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238)
작성자:여관◆zAR16hM8he
작성일:2026-05-08 (금) 01:04:15
갱신일:2026-05-13 (수) 19:12:03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146익명의 참치 씨(134958d1)2026-05-19 (화) 14:38:11
# 《이타카행 임시 극장선》
## 프롤로그 — 극장 안에 배를 띄우다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극장은 그날, 바다가 되어 있었다.
물론 진짜 바다는 아니었다.
바닥에는 푸른 천이 넓게 깔렸고, 그 위로 은빛 실이 물결처럼 수놓여 있었다. 무대 뒤편에는 둥근 달이 걸렸고, 천장에는 종이 갈매기들이 매달려 있었다. 커다란 돛대는 객석에서도 보일 만큼 높았으며, 배의 난간에는 흰 천과 낡은 밧줄, 조그만 등불들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배의 앞머리에는, 푸리나 헤툼의 글씨로 이런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타카행 임시 극장선**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로 부제가 붙어 있었다.
**— 목적지까지 책임지지는 않음 —**
죠니 죠스타는 그 문구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는 오늘 오디세우스 역을 맡았다. 아니, 푸리나가 그렇게 정했다. 본인 동의는 없었다. 어깨에는 낡은 항해자 망토가 걸려 있었고, 허리에는 짧은 검이 있었으며, 손에는 아직 쓰지도 않은 노가 들려 있었다.
죠니는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
“폐하.”
푸리나는 배 위에서 두 팔을 펼치고 있었다.
“응?”
“저 부제는 좀 불안한데.”
푸리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느 부분이?”
“전부.”
“하지만 정직하잖아!”
“정직한 사고 예고문이야.”
푸리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그래도 오늘은 침몰하지 않아!”
죠니는 푸른 천으로 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극장 안에서 침몰하면 그건 꽤 재능 있는 사고지.”
“그렇지? 나도 그건 좀 어렵다고 생각해.”
“그걸 듣고 안심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더 불안하네.”
그때 그레이가 조용히 무대 옆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평소처럼 검소한 옷차림이었지만, 오늘은 작은 항해 기록판과 천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천 주머니 안에는 두툼한 담요 몇 장, 말린 수건, 물병, 얇은 붕대, 그리고 작은 빵들이 들어 있었다.
푸리나가 그녀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레이! 명단 준비됐어?”
그레이는 잠시 천 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명단도 준비했습니다.”
“역시!”
“하지만 먼저 담요와 물을 배치하겠습니다.”
푸리나는 눈을 깜박였다.
“담요?”
“배가 흔들릴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죠니가 푸리나를 보았다.
“흔들릴 예정이었어?”
푸리나는 시선을 피했다.
“연출상?”
죠니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군. 배는 안 움직여도 사람은 굴릴 생각이었네.”
그레이는 담요를 배의 난간 옆에 하나씩 접어두었다.
“멀미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젖는 연출이 있다면 갈아입을 천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혹시 무대 위에서 넘어지면 바로 앉을 곳도 있어야 합니다.”
푸리나는 조금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보았다.
“그레이, 오늘은 그냥 연극인데?”
그레이는 고개를 들었다.
“네.”
그녀는 아주 작게, 그러나 단정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다행입니다. 연극이라면, 다치지 않게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그 말에 푸리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죠니는 담요 더미를 보다가 툭 말했다.
“좋네. 오디세우스도 담요는 필요했을 거야.”
푸리나가 바로 웃었다.
“오디세우스가 담요 덮고 항해하는 건 좀 귀여운데?”
“아마 본인은 안 귀여웠을걸.”
“죠니는 귀여울 수 있어.”
“그 말은 항해 시작 전에 철회해.”
“싫어.”
그레이는 둘의 대화를 듣고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정말 잠깐이었다. 하지만 푸리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레이 웃었다!”
그레이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착각입니다.”
죠니가 말했다.
“늦었어. 폐하가 봤으면 기록된 거야.”
그레이는 조금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푸리나는 이미 만족한 듯 배 난간을 두드렸다.
---
객석에는 다시 여러 나라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니케아의 미하일라는 배의 구조를 보는 듯했고, 요안나는 바다 천이 파도처럼 흔들리는 것을 조금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슈샤니크는 “임시 극장선”이라는 이름을 보고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아직 말하지 않았다.
민다우가스는 조용히 돛대를 보았다. 아스테르다스는 이미 배 난간 위에 올라가려다, 레플리카와 그레이의 시선이 동시에 닿자 얌전히 내려왔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레플리카가 차분히 말했다.
“그래서 내려오는 것이 낫다.”
아스테르다스는 웃었다.
“차르님은 오늘도 정확하네.”
“바다는 실수에 관대하지 않다. 무대 위 바다라도, 발을 헛디디면 아프다.”
죠니가 옆에서 말했다.
“오늘 저 말 자주 듣게 될 것 같네.”
아스테르다스는 배 난간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바다는 좋잖아. 어디든 갈 수 있고.”
민다우가스가 객석에서 낮게 말했다.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은 장점이자 위험이다.”
아스테르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민다우가스는 담담히 이어 말했다.
“돌아올 항구를 정하지 않은 항해는 방랑이다. 방랑이 나쁜 것은 아니나, 방랑과 귀향은 다르다.”
아스테르다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
“그럼 오늘은 귀향이네?”
민다우가스는 배 앞머리에 적힌 이름을 보았다.
“그렇게 적혀 있군.”
죠니가 작게 말했다.
“저 부제까지 같이 읽으면 확신은 좀 줄어들지만.”
푸리나는 바로 항의했다.
“죠니!”
“왜. 네가 쓴 거잖아.”
“그래도 분위기는 살려줘!”
“나는 생존을 살리는 쪽이라서.”
---
푸리나는 마침내 무대 중앙으로 나왔다.
오늘 그녀는 음유시인이자, 아테나 비슷한 후원자이자, 이 극의 연출자였다. 푸른 리본이 달린 흰 망토를 두르고, 손에는 작은 류트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한 번 현을 튕기자, 극장 안의 종이 갈매기들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여러분!”
그녀의 목소리가 극장 안을 맑게 울렸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다를 건너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객석이 조용해졌다.
푸리나는 웃었다.
“전쟁이 끝났고, 영웅은 배에 오릅니다. 섬들이 나타나고, 괴물들이 기다리고, 노래가 부르고, 바다는 길을 감춥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돌아가야 하지요.”
그녀는 배의 난간을 두드렸다.
“왜냐하면 이타카가 있으니까!”
죠니가 낮게 말했다.
“처음부터 목적지를 말해주는 건 친절하네.”
푸리나는 그를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오늘의 오디세우스!”
죠니는 이미 포기한 얼굴이었다.
“응. 알고 있어.”
“더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줘.”
“그건 배가 실제로 출발하면 생각해볼게.”
“안 움직인다니까!”
“그래서 감동도 반쯤만.”
객석에서 웃음이 낮게 퍼졌다.
푸리나는 류트를 다시 튕겼다.
“하지만 이번 극은 단순한 영웅담이 아닙니다. 돌아간다는 것은 길을 아는 일이기도 하고, 길에서 잃은 것을 세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아주 잠깐.
그리고 다시 밝게 웃었다.
“물론 처음부터 너무 무겁게 가면 재미없으니까, 먼저 출항부터 합시다!”
죠니가 중얼거렸다.
“그 말이 제일 위험해.”
---
그레이는 배 뒤편에서 승선자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딱딱하게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었다.
“담요는 필요 없으십니까?”
“물이 가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신발끈이 풀렸습니다. 항해 중에는 걸릴 수 있습니다.”
아스테르다스가 신발끈을 보고 웃었다.
“정말 풀렸네.”
그레이는 몸을 숙여 매듭을 다시 묶어주려다 멈췄다.
“직접 하실 수 있습니까?”
아스테르다스는 눈을 깜박였다.
“응? 물론이지.”
“그럼 직접 묶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항해 중에 다시 풀리면 바로 고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아스테르다스는 잠시 그레이를 보았다.
그리고 조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는 직접 신발끈을 묶었다.
죠니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뛰어내리기 전에 신발끈도 보는 거네. 많이 컸다.”
아스테르다스가 씩 웃었다.
“로빈 후드 때 배웠거든.”
“좋네. 공연이 교육 효과가 있었어.”
그레이는 작게 말했다.
“그건 좋은 일입니다.”
죠니가 그녀를 보았다.
“그레이, 너 지금 꽤 만족했지?”
“안전한 행동은 만족할 만합니다.”
“그건 맞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고 류트를 품에 안았다.
“좋아. 이번 귀향극, 시작이 괜찮아.”
죠니가 물었다.
“어느 부분이?”
푸리나는 웃었다.
“다들 아직 배에 타기도 전에 조금씩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잖아.”
그 말에 죠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말은 가끔 꽤 좋아.”
푸리나는 환하게 웃었다.
“칭찬이야?”
“반쯤.”
“나머지 반은?”
“아직 출항 전이니까 보류.”
푸리나는 웃었다.
---
레이튼은 조용히 배에 올랐다.
오늘 그는 항해 참모이자 질문자였다. 손에는 나침반 대신 둥근 수수께끼판을 들고 있었다.
죠니가 그것을 보고 물었다.
“그거 나침반이야?”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방향을 알려주기는 합니다.”
“북쪽?”
“아뇨. 질문 쪽으로요.”
죠니는 잠시 레이튼을 보았다.
“그거 배에서 제일 위험한 물건일지도 모르겠네.”
레이튼은 즐거운 듯 웃었다.
“그럴 수도 있지요.”
그는 죠니 옆에 서서 물었다.
“선장님. 집이란 목적지입니까, 아니면 돌아가고자 하는 이유입니까?”
죠니는 바로 대답했다.
“지금은 항구 이름이면 충분해.”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첫 번째 답으로는 훌륭하군요.”
“첫 번째면 나중에 또 묻겠다는 뜻이지?”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나중에 짜증낼 준비도 해둘게.”
레이튼은 아주 만족한 듯했다.
---
하융은 조타수 자리에 섰다.
그는 조용히 푸른 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대 장치에 불과한 천 물결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그 너머의 길들이 희미하게 겹쳐 보이는 듯했다.
가지 않은 물길.
돌아오지 못한 배.
한 번만 방향을 달리했어도 살아남았을 선원들.
그리고 아직 닿을 수 있는 하나의 항구.
하융은 낮게 말했다.
“물결은 모두 길처럼 보이나, 모든 길이 귀향은 아니오.”
푸리나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웃었다.
“좋아. 조타수 대사로 완벽해.”
죠니가 하융을 보았다.
“그럼 어느 쪽이 이타카야?”
하융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아직은 보이지 않소.”
죠니는 숨을 내쉬었다.
“출항 전부터?”
“안개가 짙소.”
“극장 안인데도?”
하융은 진지했다.
“무대의 안개도 길을 가리오.”
죠니는 잠시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배에선 그 정도면 평범한 대답이네.”
---
마침내 출항 준비가 끝났다.
푸리나는 배 앞머리에 섰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무대 양쪽의 배우들이 푸른 천을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바다가 움직였다. 배는 가만히 있었지만, 빛과 천과 음악 때문에 정말로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객석의 요안나는 작게 숨을 삼켰다.
라이자는 은빛 등불을 하나 켰다.
아카식은 느긋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알토는 그 옆에서 말없이 보다가, 결국 한 줄을 적었다.
**극장 안의 배. 그러나 출항감 있음.**
아카식은 그걸 보고 웃었다.
“귀엽네.”
알토는 대답하지 않았다.
푸리나는 류트를 높이 들었다.
“이타카행 임시 극장선, 출항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한 사회자의 외침이 아니었다.
그 순간 푸리나 헤툼의 신술이, 아주 얇게 극장 전체에 펼쳐졌다.
**《세상은 무대요, 모든 이는 주인공일지니!》**
그것은 바다를 불러오는 신술이 아니었다.
왕궁을 없애고, 진짜 파도와 폭풍을 끌어들이는 기적도 아니었다. 푸른 천은 여전히 천이었고, 돛대는 여전히 목재였으며, 종이 갈매기는 줄에 매달린 종이 갈매기였다.
하지만 푸리나의 극은, 사물을 바꾸기 전에 먼저 사람을 무대 위에 세웠다.
배우들은 더 이상 단순히 배 역할을 하는 장치 위에 선 것이 아니었다.
관객들도 더 이상 안전한 객석에 앉아 남의 항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떠나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는 선원이었고.
누군가는 배웅하는 이였고.
누군가는 돌아올 이를 기다리는 집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자기 배역을 받아들이자, [여관:극장]의 막이 한 겹 열렸다.
천이 물결처럼 출렁였다.
아니, 출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종이 갈매기들이 줄에 매달린 채 흔들렸다.
아니, 바람을 타고 정말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의 머리카락 끝에 바닷바람이 스쳤다.
소금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났다.
멀리, 보이지 않는 파도가 배 옆구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레이는 순간적으로 담요가 날아가지 않도록 손을 얹었다.
죠니는 발밑의 갑판이 아주 작게 기울어진 것을 느끼고, 난간을 붙잡았다.
“폐하.”
그가 낮게 말했다.
“방금 배 움직였지?”
푸리나는 류트를 품에 안고 웃었다.
“조금만.”
죠니는 푸른 천 위에 겹쳐진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그 ‘조금만’이 바다에서는 제일 위험하다니까.”
“하지만 안 넘어졌잖아.”
“그래. 아직은.”
푸리나는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웃음이 아주 조금 낮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바다는 진짜 바다가 아니다.
하지만 떠나는 마음은 진짜였다.
이 배는 무대 위에 있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무대 장치가 아니었다.
배우들이 흔드는 푸른 천 위로, 한 겹의 파도가 더 겹쳤다.
달은 등불이었지만, 달빛은 차가웠다.
갈매기는 종이였지만, 울음소리는 멀었다.
객석의 사람들도 잠시 말을 잃었다.
그들은 무대 장치를 보고 있었다.
동시에 배웅하고 있었다.
푸리나는 류트를 다시 튕겼다.
첫 노래는 아주 밝지 않았다.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았다.
그저 떠나는 노래였다.
> 바다는 천으로 짰고,
> 달은 등불로 걸었네.
> 그래도 떠나는 사람은
> 뒤돌아볼 곳을 찾네.
>
> 이타카여, 아직 멀어도
> 불 하나만은 꺼뜨리지 마라.
> 돌아오는 이는 젖어 있을 테니,
> 마른 천 하나 남겨두어라.
죠니는 노래를 듣다가 작게 말했다.
“폐하.”
“응?”
“이번 노래는 괜찮네.”
푸리나는 조금 놀란 듯 그를 보았다.
“정말?”
죠니는 앞을 보며 대답했다.
“응. 너무 세게 안 불어서.”
푸리나는 웃었다.
“그게 칭찬이야?”
“내 기준에선 꽤 큰 칭찬.”
그레이는 배 뒤편에서 마지막 담요를 접어두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돌아오면, 젖은 옷부터 갈아입어야 합니다.”
그 말은 누구에게 한 말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죠니에게인지.
배에 탄 모두에게인지.
아니면 언젠가 돌아올 수 있는 사람들과, 돌아오지 못할 사람들까지 향한 말인지.
푸리나는 그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난스럽게 받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배는 무대 위에 있었다.
그러나 바다는 흔들렸다.
그리고 이타카행 임시 극장선은, 극장 안에서 정말로 먼 길을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 프롤로그 — 극장 안에 배를 띄우다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극장은 그날, 바다가 되어 있었다.
물론 진짜 바다는 아니었다.
바닥에는 푸른 천이 넓게 깔렸고, 그 위로 은빛 실이 물결처럼 수놓여 있었다. 무대 뒤편에는 둥근 달이 걸렸고, 천장에는 종이 갈매기들이 매달려 있었다. 커다란 돛대는 객석에서도 보일 만큼 높았으며, 배의 난간에는 흰 천과 낡은 밧줄, 조그만 등불들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배의 앞머리에는, 푸리나 헤툼의 글씨로 이런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타카행 임시 극장선**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로 부제가 붙어 있었다.
**— 목적지까지 책임지지는 않음 —**
죠니 죠스타는 그 문구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는 오늘 오디세우스 역을 맡았다. 아니, 푸리나가 그렇게 정했다. 본인 동의는 없었다. 어깨에는 낡은 항해자 망토가 걸려 있었고, 허리에는 짧은 검이 있었으며, 손에는 아직 쓰지도 않은 노가 들려 있었다.
죠니는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
“폐하.”
푸리나는 배 위에서 두 팔을 펼치고 있었다.
“응?”
“저 부제는 좀 불안한데.”
푸리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느 부분이?”
“전부.”
“하지만 정직하잖아!”
“정직한 사고 예고문이야.”
푸리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그래도 오늘은 침몰하지 않아!”
죠니는 푸른 천으로 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극장 안에서 침몰하면 그건 꽤 재능 있는 사고지.”
“그렇지? 나도 그건 좀 어렵다고 생각해.”
“그걸 듣고 안심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더 불안하네.”
그때 그레이가 조용히 무대 옆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평소처럼 검소한 옷차림이었지만, 오늘은 작은 항해 기록판과 천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천 주머니 안에는 두툼한 담요 몇 장, 말린 수건, 물병, 얇은 붕대, 그리고 작은 빵들이 들어 있었다.
푸리나가 그녀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레이! 명단 준비됐어?”
그레이는 잠시 천 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명단도 준비했습니다.”
“역시!”
“하지만 먼저 담요와 물을 배치하겠습니다.”
푸리나는 눈을 깜박였다.
“담요?”
“배가 흔들릴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죠니가 푸리나를 보았다.
“흔들릴 예정이었어?”
푸리나는 시선을 피했다.
“연출상?”
죠니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군. 배는 안 움직여도 사람은 굴릴 생각이었네.”
그레이는 담요를 배의 난간 옆에 하나씩 접어두었다.
“멀미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젖는 연출이 있다면 갈아입을 천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혹시 무대 위에서 넘어지면 바로 앉을 곳도 있어야 합니다.”
푸리나는 조금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보았다.
“그레이, 오늘은 그냥 연극인데?”
그레이는 고개를 들었다.
“네.”
그녀는 아주 작게, 그러나 단정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다행입니다. 연극이라면, 다치지 않게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그 말에 푸리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죠니는 담요 더미를 보다가 툭 말했다.
“좋네. 오디세우스도 담요는 필요했을 거야.”
푸리나가 바로 웃었다.
“오디세우스가 담요 덮고 항해하는 건 좀 귀여운데?”
“아마 본인은 안 귀여웠을걸.”
“죠니는 귀여울 수 있어.”
“그 말은 항해 시작 전에 철회해.”
“싫어.”
그레이는 둘의 대화를 듣고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정말 잠깐이었다. 하지만 푸리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레이 웃었다!”
그레이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착각입니다.”
죠니가 말했다.
“늦었어. 폐하가 봤으면 기록된 거야.”
그레이는 조금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푸리나는 이미 만족한 듯 배 난간을 두드렸다.
---
객석에는 다시 여러 나라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니케아의 미하일라는 배의 구조를 보는 듯했고, 요안나는 바다 천이 파도처럼 흔들리는 것을 조금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슈샤니크는 “임시 극장선”이라는 이름을 보고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아직 말하지 않았다.
민다우가스는 조용히 돛대를 보았다. 아스테르다스는 이미 배 난간 위에 올라가려다, 레플리카와 그레이의 시선이 동시에 닿자 얌전히 내려왔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레플리카가 차분히 말했다.
“그래서 내려오는 것이 낫다.”
아스테르다스는 웃었다.
“차르님은 오늘도 정확하네.”
“바다는 실수에 관대하지 않다. 무대 위 바다라도, 발을 헛디디면 아프다.”
죠니가 옆에서 말했다.
“오늘 저 말 자주 듣게 될 것 같네.”
아스테르다스는 배 난간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바다는 좋잖아. 어디든 갈 수 있고.”
민다우가스가 객석에서 낮게 말했다.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은 장점이자 위험이다.”
아스테르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민다우가스는 담담히 이어 말했다.
“돌아올 항구를 정하지 않은 항해는 방랑이다. 방랑이 나쁜 것은 아니나, 방랑과 귀향은 다르다.”
아스테르다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
“그럼 오늘은 귀향이네?”
민다우가스는 배 앞머리에 적힌 이름을 보았다.
“그렇게 적혀 있군.”
죠니가 작게 말했다.
“저 부제까지 같이 읽으면 확신은 좀 줄어들지만.”
푸리나는 바로 항의했다.
“죠니!”
“왜. 네가 쓴 거잖아.”
“그래도 분위기는 살려줘!”
“나는 생존을 살리는 쪽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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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나는 마침내 무대 중앙으로 나왔다.
오늘 그녀는 음유시인이자, 아테나 비슷한 후원자이자, 이 극의 연출자였다. 푸른 리본이 달린 흰 망토를 두르고, 손에는 작은 류트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한 번 현을 튕기자, 극장 안의 종이 갈매기들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여러분!”
그녀의 목소리가 극장 안을 맑게 울렸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다를 건너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객석이 조용해졌다.
푸리나는 웃었다.
“전쟁이 끝났고, 영웅은 배에 오릅니다. 섬들이 나타나고, 괴물들이 기다리고, 노래가 부르고, 바다는 길을 감춥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돌아가야 하지요.”
그녀는 배의 난간을 두드렸다.
“왜냐하면 이타카가 있으니까!”
죠니가 낮게 말했다.
“처음부터 목적지를 말해주는 건 친절하네.”
푸리나는 그를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오늘의 오디세우스!”
죠니는 이미 포기한 얼굴이었다.
“응. 알고 있어.”
“더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줘.”
“그건 배가 실제로 출발하면 생각해볼게.”
“안 움직인다니까!”
“그래서 감동도 반쯤만.”
객석에서 웃음이 낮게 퍼졌다.
푸리나는 류트를 다시 튕겼다.
“하지만 이번 극은 단순한 영웅담이 아닙니다. 돌아간다는 것은 길을 아는 일이기도 하고, 길에서 잃은 것을 세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아주 잠깐.
그리고 다시 밝게 웃었다.
“물론 처음부터 너무 무겁게 가면 재미없으니까, 먼저 출항부터 합시다!”
죠니가 중얼거렸다.
“그 말이 제일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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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는 배 뒤편에서 승선자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딱딱하게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었다.
“담요는 필요 없으십니까?”
“물이 가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신발끈이 풀렸습니다. 항해 중에는 걸릴 수 있습니다.”
아스테르다스가 신발끈을 보고 웃었다.
“정말 풀렸네.”
그레이는 몸을 숙여 매듭을 다시 묶어주려다 멈췄다.
“직접 하실 수 있습니까?”
아스테르다스는 눈을 깜박였다.
“응? 물론이지.”
“그럼 직접 묶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항해 중에 다시 풀리면 바로 고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아스테르다스는 잠시 그레이를 보았다.
그리고 조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는 직접 신발끈을 묶었다.
죠니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뛰어내리기 전에 신발끈도 보는 거네. 많이 컸다.”
아스테르다스가 씩 웃었다.
“로빈 후드 때 배웠거든.”
“좋네. 공연이 교육 효과가 있었어.”
그레이는 작게 말했다.
“그건 좋은 일입니다.”
죠니가 그녀를 보았다.
“그레이, 너 지금 꽤 만족했지?”
“안전한 행동은 만족할 만합니다.”
“그건 맞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고 류트를 품에 안았다.
“좋아. 이번 귀향극, 시작이 괜찮아.”
죠니가 물었다.
“어느 부분이?”
푸리나는 웃었다.
“다들 아직 배에 타기도 전에 조금씩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잖아.”
그 말에 죠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말은 가끔 꽤 좋아.”
푸리나는 환하게 웃었다.
“칭찬이야?”
“반쯤.”
“나머지 반은?”
“아직 출항 전이니까 보류.”
푸리나는 웃었다.
---
레이튼은 조용히 배에 올랐다.
오늘 그는 항해 참모이자 질문자였다. 손에는 나침반 대신 둥근 수수께끼판을 들고 있었다.
죠니가 그것을 보고 물었다.
“그거 나침반이야?”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방향을 알려주기는 합니다.”
“북쪽?”
“아뇨. 질문 쪽으로요.”
죠니는 잠시 레이튼을 보았다.
“그거 배에서 제일 위험한 물건일지도 모르겠네.”
레이튼은 즐거운 듯 웃었다.
“그럴 수도 있지요.”
그는 죠니 옆에 서서 물었다.
“선장님. 집이란 목적지입니까, 아니면 돌아가고자 하는 이유입니까?”
죠니는 바로 대답했다.
“지금은 항구 이름이면 충분해.”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첫 번째 답으로는 훌륭하군요.”
“첫 번째면 나중에 또 묻겠다는 뜻이지?”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나중에 짜증낼 준비도 해둘게.”
레이튼은 아주 만족한 듯했다.
---
하융은 조타수 자리에 섰다.
그는 조용히 푸른 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대 장치에 불과한 천 물결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그 너머의 길들이 희미하게 겹쳐 보이는 듯했다.
가지 않은 물길.
돌아오지 못한 배.
한 번만 방향을 달리했어도 살아남았을 선원들.
그리고 아직 닿을 수 있는 하나의 항구.
하융은 낮게 말했다.
“물결은 모두 길처럼 보이나, 모든 길이 귀향은 아니오.”
푸리나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웃었다.
“좋아. 조타수 대사로 완벽해.”
죠니가 하융을 보았다.
“그럼 어느 쪽이 이타카야?”
하융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아직은 보이지 않소.”
죠니는 숨을 내쉬었다.
“출항 전부터?”
“안개가 짙소.”
“극장 안인데도?”
하융은 진지했다.
“무대의 안개도 길을 가리오.”
죠니는 잠시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배에선 그 정도면 평범한 대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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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출항 준비가 끝났다.
푸리나는 배 앞머리에 섰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무대 양쪽의 배우들이 푸른 천을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바다가 움직였다. 배는 가만히 있었지만, 빛과 천과 음악 때문에 정말로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객석의 요안나는 작게 숨을 삼켰다.
라이자는 은빛 등불을 하나 켰다.
아카식은 느긋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알토는 그 옆에서 말없이 보다가, 결국 한 줄을 적었다.
**극장 안의 배. 그러나 출항감 있음.**
아카식은 그걸 보고 웃었다.
“귀엽네.”
알토는 대답하지 않았다.
푸리나는 류트를 높이 들었다.
“이타카행 임시 극장선, 출항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한 사회자의 외침이 아니었다.
그 순간 푸리나 헤툼의 신술이, 아주 얇게 극장 전체에 펼쳐졌다.
**《세상은 무대요, 모든 이는 주인공일지니!》**
그것은 바다를 불러오는 신술이 아니었다.
왕궁을 없애고, 진짜 파도와 폭풍을 끌어들이는 기적도 아니었다. 푸른 천은 여전히 천이었고, 돛대는 여전히 목재였으며, 종이 갈매기는 줄에 매달린 종이 갈매기였다.
하지만 푸리나의 극은, 사물을 바꾸기 전에 먼저 사람을 무대 위에 세웠다.
배우들은 더 이상 단순히 배 역할을 하는 장치 위에 선 것이 아니었다.
관객들도 더 이상 안전한 객석에 앉아 남의 항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떠나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는 선원이었고.
누군가는 배웅하는 이였고.
누군가는 돌아올 이를 기다리는 집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자기 배역을 받아들이자, [여관:극장]의 막이 한 겹 열렸다.
천이 물결처럼 출렁였다.
아니, 출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종이 갈매기들이 줄에 매달린 채 흔들렸다.
아니, 바람을 타고 정말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의 머리카락 끝에 바닷바람이 스쳤다.
소금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났다.
멀리, 보이지 않는 파도가 배 옆구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레이는 순간적으로 담요가 날아가지 않도록 손을 얹었다.
죠니는 발밑의 갑판이 아주 작게 기울어진 것을 느끼고, 난간을 붙잡았다.
“폐하.”
그가 낮게 말했다.
“방금 배 움직였지?”
푸리나는 류트를 품에 안고 웃었다.
“조금만.”
죠니는 푸른 천 위에 겹쳐진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그 ‘조금만’이 바다에서는 제일 위험하다니까.”
“하지만 안 넘어졌잖아.”
“그래. 아직은.”
푸리나는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웃음이 아주 조금 낮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바다는 진짜 바다가 아니다.
하지만 떠나는 마음은 진짜였다.
이 배는 무대 위에 있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무대 장치가 아니었다.
배우들이 흔드는 푸른 천 위로, 한 겹의 파도가 더 겹쳤다.
달은 등불이었지만, 달빛은 차가웠다.
갈매기는 종이였지만, 울음소리는 멀었다.
객석의 사람들도 잠시 말을 잃었다.
그들은 무대 장치를 보고 있었다.
동시에 배웅하고 있었다.
푸리나는 류트를 다시 튕겼다.
첫 노래는 아주 밝지 않았다.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았다.
그저 떠나는 노래였다.
> 바다는 천으로 짰고,
> 달은 등불로 걸었네.
> 그래도 떠나는 사람은
> 뒤돌아볼 곳을 찾네.
>
> 이타카여, 아직 멀어도
> 불 하나만은 꺼뜨리지 마라.
> 돌아오는 이는 젖어 있을 테니,
> 마른 천 하나 남겨두어라.
죠니는 노래를 듣다가 작게 말했다.
“폐하.”
“응?”
“이번 노래는 괜찮네.”
푸리나는 조금 놀란 듯 그를 보았다.
“정말?”
죠니는 앞을 보며 대답했다.
“응. 너무 세게 안 불어서.”
푸리나는 웃었다.
“그게 칭찬이야?”
“내 기준에선 꽤 큰 칭찬.”
그레이는 배 뒤편에서 마지막 담요를 접어두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돌아오면, 젖은 옷부터 갈아입어야 합니다.”
그 말은 누구에게 한 말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죠니에게인지.
배에 탄 모두에게인지.
아니면 언젠가 돌아올 수 있는 사람들과, 돌아오지 못할 사람들까지 향한 말인지.
푸리나는 그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난스럽게 받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배는 무대 위에 있었다.
그러나 바다는 흔들렸다.
그리고 이타카행 임시 극장선은, 극장 안에서 정말로 먼 길을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