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18여관◆zAR16hM8he(55e5d5d9)2026-05-08 (금) 18:09:57
좋아.
이번 장면은 타마르 여왕과 아스테르다스의 조용한 대화에 푸리나가 난입하는 3인 장면으로 가볼게.

분위기는 너무 무겁지 않게, 하지만 세 사람의 철학은 살아 있게.
핵심은 이거야.

타마르: 너무 일찍 죽음을 향해 가지 말라.
아스테르다스: 나는 죽으러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한 곳에 닿으러 간다.
푸리나: 그럼 아직 막이 안 끝났으니, 둘 다 내 무대에서 내려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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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 황혼에 끼어든 즉흥극

조지아의 포도밭에는 황혼이 오래 머물렀다.

킬리키아의 저녁이 붉고 떠들썩하다면, 조지아의 저녁은 낮게 가라앉은 포도주 같았다. 빛은 산등성이 위에 얇게 남아 있었고, 포도나무 잎은 바람이 불 때마다 아주 느린 기도처럼 흔들렸다.

아스테르다스는 회랑 난간에 기대어 그 풍경을 보고 있었다.

“좋은 하늘이네.”

그가 말했다.

“별이 떨어지기 전에 잠깐 쉬기엔.”

그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대는 참으로 위험한 말을 따뜻하게 하는군요.”

타마르 여왕이었다.

그녀는 오늘도 황혼처럼 걸어왔다. 손에는 가느다란 포도나무 십자가가 들려 있었고, 소매 끝에는 저녁빛이 물들어 있었다.

아스테르다스는 돌아보며 웃었다.

“위험했나?”

“어린양이 스스로를 떨어지는 별이라 부르면, 짐으로서는 걱정할 수밖에 없답니다.”

“죽고 싶다는 뜻은 아니야.”

“알고 있답니다.”

타마르는 그 옆에 섰다.

그녀는 포도밭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그대는 죽음을 사랑하는 자가 아니지요. 다만 죽음이 가까운 길을, 마치 오래전부터 아는 길처럼 걷고 있을 뿐.”

아스테르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부정이 아니었다.

타마르는 이어 말했다.

“짐은 그런 이를 많이 보았답니다. 전장에 서는 자. 왕의 곁에 서는 자. 나라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를 불태우는 자. 그들 중 많은 이가 말하지요. ‘나는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나는 정말 죽으러 가는 게 아니야.”

이번에는 아스테르다스가 곧장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안쪽에는 운철처럼 단단한 것이 있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곳까지 떨어지는 거야. 그 끝에 부서짐이 있다면, 그건 결과일 뿐이지.”

타마르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그대가 원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리투아니아.”

아스테르다스가 말했다.

“그리고 민다우가스의 곁.”

황혼 아래서 그 이름은 짧고 무거웠다.

타마르는 잠시 눈을 감았다.

“차가운 군주라고 들었답니다.”

“맞아.”

“자기 자신마저 나라의 부품으로 여긴다고도 들었지요.”

“그것도 맞아.”

“그런 자의 곁에, 그대는 왜 스스로 떨어지려 하나요?”

아스테르다스는 웃었다.

그 웃음은 조금 쓸쓸했지만, 쓸쓸함보다 확신이 더 컸다.

“그가 만든 구조가 필요하니까. 리투아니아가 살아남으려면, 그런 차가운 청사진도 필요해.”

“하지만?”

타마르가 부드럽게 물었다.

아스테르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국가는 구조만으로 움직이지 않아. 제도는 검이고, 법은 칼집이지. 그런데 결국 무엇을 벨지는 사람이 정하는 거야.”

그는 손가락으로 밤하늘을 가리켰다.

아직 별은 완전히 뜨지 않았다.

“민다우가스는 톱니가 맞물리는 법을 알아. 나는 그 톱니가 왜 돌아가야 하는지를 잊지 않게 해주고 싶어.”

타마르는 아주 작게 웃었다.

“그대는 별을 말하면서도, 사실 사람을 이야기하는군요.”

“그게 별이니까.”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별자리는 별들만 있다고 생기는 게 아니야. 누군가가 그걸 보고 의미를 느낄 때 생기지.”

타마르는 잠시 그 말을 음미했다.

“그대가 짐의 농원에 너무 일찍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다면 약속하세요.”

타마르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죽음이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에도, 억지로 아름다운 결말을 택하지 않겠다고.”

아스테르다스는 그녀를 보았다.

타마르의 눈은 나른했지만, 그 안쪽은 명계문처럼 깊었다.

“살 수 있다면 살아 돌아오십시오.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치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누군가 손을 내민다면 붙잡으세요. 그대의 낙하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그대 자신을 일찍 포도나무 아래 눕히지는 마세요.”

아스테르다스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때였다.

“맞아!”

갑자기 회랑 반대편에서 밝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타마르와 아스테르다스가 동시에 돌아보았다.

푸리나 헤툼이 포도넝쿨 뒤에서 당당하게 걸어나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걸어나왔다기보다 들킨 뒤에도 처음부터 당당히 등장할 예정이었다는 얼굴로 나타났다.

손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작은 포도송이가 들려 있었다.

“살 수 있으면 살아야지! 당연하잖아!”

아스테르다스가 눈을 깜빡였다.

“……언제부터 있었어?”

푸리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중요한 부분부터!”

“처음부터라는 뜻이군요.”

타마르가 나른하게 말했다.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니야. 처음부터는 아니고, ‘좋은 하늘이네’부터.”

“그것을 처음부터라 부른답니다, 푸리나.”

“그런가?”

푸리나는 포도알 하나를 입에 넣고 잠시 생각했다.

“좋아. 그럼 처음부터!”

아스테르다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왕이 남의 대화를 엿들어도 되는 건가?”

“엿들은 게 아니야.”

푸리나가 가슴을 폈다.

“관객으로서 감상한 거야.”

“차이가 있나?”

“엄청나게 있지! 엿듣는 건 수상하지만, 관객은 박수를 칠 수 있거든.”

그녀는 즉시 손뼉을 쳤다.

짝, 짝, 짝.

조지아의 황혼 속에서 푸리나의 박수 소리는 지나치게 밝았다.

타마르는 그 모습을 보고 아주 느리게 미소 지었다.

“그대는 언제나 황혼에 조명을 들고 들어오는군요.”

“당연하지.”

푸리나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황혼이 아름다운 건 맞지만, 너무 오래 두면 다들 조용해지잖아. 그러면 내가 좀 불을 켜줘야지.”

“짐의 농원에 불을 지르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니야! 조명! 조명이라고!”

아스테르다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푸리나 헤툼답네.”

“칭찬이지?”

“대체로.”

“좋아. 칭찬으로 받을게.”

푸리나는 둘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정말로 자연스럽게.

마치 처음부터 이 장면의 세 번째 배우였다는 듯이.

“그래서, 아스테르다스.”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너는 떨어지는 별이라고 했지?”

“비슷한 말을 했지.”

“그럼 내가 정정할게.”

푸리나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너는 아직 떨어지는 장면에 들어간 게 아니야.”

아스테르다스가 눈썹을 올렸다.

“그래?”

“응.”

푸리나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아직 예고편이야.”

“예고편.”

“응. 본편도 아니고, 결말도 아니고, 대단원도 아니야. 아직 관객들이 ‘저 사람 누구야? 뭔가 멋있는데?’ 하고 웅성거리는 단계지.”

아스테르다스는 잠시 말없이 푸리나를 보다가, 결국 웃었다.

“내 나이에 예고편은 좀 늦지 않나?”

“없어!”

“뭐가?”

“늦은 거!”

푸리나는 즉시 대답했다.

“무대 위에서는 늦은 등장도 좋은 연출이야. 중요한 건 언제 나오느냐가 아니라, 나와서 뭘 하느냐지.”

타마르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푸리나, 그대는 이 어린양이 아직 퇴장할 때가 아니라고 보는군요.”

“당연하지.”

푸리나는 타마르를 보았다.

“타마르 여왕. 당신의 황혼은 아름다워. 정말로. 하지만 이 사람은 아직 그쪽 무대에 넘겨주기 아까워.”

“짐의 농원은 빼앗아가는 곳이 아니랍니다.”

“알아.”

푸리나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좋아해. 당신은 끝난 사람들을 쉬게 해주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녀는 다시 아스테르다스를 보았다.

“하지만 아스테르다스는 아직 끝난 사람이 아니야. 스스로 정한 낙하지점이 있다면, 거기까지 가야지. 하지만 가는 중에 누가 손을 내밀면 잡아야 하고, 길이 무너지면 돌아가야 하고, 살아 돌아올 수 있으면 살아 돌아와야 해.”

아스테르다스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푸리나는 환하게 웃었다.

“왜냐하면 살아 돌아와야 다음 장면이 있거든.”

그 말은 가벼웠다.

하지만 가볍기 때문에 더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아스테르다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장면이라.”

“응. 네가 부서지는 장면 하나로 끝내기엔, 네 이야기는 좀 아깝잖아.”

“푸리나.”

“왜?”

“방금 꽤 군주 같았어.”

푸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항상 군주거든?!”

“방금은 특히.”

“좋아. 그 말도 칭찬으로 받을게.”

타마르는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은 종소리처럼 조용했다.

“참 이상하군요. 짐은 그대에게 안식을 말하려 했고, 푸리나는 다음 막을 말하는군요.”

푸리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둘 다 필요하잖아.”

타마르가 그녀를 보았다.

푸리나는 포도밭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끝난 사람에게는 안식이 필요해. 끝났는데도 억지로 무대 위에 붙잡아두면 그건 잔인한 일이야.”

그녀의 목소리가 잠시 낮아졌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람에게 안식을 먼저 말하면, 그건 조명을 너무 일찍 끄는 일이야.”

타마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푸리나는 다시 밝게 웃었다.

“그러니까 역할 분담이야. 당신은 정말 막이 닫힌 사람을 황혼으로 안내해줘. 나는 아직 막이 남은 사람을 무대 위로 다시 밀어 올릴게.”

“그리고 이 어린양은?”

타마르가 물었다.

푸리나는 즉시 대답했다.

“붙잡아야지.”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붙잡는다고?”

“응.”

푸리나는 그의 소매를 잡았다.

정말로 잡았다.

“봐. 이렇게.”

아스테르다스는 자기 소매를 내려다보았다.

“이건 조금 물리적인데.”

“효과적이지?”

“부정하긴 어렵네.”

타마르가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푸리나, 그대는 여전히 무척 직접적이군요.”

“복잡하게 말하면 레이튼이 좋아하고, 조용히 말하면 하융이 좋아하고, 심각하게 말하면 그레이가 걱정하고, 짧게 말하면 죠니가 좋아하니까.”

푸리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그냥 잡을래.”

아스테르다스는 한참 웃었다.

황혼이 깊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회랑은 조금 밝아진 듯했다. 푸리나가 실제로 조명을 켠 것도 아닌데, 그녀가 끼어든 순간부터 황혼은 더 이상 죽음의 예고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하루가 끝나기 전의 짧고 아름다운 막간 같았다.

타마르가 말했다.

“아스테르다스.”

“응?”

“짐도 정정해야겠군요.”

“뭘?”

“그대는 포도나무 아래 눕기에는 아직 너무 소란스러운 사람들과 얽혀 있답니다.”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소란스러운 사람 대표!”

“스스로 인정하는군요.”

“자랑이야.”

아스테르다스가 말했다.

“그럼 나는 아직 조지아의 황혼에 입장할 수 없는 건가?”

타마르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오겠지요. 모든 길은 언젠가 황혼에 닿으니까요.”

그녀의 시선이 푸리나에게, 다시 아스테르다스에게 향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랍니다.”

푸리나가 즉시 외쳤다.

“좋아! 오늘의 결론!”

아스테르다스가 반사적으로 물었다.

“뭔데?”

푸리나는 포도송이를 높이 들었다.

“아스테르다스는 아직 안 죽는다!”

“그걸 그렇게 선언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두 번째! 타마르 여왕의 포도는 맛있다!”

“그건 인정.”

“세 번째!”

푸리나는 아스테르다스의 소매를 아직도 놓지 않은 채, 아주 환하게 웃었다.

“살아 있는 사람은 다음 장면을 찍으러 간다!”

아스테르다스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웃었다.

“좋아.”

그가 말했다.

“그럼 다음 장면까지는 살아 있어야겠네.”

타마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말, 짐이 증인으로 들었답니다.”

푸리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들었어. 왕 둘이 증인이야. 엄청난 계약이지.”

“계약은 폴란드 쪽 전문 아닌가?”

아스테르다스가 묻자, 푸리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럼 계약이라는 말은 취소. 아카식이 진짜로 나타나면 귀찮아질 수 있어.”

타마르가 나른하게 웃었다.

“현명하군요.”

푸리나는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약속이야. 계약 아니고 약속.”

아스테르다스는 자신의 소매를 잡고 있는 푸리나의 손을 보았다.

그리고 타마르의 황혼 같은 눈을 보았다.

하나는 살아 있는 자를 무대 위로 밀어 올리는 여왕.
하나는 끝난 길의 끝에서 기다리는 여왕.

둘 사이에서, 그는 문득 자신이 아직 떨어지는 중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정말로, 아직은 다음 장면으로 걸어가는 중일지도 몰랐다.

“그래.”

아스테르다스가 말했다.

“약속할게. 억지로 아름답게 죽지는 않아. 살 수 있으면 살고, 돌아올 수 있으면 돌아오지.”

푸리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타마르는 포도나무 십자가를 가슴 앞에 조용히 세웠다.

“그대의 길이 아직 낮에 머물기를. 그리고 언젠가 황혼에 닿더라도, 후회보다 납득을 품고 오기를.”

푸리나는 바로 덧붙였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무단 퇴장 금지!”

아스테르다스는 결국 다시 웃었다.

“두 여왕의 축복치고는 방향이 꽤 다르네.”

“좋은 극에는 대비가 필요하거든.”

푸리나가 말했다.

타마르도 부드럽게 웃었다.

“좋은 안식에도, 살아 있는 날들이 필요하답니다.”

포도밭 위로 밤이 내려왔다.

별 하나가 떠올랐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별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푸리나 헤툼은 아스테르다스의 소매를 붙잡은 채 당당하게 말했다.

“자, 그럼 다음 장면으로 가자!”

“어디로?”

아스테르다스가 물었다.

푸리나는 포도송이를 흔들었다.

“주방!”

“왜?”

“재밌잖아.”

타마르 여왕은 잠시 그 둘을 바라보다가, 아주 낮게 웃었다.

황혼의 여왕은 그들을 막지 않았다.

아직은 산 자들이 걸어가야 할 밤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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