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55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79F】 (5000)
종료
작성자:天子魔◆lMF.VqjaE.
작성일:2026-06-13 (토) 15:33:46
갱신일:2026-06-16 (화) 16:41:26
#0天子魔◆lMF.VqjaE.(26d398ac)2026-06-13 (토) 15: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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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 : :込、 ノ : : / :| : : :|: : : : / 허접하고 비열한 존재들이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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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
#3243천마◆lMF.VqjaE.(2fef86bd)2026-06-15 (월) 17:42:43
돌아온 그의 눈에 보인 것은 두개의 태양이 떠있는 하늘이었다.
하나는 붉었다.
여전히 햇빛을 흩뿌리고 있었고, 그것이 시체들로 가득한 대학교의 풍경을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하나는 어두웠고 왜곡되어 있었다.
균열(龜裂).
공간의 틈이라는 단어로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모습.
그것이 태양의 뒤를 따르듯이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흩뿌리고 있었다. 그 안에서는 검붉은 핏물 같은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저 머나먼 지평선이 붉게 물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가 재학하고 있었던 성균관대학교는 고지대에 위치하기에, 하늘에 가까운지라 알 수 있던걸까.
사람들의 죽음을 축복하듯이 떨어져 내리는 그것.
그것은 분명히 마력(魔力)이었다.
조력자, 지도자, 먹잇감, 접선자.
무슨 단어로 표현해도 좋을 것 같은 우리아가 내보였던 그것이, 하늘에서 추락하고 있었다.
분명 돌아온 이들은 그 이질감을 느낄 테지.
몇몇 이들은 그것을 몸 안에 담기도 할 것이고, 그처럼 마기를 움직일 수 있는 이들도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가장 빠르게 돌아온 그는 그들보다 이점을 가졌다 보아도 무방할 것이었다. 무시할 수 없을만큼 큰 『힘』의 양과, 그것을 다루는 감각을 다른 이들보다 앞서서 갖췄다는 것.
그것은 이제 이 세상에서 명확하게 사람의 우월함을 가르는 기준이 되어줄 것이다.
'아마 슬슬 다른 사람들도 돌아오겠지.'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감각을 더 길러야 할 것이었다.
오른손에 잡힌 고갈의 날을 팔과 수평하게 잡은 채로, 그는 천천히 걸어서 대학교 실내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온갖 방법으로 죽어있고, 혈향이 짙게 배어서 다른 냄새 따위 묻혀버릴 수 밖에 없는 건물에 진입했다.
'사람들이 많이 돌아오기 전에, 최대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살린다.'
실험이 필요했다.
지금의 그 자신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그렇게.
전류라도 차단된건지 그늘져서 으슥한 건물 안으로, 그의 몸은 천천히 스며들어갔다.
*
그닥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고작해야 20여분 정도.
그 정도 시간만에 그에게 필요한 시험은 모두 끝났다.
성균관대학교 본과대학 건물의 2층의 한 강의실 안.
누더기처럼 조각난 시체들이 쌓여 있는 곳의 탁자 위에 그는 앉아 있었고. 손을 돌리면서 돌려깎듯 단도를 움직일 때마다, 그가 손에 쥔 사람 시체의 살과 뼈가 갈라졌다.
뼈 위의 살만을 절묘하게 도려내듯이 움직인다.
베고 또 베어도 무뎌지지 않는 고갈의 절삭력은 이미 그의 주변에 무너진 책상이나, 교탁, 사물함의 파편 따위로 증명되고 있었다.
하여, 그것에 익숙해지기 위한 고행을 굳이 자처하면서 그는 생각했다.
'최소 스탯 13. 인간 중 상위 20%.
스탯 10이 기준이라고 볼 때, 스탯 1은 상위 10% 단위로 끊어지는 것.'
고갈은 무기물을 벨 때마다 기력을 아주 희미하게 손에 보충해주고, 시체를 벨 때면 체력을 돌려준다.
'지금 가진 특성들은 의미없다. 굶주린 자아나, 투박한 살인술. 그런 것 따위는 본래 내가 가진 것을 나타내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가진 이점은 이 칼 한 자루와 위업이라는 것으로 강화된 몸. 그것에 더해서 마력과 앙화.'
그러한 것들을 이용할 때 그의 전력은 그닥 늘어나지 않았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지.
우리아의 팔을 베어낸 것 ?
그것은 그의 능력으로 가능했던 일이 아니다.
아니, 애시당초에 우리아가 마력을 칼에 닿게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에 불과했다.
고갈은 무엇이든지 먹어치울 수 있으나, 그것이 먹어치워지는 것 또한 닿았을 때의 일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것을 닿게 만드는 것은 그의 능력에 달린 일.
'...정면으로 죽일 수 있는 건 대략 성인 열댓명 정도.'
그는 몇번의 실험을 거친 끝에 그의 전력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측량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는 무의미하다. 고갈이 있으면 왠만해서는 늘 정신과 체력이 만전일 테니까. 진짜 문제는 약한 다수보다, 강한 개인이겠지.
그리고, 최대한 비관적으로 판단할 때.'
팔이 움직이면서 칼을 쥔 손을 손목과 정렬시켰다.
호흡은 들숨과 날숨으로 단전에서부터 들끓는 마기를 뽑아왔고, 검에 마기가 불어넣어지는 순간 고갈이 떨린다.
아주 천천히, 그의 손이 움직였다.
바람이 칼에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정렬된 손이 허공을 긋는다.
'내가 죽일 수 있는 것은, 소총수 이하의 위력과 사거리를 지닌 존재로 국한된다.'
그 한번의 베기가 움직이는 시점에 정확히 앙화(殃火)가 일어났다.
불꽃이 참흔이 아주 작은 흔적으로 남았다.
강의실의 벽체가 마치 두부라도 베는 것처럼 갈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부터 천천히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마치 맞닿는 모든 것을 태워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종이를 태우는 것처럼 번지는 불길이 느릿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가장 높은 고지대의 문과대학이 타들어가면 저격은 어려워지겠지. 건물들이 연결되어 있는 대학교 특성상, 이 불길은 언젠가 다른 건물들에게까지 퍼질 거고.
그러면 혼란이 찾아온다.'
정면으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썰어낼 수 없으니 혼란 속에서 움직여야 할 그에게는, 그 정도 속도가 적합했다.
불길 만으로 사람이 죽어도 좋을 것이고, 사람이 죽지 않고 도망치면서 공포에 질린다면 그것도 좋다.
그 혼동이 그에게는 기회가 된다.
그 장면을 이뤄내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대학교 하나의 생존자들을 추수하는 것.
그것이 바로 튜토리얼이 뭔지 모르겠는 지금 시점에서 그가 만들어낸 도달점.
...이러고 튜토리얼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거나, 아예 다른 식으로 평가하는 거라면 곤란하겠지만.
그때는 그것대로 재미로 하면 될 일일 것이다.
사람을 많이 살려야 튜토리얼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던가 하지만 않는다면 이게 도움이 안 될 일은 없었다.
적어도.
그는 그리 생각했다.
그리고 그리 생각하면서 슬슬 깔끔하게 두피만 벗겨진 두개골을 사물함 밑편에 던져넣으면, 소리가 울렸다.
띠링, 하는 소리다.
'시작인가 ? '
딱히 돌아오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대학교 안, 비어있는 건물 안에서의 움직임이 끝날까를 생각하면.
그 대신에 경고음같은 소리와 함께 귓가에 들리는 알림이 전해왔다.
[주의. 현재까지 자격을 증명하지 못한 인원이 8%에게 고합니다. 32%의 사용자와 60%의 낙제자가 탄생한 지금, 1시간의 기한이 주어졌습니다.
1시간 이내에 자격을 증명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1시간 이후 환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대계(大計)』는 해당 환수의 대상자들에 대한 존재 권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반복합니다.
1시간 이내에 • • • ]
"음 ? "
아직까지도.
그 튜토리얼이라 해야 할 것이 시작되기에는 1시간은 남아 있노라고.
쿠당탕 !
그리고 그런 소리가 들려올 적에 저 위, 3층 즈음에서 무언가 무너진 모양이다. 그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당연하지만 ㅡ 그것이 사람의 개입이 없는 것일 확률은 없다.
'지금까지.'
그가 학교를 걷는 동안 살아있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지. 그저 대다수가 그처럼 무언가에게 끌려갔기 때문이라 생각했었던가.
그리고 그가 돌아오기 전에는 이 대학의 모두가 선택을 치뤘다 생각했다. 학기 중도 아닌 학교였다. 남아있는 사람 따위 이미 어디론가 도망이라도 쳤다 여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건가.
"불쌍한 동문 하나가 사람도 없는 것 같은 이곳에서 벌벌 떨고 있나."
이미 그가 지나치며 강의실까지 전부 뒤진 3층 안에서.
마기가 체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고도 오감이 강화되었음에도. 그걸 능가해서 숨어있는 데 성공한 이가 있었다는 것인가.
그건 그것대로 유쾌한 일이었다.
비록 저 위의 누군가가 그를 봤을지 못 봤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올라갈 생각이 들만큼은 재밌다.
그가 학교 건물을 돌고 도는 동안에도 들키지 않은 능력이라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것이다.
"...가엽게도. 이 건물 안에 사람이 남아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도와줄까 아니면 환수라는 게 이뤄지기 전에 처리해줄까.
어느 쪽이라도 사실 결말은 그닥 달라지지 않을 테지만, 그건 그닥 중요하지 않다. 그는 손을 몇차례 휘돌렸다.
손가락이 손잡이를 감지도 않았는데 원심력이 유지되는 것처럼 고갈이 돌고 또 돌며 원을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는 동안 스쳐지나가는 대기에서 휘리릭 거리는 소리가 퍼진다.
손가락이라도 집어넣으면 베이고도 모자라서 바닥에 떨어져서 바닥도 뚫어버릴 것 같은 곡예. 그것이 돌고 돌 적에 손가락을 움직여서, 그것에 제동을 건다.
완벽하게.
이전에 단검을 쓸 때 갖추고 있던 기량이 돌아온 느낌이기에.
그는 웃었다.
"혹시 모를 선배님이나 동기일지 모르는 만큼, 도와주러 가볼까."
어쩌면 머무는 이는 그가 아는 이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철학과, 24학번.
대학교 2학년이었던 그가 머무르던 곳은, 철학과의 학과 가 위치해 있는 건물.
퇴계인문관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에 모여있는 이들은 꽤 많는 수가 그의 선배거나 동급생이었다. 정확히는, 그랬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선배나 동급생이 아닌 시체들 뿐이니까.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된 시점에, 사람 사는 것에 대해 논하던 방구석 철학가들은 과연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준비를 한다면 더 할 것이 많이 남아있을 것 같지만.
아직 1시간이나 남아있기도 했으며, 튜토리얼의 내용물은 말해주지도 않는 중이었기에.
그는 그렇게 걸음을 옮겼다.
목표지는 1층 위, 철학과의 강의실들이 포진해 있는 곳.
찰팍, 찰팍...하고.
경쾌하게, 발걸음이 왈츠라도 추는 것처럼 그를 앞으로 밀어냈다.
하나는 붉었다.
여전히 햇빛을 흩뿌리고 있었고, 그것이 시체들로 가득한 대학교의 풍경을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하나는 어두웠고 왜곡되어 있었다.
균열(龜裂).
공간의 틈이라는 단어로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모습.
그것이 태양의 뒤를 따르듯이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흩뿌리고 있었다. 그 안에서는 검붉은 핏물 같은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저 머나먼 지평선이 붉게 물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가 재학하고 있었던 성균관대학교는 고지대에 위치하기에, 하늘에 가까운지라 알 수 있던걸까.
사람들의 죽음을 축복하듯이 떨어져 내리는 그것.
그것은 분명히 마력(魔力)이었다.
조력자, 지도자, 먹잇감, 접선자.
무슨 단어로 표현해도 좋을 것 같은 우리아가 내보였던 그것이, 하늘에서 추락하고 있었다.
분명 돌아온 이들은 그 이질감을 느낄 테지.
몇몇 이들은 그것을 몸 안에 담기도 할 것이고, 그처럼 마기를 움직일 수 있는 이들도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가장 빠르게 돌아온 그는 그들보다 이점을 가졌다 보아도 무방할 것이었다. 무시할 수 없을만큼 큰 『힘』의 양과, 그것을 다루는 감각을 다른 이들보다 앞서서 갖췄다는 것.
그것은 이제 이 세상에서 명확하게 사람의 우월함을 가르는 기준이 되어줄 것이다.
'아마 슬슬 다른 사람들도 돌아오겠지.'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감각을 더 길러야 할 것이었다.
오른손에 잡힌 고갈의 날을 팔과 수평하게 잡은 채로, 그는 천천히 걸어서 대학교 실내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온갖 방법으로 죽어있고, 혈향이 짙게 배어서 다른 냄새 따위 묻혀버릴 수 밖에 없는 건물에 진입했다.
'사람들이 많이 돌아오기 전에, 최대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살린다.'
실험이 필요했다.
지금의 그 자신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그렇게.
전류라도 차단된건지 그늘져서 으슥한 건물 안으로, 그의 몸은 천천히 스며들어갔다.
*
그닥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고작해야 20여분 정도.
그 정도 시간만에 그에게 필요한 시험은 모두 끝났다.
성균관대학교 본과대학 건물의 2층의 한 강의실 안.
누더기처럼 조각난 시체들이 쌓여 있는 곳의 탁자 위에 그는 앉아 있었고. 손을 돌리면서 돌려깎듯 단도를 움직일 때마다, 그가 손에 쥔 사람 시체의 살과 뼈가 갈라졌다.
뼈 위의 살만을 절묘하게 도려내듯이 움직인다.
베고 또 베어도 무뎌지지 않는 고갈의 절삭력은 이미 그의 주변에 무너진 책상이나, 교탁, 사물함의 파편 따위로 증명되고 있었다.
하여, 그것에 익숙해지기 위한 고행을 굳이 자처하면서 그는 생각했다.
'최소 스탯 13. 인간 중 상위 20%.
스탯 10이 기준이라고 볼 때, 스탯 1은 상위 10% 단위로 끊어지는 것.'
고갈은 무기물을 벨 때마다 기력을 아주 희미하게 손에 보충해주고, 시체를 벨 때면 체력을 돌려준다.
'지금 가진 특성들은 의미없다. 굶주린 자아나, 투박한 살인술. 그런 것 따위는 본래 내가 가진 것을 나타내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가진 이점은 이 칼 한 자루와 위업이라는 것으로 강화된 몸. 그것에 더해서 마력과 앙화.'
그러한 것들을 이용할 때 그의 전력은 그닥 늘어나지 않았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지.
우리아의 팔을 베어낸 것 ?
그것은 그의 능력으로 가능했던 일이 아니다.
아니, 애시당초에 우리아가 마력을 칼에 닿게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에 불과했다.
고갈은 무엇이든지 먹어치울 수 있으나, 그것이 먹어치워지는 것 또한 닿았을 때의 일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것을 닿게 만드는 것은 그의 능력에 달린 일.
'...정면으로 죽일 수 있는 건 대략 성인 열댓명 정도.'
그는 몇번의 실험을 거친 끝에 그의 전력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측량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는 무의미하다. 고갈이 있으면 왠만해서는 늘 정신과 체력이 만전일 테니까. 진짜 문제는 약한 다수보다, 강한 개인이겠지.
그리고, 최대한 비관적으로 판단할 때.'
팔이 움직이면서 칼을 쥔 손을 손목과 정렬시켰다.
호흡은 들숨과 날숨으로 단전에서부터 들끓는 마기를 뽑아왔고, 검에 마기가 불어넣어지는 순간 고갈이 떨린다.
아주 천천히, 그의 손이 움직였다.
바람이 칼에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정렬된 손이 허공을 긋는다.
'내가 죽일 수 있는 것은, 소총수 이하의 위력과 사거리를 지닌 존재로 국한된다.'
그 한번의 베기가 움직이는 시점에 정확히 앙화(殃火)가 일어났다.
불꽃이 참흔이 아주 작은 흔적으로 남았다.
강의실의 벽체가 마치 두부라도 베는 것처럼 갈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부터 천천히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마치 맞닿는 모든 것을 태워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종이를 태우는 것처럼 번지는 불길이 느릿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가장 높은 고지대의 문과대학이 타들어가면 저격은 어려워지겠지. 건물들이 연결되어 있는 대학교 특성상, 이 불길은 언젠가 다른 건물들에게까지 퍼질 거고.
그러면 혼란이 찾아온다.'
정면으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썰어낼 수 없으니 혼란 속에서 움직여야 할 그에게는, 그 정도 속도가 적합했다.
불길 만으로 사람이 죽어도 좋을 것이고, 사람이 죽지 않고 도망치면서 공포에 질린다면 그것도 좋다.
그 혼동이 그에게는 기회가 된다.
그 장면을 이뤄내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대학교 하나의 생존자들을 추수하는 것.
그것이 바로 튜토리얼이 뭔지 모르겠는 지금 시점에서 그가 만들어낸 도달점.
...이러고 튜토리얼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거나, 아예 다른 식으로 평가하는 거라면 곤란하겠지만.
그때는 그것대로 재미로 하면 될 일일 것이다.
사람을 많이 살려야 튜토리얼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던가 하지만 않는다면 이게 도움이 안 될 일은 없었다.
적어도.
그는 그리 생각했다.
그리고 그리 생각하면서 슬슬 깔끔하게 두피만 벗겨진 두개골을 사물함 밑편에 던져넣으면, 소리가 울렸다.
띠링, 하는 소리다.
'시작인가 ? '
딱히 돌아오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대학교 안, 비어있는 건물 안에서의 움직임이 끝날까를 생각하면.
그 대신에 경고음같은 소리와 함께 귓가에 들리는 알림이 전해왔다.
[주의. 현재까지 자격을 증명하지 못한 인원이 8%에게 고합니다. 32%의 사용자와 60%의 낙제자가 탄생한 지금, 1시간의 기한이 주어졌습니다.
1시간 이내에 자격을 증명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1시간 이후 환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대계(大計)』는 해당 환수의 대상자들에 대한 존재 권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반복합니다.
1시간 이내에 • • • ]
"음 ? "
아직까지도.
그 튜토리얼이라 해야 할 것이 시작되기에는 1시간은 남아 있노라고.
쿠당탕 !
그리고 그런 소리가 들려올 적에 저 위, 3층 즈음에서 무언가 무너진 모양이다. 그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당연하지만 ㅡ 그것이 사람의 개입이 없는 것일 확률은 없다.
'지금까지.'
그가 학교를 걷는 동안 살아있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지. 그저 대다수가 그처럼 무언가에게 끌려갔기 때문이라 생각했었던가.
그리고 그가 돌아오기 전에는 이 대학의 모두가 선택을 치뤘다 생각했다. 학기 중도 아닌 학교였다. 남아있는 사람 따위 이미 어디론가 도망이라도 쳤다 여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건가.
"불쌍한 동문 하나가 사람도 없는 것 같은 이곳에서 벌벌 떨고 있나."
이미 그가 지나치며 강의실까지 전부 뒤진 3층 안에서.
마기가 체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고도 오감이 강화되었음에도. 그걸 능가해서 숨어있는 데 성공한 이가 있었다는 것인가.
그건 그것대로 유쾌한 일이었다.
비록 저 위의 누군가가 그를 봤을지 못 봤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올라갈 생각이 들만큼은 재밌다.
그가 학교 건물을 돌고 도는 동안에도 들키지 않은 능력이라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것이다.
"...가엽게도. 이 건물 안에 사람이 남아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도와줄까 아니면 환수라는 게 이뤄지기 전에 처리해줄까.
어느 쪽이라도 사실 결말은 그닥 달라지지 않을 테지만, 그건 그닥 중요하지 않다. 그는 손을 몇차례 휘돌렸다.
손가락이 손잡이를 감지도 않았는데 원심력이 유지되는 것처럼 고갈이 돌고 또 돌며 원을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는 동안 스쳐지나가는 대기에서 휘리릭 거리는 소리가 퍼진다.
손가락이라도 집어넣으면 베이고도 모자라서 바닥에 떨어져서 바닥도 뚫어버릴 것 같은 곡예. 그것이 돌고 돌 적에 손가락을 움직여서, 그것에 제동을 건다.
완벽하게.
이전에 단검을 쓸 때 갖추고 있던 기량이 돌아온 느낌이기에.
그는 웃었다.
"혹시 모를 선배님이나 동기일지 모르는 만큼, 도와주러 가볼까."
어쩌면 머무는 이는 그가 아는 이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철학과, 24학번.
대학교 2학년이었던 그가 머무르던 곳은, 철학과의 학과 가 위치해 있는 건물.
퇴계인문관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에 모여있는 이들은 꽤 많는 수가 그의 선배거나 동급생이었다. 정확히는, 그랬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선배나 동급생이 아닌 시체들 뿐이니까.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된 시점에, 사람 사는 것에 대해 논하던 방구석 철학가들은 과연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준비를 한다면 더 할 것이 많이 남아있을 것 같지만.
아직 1시간이나 남아있기도 했으며, 튜토리얼의 내용물은 말해주지도 않는 중이었기에.
그는 그렇게 걸음을 옮겼다.
목표지는 1층 위, 철학과의 강의실들이 포진해 있는 곳.
찰팍, 찰팍...하고.
경쾌하게, 발걸음이 왈츠라도 추는 것처럼 그를 앞으로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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