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7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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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6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77F】 (5000)

종료
#0天子魔◆lMF.VqjaE.(f960f78a)2026-06-04 (목) 13: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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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0천마◆lMF.VqjaE.(93f99e9c)2026-06-09 (화) 13:23:53


생각을 가라앉히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손바닥 가죽이 벗겨져 있던 손도 어느 순간 재생했고. 
기계는 계속해서 송신하던 울림을 멈추고 있었다.

빛의 기세가 줄었다.
그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눈부심은 덜해졌다.

그 사실에 감사하며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진정하셨나요 ? "


내 맨 얼굴을 알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죄송해요. 군역이 피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크게 다가갈 줄은 몰랐어서 • • • "

"아니. 그런 것 때문에 당황했던 게 아니니까 상관없어.

• • • 애시당초에 사과나 감사는 내가 네게 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곳까지 싸움 없이 돌아오게 해준 것도 모두 네 덕분인데."

"제 덕분이라니."


그 얼굴은 선량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살아가는 몸이 바뀌어도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정신은 그녀같은 사람을 어찌 분류해야 하는지 알았다.

살아가며 겪은 고난 정도로는 바꿀 수 없는 선함이 있는 이일 터였다.

가문에서 차단한 외부.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은 규격 안의 삶.
때문에 오로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의 고난만을 겪은 이들과 같을 터였다.

터무니없는 선성을 품은 이들중의 일부에게서 보이는 경향성.

그것은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살아간 삶에서 비롯된 것일까.
소설가가 쓴 설정에서 비롯된 것일까.

생각해보다가 그에 대한 결론을 외면한 채 입을 열었다.


"보답을 해야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만한 시간이 없군. 외상으로 남겨도 되나 ? "

"외상이라. 꼭 제가 뭔가를 받아가기 위해 불러들인 것 같은 느낌이네요."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너에게 갚아야 할 게 있는 건 사실이지.

그리고 나는 그런 게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갚아야 직성이 풀린다.

다른 사람이 기억 못하는 거야 일상이라도 나는 기억하거든. 그러면 • • • 그래."


그녀에게 어느 정도의 보답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다가, 결론을 내린 채였다.


"이천성이다. 하광검문의 제자.

밖에 나가서 기회가 되면 밥 한번 사지.

내가 죽거나, 잡혀서 끌려가거나, 어디 갇혀 있지 않다면 말이야."

"네 ? "


어째서인가 그리 말한 것에 신하린의 눈이 동그래졌지만 진심이었다.

아마 무사히 빠져나간다 해도 결국 시간이 돌아갈 것 같지만 어찌됐든 간에 약속은 지킬 것이었다.


아무튼.

나와 신하린의 첫 만남은 그 정도로 끝을 맺었다.



*


[[계몽]이 상승합니다. 《친화력 • 暗》이 상승하였습니다.]


*


길을 돌아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한번 온 길이기도 했고.
결국 전투 다운 전투를 한 건 아니라서 내공을 크게 소진한 것도 아니기에 그렇다.

사실 내공을 많이 소모했다고 해도 아마 괜찮았긴 했었겠지.

5년에 걸쳐서 삼단전을 관통하는 임독양맥과 그 사이의 축이라 해야 할 충맥에까지 백락영맥을 빚었다.

삼극광세진경의 진기 운행이 그 안에 심의로서 새겨졌다는 것.
막혀있어야 할 생사현관이 열려있다는 이점이 끝없이 샘솟는 내공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내딛는 발걸음은 금새 길을 넘어섰고, 내가 떨어졌던 곳으로 돌아왔다.


"불의를 저지르지는 않았겠지."

"확실히 신가의 영애는 소문난 그대로 절색이더군."

" • • • "

"그런 존재에게는 마땅히 보여야 할 예의가 있다 생각했다.

그냥 그대로 움직였을 뿐이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기감으로 전투같은 건 없었다고 알아차렸을 테지만."


그곳에 있는 음신장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도 가는 길을 막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외인(外人)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신하린이 저곳에 있던 것도 신하린이나, 
신하린의 숙부인 듯한 이 존재의 본의는 아니었다는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예상하기로는 가문에서 내린 명령이 아니었을까.

금지옥엽이나 다름없이 키워졌어야 마땅할 이다.
그런 그녀가 이런 곳에서 기계의 발열을 가라앉히기 위해 초청된 데에는 외압이 있으리라 추측해도 무방했다.

그리고 그런 외압의 출처는 아마 군부(軍部)였을테니.
호의가 있을리가 없다.


" • • • 최소한의 예는 갖춘 모양이군.

떠나라. 그리고, 그 얼굴은 되도록이면 바꾸는 편이 좋을 거다."

"이것도 인피면구인데."

"웃기지도 않는군. 이 정도 사실까지는 보고하지 않을 생각이 없으니 빨리 꺼지는 게 좋을 거다."


그렇다고 나에게 호의가 있는 것도 아닌가 보지.

뭐 괜찮다.
그 정도 일갈이야 우리네 세계에서는 일상인 것 아닌가.

고개를 젓고 발을 박찬다.

손 끝은 계단이라기보다는 구멍에 가까운 위에 맞닿았고, 
그리고 이내 그 끝을 잡은 채 손가락 끝의 힘만으로 몸을 위로 당겨냈다.

차원단층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은 [짓눌린] 건물들이 순식간에 시야를 지나간다.

지하 3층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한 채 꿈틀거리는 전선다발들. 지하 2층과 1층에서 분통이라도 터뜨리는 듯한 사람들의 눌린 눈.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눌린 것이 회복되는 듯한 사람의 모습.

그리고 시체.


" ㅡ ? "


올라온 순간에 내 시야에 담기는 것은 지옥이었다.


"이건 또 뭐야."


하늘이 열려 있었고 구름과 함께 뱀의 몸이 헤엄치고 있었다.

피비린내를 풍기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계단으로 올라온 내 위에 그런 것들이 몇방울씩 내려앉았다.

사람의 시체가 도처에 널려 있었다.
사람이었던 것들의 시체가 도처에 널려 있었다.

머리를 잃은 자들이 난도질 당한 채 스러져 있을 때 그 사이에는 사내가 서있었다.


"사람인가 ? "


십대문파 중 하나, 단정심가(斷情沈家)를 나타내는 백색의 무복에 백색의 도. 그것을 더럽힌듯 피바랜 무복을 걸친 남자가 나를 돌아본다.

사람의 눈을 하고 있는 존재였고, 나는 손에 쥔 검을 들어올렸다.

그것을 마주보았다.


"아니면 너도 괴물인가."

" • • • 오년 동안, 이런 날이 언젠가 올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사람 말이 안 들리나 ? 네 놈은 어디 출신이길래 그리 방자하지 ? "

"왜 나를 모르는 척이냐. 사람 거죽을 뒤집어쓴 것아."


난도질당한 시체들의 중간에서, 그 모든 시체들을 만들어낸 장본인.

ㅡ 아마 이제는 그 몸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것에게 그리 말했을 때.


그것이 웃었다.


"생각보
치가군."


그리고, 한 자루 도가 허공을 유영했다.


단정도해(單情刀該)
흉사식(凶蛇式)


말도 안 되는 각도로 비틀리는 그것은 뱀의 몸같은 경기(勁氣)를 품었다.

쾌도를 뽑아내어 맞부딪힌다. 초격을 격추하는 움직임으로 이었다. 그 다음의 다음조차도 점한다. 광영검법을 뽑아내는 것은 이미 본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마치 환상과도 같이, 그것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육두연환사(六頭聯還蛇)


뇌리를 스치듯이 쑤셔박히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심의(心意). 한번의 호흡에 꿈틀거리는 여섯 머리의 뱀.


' ㅡ 도기가.'


도섬(刀閃)이 번뜩였다. 
미친듯이 칼 끝이 날뛰었고, 그 안에 검을 들이밀며 도기와 검경이 맞부딪힐 때 느꼈다.

그 흐름 하나 하나가 각기 다르게 움직인다는 걸.


'마치, 살아숨쉬는 것처럼 • • • 설마.'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었지.

칼 한 자루에 하나의 감정과, 그 감정에 얽힌 모든 풍광을 맺는 도법이 있노라고. 그 풍광을 맺고, 끊어내며, 하나의 감정에 실린 세월을 짓이기듯 압착하는 광도(狂刀)가 있다 들은 적이 있었다.

여섯자락의 뱀이 서로 간에 뒤얽히는 순간에, 머릿속이 떠올리는 것은 그 움직임의 기저에 깔린 것.

그 여섯개의 머리가 노리는 경로가 한없이 죽음에 가까운 것임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팔의 힘줄, 허벅지의 끝, 무릎 아래, 명치 위, 목의 혈관이나 발등.

그 따위 것보다도 앞서 떠올리는 것은.
그렇다면 그 도법에 실린 감정이 공포라면 어찌 될 것인지다.


"설마, 먹어치운 것들을 • • • ! "

"아주, 오랜만인, 데도."


그것을 깨달은 순간, 멋대로 발이 움직였다.

정면 승부 따위는 행할 필요가 없다. 두 팔은 여섯개의 도기가 움직이는 궤도를 모두 쳐낼 수 없다. 필요한 것은 차라리 거리를 벌린 채 급습을 통해 상대를 베어내는 것.

이긴다 해도 문제일 터다.

그 모든 도기는, 저것이 베어죽인 시체들의 혼을 포식하여 마지막 초식을 의태한 그 도초(刀招)는, 분명 파훼에 비가역적인 피해를 가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놈은 죽어야 한다.


"쓰잘데기없이, 사리가 밝군."


냉소하는 그 안광이 허공에 길게 갈라진 동공을 남길 적.
우습게도, 그 순간에 내 욕망이 이성을 이겼다.

거리를 둬야 할 발걸음이 고스란히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사방팔방에서 도기가 내리쳐오고, 대응할 수 없는 한 순간이 찾아온다. 

들끓듯이 명멸하는 진기가 심장 속에서 번뜩인다. 호흡을 멈췄다. 그 움직임을 멈췄다. 모든 진기를 그 한번의 호흡에 따라 모은다.

그리고 바로 그때.


삼극광세진경(三極光世眞經)


내딛은 한 걸음 너머가, 극순의 시간대를 밟는다.


오성(五成)


삐이이이이 ㅡㅡㅡㅡㅡ


소리는 그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육신 앞에서 모든 의미를 잃는 단위에 불과한 것.

허나, 두 걸음을 걸으며 죽음의 간합 속에 걸어들어간 몸은 정체 모를 이명을 자욱하게 듣는다. 도기는 몸에 꽂힌 채 경락을 짓이기고, 그 안을 뒤흔들며 기의 행로를 끊으나 그조차 지독히도 느렸다.

찰나가 영겁이 되는 한 순간.
그것이야말로 내가 깨달은 영결(影訣)을 넘어서는 방법.

그것을 입증하듯이 고통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허공에 멈춘 듯한 발로부터 몸에 새겨져 온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저 나는 중단전에 모은 모든 진기(眞氣)를 한 점에 압축했을 뿐이다.

이르기를 이 세상은 그림자고, 또 이슬이라 했던가.


츠, 그, 그극


모아낸 일갑자의 내공이 압축되는 한 순간이야말로 그 구결의 진의를 증명하고 있었다.

전신의 모든 진기를 빨아들인다. 경락에 새겨넣었던 백락영맥이 전신을 압착했고, 세맥 속에 모여있던 진기조차 중단전에 모인다.

그 일점을 만들어낸다.


까득, 끄득, 끄그극...


손가락 끝까지 힘을 끌어당긴다. 이를 악문다. 눈의 실핏줄이 터졌다. 

전신으로 짓눌러서, 만들어낸다.
부족한 공력을 육체로 이어붙여서, 심장 안에 모든 것을 담는다.

정신도, 기력도, 육신의 흔적까지도.
모조리 그 안에 담는 순간에.


몰광흑로(沒光黑露)


그제서야, 시작됐다.
광세진기가 모이면서 만들어진 [그것]의 움직임이.

세상이 점점 그 속도를 돌려받는 듯 하는 와중에 [그것]은 중단전에서부터 임독양맥을 휘돈다.

내딛은 걸음이 앞으로 나아갈 적. 도기가 몸을 조각내듯 꽂힐 적. 난도질 당하는 고통이 몸에 계속해서 퍼질 적.

그 모든 순간에 돌고, 돌고, 또 돈 끝에, 점점 더 빨라진다. 제 속도를 먹어치웠다. 육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오른 상태에도 멈추지 않는다.

하여.


광영검법(光零劍法)
내외상조(內外相造)


이를 악문 채로, 살가죽이 찢어지는 것을 감내하면서, 쥔 검을 움직이는 곳은 상단.


진(眞) • 광영삼검(光零三劍)
삼귀종(三晷宗)
광몰무아(光沒無我)


내지르는 것은 가장 간단한 경로를 흐르는 검로(劍路).

칼 끝에 맺히는 것은 단 한 방울의 진기였고. 움직이는 쾌검법은 공력의 속도 자체가 검속이 되는 자연검(自然劍).

자연히 빛이 떨어져 내렸다.
마치 그것이 순리라도 되는 것처럼.

일초(一招).


" ㅡ 크, 흐윽 ㅡ "


번뇌를 품은 채로도 망설이지 않고 괴물을 죽이는 빛이.

당혹조차 거치지 못한 채 공포를 품은 눈을. 뒤바뀌지도 못한 조소하는 사람의 거죽을. 그 아래에 자리한, 사람의 것이 아닌 뱀의 비늘을.

모조리 그어낸 채 떨어져 내렸다.

저 아래로.
놈이 막고자 들어올린 도와 몸을 넘어, 그 너머까지로.


쿠구구구...


깊게 추락하여, 종점에 이르렀다.

정작, 그것을 이루고 있는 검기는 멈추지 않고 내달려서 바닥을, 대지를 뚫고 부숴버리고 있다지만.

ㅡ 놈은 죽었다.


"후우, 크, 흐크흐..."


분명하게, 죽었다.

한 걸음, 발걸음을 내딛어서 앞으로 나아가고.

피부 아래에서 들끓는 진기가, 경락을 찢어버린 감각을, 매 걸음, 걸음마다 느끼는 걸 찍어누르고.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든다.


"흐, 으하..."


죽이고 싶어서 죽였지만 저질러버렸다고 생각하는 건.

절정급의 고수라고 봐야 할 것 같은 놈을 죽였지만, 상황이 크게 변한 건 아니기 때문에.


"하, 하하."


몸을 침습할 것 같은 뱀의 반동은 없었다.

아마도 광세진경의 로결(露訣)에 다다른 진경은 파사현정을 드러낸 모양인지, 놈을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파쇄했다.

그리고 허공에는 아직도 뱀들이 유영하고 있다.

내공은 모조리 떨어지고 몸은 갈기 갈기인데 고작.

• • • 고작 놈들의 몇이나 될지도 모르는 침습자들 하나 죽인 걸로 이 꼬라지인가 ? 


"씻, 팔 • • • "


왜 밖에 나오니 이 꼬라지인지.
왜 하필이면 지금 이딴 일이 일어난 건지는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춰있을 수도 없나.

걷자.
더 앞으로.


"좆같은 거 • • • "


그렇게 나는 말도 안 되게 거대한 공력을 불어넣어서 그런가 녹아버린 파적을 쥔 채로.

이 하늘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나 계속해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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