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55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79F】 (5000)
종료
작성자:天子魔◆lMF.VqjaE.
작성일:2026-06-13 (토) 15:33:46
갱신일:2026-06-16 (화) 16:41:26
#0天子魔◆lMF.VqjaE.(26d398ac)2026-06-13 (토) 15: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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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 : :込、 ノ : : / :| : : :|: : : : / 허접하고 비열한 존재들이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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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
#1514천마◆lMF.VqjaE.(822cd04a)2026-06-14 (일) 14:32:55
음신장은 죽었다.
정정. 음신장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 둘에 무슨 차이가 있지.
그저 시점이 다른 것 뿐 아닌가.
결국 죽은 이들은 언젠가 모든 이들에게 잊혀지고, 기록으로도 남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죽은 사람은 그러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는데. 영사마교의 악신은 그것을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해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의문일 정도로 섬칫한 한 수였다.
무공 따위로 과연 그런 것에 대처가 가능한지를 생각하게 만들 만큼의, 압도적인 위험성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나 때문에 죽었나.'
울적함이 머릿속에 차오르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이 죽는 것은 달갑지 않다. 하지만 그것도 미녀나 미소녀의 경우에나 치명적인 법이었고. 남정네의 죽음은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다.
굳이 느낀다고 한다면, 책임감 정도나 느끼는 게 고작이다.
'...모든 것이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이따위 세상이 만들어진 근원지가 내 거지같은 컴퓨터 하드 데이터라는 것이 유일한 문제일 뿐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양심에 찔린 송곳처럼 나를 괴롭게 한다.
슬슬 마음 속 삼각형은 동그라미가 되서 굴러다니는 것 같지만, 여하튼간에, 그렇게 느끼고는 있었다.
그리고 감정이라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그닥 중요하지 않은 법이다.
"음신장이라는 사람은 분명하게 존재했습니다. 제가 미치지 않았고서야 말입니다."
"네가 미쳤다고 보는 편이 내게는 가장 합리적인데."
"그렇습니까 ?
뭐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되겠지요, 소상씨.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다가 하린양이나 당신이 정체 모를 주살(呪殺)에 당해서, 모두에게 잊혀지거나 지워져버린다면 그때는 후회할 겁니다.
물론, 후회할 존재 자체가 남아있을지야 저도 모르겠지만요."
"...확증은 있나 ? 오직 너만이 그 사람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 "
"그닥 없습니다. 현검자께 사사한 본문의 절세신공이 이유라고 하면야 할 수 있겠지만.
대목세류한의 소성을 이뤘을지 모를 천재를 눈 앞에 두고 그리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그러니까..."
하여, 감정을 죽이고 생각했다.
"그냥 믿으라고 해두지요.
회일검매(灰日劍魅)의 명예를 걸고서."
"검봉(劍鳳) ? "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야될 시점이 찾아왔다.
설령 『무생진언(無生眞言)』을 읊게 되는 시점이 오더라도 망설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을 넘지 않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
"...소검후(小劍后) ? "
"달리 제 사저기도 하지요. 믿을지야 모르겠지만 상단전 영성(靈性)에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그런 재능을 가진 이들에게나 허락된 일이다.
아쉽게도, 나는 그렇지 못했기에 그리 할 수 없다.
언제나 일을 저지르고 난 뒤에 후회할 뿐이다.
"『나는 절대적으로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선택을 내리고 있다』, 라고."
ㅡ 하지만 후회하지도 못하게 되는 것보다는, 후회를 짊어지는 것이 옳다.
그렇게 만들어진 후회들이 어디까지 쌓일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심법이 일궈내는 합리를 비틀지 모를, 그런 맹세를 들은 뒤 백소상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자.
왠지 그런 것이 아무렇지 않을 만큼 우스워져서.
나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
...이 여자가, 과연 이전 회차에 존재했기는 할까 ?
*
"질문을 넣으면 답을 인출하는 기계는 법술의 영향이라도 받았는지 작동을 멈췄습니다.
제가 하린양의 숙부나 그 정도 위치라고 생각했던 음신장은 존재조차 알 수 없게 지워졌지요.
저 위쪽 하늘에서부터는 뱀새끼들이 이무기라도 되는 것처럼 날아다니고, 그 피에 맞은 사람들이 DNA 초월 진화라도 되는 것처럼 뱀으로 우화하고 있지요.
이게 제가 인지하고 있는 현재 상황이고, 대략 15분 정도 전에 탈출을 보조해줬을 이가 마지막으로 전해준 것들이지요.
소상씨, 당신이 인지하는 윗상황과 다릅니까 ? "
"입이 험해졌군."
"상황이 상황인지라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아서 그렇습니다.
크면서 뒷목 혈관이 좁아지고 독맥의 혈자리 중 몇 곳이 약해서 그런가, 요즘 들어 신경질적으로 변하더군요."
"...딱히 다르지는 않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있는 정도."
"병무청이 납작하게 짓눌려서는 안의 군관들도 모두 그렇게 눌려 있다는 점이겠지요.
뭐, 저도 그거야 알고 있습니다. 그야 제가 의뢰한 일이었으니까요."
"뭔가 대단히 평온하게 말씀하시네요."
"그 정도 해프닝이야 지금 일어난 일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한지라..."
시간은 병무청을 돌파한 뒤 20분 정도가 지났고, 나는 본래 음신장과 만났던 곳까지 돌아왔다.
당연하지만 음신장은 없었다. 음신장이 있었던 흔적도 없었고, 그때 마주쳐서 싸웠던 것과는 조금 다른 흔적이 남아있는 것도 같았다.
이곳에 음신장이 있었다면 좀 무서웠을 것 같은데, 없어서 다행이라 해야 할까 아닐까.
그런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잠깐 하다가, 나는 칼을 들고 천장 위를 겨눈 채 검기를 뽑아냈다.
키이잉...
"사인(蛇人)이라는 놈들은 그 몸뚱아리 크기가 왠만한 트럭보다 길고, 본체인 것 같은 사람의 몸은 종양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명명한 명칭이기야 합니다만, 가끔씩 있는 변이체(變異體)들은 사람 몸뚱아리를 하고 있는 주제에 이미 뱀에게 침습당한 것들입니다.
대체로 사인이라는 것들은 하나 하나가 일류급 정도의 파괴력이기는 하지만, 변이체는 아마 원래의 몸뚱아리보다 경지를 더 높일 정도로 강해지는 것 같더군요."
"그런 건 어떻게 알지 ? "
푹, 푹, 푹푹푹
검기를 길게 늘리는 것은 내 내공의 특성 상 그리 어렵지 않다.
비록 체질탓에 검문의 검기요결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광영검법의 깨달음은 어디 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삼귀종(三晷宗)의 영결(影訣)에 대한 깨달음은 검기를 뽑아내는 걸 넘어 자유롭게 다루게 해주기 때문에.
그리고 신하린이 기를 불어넣어준 몸은 왜인지 내공 수발이 이전보다 훨씬 나은 듯 하기에, 몇번에 걸쳐 천장 위를 칼로 쑤셨다.
본디 계단이 있던 그곳을 쑤시는 동안, 핏물이 떨어지거나 피에 젖은 계단 파편이 떨어져 내리는 일이 없었다.
고개를 기울인다.
"말했지 않습니까. 이것들과는 몇번 마주쳐봤다고요."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아마 회귀한 뒤에 20분 정도 지나면, 병무청 건물은 당장에라도 돌파해야 할 흉지(凶地)가 되는 모양이었다.
"스승께서는 그것들의 가장 끔찍한 특징을 팔적칠지파혼고(八跡七枝破魂告)라고 부르시더군요.
대법의 잔흔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가 죽이면 하나에게, 여럿이서 죽이면 여럿에게.
뱀을 죽이면 그 뱀의 편린이 고스란히 파고들어서 그 자의 모든 것을 잡아먹는 힘이라 평하시며 말입니다."
"침습인가 ? 요기(妖氣)에 의한 ? "
"그보다는 혼력(魂力)이겠지요.
뭐, 그러니만큼 제가 보기에 저희는 이곳을 벗어나야 하고, 벗어난 뒤에는 『금강종(金剛宗)』의 본사로 향해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지금 이 상황에 가장 잘 버텨내고 있을 곳은 파사현정의 원력(願力)을 갖췄을 그곳이라고 보니까요."
검기를 휘둘러서 휘저었는데도 아무런 파편도 떨어져 내리지 않는다니.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변모 아닌가.
뭔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 된 느낌이었다.
만일 내가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고, 저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면. 과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들에게 무엇을 안겨줄 것인가.
당연하게도 함정을 파두는 것이 맞을 터였다.
기감을 경계해서 바로 위에 있지는 않는다 해도, 모종의 준비를 해둘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면 그런 걸 어떻게 엿먹여야 할까.
"그 저주는 말그대로 혼의 단위에서 작용하는 것입니다.
저항을 위해서는, 혼을 보호하면서 마를 멸할 수 있는 신공진기가 필요하다 스승께서는 말해주었었지요.
해주할 수 있게 버티는 것의 최저선이 폐혼결(閉魂訣)일 테니, 신가에 그런 요결이 존재한다는 게 그곳까지 움직일 수 있는 최저선이라 보았고.
그런 조건을 충족해도 택할 수 있는 도피처는 아마 그곳 뿐입니다. 거리 상으로든 상황 적으로든, 강서를 벗어날 동안 무엇도 처리하지 않아도 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래서, 신가에는 그런 요결이 존재합니까 ? "
"있어요, 대목세류한의 『십정성신경(十正成神經)』에는 모든 종류의 피해를 감내하는 기공식이 있으니까요.
파사현정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혼을 방호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거에요."
"그거 좋군요."
초월자보다는 썩 형편 없는 것 같은 사냥꾼의 수작을 올려다보면서 나는 품에서 부적을 꺼내들었다.
뭐, 신하린이 나온 원작에서는 그런 무공 설명을 본 적 없는 것 같지만 그럴 수도 있는 법이다.
애초에 신하린이 나온 작품은 백합 색협지에 가까웠는데 무공 설명은 뭔 무공 설명인가.
그런 것보다 여자 외모나 몸매에 대한 서술이 열배는 더 많이 나왔을텐데.
"그러면 건물이 무너진 다음에도 달려드는 놈들만 최대한 죽여주십시오."
"네 ? 아...아하."
그리고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신하린이 이쪽의 품에 기대기라도 하듯 섰다.
...이렇게 서라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그런 걸 보고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던 백소상도 내 손이 움직이는 걸 본 뒤 그 표정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내 뒤에 섰다.
두명의 음기(陰氣)가 상충(相充)하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신하린의 음기가 백소상의 것에게 밀리지 않는다. 그저 그 둘이 혼합되면서 하나의 호신기공으로부터 빚어지는 기막을 이루는 것이 느껴지기에 경탄하면서, 나는 부적을 붙였다.
'건물을 무너트리는 용도로 쓸 때는 부적 여러 장을 모아서 화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 했지.'
수도(修道)에 대해서는 완전히 아는 것이 아니나, 그것에 통하는 도종(道宗)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있는 일.
기문둔갑의 아주 간결한 묘를 따른다. 태극(太極)과 사상(四象)을 교태시키는 궤도를 그렸다. 그리고 그러한 궤적을 따라서 손가락으로 부적과 부적 사이에 이어낸 길이 만들어질 때, 그것은 어느 순간 심법의 행로와 같은 것이 되었다.
인체라는 소우주에서 이뤄지는 진기의 증폭이, 현실이라는 대우주에서 체현된다.
진각(進脚).
다리가 대지 위에 굳건하게 박혀들어가고.
' ㅡ 아주 잘 들어두기를 잘 했군.'
홍진십이기(紅陣十二氣)
분화결(奔火訣)
불화노궁(拂火怒躬)
불이 피어올랐다.
지하 4층에서부터 지상 3층까지.
그 위의 모든 건물을 포함해서 수직하는 지상의 기둥까지를 파괴할 수 있을 불길이 일점에 응축되었고, 그것은 이내 지진을 이루었다.
일방향화력의 투사.
대지가 열리는 그 순간에, 그 너머에 존재하던 요기(妖氣) 그 자체로 이루어진 듯한 물컹한 무언가의 몸이 갈라졌고.
이내 불길이 세로로 그것을 쪼개버리면서 빛났다.
마치 운석이 역으로 떨어진 것 같은 빛이, 건물이 위치하고 있던 기둥의 중심축을 도려내면서 폭발했다.
그 너머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듯한 무언가가 보였다.
백소상은 나와 신하린을 모두 어기지력으로 붙잡은 채, 떨어져 내리는 건물의 파편을 짓밟고서.
그것을 향하듯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
훔...
정정. 음신장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 둘에 무슨 차이가 있지.
그저 시점이 다른 것 뿐 아닌가.
결국 죽은 이들은 언젠가 모든 이들에게 잊혀지고, 기록으로도 남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죽은 사람은 그러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는데. 영사마교의 악신은 그것을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해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의문일 정도로 섬칫한 한 수였다.
무공 따위로 과연 그런 것에 대처가 가능한지를 생각하게 만들 만큼의, 압도적인 위험성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나 때문에 죽었나.'
울적함이 머릿속에 차오르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이 죽는 것은 달갑지 않다. 하지만 그것도 미녀나 미소녀의 경우에나 치명적인 법이었고. 남정네의 죽음은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다.
굳이 느낀다고 한다면, 책임감 정도나 느끼는 게 고작이다.
'...모든 것이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이따위 세상이 만들어진 근원지가 내 거지같은 컴퓨터 하드 데이터라는 것이 유일한 문제일 뿐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양심에 찔린 송곳처럼 나를 괴롭게 한다.
슬슬 마음 속 삼각형은 동그라미가 되서 굴러다니는 것 같지만, 여하튼간에, 그렇게 느끼고는 있었다.
그리고 감정이라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그닥 중요하지 않은 법이다.
"음신장이라는 사람은 분명하게 존재했습니다. 제가 미치지 않았고서야 말입니다."
"네가 미쳤다고 보는 편이 내게는 가장 합리적인데."
"그렇습니까 ?
뭐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되겠지요, 소상씨.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다가 하린양이나 당신이 정체 모를 주살(呪殺)에 당해서, 모두에게 잊혀지거나 지워져버린다면 그때는 후회할 겁니다.
물론, 후회할 존재 자체가 남아있을지야 저도 모르겠지만요."
"...확증은 있나 ? 오직 너만이 그 사람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 "
"그닥 없습니다. 현검자께 사사한 본문의 절세신공이 이유라고 하면야 할 수 있겠지만.
대목세류한의 소성을 이뤘을지 모를 천재를 눈 앞에 두고 그리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그러니까..."
하여, 감정을 죽이고 생각했다.
"그냥 믿으라고 해두지요.
회일검매(灰日劍魅)의 명예를 걸고서."
"검봉(劍鳳) ? "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야될 시점이 찾아왔다.
설령 『무생진언(無生眞言)』을 읊게 되는 시점이 오더라도 망설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을 넘지 않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
"...소검후(小劍后) ? "
"달리 제 사저기도 하지요. 믿을지야 모르겠지만 상단전 영성(靈性)에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그런 재능을 가진 이들에게나 허락된 일이다.
아쉽게도, 나는 그렇지 못했기에 그리 할 수 없다.
언제나 일을 저지르고 난 뒤에 후회할 뿐이다.
"『나는 절대적으로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선택을 내리고 있다』, 라고."
ㅡ 하지만 후회하지도 못하게 되는 것보다는, 후회를 짊어지는 것이 옳다.
그렇게 만들어진 후회들이 어디까지 쌓일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심법이 일궈내는 합리를 비틀지 모를, 그런 맹세를 들은 뒤 백소상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자.
왠지 그런 것이 아무렇지 않을 만큼 우스워져서.
나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
...이 여자가, 과연 이전 회차에 존재했기는 할까 ?
*
"질문을 넣으면 답을 인출하는 기계는 법술의 영향이라도 받았는지 작동을 멈췄습니다.
제가 하린양의 숙부나 그 정도 위치라고 생각했던 음신장은 존재조차 알 수 없게 지워졌지요.
저 위쪽 하늘에서부터는 뱀새끼들이 이무기라도 되는 것처럼 날아다니고, 그 피에 맞은 사람들이 DNA 초월 진화라도 되는 것처럼 뱀으로 우화하고 있지요.
이게 제가 인지하고 있는 현재 상황이고, 대략 15분 정도 전에 탈출을 보조해줬을 이가 마지막으로 전해준 것들이지요.
소상씨, 당신이 인지하는 윗상황과 다릅니까 ? "
"입이 험해졌군."
"상황이 상황인지라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아서 그렇습니다.
크면서 뒷목 혈관이 좁아지고 독맥의 혈자리 중 몇 곳이 약해서 그런가, 요즘 들어 신경질적으로 변하더군요."
"...딱히 다르지는 않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있는 정도."
"병무청이 납작하게 짓눌려서는 안의 군관들도 모두 그렇게 눌려 있다는 점이겠지요.
뭐, 저도 그거야 알고 있습니다. 그야 제가 의뢰한 일이었으니까요."
"뭔가 대단히 평온하게 말씀하시네요."
"그 정도 해프닝이야 지금 일어난 일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한지라..."
시간은 병무청을 돌파한 뒤 20분 정도가 지났고, 나는 본래 음신장과 만났던 곳까지 돌아왔다.
당연하지만 음신장은 없었다. 음신장이 있었던 흔적도 없었고, 그때 마주쳐서 싸웠던 것과는 조금 다른 흔적이 남아있는 것도 같았다.
이곳에 음신장이 있었다면 좀 무서웠을 것 같은데, 없어서 다행이라 해야 할까 아닐까.
그런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잠깐 하다가, 나는 칼을 들고 천장 위를 겨눈 채 검기를 뽑아냈다.
키이잉...
"사인(蛇人)이라는 놈들은 그 몸뚱아리 크기가 왠만한 트럭보다 길고, 본체인 것 같은 사람의 몸은 종양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명명한 명칭이기야 합니다만, 가끔씩 있는 변이체(變異體)들은 사람 몸뚱아리를 하고 있는 주제에 이미 뱀에게 침습당한 것들입니다.
대체로 사인이라는 것들은 하나 하나가 일류급 정도의 파괴력이기는 하지만, 변이체는 아마 원래의 몸뚱아리보다 경지를 더 높일 정도로 강해지는 것 같더군요."
"그런 건 어떻게 알지 ? "
푹, 푹, 푹푹푹
검기를 길게 늘리는 것은 내 내공의 특성 상 그리 어렵지 않다.
비록 체질탓에 검문의 검기요결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광영검법의 깨달음은 어디 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삼귀종(三晷宗)의 영결(影訣)에 대한 깨달음은 검기를 뽑아내는 걸 넘어 자유롭게 다루게 해주기 때문에.
그리고 신하린이 기를 불어넣어준 몸은 왜인지 내공 수발이 이전보다 훨씬 나은 듯 하기에, 몇번에 걸쳐 천장 위를 칼로 쑤셨다.
본디 계단이 있던 그곳을 쑤시는 동안, 핏물이 떨어지거나 피에 젖은 계단 파편이 떨어져 내리는 일이 없었다.
고개를 기울인다.
"말했지 않습니까. 이것들과는 몇번 마주쳐봤다고요."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아마 회귀한 뒤에 20분 정도 지나면, 병무청 건물은 당장에라도 돌파해야 할 흉지(凶地)가 되는 모양이었다.
"스승께서는 그것들의 가장 끔찍한 특징을 팔적칠지파혼고(八跡七枝破魂告)라고 부르시더군요.
대법의 잔흔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가 죽이면 하나에게, 여럿이서 죽이면 여럿에게.
뱀을 죽이면 그 뱀의 편린이 고스란히 파고들어서 그 자의 모든 것을 잡아먹는 힘이라 평하시며 말입니다."
"침습인가 ? 요기(妖氣)에 의한 ? "
"그보다는 혼력(魂力)이겠지요.
뭐, 그러니만큼 제가 보기에 저희는 이곳을 벗어나야 하고, 벗어난 뒤에는 『금강종(金剛宗)』의 본사로 향해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지금 이 상황에 가장 잘 버텨내고 있을 곳은 파사현정의 원력(願力)을 갖췄을 그곳이라고 보니까요."
검기를 휘둘러서 휘저었는데도 아무런 파편도 떨어져 내리지 않는다니.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변모 아닌가.
뭔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 된 느낌이었다.
만일 내가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고, 저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면. 과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들에게 무엇을 안겨줄 것인가.
당연하게도 함정을 파두는 것이 맞을 터였다.
기감을 경계해서 바로 위에 있지는 않는다 해도, 모종의 준비를 해둘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면 그런 걸 어떻게 엿먹여야 할까.
"그 저주는 말그대로 혼의 단위에서 작용하는 것입니다.
저항을 위해서는, 혼을 보호하면서 마를 멸할 수 있는 신공진기가 필요하다 스승께서는 말해주었었지요.
해주할 수 있게 버티는 것의 최저선이 폐혼결(閉魂訣)일 테니, 신가에 그런 요결이 존재한다는 게 그곳까지 움직일 수 있는 최저선이라 보았고.
그런 조건을 충족해도 택할 수 있는 도피처는 아마 그곳 뿐입니다. 거리 상으로든 상황 적으로든, 강서를 벗어날 동안 무엇도 처리하지 않아도 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래서, 신가에는 그런 요결이 존재합니까 ? "
"있어요, 대목세류한의 『십정성신경(十正成神經)』에는 모든 종류의 피해를 감내하는 기공식이 있으니까요.
파사현정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혼을 방호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거에요."
"그거 좋군요."
초월자보다는 썩 형편 없는 것 같은 사냥꾼의 수작을 올려다보면서 나는 품에서 부적을 꺼내들었다.
뭐, 신하린이 나온 원작에서는 그런 무공 설명을 본 적 없는 것 같지만 그럴 수도 있는 법이다.
애초에 신하린이 나온 작품은 백합 색협지에 가까웠는데 무공 설명은 뭔 무공 설명인가.
그런 것보다 여자 외모나 몸매에 대한 서술이 열배는 더 많이 나왔을텐데.
"그러면 건물이 무너진 다음에도 달려드는 놈들만 최대한 죽여주십시오."
"네 ? 아...아하."
그리고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신하린이 이쪽의 품에 기대기라도 하듯 섰다.
...이렇게 서라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그런 걸 보고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던 백소상도 내 손이 움직이는 걸 본 뒤 그 표정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내 뒤에 섰다.
두명의 음기(陰氣)가 상충(相充)하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신하린의 음기가 백소상의 것에게 밀리지 않는다. 그저 그 둘이 혼합되면서 하나의 호신기공으로부터 빚어지는 기막을 이루는 것이 느껴지기에 경탄하면서, 나는 부적을 붙였다.
'건물을 무너트리는 용도로 쓸 때는 부적 여러 장을 모아서 화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 했지.'
수도(修道)에 대해서는 완전히 아는 것이 아니나, 그것에 통하는 도종(道宗)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있는 일.
기문둔갑의 아주 간결한 묘를 따른다. 태극(太極)과 사상(四象)을 교태시키는 궤도를 그렸다. 그리고 그러한 궤적을 따라서 손가락으로 부적과 부적 사이에 이어낸 길이 만들어질 때, 그것은 어느 순간 심법의 행로와 같은 것이 되었다.
인체라는 소우주에서 이뤄지는 진기의 증폭이, 현실이라는 대우주에서 체현된다.
진각(進脚).
다리가 대지 위에 굳건하게 박혀들어가고.
' ㅡ 아주 잘 들어두기를 잘 했군.'
홍진십이기(紅陣十二氣)
분화결(奔火訣)
불화노궁(拂火怒躬)
불이 피어올랐다.
지하 4층에서부터 지상 3층까지.
그 위의 모든 건물을 포함해서 수직하는 지상의 기둥까지를 파괴할 수 있을 불길이 일점에 응축되었고, 그것은 이내 지진을 이루었다.
일방향화력의 투사.
대지가 열리는 그 순간에, 그 너머에 존재하던 요기(妖氣) 그 자체로 이루어진 듯한 물컹한 무언가의 몸이 갈라졌고.
이내 불길이 세로로 그것을 쪼개버리면서 빛났다.
마치 운석이 역으로 떨어진 것 같은 빛이, 건물이 위치하고 있던 기둥의 중심축을 도려내면서 폭발했다.
그 너머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듯한 무언가가 보였다.
백소상은 나와 신하린을 모두 어기지력으로 붙잡은 채, 떨어져 내리는 건물의 파편을 짓밟고서.
그것을 향하듯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
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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