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104익명의 참치 씨(f85ea685)2026-05-13 (수) 20:16:00
최신 소스 기준으로 4막은 **미하일라의 《황제칙령》**과 **알렉산드리나의 《위대해질 차르》**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제한 군세전으로 작성할게. 미하일라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활을 드는 신성황제”, 알렉산드리나는 “결핍을 딛고 새벽빛 왕도를 걷는 미완성 차르”로 두고, 세 발의 화살이 사람을 겨누는 게 아니라 전쟁의 구조를 끊는 식으로 간다.

# 《칼끝은 웃음을 향하고》

## 4막 — 자주빛 칙령과 위대해질 차르

세 번째 경기장이 준비되는 동안, 푸리나의 [여관:극장]은 모양을 바꾸었다.

2막의 말발굽 자국은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죠니의 원과 아스테르다스의 빛이 교차했던 흙바닥 위에는, 이제 낮은 목책과 얇은 선들이 그어졌다.

3막의 남쪽 흙바닥은 아직 조금 패여 있었다.
아스트리트의 《금목만리향파》가 남긴 금목서 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호흐마이스터의 갑주가 파장을 하늘로 흘려보낸 자리에는 등불 하나가 새로 세워져 있었다.

그레이는 그 등불을 보고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폐하, 저 등불은 원래 배치에 없습니다.”

푸리나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추가 연출이야!”

“안전 점검표에는 없습니다.”

“그럼 안전한 연출로 해줘.”

그레이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표현은 없습니다.”

“오늘 세 번째로 생겼어!”

“생기면 안 됩니다.”

그레이는 결국 등불 위치를 다시 계산했다.
목책과 목책 사이, 관중석에서 반 보 더 떨어진 지점.
파장이 흘러도 직접 맞지 않는 거리.
들것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

그녀는 장부에 선을 하나 더 그었다.

“……저 위치라면 괜찮습니다.”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역시 그레이!”

“칭찬하셔도 다음 연출은 사전 허가가 필요합니다.”

“아쉽네.”

“아쉬워하지 마십시오.”

경기장 한쪽에서는 여관좌 사제들이 푸리나의 신술에 맞춰 모의 병력들을 세우고 있었다.

나무로 만든 방패.
짚과 천으로 만든 목패 병사.
기병을 대신할 바퀴 달린 말 형상.
깃발.
보급 상자.
예비 창대.
가짜 성문.

푸리나는 이번 경기장을 “새벽선”이라고 이름 붙였다.

경기장 반대편 끝에는 붉은 천과 금빛 끈을 묶은 낮은 문이 세워져 있었다.
그 문은 성문이기도 했고, 새벽이 열리는 선이기도 했다.

알렉산드리나 아센이 도달해야 할 곳.

미하일라가 세 발 안에 막아야 할 곳.

죠니는 목책에 기대어 그것을 보았다.

“이번엔 전쟁놀이네.”

레이튼이 옆에서 부드럽게 말했다.

“놀이가 되려면, 멈출 수 있어야겠지요.”

하융은 말없이 새벽선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이미 여러 창이 열려 있었다.

첫 번째 창에서는 방패선이 무너졌다.
두 번째 창에서는 창대가 엉켜 병사들이 서로 넘어졌다.
세 번째 창에서는 화살이 사람을 맞히지 않았는데도 군대가 흩어졌다.
네 번째 창에서는 알렉산드리나가 너무 빨리 뛰었다가, 마지막 한 걸음 전에 무너졌다.

그리고 다른 창 하나.

그녀가 무너진 군세를 이끌고도 한 걸음 앞까지 도달하는 창.

하융은 낮게 말했다.

“저 여인은 서둘러서는 안 되오.”

죠니가 물었다.

“알렉산드리나?”

“그렇소. 새벽은 달려서 붙잡는 것이 아니오. 밤을 다 지나 걸어야 닿는 것이지.”

죠니는 잠깐 하융을 보았다.

“오늘은 좀 시적이네.”

“늘 그러하오.”

“그건 인정 못 하겠는데.”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때 푸리나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이번에는 화려하게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에는 앞선 두 경기와 다른 긴장이 있었다.

검과 창의 결투가 아니었다.

이번 막은 군주들이 서로의 통치와 전쟁관을 겨루는 자리였다.

푸리나는 손을 들어 조명을 모았다.

“좋아!”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세 번째 친선전이자, 네 번째 막!”

그레이가 아주 작게 말했다.

“이제는 스스로도 구분하시는군요.”

푸리나는 못 들은 척했다.

“이번 경기는 단순 결투가 아니다. 한쪽은 세 발의 화살로 전쟁의 구조를 끊고, 다른 한쪽은 군세를 이끌고 새벽선까지 도달해야 한다!”

그녀는 경기장 동쪽을 향해 손을 펼쳤다.

“먼저, 니케아의 자주빛 황제.”

조명이 낮아졌다.

자주빛 망토가 바람에 흔들렸다.

미하일라 두케나 안겔리나 콤니니 팔레올로기나가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활이 있었다.

하지만 관중들은 활보다 먼저, 활을 든 자가 황제라는 사실을 느꼈다.

자주빛 혈통.
팔레올로기나의 천년 궁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잃고도 로마를 잃지 않았다고 말하는 제국의 운명.
전쟁을 미워하기에, 전쟁을 끝내기 위해 활을 드는 자.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어깨 위에 얹혀 있었다.

《자휘혜성紫輝彗星》.

자주빛 혜성이 하늘 위에 걸린 듯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무장이 아니라, 천 년 동안 황가가 잃지 않았던 전쟁의 문장이었다.

푸리나가 장엄하게 외쳤다.

“팔레올로기나 천년 궁무의 계승자! 전쟁을 끝내기 위해 활을 드는 신성황제! 미하일라 두케나 안겔리나 콤니니 팔레올로기나!”

박수가 터졌다.

미하일라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공적인 자리의 그녀는 황제였다.

“헤툼 폐하의 무대에 응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은 우아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다만 짐의 화살은 유희를 위해 당겨지지 않습니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그래서 세 발만!”

미하일라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세 발이면 충분합니다.”

그 말에 관중석 일부가 조용해졌다.

허세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하일라에게 세 발이란 제한이 아니라, 세 번의 칙령이었다.

푸리나는 이번에는 서쪽을 향해 손을 펼쳤다.

“그리고 그녀의 상대.”

공기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불가리아의 사생아 차르.”

그 말에 몇몇 관중이 숨을 삼켰다.

푸리나는 일부러 멈추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결핍을 수행으로 바꾸고, 위대한 이를 흉내내어 새벽으로 걷는 자.”

알렉산드리나 아센이 걸어 나왔다.

그녀의 등 뒤에는 모의 병력들이 따랐다.

방패를 든 목패 병사들.
창대를 든 훈련 인형들.
기병 역할의 말 형상.
보급 상자를 끄는 작은 수레.
깃발.

그러나 알렉산드리나가 그들을 이끌고 들어오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무대 장치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완성된 왕처럼 보이지 않았다.

왕관이 완전히 어울리는 사람도 아니었다.
혈통으로 모두를 침묵시키는 사람도 아니었다.
등 뒤에 찬란한 정통성이 따라오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 똑바로 걸었다.

부족한 것을 아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푸리나가 외쳤다.

“알렉산드리나 아센!”

박수는 조금 늦게 터졌다.

알렉산드리나는 멈춰 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담담히 말했다.

“흉내라는 말은 맞습니다.”

그녀는 미하일라를 보았다.

“다만, 끝까지 흉내로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

미하일라는 그 말을 조용히 받았다.

“그렇다면 보여주십시오.”

그레이가 중앙으로 나왔다.

장부를 펼친 그녀는 이번만큼은 더 엄격한 얼굴이었다.

“규칙을 고지하겠습니다.”

관중석이 다시 조용해졌다.

“미하일라 폐하께서는 화살 세 발만 사용 가능합니다. 보조 사격, 광역 포격, 국가급 권능 사용은 제한됩니다.”

미하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산드리나 경은 모의 병력을 지휘해 경기장 반대편의 새벽선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병력 판정은 푸리나 폐하의 [여관:극장]과 여관좌 사제단의 모의 판정에 따릅니다.”

알렉산드리나도 고개를 숙였다.

“치명타, 지휘핵 차단, 보급선 붕괴, 진형 붕괴가 발생할 경우 사제단이 정지 선언을 내립니다. 실제 살상은 금지입니다.”

그레이는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특히 이번 경기는 군세전입니다. 병력 모의체가 무너지더라도, 통로를 막지 않도록 주의해주십시오. 관중석 방향 화살, 창압, 방패 파편은 즉시 실격 사유입니다.”

푸리나가 속삭였다.

“그레이, 정말 엄격해.”

그레이는 장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엄격해야 살아남습니다.”

미하일라가 알렉산드리나에게 말했다.

“세 발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차갑지 않았다.

하지만 무거웠다.

“그 안에 그대의 왕도를 보이십시오.”

알렉산드리나는 모의 방패대 앞에 섰다.

“세 발이면 충분합니다.”

그녀는 허리를 폈다.

“위대한 이를 흉내내는 자는, 첫 번째 화살에 무릎 꿇을 수 없으니까요.”

푸리나는 손을 들었다.

[여관:극장]의 조명이 바뀌었다.

흙바닥은 전장이 되었다.

목책은 언덕이 되었고, 새벽선은 멀리 있는 성문이 되었다.
관중석의 웅성거림은 병사들의 숨소리처럼 낮아졌다.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않은 밤의 별이 되었다.

푸리나는 선언했다.

“시작!”

알렉산드리나가 먼저 움직였다.

“방패대, 전열.”

그녀의 목소리는 처음에는 빌린 것처럼 들렸다.

누군가의 흉내.

위대한 차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시메온 대제라면 이렇게 병력을 세웠을 것이다.
제국을 호령했던 왕이라면, 첫걸음부터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위대한 이를 흉내내다》.

방패대가 앞으로 나섰다.

모의 병력들이 그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목패 병사들이 방패를 겹쳤고, 창대는 그 뒤에서 비스듬히 세워졌다.
예비대는 왼쪽 후방으로 돌았다.
보급 수레는 중앙에서 반 걸음 뒤에 위치했다.

《불가리아 군대의 정수》.

완전한 혈통으로 모인 군대가 아니었다.

그 무대 위의 목패들은 단순한 장치였지만, 알렉산드리나의 지휘 아래 그들은 다른 의미를 얻었다.

소외된 귀족.
쿠만인.
낮은 출신 보병.
고통을 아는 자.
사생아의 깃발 아래에서도 새벽을 보고 싶어 하는 자들.

그들이 같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알렉산드리나가 말했다.

“대제라면 방패를 접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은 아직 그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발걸음은 그녀의 것이었다.

미하일라는 활을 들었다.

자주빛 망토가 바람을 받았다.

《자주빛 혈통Πορφυρογέννητη》.

그 혈통은 권리처럼 빛나지 않았다.

대가처럼 무거웠다.

자주빛 산실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높은 곳에서 시작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제국의 실패와 피, 황제교황주의의 신성권, 수많은 전쟁의 업까지 함께 물려받는다는 뜻이었다.

미하일라는 활시위를 당겼다.

“첫 번째.”

그녀의 손끝에 자주빛 별이 맺혔다.

《성추여명식星墜黎明式》.

별이 떨어졌다.

첫 화살은 병사를 맞히지 않았다.

그것은 알렉산드리나의 전면 방패대 앞, 방패들이 믿고 있던 지형을 꿰뚫었다.
흙바닥이 갈라지고, 모의 언덕이 무너졌다.
방패대가 믿고 있던 발판이 사라졌다.

방패선이 흔들렸다.

관중석에서 낮은 탄성이 터졌다.

알렉산드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화살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군의 첫 이유를 흔들었다.

미하일라의 화살은 사람을 겨눈 것이 아니었다.

전쟁이 서 있는 뼈대를 겨누었다.

방패대가 밀렸다.

알렉산드리나는 숨을 삼켰다.

도망치면 끝난다.

서두르면 무너진다.

그녀는 바로 외쳤다.

“방패는 접지 않는다!”

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반 보 뒤로. 서로의 어깨를 맞춰라! 무너진 땅을 피하지 말고, 무너진 곳을 기준으로 다시 선다!”

《불가리아의 방패》.

방패대가 재정렬되었다.

목패 병사들이 한 줄 물러섰고, 방패와 방패가 다시 맞물렸다.
흔들림은 멈추지 않았지만,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알렉산드리나는 이를 악물었다.

“좋아. 첫 발.”

미하일라는 조용히 보았다.

“버텼군.”

그녀는 칭찬하지 않았다.

아직은.

두 번째 국면으로 들어갔다.

알렉산드리나는 방패 뒤에서 손을 들었다.

“창대 앞으로.”

방패 사이로 창이 나왔다.

《불가리아의 창》.

그 창들은 화려하지 않았다.

혈통으로 벼린 창이 아니었다.
궁정의 보물창고에서 꺼낸 창도 아니었다.
수치와 결핍과 훈련으로 벼린 창이었다.

“우리의 창은 날카로울 것이다.”

알렉산드리나가 말했다.

창진이 전진했다.

방패가 밤을 막았다면, 창은 밤에 첫 번째 균열을 냈다.

진군로가 열렸다.

미하일라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녀의 시야가 낮아졌다.

아니, 넓어졌다.

《정혈장안靜血装眼》.

피가 조용해지고, 눈이 전장을 장악했다.

그녀는 병사 수를 세지 않았다.

방패와 방패 사이의 간격.
창과 창 사이의 교대 박자.
보급 수레가 한 번 멈추는 위치.
예비 창대가 옮겨지는 손.
깃발을 보는 눈.
명령을 기다리는 어깨.

그리고 그 아래.

결핍을 왕도로 바꾸려는 의지.

미하일라는 그 결핍을 부정으로 보지 않았다.

사생아라는 사실도.
흉내낸다는 사실도.
부족함을 안다는 사실도.

그것들은 부정이 아니었다.

《정온서전심공靜溫息戰心功》.

그녀의 심공은 전쟁을 미워하되, 사람의 상처를 미워하지 않았다.

미하일라가 찾은 것은 결핍 자체가 아니었다.

결핍을 전쟁으로 묶는 사슬.
증명받지 못한 자들이 끝없이 피를 흘려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속삭이는 구조.

그것이 그녀의 두 번째 화살이 겨눌 대상이었다.

“두 번째.”

활시위가 당겨졌다.

《구평전시궁求平戰矢弓》.

평화를 구하기 위해 전쟁을 끝내는 활.

화살이 날아갔다.

이번에도 알렉산드리나를 겨누지 않았다.

깃발도 아니었다.

두 번째 화살은 알렉산드리나의 지휘 신호를 전달하던 중간 목패를 꿰뚫었다.
방패대와 창대 사이의 교대 표식.
예비대가 언제 앞으로 나와야 하는지 알려주는 작은 깃.
보급 수레가 멈추어야 할 지점.

그 모든 매듭이 한순간에 끊겼다.

진군이 멈췄다.

방패는 서 있었다.

창도 아직 날카로웠다.

하지만 군대는 한순간 어디로 걸어야 하는지 잃었다.

알렉산드리나의 손이 떨렸다.

관중들은 보았다.

미하일라의 화살이 얼마나 무서운지.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군대를 멈출 수 있었다.

알렉산드리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제라면.

그 말이 떠올랐다.

시메온 대제라면 여기서 어떻게 했을까.

그녀는 바로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보급 수레가 들어왔다.

예비 방패 수.
남은 창대.
모의 병력의 이동 거리.
흔들린 방패대가 다시 설 수 있는 시간.
새벽선까지 남은 거리.

왕도는 깃발만으로 걷지 않는다.

보리와 말먹이와 부러지지 않은 창대가 필요했다.

《군수품 관리》.

알렉산드리나는 숨을 들이켰다.

“예비 방패 앞으로.”

목소리가 낮아졌다.

“창대는 두 줄 뒤에서 교대. 보급 수레는 중앙이 아니라 왼쪽으로. 행군 거리를 줄인다.”

한 병사 역할의 목패가 흔들렸다.

알렉산드리나는 바로 말했다.

“지금 빨리 뛰지 마라.”

그녀의 눈이 새벽선을 향했다.

《보다 멀리 보다 오래》.

“멀리 가려면, 지금 빨리 뛰지 마라. 무너지지 않는 속도로 간다.”

군세가 다시 움직였다.

느렸다.

하지만 다시 움직였다.

관중석에서 박수 대신 낮은 감탄이 흘렀다.

미하일라의 눈이 조금 달라졌다.

“흥미롭군.”

공적인 어조였다.

하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인정이 있었다.

알렉산드리나는 방패대 뒤에서 앞으로 걸었다.

“창진, 반 보 더.”

창들이 올라왔다.

미하일라의 위치가 조금씩 압박받았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대신 발밑의 하늘을 열었다.

《자주개도紫宙開途》.

그녀가 한 걸음 옮기자, 단순히 위치가 바뀐 것이 아니었다.

화살이 떨어질 하늘이 새로 열렸다.

알렉산드리나의 창진은 미하일라의 사격 각도를 좁히려 했지만, 황제는 그 좁아진 하늘 안에서 다시 길을 만들었다.

그래도 창 하나가 닿았다.

모의 창끝이 미하일라의 흉갑 선에 닿기 직전, 자주빛 광맥이 얇게 울렸다.

《천단광갑天緞鑛鉀》.

갑주는 크지 않았다.

번쩍이는 방벽도 아니었다.

천상의 비단과 광석이 한순간 겹친 듯한 얇은 울림.
창끝이 그 울림 위에서 멈췄고, 미하일라의 손은 이미 다음 화살의 위치를 재고 있었다.

그녀의 혈관에 아주 짧게 자주빛이 돌았다.

《순홍瞬閧 운성불망隕星不忘》.

완전한 발동은 아니었다.

그럴 수 없었다.

친선전에서 몸을 태우는 결전 신법을 전개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미하일라는 알고 있었다.

황제의 몸은 때때로 마지막 국고가 된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지불해야 한다면, 자신의 피와 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짧은 자주빛을 보고, 그레이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

“미하일라 폐하.”

미하일라는 활을 내리지 않은 채 답했다.

“제한 내입니다.”

그레이는 장부를 꽉 잡았다.

“반동이 확인되면 중지하겠습니다.”

“합당한 판단입니다.”

푸리나는 조용히 그 장면을 보았다.

미하일라는 전쟁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자기 몸까지 전장의 도구로 계산한다.

푸리나는 그 사실이 조금 싫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알렉산드리나는 두 발을 맞고도 새벽선을 향해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도 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빌린 목소리였다.

“대제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두 번째 화살이 지휘선을 끊고, 군수품이 흔들리고, 창진이 미하일라의 자주빛 하늘 앞에서 멈칫하는 순간.

전장은 그녀에게 물었다.

시메온 대제라면 어떻게 했는가가 아니다.

알렉산드리나 아센, 너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목패 병사들이 그녀를 기다렸다.

방패대가 흔들렸다.

창대가 삐걱거렸다.

새벽선은 아직 멀었다.

알렉산드리나는 천천히 말했다.

“대제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멈췄다.

그 말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아니.”

방패대가 그녀를 보았다.

“우리는 이렇게 한다.”

《대제를 흉내내다》가 흔들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른 길이 세워졌다.

《흉내내어 드높은 왕도》.

흉내가 허세라면, 여기서 무너졌을 것이다.

가짜라면, 두 번째 화살에 길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렉산드리나는 아팠다.

부끄러움을 알았다.
결핍을 알았다.
증명해야 하는 자들의 호흡을 알았다.

가짜는 배우지 않는다.
가짜는 아파하지 않는다.
가짜는 새벽을 향해 걷지 않는다.

그녀는 손을 들었다.

“방패대, 더 좁게. 창병, 옆이 아니라 위로. 예비대는 나를 보지 말고 새벽선을 봐라.”

군세가 다시 움직였다.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새벽선까지 한 걸음.

미하일라는 세 번째 화살을 들었다.

공기가 바뀌었다.

앞의 두 발과 달랐다.

첫 번째는 지형을 꿰뚫었다.
두 번째는 구조를 끊었다.
세 번째는 결론을 선포해야 했다.

미하일라의 눈이 낮아졌다.

황제가 활을 당기는 순간, 무武와 정政은 갈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공격이 아니었다.

판단이었다.

그것은 무예가 아니었다.

칙령이었다.

“세 번째.”

자주빛이 활시위 위에서 모였다.

《황제칙령》.

화살은 과거에서 왔다.

팔레올로기나 천년 궁무가 깃에 매달렸다.
무너진 로마의 기억이 촉을 밀었다.
아직 오지 않은 백 년의 제국이 활시위 위에서 떨었다.

미하일라가 말했다.

“이 전쟁은 여기서 끝낸다.”

그 순간 알렉산드리나는 알았다.

저 화살은 자신을 겨누지 않는다.

미하일라는 그녀를 쓰러뜨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기대고 있는 진군의 핵.
왕도라 부르려는 깃발.
새벽을 향해 걷는 군세가 전쟁으로 계속 묶이는 구조.

그것을 꿰뚫을 것이다.

알렉산드리나는 방패대 앞에 섰다.

《무적이며 전설적인》.

그들은 무적이 아니었다.

전설도 아니었다.

하지만 잠깐, 그들의 등 뒤에 전설 속 불가리아의 그림자가 겹쳤다.

언젠가 위대한 왕들이 이끌었을 군대.
무너지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방패.
날카로웠다고 노래되는 창.
새벽을 향해 걸었다고 믿고 싶은 이름들.

그 그림자가 모의 병력 위에 잠시 내려앉았다.

《꺾이지 않을 제국》.

아직 제국은 아니었다.

아직 완성된 군세도 아니었다.

그러나 꺾이지 않겠다는 태도만큼은 제국의 것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나가 말했다.

“나는 시메온 대제가 아니다.”

방패가 흔들렸다.

“나는 완성된 왕도 아니다.”

창이 부러졌다.

“나는 정통성으로 모두를 침묵시키는 왕도 아니다.”

보급 수레가 멈췄다.

그녀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위대해질 차르》.

아직 위대하지 않다.

아직 정통하지 않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무릎 꿇지 않는다.

그 방향으로 한 걸음도 멈추지 않는다.

알렉산드리나가 외쳤다.

“그러나 아직 새벽에 닿지 않았다.”

군세가 움직였다.

“그러니 걷는다!”

세 번째 화살이 날아갔다.

자주빛 칙령은 소리 없이 전장을 갈랐다.

그 화살은 알렉산드리나의 심장을 지나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곳을 겨누지 않았다.

화살은 방패대의 중심도, 깃발의 천도, 창병의 손도 지나쳐, 진군의 핵을 꿰뚫었다.

보급 수레와 방패대와 창진과 예비대가 연결되던 마지막 매듭.

알렉산드리나의 군대가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붙잡고 있던 구조.

그것이 자주빛 화살에 꿰뚫렸다.

군세가 무너졌다.

방패가 떨어졌다.

창대가 흩어졌다.

기병 역할의 말 형상이 옆으로 쓰러졌다.

보급 상자가 열리고, 그 안의 모의 빵과 천 조각이 흙바닥에 흩어졌다.

알렉산드리나의 깃발이 기울었다.

그러나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았다.

선두 목패 하나.

방패를 든 작은 모의 병사 하나가, 무너지는 진형의 관성 속에서 한 걸음을 더 갔다.

새벽선.

그 앞.

정확히 한 걸음.

여관좌 사제가 외쳤다.

“정지!”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흙먼지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알렉산드리나는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미하일라는 활을 내렸다.

그레이가 장부를 보고 빠르게 판정을 정리했다.

“미하일라 폐하, 세 번째 화살로 진군 핵심 차단.”

사제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심 사제가 선언했다.

“미하일라 폐하 판정승!”

박수는 바로 터지지 않았다.

그레이가 이어 말했다.

“단.”

모두가 그녀를 보았다.

그레이는 장부의 선을 확인했다.

“알렉산드리나 경의 선두 목패는 새벽선 한 걸음 앞까지 도달했습니다.”

그 말이 떨어진 뒤에야, 박수가 터졌다.

그 박수는 미하일라만을 향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리나만을 향하지도 않았다.

세 발의 화살이 사람을 죽이지 않고 전쟁의 뼈대를 꿰뚫은 것.
무너진 군세가 그래도 한 걸음 더 걸은 것.
그 둘 모두를 향한 박수였다.

푸리나는 손뼉을 쳤다.

이번에는 장난스럽지 않았다.

“좋은 막이었어.”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알렉산드리나는 쓰러진 목패 병사들 사이를 걸어 나왔다.

그녀는 패배했다.

그 사실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의 걸음은 처음보다 더 흐트러지지 않았다.

미하일라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렉산드리나가 고개를 숙였다.

“패배했습니다.”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흉내라 하기에는, 발걸음이 너무 선명하군.”

알렉산드리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답했다.

“아직은 흉내입니다.”

그녀는 새벽선 한 걸음 앞에 멈춘 목패를 보았다.

“하지만 언젠가, 제 걸음으로 만들겠습니다.”

미하일라는 조용히 물었다.

“왕이 되기 위해 흉내내는가?”

알렉산드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낮았다.

“왕도를 걷기 위해 흉내냅니다. 왕관은 그 뒤에 따라와야 합니다.”

미하일라의 눈이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

“좋은 대답입니다.”

알렉산드리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물었다.

“폐하께서는 왜 세 번째 화살을 제게 쏘지 않으셨습니까?”

미하일라는 곧장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경기장 위에 흩어진 방패와 창, 보급 상자와 깃발을 보았다.

“그대를 쓰러뜨리는 것은 쉽습니다.”

그 말은 오만이 아니었다.

단순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전쟁을 끝내려면, 사람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그 사람이 기대는 전쟁의 핵을 꿰뚫어야 합니다.”

알렉산드리나는 미하일라의 활을 보았다.

“그것이 황제의 활입니까?”

미하일라는 활시위를 천천히 놓았다.

“그것이 짐이 배운 평화입니다.”

알렉산드리나는 고개를 숙였다.

“저는 아직, 그런 평화를 모릅니다.”

미하일라는 말했다.

“그렇기에 걸어야겠지요.”

“예.”

알렉산드리나는 새벽선을 보았다.

“아직 새벽에 닿지 않았으니까요.”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활짝 웃었다.

“좋아!”

그녀의 목소리가 경기장 위에 울렸다.

“패배했는데도 다음 막이 기대되는 건 아주 좋은 징조야!”

그레이가 옆에서 작게 말했다.

“폐하, 패배자에게 그런 표현은 조심해야 합니다.”

알렉산드리나는 고개를 들었다.

“괜찮습니다.”

그녀는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저도 다음 막이 필요하니까요.”

푸리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봐!”

미하일라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공적인 자리의 황제에게는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변화였다.

그러나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보았다.

레이튼은 모자챙을 만지며 말했다.

“이번 질문은 명확했습니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어떤 질문?”

“왕은 태어나는가, 걷는가.”

레이튼은 새벽선 한 걸음 앞의 목패를 보았다.

“그리고 황제는 무엇을 쏘아야 전쟁을 끝낼 수 있는가.”

하융은 낮게 말했다.

“한 걸음 앞에서 멈춘 길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오.”

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다시 걸을 수 있으면 된 거지.”

아스테르다스가 덧붙였다.

“나쁘지 않은 낙점이다.”

죠니는 그를 보았다.

“그거 이제 아무 데나 쓰는 거 아니야?”

“아니다. 적절했다.”

“그래. 뭐, 틀리진 않네.”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제3경기 종료. 미하일라 폐하 판정승. 부상 없음. 모의 병력 다수 붕괴. 새벽선 한 걸음 앞 도달.》

그녀는 잠깐 멈췄다가, 아래에 작게 덧붙였다.

《알렉산드리나 경, 흉내가 자기 명령으로 전환된 지점 확인.》

푸리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것도 기록해?”

그레이는 담담히 답했다.

“다음에 같은 사람이 더 멀리 걸을 수 있으니까요.”

알렉산드리나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레이는 조금 당황한 듯 시선을 피했다.

“아, 저는 그냥…… 기록한 것뿐입니다.”

미하일라는 그 장면을 보았다.

기록.

한 걸음.

패배.

다음 막.

그 모든 단어가 조용히 이어졌다.

박수는 이번에도 늦었다.

세 발의 화살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지만, 진군의 뼈대를 정확히 꿰뚫었다.

그리고 사생아 차르의 군대는 무너지면서도 한 걸음 더 걸었다.

그날 관중들은 보았다.

이미 황제인 자가 전쟁을 끝내는 법과, 아직 위대하지 않은 자가 위대해지기 위해 걷는 법을.

세 번째 친선전은 미하일라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알렉산드리나의 발자국은 새벽선 한 걸음 앞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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