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잡담판/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6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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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58[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68F】종료

작성자 正道第一劍◆IladtgNXUe작성일 2026-04-12 (일) 09:58:15갱신일 2026-04-16 (목) 13: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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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선이 어둠 속에서 그어질 때 그들의 구도가 바뀌었다.

내려다보던 왕자가 짓눌린다.

그것의 거대한 팔 하나를 즈려밟고 있는 채로, 루키우스는 어둠에 동화된 그 상태 그대로 검을 들이밀었다.

그것을 피할 수는 없다.

등 뒤에서부터 그의 예견이 꺼지는 순간을 비웃듯 날아오는 거대하기 짝이 없는 화살.

그것에 몸을 허락하는 순간 전투가 돌이킬 수 없는 영역까지 망가질 것임을 왕자는 알았기 때문이다.

하여, 그 순간에 왕자는 결정했다.

그것이 화살의 궤적에조차 몸을 담구지 않게 왕자가 허공을 박찬 그 순간의 사유와, 루키우스의 칼이 정통으로 팔의 관절 틈에 쑤셔박혀지는 걸 용인한 이유였다.


'팔을 버린다.'


그것은 마치 그 결정을 읽고 있었다는 것만 같은 움직임이었다.

루키우스의 검은 또 다른 색채의 피를 만들어낸다. 관절과 뼈의 틈을 가르듯 핏빛의 칼날이 깊숙이 파고들어 오고, 왕자와 루키우스의 시선이 교차했다.

왕자의 신형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와중, 그 위에 올라탄 루키우스의 눈이 형형히 빛나면서 말하고 있었다.

화살의 영향을 완전히 피하고 싶었다면, 팔보다 더 많은 것을 내놓을 준비가 끝났어야 할 것이라고.


'그것으로 만족할 줄 알았나 ? '


그 검붉은 칼이 맞닿은 모든 것을 잘라낸다.

그들의 몸이 허공에서 돌고 돌았다.

난반사하는 듯한 대기의 와류, 그 모든 흐름을 타고 오르는 칼이 왕자의 팔을 거슬러 올라 심장까지 와닿는 와중.

가려지는 것없이, 더없이 선명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그것에 담긴 살의(殺意)가.

하여.


[ ㅡ 이리 빠르게 끝을 볼 수는 없지.]


왕자는 팔 이상의 것을 내놓는 대신에, 그 몸에 서린 눈의 주술(呪術)을 일부 포기한다.

짐승의 광기 서린 움직임 속에서도 명백하게 살아 숨쉬는 기술. 그것이 그가 갖추고 있던 육안(六眼)의 시야가 봉쇄된 상태 속에서도 이전의 움직임을 재현해낸다.

깜빡이듯.

순식간에 그것의 몸에 서린 비늘이 완전히 서고, 비늘의 틈 속에 자리잡은 눈들이 가려졌다.

미래를 엿보는 개안(開眼)의 공능을 포기했다.
대신에 접하는 힘을 차단하는 폐안(閉眼)의 공능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 순간에 사그라드는 어둠들.


금각십이혈주(金角十二血呪)
일안이행(一眼二行)
폐안식(閉眼式)
금색대계봉현(金色對界封現)


그리고 광원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 듯, 닫힌 눈의 위에 번지는 금색의 광채.

그것은 세계를 모독하는 마법사들의 눈을 자해함으로서 펼쳐내는, 세계에 대한 변혁의 상쇄다.

루키우스의 눈이 가늘어지고, 그는 쉴새없이 근육과 살의 틈을 갈라내며 차 하나를 절단내듯 왕자의 팔을 가르면서 깨닫는다.


' ㅡ 대마력(對魔力)...! '


저것이 가로막는 것은 마력(魔力)과 주문(呪文)만이 아닐 것임을.


'우바쉬의 천안회융이 만들어내는 어둠을 일부분이나마 몰아냈다.

어둠 속에 숨어서 그것을 실어나르는 암검을 경계했나...! '


하여 팔이 잘려나가는 것도 모자라 심장까지 검이 파고드는 와중에 막히는 것이다.

분명히 봉안식에 의해 눈은 가로막혔으나, 기량은 쇠하지 않았다.

그것이 증명됐다.


쿠그그극...


루키우스는 검을 잡아채고 밀어내는 듯한 상대의 움직임이 무엇인지를 이해했다.

왕자의 육체가 어둠 속에서 존귀한 것과 같이 빛나는 한 순간, 투귀족의 투선에게서 비롯된 듯한 유법(柔法)은 고스란히 펼쳐진다. 허공이라는 장소조차 무용했다.

살가죽을 파고들어오는 검이 붙잡히고, 팔의 움직임에 밀려나며 허공에 튕겨져 나가는 모습.

혈루의 절삭력을 앞장 세운 채 변초의 여력을 끌어모아 팔을 썰어재끼던 루키우스의 눈은 일그러졌으나, 현실은 지극히 당연하게 강론한다.


[조금 더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 ]


고작해야 이 정도로 아수족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괴물을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는가 ?

부족하다.


[아직 축제는 시작했을 뿐인데 ㅡ !! ]

크 ㅡ 가가가각 !!!


그렇기에 그들 둘의 육신이 ㅡ 수백미터 상공에서 떨어져 내릴 적.

흔적만이 남아 있던 듯한 내성이 완전히 초토화되며 어둠 속에서 먼지바람조차 남기지 못하고 붕괴되어갔다.

혼돈스러운 형체들이 뒤섞이고 용트림하는 공허. 그 공허 속에서 거대한 굉음과 함께 지진이 인다.

도시가 떨리고 있었다.

단 두명의 사람이 떨어져 내리며 만들어진 충격파가 ㅡ 수키로미터까지 범접하듯 퍼지고 있음에.

아크리오티스 영애는 성검을 쥔 채 그 순간에 굳어 있었다.


"이, 이게."


첨탑을 지킬 생각은 없이 서있던 소녀의 몸이 떨린다.
그녀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아수족을 죽이다가, 틈이 보이면 이 도시 바깥으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생각을 눈 앞에서 보이는 모든 풍경이 완전히 뒤바꾸고 있었다.

허공에는 정체 모를 붉은 눈동자가 떠오른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곳곳에 생겨난 정체 모를 형체들이 혈광을 내뿜는다.

그것이 더할 나위 없는 파괴 현장 속에서 바로 방금 전 일어난 일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런 그들의 위로 수백미터까지 솟구쳤던 내성이 떨어져 내리며 대지 위 모든 것을 짓뭉개고 있었다.


"대체, 무슨..."


그리고 그 순간에.

어둠 속에서 더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루키우스였다.


[괴물 놈이.]

쿠 ㅡ 콰앙 !


그는 한 걸음에 뒤로 튕겨져 나오면서 흔들린 두뇌와 육체의 균형을 다잡는다.

허공에서 떨어져 내릴 적에 더 위에 있던 것은 분명히 그. 그리고 그것조차 넘는다, 그는 왕자를 걷어차서 튕겨나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그저, 그렇게 튕겨져 나온 그 순간에 명정히 깨달았을 뿐.


'허벅지뼈가 부러졌고, 사지의 근육 중 일곱 곳이 찢어졌다.'


언제나 괴물은 인간에 비해 과도하게 강력한 육체를 가진다. 그리고 그 육체에 기술이 더해졌기 때문에, 저것은 인류의 적인 법이다.

삼천년, 아니 오천년에 걸쳐 싸워온 인간의 적은, 그 명성에 걸맞는 강함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육체를 유지하는 마력의 배열이 흐트러진 건 열세곳 이상.

ㅡ 상관없다.'


그리고 그렇게 튕겨져 나온 그 순간, 마검의 위에 서린 핏줄기는 꼬리를 덧그리듯 점점 길어지고.

그의 시야 속에서는 어둠을 몰아내는 금빛의 짐승이 한 팔로 몸을 일으킨다.

껌뻑였다.

검주의 육체를 의태한 마력의 배열이 흐트러지는 것을, 천경이 온전히 되돌려놓은 그 순간에 그의 시야가 열리고 닫혔다.

그리고 짐승의 신형이 두 팔을 모두 갖춘 채 그의 앞에 있었다.


퉁 ㅡ ㅡ ㅡ


짐승과 루키우스의 시선이 오간다.

검과 권을 나눌 수 있는 거리까지 좁혀진 채 마주하고 있었다. 그것의 시선이 그를 보고, 그는 그것의 몸이 꿈틀거리는 걸 본다.

그것은 그의 몸에 생긴 부상의 정도를 통해서 육체의 내구도와 구조, 성능을 짐작한 채 제 운동 능력을 배분했고.

그는 상대가 찢겨나간 팔 한 쪽이 억지로 돋아나면서, 저주에 주박당하는 모습을 보았다.

비쾌하기 짝이 없는 속도로 그 양손이 뻗어진다.


고법(古法)
칠성낙윤무(七星落輪舞)


본디 과정이 생략되는 것처럼 순간을 꿰뚫던 주먹이, 그의 눈에 그 잔상을 관측당한다.

일격, 이격, 삼격, 사격...
연이어지는 연타에 그의 육신이 뒤로 튕겨져 나오던 와중 내리꽂히듯이 떨어졌다.


[앞으로 세번 더 사지 중 하나가 잘려나가면, 너도 죽음을 맞이할텐데.]

[목숨이 오가지 않는다면 싸움이 아니지.]


방패가 가로막고, 권속의 성력이 피해를 감쇄한다.

그러나 짐승의 시선은 그것을 개의치 않는다.

그의 손이 상대의 속도보다 느리기 때문에 이뤄지는 후행(後行).

검이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빚어지는 검영(劍影)이 강막(罡幕)을 빚어낼 때,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이 빛을 발한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듯한 권섬(拳閃)이, 뻗어지며 어둠을 토멸하는 순간에 광활하게 표변했다.

ㅡ 밤하늘의 별을 잇듯이 움직이는 사십사지극요의 변검식(變劍式)을 상대가 따라온다.


일성(一星)
탐랑흉섬(貪狼凶閃)
팔연식(八聯式)


압도적인 쾌(快)와 강(强)으로 찍어누르는 것을 넘어서 변(變)을 포용한 채로.

여덟번의 권격이 수십번 궤도를 바꾸며 뻗어져 왔다.


퉁 ㅡ 퉁 ㅡ 퉁 ㅡ ㅡ ㅡ


소리보다 앞서서 울리는 것은, 그 충격파가 내리꽂히는 도시의 붕괴 현상.

그의 검과 상대의 주먹이 뒤얽힌다.


쿠가가가가각 ㅡ !!!


그리고 폭압이 어둠 속에서 수십개의 건물을 때려 부수며 그의 움직임을 무력화한다.

발경(發勁)과 화경(化勁). 힘의 발산과 수렴.

검을 내뻗을 적에 상대의 손이 당긴다. 상대의 손이 끌어들일 적에, 검이 밀어냈다.

기량만큼은 대등한 영역에 머무르고 있었다.
아니, 한 순간이나마 앞서고 있었다.

영락했다고 하나 검주의 무예를 펼쳐내는 그는 찰나의 순간에 서른 일곱 번의 교합에서 우위를 점한다.

흉사(凶蛇)와도 같이 자유로이 흐르는 혈루가 주먹을 휘어감은 채, 검은 짐승의 거죽을 거르고, 근육을 갈라, 그 맥에 쑤셔박힌 채 뽑혀져 나오기를 거듭했다.

연속한다면 상대의 맥을 베어낼 수 있었겠지.

뒤바뀌는 풍광, 도망치던 사람이 폭압과 함께 어둠 속에서 완전히 터져나가는 모습, 붕괴하는 건물들이 허공에 산란하며 파편을 수류탄처럼 흩뿌리는 광경.

그리 할 수 없는 것은.


[상대의 목을 물어뜯기 위해서 거죽을 내주지도 못할 삶을 살았는가 ? ]


명백하게 힘을 흘려냈던 서른 일곱번의 교합만으로, 『검은 자의 권속』이 충격을 감당치 못하고 역소환됐기에.


[그럴리가 없겠지.]


천천히 흐르는 시야를 그는 인지한다.


이성(二星)
거문유전(巨文流轉)

오성(五星)
염정반국(廉貞反局)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주마등. 그것은 그리 불러야 할만한 것이다.

느려진 세계 속에서 짐승이 웃었다.
확신. 자신의 움직임이 회백색의 장막과도 같은 권속을 뜯어냈음을 인지하고.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순식간에 제 몸에 상처가 입는 것도 도외시한 채로 ㅡ 찔러드는 검에 팔을 들이민다.


[ ㅡ 끝이다.]


그것이 반경(反勁)을 발할 때 그는 힘을 흘려냈음에도 불구하고.

뿌득 거리는 감각이 전신을 뒤흔들고.
무엇인가가 피륙을 뚫고 뜯겨져 나가며, 팔이 날았다.

섬뜩하게 텅 빈 공백감이 흉중에서부터 전신에 이른다.


[□□□□□□□ ㅡㅡㅡㅡㅡ ]


그의 흉중을 가르고 몸을 뜯어내는 팔을 느끼면서.

아니, 바라보면서.


그의 시야가 암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