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16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75F】 (5000)
종료
작성자:天子魔◆lMF.VqjaE.
작성일:2026-05-23 (토) 15:44:34
갱신일:2026-05-28 (목) 10:18:37
#0天子魔◆lMF.VqjaE.(cd619f4b)2026-05-23 (토) 15: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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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155천마◆lMF.VqjaE.(1badcc0d)2026-05-23 (토) 16:54:18
내지르는 주먹은 검을 쥔 손을 노린 일격이었다.
튕겨져나온 발걸음은 기세 위에 올라타고도 간합을 순식간에 증폭시켰고, 내딛은 그 순간에 십여미터를 줄였다.
쾌속이었다.
그 때문에 이런 결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빠름을 참오하는 무학을 익힌 존재는 자신보다 더 빠른 것을 마주하는 순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으니까.
설령, 그것이 제 목숨에 직결되는 수준의 손해라고 해도.
콰득 !
"크, 아아악 ㅡ !! "
허나 방심할 수는 없었다.
찔러들어간 검이 느슨히 빛을 나누고, 골육을 참단하여 상대의 주먹을 갈라버릴 때 상대의 눈이 크게 일렁였다.
공포와 충격이다.
그러나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검을 찔러드는 와중에 그것의 손이 크게 흔들렸다.
마치 벼락이 바람을 타고 허공에 퍼지듯이 기와 경이 충돌할 때, 놈이 검을 팔에 꽂은 채로 전진해왔다.
ㅡ 하나의 팔이 재기불능이 되는 걸 감수하고 있었다.
" ㅡㅡㅡ 놈 !! "
청뢰분권(靑雷奔拳), 적풍산장(赤風散掌)
결식(決式), 자소구두사(紫宵九頭蛇)
분명하게, 살초였다.
팔 하나를 주고서라도 상대의 목숨을 앗아갈 의지가 충만하기 짝이 없을 정도의.
"흐."
이리 보면 그리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누가 사파인가.
팔 하나를 내려놓고서라도 상대를 죽여오라고 세가원을 보내는 세가인가, 아니면 부족한 자질을 채울 실전 경험을 위해 사람을 패고 지금은 베는 나인가.
...전투 중에는 불민하다.
생각을 내려놓았다.
그저 목전을 향해 뻗어지는 아홉 자락의 권영(拳影)을 바라볼 뿐이었다.
'노리는 곳은 세개의 요혈과, 일곱개의 근맥, 두개는 의미없다.'
팔 하나에 찔린 채다.
손을 흔들며 발이 원을 그릴 때 몸이 휘돌았다. 뻗어진 검이 움직인다. 팔이 요동치며 상대의 육체의 중심이 무너짐이 옳으나 그러지 않았다.
반보(半步)를 회전하는 그 움직임을 완전히 뒤따라오고 있었다.
쾌검을 펼치는 그 움직임에 맞췄다.
상대의 권법에서부터 보법에 이르기까지.
무예를 이루는 흐름이 길과 같이 이뤄져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류(一流)였다.
"죽어라 ㅡ !! "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흐름이 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류인 것이었다.
권섬이 다가왔다.
그 다가오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한 발자국.
내딛는 그 순간에 확신에 찬 눈동자에 의혹이 서렸다.
마주한다.
삼원정생기공(三元定生氣功)
천지내교(天地內交)
이원결(二元訣)
정명내교세(定命內交勢)
우드드득 !
그 순간에 선두로 내달리던 세개의 권섬이 무참히 흩어질 뿐이다.
피륙의 상처가 남았다.
팔, 다리, 어깨에 살점이 파먹힌 듯 타들어가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러나, 겨우 그것 뿐이다.
" ㅡ 호체진기(護體眞氣)...!! "
"내가 내가공력이 장기라는 걸 잊었군."
스르륵 !
철판을 으스러트릴 수 있는 위력을 품은 권경이었으나, 고작해야 그 정도 피해만이 일어났다.
그것이 혈과 혈 사이를 흐르는 진기가 만들어내는 방호력이었고, 혈 안에 담겨져서 세맥에 녹아든 내력의 뿌리들이었다.
그리 될 것을 알고 있었다.
상대의 벽람율경이 만들어낸 체내의 진기가 검을 마주하고도, 뼈에서 막아낼 수 있던 것 자체가 그 때문이니. 상대가 내 공격을 뼈에서 막아낼 수 있듯이, 나는 상대의 공격을 피륙에서 걷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 때문에 공격의 진로에 파고들어가듯이 발을 내딛는다.
초근접전.
상대의 오른팔에 꽂힌 반백이 비틀리며 은광에 혈채를 섞는다. 쩌억, 하고 쪼개지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놈이 바라마지 않던 일인데도, 놈이 미친듯이 주먹을 날려 왔다.
ㅡ 그것을 몸으로 틀어막아 무시하면, 다시금 자세가 잡혔다.
"자."
"아, 으아아, 고작, 이 따위 ㅡ !! "
비통하기까지 할 정도의 비명이 울리는 그 순간에.
칼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은 그 팔이 검집이 되면, 칼날은 이제 전혀 무겁지 않았다. 공허하게 비어있는 듯한 검섬. 그것이 세상에 오로지 그것만을 남겼다.
고통도, 긴장도, 무엇도 없고 오로지 검과 의지만이 남는다.
그리고...어느 순간 그 둘이 구분되지 않았다.
광영검법(光零劍法)
삼초(三招)
광검할혼(光劍割魂)
어떠한 검음도 없이, 검이 놈의 목을 지나쳤을 때.
그때가 되서야 느꼈을 뿐이었다.
광영검법을 휘두르는 방법이 다시금 손 안에 익었다는 것디.
"애, 새끼한...그, 그르, 륽..."
쿵 !
그렇게 팔에서부터 목과 등에 이르는 한 개의 선이 그어진 권사의 몸이 쓰러지면서 전투가 끝났다.
아니, 아니다.
숲 안의 부산스러움은 사라졌으나, 그 조용함 속에 몸을 담은 이들이 남아 있었다.
검을 고쳐쥔다.
검에 묻어난 피와 지방을 털었다.
하남에 찾아가기까지는 대략해서 10여일 정도가 남아있는 지금. 살초를 숨기지 않고 팔 하나를 앗아가려던 권객을 보냈던 하남석가는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것이, 꽤나 궁금해졌다.
실소하듯이, 검을 중단에 밀어올리고서 찬찬히 숨쉰다.
"...권사라 여겼는데, 검도를 갈고 닦았을 줄이야.
쾌검(快劍)의 진경을 흐릿하게나마 갖고 있나."
"흐. 잘도 품평하는군..."
그저 숲의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장년인을 보면서,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 숨을 몸에 전했을 뿐이다.
이곳에 찾아오는 것들을 살려둘 수는 없다.
이길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이기게 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은, 단 한번의 패배만으로도 죽음보다 더한 것을 가져오는 곳이라는 걸 꽤 지독하게 알았기에.
나는 사파 출신답게 들어올린 검을 잡아당기고 앞의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소리가 울렸다.
" ㅡ 와라 - !! "
격검(擊劍).
발을 내딛는 한 순간에, 상대의 손이 흐릿하게 기광이 찬란한 기류에 휩싸이는 걸 바라보면서.
"오만한 !! "
펼쳐진 권기(拳氣)를 검신이 마주하고, 베어내지 못한 채 밀어내면서.
나는 연전에 접어들었다.
*
일 대 일.
일류권수와의 대결.
팔을 베고 목까지 썰어서 끝낸 전투.
일 대 이, 일 대 삼, 일 대 오.
일류권수 둘과의 대결.
팔을 뽑고, 다리를 비틀어서, 각자 칼로 동맥을 베어 죽였다.
일류각법가 하나와 이류 권수 둘의 기습.
발을 베어내서 추락시킨 뒤 진각을 밟아 갈비뼈로 폐를 찔러 터뜨렸다. 남은 둘은 각각 어깨와 장기를 찔러 토막냈다.
일류 권사 셋과 이류 권사 둘의 기습.
정면에서 주먹을 베어내서 뼈를 끊었다. 살을 토막냈다. 권기를 검으로 흘러내서 베는 법을 익혔다. 검풍을 빚어내는 법을 알 듯 했다.
일주일간, 밤낮이 없이.
밤낮이 없이 사람을 썰어 죽였다.
"하아..."
내공이 모조리 떨어졌다.
그 때문에 싸우면서 행하는 기식(氣息)이 마련하는 한 호흡의 진기로 움직였다.
숲 안에서 머무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에 산을 타고 오르기도 했고. 잠을 자고 있는 와중에 『흉마녹림(凶魔綠林)』의 어린 일원인 듯한 고블린에게 급습당하기도 했다.
습격은 계속됐고, 검흔(劍痕)을 보고할 이를 나는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떨어진 명예를 인내할 생각이 없는 사파의 흉심을 잘 보았다.
손을 베어버린 뒤에 어깨부터 토막내서, 안광이 사라진 권사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그 사람의 눈을 감겨 주었다.
"많이도 죽였군."
운기조식을 할까 싶지만 할 시간은 없었다.
이제 다시 시체를 처리해야 할 터였다.
시체를 처리한다고 해도 아마 3일 뒤, 하남의 석가에 찾아가기 전에 승부수를 보내올 터이나,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적어도 검흔은 가려야 했다.
시체를 주먹으로 뭉개서 검에 당한 상처를 지우는 것이 더 심력을 기울이는 작업이었기에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그러다가 생각했다.
"...이 정도로, 죽을만한 일을 했나 ? "
나나, 이것들이나.
어느 쪽이라도, 죽을 만한 일을 했던걸까 ?
쿠르릉 !
벼락이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 그 판단이 명확히 내려지는 듯 했다.
물론,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석일의 코를 부러트리고 놈의 행태를 지적한 것. 비무에서의 패배로 모욕을 갈음하기로 했으나, 그 다음날 석일의 팔을 부숴버린 것.
그리고 찾아온 권사의 살초를 팔을 베어 무력화하고, 이후에 살초가 더 이어졌기에 베어 죽인 것.
계속해서 죽인 것.
계속해서, 계속해서 죽인 것.
잘못이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명예를 중요시하는 세가라 해도, 이 정도로 계속해서 죽이러 올만큼의 잘못은 아니었다.
특히나 일류고수가 수십 정도 있는 수준인걸로 알고 있는 석가라면, 이 정도로 심력을 기울일 수는 없었다.
쏴아아아아...
흘러내리는 비가 머리에 맺히고, 머리카락 아래로 핏물을 떨궜다.
때 이른 봄비가 흘러내리며 핏물을 땅 이곳저곳에 흘려낸다.
시체를 내려다보면서, 그 피부에 묻은 흙이 씻겨지는 걸 보면서. 내 몸 곳곳의 찢어진 피부와, 구멍난 곳에서 핏물과 진물이 흘러내리는 걸 느끼면서.
생각했다.
"이유가 있겠지."
이 정도로 저것들이 죽이러 올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명예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이 아닐 터였다.
지금 내가 저것들이 보내온 존재들을 계속해서 죽여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게 이유가 될 수는 있을 테지만. 처음 온 녀석도 나를 죽이러 했었다.
처음부터 나를 죽이려 들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내게 찾아와 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뭐지 ? "
그저 그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뿐이다.
텅 빈 시체의 눈이 보였다.
그것은 내게 도대체 왜 죽이러 온 건지 대답해주지 않았다.
석가가 사파집단이라는 말 한 마디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현상에 고뇌하다가 나는 생각했다.
그래, 죽은 자가 답해줄 수 없다면.
살아있는 자만이 내게 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시일이 이르구나."
우득거리면서, 시체에 꽂힌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나며 결정하는 것이다.
성남 근처의 숲 안에 머무르던 몸을, 산을 몇번 더 타면서 넘어가야겠노라고. 산을 넘고, 또 넘고, 또 넘으면 나오는 호수에 가야겠다고.
그리 생각하였다.
"손님을 안 받아주지는 않겠지.
설마, 이 정도로 명예를 중시하는 세가가."
그리고 그렇게 미사의 호수에 근거지를 잡았다는 그 세가의 본가에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을 때.
콰릉 ! 하고, 벼락이 내리쳤을 뿐이다.
시간은 한밤 중.
야음을 틈타 움직이기에 적합한 때.
기가 막히게도, 달빛 한 점 없어서 움직이기에 더할 나위 없었기에.
나는 그렇게 시체를 뭉개는 걸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튕겨져나온 발걸음은 기세 위에 올라타고도 간합을 순식간에 증폭시켰고, 내딛은 그 순간에 십여미터를 줄였다.
쾌속이었다.
그 때문에 이런 결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빠름을 참오하는 무학을 익힌 존재는 자신보다 더 빠른 것을 마주하는 순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으니까.
설령, 그것이 제 목숨에 직결되는 수준의 손해라고 해도.
콰득 !
"크, 아아악 ㅡ !! "
허나 방심할 수는 없었다.
찔러들어간 검이 느슨히 빛을 나누고, 골육을 참단하여 상대의 주먹을 갈라버릴 때 상대의 눈이 크게 일렁였다.
공포와 충격이다.
그러나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검을 찔러드는 와중에 그것의 손이 크게 흔들렸다.
마치 벼락이 바람을 타고 허공에 퍼지듯이 기와 경이 충돌할 때, 놈이 검을 팔에 꽂은 채로 전진해왔다.
ㅡ 하나의 팔이 재기불능이 되는 걸 감수하고 있었다.
" ㅡㅡㅡ 놈 !! "
청뢰분권(靑雷奔拳), 적풍산장(赤風散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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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하게, 살초였다.
팔 하나를 주고서라도 상대의 목숨을 앗아갈 의지가 충만하기 짝이 없을 정도의.
"흐."
이리 보면 그리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누가 사파인가.
팔 하나를 내려놓고서라도 상대를 죽여오라고 세가원을 보내는 세가인가, 아니면 부족한 자질을 채울 실전 경험을 위해 사람을 패고 지금은 베는 나인가.
...전투 중에는 불민하다.
생각을 내려놓았다.
그저 목전을 향해 뻗어지는 아홉 자락의 권영(拳影)을 바라볼 뿐이었다.
'노리는 곳은 세개의 요혈과, 일곱개의 근맥, 두개는 의미없다.'
팔 하나에 찔린 채다.
손을 흔들며 발이 원을 그릴 때 몸이 휘돌았다. 뻗어진 검이 움직인다. 팔이 요동치며 상대의 육체의 중심이 무너짐이 옳으나 그러지 않았다.
반보(半步)를 회전하는 그 움직임을 완전히 뒤따라오고 있었다.
쾌검을 펼치는 그 움직임에 맞췄다.
상대의 권법에서부터 보법에 이르기까지.
무예를 이루는 흐름이 길과 같이 이뤄져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류(一流)였다.
"죽어라 ㅡ !! "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흐름이 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류인 것이었다.
권섬이 다가왔다.
그 다가오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한 발자국.
내딛는 그 순간에 확신에 찬 눈동자에 의혹이 서렸다.
마주한다.
삼원정생기공(三元定生氣功)
천지내교(天地內交)
이원결(二元訣)
정명내교세(定命內交勢)
우드드득 !
그 순간에 선두로 내달리던 세개의 권섬이 무참히 흩어질 뿐이다.
피륙의 상처가 남았다.
팔, 다리, 어깨에 살점이 파먹힌 듯 타들어가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러나, 겨우 그것 뿐이다.
" ㅡ 호체진기(護體眞氣)...!! "
"내가 내가공력이 장기라는 걸 잊었군."
스르륵 !
철판을 으스러트릴 수 있는 위력을 품은 권경이었으나, 고작해야 그 정도 피해만이 일어났다.
그것이 혈과 혈 사이를 흐르는 진기가 만들어내는 방호력이었고, 혈 안에 담겨져서 세맥에 녹아든 내력의 뿌리들이었다.
그리 될 것을 알고 있었다.
상대의 벽람율경이 만들어낸 체내의 진기가 검을 마주하고도, 뼈에서 막아낼 수 있던 것 자체가 그 때문이니. 상대가 내 공격을 뼈에서 막아낼 수 있듯이, 나는 상대의 공격을 피륙에서 걷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 때문에 공격의 진로에 파고들어가듯이 발을 내딛는다.
초근접전.
상대의 오른팔에 꽂힌 반백이 비틀리며 은광에 혈채를 섞는다. 쩌억, 하고 쪼개지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놈이 바라마지 않던 일인데도, 놈이 미친듯이 주먹을 날려 왔다.
ㅡ 그것을 몸으로 틀어막아 무시하면, 다시금 자세가 잡혔다.
"자."
"아, 으아아, 고작, 이 따위 ㅡ !! "
비통하기까지 할 정도의 비명이 울리는 그 순간에.
칼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은 그 팔이 검집이 되면, 칼날은 이제 전혀 무겁지 않았다. 공허하게 비어있는 듯한 검섬. 그것이 세상에 오로지 그것만을 남겼다.
고통도, 긴장도, 무엇도 없고 오로지 검과 의지만이 남는다.
그리고...어느 순간 그 둘이 구분되지 않았다.
광영검법(光零劍法)
삼초(三招)
광검할혼(光劍割魂)
어떠한 검음도 없이, 검이 놈의 목을 지나쳤을 때.
그때가 되서야 느꼈을 뿐이었다.
광영검법을 휘두르는 방법이 다시금 손 안에 익었다는 것디.
"애, 새끼한...그, 그르, 륽..."
쿵 !
그렇게 팔에서부터 목과 등에 이르는 한 개의 선이 그어진 권사의 몸이 쓰러지면서 전투가 끝났다.
아니, 아니다.
숲 안의 부산스러움은 사라졌으나, 그 조용함 속에 몸을 담은 이들이 남아 있었다.
검을 고쳐쥔다.
검에 묻어난 피와 지방을 털었다.
하남에 찾아가기까지는 대략해서 10여일 정도가 남아있는 지금. 살초를 숨기지 않고 팔 하나를 앗아가려던 권객을 보냈던 하남석가는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것이, 꽤나 궁금해졌다.
실소하듯이, 검을 중단에 밀어올리고서 찬찬히 숨쉰다.
"...권사라 여겼는데, 검도를 갈고 닦았을 줄이야.
쾌검(快劍)의 진경을 흐릿하게나마 갖고 있나."
"흐. 잘도 품평하는군..."
그저 숲의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장년인을 보면서,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 숨을 몸에 전했을 뿐이다.
이곳에 찾아오는 것들을 살려둘 수는 없다.
이길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이기게 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은, 단 한번의 패배만으로도 죽음보다 더한 것을 가져오는 곳이라는 걸 꽤 지독하게 알았기에.
나는 사파 출신답게 들어올린 검을 잡아당기고 앞의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소리가 울렸다.
" ㅡ 와라 - !! "
격검(擊劍).
발을 내딛는 한 순간에, 상대의 손이 흐릿하게 기광이 찬란한 기류에 휩싸이는 걸 바라보면서.
"오만한 !! "
펼쳐진 권기(拳氣)를 검신이 마주하고, 베어내지 못한 채 밀어내면서.
나는 연전에 접어들었다.
*
일 대 일.
일류권수와의 대결.
팔을 베고 목까지 썰어서 끝낸 전투.
일 대 이, 일 대 삼, 일 대 오.
일류권수 둘과의 대결.
팔을 뽑고, 다리를 비틀어서, 각자 칼로 동맥을 베어 죽였다.
일류각법가 하나와 이류 권수 둘의 기습.
발을 베어내서 추락시킨 뒤 진각을 밟아 갈비뼈로 폐를 찔러 터뜨렸다. 남은 둘은 각각 어깨와 장기를 찔러 토막냈다.
일류 권사 셋과 이류 권사 둘의 기습.
정면에서 주먹을 베어내서 뼈를 끊었다. 살을 토막냈다. 권기를 검으로 흘러내서 베는 법을 익혔다. 검풍을 빚어내는 법을 알 듯 했다.
일주일간, 밤낮이 없이.
밤낮이 없이 사람을 썰어 죽였다.
"하아..."
내공이 모조리 떨어졌다.
그 때문에 싸우면서 행하는 기식(氣息)이 마련하는 한 호흡의 진기로 움직였다.
숲 안에서 머무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에 산을 타고 오르기도 했고. 잠을 자고 있는 와중에 『흉마녹림(凶魔綠林)』의 어린 일원인 듯한 고블린에게 급습당하기도 했다.
습격은 계속됐고, 검흔(劍痕)을 보고할 이를 나는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떨어진 명예를 인내할 생각이 없는 사파의 흉심을 잘 보았다.
손을 베어버린 뒤에 어깨부터 토막내서, 안광이 사라진 권사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그 사람의 눈을 감겨 주었다.
"많이도 죽였군."
운기조식을 할까 싶지만 할 시간은 없었다.
이제 다시 시체를 처리해야 할 터였다.
시체를 처리한다고 해도 아마 3일 뒤, 하남의 석가에 찾아가기 전에 승부수를 보내올 터이나,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적어도 검흔은 가려야 했다.
시체를 주먹으로 뭉개서 검에 당한 상처를 지우는 것이 더 심력을 기울이는 작업이었기에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그러다가 생각했다.
"...이 정도로, 죽을만한 일을 했나 ? "
나나, 이것들이나.
어느 쪽이라도, 죽을 만한 일을 했던걸까 ?
쿠르릉 !
벼락이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 그 판단이 명확히 내려지는 듯 했다.
물론,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석일의 코를 부러트리고 놈의 행태를 지적한 것. 비무에서의 패배로 모욕을 갈음하기로 했으나, 그 다음날 석일의 팔을 부숴버린 것.
그리고 찾아온 권사의 살초를 팔을 베어 무력화하고, 이후에 살초가 더 이어졌기에 베어 죽인 것.
계속해서 죽인 것.
계속해서, 계속해서 죽인 것.
잘못이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명예를 중요시하는 세가라 해도, 이 정도로 계속해서 죽이러 올만큼의 잘못은 아니었다.
특히나 일류고수가 수십 정도 있는 수준인걸로 알고 있는 석가라면, 이 정도로 심력을 기울일 수는 없었다.
쏴아아아아...
흘러내리는 비가 머리에 맺히고, 머리카락 아래로 핏물을 떨궜다.
때 이른 봄비가 흘러내리며 핏물을 땅 이곳저곳에 흘려낸다.
시체를 내려다보면서, 그 피부에 묻은 흙이 씻겨지는 걸 보면서. 내 몸 곳곳의 찢어진 피부와, 구멍난 곳에서 핏물과 진물이 흘러내리는 걸 느끼면서.
생각했다.
"이유가 있겠지."
이 정도로 저것들이 죽이러 올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명예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이 아닐 터였다.
지금 내가 저것들이 보내온 존재들을 계속해서 죽여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게 이유가 될 수는 있을 테지만. 처음 온 녀석도 나를 죽이러 했었다.
처음부터 나를 죽이려 들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내게 찾아와 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뭐지 ? "
그저 그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뿐이다.
텅 빈 시체의 눈이 보였다.
그것은 내게 도대체 왜 죽이러 온 건지 대답해주지 않았다.
석가가 사파집단이라는 말 한 마디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현상에 고뇌하다가 나는 생각했다.
그래, 죽은 자가 답해줄 수 없다면.
살아있는 자만이 내게 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시일이 이르구나."
우득거리면서, 시체에 꽂힌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나며 결정하는 것이다.
성남 근처의 숲 안에 머무르던 몸을, 산을 몇번 더 타면서 넘어가야겠노라고. 산을 넘고, 또 넘고, 또 넘으면 나오는 호수에 가야겠다고.
그리 생각하였다.
"손님을 안 받아주지는 않겠지.
설마, 이 정도로 명예를 중시하는 세가가."
그리고 그렇게 미사의 호수에 근거지를 잡았다는 그 세가의 본가에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을 때.
콰릉 ! 하고, 벼락이 내리쳤을 뿐이다.
시간은 한밤 중.
야음을 틈타 움직이기에 적합한 때.
기가 막히게도, 달빛 한 점 없어서 움직이기에 더할 나위 없었기에.
나는 그렇게 시체를 뭉개는 걸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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