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7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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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6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74F】 (5000)

종료
#0天子魔◆lMF.VqjaE.(6f92a815)2026-05-17 (일) 16: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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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8천마◆lMF.VqjaE.(694c62c6)2026-05-22 (금) 16:33:24
기공의 수련은 그저 진기를 축적하는 것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심법의 본질이 마음을 다스리고, 내면을 청정하게 하는 데에 있듯이. 기공의 본질은 기를 쌓는 것을 넘어, 그것을 다루는 법에 있기 때문에 그러했다.

하여 삼원정생기공을 연마한지도 어언 8년에 가까운 내 몸은, 중단전의 혈을 현규(玄竅)와 같이 확장하는 것 정도로 그 성취를 설명할 수 없었다.

심장의 안에 채워진 진기의 양이 일류고수에 비견된다.

겨우 그 정도의 것만으로 내공(內功)의 우열이라는 것을 가를 수가 있을까.

아무리 진기가 많아도 그것을 움직일 수 없거나 흐리다면 무용하고. 진기가 적더라도 그 한 방울 한 방울이 정순하다면 내공의 우위는 뒤바뀌기 마련인 것을.


"생각해보면."


하여, 삼원정생기공을 익힌 이후에 드러난 가장 큰 특징은 전신의 생기가 순일(純一)에 가까워진다는 것이었고.

그리고 그것을 통해 증명할 수 있는 성취는...
육체의 움직임과 이어지는 근맥과의 대혈(大穴)이 모두 응련(凝練)되었다는 것.

이 몸은 삼단전과 전신의 혈도가 닫히지도 뚫리지도 않았다. 진기가 전신 경락의 세맥을 모두 씻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허나, 그걸 씻어낼 필요도 없었다.

무협지에서는 제대로 된 고수의 필수 조건처럼 여겨지는 벌모세수가 이뤄진 것처럼, 신생아 때부터 탁기를 걸러내왔던 이 몸은 막힌 곳이 없어 기가 더없이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그 경락이.
육체의 움직임에 따라 기가 흐르는 행로가.

힘줄이 꿈틀거리며 경력을 자아낼 적에 의식하지 않아도 흘러넘칠 만큼이나 순수하여 꼭 자연과 닮았다.

삼원정생기공이 다다를 수 있는 경지로 여겨지는 것.
천지내교(天地內交)의 공력이었다.


"본 학년에 너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녀석도 없군."

"다른 학년에는 있었습니까 ? "


그리고 석일의 주먹을 부숴버리는 것은, 고작해야 그 정도만으로 충분했다.

아마도 그러한 연원이라는 것을 눈 앞의 상대도 알고 있을 터였다.

도가(道家) 무인들에게는 전설적인 것과 다름없을 공령지체의 반의 반의 반보 정도 되는 육체적 특질.

그것 덕분에 삼단전이 모두 단전혈이 될 수 있는 기초를 갖췄고. 그것 덕분에 삼원정생기공이 만들어질 수 있었으니.

석일의 손이 아무리 강한 것이라고 해도 버틸 요령 따위는 없었다.

그런 몸에 광영검법의 쾌의(快意)를...
아니, 그저 내력만을 담아서 주먹을 뻗어내면 이미 철판도 주먹으로 뚫을 수 있는데. 그걸 마주할 이류 수준의 무인의 권장이 그만큼 단련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있었지. 아니...없었을지도 모르겠군.

적어도 이주일 뒤에 비무가 진행될 예정이었던 녀석의 손을 [무심코] 뼈째로 부숴버린 녀석은 없었다."

"그건 또 신묘하군요."

"너처럼 학년을 가르지 않고 같은 배분의 무인은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패고 다니는 문제아야 있기는 했다만."

"...누구입니까 ? "

"있다. 검희(劍姬)와 검치(劍痴)라 불리는 것들이."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는 부장교사라고 주장되는 체육 교사를 앞에 두고 있었다.

거한에 굵은 근육, 곧게 펴진 몸.

그는 그 입 안에 양귀비 잎을 떼어내서 넣고, 질겅이면서 씹으면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풍뢰의 손을 부숴버린 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그런 것에 대해 바라는 바가 있었다.


"정학으로 하시지요."

"정학 ? "

"예, 2주 정도의 정학으로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 시간이면 자연스럽게 결정될 테니까요.

제가 더 등교할 수 있을지, 아닌지. 살아있을지, 죽을지..."

"허어..."


때문에 내가 청한 그 말에, 도리어 눈 앞의 선생이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런 듯 했다.

저 멀리 이북과 그 너머의 마경이 펼쳐져 있던 국경에서 제국 근위대로 군종했다 유명한 천하의 『무애도(無碍刀)』가 순간 말을 잃은 걸 보면.

하긴, 상식 밖의 행동이긴 할 것이었다.

안 그래도 2주 뒤의 비무도 석가의 영역 안에서 하는 일. 그 안에서 뭔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상대 비무자에게 큰 중상을 입히다니.

강호에서는 이 정도면 저것들이 가족을 건드리려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 같기는 했던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바로 옆집에 사는 묵양자가 두려워서라도 그 정도 수준까지 손을 벌리지는 않을 테지만...


"원한다면."

"흠 ? "

"그 비무의 상세 정도는 다시금 협의하게 할 수 있다.

위치를 바꾼다거나, 증인을 달리 한다거나, 명숙을 불러 너무 심한 처사는 멈추게 한다거나.

내 개인으로도 그 정도 영향력은 보일 수 있다."

"학교에서는 오히려 그대로 진행되기를 바라나 보군요. 제가 너무 사고를 많이 쳤다 여기나 봅니다."

"그럴 수 밖에.

그렇지만, 지금 내가 보기에는 비무가 시작될 시, 너는 무인으로서 재기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무애도는 옆 집에 묵양자가 사는 것 정도로는, 비무에서 일어날 무언가를 막을 수 없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렇게 되어버린 상황이 됐다는 걸 인지하고 있거나.


"『벽람율경(霹濫率經)』에 『흉표정박(洶飇禎拍)』이 어우러진 일권이었다.

살의가 실려 있었다 보아도 무방했지. 비록 반룡권의 흐름이 평소와 달리 가라앉아 있던 것이 상대를 꾀는 미끼였다 하지만 놈은 그걸 잡았고.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 두가지 무공을 펼쳐냈는데도 정면에서 깨부숴지는 모습을 보여버렸다."

"그야 환장하겠지요. 공격초를 쓴 건 석일이었는데, 정작 이렇게 무참하게 깨부셔져서야."

"입단속을 시키거나 수치심을 주는 것만으로는 그런 종류의 불명예는 해결될 수 없다.

너는 이제 분명하게 그들과 결을 세워버렸으니까. 그리고...어째서지 ? "


그건 좋은 일일까, 아닐까.

그것이야 알 수 없는 일일테지만, 아마도 무애도는 내가 원하는 바를 들어줄 것 같았다.

딱히 상대에게 속내를 보이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알아서 그가 들여다본 모양이다.

내가 석가와의 비무에서 내가 재기 못할 부상을 입으리라는 생각을 일절하지 않고 있었다는 걸.

속내를 들여다본 듯 이해한 채.


"어째서. 그것을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지 ? "


그는 그리 물었고, 나는 답하지 않았다.

답할 수 있을리가 있겠는가.


일이 수틀리면 그 놈들 뿐만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와 함께 죽어버릴 수 있는 진언을 알고 있다는 말 따위를 누가 믿는다고.



*



어찌 되었든 간에.
결론적으로 나는 2주의 정학을 명받았다.

어머니가 다칠 일은 경계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이 일이야 내가 만들어낸 은원이라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어머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 이에게까지 손대는 것을 석가는 감당할 수 없을 터였기에 그랬다.

적어도 하광검문의 검 아래에 협명(俠名)으로 남거나, 중정에 의해 가문원 전부가 전선으로 끌려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런 선택지 따위, 행할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서 정학을 받은 뒤에 집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


후우우우 ㅡ


하여, 나는 성남 인근에 위치한 숲 안에서 2주 정도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어머니가 아신다면 걱정...걱정을 할까 ?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가 집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된 것도 벌써 3년째였다.

내가 어디 있는지를 신경쓰지는 않으실거다.
적어도 밤에 집에서 주무시는 일이 적어졌으니 문제없겠지.

그렇기에 무릎 위에 검을 올려뒀을 뿐이었다.

적룡문에서 주었던 기물(氣物)급 장검, 『반백(絆白)』.

틈이 날 때마다 기름을 먹이는 일을 잊지 않고, 체내에 흐르는 기를 불어넣어왔던 그 검이 무릎 위에서 찬찬히 은광(銀光)을 발할 때.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리며 나무가 흔들렸다.


후우우 ㅡ

후우우우우 ㅡ


지하철로 왔다고 하나 거주구역과는 거리가 있는 곳.

그렇기 때문에 자연환경이 보존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자연환경을 훼손할 수 없기 때문에 보존되어 있는 것인가.

문득 떠오른 그 생각의 답을 알 듯 하다.

어쩌면 이제 가릴 필요가 없어진 듯한 손의 붕대를 풀고, 나는 검을 뽑아내 가부좌를 튼 옆의 바닥에 꽂았다.

힘을 줘서, 몸을 일으킨다.

바람 소리는 아직도 들려오고 있었다.


후우우우우우우우 ㅡ


그렇게 들려오는 소리에 맞춰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검을 중단에 올려놓은 채 눈을 감았다.

눈으로 세상을 인지하는 걸 멈추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그러한 감각이 더욱 더 정밀해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류(二流) 따위의 승부에서라면 오감(五感)만으로도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을 터이나, 그 기력이 외현(外現)에 다다르는 일류(一流)의 승부라면 이야기가 다른 법.

허접한 이류 놈들은 모르는 경지가 있다.

천천히, 흔들림이 거듭되며 소리와 신형을 가리는 숲 안이 감은 눈 너머로 들여다보여지는 것이다.


'발걸음.'

후우우우 ㅡ


그 안에는 두가지 박자가 있었다.

쉬이 관통하여 살필 수 없는 걸음의 윤전이다.

쾌속하기 그지 없는 질뢰보(疾雷步)에, 그 움직임을 바람 속에 녹여내어 담는 풍유보(風遊步).

다가오고 있다.

태풍이 부는 것처럼 일렁이는 바람소리 속에서, 그것은 걸음마다 쌓이는 진력을 육체 내에 축적하고 있었다.


'상승의 보법이다. 석일의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완전히 제대로 연성된...세가의 것.

걸음걸이 속에 쌓이는 경(勁)을 진기를 통해 육체에 쌓았으니, 명확히 드러낼 수도 있다.'


그것은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낸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찾아왔는지도 명정히 드러내고 있었다.

암습.

죽음이 목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석일에게 한 것보다는 더 큰 대가를 미리 치루게 하기 위해 왔을 것이다.

그렇게 찾아온 일류고수라고 한다면, 분명 상대에 부족함이 없을 터였다. 시금석이 있어야 마땅한 상황에, 충분한 상대가 찾아왔다.

칼을 쥐고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한 것은 거진 삼년만이기에. 아주 오랜만에 검을 쥔 몸이 고요 속에 잦아들었다.


쏴아아아...


인체의 수많은 경혈이 나즈막히 호흡하며 외기를 끌어들이는 한 순간.

대지 안에서 힘이 빨려 들어오고, 하늘은 움직여야 할 방향을 일러줬다. 그저 그 한 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검을 잡아당겼을 뿐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본능적인 움직임.

마치 대궁의 활시위를 잡아당기듯이 빳빳하게 선 힘줄이 육체에 진력을 모았다. 체내를 도는 륜(輪)은 그 모든 힘을 수렴한다.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나 사람이 몸에 담기 어려운 격렬한 살의가, 칼 끝에 맺힌 채 정적과 함께 흘러내렸다.


그리고, 찰나.


우우우 ㅡ ㅡ ㅡ ㅡ ㅡ


광검점혼이 펼쳐지는 그 순간에 검극이 허공을 갈랐다.

일출.
그리고 번져나는 핏물.

태양을 두르는 불길같은 광채가 번질 때 눈이 마주쳤다.

이름 모를 일류고수의 장권이 갈라지고, 그 안에서 미약한 공포가 드러날 때.

전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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