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238)
작성자:여관◆zAR16hM8he
작성일:2026-05-08 (금) 01:04:15
갱신일:2026-05-13 (수) 19:12:03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159여관◆zAR16hM8he(514e9af3)2026-05-20 (수) 19: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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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별의 방문자》
개막 — 작은 별을 무대에 걸다
왕궁 극장의 천장은 그날, 바다가 아니라 밤하늘이 되었다.
푸른 천도, 돛대도, 종이 갈매기도 없었다. 대신 어두운 막 위에 작은 별들이 하나씩 걸렸다. 어떤 별은 금빛이었고, 어떤 별은 은빛이었고, 어떤 별은 너무 작아서 조명이 닿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았다.
무대 중앙에는 작은 사막이 놓여 있었다.
모래는 진짜 모래가 아니었다. 엷은 황금빛 천과 잘게 부순 조개껍질, 그리고 마른 풀잎으로 만든 무대 장치였다. 그러나 조명이 낮게 깔리자 그것은 정말 사막처럼 보였다.
그 사막 한가운데에는 부러진 청동 매가 쓰러져 있었다.
한쪽 날개는 꺾였고, 은실은 끊어져 있었으며, 자줏빛 깃 장식에는 모래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것은 전쟁과 정찰과 귀환 방위를 위해 만들어진 니케아식 마도구였다.
그러나 오늘, 그 매는 날지 못했다.
푸리나 헤툼은 천천히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이번에는 선장의 모자도, 항해자의 류트도 들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물뿌리개 하나와, 투명한 유리 덮개 하나가 있었다.
객석이 조용해지자, 푸리나는 밤하늘에 걸린 가장 작은 별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의 이야기는 아주 작은 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크게 선언하기보다는, 잠든 아이 옆에서 책을 펼치는 목소리에 가까웠다.
“너무 작아서 지도에는 제대로 그려지지 않고, 너무 작아서 군대가 행군하기도 어렵고, 너무 작아서 왕국이라 부르면 누군가는 웃을지도 모르는 별.”
푸리나는 작게 웃었다.
“하지만 그 별에 장미 한 송이가 피면, 그 별은 더 이상 작기만 한 곳이 아니게 됩니다.”
그녀는 물뿌리개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유리 덮개를 무대 가장자리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오늘의 극은, 그 장미를 두고 떠난 작은 방문자의 이야기입니다.”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푸리나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장미가 무엇인지.
별이 무엇인지.
왜 떠났고, 왜 돌아가야 하는지.
그런 것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대신 가장 작은 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극장 전체에 푸리나의 신술이 얇게 펼쳐졌다.
《세상은 무대요, 모든 이는 주인공일지니!》
그것은 바다를 출항시키던 때처럼 발밑을 흔들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작은 감각을 사람들의 가슴에 하나씩 올려놓았다.
누군가에게는 오래 돌보지 못한 화분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닫아주지 못한 창문이.
누군가에게는 아직 말하지 못한 사과가.
누군가에게는 이름 붙이지 못한 작은 별 하나가.
무대 위의 별들이 조금씩 흔들렸다.
가장 작은 별 하나가 내려왔다.
그 별 아래, 사막이 열렸다.
푸리나는 낮게 말했다.
“그럼 막을 열겠습니다.”
그녀는 물뿌리개를 무대 가장자리에 내려놓았다.
“작은 별의 방문자가, 사막에서 한 어른을 만나는 장면부터.”
---
프롤로그 — 부러진 청동 매와 양 한 마리
사막은 너무 조용했다.
니케아의 황제가 익숙한 종류의 조용함은 아니었다.
전장이 조용해질 때가 있었다. 화살이 날아가기 직전, 말들이 숨을 낮추고, 장수들이 명령을 기다리며, 적과 아군이 모두 한 박자 뒤의 피를 예감하는 그런 침묵.
궁정이 조용해질 때도 있었다. 누군가 대답하지 못할 질문을 받았을 때, 혹은 모두가 알고 있으나 누구도 먼저 꺼내지 않는 이름이 회의장 한가운데 놓였을 때의 침묵.
그러나 이 사막의 침묵은 달랐다.
명령을 기다리지 않았다.
판결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넓었다.
끝없이 넓어서, 사람이 들고 온 칙령과 활과 관직과 죄책감까지 모두 작은 물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미하일라 두케나 안겔리나 콤니니 팔레올로기나는 부러진 청동 매 옆에 앉아 있었다.
그것은 니케아 궁정의 장인들과 천문관들이 만든 정찰용 마도구였다. 몸체는 청동으로 되어 있었고, 날개에는 얇은 은실과 자줏빛 깃 장식이 박혀 있었다. 배 안쪽에는 작은 천문반과 항로 기록판이 들어 있었으며, 원래라면 하늘로 날아올라 별의 위치와 지상의 길을 함께 읽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그 청동 매는 모래 위에 쓰러져 있었다.
오른쪽 날개는 꺾였고, 은실은 끊어졌으며, 천문반은 축이 어긋나 있었다. 자줏빛 깃 장식 위로 모래가 내려앉았다.
물론 그것은 무대 장치였다.
나무와 금속박과 얇은 실로 만든, 매우 정교한 소품.
하지만 푸리나의 극장 안에서, 그런 구분은 늘 조금 무력했다.
무대는 무대였고, 동시에 잠깐의 세계였다.
미하일라는 청동 매의 몸체를 열어 내부를 확인했다.
“우측 날개 파손. 천문반 축 어긋남. 귀환 방위 상실.”
그녀는 짧게 정리했다.
“전투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 방치 시 생존률 저하.”
무대 뒤에서 푸리나가 작게 속삭였다.
“역시 사막에 고립되어도 보고서처럼 말해.”
죠니가 객석 쪽에서 낮게 말했다.
“그게 저 황제님 방식이면, 꽤 안정적이긴 하지.”
푸리나는 힐끗 그를 보았다.
“죠니, 이번엔 주역 아니니까 조용히.”
“응. 이번엔 사막에서 양 안 그려도 돼서 편하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막 위로 작은 발소리가 났다.
사각.
사각.
모래를 밟는 소리.
미하일라는 고개를 들었다.
사막 한가운데, 작은 망토를 두른 아이가 서 있었다.
요안나였다.
오늘의 요안나는 공동황제의 예복도, 궁정의 격식도 입고 있지 않았다. 작은 별빛 색 망토, 목에 걸린 연한 금빛 장식, 그리고 손에 쥔 아주 작은 물뿌리개.
그녀는 조용히 미하일라를 바라보았다.
미하일라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먼저 예법이 왔을 것이다.
호칭.
인사.
공동황제로서의 거리.
황제와 황제 사이의 복잡한 경계.
하지만 사막은 그것들을 조금 멀리 밀어냈다.
요안나는 한 걸음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양을 그려주세요.”
미하일라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양?”
“네.”
“용도를 말하라.”
요안나가 눈을 깜박였다.
“용도요?”
미하일라는 진지했다.
“목축용인가, 운반용인가, 제사용인가. 혹은 군수용인가.”
요안나는 잠시 미하일라를 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미를 먹지 않는 양이면 돼요.”
객석에서 낮은 웃음이 번졌다.
푸리나는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았다.
미하일라는 웃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즉시 반박하지도 않았다.
그 말은 이상했다.
전장과 법령과 제국의 계보 속에서 다루기 어려운 요구였다.
장미를 먹지 않는 양.
무언가를 해치지 않는 힘.
미하일라는 부러진 청동 매의 기록판을 꺼냈다.
원래라면 항로, 별자리, 적의 이동, 산맥과 수원지의 위치가 적혀야 할 판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뒤집었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뒷면이 드러났다.
그 위에 목탄을 올렸다.
요안나는 조용히 물었다.
“거기에 그려도 돼요?”
“현재 항로 산정 기능은 정지했다.”
미하일라는 담담히 말했다.
“그러니 임시 용도로 전환한다.”
푸리나가 작게 속삭였다.
“양 그림을 임시 용도라고 했어.”
죠니가 말했다.
“그래도 판은 쓰이고 있네.”
미하일라는 첫 번째 양을 그렸다.
그 양은 지나치게 강해 보였다. 뿔이 컸고, 다리는 단단했으며, 눈빛은 거의 전투마에 가까웠다.
요안나는 기록판을 받아들고 진지하게 보았다.
“이 양은 장미를 먹을 것 같아요.”
미하일라는 기록판을 다시 받았다.
“근거는?”
“눈이 너무 결심했어요.”
객석에서 다시 웃음이 났다.
미하일라는 잠시 양 그림을 보았다.
확실히 그랬다.
그 양은 장미를 보면 돌격할 것 같았다.
두 번째 양은 지나치게 작았다.
요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양은 장미를 먹기 전에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아요.”
세 번째 양은 지나치게 늙었다.
“이 양은 장미를 먹지는 않겠지만, 제 별까지 걸어오기 전에 잠들 것 같아요.”
미하일라는 목탄을 내려놓았다.
“요구조건이 계속 변한다.”
요안나는 조금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죄송해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그 사과는 이상하게 빨랐다.
마치 궁정에서 먼저 물러서는 법을 배운 아이처럼.
미하일라는 기록판의 빈 부분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상자를 그렸다.
구멍이 세 개 뚫린 작은 상자.
“양은 이 안에 있다.”
요안나는 기록판을 받아들었다.
눈이 커졌다.
“정말요?”
“그렇다.”
“보이지 않는데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네가 원하는 양일 수 있다.”
요안나는 상자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이 양은 장미를 먹지 않을 것 같아요.”
미하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작전 성공이다.”
푸리나가 무대 뒤에서 속삭였다.
“양 그리기를 작전 성공이라고 했어.”
죠니가 낮게 말했다.
“그래도 성공했네. 꽤 좋은 작전이야.”
---
요안나는 상자 그림이 그려진 기록판을 품에 안고, 미하일라 옆에 앉았다.
사막은 여전히 넓었다.
부러진 청동 매 옆의 황제와 작은 별의 방문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미하일라였다.
“너는 어디서 왔나.”
요안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종이 별들이 흔들렸다.
그중 하나는 아주 작았다.
다른 별보다 낮게 매달려 있었고, 가까이서 보면 둥근 나무판에 은색 가루를 칠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조명이 닿자, 그것은 정말 작은 별처럼 보였다.
요안나는 그 별을 가리켰다.
“저기요.”
미하일라는 별을 보았다.
“저 별은 너무 작다.”
“그래서 좋아요.”
“왜지?”
“해가 지는 걸 자주 볼 수 있어요.”
미하일라는 잠시 침묵했다.
요안나는 계속 말했다.
“의자를 조금만 옮기면, 또 해가 져요. 슬플 때는 여러 번 볼 수 있어요.”
“너는 많이 슬펐나.”
요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사막보다 작았지만, 더 가까웠다.
미하일라는 더 묻지 않았다.
요안나는 기록판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
“제 별에는 화산이 세 개 있어요.”
“활화산인가.”
“두 개는 그래요. 하나는 꺼졌어요.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셋 다 청소해요.”
미하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합리적이다.”
요안나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렇죠?”
“꺼진 화산도 다시 깨어날 수 있다. 방치하지 않는 것은 옳다.”
요안나는 미하일라를 보았다.
그녀가 자기 별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이 조금 이상한 듯했다.
그래서 더 말했다.
“그리고 바오밥나무도 있어요.”
“위험한가.”
“아주요. 어릴 때 뽑지 않으면 별을 찢어버릴 수도 있어요.”
미하일라의 눈빛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그렇다면 매일 확인해야 한다.”
“네. 아주 작은 싹일 때요.”
“큰 적보다 작은 싹이 더 위험할 때가 있다.”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두 사람은 잠시 같은 방향을 보았다.
작은 별.
화산.
바오밥나무.
제국과 전장과는 전혀 다른 규모였지만, 이상하게 원리는 비슷했다.
작은 것을 방치하면, 언젠가 세계가 찢어진다.
미하일라는 낮게 말했다.
“작은 별이라도 통치가 필요하군.”
요안나는 조금 웃었다.
“그런데 저는 통치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요안나는 상자 그림이 그려진 기록판을 끌어안았다.
“장미가 있어서요.”
그 말과 함께 무대의 하늘이 조금 변했다.
사막 뒤편에 작은 별의 무대가 떠올랐다.
푸리나의 극장 신술이 아주 얇게 장면을 겹쳤다. 모래 위에 별빛이 내려앉고, 별 위에는 작은 화산 세 개와 바오밥나무 싹, 그리고 유리 덮개 옆에 선 장미 한 송이가 보였다.
장미는 배우가 아니었다.
무대 장미였다.
그러나 조명과 바람과 아주 섬세한 인형 장치 때문에, 꽃잎이 살아 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떨렸다.
요안나는 그 장미를 보았다.
“그 장미는 자기가 세상에서 하나뿐이라고 했어요.”
미하일라는 장미를 보았다.
작고, 까다롭고, 말이 많고, 가시는 얇았다.
제국의 지도 위에서는 표시되지 않을 생명.
전쟁 보고서라면 한 줄로 접힐 존재.
그러나 요안나의 작은 별에서는, 그 꽃 하나 때문에 아침의 순서와 밤의 의미가 달라졌다.
미하일라는 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기록판의 빈 부분을 조금 남겨두었다.
“정말 하나뿐인가.”
미하일라가 물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지금은?”
요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막의 바람이 지나갔다.
장미의 꽃잎이 떨렸다.
요안나는 아주 작게 말했다.
“모르겠어요.”
---
장면은 잠깐 작은 별로 넘어갔다.
요안나의 별은 정말 작았다.
한 걸음만 걸으면 화산이 있었고, 두 걸음 더 가면 장미가 있었으며, 조금만 더 가면 해가 지는 자리였다. 객석에서는 그 작은 규모 때문에 낮은 웃음이 났다.
푸리나는 무대 뒤에서 만족스럽게 속삭였다.
“작은 별 세트 귀엽다.”
죠니가 말했다.
“저 정도면 청소는 편하겠네.”
하지만 무대 위의 요안나는 진지했다.
그녀는 작은 빗자루로 화산을 청소했다.
하나.
둘.
셋.
꺼진 화산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다음 바오밥나무 싹을 살폈다.
작은 싹 하나를 뽑았다.
또 하나.
그리고 장미에게 다가갔다.
장미는 천천히 꽃잎을 열었다.
녹음된 목소리인지, 무대 뒤의 배우 목소리인지 알 수 없는 부드럽고 조금 까다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침 인사가 늦었네요.”
요안나는 당황했다.
“미안해. 화산을 청소하느라.”
“화산은 매일 거기 있잖아요.”
“너도 매일 여기 있잖아.”
장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조금 새침하게 말했다.
“나는 어제와 조금 다르게 피었어요.”
요안나는 장미를 보았다.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꽃잎의 각도 하나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향기가 조금 짙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렇네. 예뻐.”
장미는 조금 더 꽃잎을 세웠다.
“그건 당연한 말이에요.”
요안나는 웃었다.
“그러면 왜 말하게 했어?”
“당연한 말도 듣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객석에서 아주 낮은 웃음이 났다.
요안나는 물뿌리개를 들었다.
“물 줄게.”
“너무 많이 주지는 말아요.”
“어제는 적다고 했잖아.”
“어제의 바람과 오늘의 바람은 달라요.”
요안나는 조금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장미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밤에는 유리 덮개를 씌워주세요. 바람이 거칠어요.”
“알았어.”
“벌레도 조심해줘요. 하지만 나비는 보고 싶으니까 애벌레 몇 마리는 남겨도 돼요.”
“그럼 어떤 벌레를 쫓아야 해?”
“해로운 벌레요.”
“어떤 게 해로운데?”
장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요안나는 한숨을 쉬었다.
장미는 꽃잎을 살짝 떨었다.
“한숨 쉬었나요?”
“아니.”
“쉬었어요.”
“조금.”
“내가 귀찮나요?”
요안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장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괜찮아요. 나는 가시가 있으니까요.”
작은 가시들이 조명에 비쳤다.
작고, 얇고, 솔직히 말하면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가시였다.
요안나는 그 가시들을 보았다.
“그 가시로 뭘 막을 수 있어?”
장미는 당당하게 말했다.
“호랑이요.”
요안나는 눈을 깜박였다.
“내 별에는 호랑이가 없는데.”
“그래도 막을 수 있어요.”
“호랑이는 풀을 안 먹어.”
“나는 풀이 아니에요.”
“그건 맞아.”
둘은 한참 서로를 보았다.
그 순간은 우스웠다.
그러나 아주 조금 슬펐다.
장미는 자신이 강하다고 말하고 싶어 했다.
요안나는 장미가 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돌봐야 할지는 몰랐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찔릴 것 같고, 너무 멀리 있으면 시들 것 같았다.
요안나는 유리 덮개를 들었다.
“밤에 씌워줄게.”
장미는 작게 말했다.
“지금도 바람이 조금 차가워요.”
“지금은 낮이야.”
“낮에도 바람은 불어요.”
요안나는 유리 덮개를 보았다.
화산 청소도 해야 했다.
바오밥나무도 봐야 했다.
해가 지는 것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장미는 계속 다른 말을 했다.
물.
바람.
벌레.
나비.
가시.
호랑이.
요안나는 갑자기 숨이 조금 막혔다.
“나는 다른 별들을 보고 올 거야.”
장미의 꽃잎이 멈췄다.
“다른 별?”
“응.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으니까.”
장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안나는 말을 이어갔다.
“왕도 만나고, 어른들도 만나고, 지구도 볼 거야. 그러면 네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장미는 한참 뒤에 말했다.
“그럼 가도 좋아요.”
너무 쉽게 나온 말이었다.
그래서 요안나는 오히려 당황했다.
“정말?”
“나는 가시가 있으니까요.”
장미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하지만 꽃잎은 조금 떨렸다.
“그리고 바람도 견딜 수 있어요.”
요안나는 유리 덮개를 들고 있었다.
“덮개는?”
장미는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꽃잎을 살짝 접었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아까는—”
“필요 없어요.”
요안나는 더 묻지 못했다.
장미는 아주 작게 말했다.
“가세요. 너무 오래 쳐다보면, 내가 우는 걸 들킬지도 모르니까요.”
그 말에 요안나는 멈췄다.
하지만 장미는 다시 꽃잎을 세웠다.
“물론 나는 울지 않아요. 장미니까요.”
요안나는 유리 덮개를 내려놓았다.
씌우지는 않았다.
그녀는 물뿌리개와 상자 양이 그려진 기록판을 들고 별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떠나기 직전, 뒤돌아보았다.
장미는 꼿꼿하게 서 있었다.
아주 작은 별 위에서.
요안나는 무언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작은 별의 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
다시 사막.
미하일라는 요안나를 보고 있었다.
요안나는 상자 그림이 그려진 기록판을 품에 안은 채, 모래 위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떠났나.”
미하일라가 물었다.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장미를 두고.”
“네.”
미하일라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돌아갈 생각은 있나.”
요안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겠어요.”
“왜지.”
요안나는 작은 별을 보았다.
“돌아가면,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 말은 작았다.
하지만 미하일라는 들었다.
돌아간다는 것은, 그저 그리운 곳에 닿는 일이 아니다.
돌아간 뒤 해야 할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하일라는 사막 너머를 보았다.
전쟁을 끝내는 활을 가진 황제도, 그 질문 앞에서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장미 옆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약하고, 까다롭고, 투덜거리고, 가시를 세우고, 사실은 바람을 무서워하는 것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그것은 전쟁과 달랐다.
그러나 어쩌면, 전쟁을 끝내고 난 뒤에 남는 질문이었다.
미하일라는 기록판을 다시 받았다.
그리고 상자 속 양 옆에 작은 유리 덮개를 그렸다.
요안나가 물었다.
“뭘 그리세요?”
“유리 덮개.”
요안나는 눈을 크게 떴다.
미하일라는 담담히 말했다.
“양이 장미를 먹지 않는다고 해도, 바람은 막아야 한다.”
요안나는 그 그림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대 위 하늘에서 작은 별 하나가 조금 더 밝아졌다.
푸리나의 목소리가 무대 밖에서 낮게 들렸다.
“이렇게, 작은 별의 방문자는 사막에서 양 한 마리와 유리 덮개 하나를 얻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하지만 아직 알지 못했습니다. 장미가 특별한 이유가 장미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별빛이 흔들렸다.
무대 뒤 간판이 천천히 내려왔다.
1막 — 명령하는 왕과 피어나는 꽃들
그 아래, 작은 부제가 붙었다.
— 어른들의 별을 지나며 —
미하일라는 간판을 보았다.
“다음은 왕인가.”
요안나는 고개를 들었다.
“무서운 왕일까요?”
미하일라는 잠시 생각했다.
“왕은 대체로 무섭다.”
요안나가 조금 굳었다.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섭지 않은 왕이 더 위험할 때도 있다.”
요안나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미하일라는 낮게 말했다.
“가보면 알겠지.”
사막의 별빛이 천천히 회전했다.
작은 방문자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작은 별의 방문자》
개막 — 작은 별을 무대에 걸다
왕궁 극장의 천장은 그날, 바다가 아니라 밤하늘이 되었다.
푸른 천도, 돛대도, 종이 갈매기도 없었다. 대신 어두운 막 위에 작은 별들이 하나씩 걸렸다. 어떤 별은 금빛이었고, 어떤 별은 은빛이었고, 어떤 별은 너무 작아서 조명이 닿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았다.
무대 중앙에는 작은 사막이 놓여 있었다.
모래는 진짜 모래가 아니었다. 엷은 황금빛 천과 잘게 부순 조개껍질, 그리고 마른 풀잎으로 만든 무대 장치였다. 그러나 조명이 낮게 깔리자 그것은 정말 사막처럼 보였다.
그 사막 한가운데에는 부러진 청동 매가 쓰러져 있었다.
한쪽 날개는 꺾였고, 은실은 끊어져 있었으며, 자줏빛 깃 장식에는 모래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것은 전쟁과 정찰과 귀환 방위를 위해 만들어진 니케아식 마도구였다.
그러나 오늘, 그 매는 날지 못했다.
푸리나 헤툼은 천천히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이번에는 선장의 모자도, 항해자의 류트도 들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물뿌리개 하나와, 투명한 유리 덮개 하나가 있었다.
객석이 조용해지자, 푸리나는 밤하늘에 걸린 가장 작은 별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의 이야기는 아주 작은 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크게 선언하기보다는, 잠든 아이 옆에서 책을 펼치는 목소리에 가까웠다.
“너무 작아서 지도에는 제대로 그려지지 않고, 너무 작아서 군대가 행군하기도 어렵고, 너무 작아서 왕국이라 부르면 누군가는 웃을지도 모르는 별.”
푸리나는 작게 웃었다.
“하지만 그 별에 장미 한 송이가 피면, 그 별은 더 이상 작기만 한 곳이 아니게 됩니다.”
그녀는 물뿌리개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유리 덮개를 무대 가장자리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오늘의 극은, 그 장미를 두고 떠난 작은 방문자의 이야기입니다.”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푸리나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장미가 무엇인지.
별이 무엇인지.
왜 떠났고, 왜 돌아가야 하는지.
그런 것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대신 가장 작은 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극장 전체에 푸리나의 신술이 얇게 펼쳐졌다.
《세상은 무대요, 모든 이는 주인공일지니!》
그것은 바다를 출항시키던 때처럼 발밑을 흔들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작은 감각을 사람들의 가슴에 하나씩 올려놓았다.
누군가에게는 오래 돌보지 못한 화분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닫아주지 못한 창문이.
누군가에게는 아직 말하지 못한 사과가.
누군가에게는 이름 붙이지 못한 작은 별 하나가.
무대 위의 별들이 조금씩 흔들렸다.
가장 작은 별 하나가 내려왔다.
그 별 아래, 사막이 열렸다.
푸리나는 낮게 말했다.
“그럼 막을 열겠습니다.”
그녀는 물뿌리개를 무대 가장자리에 내려놓았다.
“작은 별의 방문자가, 사막에서 한 어른을 만나는 장면부터.”
---
프롤로그 — 부러진 청동 매와 양 한 마리
사막은 너무 조용했다.
니케아의 황제가 익숙한 종류의 조용함은 아니었다.
전장이 조용해질 때가 있었다. 화살이 날아가기 직전, 말들이 숨을 낮추고, 장수들이 명령을 기다리며, 적과 아군이 모두 한 박자 뒤의 피를 예감하는 그런 침묵.
궁정이 조용해질 때도 있었다. 누군가 대답하지 못할 질문을 받았을 때, 혹은 모두가 알고 있으나 누구도 먼저 꺼내지 않는 이름이 회의장 한가운데 놓였을 때의 침묵.
그러나 이 사막의 침묵은 달랐다.
명령을 기다리지 않았다.
판결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넓었다.
끝없이 넓어서, 사람이 들고 온 칙령과 활과 관직과 죄책감까지 모두 작은 물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미하일라 두케나 안겔리나 콤니니 팔레올로기나는 부러진 청동 매 옆에 앉아 있었다.
그것은 니케아 궁정의 장인들과 천문관들이 만든 정찰용 마도구였다. 몸체는 청동으로 되어 있었고, 날개에는 얇은 은실과 자줏빛 깃 장식이 박혀 있었다. 배 안쪽에는 작은 천문반과 항로 기록판이 들어 있었으며, 원래라면 하늘로 날아올라 별의 위치와 지상의 길을 함께 읽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그 청동 매는 모래 위에 쓰러져 있었다.
오른쪽 날개는 꺾였고, 은실은 끊어졌으며, 천문반은 축이 어긋나 있었다. 자줏빛 깃 장식 위로 모래가 내려앉았다.
물론 그것은 무대 장치였다.
나무와 금속박과 얇은 실로 만든, 매우 정교한 소품.
하지만 푸리나의 극장 안에서, 그런 구분은 늘 조금 무력했다.
무대는 무대였고, 동시에 잠깐의 세계였다.
미하일라는 청동 매의 몸체를 열어 내부를 확인했다.
“우측 날개 파손. 천문반 축 어긋남. 귀환 방위 상실.”
그녀는 짧게 정리했다.
“전투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 방치 시 생존률 저하.”
무대 뒤에서 푸리나가 작게 속삭였다.
“역시 사막에 고립되어도 보고서처럼 말해.”
죠니가 객석 쪽에서 낮게 말했다.
“그게 저 황제님 방식이면, 꽤 안정적이긴 하지.”
푸리나는 힐끗 그를 보았다.
“죠니, 이번엔 주역 아니니까 조용히.”
“응. 이번엔 사막에서 양 안 그려도 돼서 편하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막 위로 작은 발소리가 났다.
사각.
사각.
모래를 밟는 소리.
미하일라는 고개를 들었다.
사막 한가운데, 작은 망토를 두른 아이가 서 있었다.
요안나였다.
오늘의 요안나는 공동황제의 예복도, 궁정의 격식도 입고 있지 않았다. 작은 별빛 색 망토, 목에 걸린 연한 금빛 장식, 그리고 손에 쥔 아주 작은 물뿌리개.
그녀는 조용히 미하일라를 바라보았다.
미하일라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먼저 예법이 왔을 것이다.
호칭.
인사.
공동황제로서의 거리.
황제와 황제 사이의 복잡한 경계.
하지만 사막은 그것들을 조금 멀리 밀어냈다.
요안나는 한 걸음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양을 그려주세요.”
미하일라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양?”
“네.”
“용도를 말하라.”
요안나가 눈을 깜박였다.
“용도요?”
미하일라는 진지했다.
“목축용인가, 운반용인가, 제사용인가. 혹은 군수용인가.”
요안나는 잠시 미하일라를 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미를 먹지 않는 양이면 돼요.”
객석에서 낮은 웃음이 번졌다.
푸리나는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았다.
미하일라는 웃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즉시 반박하지도 않았다.
그 말은 이상했다.
전장과 법령과 제국의 계보 속에서 다루기 어려운 요구였다.
장미를 먹지 않는 양.
무언가를 해치지 않는 힘.
미하일라는 부러진 청동 매의 기록판을 꺼냈다.
원래라면 항로, 별자리, 적의 이동, 산맥과 수원지의 위치가 적혀야 할 판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뒤집었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뒷면이 드러났다.
그 위에 목탄을 올렸다.
요안나는 조용히 물었다.
“거기에 그려도 돼요?”
“현재 항로 산정 기능은 정지했다.”
미하일라는 담담히 말했다.
“그러니 임시 용도로 전환한다.”
푸리나가 작게 속삭였다.
“양 그림을 임시 용도라고 했어.”
죠니가 말했다.
“그래도 판은 쓰이고 있네.”
미하일라는 첫 번째 양을 그렸다.
그 양은 지나치게 강해 보였다. 뿔이 컸고, 다리는 단단했으며, 눈빛은 거의 전투마에 가까웠다.
요안나는 기록판을 받아들고 진지하게 보았다.
“이 양은 장미를 먹을 것 같아요.”
미하일라는 기록판을 다시 받았다.
“근거는?”
“눈이 너무 결심했어요.”
객석에서 다시 웃음이 났다.
미하일라는 잠시 양 그림을 보았다.
확실히 그랬다.
그 양은 장미를 보면 돌격할 것 같았다.
두 번째 양은 지나치게 작았다.
요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양은 장미를 먹기 전에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아요.”
세 번째 양은 지나치게 늙었다.
“이 양은 장미를 먹지는 않겠지만, 제 별까지 걸어오기 전에 잠들 것 같아요.”
미하일라는 목탄을 내려놓았다.
“요구조건이 계속 변한다.”
요안나는 조금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죄송해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그 사과는 이상하게 빨랐다.
마치 궁정에서 먼저 물러서는 법을 배운 아이처럼.
미하일라는 기록판의 빈 부분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상자를 그렸다.
구멍이 세 개 뚫린 작은 상자.
“양은 이 안에 있다.”
요안나는 기록판을 받아들었다.
눈이 커졌다.
“정말요?”
“그렇다.”
“보이지 않는데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네가 원하는 양일 수 있다.”
요안나는 상자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이 양은 장미를 먹지 않을 것 같아요.”
미하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작전 성공이다.”
푸리나가 무대 뒤에서 속삭였다.
“양 그리기를 작전 성공이라고 했어.”
죠니가 낮게 말했다.
“그래도 성공했네. 꽤 좋은 작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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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안나는 상자 그림이 그려진 기록판을 품에 안고, 미하일라 옆에 앉았다.
사막은 여전히 넓었다.
부러진 청동 매 옆의 황제와 작은 별의 방문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미하일라였다.
“너는 어디서 왔나.”
요안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종이 별들이 흔들렸다.
그중 하나는 아주 작았다.
다른 별보다 낮게 매달려 있었고, 가까이서 보면 둥근 나무판에 은색 가루를 칠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조명이 닿자, 그것은 정말 작은 별처럼 보였다.
요안나는 그 별을 가리켰다.
“저기요.”
미하일라는 별을 보았다.
“저 별은 너무 작다.”
“그래서 좋아요.”
“왜지?”
“해가 지는 걸 자주 볼 수 있어요.”
미하일라는 잠시 침묵했다.
요안나는 계속 말했다.
“의자를 조금만 옮기면, 또 해가 져요. 슬플 때는 여러 번 볼 수 있어요.”
“너는 많이 슬펐나.”
요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사막보다 작았지만, 더 가까웠다.
미하일라는 더 묻지 않았다.
요안나는 기록판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
“제 별에는 화산이 세 개 있어요.”
“활화산인가.”
“두 개는 그래요. 하나는 꺼졌어요.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셋 다 청소해요.”
미하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합리적이다.”
요안나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렇죠?”
“꺼진 화산도 다시 깨어날 수 있다. 방치하지 않는 것은 옳다.”
요안나는 미하일라를 보았다.
그녀가 자기 별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이 조금 이상한 듯했다.
그래서 더 말했다.
“그리고 바오밥나무도 있어요.”
“위험한가.”
“아주요. 어릴 때 뽑지 않으면 별을 찢어버릴 수도 있어요.”
미하일라의 눈빛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그렇다면 매일 확인해야 한다.”
“네. 아주 작은 싹일 때요.”
“큰 적보다 작은 싹이 더 위험할 때가 있다.”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두 사람은 잠시 같은 방향을 보았다.
작은 별.
화산.
바오밥나무.
제국과 전장과는 전혀 다른 규모였지만, 이상하게 원리는 비슷했다.
작은 것을 방치하면, 언젠가 세계가 찢어진다.
미하일라는 낮게 말했다.
“작은 별이라도 통치가 필요하군.”
요안나는 조금 웃었다.
“그런데 저는 통치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요안나는 상자 그림이 그려진 기록판을 끌어안았다.
“장미가 있어서요.”
그 말과 함께 무대의 하늘이 조금 변했다.
사막 뒤편에 작은 별의 무대가 떠올랐다.
푸리나의 극장 신술이 아주 얇게 장면을 겹쳤다. 모래 위에 별빛이 내려앉고, 별 위에는 작은 화산 세 개와 바오밥나무 싹, 그리고 유리 덮개 옆에 선 장미 한 송이가 보였다.
장미는 배우가 아니었다.
무대 장미였다.
그러나 조명과 바람과 아주 섬세한 인형 장치 때문에, 꽃잎이 살아 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떨렸다.
요안나는 그 장미를 보았다.
“그 장미는 자기가 세상에서 하나뿐이라고 했어요.”
미하일라는 장미를 보았다.
작고, 까다롭고, 말이 많고, 가시는 얇았다.
제국의 지도 위에서는 표시되지 않을 생명.
전쟁 보고서라면 한 줄로 접힐 존재.
그러나 요안나의 작은 별에서는, 그 꽃 하나 때문에 아침의 순서와 밤의 의미가 달라졌다.
미하일라는 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기록판의 빈 부분을 조금 남겨두었다.
“정말 하나뿐인가.”
미하일라가 물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지금은?”
요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막의 바람이 지나갔다.
장미의 꽃잎이 떨렸다.
요안나는 아주 작게 말했다.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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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은 잠깐 작은 별로 넘어갔다.
요안나의 별은 정말 작았다.
한 걸음만 걸으면 화산이 있었고, 두 걸음 더 가면 장미가 있었으며, 조금만 더 가면 해가 지는 자리였다. 객석에서는 그 작은 규모 때문에 낮은 웃음이 났다.
푸리나는 무대 뒤에서 만족스럽게 속삭였다.
“작은 별 세트 귀엽다.”
죠니가 말했다.
“저 정도면 청소는 편하겠네.”
하지만 무대 위의 요안나는 진지했다.
그녀는 작은 빗자루로 화산을 청소했다.
하나.
둘.
셋.
꺼진 화산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다음 바오밥나무 싹을 살폈다.
작은 싹 하나를 뽑았다.
또 하나.
그리고 장미에게 다가갔다.
장미는 천천히 꽃잎을 열었다.
녹음된 목소리인지, 무대 뒤의 배우 목소리인지 알 수 없는 부드럽고 조금 까다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침 인사가 늦었네요.”
요안나는 당황했다.
“미안해. 화산을 청소하느라.”
“화산은 매일 거기 있잖아요.”
“너도 매일 여기 있잖아.”
장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조금 새침하게 말했다.
“나는 어제와 조금 다르게 피었어요.”
요안나는 장미를 보았다.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꽃잎의 각도 하나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향기가 조금 짙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렇네. 예뻐.”
장미는 조금 더 꽃잎을 세웠다.
“그건 당연한 말이에요.”
요안나는 웃었다.
“그러면 왜 말하게 했어?”
“당연한 말도 듣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객석에서 아주 낮은 웃음이 났다.
요안나는 물뿌리개를 들었다.
“물 줄게.”
“너무 많이 주지는 말아요.”
“어제는 적다고 했잖아.”
“어제의 바람과 오늘의 바람은 달라요.”
요안나는 조금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장미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밤에는 유리 덮개를 씌워주세요. 바람이 거칠어요.”
“알았어.”
“벌레도 조심해줘요. 하지만 나비는 보고 싶으니까 애벌레 몇 마리는 남겨도 돼요.”
“그럼 어떤 벌레를 쫓아야 해?”
“해로운 벌레요.”
“어떤 게 해로운데?”
장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요안나는 한숨을 쉬었다.
장미는 꽃잎을 살짝 떨었다.
“한숨 쉬었나요?”
“아니.”
“쉬었어요.”
“조금.”
“내가 귀찮나요?”
요안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장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괜찮아요. 나는 가시가 있으니까요.”
작은 가시들이 조명에 비쳤다.
작고, 얇고, 솔직히 말하면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가시였다.
요안나는 그 가시들을 보았다.
“그 가시로 뭘 막을 수 있어?”
장미는 당당하게 말했다.
“호랑이요.”
요안나는 눈을 깜박였다.
“내 별에는 호랑이가 없는데.”
“그래도 막을 수 있어요.”
“호랑이는 풀을 안 먹어.”
“나는 풀이 아니에요.”
“그건 맞아.”
둘은 한참 서로를 보았다.
그 순간은 우스웠다.
그러나 아주 조금 슬펐다.
장미는 자신이 강하다고 말하고 싶어 했다.
요안나는 장미가 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돌봐야 할지는 몰랐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찔릴 것 같고, 너무 멀리 있으면 시들 것 같았다.
요안나는 유리 덮개를 들었다.
“밤에 씌워줄게.”
장미는 작게 말했다.
“지금도 바람이 조금 차가워요.”
“지금은 낮이야.”
“낮에도 바람은 불어요.”
요안나는 유리 덮개를 보았다.
화산 청소도 해야 했다.
바오밥나무도 봐야 했다.
해가 지는 것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장미는 계속 다른 말을 했다.
물.
바람.
벌레.
나비.
가시.
호랑이.
요안나는 갑자기 숨이 조금 막혔다.
“나는 다른 별들을 보고 올 거야.”
장미의 꽃잎이 멈췄다.
“다른 별?”
“응.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으니까.”
장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안나는 말을 이어갔다.
“왕도 만나고, 어른들도 만나고, 지구도 볼 거야. 그러면 네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장미는 한참 뒤에 말했다.
“그럼 가도 좋아요.”
너무 쉽게 나온 말이었다.
그래서 요안나는 오히려 당황했다.
“정말?”
“나는 가시가 있으니까요.”
장미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하지만 꽃잎은 조금 떨렸다.
“그리고 바람도 견딜 수 있어요.”
요안나는 유리 덮개를 들고 있었다.
“덮개는?”
장미는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꽃잎을 살짝 접었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아까는—”
“필요 없어요.”
요안나는 더 묻지 못했다.
장미는 아주 작게 말했다.
“가세요. 너무 오래 쳐다보면, 내가 우는 걸 들킬지도 모르니까요.”
그 말에 요안나는 멈췄다.
하지만 장미는 다시 꽃잎을 세웠다.
“물론 나는 울지 않아요. 장미니까요.”
요안나는 유리 덮개를 내려놓았다.
씌우지는 않았다.
그녀는 물뿌리개와 상자 양이 그려진 기록판을 들고 별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떠나기 직전, 뒤돌아보았다.
장미는 꼿꼿하게 서 있었다.
아주 작은 별 위에서.
요안나는 무언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작은 별의 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
다시 사막.
미하일라는 요안나를 보고 있었다.
요안나는 상자 그림이 그려진 기록판을 품에 안은 채, 모래 위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떠났나.”
미하일라가 물었다.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장미를 두고.”
“네.”
미하일라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돌아갈 생각은 있나.”
요안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겠어요.”
“왜지.”
요안나는 작은 별을 보았다.
“돌아가면,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 말은 작았다.
하지만 미하일라는 들었다.
돌아간다는 것은, 그저 그리운 곳에 닿는 일이 아니다.
돌아간 뒤 해야 할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하일라는 사막 너머를 보았다.
전쟁을 끝내는 활을 가진 황제도, 그 질문 앞에서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장미 옆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약하고, 까다롭고, 투덜거리고, 가시를 세우고, 사실은 바람을 무서워하는 것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그것은 전쟁과 달랐다.
그러나 어쩌면, 전쟁을 끝내고 난 뒤에 남는 질문이었다.
미하일라는 기록판을 다시 받았다.
그리고 상자 속 양 옆에 작은 유리 덮개를 그렸다.
요안나가 물었다.
“뭘 그리세요?”
“유리 덮개.”
요안나는 눈을 크게 떴다.
미하일라는 담담히 말했다.
“양이 장미를 먹지 않는다고 해도, 바람은 막아야 한다.”
요안나는 그 그림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대 위 하늘에서 작은 별 하나가 조금 더 밝아졌다.
푸리나의 목소리가 무대 밖에서 낮게 들렸다.
“이렇게, 작은 별의 방문자는 사막에서 양 한 마리와 유리 덮개 하나를 얻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하지만 아직 알지 못했습니다. 장미가 특별한 이유가 장미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별빛이 흔들렸다.
무대 뒤 간판이 천천히 내려왔다.
1막 — 명령하는 왕과 피어나는 꽃들
그 아래, 작은 부제가 붙었다.
— 어른들의 별을 지나며 —
미하일라는 간판을 보았다.
“다음은 왕인가.”
요안나는 고개를 들었다.
“무서운 왕일까요?”
미하일라는 잠시 생각했다.
“왕은 대체로 무섭다.”
요안나가 조금 굳었다.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섭지 않은 왕이 더 위험할 때도 있다.”
요안나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미하일라는 낮게 말했다.
“가보면 알겠지.”
사막의 별빛이 천천히 회전했다.
작은 방문자의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