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51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95F】 (5000)
종료
작성자:天子魔◆lMF.VqjaE.
작성일:2026-09-22 (화) 15:21:58
갱신일:2026-10-03 (토) 04:11:40
#0天子魔◆lMF.VqjaE.(117d83d6)2026-09-22 (화) 15: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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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__ / ./ー''´ |i 네 놈은 네 놈이 먹은 난이도의 개수를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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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
#688천마◆lMF.VqjaE.(7d43bde7)2026-09-24 (목) 14:56:54
피그물이 퍼졌다.
선혈기사의 중갑을 뚫고 여덟 자락의 촉수가 튀어 나왔고, 이내 대지 곳곳에 박혔다.
진전급 아츠 『혈삭적동(血䌃赤動)』의 발현.
하나 하나가 살아있는 오리지늄 피조물과 다름없는 것이 펼쳐졌기에, 그 순간에 선혈기사는 조종할 필요조차 없는 여덟개의 행동권을 추가로 손에 넣었다.
넷은 변이체들의 시체에 담기고, 넷은 공격의 보조에 사용되는 것만으로도 일격의 위력을 처절하게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속전속결.
그런 판단은, 분명 자신보다 약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을 상대하기 위한 방법으로 옳을 터였다.
손바닥 위에 모인 혈륜(血輪)이 한 줄기 참격으로 화하는 것은 찰나를 쪼개고도 남을 시간만의 일.
스치는 것만으로도 산 것의 모든 피를 끌어들여 죽이는 『유섬절(劉殲截)』이 낼 수 있는 최고치의 속력이 펼쳐진다.
상대가 낼 수 있는 속력의 최대치가 선혈기사의 육안에는 훤히 들여다보이고 있었기에, 그녀는 확신하고 있었다.
상대는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리 여긴 것이다.
———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육극대나이(六極大挪移)
용상역근공(龍象易根功)
삼단층(三段層) • 합식(合式)
탄성명해(呑星冥海)
그것은 이요한이 피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
상대가 이요한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이요한은 상대의 생각 자체를 읽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요한의 걸음은 이어졌고, 혈륜은 그의 몸에 파고들었다. 명백하게 이요한의 몸 속 혈관 속에 핏빛 나뭇가지처럼 에테르는 스며들었고, 그의 육신은 얼마 되지 않는 찰나에 찢어질 터였다.
상대는 그 순간에 그의 죽음을 확신했다.
그것이 이요한이 판단한 선혈기사의 생각이었고, 그것이 실제 행동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체내 혈관 속에 에테르가 파고든 채로.
이요한은 선혈기사의 눈 앞에 다다랐던 것이다.
자연히 내딛은 발에, 서로의 시선은 마주하고.
" —————— ?!"
선혈기사의 붉은 눈동자에 서린 감정이 확신에서 경악으로 번졌다.
지고한 경지에 이르지 않는 한 출수는 허점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법. 마치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듯 그러했기에, 그의 움직임이 허점에 파고들 것이라 믿었나.
그리 믿었기에, 그녀의 손은 뻗어져 오는 그의 손과 발을 견제할 수 있게끔 움직였나.
그러나, 그것이 틀렸던 것이다.
"흐, 어..."
카득.
혈륜이 몸 안을 뚫고, 다른 등으로 튀어나오는 몸. 기사의 손에 정권을 찌르려던 팔이 쳐내지고, 발을 짓밟아 뭉개려던 강철의 각반을 피한 채 무너진 그 몸은 — 그것까지가 계획 안의 움직임이었기에.
다만 전장에서 투구조차 쓰지 않을 만큼 방심했던 여인은 생애에 있어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떨었고, 이내 소리없이 비명을 질렀다.
당혹과 경악 너머에서 공포가 스멀스멀 차고 올랐다. 통증과 함께 상실감이 느껴져왔던 것이다.
그 목으로부터, 피가 빨려들면서.
"허으, 어, 어으..."
콰득...카드득...
파지지직...!!
상대에게 꽂혀든 핏물이 육체를 헤집고 찢으나, 이요한의 몸은 그 이상의 속도로 수복했다.
그 순환 자체가 흡성대법의 발현이었고, 축마결(蓄魔缺)의 동인인 법. 그렇기에 그의 입이 움직일 때마다, 놈의 몸 안에서 벼락은 타들어갔다.
그와 상대의 몸 안에서 흐르는 피가, 서로 서로를 먹어치우려는 움직임 중에서 미친듯이 오갔고, 그 모든 과정을 벼락으로 만들면서...
산 채로 몸 안에서부터 벼락에 튀겨진 뱀파이어는,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 몸이 빳빳하게 굳어져 갔다.
제 목을 물어뜯은 입이 움직일 때마다, 육신을 이루고 있던 진혈(眞血)이 소실되는 걸, 신경조차 찢어발기는 벼락에 보고만 있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으적, 으적...
피비린내 나는 살점을 입 안에 담고, 거듭해서 씹으며 뱀파이어를 무력화시킨 이요한을 남긴 채.
싸움은 시시할 정도로 빠르게 끝났다.
순식간에, 말이다.
*
"......뜻대로 하라고는 뒀지만."
그는 생각한 최고의 방법을 썼다 여겼는데.
어째서인가, 토가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반쯤 죽이라 하였지 않나.
그도 반쯤 죽을 뻔 하기는 했지만 따서 갚으면 된다는 마인드로 뱀파이어를 역으로 물어서 반 죽여놓았는데...뭐가 문제였던걸까.
'...아, 입가에 피가 너무 묻어서 그런가?'
보기가 그랬을까?
확실히,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면서 선혈기사를 반으로 접어 의자처럼 만들고, 피를 잃은 채 계속해서 번개에 지져지고 있는 그것을 깔고 앉으면.
저 위에 앉아있던 흉염객이, 묘한 눈빛으로 말해왔다.
"이런 식으로 뱀파이어를 물어 죽이려 드는 걸 볼 줄은 몰랐는데."
"왜, 이런 건 처음 봤나?"
"꽤 많은 전장을 돌아다녔지만, 솔직히 말해서 처음이었다. 어디에서 이런 걸 볼 수 있겠나?"
그가 택한 방식이, 이 세상에서도 흔치 않노라고.
" — 효능이 없어야 할 행위로, 육체를 재생할 줄이야..."
이요한 자신이 뱀파이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흉염객은 이미 눈치채고 있노라고.
그리 말해온 것이다.
"...무슨..."
"효능이 없다...?"
그 말에 대해 이곳에 있던 용병대장 셋이 수근거리고 있었지만, 그는 그 사실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 것에 반박하는 대신에...그저 찬찬히 손가락을 늘어트린 것이다.
손가락 끝에 닿는 것은 선혈기사의 몸.
이 여자의 몸 안에는 뇌기가 흐르고 있다. 핏물 속에 흡성마기가 녹아든 채, 그의 의지에 따라 신겅에, 근육에, 뼈에 파고들고 있고, 그 움직임이 그의 의지 하에 조율되고 있었다.
그저, 그 조율의 균형을 어그러트렸을 뿐이다.
"흐, 끄, 흐아아아아악...!!"
치지직...츠즈즉!!
뱀파이어의 비명소리는 정확하게 그 수근거림을 끊듯이 울려퍼졌고, 그 비명이 꽤 많은 사람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었기에.
이요한은 다만 이런 야만적인 살카즈 행위도 쓸 때는 써야 한다 생각하며, 흉염객에게 답해 주었다.
"효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정할 일이지."
"그런가? 신기하군. 차라리 네 그 벼락은..."
비록, 그가 그리 태도를 보여도, 남의 향후 사업을 방해하는 언행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말하는 게 낫다.
"...나와 같은 것에 가깝다고 보았는데 말이야."
영문 모를 말을 지껄이는 상대를.
그리 생각하면서 이요한은 보고 있던 것이다.
'뭔 개소리인지.'
권력적이거나, 정치 역학적인 것이거나, 대국적인 일과는 별 관련이 없는 이야기.
토가와가 설명할 수 없을 내용물로 보이는 그 말에 그가 골똘히 생각을 집중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가 말을 오래도록 곰씹기 전에...
"섭정후는 폐하께서 오시기 전에 이 소란이 끝나기를 바란다."
흉염객은, 본론을 꺼내주었다.
"테레시아 폐하께서 이곳에 돌아오시는 것도 이제 지척이라지. 바벨의 이동선박이 관측됐고, 도크가 망가졌다지만 그런 것에 연연치 않고, 그 분께서는 이 땅에 임하실 것이다."
"뭐, 좋은 것 아닌가? 마왕이 온다면 선혈대나 게르하르나 둘 모두 다 죽어버릴텐데."
"정말로 좋은가?"
그 입으로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생각 이상으로 날카로워서. 무엇을, 어디까지 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이, 놈은 중얼거린 것이다.
"네가 죽이지 못할텐데?"
"...이 빌어처먹을 열등한 뿔쟁이 놈들..."
그가 한때 내뱉었던 말에 대해서, 말이다.
이요한은 이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용병대장 몇을 보았고, 그들 중 일부의 눈이 흔들리는 것에서 확신했다.
이 말의 출처는 어디고, 흉염객은 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에 대한 확인. 그리고, 상대가 지금 상황에 대한 정보 파악을 아주 착실히 잘 했다는 것을...
"도움은 못될망정 아가리만 털어대고, 발목은 계속해서 붙잡으며 내 무도를 가로막다니..."
"뿔쟁이 놈들이라니, 허, 네 일행 중에서도 뿔이 안 달린 건 너 밖에 없지 않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가 수도자였다면 용병대장과 용병대 전부를 살과 뼈를 발라 혈제의 제물로 만들어버렸을텐데.
이요한이 정정당당한 마도인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저것들을 단약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 애석해하면서.
읊조리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거둬들인 살카즈는 무도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니, 그렇지 못한 잡것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높이에 서있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말이다."
"...뭔 말인지는 이해 못하겠다만, 뭔지는 몰라도 폐하께서 들으면 크게 경을 치실 것 같은 말이군."
"하지만 아직 당도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상관없는 일이지."
"당도하지 않으셨다라..."
그렇다면 지금 흉염객이 그를 말로 상대해주고 있는 것은, 그가 일으킬 『복수행』을 고작 이 선혈기사 하나로 끊고 정리하기 위해서인가.
그도 아니라면.
"...그렇다면 말이다, 반혈."
그가 모르고 있는 정보를.
어쩌면, 지금까지도 찜찜하게 생각했던...
게르하르에게 협력하기를 택했던 것 같은 용병대장 둘이, 마왕의 이름을 부르짖었던 그 이유를.
상대는 알고 있기라도 한걸까.
" — 만일 테레시아 폐하께서 이곳에 당도한 뒤, 너에게 게르하르를 참하는 일을 멈추라 한다면. 너는 어찌 할거지?"
눈 앞의 상대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물음을 던진 것인가?
"...무슨, 그럴 이유가 무엇이 있다고...?"
"너에게 묻지 않았다, 카프리니."
이네스가 무심코 중얼거렸을 때, 흉염객은 나지막이 읊조리고.
그는 그 반응으로부터 이것이 오로지 그에게 주어진 질문임을 알았다.
죽일 것인가.
죽이지 않을 것인가.
테레시아라고 하는 이 카즈델의 정점에 선 존재가 그의 의사를 가로막는다면, 그는 어찌 움직일 것인가. 정치적인 힘과 무력적인 힘, 어느 것이라도 이 도시의 최고봉에 선 힘을 갖춘 존재를 마주하고서, 그는 타협해야 할까.
흉염객은 무표정히 그를 보았고.
이요한 또한 상대를 바라보았다.
여러가지 생각이 그 머릿속을 오갔으나, 천천히 고개를 내린 눈은 그의 손에 시선이 붙박히고. 기감으로 느껴지는 그의 뒤에 머무는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났다.
죽인다면 그의 사람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에 흔들렸고.
죽이지 않는다면 그의 사람이라고 할 이가 입은 상처를 갚을 수 없어서 흔들렸다.
그렇게 흔들리고, 또 흔들리다가...
문득 떠올린 사실에 그 동요가 가라앉으면서.
답한 것이다.
"이유부터 들어야지."
"...폐하께서 명하셨는데 말이냐?"
"네가 말한 것 아니었나, 흉염객."
그 눈이 가늘어진 특급 용병에게.
그가 취할 행동의 방향성에 대해 말해주었다.
어쩌면 이것이 테레시스가 바라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가 어떤 노선을 탈지를 확인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뭇 괴상한 생각조차 하면서 말이 흘러나왔다.
"그 분께서는 내 교언 따위는 크게 혼내실 수 있는 분이시다. 설마 나같은 무부(武夫) 하나를 설득하지 못하실까. 설득하지 못하신다면, 회유하지 못한단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 밖에 없다."
"...그건 뭐지?"
눈이 무표정했으나, 입가에는 맺혀 있던 웃음기.
그 웃음기조차도 사라져버릴 말이, 결국에 꺼내졌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그의 본심이었기 때문에.
"그것도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나의 왕이 아니다, 라고.
그리 말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좌중에 침묵이 깃들었고.
모든 이가.
아니, 거의 모든 이가.
그 의미를 모르는 토가와를 제외한 수많은 이들이...
그의 말이 꺼내진 이후에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이 들은 말을 의심하고 있었다.
...지금 꺼내려 했던 말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으리라.
그는 거짓을 말하거나 말을 돌리는 대신에 상대에게 본심을 논했다.
그렇기에 제 말이 불러올 충격을 감내하기로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그 순간에, 그가 전투 태세를 지금이라도 취할까 고민할 때.
"그것이, 너의 답인가."
......그를 만난 이후 가장 낮고, 무감정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그렇다면 됐다. 그것으로 만족하겠지."
"...만족?"
"섭정후는 그 답으로 자신이 바라던 답을 모두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너에게는 다음 전언을 들을 자격이 충분할 테고."
흉염객으로부터 토해지는 목소리였다.
그처럼 투기(鬪氣)를 보이지도, 전투 의지를 보이지도 않는 이였으나. 어째선지 지금 이 순간에야말로, 상대가 가장 싸우기에 적합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이요한은 불현듯이 느끼고서, 직감했다.
이전까지는 자신이 상대의 검권(劍權)에조차 들지 못했었다고 말이다.
—— 바로 지금, 상대가 진심으로 검을 뽑아 휘둘러 베어낼 수 있는 권역이, 투지(鬪志)로부터 끓어 넘치며 드러났다.
"반혈."
그 권역은 넓지도, 좁지도 않았다. 부족하지도, 넘쳐나지도 않았으며, 제한되어 있지도,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자유롭지도 않아서...
차라리 불길처럼 흘러드는 것만 같은 괴물의 신형(身形)이.
그 등 뒤에서 맴돌며 흘러넘치는 모습이, 그의 기감 속에 붙잡혔다.
저것이, 상대의 『진경(眞境)』이었다.
상대가 전력을 드러낸다는 것이, 머드락이 말한 원류(元流)라는 것의 의미가, 희미하게 직감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태로, 흉염객은 말해온 것이다.
"테레시스는 게르하르가 유출시키기로 결정한『라이프 스파인』의 정보가 테레시아에게 전달되지 않기를 바란다. 게르하르를 죽이고, 카즈델을 떠나 자유롭게 떠돌아라.
이것은 그가 너에게 전한 의뢰이며, 의뢰 보상은 — 적재를 포함한 모든 선혈대의 목숨과 너의 『정체』에 대한 함구령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을.
희미하게, 마치 비단을 자르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그 자는 이요한에게 그리 제안해왔기에.
이요한이 눈을 일그러트렸을 때...
천천히, 이곳의 풍광은 바뀐 것이다.
"받아들일 것인가?"
" — 커,흑."
"그, 어..."
크득, 하는 소리를 내며, 이 제안을 들을 필요조차 없는 자들의 목 위가 스르륵 떨어져 내리면서.
흉염객은.
테레시스가 논했다는 이 제안이 농 따위가 아님을 입증한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혈기사의 중갑을 뚫고 여덟 자락의 촉수가 튀어 나왔고, 이내 대지 곳곳에 박혔다.
진전급 아츠 『혈삭적동(血䌃赤動)』의 발현.
하나 하나가 살아있는 오리지늄 피조물과 다름없는 것이 펼쳐졌기에, 그 순간에 선혈기사는 조종할 필요조차 없는 여덟개의 행동권을 추가로 손에 넣었다.
넷은 변이체들의 시체에 담기고, 넷은 공격의 보조에 사용되는 것만으로도 일격의 위력을 처절하게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속전속결.
그런 판단은, 분명 자신보다 약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을 상대하기 위한 방법으로 옳을 터였다.
손바닥 위에 모인 혈륜(血輪)이 한 줄기 참격으로 화하는 것은 찰나를 쪼개고도 남을 시간만의 일.
스치는 것만으로도 산 것의 모든 피를 끌어들여 죽이는 『유섬절(劉殲截)』이 낼 수 있는 최고치의 속력이 펼쳐진다.
상대가 낼 수 있는 속력의 최대치가 선혈기사의 육안에는 훤히 들여다보이고 있었기에, 그녀는 확신하고 있었다.
상대는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리 여긴 것이다.
———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육극대나이(六極大挪移)
용상역근공(龍象易根功)
삼단층(三段層) • 합식(合式)
탄성명해(呑星冥海)
그것은 이요한이 피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
상대가 이요한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이요한은 상대의 생각 자체를 읽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요한의 걸음은 이어졌고, 혈륜은 그의 몸에 파고들었다. 명백하게 이요한의 몸 속 혈관 속에 핏빛 나뭇가지처럼 에테르는 스며들었고, 그의 육신은 얼마 되지 않는 찰나에 찢어질 터였다.
상대는 그 순간에 그의 죽음을 확신했다.
그것이 이요한이 판단한 선혈기사의 생각이었고, 그것이 실제 행동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체내 혈관 속에 에테르가 파고든 채로.
이요한은 선혈기사의 눈 앞에 다다랐던 것이다.
자연히 내딛은 발에, 서로의 시선은 마주하고.
" —————— ?!"
선혈기사의 붉은 눈동자에 서린 감정이 확신에서 경악으로 번졌다.
지고한 경지에 이르지 않는 한 출수는 허점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법. 마치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듯 그러했기에, 그의 움직임이 허점에 파고들 것이라 믿었나.
그리 믿었기에, 그녀의 손은 뻗어져 오는 그의 손과 발을 견제할 수 있게끔 움직였나.
그러나, 그것이 틀렸던 것이다.
"흐, 어..."
카득.
혈륜이 몸 안을 뚫고, 다른 등으로 튀어나오는 몸. 기사의 손에 정권을 찌르려던 팔이 쳐내지고, 발을 짓밟아 뭉개려던 강철의 각반을 피한 채 무너진 그 몸은 — 그것까지가 계획 안의 움직임이었기에.
다만 전장에서 투구조차 쓰지 않을 만큼 방심했던 여인은 생애에 있어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떨었고, 이내 소리없이 비명을 질렀다.
당혹과 경악 너머에서 공포가 스멀스멀 차고 올랐다. 통증과 함께 상실감이 느껴져왔던 것이다.
그 목으로부터, 피가 빨려들면서.
"허으, 어, 어으..."
콰득...카드득...
파지지직...!!
상대에게 꽂혀든 핏물이 육체를 헤집고 찢으나, 이요한의 몸은 그 이상의 속도로 수복했다.
그 순환 자체가 흡성대법의 발현이었고, 축마결(蓄魔缺)의 동인인 법. 그렇기에 그의 입이 움직일 때마다, 놈의 몸 안에서 벼락은 타들어갔다.
그와 상대의 몸 안에서 흐르는 피가, 서로 서로를 먹어치우려는 움직임 중에서 미친듯이 오갔고, 그 모든 과정을 벼락으로 만들면서...
산 채로 몸 안에서부터 벼락에 튀겨진 뱀파이어는,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 몸이 빳빳하게 굳어져 갔다.
제 목을 물어뜯은 입이 움직일 때마다, 육신을 이루고 있던 진혈(眞血)이 소실되는 걸, 신경조차 찢어발기는 벼락에 보고만 있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으적, 으적...
피비린내 나는 살점을 입 안에 담고, 거듭해서 씹으며 뱀파이어를 무력화시킨 이요한을 남긴 채.
싸움은 시시할 정도로 빠르게 끝났다.
순식간에, 말이다.
*
"......뜻대로 하라고는 뒀지만."
그는 생각한 최고의 방법을 썼다 여겼는데.
어째서인가, 토가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반쯤 죽이라 하였지 않나.
그도 반쯤 죽을 뻔 하기는 했지만 따서 갚으면 된다는 마인드로 뱀파이어를 역으로 물어서 반 죽여놓았는데...뭐가 문제였던걸까.
'...아, 입가에 피가 너무 묻어서 그런가?'
보기가 그랬을까?
확실히,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면서 선혈기사를 반으로 접어 의자처럼 만들고, 피를 잃은 채 계속해서 번개에 지져지고 있는 그것을 깔고 앉으면.
저 위에 앉아있던 흉염객이, 묘한 눈빛으로 말해왔다.
"이런 식으로 뱀파이어를 물어 죽이려 드는 걸 볼 줄은 몰랐는데."
"왜, 이런 건 처음 봤나?"
"꽤 많은 전장을 돌아다녔지만, 솔직히 말해서 처음이었다. 어디에서 이런 걸 볼 수 있겠나?"
그가 택한 방식이, 이 세상에서도 흔치 않노라고.
" — 효능이 없어야 할 행위로, 육체를 재생할 줄이야..."
이요한 자신이 뱀파이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흉염객은 이미 눈치채고 있노라고.
그리 말해온 것이다.
"...무슨..."
"효능이 없다...?"
그 말에 대해 이곳에 있던 용병대장 셋이 수근거리고 있었지만, 그는 그 사실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 것에 반박하는 대신에...그저 찬찬히 손가락을 늘어트린 것이다.
손가락 끝에 닿는 것은 선혈기사의 몸.
이 여자의 몸 안에는 뇌기가 흐르고 있다. 핏물 속에 흡성마기가 녹아든 채, 그의 의지에 따라 신겅에, 근육에, 뼈에 파고들고 있고, 그 움직임이 그의 의지 하에 조율되고 있었다.
그저, 그 조율의 균형을 어그러트렸을 뿐이다.
"흐, 끄, 흐아아아아악...!!"
치지직...츠즈즉!!
뱀파이어의 비명소리는 정확하게 그 수근거림을 끊듯이 울려퍼졌고, 그 비명이 꽤 많은 사람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었기에.
이요한은 다만 이런 야만적인 살카즈 행위도 쓸 때는 써야 한다 생각하며, 흉염객에게 답해 주었다.
"효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정할 일이지."
"그런가? 신기하군. 차라리 네 그 벼락은..."
비록, 그가 그리 태도를 보여도, 남의 향후 사업을 방해하는 언행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말하는 게 낫다.
"...나와 같은 것에 가깝다고 보았는데 말이야."
영문 모를 말을 지껄이는 상대를.
그리 생각하면서 이요한은 보고 있던 것이다.
'뭔 개소리인지.'
권력적이거나, 정치 역학적인 것이거나, 대국적인 일과는 별 관련이 없는 이야기.
토가와가 설명할 수 없을 내용물로 보이는 그 말에 그가 골똘히 생각을 집중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가 말을 오래도록 곰씹기 전에...
"섭정후는 폐하께서 오시기 전에 이 소란이 끝나기를 바란다."
흉염객은, 본론을 꺼내주었다.
"테레시아 폐하께서 이곳에 돌아오시는 것도 이제 지척이라지. 바벨의 이동선박이 관측됐고, 도크가 망가졌다지만 그런 것에 연연치 않고, 그 분께서는 이 땅에 임하실 것이다."
"뭐, 좋은 것 아닌가? 마왕이 온다면 선혈대나 게르하르나 둘 모두 다 죽어버릴텐데."
"정말로 좋은가?"
그 입으로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생각 이상으로 날카로워서. 무엇을, 어디까지 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이, 놈은 중얼거린 것이다.
"네가 죽이지 못할텐데?"
"...이 빌어처먹을 열등한 뿔쟁이 놈들..."
그가 한때 내뱉었던 말에 대해서, 말이다.
이요한은 이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용병대장 몇을 보았고, 그들 중 일부의 눈이 흔들리는 것에서 확신했다.
이 말의 출처는 어디고, 흉염객은 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에 대한 확인. 그리고, 상대가 지금 상황에 대한 정보 파악을 아주 착실히 잘 했다는 것을...
"도움은 못될망정 아가리만 털어대고, 발목은 계속해서 붙잡으며 내 무도를 가로막다니..."
"뿔쟁이 놈들이라니, 허, 네 일행 중에서도 뿔이 안 달린 건 너 밖에 없지 않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가 수도자였다면 용병대장과 용병대 전부를 살과 뼈를 발라 혈제의 제물로 만들어버렸을텐데.
이요한이 정정당당한 마도인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저것들을 단약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 애석해하면서.
읊조리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거둬들인 살카즈는 무도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니, 그렇지 못한 잡것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높이에 서있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말이다."
"...뭔 말인지는 이해 못하겠다만, 뭔지는 몰라도 폐하께서 들으면 크게 경을 치실 것 같은 말이군."
"하지만 아직 당도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상관없는 일이지."
"당도하지 않으셨다라..."
그렇다면 지금 흉염객이 그를 말로 상대해주고 있는 것은, 그가 일으킬 『복수행』을 고작 이 선혈기사 하나로 끊고 정리하기 위해서인가.
그도 아니라면.
"...그렇다면 말이다, 반혈."
그가 모르고 있는 정보를.
어쩌면, 지금까지도 찜찜하게 생각했던...
게르하르에게 협력하기를 택했던 것 같은 용병대장 둘이, 마왕의 이름을 부르짖었던 그 이유를.
상대는 알고 있기라도 한걸까.
" — 만일 테레시아 폐하께서 이곳에 당도한 뒤, 너에게 게르하르를 참하는 일을 멈추라 한다면. 너는 어찌 할거지?"
눈 앞의 상대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물음을 던진 것인가?
"...무슨, 그럴 이유가 무엇이 있다고...?"
"너에게 묻지 않았다, 카프리니."
이네스가 무심코 중얼거렸을 때, 흉염객은 나지막이 읊조리고.
그는 그 반응으로부터 이것이 오로지 그에게 주어진 질문임을 알았다.
죽일 것인가.
죽이지 않을 것인가.
테레시아라고 하는 이 카즈델의 정점에 선 존재가 그의 의사를 가로막는다면, 그는 어찌 움직일 것인가. 정치적인 힘과 무력적인 힘, 어느 것이라도 이 도시의 최고봉에 선 힘을 갖춘 존재를 마주하고서, 그는 타협해야 할까.
흉염객은 무표정히 그를 보았고.
이요한 또한 상대를 바라보았다.
여러가지 생각이 그 머릿속을 오갔으나, 천천히 고개를 내린 눈은 그의 손에 시선이 붙박히고. 기감으로 느껴지는 그의 뒤에 머무는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났다.
죽인다면 그의 사람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에 흔들렸고.
죽이지 않는다면 그의 사람이라고 할 이가 입은 상처를 갚을 수 없어서 흔들렸다.
그렇게 흔들리고, 또 흔들리다가...
문득 떠올린 사실에 그 동요가 가라앉으면서.
답한 것이다.
"이유부터 들어야지."
"...폐하께서 명하셨는데 말이냐?"
"네가 말한 것 아니었나, 흉염객."
그 눈이 가늘어진 특급 용병에게.
그가 취할 행동의 방향성에 대해 말해주었다.
어쩌면 이것이 테레시스가 바라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가 어떤 노선을 탈지를 확인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뭇 괴상한 생각조차 하면서 말이 흘러나왔다.
"그 분께서는 내 교언 따위는 크게 혼내실 수 있는 분이시다. 설마 나같은 무부(武夫) 하나를 설득하지 못하실까. 설득하지 못하신다면, 회유하지 못한단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 밖에 없다."
"...그건 뭐지?"
눈이 무표정했으나, 입가에는 맺혀 있던 웃음기.
그 웃음기조차도 사라져버릴 말이, 결국에 꺼내졌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그의 본심이었기 때문에.
"그것도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나의 왕이 아니다, 라고.
그리 말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좌중에 침묵이 깃들었고.
모든 이가.
아니, 거의 모든 이가.
그 의미를 모르는 토가와를 제외한 수많은 이들이...
그의 말이 꺼내진 이후에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이 들은 말을 의심하고 있었다.
...지금 꺼내려 했던 말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으리라.
그는 거짓을 말하거나 말을 돌리는 대신에 상대에게 본심을 논했다.
그렇기에 제 말이 불러올 충격을 감내하기로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그 순간에, 그가 전투 태세를 지금이라도 취할까 고민할 때.
"그것이, 너의 답인가."
......그를 만난 이후 가장 낮고, 무감정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그렇다면 됐다. 그것으로 만족하겠지."
"...만족?"
"섭정후는 그 답으로 자신이 바라던 답을 모두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너에게는 다음 전언을 들을 자격이 충분할 테고."
흉염객으로부터 토해지는 목소리였다.
그처럼 투기(鬪氣)를 보이지도, 전투 의지를 보이지도 않는 이였으나. 어째선지 지금 이 순간에야말로, 상대가 가장 싸우기에 적합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이요한은 불현듯이 느끼고서, 직감했다.
이전까지는 자신이 상대의 검권(劍權)에조차 들지 못했었다고 말이다.
—— 바로 지금, 상대가 진심으로 검을 뽑아 휘둘러 베어낼 수 있는 권역이, 투지(鬪志)로부터 끓어 넘치며 드러났다.
"반혈."
그 권역은 넓지도, 좁지도 않았다. 부족하지도, 넘쳐나지도 않았으며, 제한되어 있지도,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자유롭지도 않아서...
차라리 불길처럼 흘러드는 것만 같은 괴물의 신형(身形)이.
그 등 뒤에서 맴돌며 흘러넘치는 모습이, 그의 기감 속에 붙잡혔다.
저것이, 상대의 『진경(眞境)』이었다.
상대가 전력을 드러낸다는 것이, 머드락이 말한 원류(元流)라는 것의 의미가, 희미하게 직감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태로, 흉염객은 말해온 것이다.
"테레시스는 게르하르가 유출시키기로 결정한『라이프 스파인』의 정보가 테레시아에게 전달되지 않기를 바란다. 게르하르를 죽이고, 카즈델을 떠나 자유롭게 떠돌아라.
이것은 그가 너에게 전한 의뢰이며, 의뢰 보상은 — 적재를 포함한 모든 선혈대의 목숨과 너의 『정체』에 대한 함구령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을.
희미하게, 마치 비단을 자르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그 자는 이요한에게 그리 제안해왔기에.
이요한이 눈을 일그러트렸을 때...
천천히, 이곳의 풍광은 바뀐 것이다.
"받아들일 것인가?"
" — 커,흑."
"그, 어..."
크득, 하는 소리를 내며, 이 제안을 들을 필요조차 없는 자들의 목 위가 스르륵 떨어져 내리면서.
흉염객은.
테레시스가 논했다는 이 제안이 농 따위가 아님을 입증한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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