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51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95F】 (5000)
종료
작성자:天子魔◆lMF.VqjaE.
작성일:2026-09-22 (화) 15:21:58
갱신일:2026-10-03 (토) 04:11:40
#0天子魔◆lMF.VqjaE.(117d83d6)2026-09-22 (화) 15: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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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__ / ./ー''´ |i 네 놈은 네 놈이 먹은 난이도의 개수를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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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
#2623천마◆lMF.VqjaE.(3c8706fe)2026-09-29 (화) 00:55:39
쿠드드드...
지하로 내려가는 움직임 속에서, 이요한은 떠올렸다.
그와 게르하르가 한 것이 본질적으로 대화가 맞기는 했는지. 그의 대답 따위는 제대로 듣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리도 빠르게 말을 끝맺고 놈이 저승으로 도망쳤는지를 떠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한 것을, 문득 이요한이 깨우쳤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한 번이었지."
"응...?"
믿어라, 라고 쓰여 있던 것은 무슨 의미였었나.
그것이 의안의 『미래시』나 그가 미래에서 보았던 라이프 스파인의 『시공왜곡』에 의해 시간이 뒤틀릴 때, 그가 남겼던 잔흔이라고 한다면...
그 순간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은 오직 그와 토가와뿐이라고 여긴다 해도 이상치 않은 것 아닌가.
"놈에게는, 한 번이 아니었나?"
놈은 대화를 행했었던 모양이다.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그 자신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놈은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말만을 뽑아냈을지도 몰랐다.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일깨워줬던 건 사라진 시공 속의 그였겠지. 그리고 놈은 그것을 이행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와 게르하르의 생각은, 라이프 스파인에 의해 되돌려졌던 어떤 시간선 중 하나에서는 합의에 다다른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반응할 틈도 없이 졸속으로...놈이 제 할 말만 한 채, 사라진 것이고.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이요한은 그의 피륙 위에서 꿈틀거리며 사라져가는 글자들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토가와, 몸은."
"...통증과, 소음이 끊기지 않지만,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외드레르, 이네스, W. 전투가 벌어진다면 토가와를 보호하고 머드락과 협력할 수 있나?"
"가능하다. 다만...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게르하르에게 가고 있다."
"...이렇게 바로?"
그 시선에는 몸 위로 검푸른 실선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토가와가 담겼고. 그녀를 부축하는 머드락과, 그런 둘을 호위하듯 선 셋이 보였다.
대지는 자연스레 붕괴하면서 그가 일러준 위치로 향해가고 있는 지금이다.
어쩌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지금밖에 없을지도 모르기에, 그는 입을 열었다.
"나와 토가와는 게르하르가 진에 심어두었던 혈령을 이용해서 놈과 접촉했다."
"접촉...?"
"우리는 모르는 혈주술의 아츠 같은 건가? 뭔가를 듣거나, 새로운 거래를 한 건가? 그렇지만 이 디얄의 몸에서 에테르가 뿜어져 나온 걸 제외하면 딱히 특이한 건..."
"그곳에서 놈의 말로부터 여러 가지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이를테면 『라이프 스파인』이라는 것은, 『진홍왕정』이 카즈델 내전과 그 이후의 침략 전쟁을 위해 준비한 병기라는 사실이라든가 말이다."
"...병기?"
그렇게 말을 이으면서, 점점 더 머릿속으로 상황이 선명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테레시스와 진홍왕정에게 내전은 일으켜야만 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지금의 왕, 테레시아는 화친만 외쳐대니 거슬리는 존재였고,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끌어내려야만 하는 존재였으니까. 그러니...그에 걸맞은 재앙이 필요했던 거겠지."
"폐하께, 걸맞은 재앙이라고?"
"...왕좌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몇만, 몇십만...어쩌면 몇백만이 죽더라도 상관없던 거다."
판 뒤에서 테레시스라고 불리는 장군이.
테레시아라고 하는 마왕을 처리하고,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내렸던 선택을.
그는 눈을 감은 채 부감했다.
"『시공』을 왜곡시키는 능력 정도라면, 아마 그 재앙이라는 명칭에 걸맞았겠지. 그 왜곡이 파괴에 사용된다면 카즈델을 부수는 것도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슨, 그들이, 정말로...!?"
"...그걸 넘어서 수십, 수백, 수천 번. 게르하르가 보여줬던 미래시 속에서, 라이프 스파인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세계가 되감기는 것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는 거다."
"...무엇을, 말이냐?"
"이런 힘을 지니고 있고, 이런 것을 통제할 수 있다면."
이런 전력을 갖고 있다면 분명히 가장 날카로운 칼로서 숨겨둔 채로, 마왕이 모르는 사이에 움직였었겠지.
그러나 그 칼의 정체를, 칼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줄지 모를 의안을, 칼을 만들어내는 데 사용했던 사술(邪術)을...그 모든 걸 들고 떠나간 존재가 있다면 테레시스는 어찌 여겼을 것인가.
"...마왕조차도 죽여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조차도 떠올려 버렸다."
...그걸 깨닫는 것만으로도 단순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의뢰는 거짓이다.
놈이 게르하르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거짓이고, 간섭하지 않는 것 같은 행태를 보인 것도 위장이다.
놈은 분명히, 게르하르의 죽음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런 계획을 방해할 수 있는 존재를 처단하고 싶어하겠지. 테레시스는. 애당초에 나조차도 죽이고 싶어할 거다. 너무 많이 알았으니까.
처음부터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면..."
게르하르가 살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리고 게르하르의 죽음을 불분명한 변수인 그에게 맡길 수도 없기 때문에.
놈은 분명히 그를 유도했을 뿐인 것이다.
그가 행할 수 있는 행동의 갈래를 줄였고, 그로써, 그가 어찌 움직일지를 알지 못한다 해도 원하는 걸 얻어냈다.
...놈이 알고자 했던 것은, 위치였나?
"...나를 통해 게르하르의 위치를 유출해 내서, 적재를 움직여 게르하르를 죽인다."
"...뭣."
"잠, 깐 잠깐 잠깐!! 하던 얘기가 다 이해는 안 됐기는 한데, 그러면 더더욱 내려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래도, 가야 한다."
그 위치를 그가 실시간으로 유출시키고 있던 걸까.
그렇다면 분명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들은 습격당할지 몰랐다. 선혈대가 어떤 방식으로 그를 추적해올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통해 게르하르를 찾아낼지.
그것조차도 알 수 없기에, 이요한은 다만 탄식했다.
이전에 들여다보았던 기억 속에서 게르하르가 읊조리던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죽어가는 이들이 무가치하게 여겨졌다면. 그렇기에 손을 뻗어주지 않은 것이라면, 그리 뻗지 않은 이들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선언.
검추(劍墜)는 대의(大義)를 알아야 한다 말했으나.
그는 게르하르의 움직임에서, 놈의 움직임을 알고 있던 존재들에게서, 대의 대신에 다른 것을 느꼈다.
"가지 않으면 어떤 변수도 만들어내지 못할 테니까. 게르하르의 진이 완전히 파쇄된다면, 이제 남은 건 마왕이 당도하기 전에 놈을 찾기 위해 동부로 침투해올 선혈대일 테니...차라리, 내가 먼저 친다."
"...그러면."
그 순간에 그가 느낀 것은.
대의(大義)가 아니라 충정(忠情)이었던 것이다.
게르하르가 사람을 수두룩하게 죽여나간 것도 같은 이치였다. 사람을 죽이면서 이것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 주장하는 것도, 놈에게는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에, 동부를 소모해가면서 마왕에게 닿을 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놈에게는 그 정도 교환은 합리적인 것이었을 테고.
"......결국 적재와 선혈대가 찾아온다는 걸 텐데, 자신 있는 건가?"
설령 적재를 죽이기 위해 제 목숨과 남은 에테르를 그를 위한 연마재로 쓰는 선택지가 눈앞에 주어진다 해도...
"봐야지."
그 확률이 게르하르 자신이 살아남아 적재에게 맞서는 것보다 높다면, 놈은 그 선택을 받아들인다.
"내가 만들어낸 변수가 그럴 수 있는 정도라면, 놈은 쓸모없는 죽음을 맞는 거고, 구할 수 있었다면, 글쎄..."
그것이 증명된 것이 지금 상황이었기에.
한탄하듯이, 탄식하듯이, 입가에서 한숨만이 흘러나오면서...그는 생각한 것이다.
"...적재뿐만 아니라 선혈대까지 모두 죽일 수 있을지, 그게 문제가 될 거다."
"......대의니 뭐니, 검추나 융쇠나 제멋대로 떠들어 대더니만..."
......쓰잘데기없이.
살카즈들이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
"......그럴 거였으면 그냥 털어놓았으면 됐잖아."
"W.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아, 뭐어, 뭐...그렇겠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그에게는 더 편했을 텐데 말이다.
정말로.
"그래도, 찝찝하네. 짜증나게."
...그저 그리 생각하면서, 머드락은 이내 끝에 닿았고, 그를 돌아보았다.
지저 500m.
어쩌면 그 이하까지 내려왔음에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날지 모를 선혈대를 경계하는 용병 셋이 진을 넓히듯 퍼지고, 그는 머드락의 너머로 이어지는 석벽을 보았다.
그 석벽 위에는 피로 가득 찬 혈관들이 덧대어져 있고, 혈관들이 거미줄처럼 퍼지며 안을 둘러싸고 있다.
그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있을 것이다.
"...안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토가와?"
그 혈진(血陣)의 구조가 중심을 둘러싸듯, 중심으로 갈수록 빽빽하게 연결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찰나의 일.
그리고, 토가와가 비틀거리면서 말을 꺼냈을 때, 뒤돌아본 그는 토가와의 몸 안에서 흐릿하게 퍼지는, 충동질치는 마기를 느꼈다.
그 피부 아래로 퍼지는 기운이 요동치고 있었다.
"후회 아니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마기가 공명하듯 반응하는 것이 보인 것이다.
느릿하게 읊조리는 목소리는 넋이 나간 것처럼 소리를 자아냈으나, 그 귓가에 흘러드는 것은...
그와는 퍽 다른 것 같다.
"호승심...?"
"...혹시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심공(心功)이었나?"
귀로 듣는 것이라면 음공(音功)일 테고, 사람의 의지를 들을 수 있다면 심공(心功)일 것이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심음(心音)』이라 이름 붙여야 할 것 같은 그것이 발현되면서.
비틀거리면서 걷던 토가와가 손을 앞으로 뻗었을 때 일어나는 일은...그가 예상치 못한 변화였다.
마치 맞닿는 것을 두려워하듯, 거미줄이 갈라지며 길이 열린 것이다.
"......진입한다."
저 선천결의 골자를 알아둬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게르하르가 그러했듯, 이곳까지 내려온 지금 시간과의 승부는 멈출 수 없는 일이겠지.
이요한은 토가와가 말한 호승심이라는 단어를 곰씹다가, 그럼에도 변할 건 없다고 여기면서 걸었다.
갈라진 벽 너머로 걸음이 이어진다.
어떤 방심도 없이.
그는 저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르하르에게 향하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움직임 속에서, 이요한은 떠올렸다.
그와 게르하르가 한 것이 본질적으로 대화가 맞기는 했는지. 그의 대답 따위는 제대로 듣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리도 빠르게 말을 끝맺고 놈이 저승으로 도망쳤는지를 떠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한 것을, 문득 이요한이 깨우쳤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한 번이었지."
"응...?"
믿어라, 라고 쓰여 있던 것은 무슨 의미였었나.
그것이 의안의 『미래시』나 그가 미래에서 보았던 라이프 스파인의 『시공왜곡』에 의해 시간이 뒤틀릴 때, 그가 남겼던 잔흔이라고 한다면...
그 순간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은 오직 그와 토가와뿐이라고 여긴다 해도 이상치 않은 것 아닌가.
"놈에게는, 한 번이 아니었나?"
놈은 대화를 행했었던 모양이다.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그 자신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놈은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말만을 뽑아냈을지도 몰랐다.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일깨워줬던 건 사라진 시공 속의 그였겠지. 그리고 놈은 그것을 이행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와 게르하르의 생각은, 라이프 스파인에 의해 되돌려졌던 어떤 시간선 중 하나에서는 합의에 다다른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반응할 틈도 없이 졸속으로...놈이 제 할 말만 한 채, 사라진 것이고.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이요한은 그의 피륙 위에서 꿈틀거리며 사라져가는 글자들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토가와, 몸은."
"...통증과, 소음이 끊기지 않지만,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외드레르, 이네스, W. 전투가 벌어진다면 토가와를 보호하고 머드락과 협력할 수 있나?"
"가능하다. 다만...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게르하르에게 가고 있다."
"...이렇게 바로?"
그 시선에는 몸 위로 검푸른 실선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토가와가 담겼고. 그녀를 부축하는 머드락과, 그런 둘을 호위하듯 선 셋이 보였다.
대지는 자연스레 붕괴하면서 그가 일러준 위치로 향해가고 있는 지금이다.
어쩌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지금밖에 없을지도 모르기에, 그는 입을 열었다.
"나와 토가와는 게르하르가 진에 심어두었던 혈령을 이용해서 놈과 접촉했다."
"접촉...?"
"우리는 모르는 혈주술의 아츠 같은 건가? 뭔가를 듣거나, 새로운 거래를 한 건가? 그렇지만 이 디얄의 몸에서 에테르가 뿜어져 나온 걸 제외하면 딱히 특이한 건..."
"그곳에서 놈의 말로부터 여러 가지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이를테면 『라이프 스파인』이라는 것은, 『진홍왕정』이 카즈델 내전과 그 이후의 침략 전쟁을 위해 준비한 병기라는 사실이라든가 말이다."
"...병기?"
그렇게 말을 이으면서, 점점 더 머릿속으로 상황이 선명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테레시스와 진홍왕정에게 내전은 일으켜야만 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지금의 왕, 테레시아는 화친만 외쳐대니 거슬리는 존재였고,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끌어내려야만 하는 존재였으니까. 그러니...그에 걸맞은 재앙이 필요했던 거겠지."
"폐하께, 걸맞은 재앙이라고?"
"...왕좌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몇만, 몇십만...어쩌면 몇백만이 죽더라도 상관없던 거다."
판 뒤에서 테레시스라고 불리는 장군이.
테레시아라고 하는 마왕을 처리하고,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내렸던 선택을.
그는 눈을 감은 채 부감했다.
"『시공』을 왜곡시키는 능력 정도라면, 아마 그 재앙이라는 명칭에 걸맞았겠지. 그 왜곡이 파괴에 사용된다면 카즈델을 부수는 것도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슨, 그들이, 정말로...!?"
"...그걸 넘어서 수십, 수백, 수천 번. 게르하르가 보여줬던 미래시 속에서, 라이프 스파인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세계가 되감기는 것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는 거다."
"...무엇을, 말이냐?"
"이런 힘을 지니고 있고, 이런 것을 통제할 수 있다면."
이런 전력을 갖고 있다면 분명히 가장 날카로운 칼로서 숨겨둔 채로, 마왕이 모르는 사이에 움직였었겠지.
그러나 그 칼의 정체를, 칼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줄지 모를 의안을, 칼을 만들어내는 데 사용했던 사술(邪術)을...그 모든 걸 들고 떠나간 존재가 있다면 테레시스는 어찌 여겼을 것인가.
"...마왕조차도 죽여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조차도 떠올려 버렸다."
...그걸 깨닫는 것만으로도 단순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의뢰는 거짓이다.
놈이 게르하르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거짓이고, 간섭하지 않는 것 같은 행태를 보인 것도 위장이다.
놈은 분명히, 게르하르의 죽음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런 계획을 방해할 수 있는 존재를 처단하고 싶어하겠지. 테레시스는. 애당초에 나조차도 죽이고 싶어할 거다. 너무 많이 알았으니까.
처음부터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면..."
게르하르가 살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리고 게르하르의 죽음을 불분명한 변수인 그에게 맡길 수도 없기 때문에.
놈은 분명히 그를 유도했을 뿐인 것이다.
그가 행할 수 있는 행동의 갈래를 줄였고, 그로써, 그가 어찌 움직일지를 알지 못한다 해도 원하는 걸 얻어냈다.
...놈이 알고자 했던 것은, 위치였나?
"...나를 통해 게르하르의 위치를 유출해 내서, 적재를 움직여 게르하르를 죽인다."
"...뭣."
"잠, 깐 잠깐 잠깐!! 하던 얘기가 다 이해는 안 됐기는 한데, 그러면 더더욱 내려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래도, 가야 한다."
그 위치를 그가 실시간으로 유출시키고 있던 걸까.
그렇다면 분명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들은 습격당할지 몰랐다. 선혈대가 어떤 방식으로 그를 추적해올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통해 게르하르를 찾아낼지.
그것조차도 알 수 없기에, 이요한은 다만 탄식했다.
이전에 들여다보았던 기억 속에서 게르하르가 읊조리던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죽어가는 이들이 무가치하게 여겨졌다면. 그렇기에 손을 뻗어주지 않은 것이라면, 그리 뻗지 않은 이들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선언.
검추(劍墜)는 대의(大義)를 알아야 한다 말했으나.
그는 게르하르의 움직임에서, 놈의 움직임을 알고 있던 존재들에게서, 대의 대신에 다른 것을 느꼈다.
"가지 않으면 어떤 변수도 만들어내지 못할 테니까. 게르하르의 진이 완전히 파쇄된다면, 이제 남은 건 마왕이 당도하기 전에 놈을 찾기 위해 동부로 침투해올 선혈대일 테니...차라리, 내가 먼저 친다."
"...그러면."
그 순간에 그가 느낀 것은.
대의(大義)가 아니라 충정(忠情)이었던 것이다.
게르하르가 사람을 수두룩하게 죽여나간 것도 같은 이치였다. 사람을 죽이면서 이것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 주장하는 것도, 놈에게는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에, 동부를 소모해가면서 마왕에게 닿을 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놈에게는 그 정도 교환은 합리적인 것이었을 테고.
"......결국 적재와 선혈대가 찾아온다는 걸 텐데, 자신 있는 건가?"
설령 적재를 죽이기 위해 제 목숨과 남은 에테르를 그를 위한 연마재로 쓰는 선택지가 눈앞에 주어진다 해도...
"봐야지."
그 확률이 게르하르 자신이 살아남아 적재에게 맞서는 것보다 높다면, 놈은 그 선택을 받아들인다.
"내가 만들어낸 변수가 그럴 수 있는 정도라면, 놈은 쓸모없는 죽음을 맞는 거고, 구할 수 있었다면, 글쎄..."
그것이 증명된 것이 지금 상황이었기에.
한탄하듯이, 탄식하듯이, 입가에서 한숨만이 흘러나오면서...그는 생각한 것이다.
"...적재뿐만 아니라 선혈대까지 모두 죽일 수 있을지, 그게 문제가 될 거다."
"......대의니 뭐니, 검추나 융쇠나 제멋대로 떠들어 대더니만..."
......쓰잘데기없이.
살카즈들이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
"......그럴 거였으면 그냥 털어놓았으면 됐잖아."
"W.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아, 뭐어, 뭐...그렇겠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그에게는 더 편했을 텐데 말이다.
정말로.
"그래도, 찝찝하네. 짜증나게."
...그저 그리 생각하면서, 머드락은 이내 끝에 닿았고, 그를 돌아보았다.
지저 500m.
어쩌면 그 이하까지 내려왔음에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날지 모를 선혈대를 경계하는 용병 셋이 진을 넓히듯 퍼지고, 그는 머드락의 너머로 이어지는 석벽을 보았다.
그 석벽 위에는 피로 가득 찬 혈관들이 덧대어져 있고, 혈관들이 거미줄처럼 퍼지며 안을 둘러싸고 있다.
그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있을 것이다.
"...안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토가와?"
그 혈진(血陣)의 구조가 중심을 둘러싸듯, 중심으로 갈수록 빽빽하게 연결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찰나의 일.
그리고, 토가와가 비틀거리면서 말을 꺼냈을 때, 뒤돌아본 그는 토가와의 몸 안에서 흐릿하게 퍼지는, 충동질치는 마기를 느꼈다.
그 피부 아래로 퍼지는 기운이 요동치고 있었다.
"후회 아니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마기가 공명하듯 반응하는 것이 보인 것이다.
느릿하게 읊조리는 목소리는 넋이 나간 것처럼 소리를 자아냈으나, 그 귓가에 흘러드는 것은...
그와는 퍽 다른 것 같다.
"호승심...?"
"...혹시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심공(心功)이었나?"
귀로 듣는 것이라면 음공(音功)일 테고, 사람의 의지를 들을 수 있다면 심공(心功)일 것이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심음(心音)』이라 이름 붙여야 할 것 같은 그것이 발현되면서.
비틀거리면서 걷던 토가와가 손을 앞으로 뻗었을 때 일어나는 일은...그가 예상치 못한 변화였다.
마치 맞닿는 것을 두려워하듯, 거미줄이 갈라지며 길이 열린 것이다.
"......진입한다."
저 선천결의 골자를 알아둬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게르하르가 그러했듯, 이곳까지 내려온 지금 시간과의 승부는 멈출 수 없는 일이겠지.
이요한은 토가와가 말한 호승심이라는 단어를 곰씹다가, 그럼에도 변할 건 없다고 여기면서 걸었다.
갈라진 벽 너머로 걸음이 이어진다.
어떤 방심도 없이.
그는 저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르하르에게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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