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136여관◆zAR16hM8he(83c9c67c)2026-05-15 (금) 06:26:41
《왕관들은 술에 약하다》

제1회 다국가 친선 연회 및 비공식 재난

연회는 원래 엄숙해야 했다.

적어도 초대장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킬리키아 아르메니아 주최 다국가 친선 만찬 및 항로·피난민 보호 협정 사전 회의」

그레이는 초대장 문구를 세 번 확인했다.

엄숙했다.
정중했다.
정확했다.

그러므로 아무 문제도 없어야 했다.

그레이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좋아!”

푸리나 헤툼이 연회장 중앙에서 두 팔을 펼치기 전까지는.

그레이는 눈을 감았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레이는 알 수 있었다. 행정 담당자에게는 재난을 미리 알아보는 감각이 있다. 무너질 예산, 부족할 식수, 잘못 배치된 의자, 그리고 푸리나 님이 “좋아!”라고 외친 직후의 모든 상황.

푸리나는 회담용 긴 탁자 위에 손을 짚고, 참석자들을 찬란하게 둘러보았다.

“여러분, 오늘 회담은 훌륭했어.”

미하일라 두케나 안겔리나 콤니니 팔레올로기나는 잔을 들지 않은 채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요안나 4세는 밝게 웃었다.

슈샤니크 파흘라부니는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얼굴로 침묵했다.

벨라 4세는 탁자의 배치와 출입구, 창문과 벽난로의 위치를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알렉산드리나 아센은 자신이 차르답게 앉아 있는지 신경 쓰느라 등을 곧게 펴고 있었다.

아스테르다스는 천장의 샹들리에를 보고 있었다.

그레이는 그 시선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푸리나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

그레이가 작게 물었다.

“문제요?”

“아무도 안 웃었어.”

“회담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실패지!”

푸리나는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왕관이든, 칙령이든, 기록이든, 고통이든, 생명이든, 기사도든, 재건이든, 복수든, 평화든!”

그녀는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참석자들을 가리켰다.

“그 모든 훌륭한 것들은 일단 사람이 살아 있어야 하는 거야.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은 가끔 웃어야 해.”

죠니 죠스타가 뒤쪽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중얼거렸다.

“술 마시자는 말을 참 길게도 한다.”

푸리나가 환하게 웃었다.

“정답!”

레이튼은 잔잔히 웃으며 손수건을 접었다.

“그렇다면 오늘 밤에는 작은 문제가 생기겠군요.”

“무슨 문제?”

“아침이 온다는 문제입니다.”

하융이 창밖을 보며 낮게 말했다.

“아침은 이미 여러 가능성에서 비극이 되었소.”

죠니가 그를 보았다.

“시작도 전에 그러지 마.”

“그 가능성 중 하나에서는 죠니 공이 의자와 결투하였소.”

“의자랑 왜 싸워.”

하융은 잠시 침묵했다.

“그건 소인도 아직 모르오.”

그때 그레이가 조용히 양피지를 꺼냈다.

푸리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레이. 지금 뭐 쓰는 거야?”

“아직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예.”

그레이는 깃펜을 쥔 채 아주 작게 덧붙였다.

“필요해질 것 같아서요.”


---

첫 잔은 평화로웠다.

킬리키아 포도주였다.

향은 달고, 빛은 붉었다. 푸리나는 잔을 높이 들고 선언했다.

“이 잔은 오늘 밤의 개막 종소리야!”

미하일라는 잔을 들었다.

“그대의 환대에 감사를 표한다.”

요안나도 잔을 들었다.

“모든 이에게 평화를.”

알렉산드리나는 잠시 그 말을 듣고 있다가, 조금 늦게 잔을 들었다.

“그리고 왕도에 새벽을.”

벨라는 짧게 말했다.

“재건을 위하여.”

호흐마이스터는 잔을 바라보았다.

“죄를 줄이는 밤이 되기를.”

푸리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무거워! 첫 잔부터 무거워!”

호흐마이스터가 멈칫했다.

“술자리에는 적절하지 않은 말이었습니까?”

“아주 조금!”

아스트리트 나흐트로제가 당황한 얼굴로 잔을 들었다.

“그러면, 생명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건배를……?”

“그건 좋아!”

아카식은 이미 한 모금을 마신 뒤였다. 그는 잔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아, 이거 좋네.”

알토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성좌께서 먼저 드시는 것은 의전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카식은 잔을 든 채 웃었다.

“그럼 알토가 먼저 마신 걸로 하자.”

“처리하지 않겠습니다.”

“너 진짜 이런 데서만 엄격하다.”

“이런 데서부터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래? 그럼 무너지기 전에 한 잔 더 마셔야겠네.”

“논리적 연결이 없습니다.”

“술자리잖아.”

아카식은 한 잔 더 받았다.

알토는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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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잔은 조지아 와인이었다.

타마르 여왕은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조지아 사절이 가져온 술병에는 황혼빛 밀랍 인장이 찍혀 있었다.

푸리나는 병을 보며 감탄했다.

“이건 뭔가 마시면 죽은 조상님이 ‘수고 많았다’고 할 것 같은 술이네.”

그레이가 급히 말했다.

“푸리나 님.”

“비유야, 비유!”

아레 마가트로이드는 조용히 잔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웃지는 않았지만, 눈빛이 조금 부드러웠다.

푸리나가 그쪽을 보았다.

“아레, 어때?”

아레는 잔을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

“따뜻하구나.”

“술이?”

“응.”

그녀는 잠시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각국의 왕관과 갑옷과 장부와 상처와 신앙이 한 방에 모여 있었다.

“사람도.”

푸리나는 잠깐 조용해졌다가, 곧 활짝 웃었다.

“좋아! 그럼 성공이야!”

죠니가 작게 말했다.

“아직 두 잔째야.”

“두 잔째에 성공하면 좋은 거지!”

그레이가 조용히 정정했다.

“푸리나 님은 세 잔째입니다.”

“아니야. 두 잔째야.”

“첫 잔을 두 번 드셨습니다.”

“그럼 첫 잔이 강했던 거야.”

“그런 계산은 없습니다.”

푸리나는 못 들은 척했다.


---

세 번째 잔은 폴란드 벌꿀술이었다.

요안나는 한 모금 마시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달아요.”

아카식이 흐뭇하게 말했다.

“그치? 이건 맛으로 설득하는 쪽이야.”

알토는 잔을 들고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

푸리나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알토! 너무 조심스러운 거 아니야?”

알토는 담담히 답했다.

“저는 조심하는 편이 낫습니다.”

“왜?”

“이 연회에는 기록하지 않아야 할 일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카식이 웃었다.

“벌써 그 얘기야?”

“예.”

“알토, 너무 일러. 아직 아무도 망가지지 않았어.”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너는 재난 전조를 너무 잘 봐.”

“푸리나 폐하께서 의자에 발을 올리셨습니다.”

아카식이 고개를 돌렸다.

푸리나는 이미 의자에 한 발을 올리고 있었다.

“아.”

알토가 말했다.

“늦었습니다.”

푸리나는 손뼉을 쳤다.

“좋아! 지금부터 진짜 외교를 시작하자!”

그레이가 창백해졌다.

“방금까지도 외교였습니다.”

“아니야. 방금까지는 말로 하는 외교였고, 지금부터는 몸으로 하는 외교야!”

미하일라가 잔을 내려놓았다.

“그 표현은 위험하다.”

레이튼이 부드럽게 말했다.

“상당히 다양한 오해를 낳을 수 있겠군요.”

푸리나는 이미 듣지 않았다.

“각국 대표는 자기 나라를 30초 안에 연기해야 해!”

정적.

슈샤니크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참으로 훌륭한 제안입니다. 외교적 자살을 이토록 축제처럼 포장하는 재능은 드물지요.”

푸리나가 반짝였다.

“칭찬이지?”

“그렇게 기록해드릴까요?”

알토가 즉시 말했다.

“공식 기록은 보류하겠습니다.”

아카식이 알토의 옆구리를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비공식은?”

알토는 정면을 본 채 답했다.

“안 됩니다.”

“딱 한 줄만.”

“안 됩니다.”

“너무하네.”

“체면 보호 절차입니다.”

아카식은 즐겁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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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희생자는 알렉산드리나였다.

푸리나가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불가리아!”

알렉산드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준비되어 있던 야심 때문인지, 그녀의 눈이 빛났다.

“나는 아직 완성된 차르가 아니다.”

가브리엘라가 옆에서 작게 말했다.

“전하, 너무 진지하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리나는 빈 잔을 들어 올렸다.

“술잔은 비어 있어도 다시 채울 수 있다!”

그레이가 중얼거렸다.

“그만 채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렉산드리나는 듣지 않았다.

“결핍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빈 잔이기에 새벽의 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푸리나는 감동해서 박수를 쳤다.

“좋아! 이거 2막 독백으로 쓰자!”

가브리엘라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레플리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통을 감당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비유라면, 나쁘지 않습니다.”

스토얀카는 잔을 들며 말했다.

“척추도 비어 있으면 채울 수 있습니까?”

모두가 동시에 그녀를 보았다.

스토얀카는 맑은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농담이었는데요.”

정적이 더 깊어졌다.

아레가 조용히 말했다.

“어려운 농담이구나.”


---

두 번째 희생자는 벨라였다.

푸리나가 외쳤다.

“헝가리!”

벨라 4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는 취한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또렷했다.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치즈 접시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곳이 방어선이다.”

소피아 베아트리체가 눈을 빛냈다.

“어머니, 치즈를 방어선으로 재정의하시는 건가요?”

벨라는 진지하게 답했다.

“식량은 방어의 기초다.”

푸리나는 환호했다.

“좋아! 치즈 방어선!”

그레이가 즉시 적었다가, 멈췄다.

알토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공식 기록에는 남기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아카식은 치즈를 하나 집어 먹으며 말했다.

“맛있는 방어선이네.”

벨라가 그를 보았다.

“방어선이 무너졌다.”

아카식은 잠시 치즈를 내려다보았다.

“미안. 내가 좀 강했다.”

요안나가 급히 손을 들었다.

“치즈와 성좌 사이의 평화를—”

죠니가 끼어들었다.

“그건 그냥 먹은 거야.”

요안나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하지만 먹힌 쪽의 입장은요?”

죠니는 잠시 치즈 접시를 보았다.

“그 입장은 이미 없어.”

요안나는 슬퍼졌다.

아카식은 작은 목소리로 알토에게 말했다.

“알토, 내가 치즈에게 사과해야 할까?”

“의전상 필요 없습니다.”

“도덕상은?”

“그 질문도 보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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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희생자는 푸리나 자신이었다.

사실 푸리나는 자신을 희생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탁자 위에 올라갔다.

그레이가 숨을 삼켰다.

“푸리나 님, 내려오십시오.”

“괜찮아!”

“괜찮지 않습니다.”

“무대는 높은 곳에 있어야 해!”

죠니가 낮게 말했다.

“저건 탁자야.”

푸리나가 손가락으로 죠니를 가리켰다.

“기사단장! 반론은 3막에서!”

“이게 몇 막인데?”

레이튼이 미소 지었다.

“현재는 구조상 2막 후반으로 보입니다.”

“그걸 왜 분석해.”

“술자리에도 구성은 있습니다.”

하융은 창가에서 잔을 들고 말했다.

“소인의 관측으로는, 이 극은 다섯 가지 가능성에서 모두 다음 막으로 넘어가지 못했소.”

푸리나가 외쳤다.

“그럼 여섯 번째 가능성으로 가자!”

하융은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참으로 그대다운 말이오.”

그 말에 푸리나는 만족했다.

“좋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는 지금부터 연극으로 표현한다!”

죠니가 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랑 다를 게 없잖아.”

“달라! 오늘은 외교적이야!”

“더 나빠.”

푸리나는 양팔을 펼쳤다.

“이 나라는 무대다! 백성은 배우다! 왕은 극장주다! 그리고 오늘 밤 관객은 없다!”

그녀는 발을 한 번 구르려 했다.

그 순간 탁자가 삐걱였다.

그레이와 죠니가 동시에 움직였다.

아레도 조용히 손을 들었다.

탁자는 무너지지 않았다.

푸리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선언했다.

“봤지? 이것이 국가의 안정성이야!”

그레이는 낮게 말했다.

“지금 세 명이 붙잡았습니다.”

아레가 푸리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높은 배역이구나.”

푸리나가 웃었다.

“멋있지?”

“응.”

아레는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만 낮게 빛나렴.”

“그건 무대 감독의 말이야?”

“넘어지면 아프단다.”

푸리나는 얌전히 내려왔다.

그레이는 그것만으로도 오늘의 작은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아카식은 그 장면을 보며 웃었다.

“저건 남기면 안 돼?”

알토가 즉시 대답했다.

“안 됩니다.”

“좋은 장면인데.”

“그래서 안 됩니다.”

“아, 그런 식이구나.”


---

네 번째 희생자는 죠니였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었다.

그는 단지 의자에 걸려 살짝 휘청였을 뿐이다.

문제는 요안나가 그것을 보았다는 점이다.

“죠니 경, 괜찮으세요?”

“괜찮아.”

요안나는 의자를 보았다.

“의자도 나쁜 뜻은 없었을 거예요.”

죠니는 천천히 의자를 내려다보았다.

“그건 아직 몰라.”

푸리나가 반응했다.

“뭐야? 결투야?”

“아니야.”

하융이 조용히 말했다.

“소인이 본 세 번째 가능성에서는 결투였소.”

“그 가능성 닫아.”

“이미 닫혔소.”

죠니는 의자를 한참 보다가 말했다.

“좋아. 이번엔 넘어가.”

요안나는 안도했다.

“화해한 건가요?”

“임시 휴전이야.”

벨라가 멀리서 말했다.

“휴전에는 경계선이 필요하다.”

“치즈나 지켜.”

벨라는 치즈 접시를 보았다.

“이미 무너졌다.”

아카식이 입을 닦으며 말했다.

“맛있게 무너졌지.”

알토는 잔을 내려놓았다.

“성좌께서 방어선 붕괴에 관여하셨다는 기록은 남기지 않겠습니다.”

아카식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알토.”

“예.”

“너 방금 조금 놀렸지?”

“아닙니다.”

“놀렸네.”

“절차적 사실 확인입니다.”

“그 말이 더 놀리는 것 같아.”

알토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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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희생자는 미하일라였다.

정확히 말하면, 미하일라는 희생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술에 휘둘리지 않았다.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황제는 술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 말은 완벽했다.
위엄이 있었다.
자주빛 황제의 절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 푸리나가 촛불들을 가리켰다.

“그럼 폐하. 저 촛불들, 활 없이 끌 수 있어?”

연회장이 얼어붙었다.

그레이는 눈을 감았다.

레이튼이 조용히 말했다.

“이 질문은 상당히 위험한 전제를 품고 있군요.”

미하일라는 푸리나를 보았다.

“그대는 황제에게 술자리 재주를 요구하는가?”

푸리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응!”

요안나가 작게 웃었다.

미하일라는 그 웃음을 보았다.

그러고는 한숨인지 웃음인지 모를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촛불 열두 개가 동시에 꺼졌다.

연회장은 어두워졌다.

정적.

미하일라가 말했다.

“실수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하나는 남길 생각이었다.”

그레이는 아주 천천히 깃펜을 내려놓았다.

‘이것도 쓰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알토가 어둠 속에서 말했다.

“동의합니다.”

“제가 말로 했습니까?”

“표정으로 충분했습니다.”

아카식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알토, 이건 정말 한 줄만 안 돼?”

“안 됩니다.”

“촛불 열두 개가 사라졌는데?”

“그래서 안 됩니다.”

“그럼 내 기억에는 남겨도 돼?”

알토는 잠시 침묵했다.

“그건 제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

“다만 입 밖으로 내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노력해볼게.”

“그 말씀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너 오늘 꽤 날카롭다.”

“성좌께서 많이 드셨기 때문입니다.”

아카식은 잔을 보았다.

“그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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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희생자는 아스트리트였다.

푸리나가 어둠 속에서 외쳤다.

“좋아! 이제 역할극!”

아스트리트가 불안하게 물었다.

“어떤 역할극입니까?”

푸리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빈 술잔을 들었다.

“아스트리트는 술잔!”

“네?”

“생명을 긍정하는 술잔!”

“네? 저보고 지금 술잔 역할을 하라고요? 아니 잠깐, 아까 회담이랑 내용이 다르잖아요!?”

푸리나는 박수를 쳤다.

“좋아! 그 대사 아주 좋아!”

아스트리트는 진심으로 혼란스러워했다.

“이건 대사였습니까?”

“이제 대사야!”

아스테르다스가 옆에서 환하게 웃었다.

“좋네! 그럼 나는 떨어지는 별 역할을 할게!”

그레이가 즉시 말했다.

“안 됩니다.”

아스테르다스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저 샹들리에가 낙하지점이야.”

“안 됩니다.”

“걱정 마! 나는 떨어지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어!”

아레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떨어지는 아이야.”

아스테르다스가 돌아보았다.

“응?”

“오늘은 조금만 낮게 떨어지렴.”

아스테르다스는 잠시 고민했다.

“그럼 의자까지?”

죠니가 말했다.

“의자는 건드리지 마.”

요안나가 급히 말했다.

“아직 휴전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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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희생자는 숙취 그 자체였다.

아직 다음 날도 아닌데, 몇몇은 이미 다음 날의 고통을 예감하고 있었다.

레플리카는 그것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숙취는 고통입니다.”

푸리나가 탁자에 팔을 괴고 물었다.

“그럼 없애줄 수 있어?”

레플리카는 잠시 생각했다.

“완전히 없애면 반성이 남지 않습니다.”

“그런 교리 필요 없어!”

가브리엘라가 잔 대신 물컵을 들었다.

“여러분, 고통은 밤입니다.”

죠니가 말했다.

“또 시작인가.”

가브리엘라는 흔들림 없이 이어갔다.

“숙취도 밤입니다.”

하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밤은 여러 가능성에서 길었소.”

“그러니 물을 드십시오. 새벽은 수분에서 옵니다.”

이상하게도 모두가 물을 마셨다.

소피아 베아트리체는 눈을 빛냈다.

“숙취란 신체가 어제의 진실을 거부하는 현상이에요.”

그레이가 즉시 말했다.

“재정의하지 마십시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하실 것 같았습니다.”

“조금만요?”

“안 됩니다.”

소피아는 아쉬워했다.

스토얀카는 물을 마시며 말했다.

“좋은 물이군요. 척추가 곧게 섭니다.”

모두가 또 멈췄다.

스토얀카는 이번에도 고개를 갸웃했다.

“칭찬이었는데요.”

아레가 낮게 말했다.

“그 말은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구나.”

“그런가요?”

“응.”

스토얀카는 잠시 생각했다.

“그럼 다음에는 꽃대라고 하겠습니다.”

“그것도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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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깊어졌다.

회담장의 지도는 어느새 접혀 있었다. 대신 그 위에는 잔과 접시와 빵 조각과 누군가의 장갑과, 왜 있는지 모를 작은 종이 왕관이 놓여 있었다.

푸리나는 그 종이 왕관을 들고 요안나의 머리에 얹었다.

“평화의 왕관!”

요안나는 웃었다.

“감사합니다.”

미하일라가 옆에서 보았다.

“그것은 공식 관이 아니다.”

요안나는 왕관을 만지며 말했다.

“하지만 귀엽잖아요.”

미하일라는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그건 부정하지 않는다.”

슈샤니크는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취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푸리나가 다가와 물었다.

“슈샤니크! 재미있어?”

슈샤니크는 잔을 기울였다.

“참 훌륭한 연회입니다.”

“정말?”

“예. 사람의 본질을 이렇게 저렴하게 드러내는 방법은 흔치 않지요.”

푸리나가 눈을 반짝였다.

“칭찬이지?”

슈샤니크는 아주 부드럽게 웃었다.

“그렇게 기억하고 싶으시다면요.”

그때 알토가 지나가며 말했다.

“그 발언은 공식 기록에 남기지 않겠습니다.”

슈샤니크가 그를 보았다.

“공식 기록에는요?”

연회장의 온도가 한순간 내려갔다.

알토는 담담하게 답했다.

“비공식 기록도 작성하지 않습니다.”

아카식이 옆에서 작게 말했다.

“정말?”

“예.”

“알토, 너 지금 좀 멋있다.”

알토는 눈썹만 살짝 움직였다.

“놀리시는 겁니까?”

“아니. 반쯤 진심.”

“나머지 반은요?”

“술기운.”

“그 부분은 무효로 처리하겠습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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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레이튼은 여덟 번째 수수께끼를 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러분. 잔은 비어 있는데 책임은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죠니가 말했다.

“술값.”

“훌륭한 현실적 답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철학적으로 접근하면—”

“술값이라니까.”

하융이 천천히 말했다.

“다른 가능성에서는 그 답이 정답이었소.”

레이튼은 눈을 빛냈다.

“오, 흥미롭군요. 그렇다면 그 가능성에서는 누가 계산했습니까?”

모두가 침묵했다.

아카식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 질문 위험한데.”

알토가 즉시 말했다.

“계약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푸리나가 외쳤다.

“좋아! 오늘 술값은 연극 수익으로—”

그레이가 끼어들었다.

“연극 수익은 아직 없습니다.”

“그럼 미래의 연극 수익으로!”

하융이 말했다.

“그 미래는 방금 죽었소.”

죠니는 의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이 의자가 문제야.”

요안나가 다가왔다.

“죠니 경. 아직 화해하지 않았나요?”

“임시 휴전이었어.”

“그럼 평화협정을 맺어요.”

“상대가 서명할 손이 없어.”

요안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건 차별일 수 있어요.”

죠니는 머리를 감쌌다.

아카식은 알토에게 속삭였다.

“저건 남기고 싶다.”

“안 됩니다.”

“그래, 알아. 그냥 말해본 거야.”

“그 말도 세 번째입니다.”

“세고 있었어?”

“직업상.”

“직업이라니. 너 지금 쉬는 중이잖아.”

“쉬는 중에도 사고는 발생합니다.”

아카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건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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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마지막 사고는 푸리나가 일으켰다.

그녀는 의자 위에 섰다.

탁자가 아니었으니 그레이는 잠시 안심했다.

하지만 곧 안심을 취소했다.

푸리나는 잔을 들고 외쳤다.

“여러분!”

모두가 그녀를 보았다.

“오늘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어!”

죠니가 말했다.

“난 아무것도 배우고 싶지 않았어.”

“왕관도 취한다!”

알렉산드리나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빈 잔도 왕도다.”

“그건 배우지 마십시오.”

가브리엘라의 목소리였다.

푸리나는 이어갔다.

“의자와도 평화가 필요하다!”

요안나가 감동했다.

“맞아요.”

죠니가 말했다.

“아니야.”

“치즈도 지켜야 한다!”

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숙취는 밤이고, 물은 새벽이다!”

가브리엘라가 만족했다.

“정확합니다.”

“척추는…….”

그레이가 빠르게 말했다.

“그 부분은 생략하십시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생략!”

스토얀카는 조금 아쉬워했다.

푸리나는 마지막으로 잔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가 기다렸다.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아직 전쟁 선포 안 했어! 그러니 성공이야!”

정적.

그레이는 천천히 주변을 보았다.

미하일라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요안나는 종이 왕관을 쓰고 있었다.
벨라는 치즈 접시의 잔해를 지키고 있었다.
알렉산드리나는 빈 잔을 왕도처럼 들고 있었다.
죠니는 의자와 냉전 중이었다.
아스테르다스는 여전히 샹들리에를 아쉬워했다.
아스트리트는 자신이 방금 술잔 역할을 했는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호흐마이스터는 “술을 입는다”는 표현을 아직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다.
아레는 쓰러진 의자를 조용히 세우고 있었다.
알토는 공식 기록을 지우고 있었다.
아카식은 그걸 보며 웃고 있었다.

그레이는 생각했다.

‘성공의 기준이 너무 낮습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는 푸리나가 떨어지기 전에 의자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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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왔다.

레이튼의 예언은 적중했다.

그것은 모두에게 작은 재앙이었다.

연회장은 전쟁터와 비슷했다.
다만 피 대신 포도주가 있었고, 부러진 창 대신 넘어진 의자가 있었으며, 전사자 대신 체면을 잃은 왕관들이 있었다.

푸리나는 탁자에 엎드려 있었다.

“그레이…….”

“예.”

“어제 외교적으로 성공했지?”

그레이는 정리된 보고서를 보았다.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비공식 친선 연회 중 발생한 경미하지 않은 사건 목록」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전쟁 선포는 없었습니다.”

푸리나가 희미하게 웃었다.

“봤지…….”

“다만 벨라 폐하께서 치즈 접시에 방어권을 선포하셨고, 요안나 폐하께서 닭고기와 생선 사이의 평화 중재를 시도하셨으며, 죠니 경과 의자 사이의 관계는 아직 불안정합니다.”

탁자 아래에서 죠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의자는 아직 항복 안 했어.”

요안나가 물컵을 들고 다가왔다.

“그럼 오늘은 의자와 평화협정을 맺어요.”

알토가 즉시 말했다.

“그 협정은 공식 기록에 남기지 않겠습니다.”

아카식은 창가에 기대 웃었다.

“알토, 그럼 비공식은?”

알토는 그를 보았다.

“성좌께서도 오늘은 그 말씀을 삼가주십시오.”

“딱 한 줄만.”

“안 됩니다.”

“너무하네.”

“체면 보호 절차입니다.”

아카식은 두 손을 들었다.

“알겠어, 알겠어. 오늘은 안 남길게.”

푸리나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들었다.

“정말? 기록의 성좌가?”

아카식은 빈 잔을 손끝으로 굴렸다.

“나는 기록을 좋아하지, 사람을 벽에 못 박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그는 연회장을 보며 조금 더 부드럽게 말했다.

“게다가 이런 밤은 남기지 않아도 오래 가.”

죠니가 낮게 물었다.

“왜?”

아카식은 웃었다.

“당사자들이 평생 부끄러워하니까.”

죠니는 잠시 침묵했다.

“그게 더 나쁘잖아.”

알토가 담담히 덧붙였다.

“공식 기록이 없는 것이 그나마 자비입니다.”

아카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알토가 오늘 다들 살린 거야.”

알토는 잠시 침묵했다.

“그 표현은 과장입니다.”

“그럼 체면을 살렸어.”

“그 표현은 인정하겠습니다.”

“좋네. 오늘의 영웅이네.”

“성좌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기록처럼 들립니다.”

“아, 미안. 취소.”

“취소를 접수합니다.”

아카식은 웃음을 터뜨렸다.


---

그때 아레가 마지막으로 쓰러진 의자를 세웠다.

나무 다리가 바닥에 닿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아레는 낮게 말했다.

“밤은 지나갔구나.”

푸리나가 탁자에 뺨을 붙인 채 대답했다.

“응…….”

아레는 연회장 바닥에 굴러다니는 종이 왕관과 빈 잔, 치즈 조각, 그리고 회담용 문서 위에 찍힌 술자국을 보았다.

“그럼 세워야 할 것은 세우고, 묻어야 할 것은 묻자.”

그레이가 작게 말했다.

“묻을 건 없습니다.”

아레는 잠시 생각했다.

“체면은 조금 묻힌 듯하구나.”

푸리나가 벌떡 고개를 들었다.

“좋아! 그럼 오후에는 체면 장례식—”

전원이 동시에 말했다.

“하지 마.”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웃었다.

“……그럼 저녁에?”

그레이는 보고서를 접었다.

알토는 눈을 감았다.

죠니는 의자를 노려보았다.

요안나는 물컵을 내밀었다.

아카식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리고 창밖에는, 아주 얄밉도록 맑은 아침 햇살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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