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238)
작성자:여관◆zAR16hM8he
작성일:2026-05-08 (금) 01:04:15
갱신일:2026-05-13 (수) 19:12:03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151여관◆zAR16hM8he(52459695)2026-05-20 (수) 10:23:03
5막 — 저승의 여관과 젖은 신발
다섯 번째 바다는 아래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푸른 천은 여전히 바다였고, 이타카행 임시 극장선은 여전히 왕궁 극장의 무대 위에 있었다. 그러나 파도 소리가 조금씩 낮아졌다. 갈매기 소리는 사라졌고, 바람도 줄었다.
대신 물 밑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가 있었다.
멀고, 둔하고, 아주 느린 소리.
노 젓는 소리 같기도 했고, 문이 닫히는 소리 같기도 했다.
푸리나는 배 앞머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다가…… 낮아지고 있어.”
죠니는 난간을 잡았다.
“배는 그대로인데, 발밑이 내려가는 느낌이네. 여왕님, 이거 연출이야?”
푸리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반쯤은.”
“그럼 나머지 반은?”
“오디세이아.”
죠니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 대답, 편리하네.”
“나도 지금 그렇게 생각했어.”
무대의 조명이 낮아졌다.
푸른색은 점점 검푸른빛으로 변했고, 은빛 물결은 빛을 잃었다. 배 주위에는 안개가 깔렸다. 하지만 세이렌의 안개와는 달랐다. 그것은 사람을 부르는 안개가 아니라, 이미 다녀간 발자국을 감추는 안개였다.
하융은 조타륜을 놓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
“곧 닿을 것이오.”
죠니가 물었다.
“어디에?”
하융은 대답하기 전에 한참 동안 어둠을 보았다.
“살아 있는 자가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되는 항구요.”
레이튼이 낮게 말했다.
“저승이군요.”
아스테르다스는 이번엔 농담하지 않았다.
그는 신발끈을 다시 확인했다. 아주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왜 그것을 확인했는지 깨닫고, 조금 씁쓸하게 웃었다.
“여긴 뛰어내릴 곳이 아니겠네.”
죠니가 말했다.
“응. 오늘만큼은 난간 위에 올라가지 않는 걸로 하자. 네가 떨어질 곳을 고르는 사람이라도, 여긴 고르면 안 되는 쪽이야.”
아스테르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레이는 말없이 작은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마른 천이 들어 있었다.
처음 출항할 때 챙겼던 것보다 더 얇고, 더 부드러운 천이었다. 누군가의 손을 닦기에도, 젖은 신발을 감싸기에도 좋은 천.
죠니는 그것을 보고 물었다.
“정말 있을 것 같아?”
그레이는 잠시 손을 멈췄다.
“네.”
“젖은 신발?”
“바다를 건너온 곳이라면요.”
죠니는 더 묻지 않았다.
---
배가 닿은 곳은 항구가 아니었다.
여관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여관처럼 보이는 항구였다.
무대 한가운데, 어둠 속에 작은 건물이 있었다. 지붕은 낮고, 창문에는 따뜻한 빛이 걸려 있었다. 문 앞에는 오래된 나무 간판이 흔들렸다.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는 듯했다.
어떤 이에게는 마지막 여관으로.
어떤 이에게는 돌아오지 못한 자의 쉼터로.
어떤 이에게는 그저, 길 끝에 불을 켜둔 집으로.
여관 앞에는 신발장이 있었다.
그레이는 그것을 본 순간 멈췄다.
신발장이었다.
낡은 장화, 작은 신발, 군화, 샌들, 가죽 끈이 끊어진 신발, 진흙이 묻은 신발, 바닷물에 젖은 신발.
가지런했다.
너무 가지런해서, 오히려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레이는 천천히 다가갔다.
죠니가 뒤에서 물었다.
“왜?”
그레이는 한 켤레의 젖은 신발 앞에 멈춰 섰다.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저승의 문 앞에, 아직 마르지 않은 신발.
방금 도착한 것처럼.
아니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마지막으로 건넌 물이 마르지 않는 것처럼.
푸리나는 류트를 품에 안은 채 서 있었다.
평소라면 여관 간판을 보고 무엇인가 말했을 것이다.
“여관좌 분위기다!”라든가, “무대 장치가 완벽해!”라든가.
하지만 이번에는 말하지 않았다.
여관 문이 열렸다.
안쪽에서 느릿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타마르가 나타났다.
오늘의 타마르는 여왕이라기보다, 저승 여관의 주인에 가까웠다. 옅은 보랏빛과 포도주색이 섞인 옷자락이 바닥에 스쳤고, 손에는 작은 등불이 들려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나른했지만, 그 아래에는 오래된 문턱을 지키는 자의 차가운 질서가 있었다.
타마르는 미소 지었다.
“살아 있는 손님들이군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느렸다.
“오래 머물 곳은 아니랍니다. 그래도 길에서 오셨으니, 차 한 잔은 드시고 가셔야겠지요.”
죠니는 여관 안을 보았다.
“살아 있는 사람한테도 차를 주나?”
타마르는 느릿하게 웃었다.
“문턱까지 온 손님에게 빈손으로 돌아가라 할 수는 없지요.”
푸리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긴…… 정말 저승이야?”
타마르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극장이기도 하고, 여관이기도 하고, 저승의 문턱이기도 하겠지요.”
그녀는 등불을 들어 신발장을 비추었다.
“다만 저 신발들은, 극만은 아니랍니다.”
그레이의 손이 천을 쥐었다.
죠니는 그것을 보았다.
“그레이.”
그레이는 아주 작게 대답했다.
“네.”
“지금 닦고 싶지?”
그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대답이었다.
타마르는 그레이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닦아도 된답니다. 다만 가져가지는 마세요. 그들은 이미 다른 방으로 들어갔으니까요.”
그레이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젖은 신발 한 켤레 옆에 마른 천을 조심스럽게 놓았다.
닦지는 않았다.
아직.
그저 먼저 천을 놓았다.
마치 누군가 돌아와 앉으면, 바로 신발을 벗고 발을 말릴 수 있도록.
죠니는 그 모습을 보다가 작게 말했다.
“네 방식이네.”
그레이는 낮게 대답했다.
“늦었으니까요.”
“늦었어도 놓는 건 할 수 있지.”
그레이는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네.”
---
여관 안은 따뜻했다.
그래서 더 조용했다.
바깥의 바다는 검고 차가웠는데, 안쪽에는 불이 있었다. 긴 식탁이 있었고, 의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의자는 모두 차 있지 않았다. 몇몇 의자는 비어 있었다. 어떤 의자 위에는 외투가 놓여 있었고, 어떤 자리에는 물잔만 있었다.
푸리나는 문턱을 넘으며 숨을 죽였다.
“여긴 박수칠 곳은 아니네.”
죠니가 옆에서 말했다.
“응. 대신 발소리를 좀 낮추면 될 것 같아.”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마르는 그들을 긴 식탁 옆에 앉혔다.
“이곳에서는 큰 목소리가 필요 없답니다. 듣고 싶은 이들은 작은 말도 듣고, 듣지 않을 이들은 북을 쳐도 듣지 않으니까요.”
레이튼은 조용히 식탁을 살폈다.
“이곳의 손님들은 모두 돌아오지 못한 이들입니까?”
타마르는 차를 따르며 말했다.
“돌아오지 못했다기보다는, 다른 곳에 도착한 이들이지요.”
그녀는 찻잔을 죠니 앞에 놓았다.
“사람은 자신이 정한 항구에만 닿는 것은 아니랍니다.”
죠니는 찻잔을 보았다.
“그 말은 별로 위로가 안 되는데.”
타마르는 느릿하게 웃었다.
“위로하려고 한 말은 아니랍니다.”
“그럼 다행이네. 위로로는 꽤 매웠거든.”
푸리나가 그를 살짝 보았다.
죠니는 찻잔을 들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여기서 마셔도 되는 거야?”
타마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는 손님을 붙잡는 차는 내지 않습니다. 이곳은 여관이지, 세이렌의 바다가 아니니까요.”
푸리나는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타마르는 그것을 보고 미소 지었다.
“노래로 사람을 붙잡는 것과, 노래로 곁에 있어주는 것의 차이를 배운 얼굴이군요.”
푸리나는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조금은요.”
“좋답니다. 조금 배운 사람은 다음 문 앞에서 덜 떠들게 되니까요.”
죠니가 작게 중얼거렸다.
“여왕님한테는 꽤 어려운 과제네.”
푸리나가 그를 노려보았다.
“죠니.”
“응. 작은 목소리로 했어.”
그레이는 여관 안쪽을 보고 있었다.
식탁 너머, 벽에는 작은 나무패들이 걸려 있었다.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선원.
병사.
아이.
어머니.
이름을 알 수 없는 자.
그리고 어쩌면, 아직 이름이 도착하지 않은 자리.
그레이의 시선이 한 나무패 앞에서 멈췄다.
니코스.
스킬라의 바위에서 사라진 이름표의 이름이었다.
그레이가 숨을 멈췄다.
“왜…….”
타마르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에 떨어진 이름은, 아무 데도 가지 않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레이는 나무패를 바라보았다.
“그럼 여기에 도착한 겁니까?”
“이 극에서는 그렇지요.”
“실제로도…….”
그레이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타마르는 다그치지 않았다.
“그 질문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 큽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 극 안에서만 대답하죠.”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네. 도착했답니다.”
그레이의 손이 떨렸다.
아주 조금.
죠니는 그것을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묻지 않았다.
그저 자기 앞의 찻잔을 그레이 쪽으로 조금 밀었다.
그레이가 그를 보았다.
죠니는 낮게 말했다.
“마셔. 이번엔 내가 괜찮다고 확인받은 차야.”
“저는 괜찮습니다.”
“그 말은 오늘 여관 문 앞에 두고 들어오자. 여기서는 안 어울려.”
그레이는 잠시 그를 보다가, 찻잔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고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곧 다시 이름패들을 보았다.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
여관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도 이타카에 도착했는가?”
그 목소리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여러 목소리였다.
멀리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식탁 바로 건너편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스테르다스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허리 쪽으로 갔다가 멈췄다.
여기서는 무기를 들 곳이 아니었다.
죠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누구지?”
타마르는 대답했다.
“돌아오지 못한 선원들.”
여관 안의 불빛이 흔들렸다.
그러자 식탁 너머의 빈 의자들에 그림자들이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에 누군가 있다는 느낌은 분명했다.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우리는 이타카에 도착했는가?”
죠니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오디세우스는 돌아간다.
하지만 모든 선원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은 이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해져 있었다고 해서, 대답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푸리나는 죠니를 보았다.
죠니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아니.”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피하지 않은 대답이었다.
빈 의자들이 조용해졌다.
죠니는 이어 말했다.
“이타카는 아니야. 적어도 내가 아는 그 항구는 아니지.”
한 목소리가 물었다.
“그럼 우리는 길을 잃었는가?”
죠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타마르가 그를 바라보았다.
죠니는 말을 골랐다.
평소처럼 농담으로 넘길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결국, 자기답게 말했다.
“너희가 도착한 곳은 내가 가려던 집은 아니야. 하지만 문이 있고, 불이 있고, 신발 놓을 자리도 있네. 길바닥에 버려진 건 아닌 것 같아.”
푸리나는 숨을 멈춘 듯했다.
죠니는 계속 말했다.
“내가 대신 이타카라고 말해주면 편할지도 모르겠는데, 그건 거짓말 같고. 대신 말할 수 있는 건…….”
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우리가 가는 길에 너희 이름은 가져갈게. 이타카까지.”
그 말에 그레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빈 의자들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만?”
죠니는 작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산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적어. 이름, 기억, 그리고 가끔은 바보 같은 노래 정도지.”
푸리나는 눈을 깜박였다.
죠니는 그녀 쪽을 보지 않고 말했다.
“노래는 여왕님 담당이고.”
푸리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레이는 자기 가방에서 작은 천 조각을 꺼냈다.
그리고 이름패가 걸린 벽 아래에 하나씩 접어두기 시작했다.
마른 천.
젖은 신발을 위한 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건넌 물을 말릴 수 있도록.
“저도 가져가겠습니다.”
그레이가 말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했다.
“이름만이 아니라, 남은 것들도요. 신발이 젖어 있었다는 것. 누군가 물을 건넜어야 했다는 것. 늦었지만, 천을 놓았다는 것.”
그녀는 니코스의 이름패 아래에 천을 놓았다.
“잊지 않겠습니다.”
타마르는 눈을 내리깔았다.
“좋은 대답이군요.”
그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대답이라기보다……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 것이 가장 좋은 대답일 때도 있답니다.”
---
푸리나는 천천히 류트를 들었다.
이번에는 모두가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푸리나는 곧바로 노래하지 않았다.
“나, 지금 노래해도 될까?”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 자체가 이전의 푸리나와 달랐다.
세이렌 앞에서는 그녀가 노래로 맞섰다.
키르케의 섬에서는 사람을 돌아오게 하려고 노래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이곳의 사람들은 돌아올 수 없다.
푸리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타마르는 부드럽게 말했다.
“크게 부르지 않는다면요.”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크게 안 부를게.”
죠니가 작게 말했다.
“여왕님한테는 어려운 조건인데.”
푸리나는 그를 보았다.
죠니는 아주 작게 웃었다.
“그래도 오늘은 할 수 있을 것 같네.”
푸리나는 숨을 고르고, 아주 낮게 현을 튕겼다.
노래는 거의 자장가 같았다.
> 이타카는 멀고,
바다는 깊어
모두가 같은 항구에 닿지는 못했네.
그래도 문 하나,
불 하나,
젖은 신발을 놓을 자리 하나.
우리가 가져갈 것은
금도, 칼도, 승리도 아니라
이름 하나,
젖은 발자국 하나.
잠시 쉬어요.
우리는 갑니다.
그러나 빈손으로 가지는 않겠습니다.
노래가 끝났을 때, 여관 안은 더 조용해졌다.
하지만 더 차갑지는 않았다.
아스테르다스는 조용히 자신의 물잔을 빈 의자 하나 앞에 놓았다.
“아까처럼 하나만 있으면 외로워 보여서.”
그레이가 그를 보았다.
아스테르다스는 이번엔 웃지 않았다.
“이런 데서 멋있는 말은 잘 못하겠네.”
죠니가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여기선 멋있는 말보다 물잔이 더 낫다.”
아스테르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튼은 빈 의자들을 보며 말했다.
“집이란 도착한 곳입니까, 아니면 누군가 기억해주는 방향입니까.”
죠니가 그를 보았다.
“이번 질문은 배에 돌아가서도 계속 따라오겠네.”
“아마도요.”
“귀찮지만, 필요할 것 같아.”
레이튼은 조용히 웃었다.
---
떠날 시간이 되었다.
타마르는 여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다시 검푸른 바다가 있었다. 이타카행 임시 극장선은 문턱 너머에 기다리고 있었다. 배는 조용했다. 마치 이 여관 안의 말을 듣고 있었던 것처럼.
타마르는 죠니에게 말했다.
“살아 있는 손님은 오래 머무르면 안 된답니다.”
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기 밥값이 비쌀 것 같기도 하고.”
타마르는 느릿하게 웃었다.
“값은 이미 길에서 치르고 오셨지요.”
죠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푸리나는 문턱을 넘기 전에 타마르를 보았다.
“타마르.”
“네, 어린양.”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한테, 우리가 정말 뭘 가져갈 수 있을까?”
타마르는 잠시 생각했다.
“전부는 아니랍니다.”
“응.”
“그러나 전부가 아니라고 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요.”
푸리나는 그 말을 마음속에 담았다.
그레이는 마지막으로 신발장을 보았다.
처음에 보았던 젖은 신발 옆에는, 이제 마른 천이 놓여 있었다. 신발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천 하나로 죽음이 마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천은 있었다.
그레이는 그 앞에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타마르는 그녀를 보았다.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떤 사과는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두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죠니는 그레이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기다렸다.
“갈까?”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천은 충분히 놓았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죠니는 작게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레이는 눈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오늘 가져온 것은 모두 놓았습니다.”
“그럼 다음에 더 가져오면 되겠네.”
그레이가 그를 보았다.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왕님이 후일담 좋아하잖아. 이런 것도 후일담이 필요할 것 같고.”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아주 조용히 웃었다.
“응. 필요해.”
---
그들이 배에 오르자, 여관의 불빛이 조금씩 멀어졌다.
바다는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니, 배가 산 사람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스테르다스가 조용히 물었다.
“이제 이타카야?”
하융은 조타륜을 잡은 채 고개를 들었다.
“가장 깊은 문턱은 지났소. 이제 위로 오르는 길이오.”
죠니가 난간에 기대었다.
“위로 오른다고 해서 쉬운 길은 아니겠지?”
“그렇소.”
“그럴 줄 알았어.”
하융은 바다 너머를 보았다.
“그러나 이제 항구의 불이 보일 것이오.”
푸리나는 눈을 들었다.
무대 뒤편, 아주 멀리 작은 불 하나가 켜졌다.
이타카.
아직 먼, 그러나 처음으로 보이는 불.
그레이는 가방을 닫았다.
가방은 비어 있었다.
마른 천을 모두 놓고 왔기 때문이다.
죠니는 그것을 보고 말했다.
“가벼워졌네.”
그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녀는 빈 가방을 품에 안았다.
“오히려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죠니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럴 수 있지.”
푸리나는 류트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래하지 않았다.
아직은.
무대 뒤 간판이 천천히 내려왔다.
6막 — 이타카 귀환과 활의 시험
이번에는 작은 부제가 함께 내려왔다.
— 따뜻한 밥과 빈 자리 —
죠니는 그 부제를 보고 낮게 말했다.
“여왕님.”
“응?”
“이번 제목은 괜찮네.”
푸리나는 그를 보았다.
“정말?”
“응. 좀 아프긴 한데, 괜찮아.”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는 산 사람들의 바다로 돌아갔다.
여관의 불빛은 멀어졌다.
하지만 신발장 앞에 놓인 마른 천들은, 무대의 어둠 속에서도 한동안 희미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다섯 번째 바다는 아래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푸른 천은 여전히 바다였고, 이타카행 임시 극장선은 여전히 왕궁 극장의 무대 위에 있었다. 그러나 파도 소리가 조금씩 낮아졌다. 갈매기 소리는 사라졌고, 바람도 줄었다.
대신 물 밑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가 있었다.
멀고, 둔하고, 아주 느린 소리.
노 젓는 소리 같기도 했고, 문이 닫히는 소리 같기도 했다.
푸리나는 배 앞머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다가…… 낮아지고 있어.”
죠니는 난간을 잡았다.
“배는 그대로인데, 발밑이 내려가는 느낌이네. 여왕님, 이거 연출이야?”
푸리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반쯤은.”
“그럼 나머지 반은?”
“오디세이아.”
죠니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 대답, 편리하네.”
“나도 지금 그렇게 생각했어.”
무대의 조명이 낮아졌다.
푸른색은 점점 검푸른빛으로 변했고, 은빛 물결은 빛을 잃었다. 배 주위에는 안개가 깔렸다. 하지만 세이렌의 안개와는 달랐다. 그것은 사람을 부르는 안개가 아니라, 이미 다녀간 발자국을 감추는 안개였다.
하융은 조타륜을 놓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
“곧 닿을 것이오.”
죠니가 물었다.
“어디에?”
하융은 대답하기 전에 한참 동안 어둠을 보았다.
“살아 있는 자가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되는 항구요.”
레이튼이 낮게 말했다.
“저승이군요.”
아스테르다스는 이번엔 농담하지 않았다.
그는 신발끈을 다시 확인했다. 아주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왜 그것을 확인했는지 깨닫고, 조금 씁쓸하게 웃었다.
“여긴 뛰어내릴 곳이 아니겠네.”
죠니가 말했다.
“응. 오늘만큼은 난간 위에 올라가지 않는 걸로 하자. 네가 떨어질 곳을 고르는 사람이라도, 여긴 고르면 안 되는 쪽이야.”
아스테르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레이는 말없이 작은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마른 천이 들어 있었다.
처음 출항할 때 챙겼던 것보다 더 얇고, 더 부드러운 천이었다. 누군가의 손을 닦기에도, 젖은 신발을 감싸기에도 좋은 천.
죠니는 그것을 보고 물었다.
“정말 있을 것 같아?”
그레이는 잠시 손을 멈췄다.
“네.”
“젖은 신발?”
“바다를 건너온 곳이라면요.”
죠니는 더 묻지 않았다.
---
배가 닿은 곳은 항구가 아니었다.
여관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여관처럼 보이는 항구였다.
무대 한가운데, 어둠 속에 작은 건물이 있었다. 지붕은 낮고, 창문에는 따뜻한 빛이 걸려 있었다. 문 앞에는 오래된 나무 간판이 흔들렸다.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는 듯했다.
어떤 이에게는 마지막 여관으로.
어떤 이에게는 돌아오지 못한 자의 쉼터로.
어떤 이에게는 그저, 길 끝에 불을 켜둔 집으로.
여관 앞에는 신발장이 있었다.
그레이는 그것을 본 순간 멈췄다.
신발장이었다.
낡은 장화, 작은 신발, 군화, 샌들, 가죽 끈이 끊어진 신발, 진흙이 묻은 신발, 바닷물에 젖은 신발.
가지런했다.
너무 가지런해서, 오히려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레이는 천천히 다가갔다.
죠니가 뒤에서 물었다.
“왜?”
그레이는 한 켤레의 젖은 신발 앞에 멈춰 섰다.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저승의 문 앞에, 아직 마르지 않은 신발.
방금 도착한 것처럼.
아니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마지막으로 건넌 물이 마르지 않는 것처럼.
푸리나는 류트를 품에 안은 채 서 있었다.
평소라면 여관 간판을 보고 무엇인가 말했을 것이다.
“여관좌 분위기다!”라든가, “무대 장치가 완벽해!”라든가.
하지만 이번에는 말하지 않았다.
여관 문이 열렸다.
안쪽에서 느릿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타마르가 나타났다.
오늘의 타마르는 여왕이라기보다, 저승 여관의 주인에 가까웠다. 옅은 보랏빛과 포도주색이 섞인 옷자락이 바닥에 스쳤고, 손에는 작은 등불이 들려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나른했지만, 그 아래에는 오래된 문턱을 지키는 자의 차가운 질서가 있었다.
타마르는 미소 지었다.
“살아 있는 손님들이군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느렸다.
“오래 머물 곳은 아니랍니다. 그래도 길에서 오셨으니, 차 한 잔은 드시고 가셔야겠지요.”
죠니는 여관 안을 보았다.
“살아 있는 사람한테도 차를 주나?”
타마르는 느릿하게 웃었다.
“문턱까지 온 손님에게 빈손으로 돌아가라 할 수는 없지요.”
푸리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긴…… 정말 저승이야?”
타마르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극장이기도 하고, 여관이기도 하고, 저승의 문턱이기도 하겠지요.”
그녀는 등불을 들어 신발장을 비추었다.
“다만 저 신발들은, 극만은 아니랍니다.”
그레이의 손이 천을 쥐었다.
죠니는 그것을 보았다.
“그레이.”
그레이는 아주 작게 대답했다.
“네.”
“지금 닦고 싶지?”
그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대답이었다.
타마르는 그레이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닦아도 된답니다. 다만 가져가지는 마세요. 그들은 이미 다른 방으로 들어갔으니까요.”
그레이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젖은 신발 한 켤레 옆에 마른 천을 조심스럽게 놓았다.
닦지는 않았다.
아직.
그저 먼저 천을 놓았다.
마치 누군가 돌아와 앉으면, 바로 신발을 벗고 발을 말릴 수 있도록.
죠니는 그 모습을 보다가 작게 말했다.
“네 방식이네.”
그레이는 낮게 대답했다.
“늦었으니까요.”
“늦었어도 놓는 건 할 수 있지.”
그레이는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네.”
---
여관 안은 따뜻했다.
그래서 더 조용했다.
바깥의 바다는 검고 차가웠는데, 안쪽에는 불이 있었다. 긴 식탁이 있었고, 의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의자는 모두 차 있지 않았다. 몇몇 의자는 비어 있었다. 어떤 의자 위에는 외투가 놓여 있었고, 어떤 자리에는 물잔만 있었다.
푸리나는 문턱을 넘으며 숨을 죽였다.
“여긴 박수칠 곳은 아니네.”
죠니가 옆에서 말했다.
“응. 대신 발소리를 좀 낮추면 될 것 같아.”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마르는 그들을 긴 식탁 옆에 앉혔다.
“이곳에서는 큰 목소리가 필요 없답니다. 듣고 싶은 이들은 작은 말도 듣고, 듣지 않을 이들은 북을 쳐도 듣지 않으니까요.”
레이튼은 조용히 식탁을 살폈다.
“이곳의 손님들은 모두 돌아오지 못한 이들입니까?”
타마르는 차를 따르며 말했다.
“돌아오지 못했다기보다는, 다른 곳에 도착한 이들이지요.”
그녀는 찻잔을 죠니 앞에 놓았다.
“사람은 자신이 정한 항구에만 닿는 것은 아니랍니다.”
죠니는 찻잔을 보았다.
“그 말은 별로 위로가 안 되는데.”
타마르는 느릿하게 웃었다.
“위로하려고 한 말은 아니랍니다.”
“그럼 다행이네. 위로로는 꽤 매웠거든.”
푸리나가 그를 살짝 보았다.
죠니는 찻잔을 들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여기서 마셔도 되는 거야?”
타마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는 손님을 붙잡는 차는 내지 않습니다. 이곳은 여관이지, 세이렌의 바다가 아니니까요.”
푸리나는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타마르는 그것을 보고 미소 지었다.
“노래로 사람을 붙잡는 것과, 노래로 곁에 있어주는 것의 차이를 배운 얼굴이군요.”
푸리나는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조금은요.”
“좋답니다. 조금 배운 사람은 다음 문 앞에서 덜 떠들게 되니까요.”
죠니가 작게 중얼거렸다.
“여왕님한테는 꽤 어려운 과제네.”
푸리나가 그를 노려보았다.
“죠니.”
“응. 작은 목소리로 했어.”
그레이는 여관 안쪽을 보고 있었다.
식탁 너머, 벽에는 작은 나무패들이 걸려 있었다.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선원.
병사.
아이.
어머니.
이름을 알 수 없는 자.
그리고 어쩌면, 아직 이름이 도착하지 않은 자리.
그레이의 시선이 한 나무패 앞에서 멈췄다.
니코스.
스킬라의 바위에서 사라진 이름표의 이름이었다.
그레이가 숨을 멈췄다.
“왜…….”
타마르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에 떨어진 이름은, 아무 데도 가지 않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레이는 나무패를 바라보았다.
“그럼 여기에 도착한 겁니까?”
“이 극에서는 그렇지요.”
“실제로도…….”
그레이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타마르는 다그치지 않았다.
“그 질문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 큽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 극 안에서만 대답하죠.”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네. 도착했답니다.”
그레이의 손이 떨렸다.
아주 조금.
죠니는 그것을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묻지 않았다.
그저 자기 앞의 찻잔을 그레이 쪽으로 조금 밀었다.
그레이가 그를 보았다.
죠니는 낮게 말했다.
“마셔. 이번엔 내가 괜찮다고 확인받은 차야.”
“저는 괜찮습니다.”
“그 말은 오늘 여관 문 앞에 두고 들어오자. 여기서는 안 어울려.”
그레이는 잠시 그를 보다가, 찻잔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고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곧 다시 이름패들을 보았다.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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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도 이타카에 도착했는가?”
그 목소리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여러 목소리였다.
멀리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식탁 바로 건너편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스테르다스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허리 쪽으로 갔다가 멈췄다.
여기서는 무기를 들 곳이 아니었다.
죠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누구지?”
타마르는 대답했다.
“돌아오지 못한 선원들.”
여관 안의 불빛이 흔들렸다.
그러자 식탁 너머의 빈 의자들에 그림자들이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에 누군가 있다는 느낌은 분명했다.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우리는 이타카에 도착했는가?”
죠니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오디세우스는 돌아간다.
하지만 모든 선원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은 이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해져 있었다고 해서, 대답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푸리나는 죠니를 보았다.
죠니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아니.”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피하지 않은 대답이었다.
빈 의자들이 조용해졌다.
죠니는 이어 말했다.
“이타카는 아니야. 적어도 내가 아는 그 항구는 아니지.”
한 목소리가 물었다.
“그럼 우리는 길을 잃었는가?”
죠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타마르가 그를 바라보았다.
죠니는 말을 골랐다.
평소처럼 농담으로 넘길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결국, 자기답게 말했다.
“너희가 도착한 곳은 내가 가려던 집은 아니야. 하지만 문이 있고, 불이 있고, 신발 놓을 자리도 있네. 길바닥에 버려진 건 아닌 것 같아.”
푸리나는 숨을 멈춘 듯했다.
죠니는 계속 말했다.
“내가 대신 이타카라고 말해주면 편할지도 모르겠는데, 그건 거짓말 같고. 대신 말할 수 있는 건…….”
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우리가 가는 길에 너희 이름은 가져갈게. 이타카까지.”
그 말에 그레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빈 의자들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만?”
죠니는 작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산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적어. 이름, 기억, 그리고 가끔은 바보 같은 노래 정도지.”
푸리나는 눈을 깜박였다.
죠니는 그녀 쪽을 보지 않고 말했다.
“노래는 여왕님 담당이고.”
푸리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레이는 자기 가방에서 작은 천 조각을 꺼냈다.
그리고 이름패가 걸린 벽 아래에 하나씩 접어두기 시작했다.
마른 천.
젖은 신발을 위한 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건넌 물을 말릴 수 있도록.
“저도 가져가겠습니다.”
그레이가 말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했다.
“이름만이 아니라, 남은 것들도요. 신발이 젖어 있었다는 것. 누군가 물을 건넜어야 했다는 것. 늦었지만, 천을 놓았다는 것.”
그녀는 니코스의 이름패 아래에 천을 놓았다.
“잊지 않겠습니다.”
타마르는 눈을 내리깔았다.
“좋은 대답이군요.”
그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대답이라기보다……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 것이 가장 좋은 대답일 때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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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나는 천천히 류트를 들었다.
이번에는 모두가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푸리나는 곧바로 노래하지 않았다.
“나, 지금 노래해도 될까?”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 자체가 이전의 푸리나와 달랐다.
세이렌 앞에서는 그녀가 노래로 맞섰다.
키르케의 섬에서는 사람을 돌아오게 하려고 노래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이곳의 사람들은 돌아올 수 없다.
푸리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타마르는 부드럽게 말했다.
“크게 부르지 않는다면요.”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크게 안 부를게.”
죠니가 작게 말했다.
“여왕님한테는 어려운 조건인데.”
푸리나는 그를 보았다.
죠니는 아주 작게 웃었다.
“그래도 오늘은 할 수 있을 것 같네.”
푸리나는 숨을 고르고, 아주 낮게 현을 튕겼다.
노래는 거의 자장가 같았다.
> 이타카는 멀고,
바다는 깊어
모두가 같은 항구에 닿지는 못했네.
그래도 문 하나,
불 하나,
젖은 신발을 놓을 자리 하나.
우리가 가져갈 것은
금도, 칼도, 승리도 아니라
이름 하나,
젖은 발자국 하나.
잠시 쉬어요.
우리는 갑니다.
그러나 빈손으로 가지는 않겠습니다.
노래가 끝났을 때, 여관 안은 더 조용해졌다.
하지만 더 차갑지는 않았다.
아스테르다스는 조용히 자신의 물잔을 빈 의자 하나 앞에 놓았다.
“아까처럼 하나만 있으면 외로워 보여서.”
그레이가 그를 보았다.
아스테르다스는 이번엔 웃지 않았다.
“이런 데서 멋있는 말은 잘 못하겠네.”
죠니가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여기선 멋있는 말보다 물잔이 더 낫다.”
아스테르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튼은 빈 의자들을 보며 말했다.
“집이란 도착한 곳입니까, 아니면 누군가 기억해주는 방향입니까.”
죠니가 그를 보았다.
“이번 질문은 배에 돌아가서도 계속 따라오겠네.”
“아마도요.”
“귀찮지만, 필요할 것 같아.”
레이튼은 조용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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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시간이 되었다.
타마르는 여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다시 검푸른 바다가 있었다. 이타카행 임시 극장선은 문턱 너머에 기다리고 있었다. 배는 조용했다. 마치 이 여관 안의 말을 듣고 있었던 것처럼.
타마르는 죠니에게 말했다.
“살아 있는 손님은 오래 머무르면 안 된답니다.”
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기 밥값이 비쌀 것 같기도 하고.”
타마르는 느릿하게 웃었다.
“값은 이미 길에서 치르고 오셨지요.”
죠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푸리나는 문턱을 넘기 전에 타마르를 보았다.
“타마르.”
“네, 어린양.”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한테, 우리가 정말 뭘 가져갈 수 있을까?”
타마르는 잠시 생각했다.
“전부는 아니랍니다.”
“응.”
“그러나 전부가 아니라고 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요.”
푸리나는 그 말을 마음속에 담았다.
그레이는 마지막으로 신발장을 보았다.
처음에 보았던 젖은 신발 옆에는, 이제 마른 천이 놓여 있었다. 신발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천 하나로 죽음이 마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천은 있었다.
그레이는 그 앞에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타마르는 그녀를 보았다.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떤 사과는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두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죠니는 그레이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기다렸다.
“갈까?”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천은 충분히 놓았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죠니는 작게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레이는 눈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오늘 가져온 것은 모두 놓았습니다.”
“그럼 다음에 더 가져오면 되겠네.”
그레이가 그를 보았다.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왕님이 후일담 좋아하잖아. 이런 것도 후일담이 필요할 것 같고.”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아주 조용히 웃었다.
“응. 필요해.”
---
그들이 배에 오르자, 여관의 불빛이 조금씩 멀어졌다.
바다는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니, 배가 산 사람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스테르다스가 조용히 물었다.
“이제 이타카야?”
하융은 조타륜을 잡은 채 고개를 들었다.
“가장 깊은 문턱은 지났소. 이제 위로 오르는 길이오.”
죠니가 난간에 기대었다.
“위로 오른다고 해서 쉬운 길은 아니겠지?”
“그렇소.”
“그럴 줄 알았어.”
하융은 바다 너머를 보았다.
“그러나 이제 항구의 불이 보일 것이오.”
푸리나는 눈을 들었다.
무대 뒤편, 아주 멀리 작은 불 하나가 켜졌다.
이타카.
아직 먼, 그러나 처음으로 보이는 불.
그레이는 가방을 닫았다.
가방은 비어 있었다.
마른 천을 모두 놓고 왔기 때문이다.
죠니는 그것을 보고 말했다.
“가벼워졌네.”
그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녀는 빈 가방을 품에 안았다.
“오히려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죠니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럴 수 있지.”
푸리나는 류트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래하지 않았다.
아직은.
무대 뒤 간판이 천천히 내려왔다.
6막 — 이타카 귀환과 활의 시험
이번에는 작은 부제가 함께 내려왔다.
— 따뜻한 밥과 빈 자리 —
죠니는 그 부제를 보고 낮게 말했다.
“여왕님.”
“응?”
“이번 제목은 괜찮네.”
푸리나는 그를 보았다.
“정말?”
“응. 좀 아프긴 한데, 괜찮아.”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는 산 사람들의 바다로 돌아갔다.
여관의 불빛은 멀어졌다.
하지만 신발장 앞에 놓인 마른 천들은, 무대의 어둠 속에서도 한동안 희미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