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잡담판/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6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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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58[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68F】종료

작성자 正道第一劍◆IladtgNXUe작성일 2026-04-12 (일) 09:58:15갱신일 2026-04-16 (목) 13: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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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고 싶지 않다.

그것이 일레인 아크리오티스의 본심이다.


우우우우우우 ㅡ

크가가각 ㅡ !!


그녀가 몇번의 걸음을 내딛을 때 그녀의 시야에 담기는 것은 도시 전체를 뒤덮은 어둠이 조각나는 풍경이었다.

그곳에는 일반적인 빛이라고 말할 수 없는 혈채(血彩)가 일렁이고 있었다.

직선인 듯 싶다가도 곡선이고, 곡선인 듯 싶다가도 직선 여럿이 합쳐져 있는 듯한 혈광. 그것이 움직이면 숭덩 숭덩 건물과 대기가 잘려나간다. 관성이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마주하는 모든 것을 베어넘기는 파장만이 극순의 시간 속에서 아수족과 함께 도시를 파괴할 때.

그녀는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괴물이다.'


붉은 검강을 수십줄기 가까이 뿌려대고, 뿌려댄 궤적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 위력을 부풀리는 연검(聯劍).

스치기만 해도 무엇이라도 베어버릴 것만 같은 예기가 마치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데도 짐승의 육신에 상처가 없다.

크기가 크게 줄어든, 두 발로 선 짐승이.
그 안에서 걸음을 움직이지 않는 채로, 그 모든 참격의 유동에 반응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다.


' • • • 아예 인지조차 하지 못할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


그것의 몸이 진동하는 것처럼 여러 겹으로 겹친 채 흔들리고 있었다.

성검으로 인해 강화된 그녀의 안력이 관측한다.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의념(意念)으로도 반응하기 어려운 검강(劍罡)의 망(網)을.

그물줄을 빗겨내듯이 흘려내서 모조리 투과시킨다니, 그런 게, 가능...한건가 ? '


그것은 그녀의 눈 앞에 담기는 싸움이 그녀가 요새 도시에서 봐오던 것과 완전히 격(格)을 달리 한다는 것일 것이다.

시간이 고무줄처럼 잡아당겨지는 듯 한 감각이 스쳐지나면 그들의 위치가 뒤바뀐다.

건물과 대지를 파괴하던 이들이 어느 순간에 허공에 나타나고, 아수족들이 달려오던 듯한 곳 중앙에서 출현하며, 그렇게 모든 것이 베이고 찢겨 죽인 시체 잔해 위에서 싸우다가 튕겨지듯 사라진다.

핏빛으로 빛나는 광채 만이 움직임의 증거로서 남은 것을.

그녀가 뒤따르듯 걷고 있었다.


'내가.'


계속해서 걸음을 내딛으나, 본질적으로 경계를 넘어서지는 못하는 움직임.


'도움이, 될 수 있나...? '


천장단애와 같은 것을 뛰어넘는 일보(一步)를 밟지 못한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이 광채 없이 침잠할 때.

그럼에도.
그녀는 빛이 퍼지는 곳을 뒤쫓아가고 있었다.



*


사십사지극요(四十四止極夭)의 동작은 총 44개.

그러한 44개의 동작이 이어지면서 만들어지는 투로(鬪路)의 개수는 못해도 8000개 이상.

그것은 시작과 끝을 갖는다. 동작과 동작이 이어지고, 동작의 상세가 변화하고, 귀결되는 동작이 또 다른 시작이 된다.

그렇게 이어지는 동작의 가지수는 무한에 가까울지도 모르나.

그의 육신에 습합된 검주의 경험이 다뤄낼 수 있는 투로는 8000개에 그친다 말함이 옳을지도 몰랐다.

그 결과가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방법으로 귀결되는 8000개의 상황이 그의 움직임의 본이 되고 있었다.


지끈.

'좋지 않다.'


그리고 3분도 안 되는 시간만에.

그 8000개의 움직임 중에서 절반이 상대에게 인지당했음을 알았다.


유성호검류(流星昊劍流)
사십사지극요(四十四止極夭)
팔극변(八極變)
성라휘전광(星羅揮轉光)

휘리릭 !


단숨에 그의 몸이 주변을 둘러싼 강환과 감응한다.

화경(化境)의 경지를 침탈했다 말해도 이상치 않을 몸.
그것이 순식간에 미칠듯이 가속하면서 검이 수개의 별 사이에서 자전했다.

여덟개의 동작이 그 순간에 존재했다.

뻗어져 나가는 검광(劍光)이 별과 마주하는 순간 산란하며, 수백 줄기의 광파(光波)가 천지천상을 뒤덮고 있었다.

ㅡ 그리고 그 빛줄기의 흐름을 짐승은 정확하게 거슬러 올라 온다.


무곡초래(武曲招來)
성결(星訣)
거문유전(巨文流轉)


빛이 흐르는 그 방향 그대로 태산의 절벽이 나타난 것만 같다.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우우우우우 ㅡ


짐승은 육체의 무게 중심을 옮긴다.

뻗어지는 검강을 손으로 마주한 듯 했다. 베여넘어가야 한다. 아무리 강대한 육체라 해도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인 강기에 무해할 수는 없기에.

그러나 아주 절묘한 차이가 그곳에는 있었다.
손이 베이는 것보다도 먼저, 그 손이 곡선을 그려내어 힘을 비트는 한 순간.

뻗어진 혈광이 짐승의 뒤에서 석양과도 같이 번진다.


우우우우우 ㅡ


그의 시야 속에서 광활한 공허가 미친듯이 울부짖고 있었다.

한번의 합이 뻗어낸 광파 속에서 건물과 함께 야수들의 모습이 재로 변하고, 짐승은 그것을 신경쓰지 않는 듯 초연하다.

전장 속에서 적을 죽이면 죽일수록 쌓이는 원념. 전쟁신의 계율. 피할 수 없는 수렁으로 끌려 가는 감각만이, 그가 지금 뻗어낸 절초로 무엇인가를 죽였다는 걸 드러낸다.

그렇게, 그저 흐름이 자연히 유전할 뿐이다.

공격을 이뤄냈으면 그것이 수비가 되고, 수비를 행한 자는 공격을 얻는다.

그리고 그 순간에 그가 마주하는 것은 삶과 죽음.


무곡초래(武曲招來)
성결(星訣)
염정반국(廉貞反局)


힘을 흘려내는 곡선이 원을 그리며 이화접목의 묘리를 펼쳐내고.

공방일체와 다름이 없는 것에 피로 물든 검의 춤사위가 남긴 잔영이 대항한다.

그것으로 찰나를 일궈낸다.

ㅡ 그가 뻗어낸 절초의 위력을 제 손에 담은 권격에 대항할 한 순간의 직조다.


'심의(心意)가 울리고 있다 • • • 칠성낙윤무, 그리고 무곡초래.

절학 그 자체의 뜻에 가까운 듯한 것이 영성을 울리고 있다.'


일전의 화경을 막아내기 위해 펼친 일격조차 상대는 흘려냈다. 그 강대하기 짝이 없는 것을 막아낼 방법은 없다.

어느 순간부터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한 채 루키우스는 움직였다.


'그 상세는 읽어낼 수 있었다.

가늘어진 몸, 펼쳐내는 화경, 실패 따위 없다는 듯한 움직임.'


본디 그 정도의 역량의 검호에게는 해낼 수 없을 화경의 연쇄.

흘리기도 요격도 불가능해야 마땅하다.

다가오는 검격을 받아내고, 엮어서, 흘린 뒤에 힘으로 삼는다. 그것에 대한 역공을 흘리고, 요격하며 방어가 곧 공격이 되게 한다.

그것은 실패하는 자가 곧 패배에 직결하는 곡예다.

그런 곡예를 연속되게 성공이라는 결과로 드러내는 것은 전투라기보다는 묘기에 가까웠다.

그리고 점점 더 육체가 가늘어져 가는 듯한 짐승은, 그것을 서른 두 합에 걸쳐 해낸 채 그에게 강요했다.

무심한 눈은 말해온다.


'저것은, 제 자신의 육체를 극한까지 쥐어짜내는 것으로 명경지수보다도 더한 고요를 손에 넣는 것.

그로서 본래는 허락되지 않는 영역까지를 읽어내는 『감각』을 손에 넣는 비의.'


자신은 그가 걸어온 도박에 응하였다.


' ㅡ 이른바 칠감(七感)의 개화다.

시간의 흐름, 그로 인해 변모하는 것들을 단면으로 나누듯 헤아리는 감각.

본래라면 미래를 들여다보는 눈의 반동을 줄여내기 위했을 것.

...지금은 고작해야 잃어버린 시야를 대체하는 데 쓰이고 있을 뿐인 것을.'


그는, 이것이 전부인가.

정말로.

이렇게 의미없는 합을 진행한 끝에 죽음에 이를 터인가, 하고.


'그것 하나로, 훤히 들여다봐진 채 농락당하고 있을 뿐이란 말인가.'


스스로의 승리를 자신하는 굶주린 사자가 물어오고 있다.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로 없나 ? '


그것에 대한 답을 갈구하듯이, 역광을 타고 오르는 권섬을 바라보면서 생각이 돌고 돈다.


'우바쉬의 천안회융이 융해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권섬은 그 안에 담긴 미증유의 압력을 증명하듯 가까워질 적에 점점 더 거대하게 보이는 듯 했다.

대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기이한 색채가 편광(偏光)된 형태로 그 주먹을 실어나른다.

무술에 담긴 사상(思想)이 주력에 의해 명정히 구현되는 현상.


'유제니아가 저격 포인트를 다시 찾고, 장궁에 담긴 주문을 회복하기까지는 3분은 더 필요할 것이다.

천호장들과 대전사는 이 전투에 조력하고자 하는 서로 둘을 가로막는 것에 치중되어 있을 거고.

전쟁신은...계율은 착실하게 발동하는 주제에 강신하지 않고 있나.'


불합리하지만, 뻗어지는 그것이 차라리 그의 것보다 더 유성(流星)같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방어해야 한다.
저것을 방어할 수 있을 만큼의 초식은 사십사지극요에 없다.

요격해야 한다.
허나 요격해낸다 해도 상대가 그 요격조차 흘려내어 제 힘으로 삼는다면 무용할 터이다.

이 연환을 끊어야 한다.


' • • • 이 정도 싸움으로는 하계를 굽어살필 의미가 없는가 ?

그도 아니면.'


세상 전체가 찌그러진 유리창과 같이 균열이 나는 듯 하며.

내뻗어지는 일격이 공간조차 뒤틀어버리면서 상대의 죽음을 바라고.

그리고 그것이 ㅡ 상대의 평타(平打)가 되어 있음을 체감하면서 되뇌이는 건.


'알고 있기 때문인가 ? '


마음 속의 미혹.


'이 전투에 모든 것을 건 게 아니라는 걸 ? '


그는 이미 많은 것을 포기했다.

사람의 마음이니, 수치니, 시기니 하는 것이 아니라, 터무니없이 많은 것을 포기한 뒤였다. 죽기 전까지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환락도, 그에 대한 즐거움도 없다.

그리고 그런 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그것』을 펼쳐내는 걸 망설이고 있다.

어쩌면.
그가 지금같이 된 것을 후회하기 때문일지도 모를까.


' ㅡㅡㅡㅡㅡ 그렇지만.'


스스로 손에서 놓아버린 것들의 가치를 반추하는 일 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으리라.

그는 결단한다.

결단은 마음의 유동을 낳는다.

그러한 유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이야말로 마법의 기틀과도 같은 진리(眞理).

그것을 알고 난 뒤에 시전된 외법(外法)이, 그의 안에 자리잡은 천경이 환희하듯 그를 눈에 담는다.

제 목숨을 앗아갈 일격이 가까이 오는데도 감은 눈.
그렇게 펼쳐지는 어둠 너머로 비쳐보이는 심상.

스스로의 능력이나 다름없는 천경에게 바치는 것은, 마(魔)를 움직이는 자기 자신의 자아 그 자체.

ㅡ 마음 속의 하늘이 강하(降下)하고 있었다.


[바친다.]

[ ㅡㅡㅡㅡㅡ ? ]

천경(天境)
마도술(魔道術) • 개(開)
천마입백인(千魔立白印)


영언이 울려퍼지는 한 순간.

내뻗어진 권격을, 어느 순간에 루키우스의 손이 붙잡고 있었다.


[무슨.]


ㅡ 짐승의 닫힌 눈이 제 멋대로 열린다.

그것의 칠감(七感)이 흉(凶)을 인지한다.
피고름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짐승의 비늘 사이에서부터 붉은 혈류가 떨어져 나온다.

『천안회융』이 아직도 건재한데도 자신의 주각(呪刻)을 개방함으로서 생기는 역상(逆傷).

그러나 그것이 짐승의 목숨을 살린다.
아니, 그것의 본능이 이번에도 사선 위에서 살 수 있는 길을 골라낸 것일 터였다.

지금 짐승이 두 눈으로 들여다 보는 것은.
필경 인세(人世)에 강림한 마왕(魔王)과 같기 때문에.


오오...오오오 ㅡ ㅡ ㅡ !!


인간의 몸 뒤로 만다라(曼多羅)가 북상(北上)하고 있었다.

짐승의 손을 잡아챈 손바닥. 그 위로 알 수 없는 기호와 문자들이 나타난다. 수도 없이 많은 깨달음이 꿈틀거리고, 또 한 차례 입멸하고 있었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사겁(四劫)의 순환이 인간의 몸 위를 덮은 검은 장막을 찢어 발긴다.

상(象)이 겹치는 것처럼 들여다본 십여분 뒤까지의 미래가 그것의 결과를 엿본다. 그러나 십여분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찰나만이 들여다 보였을 뿐이다.
ㅡ 그 순간에 짐승은 그 안에서 제 자신의 죽음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