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잡담판/
티아의 단두대에서 시작하는 레볼루시옹 -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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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1티아의 단두대에서 시작하는 레볼루시옹 - 52

작성자 티아◆iH65mhCkiK작성일 2025-11-13 (목) 11:23:27갱신일 2025-11-26 (수) 1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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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버린 손을 털어낸다.

느릿하게 팔을 움직이면 팔의 표면에서부터 피어오른 앙화가 살과 뼈와 철의 구속을 끊어냈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따르듯 스러지는 세개의 신형.

"■...■■■..."

폐가 뚫리다 못해 타버렸음에도 비명같은 걸 내지르려는 듯한 실혼인을 바라보다가 그 목을 발로 밟는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이며 생각했다.

이 앙화는, 확실히 강하다고.

"제대로 된 마법조차 아닌 것이 이 정도 위력인가."

기억이 깜빡이며 머릿속 안에서 흔들리는 사실과 추론을 혼동하게 만들고 있으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내 집이 28층이라는 걸 감안하면 단번에 23층까지 소리도 없이 건물을 녹이고 내려온 것에.

그리고 아마 육체가 방탄복보다 두꺼울 마물을 넘어서 강철로 된 철문까지도 한번에 뚫어버리는 위력이라니.

아무리 육체의 성능이 초일류급은 된다지만 이런 걸 행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하다.

사실상 바로 어제밤까지만 해도 나 자신은 그냥 쉬고 있던 청년에 불과했다는 걸 자각하고 있기에 더더욱.

"...이걸 마법으로 부풀리면 이보다 더한 위력이겠지."

그것을 깨달으면서 실혼인의 몸이 버둥거리다 천천히 퍼져가는 걸 보고 그리고 손가락으로 수인을 맺었다.

반사적인 움직임이었다.

다만, 그러다가 절반쯤 행했다 싶을 적 갑작스레 손이 꼬이면서 무너져 내렸을 때에야, 스스로 뭘 하고 있나를 생각했을 뿐.

".........?"

무언가가 끌어오른 듯 했으나 손이 수인을 맺다가 풀어지면서 속절없이 흩어졌다.

이후에는 거뭇게 타버린 팔만 남았을 뿐이다.

흉터가 남은 듯 검게 탄 피부 사이로 피가 흘러내려, 아릿하게 찌릿거리는 팔이.

"아."

그걸 멍하니 보고 있다가 멈춰있을 의미가 없으니 발로 망가진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며, 남은 시체들을 끌고 현관에 들어선 뒤 문을 다시 닫으면.

문득 스스로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가 됐다.

"그렇군."

아마 당연하다는 것처럼 인신공양이라도 시도했던 모양이지.

그렇지만 정작 인신공양을 하는 법을 몰라서 중간에 끊긴 걸까.

손가락으로 맺은 수인을 통해 아마 외계外界와의 통로를 열기라도 했던 것 같지만.

정작 그것을 제대로 연결하고 유지하지를 못하니 무너져 내린 것 같다.

큰 문제일까 생각해봤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도 같았다.

"군열번훼기가 큰 역할이기는 했었나."

싱숭생숭하게, 이름과 특징을 제하면 기억 나지도 않는 염마도술의 흔적이 흐릿하게 스쳐지나가기야 해도.

겨우 그 뿐이니까.

ㅡ 스스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얼굴은 꽤 미형이던 여자의 시체 너머, 집 안에 발길을 들이밀면 시체의 몸에서 멈춰 있던 불길이 타올랐다.

시체와 실혼인의 몸을 먹어치우듯, 앙화가 제 몸길을 부풀린다.

그 과정에서 차오르는 육체적인 굶주림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며, 두꺼운 커튼이 굳게 닫힌 거실에 섰다.

바닥은 멀쩡한데, 양 옆의 기둥 쪽은 포탄이라도 맞은 느낌이 든다.

아예 폐허라도 된 것마냥 철근이 드러날 정도로 벽체가 파여 있었다.

"...건물이 다 쇠해있고."

하기야, 지금 보고 있는 게 인류가 회귀하기 전의 제대로 멸망한 지구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은.

내 방과는 달리 제대로 망가진 방을 보니 더더욱 실감이 났다.

"사람을 벗어난 괴물이 돌아다닌다."

정말로, 지식대로 이 세상은 이미 한 차례 망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거실 너머의 커튼을 들춰볼까 고민했을 때, 무언가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터지듯 창 같은 게 보였다.

앙화가 그 여자를 완전히 불사른 끝에, 마력이 그 여자의 혼을 완전히 집어삼킨 바로 직후의 일이었다.

그건 분명.

ㅡ 띠링 !

[튜토리얼 1단계 조건 충족, 타인 살해 성공.]

[사용자 권한이 개방되었다.]

[튜토리얼 2단계까지 남은 기한: 23:38:27...]

지식 속에 남아있는 사용자 권한.

이면에 침공당한 세계에 개방되는 상태창에 대한 것들을 알리는 것이었을 터.

"...사람 하나를 죽이면 열리는 것, 이었나."

불완전한 지식이었기에 딱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럭저럭 놀라운 일이었다.

인류를 배반했는데도 이런 게 주어질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 사용자 권한이라는 것 자체가 본래 마왕들이 사용하던 걸 뿌리던 것이었다는 게 기억났으니까.

'확실히 생각이 나면 날수록...'

이유는 뭔가 여러가지 있던 것 같았지만, 떠오르는 확실한 하나는 간결했다.

터무니없이 약한 것은, 정벌할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

그 뿐이었다.

'배신을 안 할 이유가 없기는 하군.'

이건 납득할만한 일이겠지. 

그런 종족과 전쟁을 해야 했다면 누구라도 상대편에 붙을 것 같았다.

심지어는 나조차도.

아니, 그래서 이미 붙기는 했지만 그리 생각한 것이다.

어찌 됐든 그걸 떠올리며 머릿속에서 떠오른 창을 몇차례 훑어보고 인지하면 대강 이미 파악한 능력들로 가득 찬 몸 상태가 보였다.

근력, 내구, 민첩, 내력, 지능, 지혜, 정신, 매력 전부가 20.

특성은 《지옥도Infernum Via》, 《앙화Flamma Cladis》,《혁린의 징조Augur Phospori Ardens》 그리고 하나 더.


"흠..."

《하계현상화Incarnatio Mundi Inferioris》.

하나가 혼자 특색 있기는 하지만, 무슨 능력인지는 마력이 시체를 완전히 집어삼킨 직후인 지금 눈치챌 수 있었다.

검게 타들어간 팔로 되감은 마력.

그 마력 속에 붙잡힌 듯한 혼을 태우며 ㅡ 그것을 먹어치우면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이것이 기억이 말하던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행위의 본질임을.

ㅡ 으그적.

ㅡ ■■■■■■■■ ㅡ !!!

마치 씹어삼키듯이 마력 안에 붙잡힌 혼이 불길에 그슬린다.

혼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마력은 곧 그 혼 자체를 뒤덮으면서 쪼개고, 내용물까지 모두 소화시키듯이 연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연소한 끝에 나온 무언가가 갈라진 팔 속에, 몸 안에 스며들고 있었다.

ㅡ 우우웅...

기이한 공명음과 함께 신체 그 자체에 뒤얽히는 맥脈이 요동치는 느낌...

마치 인간의 형상이 거죽에 불과하다는 것처럼, 그 맥에 뒤얽힌 살과 근육이 제 멋대로 꿈틀거리는 것만 같다.

"마족의 공능, 인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몸 안에 서린 길을 따라서 힘을 주면 거뭇게 갈라진 팔이 봉합됐다.

피부에 생긴 탄 흔적과, 몇차례 두뇌를 푹 찔러오던 고통도 마약에 취한 것처럼 일렁이다 줄어들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사람 몸뚱아리처럼 다시 돌아온 느낌.

그걸 몇차례 보다가, 커튼을 들춘다.

여자 뿐만이 아니라 실혼인의 혼, 그 파편까지도 불살라서 얻었기에.

그것들을 연소한 힘을 눈에 담고 내다보면, 소리없이 도시의 풍경이 눈에 담겼다.

ㅡ 촤락...

보이는 건, 균열이 잔뜩 간 유리창 너머에 담긴 무너진 도시의 풍경.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건물이 꺾여있다.

길게 짓이겨진 철근들이 뒤틀린 채 이곳저곳에 튀어나왔고,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육편 따위가 땅을 뒤덮은 채.

어둠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검붉은 색채가 도시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그 안에서 엿보이는 건, 밑으로 수두룩한 건물들 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

'실혼인이 절반 이상, 그리고 그 중 삼분지 이 이상이 아마 실혼인에게 먹혀서 동일한 처지가 된 축.'

튜토리얼이라고 할만한 수준이 아닌 것 같지만 그러려니 했다.

1년만에 마왕이 오십체 이상 강림하는 세계에서 그런 걸 바라는 것도 사치니까.

그러니까 지금 눈 안에 담긴 것들중에서, 멀쩡히 살아움직이는 녀석들만이 제대로 사용자가 될 이들인게 틀림 없었다.

'눈에 맺힌 마력이 공명하면서 끓는다. 딱히 마안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그래도 보이나.'

실혼인의 혼을 불태우면서 아래를 내려다볼 적에, 강화된 시야가 담는 건 마력 그 자체의 유동.

그 때문에 눈에 담긴 생존자들이라고 하는 건 대체로 한 종류라는 걸 인지할 수 있다.

사용자 권한을 개방하고, 이능을 각성한 자들.

"누군가를 죽였거나...이 송파구에 널린 실혼인을 죽였거나."

타인 살해가 실혼인까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겠지.

시야에 담긴 걸 헤아리기로는 도합 백오십이명.

서로 서로 죽여서 힘을 얻었다기에는, 시야 속에 담긴 분산도가 높다.

마력魔力 뿐만이 아니라 아예 다른 계통의 힘인 것처럼 보이는 힘도 여럿 있을 정도로 다종다양한 이들이 보였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러면 그런 도시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을 적극적으로 죽일 수는 없지..."

죽이면 안 된다는 건 아니다.

죽일 수 없다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 죽이기만 하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이 대역행이라는 것에 휘말린 게 나만이 아닐 것이라는 게 명확하단 걸 생각하면 더더욱.

"...정작 제대로 된 사용자들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아직 모르고.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명확하게는 인지 못했다."

그러면 모르는 대로 끝낼 게 아니라, 그것에 대해 알아봐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

내가 어찌 움직일지를 파악하는 것도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알 수 있을 터.

"그러면, 알아볼까."

그렇게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가 본 하나의 풍경이 그 마음을 굳혔기 때문에, 천천히 건물 밖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눈 안에 담고 있던 풍경 속에서 한 순간 유별나게 빛났던 것.

체내에 품고 있던 마력과는 다른 힘...아마 내공이라고 해야 할 것이 2배는 증폭되는 현상.

"마침 상격上格에 이른 녀석도 봤으니까."

그 현상의 근원에는 여자 하나가 있던 것이다.

어디서 주어온 것인지 모를 식칼 하나로 남정네 셋을 도륙내고.

그리고 가슴을 갈라서 심장을 분해라도 하려는 것마냥 마구 찔러대던 끝에, 사용자로서 다음 단계에 이른 여자가.

분명히 그의 시선 안에는 담기고 있었다.

생각한 거리는 대략해서 오백미터.

그렇게까지 멀지는 않다.

어느 정도로 움직여야 들키지 않을 수 있는지가 의문이나, 그것도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문제일뿐.

그렇기에 몇차례 호흡을 고르면.

이수현의 몸 위를 두르고 있던 거죽이 한때 먹어치웠던 것을 의태했다.

ㅡ 꾸드드드득...

거리에서 넘쳐나는 실혼인의 모습을 따라하듯, 그의 형태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오늘치 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