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51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95F】 (5000)
종료
작성자:天子魔◆lMF.VqjaE.
작성일:2026-09-22 (화) 15:21:58
갱신일:2026-10-03 (토) 04:11:40
#0天子魔◆lMF.VqjaE.(117d83d6)2026-09-22 (화) 15: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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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__ / ./ー''´ |i 네 놈은 네 놈이 먹은 난이도의 개수를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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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
#2301천마◆lMF.VqjaE.(680a0c1f)2026-09-28 (월) 10:13:14
똑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의 혼몽함, 눈이 따끔거린다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난 이후 아릿한 감각이 팔에서부터 느껴졌다.
무슨 일인가.
그가 고개를 내려서 바라보면 그의 팔에는...
마치 손가락으로 헤집어진 듯한 상처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뭐?"
".........아, 아, 으?"
그곳에는 [믿어라.]라고 적혀져 있었다.
그의 눈이 한 순간 커지고, 사키코가 휘청거릴 때, 시야에 겹쳐있는 어둠 속에서는 또 다시 눈동자가 일렁인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주변의 풍광이 변화하고 있었다.
"대체, 대체, 이게, 무슨..."
오오오오 —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구역질이 난다는 것처럼 귀를 막은 토가와의 너머로 보이는 것은, 깨진 하늘이었다.
아니, 깨진 것[처럼 보이는] 하늘이다.
그조차도, 그 순간 본 것을 한 눈에 담지 못했다.
한 눈에 담을 수 없는 풍경이라고 말함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수십, 수백, 수천에 달하는 동일한 듯 동일하지 않은 듯한 풍경이 겹쳐진 하늘. 같은 상(像)에 다른 색채(色彩). 빛이 낼 수 있는 모든 색채가 불규칙하게 뒤섞인 것처럼 형언할 수 없는 광택이 뒤섞인 채로 현실을 덧칠한다.
마치 우주에서 온 광휘가 가림없이 펼쳐진 듯한 하늘 아래에서, [그것]은, 그 자리에 있었다.
...바로 그때 이요한이 느낀 것은, 기이한 통증.
[성신(成神).]
손바닥을 피면, 파헤친 듯한 글씨가 보이고.
[귀원(歸元) 너머.]
위를 올려다 보면, 하늘을 유영하는 [무언가]의 잔해가 희미하게 보였다.
시체 고래와는, 달랐다.
시체 고래 따위는 이것의 조악한 모사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아, 으, 귀에, 귀, 에...!!"
키긱, 키기긱...!
토가와가 비명을 지르면서, 위에 있는 것에게서 눈을 돌리려는 순간에도. 그의 살가죽 위로 기이한 상처 따위가 새겨지고, 또 제멋대로 지워지는 순간에도.
그는 어째서인지 눈을 제대로 [그것]에게 향한 채로 그것을 볼 수 없었다.
...정말로 그런가?
' ——— '
오오오오오오오오 —
마치 비명소리처럼 울려퍼지는 이 울음소리가.
수천겹의 비명이 뒤섞인 교향곡처럼 동시에 퍼지는 울음소리가.
정말로 그가 [저것]을 올려다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란 말인가.
...기이한 확신감이 들었기에, 그는 제 손을 펼쳤다.
식은 땀은 흘러내렸고, 이해할 수 없는 기시감과 현실에서 분리된 것 같은 일탈감이 충동질쳤다. 무너져내리려는 토가와를 손으로 잡고 그녀의 몸에 미친듯이 마기를 흘려내며, 그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신하고자 할 때.
그렇게 펴진 손에 적힌 것은 단 한 마디.
[아니다.]
— 그는 [저것]을 보았다!
"하, 흐하, 하하핫...!!"
그는 분명히 보았다!
그저, 보았을 뿐인데도, 잊었을 뿐이다...!!
'아니야...!'
아니, 잊은 것조차도 아니다!
토가와에게 마기를 흘려넣고, 그 몸을, 토가와의 비명소리와, 그녀 몸 속에서 생기는 변화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흘려넣은 마기보다도,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마기가 많다는 걸. 그러나 그 마기의 재생량은 그가 예상한 수치와는 시간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그는 이윽고 확신했다.
—— 시간이 돌아가고 있었다.
" — 이게, 그것인가!"
저 위에서부터 뻗어져 내리는 푸른 핏줄은 대지에 흘러내렸고, 요동치는 색채는 점점 정적으로 변모해간다.
토가와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떨다가, 그대로 무너져 내려갔다.
그녀가 정신을 잃어가려 하는 것을 몸으로 받아내서, 떨리는 그 몸에 마기를 불어넣고, 억지로 일깨우며, 그는 대지에 도래하는 재앙을 보았다.
시간이, 멈춘다.
그가 있는 곳에서부터 저 머나먼 지평선까지.
말도 안 되는 범위의 모든 것들이 찰나 속에서 멈췄다.
영화에서 보아왔던 멈춘 세계라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모든 입자의 정지. 입자와 입자 사이의 연결이 멈춰버린 것 같은 하나의 찰나. 그러나 그 순간에도 맥동하는 기(氣)만이 남은 세계는 차라리 검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듯한 모습이어서.
그는 다만 떠올렸다.
그는 이 순간을 몇번이고 보았다.
보았고, 돌아갔다.
그렇게 돌아가는 세계 속에서 남긴 것만이 그의 팔에 남았노라고. 토가와의 몸 속에 남은 그의 마기처럼, 마기가 남긴 잔향만을 남기고, 세계가 꺼끄려졌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이윽고.
"이것이 —— "
"아, 으, 으으..."
되살아난 신(神)의 시체는 멈춘 세계 속에서 홀로 유영했다.
말조차도 이어지지 못한 채.
기조차도 멈춰버리면서 모든 것이 정지했다.
탈겁에 이르지 못한 자는 저항할수도 없는 영겁(永劫) 속에서.
...토가와 사키코는 또 다시 멈춰버린 몸 속에서.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속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그 폐 속의 공기가 흘러나오는 일은 없었음에도.
*
" ——— !! "
비명소리같은 숨이 그의 몸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감각이 돌아왔다.
몸에 힘이 풀린 채 그의 품에 스러진 토가와가 휘청이고, 내딛은 발 아래에서부터 몸 위로 마비가 풀리듯 저린 느낌이 퍼졌다.
눈이 깜빡이면, 그 순간에 인지했을 뿐이었다.
또 다시 풍경이 뒤바뀌었다고.
게르하르가 있었던 마지막 혈진, 그 풍경, 그 모습이 그대로 돌아왔다고.
그러나...
"...[믿어라], [성신], [귀원 너머], [아니다]."
"헤윽, 케흑, 큭..."
그의 손바닥에서부터 팔까지 새겨져 있는 글자들이 증명한 것이다.
방금 그것은 환상도, 환각도 아니었고. 그가 보았던 것은 분명히 존재하였던 무언가라는 사실을.
...그것을 긍정하듯 어둠 속에서 드러난 두 눈이 그를 직시했다.
[『자물쇠와 열쇠』, 『회중시계』 그리고 『의안』.]
"...그게 뭐지?"
[네가 보았던 [그것], [그것]을 만들어낼 적에 남은 잔재로 만들어진 부산물들이다. 적재, 그것이 신나서 나를 따라온 이유기도 하고 말이다.]
하나의 눈은 붉었으나, 하나의 눈은 푸르다.
그 청색의 눈이 바로 의안이었고, 그는 저것이 방금 전 상황을 보여준 것임을 알았다.
그것은, 어쩌면...
"...미래인가?"
[아마도.]
"그게, 네가 서부를 벗어났던 이유였던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이 카즈델이 마주하게 될 미래를.
그의 시야 속에 쑤셔박아버린 도구의 정체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말로 끝을 냈고, 그의 품 안에서 휘청거리던 토가와는, 그 몸을 떨면서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의념으로 뜻이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네가 보았던 것이야말로 『라이프 스파인』이 일으킬 수 있는 공능이며, 진홍왕정은 그 파괴를 동포에게 겨눔에 망설임이 없으리란 것.]
"너희들은."
[테레시아 폐하께서는 자존(自存)하실 수 있을테지. 그렇지만 그 분을 따르는 우매한 이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체, 뭘 만들어낸거지...?"
[『신(神)』의 시체로 빚어낸, 『죽은 신』.]
그렇게 전해진 말은,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신(Elohim)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말.
[그것은 시공(時空)을 왜곡하고, 원류에 도달하지 못한 모든 것을 그 난류(亂流) 속에서 표류시킬 수 있다. 비록 살아있을 적에 비하면 그 힘이 빚바랬다고 하나, 그것이야말로 『혈조제석(血造帝席)』의 유파(流派)가 빚어낸 진정한 유산인 것이다.
...생귀나르께서, 손수 토벌하고 손수 직조한, 계승권의 산물이고 말이다.]
그리 불릴만한 것인가를 떠올렸을 때.
이요한은 납득해버리고 말았다.
시간의 요동과 중첩.
그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채 되돌아갔던 몇번의 경험.
고작 상대가 보여준 의념에 불과했던 것일지도 모르는데, 이것이 그와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라고 느껴버리게 된 혼탁한 괴류.
그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은지 오래였으나, 그것이 권능의 파편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조차도 본래 갖추고 있던 힘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힘을 갖추고 있을 당시에는 어떠했을까. 혈마교주는, 그런 존재조차도 죽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놈이 지금 카즈델의 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건...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디얄, 그렇군.]
"도대체, 몇이나 되는 사람이, 죽은 건가요...?"
[하필이면 지금 이 시점에 회로를 각성했나. 각성시켜버린거냐, 반혈.]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게르하르가 마왕에게 닿더라도, 저것의 정체가 알려진다 해도.
『놈』은 이 도시 전부를 내전에 휩쓸고, 휩쓸고 난 뒤에 살아남은 존재들을 데리고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킬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협의 딜레마와 같은 것이다.
—— 극강의 고수가 있는데 의미없는 축생 따위의 수가 의미있겠는가?
[그들의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는가, 디얄?]
없다.
그것이 그의 결론이었고, 혈마교주가 내렸을 결론이었을 것이며, 신의 시체를 가졌을 혈마교주가, 그 시체를 통해 일으킬 일의 기저가 되는 생각이었다.
— 필요한 것은 단순하다.
더 많은 시체, 더 많은 피, 더 많은 죽음.
누구라도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혼돈의 연쇄.
[진홍왕정의 작위 계승은 목숨을 건 동족포식으로 발생되며, 패한 자의 피는 승자에게, 패한 자의 영은 왕에게 바쳐졌다.
디얄, 너에게는 들렸나?]
친화를 내려놓지 않는 마왕이라면 바꿔버리면 된다는, 친왕(親王)의 선언이다.
이요한이 그것을 깨달았을 때, 토가와는 몸을 찬찬히 떨었다. 게르하르의 의념이 울려퍼졌고, 그것의 목소리가 환영처럼 일렁였다.
[ — 라이프 스파인의 존재를 고정하기 위해 영겁 속에 못박힌 그들의 비명을, 너는 읽을 수 있었나?]
"아, 아아아..."
이것들은, 역시 최악이다.
그저 그것만을 깨달은 채로, 그는 너무나도 자연스레 토해진 헛웃음을 참지 못한 것이다.
회로를 각성했다고 말해진 토가와의 몸을 부축한 이요한은 몇차례 눈을 떴다, 감았다.
두 눈만이 남아있는 것 같은 게르하르는 이미 어둠에 파묻혀 있었기에, 그 순간에도 신형을 구분할 수조차 없다. 어둠을 끌어안고, 그 공허를 피륙 삼아 웅크린 뱀파이어의 혈기사.
혈기사였던, 전락해버린 시체의 잔해.
그것이 말했다.
[그녀가 읽을 수 있었다면, 너는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는 걸. 내가 무엇을 막고 싶었는지를.]
"그게, 의미 있나...?"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상관없다.]
한쪽으로 남은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가면서.
뜻을 전해 왔다.
[나는 죽겠다. 정보와 매개는, 떠나가는 네가 전해라.]
놈에게는 더 이상 살아남을 의지 따위는 없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하겠다는거지."
[간단한 이유다.]
"네 놈이, 네 계획을 방해한 내게 목을 남기겠다고? 애시당초에 의뢰란 게 무슨 의미가 있는거냐. 흉염객은 내가 너를 죽이는 지 확인할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도 말을 전했다는 건, 결국, 내가 너를 죽이느냐, 죽이지 않느냐보다는, 내 움직임의 방향성을 좁혀서 예측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내가 육신을 수복한다 해서 적재를 넘어설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선택권은 그에게 있었을 뿐이었다.
[이미 모아버린 에테르는 『혈경(血鯨)』을 띄워올려 폐하께서 왕림하심을 방해할 수 없게 만드는 데 소모했다. 혈진을 이루고 있던 『혈체(血體)』는, 내 육신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네가 취했고, 나에게 남은 것은 불완전한 에테르와 블러드 앰버, 나 또한 통제할 수 없는 의안 뿐.]
누군가를 살리고 죽이는 것에 대한 선택.
죽여버릴 생각으로 넘쳐흘렀던 그것이 권하는 결단.
의심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한 말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 그의 눈에 비친 건 제 팔뚝에 아직도 새겨져 있는 한글이었다.
[믿어라.]
이것은 언제 새겼던 것인가.
[하지만 너라면 다를지도 모르지.]
이것은 정말로 『라이프 스파인』을 보고 있을 적에 새겼던 것일까. 그도 아니면.
[혈진의 일부를 취한 것만으로 고작 이 기간에, 이 정도 강함을 손에 넣었다면 그 자질은 분명 단 한 사람에게만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나, 게르하르는 이 생애를 그 분께 바쳤다. 이 충정과 이 결의는 모두 그 분을 위한 것이었다. 충성을 맹세한 이들이 그 입을 다문다면, 내가 진언을 올리리라.
설령.]
...바로 지금이었나?
[그것이 내 목숨을 바침으로서 이뤄지는 것이라 해도.]
한 순간에 그것의 육신이 희미해지는 것은.
놈이 제 눈동자마저도 한 줌의 핏물로 녹여내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눈은 뇌의 연장이라 하였나.
영성(靈性)이 끓어오르듯이 녹아내리고,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오로지 증명만이 남았을 뿐이다.
흐릿해져가는 것은 놈의 육신에 더불어, 그가 환시하고 있던 놈의 거처까지 모두.
천천히 지워지고, 일그러지고, 그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좌표를 그의 머릿속에 새기면서 사라져간다.
그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는데 제 멋대로 내려진 결단이라는 것을, 이요한은 보고 있었고.
"...진, 실입니다."
토가와만이, 귓가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을 흘리는 채로 전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말한 건, 모두..."
"적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지."
그것이 사실이라고.
그녀는 마치 그것을 판가름할 수 있다는 듯, 그렇게 말해서, 이요한은 일렁이던 환영의 잔재를 밀어내고 힘이 풀릴 뻔 했던 다리에 힘을 줬다.
토가와를 지탱한 손을 그의 머리 뒷편에 뒀고, 그렇게 몸을 돌렸다.
힘이 없이, 마치 곧 기절이라도 할 것처럼 토가와가 일본어로 중얼거릴 때, 그것에 대답해줬을 뿐.
"그렇지만..."
"그러니까, 내가 믿는 건 너다."
좌표는, 지정되었다.
동부의 가장 깊은 곳. 흘러내린 빗물과 강물이 마지막에 닿는 본원이라 해야 할 수맥 속에 자신이 있노라고.
그리 전하듯 퍼진 게르하르의 자취를 느끼면서 결정했다.
"게르하르를 죽이고, 적재를 죽인다."
변한 건 없었다.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었기에.
이요한은, 다가오는 머드락과 외드레르, 이네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고, 그가 인지하기도 전에 말없이 사라진 스카아이를 보다가 웃었다.
정말로 끝이 목전에 도달한 모양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결판이 날 듯 했다.
놈이 그것을 준비하러 떠났을 거라 생각하여서...
그렇게 이요한도, 그의 말을 듣고 찾아온 머드락과 함께, 땅 아래로 사라졌다.
잠깐의 혼몽함, 눈이 따끔거린다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난 이후 아릿한 감각이 팔에서부터 느껴졌다.
무슨 일인가.
그가 고개를 내려서 바라보면 그의 팔에는...
마치 손가락으로 헤집어진 듯한 상처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뭐?"
".........아, 아, 으?"
그곳에는 [믿어라.]라고 적혀져 있었다.
그의 눈이 한 순간 커지고, 사키코가 휘청거릴 때, 시야에 겹쳐있는 어둠 속에서는 또 다시 눈동자가 일렁인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주변의 풍광이 변화하고 있었다.
"대체, 대체, 이게, 무슨..."
오오오오 —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구역질이 난다는 것처럼 귀를 막은 토가와의 너머로 보이는 것은, 깨진 하늘이었다.
아니, 깨진 것[처럼 보이는] 하늘이다.
그조차도, 그 순간 본 것을 한 눈에 담지 못했다.
한 눈에 담을 수 없는 풍경이라고 말함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수십, 수백, 수천에 달하는 동일한 듯 동일하지 않은 듯한 풍경이 겹쳐진 하늘. 같은 상(像)에 다른 색채(色彩). 빛이 낼 수 있는 모든 색채가 불규칙하게 뒤섞인 것처럼 형언할 수 없는 광택이 뒤섞인 채로 현실을 덧칠한다.
마치 우주에서 온 광휘가 가림없이 펼쳐진 듯한 하늘 아래에서, [그것]은, 그 자리에 있었다.
...바로 그때 이요한이 느낀 것은, 기이한 통증.
[성신(成神).]
손바닥을 피면, 파헤친 듯한 글씨가 보이고.
[귀원(歸元) 너머.]
위를 올려다 보면, 하늘을 유영하는 [무언가]의 잔해가 희미하게 보였다.
시체 고래와는, 달랐다.
시체 고래 따위는 이것의 조악한 모사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아, 으, 귀에, 귀, 에...!!"
키긱, 키기긱...!
토가와가 비명을 지르면서, 위에 있는 것에게서 눈을 돌리려는 순간에도. 그의 살가죽 위로 기이한 상처 따위가 새겨지고, 또 제멋대로 지워지는 순간에도.
그는 어째서인지 눈을 제대로 [그것]에게 향한 채로 그것을 볼 수 없었다.
...정말로 그런가?
' ——— '
오오오오오오오오 —
마치 비명소리처럼 울려퍼지는 이 울음소리가.
수천겹의 비명이 뒤섞인 교향곡처럼 동시에 퍼지는 울음소리가.
정말로 그가 [저것]을 올려다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란 말인가.
...기이한 확신감이 들었기에, 그는 제 손을 펼쳤다.
식은 땀은 흘러내렸고, 이해할 수 없는 기시감과 현실에서 분리된 것 같은 일탈감이 충동질쳤다. 무너져내리려는 토가와를 손으로 잡고 그녀의 몸에 미친듯이 마기를 흘려내며, 그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신하고자 할 때.
그렇게 펴진 손에 적힌 것은 단 한 마디.
[아니다.]
— 그는 [저것]을 보았다!
"하, 흐하, 하하핫...!!"
그는 분명히 보았다!
그저, 보았을 뿐인데도, 잊었을 뿐이다...!!
'아니야...!'
아니, 잊은 것조차도 아니다!
토가와에게 마기를 흘려넣고, 그 몸을, 토가와의 비명소리와, 그녀 몸 속에서 생기는 변화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흘려넣은 마기보다도,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마기가 많다는 걸. 그러나 그 마기의 재생량은 그가 예상한 수치와는 시간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그는 이윽고 확신했다.
—— 시간이 돌아가고 있었다.
" — 이게, 그것인가!"
저 위에서부터 뻗어져 내리는 푸른 핏줄은 대지에 흘러내렸고, 요동치는 색채는 점점 정적으로 변모해간다.
토가와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떨다가, 그대로 무너져 내려갔다.
그녀가 정신을 잃어가려 하는 것을 몸으로 받아내서, 떨리는 그 몸에 마기를 불어넣고, 억지로 일깨우며, 그는 대지에 도래하는 재앙을 보았다.
시간이, 멈춘다.
그가 있는 곳에서부터 저 머나먼 지평선까지.
말도 안 되는 범위의 모든 것들이 찰나 속에서 멈췄다.
영화에서 보아왔던 멈춘 세계라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모든 입자의 정지. 입자와 입자 사이의 연결이 멈춰버린 것 같은 하나의 찰나. 그러나 그 순간에도 맥동하는 기(氣)만이 남은 세계는 차라리 검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듯한 모습이어서.
그는 다만 떠올렸다.
그는 이 순간을 몇번이고 보았다.
보았고, 돌아갔다.
그렇게 돌아가는 세계 속에서 남긴 것만이 그의 팔에 남았노라고. 토가와의 몸 속에 남은 그의 마기처럼, 마기가 남긴 잔향만을 남기고, 세계가 꺼끄려졌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이윽고.
"이것이 —— "
"아, 으, 으으..."
되살아난 신(神)의 시체는 멈춘 세계 속에서 홀로 유영했다.
말조차도 이어지지 못한 채.
기조차도 멈춰버리면서 모든 것이 정지했다.
탈겁에 이르지 못한 자는 저항할수도 없는 영겁(永劫) 속에서.
...토가와 사키코는 또 다시 멈춰버린 몸 속에서.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속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그 폐 속의 공기가 흘러나오는 일은 없었음에도.
*
" ——— !! "
비명소리같은 숨이 그의 몸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감각이 돌아왔다.
몸에 힘이 풀린 채 그의 품에 스러진 토가와가 휘청이고, 내딛은 발 아래에서부터 몸 위로 마비가 풀리듯 저린 느낌이 퍼졌다.
눈이 깜빡이면, 그 순간에 인지했을 뿐이었다.
또 다시 풍경이 뒤바뀌었다고.
게르하르가 있었던 마지막 혈진, 그 풍경, 그 모습이 그대로 돌아왔다고.
그러나...
"...[믿어라], [성신], [귀원 너머], [아니다]."
"헤윽, 케흑, 큭..."
그의 손바닥에서부터 팔까지 새겨져 있는 글자들이 증명한 것이다.
방금 그것은 환상도, 환각도 아니었고. 그가 보았던 것은 분명히 존재하였던 무언가라는 사실을.
...그것을 긍정하듯 어둠 속에서 드러난 두 눈이 그를 직시했다.
[『자물쇠와 열쇠』, 『회중시계』 그리고 『의안』.]
"...그게 뭐지?"
[네가 보았던 [그것], [그것]을 만들어낼 적에 남은 잔재로 만들어진 부산물들이다. 적재, 그것이 신나서 나를 따라온 이유기도 하고 말이다.]
하나의 눈은 붉었으나, 하나의 눈은 푸르다.
그 청색의 눈이 바로 의안이었고, 그는 저것이 방금 전 상황을 보여준 것임을 알았다.
그것은, 어쩌면...
"...미래인가?"
[아마도.]
"그게, 네가 서부를 벗어났던 이유였던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이 카즈델이 마주하게 될 미래를.
그의 시야 속에 쑤셔박아버린 도구의 정체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말로 끝을 냈고, 그의 품 안에서 휘청거리던 토가와는, 그 몸을 떨면서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의념으로 뜻이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네가 보았던 것이야말로 『라이프 스파인』이 일으킬 수 있는 공능이며, 진홍왕정은 그 파괴를 동포에게 겨눔에 망설임이 없으리란 것.]
"너희들은."
[테레시아 폐하께서는 자존(自存)하실 수 있을테지. 그렇지만 그 분을 따르는 우매한 이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체, 뭘 만들어낸거지...?"
[『신(神)』의 시체로 빚어낸, 『죽은 신』.]
그렇게 전해진 말은,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신(Elohim)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말.
[그것은 시공(時空)을 왜곡하고, 원류에 도달하지 못한 모든 것을 그 난류(亂流) 속에서 표류시킬 수 있다. 비록 살아있을 적에 비하면 그 힘이 빚바랬다고 하나, 그것이야말로 『혈조제석(血造帝席)』의 유파(流派)가 빚어낸 진정한 유산인 것이다.
...생귀나르께서, 손수 토벌하고 손수 직조한, 계승권의 산물이고 말이다.]
그리 불릴만한 것인가를 떠올렸을 때.
이요한은 납득해버리고 말았다.
시간의 요동과 중첩.
그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채 되돌아갔던 몇번의 경험.
고작 상대가 보여준 의념에 불과했던 것일지도 모르는데, 이것이 그와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라고 느껴버리게 된 혼탁한 괴류.
그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은지 오래였으나, 그것이 권능의 파편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조차도 본래 갖추고 있던 힘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힘을 갖추고 있을 당시에는 어떠했을까. 혈마교주는, 그런 존재조차도 죽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놈이 지금 카즈델의 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건...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디얄, 그렇군.]
"도대체, 몇이나 되는 사람이, 죽은 건가요...?"
[하필이면 지금 이 시점에 회로를 각성했나. 각성시켜버린거냐, 반혈.]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게르하르가 마왕에게 닿더라도, 저것의 정체가 알려진다 해도.
『놈』은 이 도시 전부를 내전에 휩쓸고, 휩쓸고 난 뒤에 살아남은 존재들을 데리고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킬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협의 딜레마와 같은 것이다.
—— 극강의 고수가 있는데 의미없는 축생 따위의 수가 의미있겠는가?
[그들의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는가, 디얄?]
없다.
그것이 그의 결론이었고, 혈마교주가 내렸을 결론이었을 것이며, 신의 시체를 가졌을 혈마교주가, 그 시체를 통해 일으킬 일의 기저가 되는 생각이었다.
— 필요한 것은 단순하다.
더 많은 시체, 더 많은 피, 더 많은 죽음.
누구라도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혼돈의 연쇄.
[진홍왕정의 작위 계승은 목숨을 건 동족포식으로 발생되며, 패한 자의 피는 승자에게, 패한 자의 영은 왕에게 바쳐졌다.
디얄, 너에게는 들렸나?]
친화를 내려놓지 않는 마왕이라면 바꿔버리면 된다는, 친왕(親王)의 선언이다.
이요한이 그것을 깨달았을 때, 토가와는 몸을 찬찬히 떨었다. 게르하르의 의념이 울려퍼졌고, 그것의 목소리가 환영처럼 일렁였다.
[ — 라이프 스파인의 존재를 고정하기 위해 영겁 속에 못박힌 그들의 비명을, 너는 읽을 수 있었나?]
"아, 아아아..."
이것들은, 역시 최악이다.
그저 그것만을 깨달은 채로, 그는 너무나도 자연스레 토해진 헛웃음을 참지 못한 것이다.
회로를 각성했다고 말해진 토가와의 몸을 부축한 이요한은 몇차례 눈을 떴다, 감았다.
두 눈만이 남아있는 것 같은 게르하르는 이미 어둠에 파묻혀 있었기에, 그 순간에도 신형을 구분할 수조차 없다. 어둠을 끌어안고, 그 공허를 피륙 삼아 웅크린 뱀파이어의 혈기사.
혈기사였던, 전락해버린 시체의 잔해.
그것이 말했다.
[그녀가 읽을 수 있었다면, 너는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는 걸. 내가 무엇을 막고 싶었는지를.]
"그게, 의미 있나...?"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상관없다.]
한쪽으로 남은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가면서.
뜻을 전해 왔다.
[나는 죽겠다. 정보와 매개는, 떠나가는 네가 전해라.]
놈에게는 더 이상 살아남을 의지 따위는 없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하겠다는거지."
[간단한 이유다.]
"네 놈이, 네 계획을 방해한 내게 목을 남기겠다고? 애시당초에 의뢰란 게 무슨 의미가 있는거냐. 흉염객은 내가 너를 죽이는 지 확인할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도 말을 전했다는 건, 결국, 내가 너를 죽이느냐, 죽이지 않느냐보다는, 내 움직임의 방향성을 좁혀서 예측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내가 육신을 수복한다 해서 적재를 넘어설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선택권은 그에게 있었을 뿐이었다.
[이미 모아버린 에테르는 『혈경(血鯨)』을 띄워올려 폐하께서 왕림하심을 방해할 수 없게 만드는 데 소모했다. 혈진을 이루고 있던 『혈체(血體)』는, 내 육신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네가 취했고, 나에게 남은 것은 불완전한 에테르와 블러드 앰버, 나 또한 통제할 수 없는 의안 뿐.]
누군가를 살리고 죽이는 것에 대한 선택.
죽여버릴 생각으로 넘쳐흘렀던 그것이 권하는 결단.
의심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한 말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 그의 눈에 비친 건 제 팔뚝에 아직도 새겨져 있는 한글이었다.
[믿어라.]
이것은 언제 새겼던 것인가.
[하지만 너라면 다를지도 모르지.]
이것은 정말로 『라이프 스파인』을 보고 있을 적에 새겼던 것일까. 그도 아니면.
[혈진의 일부를 취한 것만으로 고작 이 기간에, 이 정도 강함을 손에 넣었다면 그 자질은 분명 단 한 사람에게만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나, 게르하르는 이 생애를 그 분께 바쳤다. 이 충정과 이 결의는 모두 그 분을 위한 것이었다. 충성을 맹세한 이들이 그 입을 다문다면, 내가 진언을 올리리라.
설령.]
...바로 지금이었나?
[그것이 내 목숨을 바침으로서 이뤄지는 것이라 해도.]
한 순간에 그것의 육신이 희미해지는 것은.
놈이 제 눈동자마저도 한 줌의 핏물로 녹여내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눈은 뇌의 연장이라 하였나.
영성(靈性)이 끓어오르듯이 녹아내리고,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오로지 증명만이 남았을 뿐이다.
흐릿해져가는 것은 놈의 육신에 더불어, 그가 환시하고 있던 놈의 거처까지 모두.
천천히 지워지고, 일그러지고, 그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좌표를 그의 머릿속에 새기면서 사라져간다.
그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는데 제 멋대로 내려진 결단이라는 것을, 이요한은 보고 있었고.
"...진, 실입니다."
토가와만이, 귓가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을 흘리는 채로 전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말한 건, 모두..."
"적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지."
그것이 사실이라고.
그녀는 마치 그것을 판가름할 수 있다는 듯, 그렇게 말해서, 이요한은 일렁이던 환영의 잔재를 밀어내고 힘이 풀릴 뻔 했던 다리에 힘을 줬다.
토가와를 지탱한 손을 그의 머리 뒷편에 뒀고, 그렇게 몸을 돌렸다.
힘이 없이, 마치 곧 기절이라도 할 것처럼 토가와가 일본어로 중얼거릴 때, 그것에 대답해줬을 뿐.
"그렇지만..."
"그러니까, 내가 믿는 건 너다."
좌표는, 지정되었다.
동부의 가장 깊은 곳. 흘러내린 빗물과 강물이 마지막에 닿는 본원이라 해야 할 수맥 속에 자신이 있노라고.
그리 전하듯 퍼진 게르하르의 자취를 느끼면서 결정했다.
"게르하르를 죽이고, 적재를 죽인다."
변한 건 없었다.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었기에.
이요한은, 다가오는 머드락과 외드레르, 이네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고, 그가 인지하기도 전에 말없이 사라진 스카아이를 보다가 웃었다.
정말로 끝이 목전에 도달한 모양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결판이 날 듯 했다.
놈이 그것을 준비하러 떠났을 거라 생각하여서...
그렇게 이요한도, 그의 말을 듣고 찾아온 머드락과 함께, 땅 아래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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