습을 보았다.


' ㅡㅡㅡㅡㅡ .'


그녀는.

지저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본 적도 없는 밤하늘 따위를 꿈꾸며 검으로 별을 덧그렸었지.


' ㅡㅡㅡㅡㅡㅡㅡㅡ '


그리고 그는 생각했었다.

그것을 그가 갖춘다면 그녀가 정의해낸 검의 진경(眞境)을 명백히 그가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그녀와 달리, 이 제도의 수많은 이들과 달리, 그는 밤하늘 위에 떠오른 별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대성전 이후 지저에 갇혀버린, 인간과 유사할 뿐인 미친 존재들과 그는 다르다고 믿었기에 그러했다.


하지만 그리 되지 않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바보 같은 일이지.'


그렇기에 그는 아직도 비의(秘意)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을 꿈꿨던 사람도, 그것을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다 생각한 나도.'


그녀가 얻었던 성취를, 그녀가 도달했던 경지를, 그녀가 펼쳐냈던 검기를.

그 모든 것을 취한 채로 그의 육신 내에 습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육신에 새겨지는 것은 극의에 도달하지 못한 잔해물 뿐.

분명히 그녀와 같은 것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걸 넘어서 그녀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서 잇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가.

그가 손에 넣은 『유성호검류(流星昊劍流)』가 불완전한 것은.


'정말로 바보같기 짝이 없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것을 떠올릴 적에 그녀를 죽여선 안 됐을지도 모른다는 상념이 떠오르는 것은.

정말로 어째서일련지.

그러나, 그렇다 해서 그런 상념에 그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무릎 위에 올려놓은 마검만이 그것에 파고드는 마력에 고요히 진동할 뿐이다.


'...고작 사람 하나 죽은 것에 크게 의미를 기울이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을.'


그것은 유성호검류의 가장 기초적인 전제를 위한 것.

그 자신의 검과, 자기 자신의 연결을 완벽히 합일함으로서 이 세상에 유성(流星)을 만들어내는 작업.

성검식(星劍式)이 펼쳐지고 있음에 잡념이 개입하는 일은 없다.

천경은 그러한 작업에조차 통용된다.
아무런 문제없이 마력을 지배하고, 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운행시킨다.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죽이고 또 죽였다.

그렇게 타인의 목숨이라는 것을 사욕을 위해 몇이고 꺾고 취했다.'


그저 그 양상이 빚어내는 결과물만이 본래의 것과 다른 형태로 드러날 뿐이었다.

분명 그는 유성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알고 있고, 본 적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합일의 결과는 계속해서 침잠한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 자기 자신의 목숨이라면.

나는 내가 가장 소중하기 때문에 다른 이의 것을 취했을 뿐이다. 고작 그 뿐인 것을.'


무기질적이고, 정적으로.
흐르고 있으나 흐르지 않는 것처럼.

그것은 고이고 또 고이면서 마검의 검신 위에 드러난다.


'아직도 후회라고 할 만큼의 감흥이 남았나.'


그리 모습을 비추는 것의 의념만이 그의 마음 속에 울릴 뿐이었다.

핏빛의 줄기가 마검 위에 덧대지고, 이내 고인 끝에 떨어지는 광경이 자연히 나타난다.

혈루(血淚).
그것은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검강(劍罡)이었다.

검호들과 같은 영역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그들의 검학이 빚어냈던 강기를 베어 떨구었던 빛이 현현함에.

그는 찬찬히 호흡했다.


"흐, 흐흐...."


사실은 그런 감흥이 남았다 해도, 상관없었다.


"흐으 ㅡ 하아."


눈을 떴을 때, 한때 제국 십대 검주 중 하나로 꼽혔던 이의 검학이 그의 육신에 재현됐음에.

그의 육신에 본래 존재하고 있던, 뒤틀리고 왜곡된 검술이 원형과 합해지며 중용을 이뤘기에

그는 그 정도 감흥 정도는 씹어삼킬 수 있을 뿐이었다.
욕구와 감정과 이성은 하나의 잣대 앞에서 그 의미를 잃는다.

그가 스스로 인지하는 본성이, 그를 자연히 일으켜 세웠다.


" ㅡ 충분하다."

유성호검류(流星昊劍流)
심경(心經) • 위(僞)
혈천잔광마공(血天殘光魔功)


그녀의 심법이 역(逆)으로 펼쳐지며 마공으로 탈태한다.

그는 일어난 그대로 검과 육신과 생각, 그 모든 것이 스스로의 의지 아래 제어됨을 느끼며 걸음을 옮긴다.

하늘 위에서 빛나는 별의 운행을 상상하며 만들어졌던 칠십이식. 그것이 나뉘고, 합해지고, 분리되고, 일그러지며 사십사식으로 변모한 결과물.

사멸(死滅)과 퇴락(頹落)을 반복하며, 오로지 죽인다는 목적만을 정제해낸 검식이 칼에서부터 자연히 풀려나온다.


유성호검류(流星昊劍流)
검공(劍功) • 위(僞)
혈루인(血淚刃)
사십사지극요(四十四止極夭)

"그리고, 아무래도 좋은 일이야."


그녀에게는 이 검이 모욕이고, 모독이나 다름없겠지.

하지만 그녀는 죽었다.
그가 죽였다.

그리고 이것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두번째 삶을 이어가는 그가 마주하는 것이 사람의 이지를 넘어선 공포라면, 그 또한 인외(人外)의 마도(魔道)를 걸으리라.

오로지 그 결의만이 그에게는 길게도 흘러넘치며 검식을 빚어냈다.

그것만은 바뀌지 않는다.


" ㅡ 마력로의 진동."


마법을 펼쳐내기 위해 빚어졌던 육신이, 무학을 다루기 위해 변모할 적에도.

그것만은 바뀌지 않았다.


"오는가."


그저 그는 자세를 잡았다.

수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정확한 순간의 역공을 위한 태세가 펼쳐진다.

그의 육신을 두르듯이 검은 자의 권속은 갑주와도 같이 그와 일체화하고. 웅웅거리며 진동하는 무형의 방패가 자연히 그의 급소를 가로막으며 육신 주변을 떠돈다.

ㅡ 그리고 수키로미터 바깥에서 들려오는 파공음을 정확하게 인지했을 때, 진(陣)이 기동했다.

그의 머리 위에 피어나고 있던 암화(暗花)의 광배가 희게 물들고, 고동이 전해져 왔다.


쿵, 쿵, 쿵, 쿵 ㅡ ㅡ ㅡ


마치 심장 소리와 같이 대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드러나고.

거리라는 것이 무용하다는 듯 『짐승』의 거체가 희끄무레하게 시야 속에서 관측될 때.

인지하는 것과 동시에 ㅡ


[반갑다.]


그것의 거체가 첨탑을 붕괴시키며 발을 내뻗고 있었다.


[너일 테지. 나를 이곳에 초대한 것이.]


성벽 전체가 발길질 한 번에 비상한다.

힘의 양과 비례하는 기술. 발경(發勁)과 화경(化勁)의 조화가 드러난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른다. 그저 그 육신에 박힌 눈이 부릅 떠진 뒤 ㅡ 굽어지는 발이 내성의 궁전을 뽑아내고, 펴지는 발이 그대로 궁전을 허공 위로 솟구치게 했다.

그리고.


[이름을 나누겠는가 ? ]


그 모든 행동이 눈 한번 깜빡일 수 없는 순식 속에서 펼쳐지면서.

그것이 찰나를 유영하고 있었다.


'사자라기보다는, 용을 닮았군.'


이제서야 제대로 그것의 모습이 보인다.

육신을 뒤덮은 비늘과, 비늘 속에 박혀 있는 눈동자들과,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육신에 품은 지극한 괴물을 바라본다.

첨탑이 부숴지고 폭발하며 산탄총마냥 산란하는 동안에도, 허공에 발을 고정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채로.

그저 그의 육신과 완전히 하나 된 마검을 발검한다.


[그럴 필요는 없지.]


그리고 그렇게, 그것의 무수한 눈이 흉포하게 일그러질 때.

그의 영언(靈言)이 시동을 건다.

파괴된 첨탑과 함께 허공에 떠오른 상태로도 진의 중심에 머물던 석장이 이글거리며 어둠 속에 집어삼켜졌다.

그렇게, 그의 머리 위에 머무르던 광배의 일부가 낙화(落花)하며 변혁이 시작된다.


[정점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터인데.]

[ ㅡ 옳다.]


국소적으로 현실을 개변하는 것을 넘어서는,
국지적인 사상을 찬탈하는 영역에 이르는 대주문이.

『우바쉬』의 힘을 빌리는 『금기주문(禁忌呪文)』이.

외계에 머무는 그것을 찬양하는 금언(禁言)에 반응하며 현현할 적 ㅡ 핏물로 번들거리는 이빨이 웃음을 머금었고.


[누군가의 죽음만이 뜻을 이루게 할 테지. 그렇다면 이 또한 축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즐겨라, 죄악 그 자체로서 태어난 족속들의 후예여 ㅡ ]


그것의 육신이 부풀어 오르는 대신에 압축하며 순간 시야 속에서 사라진다.

대기가 행동에 뒤따르는 파문 속에서 일그러졌다. 몸이 뒤틀리는 궤적의 변동 하나 하나가 포탄과 같다. 그의 육신을 터뜨리고, 행동을 무너트리며, 성채를 일그러트릴 위력이 된다.

단순한 악력 하나만으로도 태산(太山)을 붕괴시킬 수 있음을 드러낸, 계통수(係通獸)의 정점(頂點)에 이른 육신.

아직도 그것에게 대항하여 칼 한번 뻗어내지 않은 그를 짓누르는, 십칠격에 달하는 회류의 폭풍.


[너의 죽음은 너의 상정 이상으로 귀히 여겨질 것이다 ㅡ !! ]


사라진 것처럼 가속하는 사자.

대기를 짓누르고 파괴하며 일렁이는, 지저에 모습을 드러내는 폭풍.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그.

그 모든 것이 결과를 명정히 드러내는 듯 할 때, 그는 그저 잡고 있던 자세 그대로, 뽑아낸 검을 당겼을 뿐이다.

그 순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그의 등 뒤에서부터 기괴한 어둠이 모습을 내보인다.


[현현(顯現)]

[ ㅡ 이것은 ! ]


그렇게.

일대의 모든 도시를 뒤덮는, 이해와 인지를 방해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들의 눈을 멀게 하는, 천개의 눈을 기꺼이 생명에게 빌려주는.

외우주의 암흑(暗黑)이 뿌리를 내린다.

예측할 수는 있더라도, 예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바쉬의 천안회융(千眼廻融)』]


법진이 펼쳐져 있는 경계까지 도달하겠다는 듯 내달리는 어둠이야말로 이 세계의 상식으로는 알 수 없는 『불가해』이기에.

그 속에 숨어 발을 내딛으며.
어둠을 몰아내겠다는 듯 전신의 모든 『눈』을 열어낸 그것을 보며 확신한다.

이것으로 모든 선견(先見)과 예지(豫知)가 가로막혔음을.

이제 위험 요소는, 그저 그 육신에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는 사소한 사실에 국한되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너 또한 즐겨라. 사냥꾼이여.]


그는 때가 무르익었음을 느낀 채 전진한다.

곡예와 다름이 없는 움직임인가 ?

아니다, 그는 그저 정직하게 걸음을 옮겼을 뿐이고, 상대도 그것을 볼 수 있었다.

ㅡ 그것이 볼 수 없는 것은 그저 그것에게서 수십키로미터 떨어진 성벽 위에서 대기하는 존재였을 뿐이었다.


[이것이.]


결속이 전해오는,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는 유제니아의 울림.

그가 인지하기 어려운 속도와 각도로 일격을 내리꽂으며 어둠을 터뜨리고자 하는 짐승의 광격(狂擊).

그러나 그의 검은 완전히 어둠 속에 녹아들고.

살검(殺劍)의 태세를 취하며.

그 거리를 격한 채로도 문제없이 쏘아질 장궁이 다다를 것임을 확신한다.


[내가 준비한, 너의 죽음이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

불빛과도 같은 세개의 섬광이, 별빛이 어둠 속에서 교차하고 ㅡ 피비린내가 풍겼다.

전진하던 어둠을 꿰뚫는 듯한 광채가 한 순간 튀어나왔으나 이내 어둠에 잡아먹혔다.

피비린내 나는 도시가.
종말이 형상화되어 찾아온 듯한 어둠 속에 가라앉고 있었다.


ㅡ 그 속에서 상대의 왼팔을 베어넘긴 루키우스의 눈은, 어둠을 붉게 덧칠하는 혈루를 비추면서,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 안에.

더할 나위 없는 살의와 투지를 담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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