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다목적】 작은 새가 새롭게 우는 마을 - 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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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3 【잡담/다목적】 작은 새가 새롭게 우는 마을 - 011 (5000)

종료
#0코토리◆EXiz53Z8JG(i2Ea1sUW/.)2025-07-19 (토) 00: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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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새가 느긋하게 우는 마을의 안내문 -】

「【핵심】: 작은 새가 느긋하게 우는 마을은 [참치 인터넷 어장 규칙]을 준수합니다.
또한 2019년 7월 14일 기준으로 생긴 [정치/사회 이슈에 관한 규칙]을 준수합니다.」

「 1. 나메와 대리 AA를 허용하며,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2. 하지만 불판을 내려고 하거나 그럴 기미가 보일 시 (어장주의 주관적 판단), 하이드 & 밴 조치.」
「 3. 느긋함을 지향하고, 상대를 대하는 예의와 매너를 갖추는 선에서 자유를 지향합니다.」

「 4. 상어아가미에 물릴만한 주제는 주의하고, 상대방을 배척하는 친목질에 주의해주세요.」
「 5. 기분 나쁘게 하거나 받지않고, 상처를 입히거나 상처 받지않도록 즐겁게,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 6. 타 잡담판의 일은 타 잡담판에서 일어난 곳에서 해결할 것.가지고 와도 받지 않습니다.」

「 7. [고어 및 혐오 소재]를 올리고자 할 때는 코토리나 혹은 참치들의 양해를 구해주세요.」
「 8. 마을은 다목적판이기에, 마을에서 창작하거나, 하지않거나는, 참치들의 자유입니다! 」
「 9. 거듭해서 참치 여러분들이 '마을에 머무를 때'는 느긋하고 편하고 즐겁게 즐겨주세요! 」

【- 알아두면 유용한 링크 -】

「 알아두면 유용한 링크는 >>1을 참고해주세요.」

【- 작은 새가 새롭게 우는 마을 링크 -】

「 이전 마을: anchor>1597050925>304-307

「 1-10번째 마을: anctalk>5062>4951

「 11번째 마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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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2코토리◆EXiz53Z8JG(.2SiSV8dYm)2025-07-29 (화) 16: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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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26 AA 붙였다! 그러면 발레리의 완성본을 올릴테니까 스─압─주─의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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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3코토리◆EXiz53Z8JG(.2SiSV8dYm)2025-07-29 (화) 16: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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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올라, 이 세상을 끝까지 눈에 담아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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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발레리 노플리우스(Valeri Noflius)】 ・ 【나이: 1500년 이상】 ・ 【종족: 인간→아비게누스】 ・ 【이능 여부: 有】

【좋아하는 것: 자유, 모험, 사랑】 ・ 【싫어하는 것: 억압, 강제, 추락】 ・ 【운명의 날: '하늘에서 추락한 그날'】

【마도계통: 폭풍】 ・ 【마도비전: 야생과 바람】 ・ 【마도계제: 입문→준일류→일류→정점→
초정점환골탈태→신(神)】

【기원: 하늘】 ・ 【경지: 준천재→천재 이상】 ・ 【가치관: 야망, 노력, 헌신】 ・ 【별칭: 이카루스의 후예,
아비게누스Avigenus

【소속: 노플리우스 가문→벤타라 성채】 ・ 【테마곡: 「상쾌한 바람」 - https://youtu.be/RVyKKksklZ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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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背景)】

아득한 태초의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 「무언가」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법이 움트고, 생명이 숨 쉬게 되면서, 아무것도 없었던 저 하늘에 그림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언제 생겼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저 하늘에서 생겨난 그림자가 자라나 「알」로서 형상을 갖추고,
저 하늘에서 생겨난 알들이 「쩌적」하는 그 순간──, 마침내 알들이 깨지고, 이 세상에서 태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태어난 아비게누스들은 알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가진 본능대로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그래, 아비게누스들이 날개를 펴고, 지상과 바다, 하늘을 날면서 이 세상을 눈에 담아낸 것이다.
"「신들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면── 자신들의 숨이 다 할 때까지 「이 세상을 지켜보았을 테지요」."

이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뒤, 인간이 문명의 요람을 세우고 신들에게 홀로 설 것을 천명한 그날.
세상이 안정되지 않았던 시절, 천지가 개벽하는 혼돈의 시기, 그 혼돈을 딛고 질서를 외친 시대에서 비롯한다.

그의 이름은 '발레리 노플리우스'. 새롭게 나아가는 자라는 뜻을 담은 그 이름처럼,
발레리는 아버지의 업(기술공)을 계승함으로써 「노플리우스 가문」을 일으킬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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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가 처음으로 말을 배우고 두 발로 세상을 디디기 시작했을 무렵,
발레리의 아버지는 아들의 손끝에서 기묘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눈여겨보았다.

놀이는 아이들의 몫이건만, 겨우 여덟 살에 발레리는 또래와의 말판 놀이를 모두 이겨먹고,
아버지의 눈과 손을 따라 똑같은 도구와 석재를 흉내 내는데 성공하였다.

놀람은 질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는 발레리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하나하나 전하며, 발레리는 스펀지처럼 가르침들을 흡수해갔다.

해가 열다섯 번을 앞두었을 때, 발레리는 로마 제국의 사립학교를 졸업하였고,
지금까지 학교와 아버지에게 배운 것들을 합치면서 '어엿한 기술공'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준 발레리의 솜씨는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사람들은 아까워했다. 단순한 기술공으로 끝나기에는 눈부신 재능이었으니까.

아버지는 가문의 재산을 털어 고등 교육기관에 진학시켜 수사학을 배우게 하려 했으나─
발레리는 아버지에게 "저는 가업을 이어서 가문의 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발레리의 알 수 없는 열정과 강한 설득에 고개를 끄덕이며 뜻을 존중하였다.
물론 아버지는 발레리의 선택이 실망스러웠지만, 아들의 열의를 짓밟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발레리는 노플리우스 가문의 명예와 생업을 짊어지는 '기술자'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과 향하고자 하는 곳은, 로마의 기술자 따위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있었다.

이 세상에서 태어나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꼈을 무렵, 처음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그 하늘은 맑고, 청정하며, 눈부시게 푸르렀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를 다정하게 감싸주는 듯한 그곳.

발레리는 욕망이 치솟아올라 하늘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발레리의 손은 닿지 못했다.
하늘에 닿지 못한 손은 그대로 허공을 휘저었고, 그렇기에 그날 이후로 발레리는 결심했다.

"─언젠가 저 하늘을 자유롭게 다닐 거야." 그래, 이것이 발레리의 목표가 된 것이다.

성년을 맞이한 발레리는 기술공으로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로마의 공학은 제국 전역에 그 기술력을 펼쳤고, 하수도부터 대형 도로, 수로와 기계 장치까지.

사람들과 밀접하게 엮이고,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면서 윤택하게 만들어주었다.

당시 로마의 고위층들은(특히 원로원은) 고급 기술을 손쉽게 누릴 수 있었지만,
그 기술들은 환상종들과 맞서 싸우거나, 귀족들이 사치스럽게 꾸며낸 유희에 쓰일 뿐이었다.

발레리는 그런 기술들엔 흥미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 발레리가 주목하고 몰두한 것은 「증기기관 기술」이라는 별로 잘 쓰이지 않는 기술이었다.

평범하게 무겁고 다루기 까다로운 탓에 시대적인 한계로 실용화되진 않았지만,
발레리는 그 시대적인 한계조차 뛰어넘어서 소형화하고, 항공 기체에 응용하는데 도전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만들고 구축하는 데에 사용된 해론의 자동장치──
초기 증기기관 아이올리포일(Aeolipile)의 구조는 증기의 회전력을 날개로 전달하는 장치를 고안했다.

증기 탱크는 구리제였고, 날개는 나무와 양가죽을 덧댄 프레임으로 제작되었다.
가볍고 찢어지기 쉬운 구조였지만, 하늘을 향한 갈망 앞에서 무게 따위는 문제조차 되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동력 비행기, 초기 복엽기에 가까운 기체를 설계하고 조립했다.
증기기관의 무게를 줄이고, 구조를 목재와 금속으로 최적화해, 인간 한 명이 탑승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것이 부족했다. 공기역학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고, 연료 효율도 나빴다.
무엇보다 그는 혼자였다. 설계도, 제작, 실험까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고, 누구도 그를 이해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완성되지 않은 비행 기체를 믿고, 시험적인 비행을 강행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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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스물세번 째의 해를 맞이한 그날은 바람이 한 점조차 불지 않는 쾌청한 날이었다.
발레리는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평야에서 기체를 끌고 왔고, 기체는 작은 언덕 위에서 출발음을 울린다.

증기기관의 덜컥임과 함께 작동을 시작했고, 기체는 땅을 박차면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기체는 잠시 동안 상승했다. 바람은 피부를 스치고, 저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한없이 짧은 순간이었다. 증기기관이 달아오르며 연료 공급이 불안정해졌고,
그 불안정함과 함께 기체가 흔들리면서, 고도 상승은 「턱」하고 멈추고, 조종간은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하늘이 가져다주는 압력. 그 압력은 자상하게만 보였던 이미지와는 다른 죽음의 이미지였다.
그렇게 생사를 가리는 순간 속에서, 그의 뇌리에는 이카루스가 추락하는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고──

부품들이 튕겨져 나가고, 기체의 증기통이 폭발하면서, 결국 기체는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발레리는 「죽음이 다가왔다」고 포기하려던 그 순간, 하늘에서 나타난 섬광이 그의 눈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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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몸이 공중에서 멈춰 섰다. 어깨를 움켜쥐는 단단한 감각.
자신에게 말을 거는듯한 낮으면서도 호방한 목소리. 깃털과 비늘이 혼합된 팔.

아름답고도 괴이했던, 인간과는 다른 여인이 발레리를 붙잡고 있었다.
그 여인… 아니, 그녀는 낯선 존재였다. 어쩌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설화 속 존재, 하늘의 여신, 신들의 시종, 혹은── "하르피아(Harpyia)…?"
그 말과 함께 햇살이 그녀에게 쏟아졌고, 타오르는 듯한 붉은 깃털이 발레리의 시야를 물들였다.

"──그 어설픈 날개로 저 하늘에 닿을 거라 믿은 거야? 무모하긴."
발레리가 그녀에게 넋을 놓았을 때, 그녀는 발레리를 보며 한심하다고 말했다.

"아얏…!" "어머, 너무 꽉 쥐었네. 그러면, 잠깐 자리를 좀 옮길까?"
그렇게 그녀는 우거진 숲속 나무 위에 지어진 둥지 같은 거처로 발레리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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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시죠?" 발레리는 깃털과 비늘을 두른 이질적인 여인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오르테미아(Ornithea)'. 아까 네가 말한 것처럼 '하르피아(Harpyia)'라고 불리기도 하지."

그녀는 '아비게누스'에서 기원한 종족, 한때 '폭풍의 딸들'이라고 불렸던 이들의 후예라고 밝혔다.
옛날엔 신들의 시종이었지만, 지금은 잊힌 존재. 다른 환상종들처럼 쇠락을 맞이하는 이들 중 하나라고 한다.

"지금은 지상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 품삯을 받아 가는 처지가 됐다고 해야 할까."
오르테미아는 씁쓸한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고, 지금은
둥지거처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고 하였다.

오르테미아는 발레리에게 물어보았다.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던 거야?"라고.
발레리는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하늘을 걷고 싶다는 오래된 욕망. 자신의 소망이자 목표였던 꿈을.

그녀는 그런 발레리를 불쌍하다는 듯이, 혹은 알 수 없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런 날개로는 날 수 없어. 방금 내가 안 잡아줬다면, 너의 피가 숲을 적셨을걸?"

그녀의 말에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는 듯, 발레리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제 기체가… 마을 어딘가에 분명히 떨어졌을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돌아가야만 해요."

오르테미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왜냐면 그는 어깨와 갈비뼈에 금이 간 상태였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보다도 기체를 걱정하는 그를 보자, 조금 쓰디쓴 말이 튀어나왔다.

"네가 겪었던 하늘의 압력은, 너같은 평범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신비가 아니야."
설령 그 날개가 하늘에 오래 있었더라도, 먼저 그 몸이 버티지 못해 짓눌렸을 거라고 덧붙인다.

"게다가 내 마법으로 너의 부상을 잠깐 눌러둔 것 뿐이야. …무리하면 안 된다고."
'부상…?'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아까까지 아팠던 부위들이 전혀 아프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법이 진짜로 있었군요." 만약 기적의 힘이란 게 있다면, 분명 이런 느낌이겠지.
그렇지만 마법이 어쨌든 간에 당장은 기체가 문제였다. 그게 마을을 헤쳤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녀는 결국 발레리의 고집을 꺾지 못해 치료해 주고,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발레리가 떠나기 전에, 그녀는 혼잣말처럼 "…꼭 다시 와. 바보 같은 사내야."라고 읊조리며 그를 배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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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발레리가 마을에 향하자 돌아온 것은, 환영같은 게 아닌 조롱과 경멸이었다.
"이카루스의 후예다!" "하늘에 닿겠다고 날아오를 때부터 알아봤지." "한심하기 짝이 없군…."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몰랐다. 기체의 잔해는 마을 성벽과 곳곳에 추락해 난리를 일으켰다.
단순한 난리로 끝났다면 몰랐겠지만, 불길에 휩싸인 구역까지 있었으니 반갑게 환영하기는 힘들었겠지.

다행스럽게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었다.
'이카루스 사건'과 '발레리의 이름이 새겨진 증기기관'이 유명해지며, 로마 전역에 소문이 퍼졌다.

소문은 발 없는 말이 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고, 발레리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개인에 대한 비방으로 끝났다면 몰랐겠지만, 그것도 모자라서 가문까지 먹칠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네놈이 우리 가문의 명예를 태워버렸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 말에는 어떠한 감정조차 깃들어있지 않았다. 자식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우린 너를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적중하고 말았다.
"──썩 꺼져라." 그렇게 발레리는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고향에서 쫓기듯이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발레리가 아끼던 여러 도구와 금화 몇닢을 제외하면, 거의 빈손이었다고 해도 좋겠지.

거의 빈손으로 떠난 여정. 겨우 챙긴 금화 몇닢은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면서 없어져버렸고,
자랑스러운 도구들은 더 이상 쓰지 못하는 고물로 전락했다. "이제는 한계야…." 그는 쉬고 싶었다.

목적 없는 방랑이 이어져 숲속 어딘가에 쓰러졌을 때, 오르테미아가 발레리를 찾아왔다.
"그 꼴을 보니, 제대로 쫓겨났구나?"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저 눈물만이 뺨에 흐를 뿐이었다.

그녀의 말에 대꾸하고 싶었지만, 일말의 구차한 변명조차 목구멍에서 나오질 못했다.
오르테미아는 발레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말이야." 그 이후, 그녀는 발레리를 껴안아주었다.

"그런 네가 싫지는 않아." 어째서일까. 그녀는 이런 그가 싫지 않다며 손을 맞잡았다.
"──같이 가자. 나와 함께." 그렇게 "……고마워요." 종족을 초월한 두 사람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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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여정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인간과 인외의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은 특히나 말이다.
날고기나 열매를 섭취해도 멀쩡한 오르테미아와 적절한 조리와 처리를 해야만 먹을 수 있는 발레리.

정교하고 조용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발레리와 투박하고 거추장스럽게 움직이는 오르테미아.
이 문제점들은 한쪽의 언성이 높아지며 다투기도 했고, 서로가 손을 맞잡으면서 점차 완화되어갔다.

그렇게 방랑 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훌쩍 지나, 그와 그녀가 각자의 합에 적응되었을 무렵.
발레리는 캠프파이어를 만들고 자리를 다진 뒤, 그녀에게 이전부터 말하고 싶었던 것을 물어보았다.

"저와 여정을 함께 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으셨나요?" 그냥 내버려둬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고, 비참하게 몰락한 자신과 함께 하려는 저의가 궁금하기도 하였다.

"너무 늦은 질문인걸. ─그러면 너한테 물어볼게. 내가 널 쫓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니?"
"저는 땅에서 발을 뗄 수 없는 지상인입니다. 그리고 그 지상에서 죄를 짓고 떠돌아다니는 인간이죠."

발레리는 자신의 죄를 이야기하면서 씁쓸한 웃음을 머금고, 잠깐의 침묵 후, 말을 이어갔다.
"신의 시종이라고 할 수 있는 당신이─ 저에게 바라는 것이라도 있는지 궁금했습니다."라고 말이다.

지상, 인간, 하늘, 신의 시종.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오묘한 표정을 짓는 오르테미아였지만,
잠시 눈을 감고, "네 꿈의 끝을 보고 싶어." 그 생각을 정리했는지, 발레리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너에게 천부적으로 부여된 영역을 벗어나서 날아오르려는 너의 모습이 아름다웠지."
"…그건." "그리고… 너의 '외모'도 약간 포함됐다는 것도 말해줄게. ─어때? 마음에 들었어?"

발레리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얼굴이 빨개지더니, 그대로 고개를 숙여서 긍정하였다.
오르테미아도 새삼 입을 열고 나니까 부끄러워진 것인지, 똑같이 홍조를 띄우며 고개를 수그렸다.

그렇게 서로가 부끄러웠던 밤은, 밤바람이 차가웠음에도 가장 뜨거웠던 밤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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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전역을 횡단하면서 자신이 만들어놓았던 둥지도 철거하고 돌아다니던 오르테미아와,
발레리가 학교와 가문에서 배우고 합쳐놓은 기술로 간간이 먹고 산지 2년 정도가 지난 어느 날.

발레리와 오르테미아는 서로의 생각이 통하기라도 한 것인지, 동시에 제안을 하나 건넸다.
""하늘을 나는 방법을 가르쳐 줘.(가르쳐 줄게.)"" 이 무슨 이심전심일까. ─아니,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만큼 긴 시간을 함께 지내왔다. 서로의 마음을 몰랐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해도 좋겠지.
서로 말문이 막힌 듯 정적이 흘렀지만, 발레리가 그 정적을 깨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의 날개로는 하늘을 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하늘을 나는 방법이 사라진 건 아니야."
"그 말은…?" "「마법」이야." 소수의 인간과 환상종만이 다룰 수 있다는 법칙 자체가 다른 힘과 현상.

인간이 자신들보다 격이 높은 이들에게 대항하고자 만든 '신비기술'과 '신성력'과는 달랐다.

"우리는 아무리 쇠락하더라도 그만큼의 신비가 있어. 힘이 녹슬거나 하진 않았다는 거지."
"그러니까 가르쳐 줄게." "하하… 상냥하게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발레리는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바람의 마법들과 공기의 흐름을 조율하는 마법, 자연과 일체화하여 감각을 연결하는 마법.

바람과 관련한 것들을 단련할 때는, 강풍이 부는 고산지대에서 홀몸으로 버티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공기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단련할 때는, 울퉁불퉁한 평지에서 양발로 딛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자연과 한 몸이 돼야 할 때는, 살아 숨쉬는 대자연의 흐름에 스스로를 실어 맞추는 법을 배워야만 하였다.

"─좋아. 이제야 「기초」를 다졌네." "네? 「이제야」…?" "응. 이제야." "…조금 무섭네요."
오르테미아는 스승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발레리도 그녀의 지도를 받는 제자로서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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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뜬지 365일이 지난 후, 발레리와 오르테미아는 지상에서 살짝 떠오른 하늘 위를 함께 걷고 있었다.
"으아악─!?" "이번에도 추락하면 안 잡아줄 거야∼." 수련의 성과일까. 그래도 하늘을 나는 시늉 정도는 낼 수 있었다.

「우직─!」 "아, 아야야…." "아직도 멀었구나?" 뭐, 보다시피 완전한 비행에 이르기엔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그때처럼 발레리를 짓누르던 하늘의 강력한 압제는, 마법사이자 그의 연인인 오르테미아의 도움으로 극복하였다.
"정말 다재다능하네. 그만한 실력이 있는데 왜 배우지 않았던 거야?" "뭐… 저를 갈고닦는 것만으로도 바빴거든요."

오르테미아가 발레리의 말에 웃어주며 살며시 안아주자, 발레리는 문득 생각난 게 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것이 있어요. 당신과 당신의 동족들은 모두 흩어졌겠지만… 혹시, 아직도 소식이 닿으시는 분들이 있나요?"

"생각보다 많아. 그저 서로 영역이 겹치면 갑갑하기도 하고, 너희들의 높으신 분들이 그걸 바라지도 않거든."
"─왜? 걔네들에게도 마법을 배워보고 싶은 거야?" 오르테미아는 얼굴을 잔뜩 부풀리며 발레리를 바라보았다.

"로마에서도 아버지한테만 배웠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고 싶어요."
"흐응… 내가 믿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질투나는걸?" "네? 그건…… 으음…." "후훗, 농담이야."

그녀는 발레리가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면서 웃음을 내비친 뒤, 차분한 얼굴로 돌아와 얘기를 이어갔다.
"물론 내 남자를 다른 녀석에게 양보해줄 생각은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내 남자의 꿈을 짓밟고 싶지도 않네."

"혹시…?" "뭐… 좋아. 그 몸에 기본기를 새겼으니까 문제없겠지. 따라와." "…고마워요. 오르테미아."
오르테미아는 발레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그리고 "…네!" 두 사람이 나아가는 저 하늘은 맑고도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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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와 오르테미아가 하천과 산지를 넘어 도착한 이곳은, 아직 신비가 남은 것처럼 보이는 장소였다.
그럼에도 "인간이 사는 곳"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이 발을 디딜 수 있는 땅과 지천이 나열되어 있었다.

발레리가 그녀들이 있는 곳에 가볍게 착지하자, 남편을 두었던 이들도, 아직 짝을 찾고 있었던 이들도,
짝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두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도 그를 보러 왔다. "이렇게까지 많이 모일 줄은 몰랐는데."

"그야 당연하지. 이카로스처럼 똑같은 우행을 저지른 인간이 왔다는데, 그 낯짝을 봐야 하지 않겠어?"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지. 그러니까──" 말싸움이 시작되려던 사이, 발레리가 무릎을 꿇었다.

발레리의 기묘한 행동에 오르테미아는 물론, 주변의 하르피아들도 흥미롭다는듯이 그를 지켜보았다.
이곳의 모두가 발레리에게 집중한 상황 속에서, 발레리는 자신이 가진 꿈과 야망, 그리고 하늘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 하늘에 닿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저 하늘에 발을 디딤으로써 자신의 숙원을 이루고자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발레리는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고 도움을 청했다.

그 얘기에 흥미가 동하지 않은 하르피아들은 자리에서 벗어났다. 애초에 지금에도 만족하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재밌게 생각한 하르피아들이나, 발레리의 숙원에 어느 정도 흥미를 느낀 하르피아들이 자리에 남았다.

아무리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숙원이라고 한들, 자신들의 옛 터전을 되찾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모두가 다른 생각을 품고 합류했지만, 길은 하나로 통한다. 그렇기에 '우리'의 꿈이 된 숙원을 향해 나아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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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두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었고, 그 계획의 이름은 아래와 같다.
「벤타라 계획(Ventara Planning)」. 이는 4년 전부터 그와 그녀가 쌓아온 '희망'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첫째로는 '하르피아'를 비롯한 하늘이 고향인 이들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둘째로는 지상과 왕래가 가능한 거대한 배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늘을 나는 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셋째로는 벤타라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의 의식주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건 당연한 얘기겠지.

이 계획은 복잡하고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혼자서' 했을 때의 이야기.
지금의 발레리는 혼자가 아니다. 그 점만으로 복엽기를 만들던 시절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착수할 수 있었다.

고향에서의 23년, 유랑 생활의 4년 동안 갈고닦아온 기술과 오르테미아가 전수한 마법들이 엮이자,
하르피아들에게도 허황되게 들렸던 벤타라 계획은, 거북이같이 느릿하게, 하지만 밀도 높게 진행되어갔다.

지상에서 활동하고 있었을 때에는 구할 수 없었던 재료도, 원로원에게 관리되던 그 자원들도,
지금은 하르피아들의 협력으로 손쉽게 확보하여, 벤타라를 이루기 위한 주춧돌로 활용할 수 있었다.

로마의 환상종들, 특히 하늘을 고향으로 삼은 환상종들이 종종 이들이 있는 마을에 방문했다.
이들 중에서는 어린 새끼와 손잡은 어미 하르피아도 있었고, 인간과의 혼혈이라고 추방당한 이도 있었으며,
하늘을 그리워하는 이도 있었다. ─모든 게 달랐지만, 이들 모두가 같은 하늘을 갈망한 것이다.

한 인간과 하르피아들의 꿈은 점차 하늘을 다시 딛고자 하는 이들의 꿈으로 커져갔고,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어 추진력을 밟고 있는 벤타라 계획은,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이어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고향을 다시금 찾고자 하는 이들과, 개인의 욕망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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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그 어떤 군더더기도 없이, 벤타라 계획을 진행하면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정말… 시간이란 것도 야속하네요." "무슨 말이야?" "…아뇨. 벌써 서른일곱 살이 됐구나 싶어서요."

보통이라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그에겐 그저 신기했을 따름이었다.
그래,
지상인인간인 발레리는 하늘에 딛는다는 숙원을 위해, 수명의 절반을 벤타라에 바친 셈이었다.

그렇다면 벤타라 계획은 잘 진행되었을까? "설마… 그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모일 줄이야…."
"모두가 한마음인 건 아니지만, 길은 하나니까 말이야." "─네. 모두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온 거예요."

10년이 허투루 쓰인 건 아니었는지,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문제가 해결되어갔고,
벤타라가 원반의 성처럼 만들어지고, 모두의 의견이 수용되며 「벤타라 성채(Ventara Citadel)」로 확정되었다.

"정말 어떻게 되나 싶었지. 모두를 받아들인 것도 모자라서, 모든 신을 섬기고 포용했으니까."
그 덕분에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기까지 왔지만, 지금까지도 간담이 서늘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제는 벤타라 성채를 보호할 「외벽」을 건축하면 끝이었기에 다들 느긋하게 작업하던 중,
발레리는 '잠시 쉬고 싶다'라고 동료들에게 말한 뒤, 사람이 없는 으슥한 곳에 오르테미아를 불렀다.

"어머, 이렇게 단둘이서 대화하자고 부른 건 오랜만이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벤타라의 완성이 코앞이에요, 오르테미아. ─그때는 저와 모든 이들의 꿈이 이뤄지는 거죠."

"축하해. 이렇게까지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는 꿈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네."
"너는 내가 본 인간들 중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지. 확실히, 꾸준히 노력하는 인간이긴 했어."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려고 부른 것 같진 않다?" "…역시나. 눈치가 빠르시네요."

주변의 환호성과 웃음소리, 몰래 맛보려다가 걸린 꾸러기들과, 그런 꾸러기들을 쫓는 이들,
석재를 가공하는 소리, 톱질로 나무를 긁는 소리, 자재를 들고 하늘에 올라가 벤타라에 닿는 소리,
모든 소리가 어우러지며 들려오는 상황에서, 이윽고 발레리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제 꿈을 이뤄줬어요. 당신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도 이카루스의 최후를 답습했겠죠."
오르테미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흥미롭다는 듯이, 더 말해보라는 듯이 발을 툭툭할 뿐이었다.

"당신이 없었다면 저는 마법을 배울 수 없었을 거예요. …다른 존재들도 많이 볼 수 있었고요."
"…그래서?" "당신은 아름다웠죠. 붉은 깃털과 머리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불사조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발레리의 말이 꽤나 부끄러웠던 것인지, 오르테미아도 얼굴을 붉히면서 재촉했다.
"그게…… 그러니까…." 부끄러웠던 건 매한가지였을까. 발레리도 그 입을 우물쭈물거리면서 망설였다.

"…사랑합니다." "…응?" "그러니까… 당신을 사랑한다구요…!" "발레리… 좀 더… 크게 말해줄래…?"
"그러니까! 당신을 사랑한다고요! 제 고백을 받아주──" 힘차게 말하자, 그녀가 발레리를 끌어안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가 먼저 발레리와 입을 맞췄고, 영겁과도 같은 찰나의 시간이 흘렀다.
발레리는 얼떨떨한 시선을 오르테미아에게 던졌고, 그녀는 그의 당황감을 음미하면서 그 입을 열었다.

"내가 다른 계집에게 양보할 리가 없잖아? 이게 둘만의 살림살이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꿈을 짓밟고 싶진 않았어.' '좋아해.' '같이 가자, 당신이 원한다면── 저 하늘의 끝까지라도.'

그런 말들과 함께 이번에는 사랑을 나누었다. ──벤타라의 해는 그렇게 조용히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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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가 서른아홉 살이 된 해. 벤타라 성채를 띄울 준비를 하던 그는 인원수를 점검하고 있었다.
혹시나 빠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끝까지 계획대로 풀리는 일은 없었던 것일까?

그렇게 인원수를 점검하고 있었던 상황 속에서,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이곳을 향해 진군해왔다.

발레리와 오르테미아가 하르피아(동족)를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이 장소는 마냥 숨겨진 장소가 아니었다.
이곳은 단순하게 말하자면 하르피아들의 만남의 장이나 잠시 머물러 가는 휴게소 같은 곳이었다.

일개 외부인이라면 괴악한 지형과 강풍 때문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장소임에는 확실하지만,
정말 어쩌다가 이곳에 흘러들어온 외부인과는 다르게, 아예 작정하고 침입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무엇보다도 벤타라 계획은 환상종들과 몇몇 인간들의 입과 귀를 넘어서, 로마 전역에 전파되었다.
원로원은 말도 안 되는 과대망상이라고 넘기려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규모는 점차 커지기만 하였다.

결국 당대 로마 황제인 네로 클라우디우스의 귀에 들어갔고, 황제는 원로원에게 지시하였다.
"여가 생각하기에, 벤타라는 우리 로마에서 가장 큰 ■■가 될 것이다." 황제는 그렇게 말을 이어갔다.

"──가능하다면 불필요한 피는 흘리지 말거라. 여는 그대들의 피를 원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 누구도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여가 그대들에게 바라는 것은 이것뿐이다."

그렇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로마의 군단은 황제의 지시와는 다르게 강압적으로 움직였다.
마치 피를 흘리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한 듯한 움직임. 벤타라의 주인을 포박하기 위해 희생을 각오한 모양새였다.

청천벽력 같은 상황. 로마의 군단과 맞서는 상황에 놓인 발레리는 이 사실을 모두에게 전파하였다.
여유를 부리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발레리는 벤타라를 띄우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였지만──

군단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이들의 투석기가 던지는 돌덩이가 광속으로 벤타라와 부딪힌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돌덩이였을까? 벤타라와 부딪히자 「진(陣)」이 나타나면서 성채를 마구잡이로 뒤흔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발레리는 계속 더 높이 띄우고자 했다. 고작 돌덩이로 무너질 것이 아니었으니까.
발레리의 지시 덕분에 지상과 간격이 떨어졌을 때쯤── "저는 잡아가셔도 괜찮지만, 저건 보내주시지 그래요?"

"황제 폐하의 명령이다. 로마에 속한 그 무엇이든 로마의 재산이고, 네놈의 기술은 황제의 것이다."
벤타라 성채를 다시 지상에 붙잡아놓을 어떤 기술이 있는 건지, 군단장은 발레리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정말로 황제의 명령입니까?" "의심하는 건가?" "이런 썩어빠진 분은 아니라고 들었거든요."
"…네놈! 불경하다…!" "그 말투로 보아하니까, 「황제 폐하」가 아니라 「원로원」에서 시킨 일인가 보죠?"

"뭐, 들을 필요도 없겠네요. 거절하겠습니──"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스태프에 힘을 모았으나,
"어떻게 굽히냐에 따라, 처우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했다만." 그 글라디우스로 베어버렸다.

아니, 일반적으로 베어버려도 힘까지 베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이건 힘까지 베어버린 것이다.
군단장은 그저 검으로 벤 것만이 아닌, 어떤 초현상을 이용하여 발레리의 마법 행사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렇게까지 일을 벌인다면, 이쪽도 거친 수를 쓸 수밖에." 발레리의 부탁은 당연히 거절되었고,
벤타라 성채에 달라붙은 진이 빛을 발하자, 발레리가 띄워놓은 성채를 강제적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이들은 명백하게 벤타라 성채와 그곳에 있는 보물과 작물, 거기에 환상종들까지 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단 버티는군." 벤타라 성채에 있는 사람들의 필사적인 저항 덕분에 주저않지 않을 수 있었다.

군단장은 "──죄 깊은 아이야." 발레리를 인질로 잡고 "여기서 속죄하거라."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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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매한 짐승들은 들어라! 네 녀석들의 구세주를 살리고 싶다면, 당장 벤타라를 내놓고 꺼져라!"
발레리는 군단장의 포효에 코웃음을 쳤다. 물론 벤타라 성채는 발레리와 오르테미아의 희망이기도 했지만──

"이건 나만의 희망이 아니야.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군단장을 비웃어주었다.
군단장은 발레리의 비웃음에 지금이라도 목을 칠까 싶었지만, 어쭙잖은 도발에 넘어가지 않기로 하였다.

"로마에서 만들어진 모든 것은 황제 폐하의 것이다!" 그리고 발레리는 다시금 군단장을 노려봤다.
"소용없어. 너희들의 말을 들을 이유도 없고, 여기서 내려왔다간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거든."

「퍼억!」 군단장은 평범한 발길질이 아닌 어떠한 기(氣)같은 것을 담아서 발레리를 닥치게 만들었다.
군단장의 포효와 그 이후에 들려온 범상치 않은 소리에, 벤타라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 바깥을 보게 만들었다.

그곳에는 벤타라를 겨누는 공성병기들이 없었고, 발레리가 장대에 묶인 채로 군단장과 함께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마! 그 성채로 무너지고 싶은가? 이 청년의 죽음을 보고 싶은가?! 네놈들의 대답은 어떻지?!"

환상종들의 힘은 결코 군단에 밀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들을 상회한다면 훨씬 상회하는 편이다.
하나 벤타라 성채가 주저앉아 버린다면, 아무리 저들보다 강력하다고 해도 말짱 꽝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애초에 내려오게 만들고 싶었다면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그들은 굳이 폭력을 사용했다.
그것도 발레리에게 피멍을 새길 정도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들이 타협한다는 이야기는 허울에 불과하겠지.

벤타라를 넘기거나 항복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애초에 서로가 극명하게 대치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 발레리가 눈을 떴다. 얼마나 기절한 걸까? 1분? 10분? 아니면 1시간? 그저 머리가 어지러웠다.

"로마의 인내심은 결코 길지 않다, 짐승들이여!" 그의 말을 백색소음으로 간주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자신의 주변에는 군단이 있었고, 벤타라에는 자신을 향해서 촉촉한 눈망울로 소리치는 오르테미아가 있었다.

기절하고 있던 사이에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오르테미아의 입술에는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발레리는 '…그녀를 슬프게 만들어버렸네.'라고 생각하며, 장대에 흩뿌려진 자신의 피를 매개체로 「진」을 그렸다.

스태프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의 동족들에게 마법을 배울 때, 이렇게도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으니까.
"「진」의 매개체가 피, 그것도 자신의 피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그 진을 사용했을 때, 어떻게 될지 알겠어?"

"사용하려는 것에 따라, 그 피를 빨아들여 발동시키는 거군요." 목숨을 바칠 각오가 없다면 쓸 수 없는 것.
쉽게 말해서 『생명을 소비하는 마법』이었기에, 신들이 금지한 이후로는 암암리에 전해져온 금단의 마법이었다.

이 작은 막간을 기회로 발레리는 생각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라면 모두를 희생시킬 수 있는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벤타라 성채를 넘기고, 자신의 연인을 포함한 다른 이들을 모두 탈출시킬 것인가?

─둘 다 아니었다. 발레리 자신이 이곳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들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생각했다. '나의 생명을 바칠 테니, 대자연아 움직여다오.'라고. 그저 강하게 생각하고 소망했다.

그 순간, 『■■■■■━━━━━』 그의 소망이 이루어진 듯이 천지개벽과도 같은 격진이 일어났고,
이윽고 그 충격이 천지를 나눴을 때, 인간의 눈으로도, 인외의 눈으로도 재단할 수 없는 거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신은 이 세상에 현현하자마자 모든 것을 휩쓸었고, 로마의 자랑스러운 군단은 아비규환에 빠졌다.
벤타라 성채에 있는 이들은 이 광경을 멍하게 지켜보았고, 오르테미아의 눈물 섞인 아우성이 세상을 메우자──

그 순간, 벤타라 성채와 그 주변 일대는 세상의 말세가 현실에 강림한 듯한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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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4코토리◆EXiz53Z8JG(.2SiSV8dYm)2025-07-29 (화) 16: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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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는 생사의 경계를 걷고 있었다. 금단의 마법에 목숨을 바친 그 이후의 일은 생각나지 않는다.
눈앞은 어두컴컴하고, 아무리 걷고 걸어도 그 어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청각까지 맛이 간 모양이다.

자신의 모든 감각을 확인한 결과, 이제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죽었구나."라고 말이다.
이게 정녕 마지막인가? 결국 하늘에 오르지 못하고, 자신의 연인과 함께 있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게?

「하늘에 발을 딛겠다」는 다른 모두의 소망이 된 자신의 꿈은─ 이대로 하염없이 추락하는 것인가?
태양에 녹아내려 떨어진 이카로스처럼, 자신도 날개가 녹아내려 떨어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것인가?

로마에게 도전했던 자들과 마찬가지로, 로마의 역사에 단순한 몇 마디만 적히고 끝날 운명인가?
아니. ──이대로 끝나고 싶지 않았다. 저 하늘에 손을 뻗어 휘저었을 때 가진 목표가 아직 남아있었다.

같이 손을 잡아 저 하늘 끝까지 여행할 반려가 아직 지상에 있었다. 그러니까 죽을 수는 없었다.
그래, 벤타라 성채가 하늘을 나는 모습조차 아직 보지 못했다고. "…그러니까, 지금은 죽을 수 없어…!"

눈을 떠야 했다. 몸에 피를 다시 솟구치게 만들어야만 했다. ─감각이 끊어진 몸에 신호를 줘야했다.
자신의 존재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여기에 있다." 그렇게 자신에게 되새기자, 몸이 조금씩 움직였다.

다시는 지상을 밟을 수 없게 되더라도,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돌아가야만 했다.
발레리 노플리우스는 "지금 돌아갈게." 눈앞에 있는 빛에 손을 뻗어 「─기다려줘, 오르테미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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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이 상황 속에서, 로마의 군단을 이끄는 군단장은 정신을 부여잡았다.
"현혹되지 마라! 이건 저 짐승 녀석들이 보여주는 환각이다!" 당연하지만 환각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리바리한 젊은 병사가 군단장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저 성채를 파괴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원로원에서 반드시 확보하라고 하지 않았슴까…?"

그 말대로였다. 그렇지만 상황이 이런 이상, 제아무리 신비 기술이라도 무리수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벤타라 성채가 환각을 보여주고 있을 가능성은 '헛소리'라고 일축하기에도 일리가 있었다.

뭣보다 환각이라고 쉽게 넘어가기에는 군단병의 소모가 생각 이상으로 심해진 것도 있었다.
벤타라 성채에 붙은 진이 열심히 주저앉히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주저앉을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벤타라에서 나와준다면 모르겠지만─ 보다시피 성채에 틀어박혀서 버티고 있으니까 말이다.
"─벤타라의 파괴를 준비하라." 괜찮다. 확보할 수 없다면 파괴하라는 것도 원로원의 명령이었으니까.

군단장의 파괴 명령과 함께, 군단의 병사들이 투석기에 손을 대고 무언가를 영창하고 있었다.
「불의 이름으로 전진하라.」 「파괴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굴복하라, 하늘 아래의 모든 것에게!」

"─전원, 발사하라!" 군단장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투석기에 실어 올려진 쇠구슬이 발사됐다.
쇠구슬들이 점차 하나로 뭉쳐 붙더니, 마침내 벤타라 성채를 뒤덮고 집어삼키려는 태양으로 타올랐다.

이것은 인간들이 봐도, 벤타라에 틀어박혀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한 가지만큼은 알 수 있었다.
'이것에 닿는다면 성채로 무너지는 것이 아닌, 그 성안에 있는 모든 것이 불타 없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벤타라 성채의 환상종들 중에서 힘을 쓸 수 있는 이들이 모여서 저 태양을 꺼트리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저 태양과도 같은 불덩어리가 벤타라 성채를 향해 날아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작은 태양의 접근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고, 모두가 이카로스의 최후를 떠올리던 그때──
갑작스럽게 하늘이 검게 물들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푸른색의 섬광이 벤타라의 하늘을 뒤덮었다.

그와 함께 군단의 정신을 쏙 빼놓았던 거신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눈을 씻어봐도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이변 속에서 로마의 군단과 벤타라의 사람들도 당황스러웠지만, 태양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거센 비가 불꽃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면서, 회광반조하듯이 맹렬하게 불타올랐다.
군단장은 불꽃의 맹렬한 기세에 썩소를 지었다. 아무리 상황이 나빠져도, 벤타라의 파괴에는 성공한 것이니까.

──그래, 군단장의 예상대로 벤타라를 향한 전진이 멈춰지지 않았다면, 모든 것은 끝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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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태양이 공중에서 멈춰졌다. 그리고 벤타라 너머에서 들려오는 약간 높고 상냥한 목소리.
깃털과 비늘이 혼합된 팔, 매의 갈퀴 같은 손발, 인간이 아닌 인외의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아니, 익숙하게 느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지상에서 처음으로 반한 인간 남자였으니까.
태양을 가볍게 막아세우던 남자는 "Σκορπίζω."라고 말하며, 맹렬하게 불타오르던 태양을 날려버렸다.

"당신…이야 발레리…?" "잘도 알아보셨네요…! 네, 맞아요.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려고 돌아왔어요."
그의 모습은 하르피아와 닮았다. 동족 중에 남성이 있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아직 할 일이 남은 것 같네요." "벤타라에 손상은 거의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 다행이네요." 발레리는 안심하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뒷일은 맡겨주세요."라고 말한 뒤 지상에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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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인가." 군단장은 기어코 인간을 포기해버린 추방자를 바라보고는 글라디우스를 치켜들었다.
"당신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요." 발레리는 비웃듯이 말했다. 아니, 어쩌면 승자로서의 여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하나도 변하지 않았지." 군단장은 갑작스럽게 거합 자세를 잡고, 발레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군단장이 휘두른 검기는 에너지로 이뤄진 빔과도 같았다. "범상치 않은 건 알았지만… 이런 묘기가 가능하셨군요?"

"그렇지만… 내 친구들을 불태우려고 한 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어. …그러니까, 당신과는 끝을 내겠어."
그 말과 함께 발레리와 로마 군단의 전투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병사들이 다양한 물체를 발레리에게 투하했다.

─통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어떠한 힘도 사용하지 않고 그저 날개로만 쳐낸 것이었다.
두 번째는 발레리의 차례였다. 발레리가 일으키는 강풍이 군단에 들이닥치자, 그 절반이 속수무책으로 쓸려나갔다.

공성병기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 부품이 남아있다면 다행이었다. 대부분은 그 원형조차 남기지 못했으니까.
"아직도 싸우려는 거야?" "병사가 절반이나 남지 않았나?" "그래? 그렇지만─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군단장에게 발레리는 말했다. "그건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발레리의 말과 함께 군단장이 뒤를 돌아보자, 로마의 병사들이 군단장을 향해 칼을 뻗어서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히 당신과는 끝을 내겠다고 말했지." 발레리는 군단장을 바라봤다. "당신은 이들의 손에 죽는 거야."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거냐?" "아니." "그렇다면 뭐냐!?" 군단장의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칼날들이 그를 꿰뚫었다.

"글쎄, 그건 당신이 잘 생각해봐."라며 발레리는 벤타라 성채로 향했고, 그의 피와 함께 푸른 섬광이 거둬졌다.
푸른 섬광이 거둬지면서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폭우가 멎었고, 갈라진 땅들은 맑은 하늘과 함께 서로를 이어붙였다.

발레리는 벤타라 성채에 도착하여 성채의 주위를 크게 돌기 시작하더니, 그 바람으로 토네이도를 만들어냈다.
"오…오오! 난다! 날고 있어…!" "…이제야 고향에 돌아왔네." 등등, 모두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면서 환호했다.

─이제 벤타라 성채는 하늘과 가깝게 날아올랐다. 이제 발레리가 해야할 일은 없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할 일은 다 마치고 왔어?" "…네. 이젠 자유네요." "흐응…." 오르테미아가 볼을 부풀리면서 발레리를 바라보았다.

"하핫… 미안해요. 이렇게 늦게 깨달아서." 발레리는 조심스럽게 푸른 날개를 펼치며, 오르테미아를 살포시 감싸안아주었다.
"…됐어. 알았으면." 오르테미아는 자신의 붉은 날개를 발레리의 푸른 날개와 맞추어 펼친 뒤, 얼굴을 붉히며 발레리를 맞이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말없이 껴안은 채, 오래도록 날개를 맞추었다. ──그리고 그 찰나를 깨운 것은, 발레리의 작은 목소리였다.

"앞으로는 제가 당신을 지켜드릴게요. 오르테미아." 발레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결의에 가득 찬 얼굴로 이야기했다.
오르테미아는 그의 따스한 품에서 미소 지으며, 붉게 물든 얼굴로 속삭였다. "─하늘에 닿은 뒤에도 잘 부탁드려요. 서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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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후, 벤타라 성채는 하늘을 가로질러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새하얀 구름과 푸른 섬광을 디디며 쭈욱 날아갔다.
──하늘은 모든 것을 기억하리라. 두 사람이 함께 남긴, 지금까지의 궤적을. "웅애…?" 아니, 이제는 세 사람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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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技術)】

1. 기술공학(Engineering Technology): 발레리가 가문 대대로 계승해온 로마의 전통 공학이다.
고대 로마의 기술력은 전역에 뻗어 있었으며, 하수도, 대로, 수로, 기계 장치 등 도시 문명을 만드는데 쓰였다.

발레리가 익힌 기술은 옛날의 정수를 모두 담지도 못했고, 투박하고 제한적인 편이었지만,
그에게 있어 이 낡은 공학은 유일한 생존 수단이자, 벤타라의 꿈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2. 가상 투영화(Virtual Graphics): 발레리의 공학 감각은 단순한 노력과 수련의 결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종종 '머릿속에 떠오른 형상'을 실시간으로 구체화하며, 단면도 수준의 정밀한 설계를 그려낼 수 있다.

단면도 수준의 정밀한 설계를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제작에 들어가도 문제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수재 이상의 감각을 지닌 이만이 가능한 예지적 설계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3. 야생과 바람의 마법(Wild and Wind Magic): 폭풍의 딸과 그녀들의 후예에게 전해내려온 계보의 마법.
오르테미아의 선조가 사용했고, 그녀가 직접 전수한 이 힘은 하늘의 삶에 적합하도록 사용자를 변화시킨다.

야생과 바람에 익숙한 자만이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있으며, 대다수의 인간에겐 이것이 첫 번째 벽이다.
하지만 감각을 익히면, 그 뒤의 습득은 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훈련과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월하다.

발레리는 이 마법을 끝내 완전히 체득했고, 우화를 거친 후에는 폭풍과 대지를 흔드는 힘조차 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에 잠들어있는 대거신을 불러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금지된 마법을 건드려야만 가능하지만요."

4. 마도공학(Arcanum Engineering): 벤타라 성채를 건설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한 난관은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
즉 기존의 재료로는 저 하늘을 떠받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축소된 증기기관도, 가볍게 가공한 석재들도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증기기관은 장애물에 불과했고, 일반적인 석재를 가공해서 만든 재료로는 하늘을 받칠 땅조차 만들 수 없었다.
─기존의 기술로는 아무리 만들어봐도 해결할 수 없었던 이 벽 앞에서, 발레리는 다시 오르테미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별의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면 물리법칙에서 벗어난 힘을 쓰면 된다. 그리고 그것을 기술 공학과 하나로 합친다면?
발레리는 오르테미아와 벤타라를 만드는 동료들에게 여러 신비한 지식과 마도학을 전수받은 뒤, 그 둘을 하나로 합쳤고──

「시험 삼아 올려봤는데 문제없어!」 「지반도 단단한걸…!」 그렇게 탄생한 마도공학은 이상향을 떠받치는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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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財産)】

1. 공학 도구함: 도구를 쓰는 장인이라면, 자신에게 걸맞은 도구를 갖는 것이 당연한 법이다.
발레리는 성년이 되던 날. 그간 갈고닦은 자신의 기술로 가문의 대장간에서 자신의 도구를 직접 주조했다.

장인이 직접 자신의 도구를 주조한다는 것은, 그 장인의 자부심과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발레리가 갓 성인이 된 날에, 자신의 도구를 자기가 직접 만든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발레리의 도구는 어느 기술공과 비교해보아도 헐겁지 않았고, 유려한 광택이 감돌았다.
그렇기에 가문에서 파문되기 전까지, 이 도구함은 그의 가문과 기술에 대한 자긍심 그 자체였다.

2. 오르테미아의 깃털 띠: 본인의 머리 깃을 직접 뽑아서 건넨 이 깃털 띠는 단순한 애정의 표시가 아니다.
하르피아 사이에서는 깃털을 나누는 것이 「상대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발레리는 이를 깊이 이해하였고, 우화한 이후에는 자신의 푸른 머리 깃을 오르테미아에게 건네주었다.
그렇게 발레리는 그녀의 붉은 깃을, 오르테미아는 그의 푸른 깃을 머리카락에 꽃아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3. 벤타라 성채의 설계도와 초기 복엽기 설계도, 그리고 그 이외의 수많은 설계도 등등.
로마의 기술공이 만든 모든 기계는 어떤 예외도 없이 설계도를 남겨야 한다는 게 로마의 원칙이었다.

발레리는 가문에서 지내고 있었던 시절부터 수많은 기계와 구조물을 제작했으며,
발레리가 제작한 기계와 구조물들의 설계도는 그의 실력과 명성을 증명하는 기록으로 남았다.

현시점에서는 로마의 공학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될 만큼 방대하다 해도 좋을 것이다.

가문에서 파문된 이후에 유랑하며 남긴 도면들과 함께, 어느 설계도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저의 삶에서 지워낼 수 없는 발자취란 거죠. 가끔씩 이걸 보고 추억하기도 하니까요."

4. 간이 지팡이: 발레리가 마법을 익혀갈 무렵, 오르테미아는 나뭇가지를 깎아 지팡이를 만들어주었다.
야생과 바람의 마법은 맨몸으로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발레리에게는 힘들었던 까닭에 지팡이는 필수적인 도구였다.

그 이후, 마법에 익숙해지자 지팡이의 사용은 줄어들었고, 결국 몸으로 마법을 일으키는 경지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지팡이를 가끔씩 사용하곤 했지만, 로마 군단과의 싸움에서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지금은 산산조각 나버린 지팡이의 형태를 갖춰 모아, 도구함 한편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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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

1. 「폭풍의 후예」, 오르테미아: 호전적인 하르피아 일족 중에서도 오르테미아는 상냥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다.
"─라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발레리가 적은 양피지를 읽어 내려가던 오르테미아가 미소 지으면서 물었다.

"하르피아 중에서도 당신만이 저를 이해해 주셨잖아요. 다른 분들은 속셈을 가지고 제 계획에 동참한 거고요."
"애초에 말도 안되는 계획이었으니까?" "…당신은요?" "나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미련한 남자에게 반했을 뿐이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오르테미아는 발레리에게 물었다. 앞으로 그가 무슨 일을 해갈지 궁금했던 것이리라.
오르테미아의 말에 발레리는 잠깐 머뭇거렸다. 물론 사랑하는 그녀가 믿어주지 않을까봐 말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나한테 말해주긴 싫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릴까봐 좀 망설여지네요."
오르테미아는 그런 발레리의 고민을 나누듯이 손을 맞잡았다. 사랑하는 아내가 곁에 있는데, 무엇이 고민이냐는 것처럼.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먼 미래에, 끔찍한 전쟁이 일어나요." 발레리는 오르테미아의 격려에 입을 열었다.
"뭐…?" "…잘 모르겠어요. 인간들이 서로를 죽이고… 신의 후손들도 서로를 죽이면서 모든 것이 혼돈스러웠으니까요."

"먼 미래에… 그런 일이…?" 오르테미아는 발레리의 말에 경악했고, 발레리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다른 신의 후손들은 「환주」라는 곳으로 대피할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대피할 곳이 많지 않았죠."

"무슨 말이야?" "모든 신의 후손이 환주로 대피했단 건 아니란거죠. 세상에 남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았거든요."
"지상에는 아발론이 있었지만,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마… 「벤타라가 만들어지지 못한 세계」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뭘 하고 싶냐면요……" 발레리는 오르테미아를 바라보며 뺨을 긁적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먼 미래에 일어날 대전쟁에서 많은 분들을 구하고 싶어요. 훗날에는 평범한 인간도 하늘에서 문제없이 살 수 있을 테니까요."

발레리는 수많은 생명의 죽음들을 최소화하고, 이 세상에 남아있는 환상종들의 안식처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환주라는 곳은 어떻게 할 거야?" 오르테미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가사의를 경계하듯이 발레리에게 물어보았다.

"지상의 아발론은 환주와 연결하는데 성공했어요. 환주가 「이 세상에 돌아오기 위한 공간」 중 하나가 된 거죠."
그렇지만 발레리도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이야기하면 그야 경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나 로마 군단의 습격을 격퇴하고 하늘로 떠오른지 고작 몇 년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경계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건 훗날에 이야기드릴게요. 지금 이야기해 봤자… 아까 말한 것처럼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밖에는 안 들릴테니까요."

발레리는 먼 미래의 이야기로 오르테미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자신의 입술로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하아─. 어쩔 수 없네. 서방님의 뜻이 그렇다면야 어울려주지 뭐." 오르테미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으쓱이며 말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발레리의 계획에 어울려주겠다고 말한 이후─ 그녀는 발레리의 입맞춤에 그의 손을 맞잡았다.
오르테미아는 "─먼 미래를 위해서 힘내보자. 서방님♥" 온몸으로 발레리를 받아들이며, 계속해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계속되는 뜨거운 사랑 속에서 오르테미아는, 그와 처음 만난 순간과 그의 이름을 들은 운명적인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이 사내가 언젠가 자신을 선조들이 살던 하늘로 데려갈 거란 것을. 그런 운명적인 직감을 느꼈다.

─알 수 있었다. 일련의 여정을 거치고 서로를 사랑하여, 수많은 조류족을 이 세상에 탄생시킬 시조가 될 것임을.

2. 벤타라 성채의 승선자들: 벤타라 성채는 발레리 혼자 만든 게 아닌, 수많은 이들이 동참하여 만들어낸 꿈이다.
오르테미아의 동족인 하르피아와 하늘이 고향이었던 환상종과 혼혈들, 여러 나라에서 추방당한 이들과 떠도는 유랑객들.

여기에 발레리 노플리우스가 살았던 시대를 기준으로도 희귀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고대 시대의 환상종들까지.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벤타라에 승선했고, 이름은 모두 기억할 수 없었지만, 발레리는 이들의 얼굴과 꿈을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발레리는 자신만의 이상을 담지 않고, 함께 날아오른 모든 존재의 희망을 벤타라 성채에 담아 올렸다.

3. 노플리우스 가문(Noflius Family): 노플리우스 가문은 로마 제국의 「기술공」을 배출해온 중간 계층의 가문이다.
노플리우스 가문은 기술공을 대대로 이어가면서 로마의 공학을 발전시키는데 헌신했으며, 발레리 또한 그 대를 계승했다.

원래대로라면 발레리를 상류층에 편입시키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발레리를 수사학으로 가르치려고 하였으나,
발레리 본인이 기술공으로서 있고 싶어 했고, 그의 천재성을 썩히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하여 발레리의 의사를 존중했다.

그렇지만 발레리가 가진 천재성은 하늘에 닿겠다는 시대를 초월한 사상으로 잘못된 선택을 내리게 만들었고,
발레리의 잘못된 선택으로 발생한 복엽기의 추락 사고, 이카루스 사건을 기점으로 나비효과가 일어나 모든 것이 망가졌다.

가문은 발레리가 일으킨 사건들을 감쌀 수 없게 되자, 결국 발레리를 파문하고 씨족의 명단에서도 제외하였다.
발레리는 더 이상 가문에 돌아갈 의지는 없으며, 노플리우스 가문 또한 발레리를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취급할 뿐이다.

4. 로마 제국: 로마는 발레리가 태어난 땅이자, 기술공으로서의 자부심을 품게 해주었던 자신의 고향이었다.
자신의 이름과 가문, 자신을 있게 하고 만들어준 로마의 기술을 부여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로마에서 배척받고 추방당했다.

그렇게 추방당한 이후에 마주친 로마는, 발레리가 기억하고 있었던 「문명의 상징」같은 것이 아니었다.
군단을 이끌고 벤타라에 침공한 그들은 약탈자에 불과했으며, 발레리와 수많은 이들의 이상을 짓밟으려고 했다.

발레리는 더 이상 로마를, 지상의 땅을 고향으로 여기지 않았다. 발레리에게 있어서 진정한 고향은──
자신의 아내, 동료, 그리고 모든 꿈이 담긴 벤타라 성채가 있는 이 하늘이야말로, 그가 선택한 진정한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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