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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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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0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작성자 여관◆zAR16hM8he작성일 2026-05-08 (금) 01:04:15갱신일 2026-05-13 (수) 19:12:03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회전하는 바다와 늙은 말》

프롤로그 — 항구에 남은 아이와, 바다로 나가는 기사

항구에는 아직 아침이 오지 않았다.

하늘은 푸르지도, 검지도 않았다.
밤이 물러나기 전의 색.
바다가 자기 몸 위에 마지막 어둠을 얇게 덮고, 저 멀리 수평선만이 아주 천천히 은빛으로 풀리는 시간이었다.

푸리나 헤툼은 그 항구 끝에 작은 무대를 세웠다.

무대라고 부르기에는 이상했다.

발밑에는 나무판자가 아니라 젖은 부두가 있었고, 막 대신 오래된 돛이 걸려 있었다. 객석도 없었다. 의자 몇 개와 밧줄 더미, 뒤집힌 통, 젖은 그물뿐이었다.

하지만 푸리나는 그것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녀는 손가락으로 돛의 주름을 툭툭 쳤다.

“오늘은 화려하지 않게.”

그레이가 기록판을 들고 옆에 서 있었다.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실제 결과는 대개 화려했습니다.”

“이번엔 진짜야.”

“확인하겠습니다.”

“믿음이 부족해.”

“경험이 많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입을 삐죽였다가, 바다 쪽을 보았다.

이번 극은 큰 무대가 아니었다.

웅장한 합창도 없고, 성벽도 없고, 아이들이 왕관을 쓰고 뛰어나오는 장면도 없었다.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는 막도 아니고, 질문으로 법정을 뒤집는 극도 아니었다.

이번에는 한 남자와 바다.

작은 배.

줄.

손.

물고기.

그리고 돌아오는 길.

그 정도면 충분했다.

푸리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극은 많이 말하지 않을 거야.”

그레이가 물었다.

“전하께서요?”

“나도.”

“그 점은 기록해두겠습니다.”

“왜 그렇게 놀라?”

그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기록판에 조용히 적었다.

공연 형식: 최소 인원. 바다 위 독백 중심.

푸리나는 그 문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바로 그거야.”

그녀는 바다를 향해 손을 들었다.

새벽 전의 바람이 돛을 흔들었다.

천이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부두의 낡은 판자들이 무대처럼 길게 이어졌다. 작은 어선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거기 있었던 것 같기도 했고, 방금 극장이 꺼내놓은 것 같기도 했다.

낡은 배였다.

새 배가 아니었다.
잘 칠해진 배도 아니었다.
옆구리에는 오래된 흠집이 있었고, 뱃머리에는 소금기가 말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배는 떠날 수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죠니 죠스타는 그 배 옆에 앉아 밧줄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무대가 열렸다고 해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푸리나가 장엄하게 선언할 때도, 그레이가 기록할 때도, 바다가 조금 더 깊은 색으로 변할 때도, 죠니는 계속 손으로 밧줄을 만졌다.

한 번 당기고.

놓고.

다시 감고.

그 손놀림은 느렸지만 게으르지 않았다.

푸리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

“죠니.”

“응.”

죠니는 밧줄을 놓지 않은 채 대답했다.

푸리나는 잠시 무언가 멋진 말을 하려 했다.

삶은 바다이고, 사람은 항해자이며, 오늘 그대가 나아갈 수평선은—

그쯤에서 죠니가 말했다.

“길게 할 거면, 배 띄우기 전에 끝내줘. 물때 지나가면 귀찮아져.”

푸리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레이가 아주 작게 기록판을 내렸다.

푸리나는 한숨을 쉬었다.

“좋아. 짧게 할게.”

“그게 낫지.”

“오늘의 극은 《회전하는 바다와 늙은 말》.”

죠니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늙은 말?”

“산티아고의 노인을 그대로 쓰기엔 네가 너무 죠니라서.”

“말은 마음에 드네. 늙은 쪽은 조금 애매하고.”

“그럼 회전하는 바다와 그럭저럭 오래 달린 말?”

“제목이 길어.”

푸리나는 웃었다.

죠니는 다시 밧줄을 감았다.

그는 바다를 보았다.

바다는 아직 어두웠다.
그러나 어둠이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바다는 그냥 바다였다.

넓고, 깊고, 무심하고, 오래되었다.

죠니는 낮게 말했다.

“나쁘지 않네.”

푸리나가 물었다.

“바다가?”

“무대가.”

“오.”

“너무 꾸미지 않아서 좋아.”

푸리나는 잠깐 가슴을 폈다.

“내가 절제하면 또 잘하지.”

그레이가 작게 말했다.

“드문 사례입니다.”

“그레이.”

죠니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배 안쪽을 점검했다.

그때, 부두 끝에서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렸다.

아스트리트 나흐트로제였다.

그녀는 아직 이른 새벽의 바람에 망토를 단단히 여미고 있었다. 금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조금 흐트러졌고, 허리에는 검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검을 들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배웅하러 왔다.

아스트리트는 죠니를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죠니 경.”

“응.”

“정말 혼자 나가십니까?”

“원래 그런 이야기잖아.”

“하지만 극이라면 배역을 더 둘 수도 있지 않습니까?”

죠니는 밧줄 끝을 묶으며 말했다.

“바다 위에 사람이 많으면, 그건 고독이 아니라 회의야.”

푸리나가 손뼉을 작게 쳤다.

“좋은 말인데?”

죠니가 그녀를 보았다.

“대사로 쓰지 마.”

“이미 기억했어.”

“그럴 줄 알았어.”

아스트리트는 두 사람의 대화를 잠시 듣다가, 다시 물었다.

“너무 멀리 가지 않으시면 안 됩니까?”

죠니는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낚싯줄을 손가락 사이에 걸어보았다.

줄은 아직 아무것도 당기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죠니는 줄 끝의 무게를 느끼듯 잠시 가만히 있었다.

“멀리 가야 걸리는 것도 있어.”

아스트리트는 입술을 다물었다.

그 말이 무모하게 들렸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반박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다시 말했다.

“그럼 돌아오셔야 합니다.”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나도 알아.”

“정말 아십니까?”

죠니는 아스트리트를 보았다.

그 눈에는 장난기가 조금 있었다.

“못 돌아오려고 나가는 건 아니야. 그런 취미는 없어.”

아스트리트는 그제야 조금 안심한 듯했다.

하지만 완전히는 아니었다.

그녀는 배 옆에 쪼그려 앉아 작은 물통을 밀어 넣었다.

“물입니다.”

“봤어.”

“건조식량도 넣었습니다.”

“고마워.”

“예비 줄도 있습니다.”

“그건 내가 넣었는데.”

“하나 더 넣었습니다.”

죠니는 배 안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잠시 아스트리트를 보았다.

“걱정이 많네.”

아스트리트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것도 노력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죠니는 짧게 웃었다.

“좋은 변명이야.”

“변명입니까?”

“아니. 좋은 대답.”

아스트리트는 조금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푸리나는 그 장면을 조용히 보았다.

이 극에서 아스트리트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어린아이처럼 굴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기다리는 자였다.

아직 죠니의 바다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가 돌아올 자리를 믿고 남는 사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스트리트는 배의 뱃머리를 잡고 말했다.

“저도 언젠가는 저 바다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죠니는 바다를 보았다.

“글쎄.”

“글쎄, 입니까?”

“난 아직도 잘 모르거든.”

아스트리트가 놀란 듯 그를 보았다.

죠니는 담담했다.

“다 안다고 생각하고 나가면, 보통 바다가 먼저 알려줘. 네가 틀렸다고.”

“그럼 왜 나가십니까?”

죠니는 낚싯줄을 손에 감았다.

“모르니까.”

아스트리트는 대답하지 못했다.

죠니는 조금 뒤에 덧붙였다.

“그리고 모른다고 해서, 안 갈 이유가 되진 않으니까.”

그 말은 거창하지 않았다.

선언도 아니었다.

그는 그냥 자기 배를 준비하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부두 위에 남았다.

푸리나는 그 말을 기록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 극에서는 너무 빨리 의미를 붙이면 안 됐다.

그레이도 펜을 움직이지 않았다.

좋은 기록자는 때로 기다려야 했다.

죠니는 배에 올랐다.

작은 배가 살짝 흔들렸다.

바다는 아직 조용했다.

그는 노를 잡았다가, 잠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바닥에는 오래된 굳은살이 있었다.

상처도 있었다.

이미 여러 번 찢어지고, 다시 붙고, 다시 찢어졌던 손.

죠니는 손을 향해 말했다.

“오늘도 부탁한다.”

아스트리트가 고개를 기울였다.

“손에게 말씀하신 겁니까?”

“응.”

“대답합니까?”

“대체로 안 해.”

“그런데도요?”

죠니는 노를 물에 넣었다.

“가끔 말을 안 듣는 쪽이 더 오래 같이 가.”

아스트리트는 그 말을 이해한 듯,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푸리나는 이제 막을 열어야 할 때라고 느꼈다.

그녀는 항구 끝에 서서 조용히 손을 들었다.

평소처럼 화려하게 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바다가 너무 넓었고, 죠니의 배는 너무 작았다.

큰 목소리는 어울리지 않았다.

푸리나는 낮게 말했다.

“삶이라는 바다는 오늘, 한 사람에게만 길을 내준다.”

돛이 흔들렸다.

“그대는 노인이며, 기사이며, 아직 돌아오지 않은 말이다.”

죠니가 푸리나를 보았다.

“말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면 좀 문제 있지 않아?”

푸리나는 잠깐 멈췄다가 말했다.

“분위기 잡는 중이야.”

“미안. 계속해.”

아스트리트가 아주 작게 웃었다.

푸리나도 웃음을 참았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그대가 잡으려는 것은 물고기일 수도 있고, 도달하지 못한 한 점일 수도 있으며, 스스로에게 아직 남아 있는 물음일 수도 있다.”

바다가 조금 밝아졌다.

“그러니 가라.”

푸리나는 손을 내렸다.

“다만, 돌아올 자리를 잊지 말고.”

죠니는 잠시 푸리나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 말은 마음에 드네.”

“칭찬?”

“비슷한 거.”

“좋아. 받아둘게.”

죠니는 노를 저었다.

배가 천천히 부두에서 떨어졌다.

아스트리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죠니 경!”

죠니는 돌아보지 않고 손만 들었다.

아스트리트는 잠깐 망설이다가 외쳤다.

“돌아오시면, 제가 배를 고치겠습니다!”

죠니가 그제야 고개를 조금 돌렸다.

“부서질 거라고 예상하는 거야?”

아스트리트는 당황했다.

“그, 그게 아니라—”

“괜찮아.”

죠니는 희미하게 웃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푸리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레이도 아주 조금 입가를 움직였다.

아스트리트는 얼굴을 붉혔지만, 곧 똑바로 섰다.

“그럼 반드시 고치겠습니다!”

죠니는 손을 내렸다.

“맡길게.”

배는 더 멀어졌다.

항구의 소리는 작아졌다.

푸리나의 돛 무대도, 그레이의 기록판도, 아스트리트의 금빛 머리도 조금씩 멀어졌다.

남은 것은 바다였다.

노가 물을 가르는 소리.

배 밑바닥을 두드리는 잔물결.

아직 오지 않은 태양.

죠니는 혼자였다.

그는 앞을 보았다.

멀리, 수평선이 있었다.

“좋아.”

죠니는 낮게 말했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보자고.”

바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거절도 허락도 아니었다.

죠니는 노를 저었다.

한 번.

또 한 번.

작은 배가 새벽의 바다 위로 나아갔다.

무대는 점점 넓어졌고, 사람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그리고 항구 끝에서, 푸리나는 아주 조용히 막의 첫 줄을 적었다.

1막 — 더 먼 바다로

그 아래, 그레이가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 모르는 곳으로 간다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