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100여관◆zAR16hM8he(f85ea685)2026-05-13 (수) 17:57:26
《왕관들의 낮잠 시간》

3장. 깨어나는 법

가장 먼저 깨어난 것은 창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창문이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오후의 빛이 조금 기울며, 얇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색이 바뀌었다.
낮의 흰빛이 조금 누그러지고, 늦은 오후의 금빛이 여관 바닥 위에 길게 누웠다.

그 빛이 푸리나의 손끝에 닿았다.

푸리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을 조금 움직였다.

옆 탁자 위에 놓인 왕관은 그대로 있었다.

도망가지 않았다.
사라지지도 않았다.
누가 대신 써버리지도 않았다.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푸리나는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아직 있네.”

죠니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왕관이 혼자 걸어가면 그건 좀 무섭지.”

푸리나는 눈을 떴다.

죠니는 의자에 기대 앉아 있었다. 자다 깬 얼굴이었지만, 이미 빵 조각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푸리나는 그걸 보고 말했다.

“일어나자마자 먹어?”

“안 잤다고 우기는 것보단 낫잖아.”

“잤어?”

“조금.”

“정말?”

“반쯤.”

푸리나는 웃었다.

“그럼 반쯤 성공이네.”

죠니는 빵을 씹으며 말했다.

“오늘은 다들 그 정도면 성공이지.”

푸리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담요가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그녀는 자기 옆에 놓인 왕관을 보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아직 쓰지 않았다.

대신 왕관 옆에 손을 올려두었다.

“나 얼마나 잤어?”

죠니는 창밖을 보았다.

“충분히.”

“그게 몇 분인데?”

“충분히.”

“죠니.”

“그레이처럼 분 단위로 재야 해?”

푸리나는 생각했다.

“아니. 오늘은 안 재도 될 것 같아.”

죠니는 살짝 눈썹을 올렸다.

“오.”

“왜?”

“성장했네.”

푸리나는 살짝 우쭐한 얼굴을 했다.

“그렇지?”

“응. 낮잠 한 번에 이 정도면 효율 좋네.”

“그 표현은 좀 그레이다워.”

“그레이한테 물들었나 보지.”

그때 그레이가 아주 작게 움직였다.

장부를 품에 안은 채 의자에 앉아 있던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말했다.

“정산은…….”

죠니가 바로 말했다.

“안 해도 돼. 아직.”

그레이는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안 할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나중에…… 하겠습니다.”

푸리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죠니도 잠깐 말을 잃었다.

그레이가 “나중에”를 인정했다.

이것은 분명 낮잠의 효과였다.

하융이 반쯤 졸린 얼굴로 회색 창호를 보다가 말했다.

“이 가능성은 매우 드물었소.”

그레이는 즉시 눈을 조금 더 떴다.

“하융 경. 기록하지 말아주십시오.”

“알겠소.”

죠니가 낮게 말했다.

“오늘 비공개가 많네.”

푸리나는 웃었다.

“좋은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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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은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민다우가스는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문을 보았다.

문은 그대로 있었다.

창문도 그대로였다.

도끼도 손 닿는 곳에 있었다.

그리고 아스테르다스는 바로 옆에서 하프를 품에 안고 졸고 있었다.

민다우가스는 잠시 그 모습을 보았다.

그는 크게 웃으려다가, 멈췄다.

아스테르다스가 아직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낮게 말했다.

“전술적 가치는 부족했으나, 휴식 효과는 인정해야겠군.”

아스테르다스는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칭찬이야?”

“평가다.”

“대공식 칭찬이네.”

민다우가스는 웃었다.

이번에는 조금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 깨어 있었나?”

아스테르다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반쯤.”

“오늘은 반쯤이 유행이군.”

아스테르다스는 하프 줄을 가볍게 튕겼다.

짧은 소리였다.

민다우가스는 그 소리를 듣고 말했다.

“다음에는 그 선율을 조금 더 길게 해도 좋다.”

아스테르다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민다우가스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전술적 가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병사들이 잠들기에는 충분할지도 모르지.”

아스테르다스는 환하게 웃었다.

“대공, 그거 엄청난 칭찬이야.”

“과장하지 마라. 병사들의 수면 효율을 말했을 뿐이다.”

죠니가 멀리서 말했다.

“민다우가스도 참 어렵게 말하네.”

아스테르다스는 웃었다.

“그래도 알아들을 수 있으면 됐지.”

민다우가스는 손을 뻗어 도끼를 들었다.

그러나 곧바로 허리에 차지는 않았다.

조금 더 옆에 두었다.

아스테르다스는 그걸 보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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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는 소피아보다 조금 늦게 눈을 떴다.

아니, 정확히는 소피아가 먼저 깼지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벨라의 손이 아직 자기 손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소피아는 한동안 조용히 그 손을 바라보았다.

왕의 손.

성벽을 세우고, 명령을 내리고, 문을 닫고, 다시 열어야 하는 손.

그 손은 잠든 동안에도 단단했다.

하지만 따뜻했다.

소피아가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이자, 벨라가 눈을 떴다.

“깼느냐.”

“네.”

“불편했나.”

“아니요.”

소피아는 조금 웃었다.

“따뜻했어요.”

벨라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짧게 말했다.

“좋다.”

소피아는 담요를 접으려 했다.

벨라가 막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담요는 모서리를 맞춰 접어라.”

“네.”

“구겨진 채 두면 다음 사람이 덮기 어렵다.”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사람을 위해 접는 거군요.”

벨라는 딸을 보았다.

“그렇다.”

소피아는 담요 모서리를 맞췄다.

조금 삐뚤었다.

벨라는 손을 뻗어 한쪽을 바로잡아주었다.

“이렇게.”

“네.”

그것은 단지 담요 접는 법이었다.

하지만 소피아에게는 성벽을 세우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음 사람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모서리를 맞추는 일.

죠니가 그 모습을 보다가 작게 말했다.

“헝가리는 담요도 요새처럼 접네.”

벨라는 들었다.

“흐트러진 담요는 추위를 막지 못한다.”

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네.”

푸리나는 웃었다.

“죠니가 졌어.”

“진 게 아니라 인정한 거야.”

“그게 진 거랑 뭐가 달라?”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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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아 쪽은 조금 더 조용하게 깨어났다.

요안나는 먼저 눈을 떴다.

그녀는 자기 곁에 놓인 빵 조각과, 미하일라가 아직 손에 쥐지 않은 편지를 보았다.

미하일라는 의자에 기대 아주 짧게 잠들어 있었다.

정말 짧았다.

그러나 그 짧은 잠은 전투와 행정과 칙령 사이에서 훔쳐낸 휴식처럼 소중해 보였다.

요안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루나리아도 조용히 손짓으로 모두를 멈췄다.

카를로타는 발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 작은 침묵을 깨운 것은 미하일라 자신이었다.

그녀는 눈을 떴다.

그리고 곧장 몸을 바로 세우려 했다.

루나리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천천히 하십시오.”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얼마나 지났지?”

요안나가 대답했다.

“충분히요.”

미하일라는 죠니와 같은 답을 들은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대답은 계산에 적합하지 않다.”

요안나는 웃었다.

“그래도 오늘은 괜찮잖아요.”

미하일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손을 보았다.

손의 힘이 조금 풀려 있었다.

카를로타가 말했다.

“손목 긴장이 줄었습니다.”

미하일라는 낮게 말했다.

“보고할 필요 없다.”

루나리아는 미소 지었다.

“좋은 일은 보고해도 됩니다.”

“짐의 낮잠이 좋은 일인가.”

요안나는 바로 대답했다.

“네.”

너무 빠른 대답이었다.

미하일라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대는 그런 질문에 망설임이 없군.”

“중요한 질문이 아니니까요.”

“아니다. 그대에게는 중요했을 것이다.”

요안나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그럼 더더욱 망설이고 싶지 않았어요.”

미하일라는 편지를 집어 들었다.

편지의 가장자리는 구겨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보류했었다.

아직도 보류 중이었다.

그러나 편지는 버려지지 않았다.

요안나는 그걸 보았다.

미하일라는 말했다.

“빵은 남았나.”

요안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네.”

“차도.”

루나리아가 바로 준비했다.

카를로타는 조용히 접시를 가져왔다.

미하일라는 그들을 보며 낮게 말했다.

“니케아의 신하들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포위망을 형성하는군.”

요안나는 빵을 놓으며 말했다.

“오늘은 좋은 포위망이에요.”

미하일라는 반박하지 않았다.


---

라이자는 눈을 뜨자마자 자기 손을 보았다.

손에는 은꽃 바늘이 없었다.

담요에도 은꽃 자수가 없었다.

그녀는 잠시 아쉬운 얼굴을 했다.

그러다 옆에서 아주 뻣뻣하게 앉아 있는 호흐마이스터를 보았다.

호흐마이스터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목 뒤에는 작은 은꽃 베개가 있었다.

라이자는 속삭였다.

“잤어?”

호흐마이스터는 잠시 침묵했다.

“부분 휴식 상태였습니다.”

“그게 잔 거야?”

“완전 수면은 아닙니다.”

“그러면 반쯤?”

“그 표현은 정확하지 않지만, 수용 가능합니다.”

라이자는 웃었다.

“오늘은 다들 반쯤 자네.”

호흐마이스터는 베개를 손에 들고 살펴보았다.

“목 지지 효과는 검증되었습니다.”

“마음은?”

호흐마이스터는 조금 늦게 대답했다.

“조용해진 상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라이자는 손뼉을 치려다가, 아직 자는 사람이 있을까 봐 멈췄다.

대신 아주 작게 손가락을 맞댔다.

“성공.”

호흐마이스터는 베개를 다시 접었다.

“보급품으로 대량화하기에는 비용과 부피 문제가 있습니다.”

라이자는 바로 말했다.

“그럼 지휘관용?”

호흐마이스터는 생각했다.

“장거리 지휘 피로 완화 용도로 검토 가능합니다.”

그레이가 반쯤 졸린 상태로도 반응했다.

“예산 검토 필요.”

라이자는 작게 웃었다.

“그레이, 자면서도 예산 말해.”

죠니가 말했다.

“그게 그레이답지.”

그레이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듣고 있습니다.”

모두가 잠시 조용해졌다.

푸리나가 속삭였다.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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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의 세 차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깨어났다.

레플리카는 조용히 눈을 떴고, 가장 먼저 약초 향의 농도를 확인했다.

“너무 진하지 않았군요.”

알렉산드리나는 자세가 조금 흐트러진 채 깨어났다.

그녀는 잠시 자신의 어깨가 의자에 기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 멋쩍은 듯 자세를 바로 했다.

스토얀카는 창가에서 눈을 뜨자마자 말했다.

“재미없게 잘 잤네.”

레플리카가 말했다.

“좋은 일입니다.”

“너한테는 그렇겠지.”

알렉산드리나는 낮게 말했다.

“오늘은 저도 동의합니다.”

스토얀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꿈에서 꽃이 하나도 안 찔렀어.”

레플리카가 그녀를 보았다.

“정말입니까?”

스토얀카는 웃었다.

“아니, 하나는 찔렀어.”

레플리카의 눈이 가늘어졌다.

스토얀카는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물 주러 온 손은 안 찔렀어. 만족해?”

레플리카는 잠시 침묵했다.

“……오늘만큼은.”

알렉산드리나는 조금 웃었다.

“그것도 진전이군요.”

스토얀카는 기지개를 켰다.

“너희 둘이 나를 훈육하는 꿈은 꾸고 싶지 않았는데.”

레플리카는 조용히 말했다.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스토얀카는 웃음을 터뜨렸다.

불가리아의 낮잠은, 적어도 큰 사고 없이 끝났다.

그레이는 그것만으로도 장부에 적고 싶었지만, 아직 졸려서 적지 못했다.

좋은 일이었다.


---

아레는 가장 늦게 움직였다.

사실 그녀가 잤는지, 깨어 있었는지 푸리나는 알 수 없었다.

아레는 처음과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만 눈가가 조금 더 고요해 보였다.

푸리나는 다가갔다.

“아레, 잤어?”

아레는 푸리나를 보았다.

“조금.”

“정말?”

“그래. 아주 조금.”

푸리나는 이상하게 기뻤다.

“다행이다.”

아레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나보다 그대가 더 깊이 잤단다.”

푸리나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봤어?”

“숨소리가 깊었지.”

“아레는 그런 것도 들어?”

“전장에서 돌아온 이의 숨소리는, 때로 말보다 많은 것을 알려준단다.”

푸리나는 잠시 조용해졌다.

아레는 창가를 보았다.

“오늘은 많은 숨이 조금 깊어졌구나.”

그 말은 큰 칭찬처럼 들렸다.

푸리나는 작게 말했다.

“좋은 일이네.”

“그래. 좋은 일이지.”

타마르는 그 옆에서 눈을 떴다.

그녀는 꿈과 깨어남의 경계에서 돌아온 듯 보였다.

“낮잠은 참으로 귀엽군요.”

죠니가 지나가다 말했다.

“낮잠이 귀여워?”

타마르는 웃었다.

“죽음과 닮았는데, 금방 배가 고파져 깨어난답니다. 귀엽지 않나요?”

죠니는 잠시 멈췄다.

“그렇게 말하니까 좀 이상한데, 틀린 말은 아니네.”

푸리나는 생각했다.

“죽음과 닮았는데 배고파서 깨어나는 안식.”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여운 것 같기도 해.”

그레이가 작게 말했다.

“철학적 표현은 식후로 미뤄주십시오.”

죠니가 말했다.

“그레이 완전히 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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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트는 매우 단정하게 깨어났다.

그녀는 가장 먼저 검을 확인했다.

검은 품 안이 아니라, 손이 닿는 곳에 그대로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에 조금 안도했다.

푸리나가 다가가 물었다.

“잘 잤어?”

아스트리트는 생각했다.

“행사 내용과 실제 경험이 일치했습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그건 칭찬이야?”

아스트리트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큰 칭찬입니다.”

푸리나는 환하게 웃었다.

“좋아!”

아스트리트는 덧붙였다.

“검술 시연은 없었고, 요리대회도 없었으며, 편지극도 없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지휘권 이양도 없었습니다.”

“응. 없었지.”

“따라서 성공적인 휴식 행사였습니다.”

그레이가 멀리서 말했다.

“동의합니다.”

푸리나는 두 손을 번쩍 들고 싶었지만, 아직 졸린 사람들이 있어서 참았다.

대신 아주 작게 주먹을 쥐었다.

“성공.”

죠니가 보며 말했다.

“조용한 승리네.”

“응.”

푸리나는 작게 웃었다.

“오늘은 조용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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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식은 눈을 뜬 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토는 그 옆에서 이미 깨어 있었다.

아카식은 그걸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안 잤지?”

알토는 대답했다.

“조금 잤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많이 줄인 말투네.”

“정확합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나는?”

“주무셨습니다.”

“기록했어?”

“아니요.”

아카식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알토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말했다.

“다만 기억했습니다.”

아카식은 그를 보았다.

“어땠어?”

“평온했습니다.”

아카식은 조금 놀란 듯했다.

“내가?”

“예.”

아카식은 말없이 천장을 보았다.

“그건 좀 낯설다.”

알토는 조용히 말했다.

“낯선 기록도 필요합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방금은 기록이라고 했네?”

알토는 잠시 멈췄다.

“기억입니다.”

“늦었어. 들었어.”

“정정합니다.”

아카식은 즐겁게 웃었다.

하지만 더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기록장을 들었다.

쓰려다가, 다시 닫았다.

“오늘은 한 줄만.”

알토가 물었다.

“무엇이라 쓰시겠습니까?”

아카식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왕관들이 잤다.”

알토는 그를 보았다.

아카식은 웃었다.

“너무 짧아?”

“아니요.”

알토는 낮게 말했다.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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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의 오후는 서서히 다시 소리를 되찾았다.

찻잔이 부딪히는 소리.
담요를 접는 소리.
조용한 웃음.
누군가 물을 따르는 소리.
아직 졸린 아이가 하품하는 소리.

그러나 그 소리들은 낮잠 전보다 조금 낮았다.

사람들이 서로를 깨우지 않으려 조심하는 습관이 남았기 때문이다.

푸리나는 자기 왕관을 들었다.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머리 위에 올렸다.

왕관은 아까보다 무겁지 않았다.

아니, 무게는 같았다.

다만 푸리나의 목이 조금 쉬었을 뿐이다.

죠니가 물었다.

“어때?”

푸리나는 왕관을 만져보았다.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아.”

죠니는 말했다.

“왕관이?”

“아니.”

푸리나는 웃었다.

“내가.”

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네.”

그레이는 장부를 펼쳤다.

푸리나는 긴장했다.

“벌써 정산?”

“아닙니다. 행사 종료 기록입니다.”

“아.”

그레이는 천천히 적었다.

왕관들의 낮잠 시간.
참석자 다수 휴식 성공.
중대한 사고 없음.
즉흥 행사 없음.
꿈속 선전포고 없음.
잠꼬대 공식 발언 처리 없음.
라플리 경 마력 알람 없음.
스토얀카 전하 꽃가루 장난 없음.
푸리나 폐하 실제 수면 확인.

푸리나가 마지막 줄을 보고 말했다.

“그건 빼도 되지 않아?”

그레이는 단호했다.

“핵심 성과입니다.”

죠니가 말했다.

“맞네.”

푸리나는 입술을 삐죽였지만, 지우라고 하지 않았다.

그레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마지막 한 줄을 더 적었다.

휴식은 행사보다 조용했으나, 효과는 명확함.

여관의 성좌가 그것을 보고 미소 지었다.

“좋은 기록입니다.”

그레이는 아주 조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푸리나는 그 문장을 보았다.

“휴식은 행사보다 조용했으나, 효과는 명확함.”

그녀는 따라 읽었다.

“그레이답고 좋은 말이네.”

그레이는 대답했다.

“보고입니다.”

아카식이 멀리서 웃었다.

“오늘 보고라는 말 유행하네.”

알토가 말했다.

“보고도 때로는 위로가 됩니다.”

아카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오늘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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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더 기울기 전, 여관의 성좌는 마지막 차를 따랐다.

낮잠 뒤의 차였다.

사람들은 이제 완전히 깨어나 있었다.

아니, 완전히는 아니었다.

조금 느리게 깨어나 있었다.

그 정도가 좋았다.

민다우가스는 차를 들고 말했다.

“낮잠은 전술적으로 재검토할 가치가 있군.”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그냥 좋았다고 해도 돼.”

“좋았다.”

아스테르다스가 놀랐다.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었다.

“하하! 왜 놀라나. 내 망치가 가끔은 옳은 말을 하니, 왕도 가끔은 간단히 답해야지.”

벨라는 소피아에게 말했다.

“다음 행군에도 낮잠 시간을 넣어라.”

소피아는 눈을 크게 떴다.

“정말요?”

“짧게.”

“네.”

미하일라는 차를 마시며 말했다.

“과도한 휴식은 질서를 흐릴 수 있다.”

요안나가 웃었다.

“적절한 휴식은 질서를 지킬 수 있고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그대는 오늘도 균형을 가져오는군.”

요안나는 조금 부끄러운 듯 웃었다.

라이자는 은꽃 베개를 들고 말했다.

“이건 연구 계속할래.”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부 승인합니다.”

“조건?”

“저반짝임, 저부피, 목 지지, 세탁 가능.”

라이자는 잠시 생각했다.

“좋아. 할 수 있어.”

그레이가 바로 말했다.

“예산안 제출.”

라이자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응. 그것도.”

레플리카는 약초 주머니를 정리했다.

알렉산드리나는 말했다.

“생각보다 좋은 향이었습니다.”

레플리카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스토얀카는 말했다.

“재미없었지만 잘 잤어.”

레플리카는 답했다.

“그 이상 좋은 평은 없겠군요.”

스토얀카는 웃었다.

아레는 차를 들고 있었다.

푸리나가 물었다.

“아레, 다음에도 낮잠 시간 열까?”

아레는 잠시 생각했다.

“자주 열 필요는 없단다.”

푸리나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래?”

“하지만 필요할 때는 열어도 좋겠구나.”

푸리나는 다시 밝아졌다.

“좋은 생각?”

아레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타마르는 느긋하게 덧붙였다.

“다만 낮잠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답니다. 너무 잘 계획하면 낮잠이 도망갈지도 몰라요.”

그레이는 멈칫했다.

“계획하지 않는 휴식이라……”

죠니가 말했다.

“그레이한테 너무 어려운 개념이네.”

그레이는 부정하지 못했다.

여관의 성좌가 부드럽게 말했다.

“계획된 휴식도 좋고, 찾아오는 휴식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피곤한 손님에게 자리가 있다는 사실이지요.”

푸리나는 여관 홀을 둘러보았다.

담요가 접혀 있었다.
의자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왕관들은 다시 머리 위에 있었고, 검과 활과 장부와 기록장도 다시 주인의 손에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모두가 조금 전보다 덜 날카로워 보였다.

그것은 문제들이 해결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전쟁은 여전히 있었다.
정치도 여전히 있었다.
복수도, 재건도, 죄책감도, 답장하지 못한 편지도 여전히 있었다.

다만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잠시가, 길을 조금 더 갈 수 있게 해주었다.

푸리나는 차잔을 들어 올렸다.

“오늘의 결론.”

그레이가 경계했다.

“공식 결론입니까?”

푸리나는 웃었다.

“비공식.”

그레이는 조금 안도했다.

푸리나는 말했다.

“낮잠은 생각보다 위대하다.”

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짧고 괜찮네.”

그레이는 장부를 보다가 말했다.

“비공식 결론으로 적절합니다.”

아카식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한 줄만 쓸래.”

알토가 물었다.

“왕관들이 잤다?”

“응.”

아카식은 차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났다.”

알토는 잠시 침묵했다.

“그 한 줄은 좋습니다.”

아카식은 환하게 웃었다.

“칭찬?”

알토는 차분했다.

“보고입니다.”

모두가 작게 웃었다.

여관의 성좌는 그 웃음을 들으며 등불을 하나 다시 높였다.

오후는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오후의 낮잠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담요에 조금 남았고, 차잔의 온기에 조금 남았고, 접힌 장부의 모서리에 조금 남았고, 푸리나의 목에 조금 남았다.

왕관은 다시 머리 위에 올라갔다.

하지만 이제 모두가 알았다.

필요할 때는,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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