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238)
작성자:여관◆zAR16hM8he
작성일:2026-05-08 (금) 01:04:15
갱신일:2026-05-13 (수) 19:12:03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164여관◆zAR16hM8he(514e9af3)2026-05-20 (수) 20:03:06
4막 — 별빛과 남겨진 사람
— 밤하늘을 보고 웃는 법 —
사막의 밤은 깊었다.
요안나가 검은 리본을 넘어 작은 별에 다녀온 뒤, 무대는 한동안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모래빛 천은 가만히 놓여 있었다.
별들은 높이 걸려 있었다.
접혔던 식탁보는 아레의 품 안으로 사라졌고, 물잔 자국만 모래 위에 희미하게 남았다.
요안나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별은 여전히 많았다.
너무 많아서, 자기 별이 어느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중 하나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정확히 어느 별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어딘가에 장미가 있었고, 그 장미는 방금 물을 받았다.
그리고 내일 같은 시간에 누군가 오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 사실 하나 때문에, 밤하늘 전체가 아주 조금 달라졌다.
요안나는 낮게 말했다.
“별이…… 조금 시끄러워졌어요.”
미하일라는 그녀 옆에 섰다.
“별이 말하나.”
“아니요.”
요안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조용하지만은 않아요.”
미하일라는 하늘을 보았다.
그녀에게 별은 원래 항로와 징조와 사격의 거리와 시간을 읽는 것이었다.
천문반 위에 놓이면 별은 길이 되었고, 전장 위에 놓이면 별은 명령의 시각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요안나가 보는 별은 달랐다.
어딘가에서 투덜거리는 장미.
늦었다고 말하는 목소리.
내일 아침 인사를 기다리는 작은 꽃.
그것이 별을 바꾸고 있었다.
미하일라는 물었다.
“장미는 괜찮았나.”
요안나는 조금 웃었다.
“화났어요.”
“그렇군.”
“늦었다고 했어요.”
“그럴 만하다.”
요안나는 미하일라를 올려다보았다.
“폐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미하일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 말했다.
“기다린 자는 늦었다 말할 권리가 있다.”
요안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들어야겠네요.”
“그래.”
“도망치면 안 되겠네요.”
“그래.”
요안나는 기록판을 품에 안았다.
상자 속 양.
유리 덮개.
장미의 이름.
그것들은 이제 그림이라기보다 약속처럼 보였다.
“폐하.”
“말하라.”
“장미가 내일도 화내면요?”
“들어라.”
“모레도요?”
“들어라.”
“계속 화내면요?”
미하일라는 잠시 요안나를 보았다.
“물을 주면서 들어라.”
요안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폐하, 아레 님이랑 조금 비슷하게 말했어요.”
미하일라는 고개를 돌렸다.
아레는 이미 무대 가장자리의 어둠 속으로 물러나 있었다. 검은 숄만 희미하게 보였다.
“그렇다면 나쁘지 않다.”
요안나는 이번에는 조금 더 선명하게 웃었다.
사막의 밤은 차가웠다.
하지만 방금 그 웃음 때문에, 공기가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
---
부러진 청동 매는 여전히 모래 위에 있었다.
미하일라는 다시 그 곁으로 걸어갔다.
요안나는 따라갔다.
처음 만났을 때, 미하일라는 청동 매의 우측 날개와 어긋난 천문반, 상실된 귀환 방위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때 요안나는 양을 그려달라고 했다.
이제 기록판의 뒷면에는 상자 속 양과 유리 덮개가 있었다.
앞면에는 아직 항로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처음의 항로가 아니었다.
미하일라는 청동 매의 날개를 살폈다.
“은실이 끊겼다.”
요안나는 옆에 앉았다.
“고칠 수 있어요?”
“고쳐야 한다.”
“고칠 수 있냐고 물었는데요.”
미하일라는 잠시 멈췄다.
“고칠 수 있다.”
요안나는 살짝 웃었다.
“다행이에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흘끗 보았다.
“웃는군.”
“네.”
“이유는?”
요안나는 하늘을 보았다.
“아직 모르겠어요.”
“모르는 채로 웃는가.”
“네.”
미하일라는 더 묻지 않았다.
청동 매의 날개를 받치고, 끊어진 은실을 다시 매기 시작했다.
요안나는 한참 그 손길을 보았다.
황제의 손.
활을 잡고, 칙령을 쥐고, 국가의 문을 닫거나 여는 손.
그 손이 지금은 아주 작은 은실을 다시 꿰고 있었다.
요안나가 말했다.
“폐하도 매일 하는 일이 있어요?”
“있다.”
“등불 켜는 것 같은 일?”
미하일라는 은실을 묶었다.
“그보다 덜 아름다운 일이 많다.”
“예를 들면요?”
“보고서. 재정. 병력 배치. 반역 가능성 검토. 부상병 명부. 장례 비용.”
요안나는 입을 다물었다.
미하일라는 담담했다.
“왕국의 등불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 가까이서 보면 기름 냄새가 난다.”
요안나는 벨라의 별을 떠올렸다.
등불을 켜고 끄던 손.
망토 끝으로 차가운 별바닥을 덮어주던 손.
“그래도 켜야 하죠?”
“그래.”
미하일라는 은실을 당겨 묶었다.
“꺼지면 길을 잃는 자가 생긴다.”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의 장미도 있어요?”
미하일라의 손이 멈췄다.
극장이 조용해졌다.
요안나는 자신이 너무 많이 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해요.”
미하일라는 조금 늦게 대답했다.
“사과할 필요 없다.”
그녀는 청동 매의 날개를 내려놓았다.
“있다.”
요안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미하일라는 하늘을 보았다.
“너와 같은 꽃은 아니다.”
“그래도 장미예요?”
“아마도.”
미하일라는 낮게 말했다.
“어떤 것은 나라라고 부르고, 어떤 것은 시민이라고 부른다. 어떤 것은 죽은 자의 이름이고, 어떤 것은 살아남은 자의 식탁이다.”
요안나는 그 말을 가만히 들었다.
“전부 물을 줘야 해요?”
“전부 줄 수는 없다.”
“그럼요?”
“그래서 더 어려운 것이다.”
미하일라는 청동 매를 다시 보았다.
“황제는 모든 장미 앞에 서지 못한다. 그러나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들어도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요안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너무 컸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장미 한 송이와도 닿아 있었다.
요안나는 기록판을 품에 안았다.
“저는 하나도 어려웠어요.”
미하일라는 말했다.
“하나를 어려워할 줄 아는 것은 나쁘지 않다.”
“왜요?”
“하나를 쉽게 여기는 자가, 모두를 말하면 위험하다.”
그 말에 요안나는 고개를 숙였다.
작은 별.
장미 한 송이.
그 장미 하나를 귀찮아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두고 온 자신.
그런 자신이 “모두”를 말할 수 있을까.
요안나는 물었다.
“그럼 저는 평화를 말하면 안 되나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대답은 바로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침묵은 벌이 아니었다.
미하일라는 천천히 말했다.
“말해야 한다.”
요안나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제가요?”
“그래.”
“하지만 저는 장미 하나도 두고 왔어요.”
“그래서 더 배워야 한다.”
미하일라는 청동 매의 천문반을 다시 끼웠다.
“말하지 못하는 자는 길을 열 수 없다. 그러나 말만 하는 자는 길을 지키지 못한다.”
요안나는 그 말을 천천히 따라 했다.
“말하고…… 지켜야 해요.”
“그래.”
“그리고 물을 줘야 해요.”
미하일라는 아주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
청동 매는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았다.
아직 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부러진 날개는 임시로 고정되었고, 천문반은 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별빛이 천문반 위에 닿자, 작은 금속판에 방향 하나가 떠올랐다.
요안나는 그것을 보았다.
“귀환 방위예요?”
“그렇다.”
“어디로 가요?”
미하일라는 천문반을 보았다.
“사막 밖으로.”
“그럼 제 별은요?”
“네 별은 네가 찾아야 한다.”
요안나는 살짝 실망한 듯했다.
미하일라는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이제 찾을 방법은 알겠지.”
요안나는 하늘을 보았다.
“별을 보고 웃는 거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요안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폐하는 웃을 수 있어요?”
미하일라는 침묵했다.
객석에서 아주 낮은 긴장이 흘렀다.
그 질문은 장난 같았지만, 요안나에게는 진심이었다.
미하일라는 하늘을 보았다.
많은 별.
그중 어디에선가 장미가 투덜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것은 이상했다.
전장의 별은 웃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제국의 별은 계산을 요구한다.
하지만 어린 왕자의 별은, 밤하늘을 보고 웃어달라고 요구한다.
미하일라는 아주 천천히 말했다.
“쉽지 않다.”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너도?”
“네. 별이 너무 많아서요.”
미하일라는 요안나를 보았다.
요안나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어느 별인지 몰라요. 그런데도 웃으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잖아요.”
“그렇군.”
“하지만 레플리카 님이 그랬어요. 밀밭이 생긴다고.”
“밀밭?”
“의미 없던 게, 누군가 때문에 의미가 생기는 거요.”
미하일라는 그 말을 오래 들었다.
사막 한쪽에, 2막에서 보았던 금빛 밀밭이 아주 희미하게 나타났다. 환상처럼. 아니면 기억처럼.
요안나는 말했다.
“폐하에게도 그런 게 있나요?”
미하일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청동 매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 매의 눈에 작은 별빛이 들어갔다.
“있다.”
그 한마디뿐이었다.
요안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알았다.
어떤 대답은 더 묻지 않아야 남는다는 것을.
---
그때 사막의 한쪽에서 푸리나가 조용히 걸어 나왔다.
이번에는 연출자의 자리에서 무대 안쪽으로 아주 조금 들어온 것뿐이었다.
그녀는 손에 작은 종이 별 하나를 들고 있었다.
“두 분, 밤하늘이 너무 진지해져서 잠깐만.”
요안나가 눈을 깜박였다.
미하일라는 푸리나를 보았다.
“무슨 일이지.”
푸리나는 종이 별을 들어 보였다.
“원래 이 장면은 감동적으로 밤하늘을 보는 장면인데, 극장 담당자가 별 하나를 거꾸로 걸었어.”
요안나가 하늘을 보았다.
정말로 별 하나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별 모양이라 위아래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푸리나는 매우 진지했다.
“저건 작은 별 예법에 어긋나.”
죠니가 객석에서 말했다.
“별에 예법도 있어?”
푸리나가 당당하게 말했다.
“내 극장에는 있어.”
미하일라는 잠시 그 별을 보았다.
“수정하라.”
푸리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승인 받았다!”
무대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별을 바로 걸었다.
그 순간 별빛이 살짝 흔들렸다.
요안나는 그걸 보다가 웃었다.
처음에는 작게.
그리고 조금 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왜 웃지.”
요안나는 입을 가렸다.
“별이 거꾸로 걸려 있었대요.”
“그것이 웃긴가.”
“조금요.”
푸리나는 작게 속삭였다.
“좋아. 웃었다.”
죠니가 말했다.
“이번 극에서 제일 중요한 장치가 거꾸로 걸린 별이 될 줄은 몰랐네.”
그레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바로잡혔습니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잡는 것도 극의 일부야.”
요안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더 웃었다.
하늘을 보고 웃는 것이 꼭 커다란 깨달음일 필요는 없다는 듯이.
때로는 별 하나가 거꾸로 걸려 있어도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웃음 속에, 장미가 아주 조금 섞일 수 있었다.
---
밤이 깊어졌다.
청동 매는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날개는 아직 완전하지 않았지만, 짧은 거리라면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하일라는 천문반을 닫았다.
“돌아갈 수 있다.”
요안나는 물었다.
“사막 밖으로요?”
“그래.”
“그럼 저는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너는 이미 돌아갈 길을 배웠다.”
요안나는 기록판을 내려다보았다.
“내일 같은 시간에 가면 되겠죠.”
“그래.”
“모레도요.”
“그래.”
“장미가 또 투덜거려도요.”
“그래.”
요안나는 조금 웃었다.
“폐하도 같이 가줄 수 있어요?”
미하일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요안나는 서둘러 말했다.
“아니, 꼭 제 별까지 말고요. 그냥…… 가끔은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그 말은 극 속의 말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극 속의 말만은 아니었다.
궁정에서, 회의장에서, 평화와 전쟁의 이름 아래에서, 두 사람은 늘 각자의 자리에서 서 있었다.
요안나는 미하일라에게 완전히 의지할 수 없었고, 미하일라는 요안나를 단순히 보호할 수만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사막은 조금 다른 말을 허락했다.
미하일라는 말했다.
“부르면 가겠다.”
요안나는 고개를 들었다.
“정말요?”
“그래.”
“바쁘면요?”
“그래도 들을 것이다.”
요안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항상 갈 수 있다”가 아니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믿을 수 있었다.
“그럼 저도 부를게요.”
“필요할 때만 부르면 된다.”
요안나는 조금 생각했다.
“필요한지 아닌지 모를 때는요?”
미하일라는 대답했다.
“그때도 불러라.”
요안나는 웃었다.
“그건 조금 의외예요.”
“짐도 배우고 있다.”
그 말에 푸리나가 무대 뒤에서 조용히 손뼉을 치려다 다시 멈췄다.
이번 극에서는 작은 박수도 너무 크게 들릴 때가 있었다.
대신 그녀는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
아레는 무대의 가장자리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검은 숄을 두른 채.
요안나는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아레 님.”
아레는 고개를 돌렸다.
“돌아가는 아이.”
“저 다녀왔어요.”
“보았다.”
“장미에게 물을 줬어요.”
“잘했다.”
그 말은 짧았다.
하지만 요안나는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조금 따뜻해졌다.
“아레 님은 이제 가세요?”
“그렇다.”
“어디로요?”
아레는 잠시 침묵했다.
“다른 침묵이 있는 곳.”
요안나는 그 대답이 조금 슬펐다.
“거기에도 식탁보를 가져가요?”
“그래.”
“물하고 빵도요?”
“가능하면.”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기도 덜 무섭겠네요.”
아레는 아주 잠깐 요안나를 보았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그렇게 되면 좋겠구나.”
그 말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았다.
그러나 요안나는 들었다.
아레는 검은 숄을 정리했다.
“장미에게 늦지 마라.”
“네.”
“늦으면.”
“늦으면?”
“늦었다고 말해라.”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을 줄게요.”
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시작이다.”
그녀는 뒤돌아 걸어갔다.
검은 숄은 사막의 어둠과 섞였다.
식탁보는 보이지 않았지만, 요안나는 이제 그것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알았다.
문턱마다.
침묵마다.
사람이 돌아가기 전에 목이 마를지도 모르는 자리마다.
---
미하일라는 청동 매를 들어 올렸다.
매의 날개가 작게 펼쳐졌다.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었다.
임시로 묶은 은실이 보였고, 한쪽 날개는 여전히 조금 비뚤었다.
그러나 날 수 있었다.
푸리나가 무대 앞으로 나왔다.
“청동 매는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관객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때로는 완전히 고쳐지지 않아도,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죠니가 객석에서 낮게 말했다.
“좋은 말인데, 여왕님이 말하니까 약간 막간 광고 같네.”
푸리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죠니.”
“응. 조용히 할게.”
푸리나는 다시 목소리를 낮췄다.
“작은 방문자는 장미에게 다녀왔고, 사막의 어른은 밤하늘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은 여전히 종이였고, 장미는 여전히 무대 위의 꽃이었습니다.”
잠시 침묵.
“하지만 웃음이 한 번 생긴 뒤에는, 밤하늘도 완전히 이전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요안나는 하늘을 보았다.
거꾸로 걸렸던 별은 이제 바로 걸려 있었다.
그 별이 자기 별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 별을 보자, 요안나는 조금 웃었다.
미하일라는 그 웃음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
그녀도 별을 보며 웃은 것 같았다.
푸리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웃음은 기록하지 않는 편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무대 뒤 간판이 천천히 내려왔다.
후일담 — 물뿌리개와 거꾸로 걸린 별
그 아래, 작은 글씨가 붙었다.
— 같은 시간에 돌아간다는 것 —
요안나는 기록판을 품에 안았다.
청동 매는 날개를 펼쳤다.
사막의 밤은 여전히 넓었다.
하지만 이제, 그 넓음은 조금 덜 무서웠다.
— 밤하늘을 보고 웃는 법 —
사막의 밤은 깊었다.
요안나가 검은 리본을 넘어 작은 별에 다녀온 뒤, 무대는 한동안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모래빛 천은 가만히 놓여 있었다.
별들은 높이 걸려 있었다.
접혔던 식탁보는 아레의 품 안으로 사라졌고, 물잔 자국만 모래 위에 희미하게 남았다.
요안나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별은 여전히 많았다.
너무 많아서, 자기 별이 어느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중 하나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정확히 어느 별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어딘가에 장미가 있었고, 그 장미는 방금 물을 받았다.
그리고 내일 같은 시간에 누군가 오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 사실 하나 때문에, 밤하늘 전체가 아주 조금 달라졌다.
요안나는 낮게 말했다.
“별이…… 조금 시끄러워졌어요.”
미하일라는 그녀 옆에 섰다.
“별이 말하나.”
“아니요.”
요안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조용하지만은 않아요.”
미하일라는 하늘을 보았다.
그녀에게 별은 원래 항로와 징조와 사격의 거리와 시간을 읽는 것이었다.
천문반 위에 놓이면 별은 길이 되었고, 전장 위에 놓이면 별은 명령의 시각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요안나가 보는 별은 달랐다.
어딘가에서 투덜거리는 장미.
늦었다고 말하는 목소리.
내일 아침 인사를 기다리는 작은 꽃.
그것이 별을 바꾸고 있었다.
미하일라는 물었다.
“장미는 괜찮았나.”
요안나는 조금 웃었다.
“화났어요.”
“그렇군.”
“늦었다고 했어요.”
“그럴 만하다.”
요안나는 미하일라를 올려다보았다.
“폐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미하일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 말했다.
“기다린 자는 늦었다 말할 권리가 있다.”
요안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들어야겠네요.”
“그래.”
“도망치면 안 되겠네요.”
“그래.”
요안나는 기록판을 품에 안았다.
상자 속 양.
유리 덮개.
장미의 이름.
그것들은 이제 그림이라기보다 약속처럼 보였다.
“폐하.”
“말하라.”
“장미가 내일도 화내면요?”
“들어라.”
“모레도요?”
“들어라.”
“계속 화내면요?”
미하일라는 잠시 요안나를 보았다.
“물을 주면서 들어라.”
요안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폐하, 아레 님이랑 조금 비슷하게 말했어요.”
미하일라는 고개를 돌렸다.
아레는 이미 무대 가장자리의 어둠 속으로 물러나 있었다. 검은 숄만 희미하게 보였다.
“그렇다면 나쁘지 않다.”
요안나는 이번에는 조금 더 선명하게 웃었다.
사막의 밤은 차가웠다.
하지만 방금 그 웃음 때문에, 공기가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
---
부러진 청동 매는 여전히 모래 위에 있었다.
미하일라는 다시 그 곁으로 걸어갔다.
요안나는 따라갔다.
처음 만났을 때, 미하일라는 청동 매의 우측 날개와 어긋난 천문반, 상실된 귀환 방위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때 요안나는 양을 그려달라고 했다.
이제 기록판의 뒷면에는 상자 속 양과 유리 덮개가 있었다.
앞면에는 아직 항로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처음의 항로가 아니었다.
미하일라는 청동 매의 날개를 살폈다.
“은실이 끊겼다.”
요안나는 옆에 앉았다.
“고칠 수 있어요?”
“고쳐야 한다.”
“고칠 수 있냐고 물었는데요.”
미하일라는 잠시 멈췄다.
“고칠 수 있다.”
요안나는 살짝 웃었다.
“다행이에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흘끗 보았다.
“웃는군.”
“네.”
“이유는?”
요안나는 하늘을 보았다.
“아직 모르겠어요.”
“모르는 채로 웃는가.”
“네.”
미하일라는 더 묻지 않았다.
청동 매의 날개를 받치고, 끊어진 은실을 다시 매기 시작했다.
요안나는 한참 그 손길을 보았다.
황제의 손.
활을 잡고, 칙령을 쥐고, 국가의 문을 닫거나 여는 손.
그 손이 지금은 아주 작은 은실을 다시 꿰고 있었다.
요안나가 말했다.
“폐하도 매일 하는 일이 있어요?”
“있다.”
“등불 켜는 것 같은 일?”
미하일라는 은실을 묶었다.
“그보다 덜 아름다운 일이 많다.”
“예를 들면요?”
“보고서. 재정. 병력 배치. 반역 가능성 검토. 부상병 명부. 장례 비용.”
요안나는 입을 다물었다.
미하일라는 담담했다.
“왕국의 등불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 가까이서 보면 기름 냄새가 난다.”
요안나는 벨라의 별을 떠올렸다.
등불을 켜고 끄던 손.
망토 끝으로 차가운 별바닥을 덮어주던 손.
“그래도 켜야 하죠?”
“그래.”
미하일라는 은실을 당겨 묶었다.
“꺼지면 길을 잃는 자가 생긴다.”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의 장미도 있어요?”
미하일라의 손이 멈췄다.
극장이 조용해졌다.
요안나는 자신이 너무 많이 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해요.”
미하일라는 조금 늦게 대답했다.
“사과할 필요 없다.”
그녀는 청동 매의 날개를 내려놓았다.
“있다.”
요안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미하일라는 하늘을 보았다.
“너와 같은 꽃은 아니다.”
“그래도 장미예요?”
“아마도.”
미하일라는 낮게 말했다.
“어떤 것은 나라라고 부르고, 어떤 것은 시민이라고 부른다. 어떤 것은 죽은 자의 이름이고, 어떤 것은 살아남은 자의 식탁이다.”
요안나는 그 말을 가만히 들었다.
“전부 물을 줘야 해요?”
“전부 줄 수는 없다.”
“그럼요?”
“그래서 더 어려운 것이다.”
미하일라는 청동 매를 다시 보았다.
“황제는 모든 장미 앞에 서지 못한다. 그러나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들어도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요안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너무 컸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장미 한 송이와도 닿아 있었다.
요안나는 기록판을 품에 안았다.
“저는 하나도 어려웠어요.”
미하일라는 말했다.
“하나를 어려워할 줄 아는 것은 나쁘지 않다.”
“왜요?”
“하나를 쉽게 여기는 자가, 모두를 말하면 위험하다.”
그 말에 요안나는 고개를 숙였다.
작은 별.
장미 한 송이.
그 장미 하나를 귀찮아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두고 온 자신.
그런 자신이 “모두”를 말할 수 있을까.
요안나는 물었다.
“그럼 저는 평화를 말하면 안 되나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대답은 바로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침묵은 벌이 아니었다.
미하일라는 천천히 말했다.
“말해야 한다.”
요안나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제가요?”
“그래.”
“하지만 저는 장미 하나도 두고 왔어요.”
“그래서 더 배워야 한다.”
미하일라는 청동 매의 천문반을 다시 끼웠다.
“말하지 못하는 자는 길을 열 수 없다. 그러나 말만 하는 자는 길을 지키지 못한다.”
요안나는 그 말을 천천히 따라 했다.
“말하고…… 지켜야 해요.”
“그래.”
“그리고 물을 줘야 해요.”
미하일라는 아주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
청동 매는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았다.
아직 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부러진 날개는 임시로 고정되었고, 천문반은 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별빛이 천문반 위에 닿자, 작은 금속판에 방향 하나가 떠올랐다.
요안나는 그것을 보았다.
“귀환 방위예요?”
“그렇다.”
“어디로 가요?”
미하일라는 천문반을 보았다.
“사막 밖으로.”
“그럼 제 별은요?”
“네 별은 네가 찾아야 한다.”
요안나는 살짝 실망한 듯했다.
미하일라는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이제 찾을 방법은 알겠지.”
요안나는 하늘을 보았다.
“별을 보고 웃는 거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요안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폐하는 웃을 수 있어요?”
미하일라는 침묵했다.
객석에서 아주 낮은 긴장이 흘렀다.
그 질문은 장난 같았지만, 요안나에게는 진심이었다.
미하일라는 하늘을 보았다.
많은 별.
그중 어디에선가 장미가 투덜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것은 이상했다.
전장의 별은 웃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제국의 별은 계산을 요구한다.
하지만 어린 왕자의 별은, 밤하늘을 보고 웃어달라고 요구한다.
미하일라는 아주 천천히 말했다.
“쉽지 않다.”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너도?”
“네. 별이 너무 많아서요.”
미하일라는 요안나를 보았다.
요안나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어느 별인지 몰라요. 그런데도 웃으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잖아요.”
“그렇군.”
“하지만 레플리카 님이 그랬어요. 밀밭이 생긴다고.”
“밀밭?”
“의미 없던 게, 누군가 때문에 의미가 생기는 거요.”
미하일라는 그 말을 오래 들었다.
사막 한쪽에, 2막에서 보았던 금빛 밀밭이 아주 희미하게 나타났다. 환상처럼. 아니면 기억처럼.
요안나는 말했다.
“폐하에게도 그런 게 있나요?”
미하일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청동 매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 매의 눈에 작은 별빛이 들어갔다.
“있다.”
그 한마디뿐이었다.
요안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알았다.
어떤 대답은 더 묻지 않아야 남는다는 것을.
---
그때 사막의 한쪽에서 푸리나가 조용히 걸어 나왔다.
이번에는 연출자의 자리에서 무대 안쪽으로 아주 조금 들어온 것뿐이었다.
그녀는 손에 작은 종이 별 하나를 들고 있었다.
“두 분, 밤하늘이 너무 진지해져서 잠깐만.”
요안나가 눈을 깜박였다.
미하일라는 푸리나를 보았다.
“무슨 일이지.”
푸리나는 종이 별을 들어 보였다.
“원래 이 장면은 감동적으로 밤하늘을 보는 장면인데, 극장 담당자가 별 하나를 거꾸로 걸었어.”
요안나가 하늘을 보았다.
정말로 별 하나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별 모양이라 위아래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푸리나는 매우 진지했다.
“저건 작은 별 예법에 어긋나.”
죠니가 객석에서 말했다.
“별에 예법도 있어?”
푸리나가 당당하게 말했다.
“내 극장에는 있어.”
미하일라는 잠시 그 별을 보았다.
“수정하라.”
푸리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승인 받았다!”
무대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별을 바로 걸었다.
그 순간 별빛이 살짝 흔들렸다.
요안나는 그걸 보다가 웃었다.
처음에는 작게.
그리고 조금 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왜 웃지.”
요안나는 입을 가렸다.
“별이 거꾸로 걸려 있었대요.”
“그것이 웃긴가.”
“조금요.”
푸리나는 작게 속삭였다.
“좋아. 웃었다.”
죠니가 말했다.
“이번 극에서 제일 중요한 장치가 거꾸로 걸린 별이 될 줄은 몰랐네.”
그레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바로잡혔습니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잡는 것도 극의 일부야.”
요안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더 웃었다.
하늘을 보고 웃는 것이 꼭 커다란 깨달음일 필요는 없다는 듯이.
때로는 별 하나가 거꾸로 걸려 있어도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웃음 속에, 장미가 아주 조금 섞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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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졌다.
청동 매는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날개는 아직 완전하지 않았지만, 짧은 거리라면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하일라는 천문반을 닫았다.
“돌아갈 수 있다.”
요안나는 물었다.
“사막 밖으로요?”
“그래.”
“그럼 저는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너는 이미 돌아갈 길을 배웠다.”
요안나는 기록판을 내려다보았다.
“내일 같은 시간에 가면 되겠죠.”
“그래.”
“모레도요.”
“그래.”
“장미가 또 투덜거려도요.”
“그래.”
요안나는 조금 웃었다.
“폐하도 같이 가줄 수 있어요?”
미하일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요안나는 서둘러 말했다.
“아니, 꼭 제 별까지 말고요. 그냥…… 가끔은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그 말은 극 속의 말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극 속의 말만은 아니었다.
궁정에서, 회의장에서, 평화와 전쟁의 이름 아래에서, 두 사람은 늘 각자의 자리에서 서 있었다.
요안나는 미하일라에게 완전히 의지할 수 없었고, 미하일라는 요안나를 단순히 보호할 수만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사막은 조금 다른 말을 허락했다.
미하일라는 말했다.
“부르면 가겠다.”
요안나는 고개를 들었다.
“정말요?”
“그래.”
“바쁘면요?”
“그래도 들을 것이다.”
요안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항상 갈 수 있다”가 아니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믿을 수 있었다.
“그럼 저도 부를게요.”
“필요할 때만 부르면 된다.”
요안나는 조금 생각했다.
“필요한지 아닌지 모를 때는요?”
미하일라는 대답했다.
“그때도 불러라.”
요안나는 웃었다.
“그건 조금 의외예요.”
“짐도 배우고 있다.”
그 말에 푸리나가 무대 뒤에서 조용히 손뼉을 치려다 다시 멈췄다.
이번 극에서는 작은 박수도 너무 크게 들릴 때가 있었다.
대신 그녀는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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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는 무대의 가장자리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검은 숄을 두른 채.
요안나는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아레 님.”
아레는 고개를 돌렸다.
“돌아가는 아이.”
“저 다녀왔어요.”
“보았다.”
“장미에게 물을 줬어요.”
“잘했다.”
그 말은 짧았다.
하지만 요안나는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조금 따뜻해졌다.
“아레 님은 이제 가세요?”
“그렇다.”
“어디로요?”
아레는 잠시 침묵했다.
“다른 침묵이 있는 곳.”
요안나는 그 대답이 조금 슬펐다.
“거기에도 식탁보를 가져가요?”
“그래.”
“물하고 빵도요?”
“가능하면.”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기도 덜 무섭겠네요.”
아레는 아주 잠깐 요안나를 보았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그렇게 되면 좋겠구나.”
그 말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았다.
그러나 요안나는 들었다.
아레는 검은 숄을 정리했다.
“장미에게 늦지 마라.”
“네.”
“늦으면.”
“늦으면?”
“늦었다고 말해라.”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을 줄게요.”
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시작이다.”
그녀는 뒤돌아 걸어갔다.
검은 숄은 사막의 어둠과 섞였다.
식탁보는 보이지 않았지만, 요안나는 이제 그것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알았다.
문턱마다.
침묵마다.
사람이 돌아가기 전에 목이 마를지도 모르는 자리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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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라는 청동 매를 들어 올렸다.
매의 날개가 작게 펼쳐졌다.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었다.
임시로 묶은 은실이 보였고, 한쪽 날개는 여전히 조금 비뚤었다.
그러나 날 수 있었다.
푸리나가 무대 앞으로 나왔다.
“청동 매는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관객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때로는 완전히 고쳐지지 않아도,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죠니가 객석에서 낮게 말했다.
“좋은 말인데, 여왕님이 말하니까 약간 막간 광고 같네.”
푸리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죠니.”
“응. 조용히 할게.”
푸리나는 다시 목소리를 낮췄다.
“작은 방문자는 장미에게 다녀왔고, 사막의 어른은 밤하늘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은 여전히 종이였고, 장미는 여전히 무대 위의 꽃이었습니다.”
잠시 침묵.
“하지만 웃음이 한 번 생긴 뒤에는, 밤하늘도 완전히 이전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요안나는 하늘을 보았다.
거꾸로 걸렸던 별은 이제 바로 걸려 있었다.
그 별이 자기 별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 별을 보자, 요안나는 조금 웃었다.
미하일라는 그 웃음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
그녀도 별을 보며 웃은 것 같았다.
푸리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웃음은 기록하지 않는 편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무대 뒤 간판이 천천히 내려왔다.
후일담 — 물뿌리개와 거꾸로 걸린 별
그 아래, 작은 글씨가 붙었다.
— 같은 시간에 돌아간다는 것 —
요안나는 기록판을 품에 안았다.
청동 매는 날개를 펼쳤다.
사막의 밤은 여전히 넓었다.
하지만 이제, 그 넓음은 조금 덜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