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8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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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05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89F】 (5000)

종료
#0正道第一劍◆IladtgNXUe(7ad712c7)2026-08-07 (금) 0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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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0
#166천마◆lMF.VqjaE.(48376ac2)2026-08-07 (금) 10:09:56
이건 하극상인가?

처음 떠올린 건 그런 생각이었다.

"요한, 아직 몸이 다 안 자랐어. 성장이 필요해."
"..."

하지만 뭔가 진심으로 말하는 눈치였다.

성장이 필요하다니, 그를 대체 몇 살이라 생각한단 말인가.

머드락이 그보다 큰 건 흉부뿐일 텐데 이렇게 방자한 언행이라니. 이 녀석은 하늘이 두렵지도 않은 건가?

"팔 근육도 눌렸고, 손목에 무리도 갔을 거고, 아츠를 두 번이나 썼으니까. 오늘은 돌아다닐 수 없어."
"아츠가 아니라 무공."
"무공."

뭐 그렇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기는 했다.

요한은 완전히 밤이 되어 그가 움직이기에는 썩 적합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보았고, 시라쿠사인들이 멋대로 지어 놓은 곳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기척을 느꼈다.

시라쿠사인들이 고용한 살카즈 용병일 것이었다.

바깥에 나가지 않고 약탈자만 상대하면 그만인 업무를 바라는 이들은 많기에, 그만큼 질이 높은 영기가 느껴졌다.

지금 상태로 상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뭐, 좋겠지."

그러면...우선은 이곳에서 벗어나 두는 걸로 할까.

"키워 준다는 게 뭔지, 어디 한번 봐 보자고."
"봐? "
"그렇게 거창하게 말했는데 스승에게 거짓을 말한 건 아니겠지? "
"아니야."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주억거렸을 때 어째서인지 그의 시야는 위로 올라갔다. 갑작스레 높아진 초점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180cm인 그를 170cm...가 아슬아슬하게 안 되는 것 같은 머드락이 들어 올리는 게 보였다.

어처구니가 없다. 자기 키를 알고 있기는 한 건가.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그렇지만 머드락은 그런 것에 일절 개의치 않는다.
독백하는 듯한 읊조림이 대화의 맥을 끊어 버리면서, 그렇게.

"안전한 곳으로 가자."

그들은 동부의 외곽을 벗어났다.

놀라운 일이지만 카즈델은 이동 도시였다.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 간단했다.
현재 그와 머드락은 대략 수백 미터 정도 상공에 위치해 있으며, 그들의 발아래에는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아니, 움직였어야 할 거대한 차체가 붙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동 도시라는 것은 말하자면 수십 개의 탱크가 이어 붙어 만들어진 기계 도시.

아래로는 거대한 차체가 구동하며 굴러가고, 그 위에는 포탄 따위 대신에 합판이 있다. 사람이 살거나 특별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구조체가 차곡차곡 쌓이며 차체의 구동 한계를 채워 넣었다.

그가 스카 아이의 방에서 보았던 설계도면의 일부에 따르면 그런 차체들은 각기 움직일 수도, 서로 붙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수십 개의 차체들은 하나하나로는 독립적인 역할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통합되게 되며, 그렇게 합쳐진 뒤에 거대한 생존 구획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자체적인 내부 환경이 순환을 이룰 수 있게 되면, 마침내 도시라고 불릴 수 있는 집합이 구성되고, 그렇게 이 세계에서 짐작하기 어렵게 도래하는 『재앙(天劫)』을 피하기 위한 수도문명(修道文明)의 정화(精華)가 탄생한다는 뜻이다.

작게는 구리나 안양 정도 크기고, 크게는 서울에 이를 정도의 수준.

거대한 기계 구조물을 정화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수백만 명에서 천만 명의 사람까지도 살아가는 이 세계의 이동 도시는 말 그대로 이해가 불가능한 곳이었으니까.

그것이 바로 그가 알고 있는 이 세계의 『도시』라는 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리고 이리 거창하게 말해졌지만...
그러한 이동 도시에 대한 설명도 당연하게 하나의 예외를 두고 있었고 말이다.

"아래인가? "
"지지층(地支層)으로 들어갈 거야."
"나흐체러르 혼혈들이 산다는 그곳인가."
"응, 그래도. 나흐체러르 적어."

그 예외가 바로 카즈델이었다.

그 이유를 떠올릴 적에 머드락의 아츠는 손끝에서 힘을 발했다. 머드락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으나, 그 진로는 앞이나 옆이 아니라 밑으로 향했다.

요한이 쉬이 이해할 수 없는 사술(邪術)의 발현.
대지를 가르고 그 아래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그들이 향할 수 있게 해 주는 흙과 광석의 자체적인 이동.

그러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요한은 덤덤했다.

드드드드...
'내가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이건 사술이 아니라 도술이라 불러야겠군.'

덤덤한 걸 넘어서 이미 그의 마음은 평온에 잦아든 채 하강을 감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몇십 초 정도 하강한 뒤 나타난 풍경이야말로 카즈델의 이동 도시가 타지에 비해 열등한 것임을 증명하는 증거였으리라.

이요한은 몰랐겠지만 이것은 광석병의 세기가 약해진 걸 느낀 머드락이 간만에 펼친 진전급(眞傳級) 아츠. 그 덕에 큰 소음이나 진동 없이 지하로 150m를 단숨에 내려간 뒤 그는 보고 느꼈다.

본래 도시의 구동 기관을 정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지지층(地支層), 이곳저곳에 뿌리내리듯 퍼진 핏줄기들로부터 느껴지는 망조(亡兆)를 말이다.

이곳에서는 오수(汚水)가 강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더럽다기보다는 핏물에 젖은 듯한 냄새가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위에서 유기된 시체들이 이곳까지 떨어져 내린 걸 증명하듯 그 위에 부유하는 사람의 파편이 보였다.

이런 곳이기에 왕정, 다른 말로는 카즈델 중앙구에 들어가지 못한 나흐체러르 혼혈들이 이곳에 머무는 걸까.

시신을 먹고 죽음을 삼키지 않으면 안 되는 종족들이기에, 가만히 있어도 시체가 굴러 떨어지는 이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걸까?

문득 감상적인 생각이 떠올랐으나, 그 생각도 찰나였다.

쿵!

그의 겨드랑이를 잡고 품에 가두듯 안았던 머드락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을 때, 요한이 머드락 몰래 챙겨 두었던 영석이 손바닥 안에서 진동한 것이다.

"잠시."
"응."

여기서도 더 이동하려는 모양이었으나, 그의 제지에 머드락이 고분고분히 멈춘다.

그는 머드락 몸 안에서 나오고 이제는 손바닥 안에 있는 영석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강 위에 떠내려가는 시체를, 그 오수를, 하수도 주변의 설비를 보았다.

곳곳에 검은 피가 마치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는 그 모습이 눈에 담겼다.

말 그대로, 붉은 피가 아니라 그 안에 무언가가 담긴 검은 피였다!

"...피!! "
"응...? "

거리는 떨어져 있었으나 그 순간 그의 기감은 느꼈다.

단전 안에 자리 잡은 마기가 인지보다 먼저 반응하고, 그의 몸 바깥으로 기감이 뻗어져 나갔다. 영기를 더 취하고자 하는 듯한 마기 속의 영성(靈性)이 그의 시각을 빌렸다.

어둠을 등불로 비춰 보는 듯한 한순간.
그 순간에 보이는 건 대기 중의 영기가 지상보다 다섯 배는 높은 듯한 밀도.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영석들이다.

"이곳은...복지(福地)인가...!! "
"요한. 여기 몸에 안 좋아."
"나한테는 좋아! "
"좋아...? "

요한이 성큼성큼 걸었다.

육안으로는 영석이 보이지 않았으나 기감은 분명히 일러 주고 있었다.

이곳에 영석이 있다고.
아니, 이곳 하나만이 아니라 지상 아래의 지하 전역에, 카즈델에서 주화입마에 빠진 시체들이 모이고 또 모이며 만들어진 영석들이 모여 있을 것이라고.

이곳 안에서 흐르고 있는...마치 어딘가에 [중심]이 있는 듯 원형으로 움직이는 기류의 일부를 인지한 것이다.

"집은, 이 안에 있나? "
"응, 그렇지만 수로에서 좀 더 멀어. 나흐체러르가 못 오는 곳."

머릿속에 정보가 정리된 순간 그의 손은 천천히 허공을 유영한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결은 느릿하게 사겁(四劫)을 머금었다.

이르기를 세상 만물이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 하였다. 그리고 사람의 육신은 세상을 닮은 소우주이기에, 사람의 숨 또한 그를 닮고 있었다.

기를 들이마시는 것은 성(成)이다. 양(陽)으로는 머무르고 도는 것이 주(住)이며, 음(陰)으로는 떠나가며 사그라드는 괴(壞)가 있었다. 그리고 내뱉어 비는 것이 바로 공(空)이니, 그 순간에 그가 집중하는 것이 바로 내뱉는 한순간의 찰나였다.

흡성대법의 흡인력(吸引力)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은 그의 호흡이 공(空)에 머무르는 한순간.

호흡은 육체 안에서 흐르고 육체는 기력을 움직였다.

기이할 정도의 자기 확신을 품은 채 손을 쭉 편 이요한은, 그를 둘러싼 기류의 흐름을 부감한 끝에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결정지었다.

ㅡ 이 기류의 흐름으로부터 중심, 즉 이 흐름을 자아낸 영석의 위치를 역산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대기보다 더 짙게 기가 흐르는 이 강. 주화입마하여 죽어 버린 시체가 넘쳐나면서 영기로 가득 찬 강을 흡성대법으로 간섭한다면 분명 그리할 수 있었다!

풍덩!
'더 선명하게.'

그걸 안 즉시, 오수 속에 그의 손을 집어넣었다.

머드락이 눈을 찡그렸다는 걸 보지도 못한 채, 요한은 깨달았다. 하지만 알 수 있는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왼손으로 쥐고 있던 머드락의 몸속 영석을 입안에 집어넣고, 숨을 쉬지 않은 채 몸 안의 외기를 잃어 가며 씹었다.

으적거렸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영기를 갈구하는 듯한 몸이 떨리고, 단전 안에 자리 잡은 마기는 떨어져 내리는 영기에 감응했다.

그러한 반응이 흡인력을 강하게 하고 있었다.

기감과 흡성대법이 조화하면서 머릿속에 수로의 형상이 그려지는 와중에 그 추론이 사실로 증명되면서, 그는 보았다.

'더 명확하게 본다.'

이 더러운 물 안에서 떠내려가는 사람의 시체를.

떨어지기 이전에 이미 토막이라도 난 것 같은 몸들을, 귀중한 부품이나 재료는 모조리 빼앗긴 지 오래인 듯한 유실물들을, 그리고 이 물 안 깊숙한 곳에서 기류의 흐름에 반응을 일으키는 영석의 위치 몇 군데를 읽어 냈다.

그의 흡성대법은 아직 일성(一成) 수준이다.
가진 내공은 얼마 되지 않았고, 흡성대법의 운용은 기초적인 상황이다.

그가 그런 상태인 지금 영석이 이렇게 굴러 들어오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 머드락은 이요한의 등만 보였기에 몰랐겠지만 바로 그때 그는 자신이 무슨 조커라도 되는 것마냥 쪼개고 있었다.

노다지다!

이 수로와 지지층만 잘 뒤져도 어쩌면 그의 성장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충분할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그 정도로 만족할 것도 아니겠지.

그가 전신에 힘을 주며 몸 바깥으로 마기가 퍼져 나갈 때, 불투명한 물 아래로 검붉은 파장이 몇 차례 번뜩였다. 그 파장 하나하나는 인력이 그의 손바닥 안으로 영기를 끌어들일 때 생기는 흔적이었다.

마치 레이더라도 돌아가듯 그런 반응이 울릴 때마다 그는 작은 영석 조각 몇 개를 찾아냈다. 가라앉은 무기나 고철 따위를 보았고, 이 수로가 연결된 곳들의 형상이 차곡차곡 채워지며 기가 흐르는 길을 인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 구획의 형상을 모조리 인지한 듯할 때.
그는 가장 크게 영기가 밀집된 구역이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있는지를 희미하게 읽어 냈다.

"...음? "

오수에 들어간 손이 허공에 멈춘 채로, 그는 머릿속을 희미하게 스쳐 지나간 파편 같은 풍경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곳에는 영석이 자라난 사람의 팔이나 다리가 퇴적되어 있었다. 핏물이 분뇨 따위보다 많은 것처럼 걸쭉하게 녹아내린 진홍색의 액체가 흘렀고, 이따금 꿈틀거리면서 어둠 속의 희미한 잔광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그의 초점 바깥에 위치해 있었다.
그는 그 더럽고도 추악한 풍경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던 것을 보았다.

팔과 다리, 핏물 속에서 똬리를 튼 채 뒤얽혀 있는 괴물.
혈관이 부풀어 오르기라도 하면 이리 생기지 않았을까 떠올리게 하는 촉수.

ㅡ 뱀파이어의 산물!

"아, 이 씁박것..."

가칭으로 『혈수인(血垂蚓)』이라 불려도 문제없을 듯한 것이 이 수로의 처리 구획 안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본 뒤에 그는 깨달았다.

케델이 말한 그놈의 의뢰에서는 당장 멀어져 머드락의 집으로 향했더니, 도리어 케델이 이전에 말했던 것 같은 의식진에 가까워져 버렸다니.

이 상황을 우연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였다...

그래.

"요한? "
"...쓰으읍..."

그가 겁수(劫數)를 찾지 않아도, 겁수가 그를 찾아오고 있었다.

이런 씨발.
그는 알아차려 버리고 말았다!!

하늘이 그를 죽이려 들고 있었다!!!!!

그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음습하게,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이 졸렬한 하늘이 ㅡ 그의 마공을 꺾으려 드는 것을 눈치채 버려서.

그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허공을 보았다.

"요한...? "

머드락의 부름에조차 반응하지 못한 채로.

그는 그렇게 천장을 보면서 그 안에 새겨진 얼룩과 검은 핏자국과 돌을 읽으며, 그가 뭘 어찌해야 하는지를 찰나에 깊고 또 깊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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