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78 [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26F】 (5000)
작성자:正道第一劍◆IladtgNXUe
작성일:2025-12-11 (목) 01:56:42
갱신일:2025-12-18 (목) 14:56:38
#0正道第一劍◆IladtgNXUe(e7anc4.8yO)2025-12-11 (목) 01: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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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ヽ.|::::::| ヽ ^/ |_「ヽヽ` } 내게 죠죠는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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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3천마◆lMF.VqjaE.(4ZBpOPCs7y)2025-12-14 (일) 22:53:32
상대의 눈이 크게 뜨였을 때 그 갈라진 동공은 더 길게 갈라진다.
붉은 빛의 안광.
보이고 있다.
그것이, 들여다 보고 있다.
ㅡ 그, 그, 그, 극.
그걸 느꼈을 때 그의 몸 안에서 피어오른 불길이 일렁였다.
소염蘇炎.
불길 속에 각인된 의념이 그의 안에서 들끓는 마魔를 체계화된 법法으로 일궈낸다.
그리고 그렇게 일궈내진 것이 그의 안에 자리잡은 지옥을 가리듯 번져올랐을 때.
눈을 마주할 적 길게 갈라졌던 눈이 제 상태로 돌아왔다.
"...바, 방해였어 ? "
그것의 정체를 지식이 명정하게 이른다.
그것은 용안龍眼이었다.
"그래."
용의 울음鳴을 담은 새벽녘의 흔적朝.
세상의 법칙과 개념을 꿰뚫어 보는 초월종의 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정안精眼의 최고봉에 위치하는 십안十眼 중의 하나.
그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도 잘 떠오르는 것은, 그 눈을 가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혁린.'
ㅡ 네가 넘어서지 못한 이유는 너 스스로 그것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 세상에 내려왔을 때 그 화신체化身體로 사용했던 것이 갖고 있던 눈.'
ㅡ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나 ?
'그 눈은...'
그것은 진정으로, 세상의 법칙이 유동하는 광경과 그 속에서 휘말리는 사람과 힘들을 꿰뚫어볼 수 있는 공능이 있었다.
분명하게 고유 특성이다.
아무리 지금 시점에는 그 급과 개발도가 낮다고 해도, 그의 마음을 피상적으로나마 읽어보려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는.
그 공능이라는 것은 명백하게 상리를 뛰어넘는 것일 수 밖에 없었다.
"꺼져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 ? 부르기 전까지는."
"그치만...뭔가 폭발하거나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서..."
지금 그가 읽히지 않은 것조차도 천운일 정도로 그러했던 것이다.
앙화가 없었다면 저항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앙화를 폭발적으로 퍼뜨릴 거염적융조의 깨달음이 없었다면 그의 심상을 가릴 수 없었다.
그 눈은 그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수련하고 실험하다 보면 그 정도 소리는 나와. 거염적융조는 폭염을 일으키는 게 기본이 되니까."
"...무언가가, 달랐는데."
어쩌면 그녀는 그저 천장을 본 것만으로 무언가 이상을 눈치챈 채 달려왔을지도 모르지.
그걸 생각하던 이수현은 뒤틀린 채 형성된 낯이 제 멋대로 움직이려는 걸 느끼고 한 손으로 가렸다.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의 마음 속 한편에서, 최유나를 찾으며 최유준이 울부짖는 소리가 불길에 가로막힌 채 울리고 있었다.
그것이 머리 속에 울릴 때마다 두통이 온다 해도, 연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닥치고 내려가서 준비나 해."
지금 그를 의심하는 듯하면서도 무언가 다르다는 듯 눈을 치켜뜨는 여자애에게, 최유준이 보였던 태도를 고스란히 고집했다.
그의 신분을 숨긴 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이점인지를 그는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겨우 그의 개인적인 감정과 반응 따위로 망쳐놓을 수는 없다.
ㅡ 내 여동생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지 마라...
'지가 하던 걸 그대로 따라 한건데, 이 미친 놈이.'
"머릿속에 울린 걸 들었을텐데."
"...충격에 대비하라던 그거 ? "
"그래."
그렇기 때문에 그가 최유준을 의태해서 말할 때.
긴가민가하며 그를 게슴츠레 바라보던 최유나가 한 걸음을 뒤로 물러갔다.
"그게...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는 거 아냐 ? "
어쩌면 그의 팔뚝에 힘줄이 솟으며, 당장이라도 때릴 것처럼 움직일 것 같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그는 실제 때릴 생각은 없었으니 그저 눈 앞의, 용안 사용자가 방심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일.
주의가 돌아간다.
이상함은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는 무언가 더 덧붙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ㅡ 감히, 내 얼굴을 뒤집어쓰고 그딴 짓을...!
'너는 다행으로 여겨야지.'
그게 다행이었다.
적어도 그는 그 순간에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면 그녀를 죽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그런 생각을 문득 했기 때문에.
"적어도 이 메세지...가 쓰잘데기없는 말은 안 했겠지."
그렇기에 그녀의 말에 답하며 그녀에게 손짓해서 물러가라고 전했다.
"충격에 대응하라는 말을 의미없이 던질 거라면 오히려 안 말했을거다.
그리고 시련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았을 거고. 이 골빈 년아."
"...나, 나 그렇게 성적 나쁘지 않은데."
"체육 성적만 좋은 거잖아, 이 밥버러지야. 그러니까 꺼져서 준비나 하고 오라고."
지금은, 아직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아무리 제대로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에게 아무렇지 않게 욕설이 나온다 해도.
그는 최유준을 따라할 준비도, 능력도 아직은 채워지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유나가 상처받은 듯이, 그렇지만 익숙한 듯 뒷걸음질치며 방 바깥으로 나갈 때.
생각한 것이다.
'더 빨리 태워야 한다.'
이 상태는, 위험했다.
평정이 흔들리고 있다.
그것을 느낀 채 그의 시선이 어둠 속으로 향하고, 앙화가 일렁인다.
• • • 최유준의 혼을 갈아버리듯이 불길이 이빨을 드러내며 소염의 흔적이 심상에 남았다 • • •
*
결과적으로, 그는 최유준의 혼을 갈아버리는 데 실패했다.
거염적융조.
폭융爆融을 기본 골자로 하는 염마도술의 깨달음을 그에게서 앗아가버렸다고 해도 그렇다.
세차례에 걸쳐서 심상을 경유하는 앙화로 그 혼을 갈아버리려고 했으나, 그 혼이 무너지지 않은 채 비명만 내지르고 있음을 깨달은 이후로는 마력을 움직일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몇번을 더 행해도 명백하게 동일한 결과만 나올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불가능하다.'
ㅡ 왜 내게 이런 짓을 하는거냐 ! 왜 !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
'앙화의 격은 이미 알아봤다. 영혼이라는 것을 몇번이고 불태웠는데, 이런 것이라 해서 태우지 못할 이유가 없어.'
ㅡ 너도 이런 처지가 될거다 ! 너만은 무사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
'그런데, 왜 다른 것들과 달리 이 놈만 어느 정도 불탄 채로 남아있는거지.'
ㅡ 네 놈이라고 언제까지고 패배하지 않을 수 있는지 두고 보자 !
그리고 그것을 생각하던 와중, 마음 속 저편에서 울려오는 말에 눈을 찡그린 채 그는 읊조렸다.
염원念願.
마력을 이끄는 의지의 발로를 너무나도 당연히 말 한 마디에 새겨넣으면서다.
[내가 지면.]
심상의 안에 의지를 새김으로서 현실에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마법.
그것과 동일한 원리였다. 그의 정신 안에서 찌그러진 혼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명확히 의지가 전해졌다.
[네 여동생도 같은 처지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건가 ? ]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말에 담긴 어처구니없음도 동일하게 전해졌겠지.
멍청한 것을 보거나, 경멸하는 듯한 어조.
최유준의 혼이었던 것은 그것을 알아챌 수 있을 터였다.
애초에 그러라고 전한 것이었다.
ㅡ 내 여동생 ?
도리어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것은 이지도 무엇도 없는 혼 조각에 불과하다는 뜻일테니.
그는 이 환청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될 것이었음을 알기에 그는 더더욱 그걸 바랬다.
ㅡ 내, 여동생...
그리고 찰나.
ㅡ ...진다면, 죽을 뿐이지.
그저 혈기넘치고 멍청하게 소리치던 영혼의 소리가 줄어든다.
[너처럼 말인가 ? ]
ㅡ 그래. 그렇다.
멍청하게 소리지르기만 하던 모습에서 변했다.
놈이 말하는 것 안에서 이지라는 게 느껴지니, 그제서야 그의 마음도 조금은 편해졌다.
소통할 수 없는 것과 소통할 수 있는 것에는 이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 따위에게 시달리는 건 이미 오래도록 겪어왔다.
그가 그것을 반길 때, 영혼의 혼 조각은 천천히 그의 지옥 안에서 떨었다.
ㅡ 당연한 일이다. 내가 깨달은 깨달음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당연함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를 방해하는 걸 그만둬라.]
ㅡ 그러면 내 동생은 살려둘건가 ?
[적어도 그렇게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겠지.]
ㅡ 개소리.
떨면서, 그의 심상 안에서 기어가듯 꿈틀거리며, 심상의 중심에 자리잡은 깨달음의 탑을 향해 움직였다.
한때 자신의 것이었던 것을 바라보며, 최유준이 천천히 되뇌인다.
ㅡ 내 동생은 나 같은 것과는 다르다. 너같은 쓰레기와도 다르다. 과연 네가 그것을 보고 참을 수 있을까.
[무슨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쾌락 살인마처럼 보는군.]
ㅡ 아닐리가 없지.
그 순간에, 이수현의 눈이 길게 가늘어졌다.
ㅡ 넌 죽일 이유가 있다면 그게 누가 됐든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놈이 아닌가.
그의 육신과 정신 모두를 경유하며 존재하는 지옥도의 안에서, 검게 타버린 혼이 열기를 품은 채 고동치고 있다.
기억도 지식도 앙화에 의해 잡아먹히고, 그저 부숴지지만 않았을 뿐이던 그것이.
마치 그것 안에 남은 열기를 토해내듯, 천천히 뇌까리고 있었다.
ㅡ 자기 부모도 그렇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이 구는 놈인 주제에.
운이 좋게 사실로 맞아떨어진 통한의 비판은 흘러넘긴 채.
ㅡ 내 동생을, 나같은 꼬라지로 만들지 않겠다는 말을 믿을리가 있나 • • •
그저, 그것이 힘을 쥐어짜내듯 하며 말하는 것을 듣는다.
탁, 탁하고.
그가 현실에서 손가락으로 바닥을 두들기고 있을 때, 혼의 조각이 품은 열기는 심상의 안에서부터 천천히 퍼진다.
무언가를 깨달을 것도 같았다.
기이한 일이지만,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정신이 나간 것 같은 혼조각의 말이라는 걸 한 순간 잊을 뻔 했다.
그저 그의 심상 안에서 보인 광경에 사고가 집중될 뿐이었다.
불을 품은 그것이, 조각나고 타들어간 주제에 제 자신을 끄집어내는 모습.
육신조차 잃어버리고, 사고할 뇌도 없는 것이 지혜를 짜내는 광경.
육신도 신경도 없음에도 불구하고...염원念願만은 남은 듯이 일렁이는 혼의 조각.
ㅡ • • • 그러니, 대가를 치루겠다.
[무엇으로 ? ]
본래라면 실소할 것 같은 말이었음에도 그는 한 순간이나마 진지하게 물었다.
그리고 그 말에 최유준의 혼은, 최유준은 짧게 답하며 깨달음이 적층된 염탑炎塔의 안으로 제 자신을 밀어넣었다.
ㅡ 내 모든 것으로.
그 순간에, 그가 먹어치웠던 깨달음이 쌓아올린 탑의 기반이 흔들리는 듯 했다.
아니, 기반이 아니다.
'깨달음...각인覺印이...'
ㅡ 불식不熄.
빼앗은 깨달음의 위로, 불타버린 혼이 녹아내리며 무언가가 쌓아올려진다.
환각처럼 아른거리는 심상心狀에 서리는 깨달음覺의 증명印이 새겨지는 것과 동시에 그의 사고 저편에 무언가가.
그도 모르는 정보 따위가 갑작스레 쑤셔박아지듯 드러나고 있었다.
ㅡ 불은 번진다. 살아가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먹어치워야 하니. 불이야말로 그러한 성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징표.
울고 있는 최유나.
얻어맞은 채 길거리를 떠도는 최유준.
외면하는 어머니, 술에 취한 채 집의 돈만을 빼가 노는 아버지.
훤히 그려질 법한 집안, 그가 불완전하게 혼을 불태우며 어렴풋이 읽어내렸던 기억이, 온전히 채워지는 진행.
ㅡ 그리고 그렇다면, 어째서 불은 번지는가.
깨달음을 구술하듯, 그것은 이미 죽어버린 와중에 얻은 지혜를 주절거린다.
귓가에 새겨지는 것만 같다.
그의 정신과 육신에 걸쳐진 지옥, 그 풍경 속을 채우던 용의 몸체가 일그러지듯 요동쳤다.
마치, 무언가에 반응하는 것만 같은 모습.
ㅡ 그것은 그저 불이라는 것이 제 자신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이건 깨달음에, 반하는 행동일텐데."
ㅡ 아니.
혼 그 자체가 녹아내리면서 윤회전생의 고리에 들어서지 못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최유준은 웃었다.
아니다. 최유준은 비웃었다.
그의 눈 앞을 스치듯 지나치는 모습.
얻어맞는 최유나를 지켜주지도 못한 채, 아버지가 요절하고, 어머니가 사라지고 나서야 자신이 할 일을 할 수 있던 남자.
그 남자는 그를 비웃고 있다.
마치, 그는 평생에 걸쳐도 그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처럼.
ㅡ 이게 내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그렇게 강제로 그의 머릿속에 최유나에 대한 지식을, 감정을, 마치 주박처럼...
그녀를 동정하게라도 만들어서 움직임을 제약하려는 것처럼 쑤셔박으면서 그것은 사그라든다.
그의 심상에서 폭발하듯 끓고 있던 염탑에 잿가루를 뿌리듯 회백색을 더한 그것은 천천히 흩어져내렸다.
남는 것은 마지막 말 뿐.
ㅡ 나는 이제 어찌 될지 모르겠다만 너는 만약 패배해 죽는다면, 내 동생에게 죽기를 바란다.
진동이 울려옴과 동시에 그의 눈이 찬찬히 뜨인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 말의 잔향만은 흐릿하게 마음에서부터 그의 귓가까지 맴돌았다.
ㅡ 그리고 죽을 때는 내 얼굴이 아니라 네 얼굴로 죽어라. 지옥조차 아닌 곳에서, 내가 널 알아볼 수 있도록.
"...웃기지도 않는군."
:: 2차 시련 시작. ::
깨달음은, 그로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앙화는, 어찌 되었든 간에 혼을 불태우는 데 성공했기 때문인지 추가로 보충되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전신과 결합한 마력이 이글거리며 오감을 크게 일궈낼 때, 그는 그 순간에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 24시간 동안 살아남거나 잡혈雜血을 처리하십시오. ::
반경 일백미터.
그 범위 안에 머무르고 있던 실혼인의 몸에 이질감이 생기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감각의 파악을 벗어났다.
강해진 것은 강해진 것이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ㅡ ■■■■■■■■ ㅡ ! ! !
ㅡ 우, 그그그극...크구구궁 !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부숴지고, 차가 뭉개지면서, 그것들이 위로 올라가며 감각을 벗어났을 뿐이다.
창 밖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보면서 그가 시선을 돌린다.
그 한켠에 담긴 모든 실혼인들은 허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허리도 아닌가.
"이런 미친."
어쩌면 발목 밖에 안 된다는 걸 자각했을 때, 육감이 읽어내리는 건 위에서 아래로 무언가가 짓밟는 듯한 광경.
하지만 반응이 늦어버린 건 그것이 짓밟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ㅡ 쿠그그가가가각 !!!
옥상 한켠에서 살아있던 듯한 실혼인이 거대화하는 풍경 아래로.
늘어나는 살점이 그의 시야 안을 가득 채웠다.
일순간에.
오십미터까지 확장된 거인의 발이, 그 자신을 짓밟아왔다.
붉은 빛의 안광.
보이고 있다.
그것이, 들여다 보고 있다.
ㅡ 그, 그, 그, 극.
그걸 느꼈을 때 그의 몸 안에서 피어오른 불길이 일렁였다.
소염蘇炎.
불길 속에 각인된 의념이 그의 안에서 들끓는 마魔를 체계화된 법法으로 일궈낸다.
그리고 그렇게 일궈내진 것이 그의 안에 자리잡은 지옥을 가리듯 번져올랐을 때.
눈을 마주할 적 길게 갈라졌던 눈이 제 상태로 돌아왔다.
"...바, 방해였어 ? "
그것의 정체를 지식이 명정하게 이른다.
그것은 용안龍眼이었다.
"그래."
용의 울음鳴을 담은 새벽녘의 흔적朝.
세상의 법칙과 개념을 꿰뚫어 보는 초월종의 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정안精眼의 최고봉에 위치하는 십안十眼 중의 하나.
그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도 잘 떠오르는 것은, 그 눈을 가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혁린.'
ㅡ 네가 넘어서지 못한 이유는 너 스스로 그것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 세상에 내려왔을 때 그 화신체化身體로 사용했던 것이 갖고 있던 눈.'
ㅡ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나 ?
'그 눈은...'
그것은 진정으로, 세상의 법칙이 유동하는 광경과 그 속에서 휘말리는 사람과 힘들을 꿰뚫어볼 수 있는 공능이 있었다.
분명하게 고유 특성이다.
아무리 지금 시점에는 그 급과 개발도가 낮다고 해도, 그의 마음을 피상적으로나마 읽어보려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는.
그 공능이라는 것은 명백하게 상리를 뛰어넘는 것일 수 밖에 없었다.
"꺼져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 ? 부르기 전까지는."
"그치만...뭔가 폭발하거나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서..."
지금 그가 읽히지 않은 것조차도 천운일 정도로 그러했던 것이다.
앙화가 없었다면 저항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앙화를 폭발적으로 퍼뜨릴 거염적융조의 깨달음이 없었다면 그의 심상을 가릴 수 없었다.
그 눈은 그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수련하고 실험하다 보면 그 정도 소리는 나와. 거염적융조는 폭염을 일으키는 게 기본이 되니까."
"...무언가가, 달랐는데."
어쩌면 그녀는 그저 천장을 본 것만으로 무언가 이상을 눈치챈 채 달려왔을지도 모르지.
그걸 생각하던 이수현은 뒤틀린 채 형성된 낯이 제 멋대로 움직이려는 걸 느끼고 한 손으로 가렸다.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의 마음 속 한편에서, 최유나를 찾으며 최유준이 울부짖는 소리가 불길에 가로막힌 채 울리고 있었다.
그것이 머리 속에 울릴 때마다 두통이 온다 해도, 연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닥치고 내려가서 준비나 해."
지금 그를 의심하는 듯하면서도 무언가 다르다는 듯 눈을 치켜뜨는 여자애에게, 최유준이 보였던 태도를 고스란히 고집했다.
그의 신분을 숨긴 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이점인지를 그는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겨우 그의 개인적인 감정과 반응 따위로 망쳐놓을 수는 없다.
ㅡ 내 여동생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지 마라...
'지가 하던 걸 그대로 따라 한건데, 이 미친 놈이.'
"머릿속에 울린 걸 들었을텐데."
"...충격에 대비하라던 그거 ? "
"그래."
그렇기 때문에 그가 최유준을 의태해서 말할 때.
긴가민가하며 그를 게슴츠레 바라보던 최유나가 한 걸음을 뒤로 물러갔다.
"그게...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는 거 아냐 ? "
어쩌면 그의 팔뚝에 힘줄이 솟으며, 당장이라도 때릴 것처럼 움직일 것 같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그는 실제 때릴 생각은 없었으니 그저 눈 앞의, 용안 사용자가 방심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일.
주의가 돌아간다.
이상함은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는 무언가 더 덧붙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ㅡ 감히, 내 얼굴을 뒤집어쓰고 그딴 짓을...!
'너는 다행으로 여겨야지.'
그게 다행이었다.
적어도 그는 그 순간에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면 그녀를 죽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그런 생각을 문득 했기 때문에.
"적어도 이 메세지...가 쓰잘데기없는 말은 안 했겠지."
그렇기에 그녀의 말에 답하며 그녀에게 손짓해서 물러가라고 전했다.
"충격에 대응하라는 말을 의미없이 던질 거라면 오히려 안 말했을거다.
그리고 시련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았을 거고. 이 골빈 년아."
"...나, 나 그렇게 성적 나쁘지 않은데."
"체육 성적만 좋은 거잖아, 이 밥버러지야. 그러니까 꺼져서 준비나 하고 오라고."
지금은, 아직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아무리 제대로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에게 아무렇지 않게 욕설이 나온다 해도.
그는 최유준을 따라할 준비도, 능력도 아직은 채워지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유나가 상처받은 듯이, 그렇지만 익숙한 듯 뒷걸음질치며 방 바깥으로 나갈 때.
생각한 것이다.
'더 빨리 태워야 한다.'
이 상태는, 위험했다.
평정이 흔들리고 있다.
그것을 느낀 채 그의 시선이 어둠 속으로 향하고, 앙화가 일렁인다.
• • • 최유준의 혼을 갈아버리듯이 불길이 이빨을 드러내며 소염의 흔적이 심상에 남았다 • • •
*
결과적으로, 그는 최유준의 혼을 갈아버리는 데 실패했다.
거염적융조.
폭융爆融을 기본 골자로 하는 염마도술의 깨달음을 그에게서 앗아가버렸다고 해도 그렇다.
세차례에 걸쳐서 심상을 경유하는 앙화로 그 혼을 갈아버리려고 했으나, 그 혼이 무너지지 않은 채 비명만 내지르고 있음을 깨달은 이후로는 마력을 움직일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몇번을 더 행해도 명백하게 동일한 결과만 나올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불가능하다.'
ㅡ 왜 내게 이런 짓을 하는거냐 ! 왜 !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
'앙화의 격은 이미 알아봤다. 영혼이라는 것을 몇번이고 불태웠는데, 이런 것이라 해서 태우지 못할 이유가 없어.'
ㅡ 너도 이런 처지가 될거다 ! 너만은 무사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
'그런데, 왜 다른 것들과 달리 이 놈만 어느 정도 불탄 채로 남아있는거지.'
ㅡ 네 놈이라고 언제까지고 패배하지 않을 수 있는지 두고 보자 !
그리고 그것을 생각하던 와중, 마음 속 저편에서 울려오는 말에 눈을 찡그린 채 그는 읊조렸다.
염원念願.
마력을 이끄는 의지의 발로를 너무나도 당연히 말 한 마디에 새겨넣으면서다.
[내가 지면.]
심상의 안에 의지를 새김으로서 현실에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마법.
그것과 동일한 원리였다. 그의 정신 안에서 찌그러진 혼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명확히 의지가 전해졌다.
[네 여동생도 같은 처지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건가 ? ]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말에 담긴 어처구니없음도 동일하게 전해졌겠지.
멍청한 것을 보거나, 경멸하는 듯한 어조.
최유준의 혼이었던 것은 그것을 알아챌 수 있을 터였다.
애초에 그러라고 전한 것이었다.
ㅡ 내 여동생 ?
도리어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것은 이지도 무엇도 없는 혼 조각에 불과하다는 뜻일테니.
그는 이 환청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될 것이었음을 알기에 그는 더더욱 그걸 바랬다.
ㅡ 내, 여동생...
그리고 찰나.
ㅡ ...진다면, 죽을 뿐이지.
그저 혈기넘치고 멍청하게 소리치던 영혼의 소리가 줄어든다.
[너처럼 말인가 ? ]
ㅡ 그래. 그렇다.
멍청하게 소리지르기만 하던 모습에서 변했다.
놈이 말하는 것 안에서 이지라는 게 느껴지니, 그제서야 그의 마음도 조금은 편해졌다.
소통할 수 없는 것과 소통할 수 있는 것에는 이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 따위에게 시달리는 건 이미 오래도록 겪어왔다.
그가 그것을 반길 때, 영혼의 혼 조각은 천천히 그의 지옥 안에서 떨었다.
ㅡ 당연한 일이다. 내가 깨달은 깨달음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당연함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를 방해하는 걸 그만둬라.]
ㅡ 그러면 내 동생은 살려둘건가 ?
[적어도 그렇게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겠지.]
ㅡ 개소리.
떨면서, 그의 심상 안에서 기어가듯 꿈틀거리며, 심상의 중심에 자리잡은 깨달음의 탑을 향해 움직였다.
한때 자신의 것이었던 것을 바라보며, 최유준이 천천히 되뇌인다.
ㅡ 내 동생은 나 같은 것과는 다르다. 너같은 쓰레기와도 다르다. 과연 네가 그것을 보고 참을 수 있을까.
[무슨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쾌락 살인마처럼 보는군.]
ㅡ 아닐리가 없지.
그 순간에, 이수현의 눈이 길게 가늘어졌다.
ㅡ 넌 죽일 이유가 있다면 그게 누가 됐든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놈이 아닌가.
그의 육신과 정신 모두를 경유하며 존재하는 지옥도의 안에서, 검게 타버린 혼이 열기를 품은 채 고동치고 있다.
기억도 지식도 앙화에 의해 잡아먹히고, 그저 부숴지지만 않았을 뿐이던 그것이.
마치 그것 안에 남은 열기를 토해내듯, 천천히 뇌까리고 있었다.
ㅡ 자기 부모도 그렇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이 구는 놈인 주제에.
운이 좋게 사실로 맞아떨어진 통한의 비판은 흘러넘긴 채.
ㅡ 내 동생을, 나같은 꼬라지로 만들지 않겠다는 말을 믿을리가 있나 • • •
그저, 그것이 힘을 쥐어짜내듯 하며 말하는 것을 듣는다.
탁, 탁하고.
그가 현실에서 손가락으로 바닥을 두들기고 있을 때, 혼의 조각이 품은 열기는 심상의 안에서부터 천천히 퍼진다.
무언가를 깨달을 것도 같았다.
기이한 일이지만,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정신이 나간 것 같은 혼조각의 말이라는 걸 한 순간 잊을 뻔 했다.
그저 그의 심상 안에서 보인 광경에 사고가 집중될 뿐이었다.
불을 품은 그것이, 조각나고 타들어간 주제에 제 자신을 끄집어내는 모습.
육신조차 잃어버리고, 사고할 뇌도 없는 것이 지혜를 짜내는 광경.
육신도 신경도 없음에도 불구하고...염원念願만은 남은 듯이 일렁이는 혼의 조각.
ㅡ • • • 그러니, 대가를 치루겠다.
[무엇으로 ? ]
본래라면 실소할 것 같은 말이었음에도 그는 한 순간이나마 진지하게 물었다.
그리고 그 말에 최유준의 혼은, 최유준은 짧게 답하며 깨달음이 적층된 염탑炎塔의 안으로 제 자신을 밀어넣었다.
ㅡ 내 모든 것으로.
그 순간에, 그가 먹어치웠던 깨달음이 쌓아올린 탑의 기반이 흔들리는 듯 했다.
아니, 기반이 아니다.
'깨달음...각인覺印이...'
ㅡ 불식不熄.
빼앗은 깨달음의 위로, 불타버린 혼이 녹아내리며 무언가가 쌓아올려진다.
환각처럼 아른거리는 심상心狀에 서리는 깨달음覺의 증명印이 새겨지는 것과 동시에 그의 사고 저편에 무언가가.
그도 모르는 정보 따위가 갑작스레 쑤셔박아지듯 드러나고 있었다.
ㅡ 불은 번진다. 살아가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먹어치워야 하니. 불이야말로 그러한 성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징표.
울고 있는 최유나.
얻어맞은 채 길거리를 떠도는 최유준.
외면하는 어머니, 술에 취한 채 집의 돈만을 빼가 노는 아버지.
훤히 그려질 법한 집안, 그가 불완전하게 혼을 불태우며 어렴풋이 읽어내렸던 기억이, 온전히 채워지는 진행.
ㅡ 그리고 그렇다면, 어째서 불은 번지는가.
깨달음을 구술하듯, 그것은 이미 죽어버린 와중에 얻은 지혜를 주절거린다.
귓가에 새겨지는 것만 같다.
그의 정신과 육신에 걸쳐진 지옥, 그 풍경 속을 채우던 용의 몸체가 일그러지듯 요동쳤다.
마치, 무언가에 반응하는 것만 같은 모습.
ㅡ 그것은 그저 불이라는 것이 제 자신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이건 깨달음에, 반하는 행동일텐데."
ㅡ 아니.
혼 그 자체가 녹아내리면서 윤회전생의 고리에 들어서지 못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최유준은 웃었다.
아니다. 최유준은 비웃었다.
그의 눈 앞을 스치듯 지나치는 모습.
얻어맞는 최유나를 지켜주지도 못한 채, 아버지가 요절하고, 어머니가 사라지고 나서야 자신이 할 일을 할 수 있던 남자.
그 남자는 그를 비웃고 있다.
마치, 그는 평생에 걸쳐도 그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처럼.
ㅡ 이게 내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그렇게 강제로 그의 머릿속에 최유나에 대한 지식을, 감정을, 마치 주박처럼...
그녀를 동정하게라도 만들어서 움직임을 제약하려는 것처럼 쑤셔박으면서 그것은 사그라든다.
그의 심상에서 폭발하듯 끓고 있던 염탑에 잿가루를 뿌리듯 회백색을 더한 그것은 천천히 흩어져내렸다.
남는 것은 마지막 말 뿐.
ㅡ 나는 이제 어찌 될지 모르겠다만 너는 만약 패배해 죽는다면, 내 동생에게 죽기를 바란다.
진동이 울려옴과 동시에 그의 눈이 찬찬히 뜨인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 말의 잔향만은 흐릿하게 마음에서부터 그의 귓가까지 맴돌았다.
ㅡ 그리고 죽을 때는 내 얼굴이 아니라 네 얼굴로 죽어라. 지옥조차 아닌 곳에서, 내가 널 알아볼 수 있도록.
"...웃기지도 않는군."
:: 2차 시련 시작. ::
깨달음은, 그로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앙화는, 어찌 되었든 간에 혼을 불태우는 데 성공했기 때문인지 추가로 보충되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전신과 결합한 마력이 이글거리며 오감을 크게 일궈낼 때, 그는 그 순간에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 24시간 동안 살아남거나 잡혈雜血을 처리하십시오. ::
반경 일백미터.
그 범위 안에 머무르고 있던 실혼인의 몸에 이질감이 생기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감각의 파악을 벗어났다.
강해진 것은 강해진 것이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ㅡ ■■■■■■■■ ㅡ ! ! !
ㅡ 우, 그그그극...크구구궁 !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부숴지고, 차가 뭉개지면서, 그것들이 위로 올라가며 감각을 벗어났을 뿐이다.
창 밖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보면서 그가 시선을 돌린다.
그 한켠에 담긴 모든 실혼인들은 허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허리도 아닌가.
"이런 미친."
어쩌면 발목 밖에 안 된다는 걸 자각했을 때, 육감이 읽어내리는 건 위에서 아래로 무언가가 짓밟는 듯한 광경.
하지만 반응이 늦어버린 건 그것이 짓밟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ㅡ 쿠그그가가가각 !!!
옥상 한켠에서 살아있던 듯한 실혼인이 거대화하는 풍경 아래로.
늘어나는 살점이 그의 시야 안을 가득 채웠다.
일순간에.
오십미터까지 확장된 거인의 발이, 그 자신을 짓밟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