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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3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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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19[AA/잡담판]【천상으로 향하는 천마신교 35F】

작성자 正道第一劍◆IladtgNXUe작성일 2026-01-16 (금) 03:55:35갱신일 2026-01-20 (화) 02: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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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결말이었다.

고작해야 심장을 어째서 쑤시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고민한 것에 돌아올 결과로는 너무 허망했다.

하광검문의 상징인 백연검白緣劍의 검신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와, 쓰러진 여인의 몸.

모두가 나를 지나쳐간다.

팔을 넘어서 어깨죽지까지 모조리 잘려나간 백유리의 잘려나간 팔에서 사라지는 용의 머리.

제압하는 건지 확보하는 건지 모르게 다가가 혈을 점하며 출혈을 막는 지도관.

뒤돌아서서, 창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

그 표정이 이상하다.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는 듯 했다가, 어째선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왜일까.

그것이 궁금했지만, 그 이유를 알게 되는 일도 없었다.

사인에 대응하기 위해 출동한 듯한 하광검문의 문도가 왔을 때 그녀가 수행해야 했던 건 소문주로서의 역할이니.

천천히, 그녀는 가까이 오려 하다 실패한 채 멀어져간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사태 이후 나를 호출한 황혈진의 부름에 반응했다.

사인의 피에 접했기 때문에 생겼을지 모를 장독의 오염을 확인하겠다는 말.

거부할 이유는 없다.

나는 그것에 응했다.




*




할 일이 없었는데도 그 이후로 시간이 오래 흘렀다.

학교 부지 안에 건물이라고 해야 할지, 전문적인 의관이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대학교까지 통합되어 있는 배명학원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앉았다.

그렇게 불이 껌뻑이는 복도에서 1시간을 검사 결과를 대기하며 흘려 보냈다.

"표정이 썩 좋지는 않구나."

그럴 때에 목소리는 벤치 옆의 벽에서부터 어느샌가 흘러들어왔다.

분명히 사람이 있는데도, 껌뻑이는 불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한다.

현검자는, 그렇게 기다리는 중에 홀연히 나타났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그렇습니까 ? "

"학생이라 해도 무고한 이들은 다섯 이하, 관객까지 합해도 무고한 사상자는 열이다.

사인 하나 하나가 왠만한 일류 수준을 능가하는 요마妖魔인 것이 서른은 갑작스레 나타났단 걸 생각하면 • • •

그 정도 수를 마주하고서 죽은 사람이 겨우 그 정도 뿐이라, 너를 호위로 맡긴 내 면은 확실하게 섰지.

특히 신가의 여식을 치려던 양동 병력도 내외의 호응이 없어서 어렵지 않게 격파했으니까."

"그렇, 군요."

"그런데. 천성이, 네 마음은 영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구나."

어쩌다 이런 순간에 현검자는 나타난걸까.

그렇게 자문하자다가도 썩 어렵지 않게 답이 나왔다.

이 정도 사태가 있었다면, 현검자도 문도에게 보고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리라.

사태가 그렇게까지 거대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신씨세가 이후에 최초로 이뤄진 습격이니까.

손을 쥐었다 폈다.

"분한 것이냐 ? 너 스스로 대응하지 못하고, 초아를 불러야 했던 것이."

그렇지는 않았다.

비록 내가 ■■■와 같은 신맥神脈과 지체持體의 자질을 타고나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시간을 살아도 ■■■와 비슷한 성취를 갖지 못했다고 해도 그랬다.

"그도 아니면, 죽은 학생과 안면식이라도 있었느냐 ? "

아니, 비슷한 성취를 갖게 된다 해도 결국에 검문이 논하는 무공의 극점에 다다르지 못할터이지만.

지금 고민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백유리가 쓰러져 제압되던 때의 기억.

"스승님."

스스로 마음 먹은 것은, 나 때문에 죽은 둘을 살려야 한다는 것.

백유리가 혼수상태인 지금을 넘어서면 아침으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

아니, 진실되게 말한다면 백유리가 제압되는 그 순간에 심장에 칼을 꽂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사람답게 산다는 건, 어렵군요."

그리고 그 망설이는 이유를 어느 순간, 불현듯이 알았을 때.

어느 순간 흘러넘치듯 감정이 넘쳤을 뿐이었다.

ㅡ 질려버린 것 같은 눈이네요.

그저 지금까지 회귀하며 없어져버린 시간 중의 하나일 뿐인 그 말.

ㅡ 사는 것에, 질려버린 것 같은 눈.

그런데도 어째서 나는, 그 말을 나눴던 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에 망설이고 있는가.

눈을 찬찬히 감을 적 희미하게 자색의 기운이 스쳐지나가는 듯 하다.

내리쬐는 햇볕.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움직임. 멀고도 가까웠던, 그 보라빛 눈동자와의 간격.

"해본 적 없는 일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글쎄."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보다도, 그것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홀려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너무 밝은 기억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그것만큼 힘든 일도 없는 법이지 • • • "

삶의 마지막 순간에, 누구에게도 찾아지지 못한 채 끝내 굶어 죽었던.

그런 사람이 느끼기에는 너무 과분한 것이라서, 오래도록 흔들려버렸다.

"무슨 일인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좋다."

천천히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듯한 현검자의 손길이 느껴지고.

조용한 병원의 복도 한켠에서 소리가 울릴 적에, 마음은 침잠한다.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나 • • • "

생각은 뒤얽혔다. 해야 할 행동이라는 것에 대한 판단이 흔들린다.

고적하고, 느릿하게.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거라."

어느 순간, 현검자가 나타났을 때와 비슷하게 홀연히 사라지고 나서도 생각이 이어졌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행하는 회고.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생각과, 그저 내 욕심에 불과할지 모르겠는 망설임이 부딪힌다.

얽매이듯이 그런 생각을, 다른 사람이 찾아와 만나러 왔을 적에도 계속해서 하며.

사람도, 시간도, 장소도 모조리 지나치며 헤매였을 때.

몸이 어느 순간 저절로 움직였다.

ㅡ 스르릉 • • •

달빛을 검신에 담듯이, 뽑혀져 나온 검은 고요히 울고 있었다.

광하검혼光下劍魂의 자세를 취한 몸은 이전까지와 어떤 차이도 없으나.

그 안에 담긴 것에 차이가 있다.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느낀 순간에 홀연히 검이 움직인다.

진광십육검盡光十六劍의 검로가, 빛을 받아내듯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