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238)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206익명의 참치 씨(c2970e66)2026-05-23 (토) 00:35:37
# 《다시 살아도 좋은 하루》

## 후일담 — 영원회귀의 작은 식탁

### — 다시 살아도 덜 억울한 이유들은, 대개 아주 사소한 얼굴을 하고 있다 —

그날 밤, 식탁은 오래 치워지지 않았다.

누가 특별히 남겨두자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푸리나가 “이건 중요한 무대 장치야!”라고 선언한 것도 아니고, 그레이가 “후속 검토를 위해 현장 보존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모두가 조금씩 늦게 일어났고, 누군가는 찻잔을 그대로 두었고, 누군가는 빵 부스러기를 쓸어내는 것을 잊었고, 누군가는 장부 한 귀퉁이에 잉크를 조금 흘렸다. 그렇게 식탁은 하루가 지나간 모양 그대로 남았다.

죠니는 한 번 잠들었다가 새벽 가까운 시간에 깼다.

이유는 별것 아니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 때문일 수도 있고, 하루를 너무 여러 번 산 탓에 몸이 시간을 헷갈린 탓일 수도 있었다. 혹은 레이튼이 남기고 간 질문이 정말로 숙성되다가 방 안의 공기까지 건드린 것일 수도 있다. 죠니는 마지막 가능성을 떠올리고 얼굴을 찡그렸다.

“질문도 발효하면 냄새나려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쪽으로 걸었다. 복도는 조용했다. 밤의 성은 낮보다 훨씬 오래된 건물처럼 느껴진다. 낮에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목소리와 명령과 농담이 벽을 덮지만, 밤에는 돌의 차가움이 다시 드러난다. 죠니는 그 차가움을 싫어하지 않았다. 너무 따뜻한 곳은 사람을 방심하게 하고, 너무 차가운 곳은 오래 머물고 싶지 않게 만든다. 그 사이쯤이 좋다.

식당 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안에는 불이 하나 남아 있었다. 완전히 꺼진 것도 아니고, 제대로 켜진 것도 아닌 작은 등불. 그 빛 아래에서 식탁은 아직 그대로였다. 장부는 닫혀 있었고, 찻잔의 둥근 흔적은 어둡게 남아 있었고, 푸리나의 양피지는 반쯤 접힌 채 의자 옆에 놓여 있었다. 죠니는 그 식탁을 보며 잠시 멈췄다.

낮에 여러 번 되돌린 하루들은 이제 전부 끝난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라진 하루들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하루의 딱딱한 빵, 두 번째 하루의 이상한 공백, 세 번째 하루의 지나치게 매끄러운 보고서, 네 번째 하루의 식탁 웃음. 모두가 한 겹씩 포개져 지금 이 식탁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죠니는 의자 하나를 빼 앉았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그는 조금 뒤에 낮게 말했다.

“이쯤 되면 누가 하나쯤 들어올 때가 됐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푸리나였다.

죠니는 그녀를 보았다.

“역시.”

푸리나는 잠깐 멈췄다.

“왜 나쁜 짓 하다 들킨 사람처럼 말해?”

“네가 너무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와서.”

“극장주니까.”

“그거 모든 상황에 쓸 수 있는 변명이야?”

“응.”

푸리나는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도 잠을 제대로 자지 않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피곤함과 흥미가 묘하게 섞여 있었다. 그녀는 식탁을 보고, 죠니를 보고, 다시 식탁을 보았다.

“못 잤어?”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조금 잤어. 그런데 하루를 너무 많이 살아서 그런가, 몸이 아직 계산 중이야.”

“계산은 그레이한테 맡기면 되는데.”

“그레이한테 내 잠까지 장부로 맡기면, 일어나자마자 수면 효율 보고서 받을 것 같아서 싫어.”

푸리나는 웃었다.

“가능하긴 하겠다.”

“가능하니까 더 싫은 거야.”

푸리나는 죠니 맞은편에 앉았다. 둘 사이에 식탁이 있었다. 빵 부스러기와 잉크 자국과 찻잔 흔적이 남은 식탁. 아무것도 대단하지 않은 식탁.

푸리나는 손끝으로 양피지 모서리를 톡 건드렸다.

“후일담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죠니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응.”

“새벽에?”

“후일담은 원래 조금 늦은 시간에 잘 써져.”

“그건 네 습관이겠지.”

푸리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양피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제목이 몇 개 적혀 있었다. 《별거 아닌 것들》, 《오늘은 오늘》, 《다시 살아도 덜 억울한 이유들》. 그 아래에는 푸리나가 새로 덧붙인 듯한 제목이 있었다.

《영원회귀의 작은 식탁》

죠니는 그걸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푸리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무 길어?”

죠니는 제목을 다시 보았다.

“길긴 해.”

“역시?”

“근데 이번엔…… 그렇게 나쁘진 않아.”

푸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죠니가 새벽에 제목을 두 번이나 칭찬했어.”

“칭찬이 아니라 판정 보류에 가까워.”

“그건 사실상 칭찬이야.”

“네 기준이 너무 후해.”

푸리나는 양피지에 작은 표시를 했다. 죠니는 그걸 보고 말했다.

“방금 기록했지.”

“응.”

“그럴 줄 알았어.”

푸리나는 웃었다. 그 웃음은 낮보다 작았다. 아마 새벽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아니면 이 극이 끝나고 난 뒤의 웃음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잠시 침묵이 있었다.

그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다. 푸리나는 드물게 말을 재촉하지 않았다. 죠니도 굳이 먼저 말하지 않았다. 창밖의 하늘은 아직 어두웠고, 식탁 위의 등불은 느리게 흔들렸다.

조금 뒤, 푸리나가 말했다.

“죠니.”

“응.”

“정말 다시 살아도 이 하루야?”

죠니는 식탁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비슷한 질문에 답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같은 질문도 시간에 따라 조금 달라진다. 어젯밤의 대답과 새벽의 대답은 같을 수 있지만, 같은 말은 아닐 수도 있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똑같이 다시 살고 싶다는 건 아니야.”

푸리나는 조용히 들었다.

“틀린 건 고칠 거야. 누가 다칠 것 같으면 막을 거고, 장부가 틀리면 고치고, 길을 잘못 든 사람이 있으면 알려줘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냥 게으른 거니까.”

“응.”

“근데 전부 매끈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 어제 해봤잖아. 다 고치니까, 하루가 좀 얇아졌어. 사람은 덜 다쳤는데, 이상하게 사람도 덜 보였고.”

죠니는 빵 부스러기 하나를 손끝으로 밀었다.

“다시 살아도 이 하루냐고 묻는다면, 아마 이쪽이야. 완벽한 쪽 말고. 좀 시끄럽고, 귀찮고, 서로 말 끊고, 괜히 웃다가, 보고서는 늦어지고, 질문 때문에 머리 아프고, 장부가 탈영하는 쪽.”

푸리나는 아주 작게 웃었다.

“말 사료가 탈영한 거였지.”

“그래. 그레이가 받아친 게 문제야. 그런 건 오래 남아.”

“좋은 문제네.”

“응. 좋은 문제지.”

죠니는 그 말을 하고 잠시 멈췄다. 좋은 문제. 이상한 표현이었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 사람은 고통스러운 문제와 좋은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줄여야 하는 고통이 있고, 없어지면 삶까지 얇아지는 마찰이 있다. 그 둘을 헷갈리면, 완벽한 하루를 만들다가 사람이 사라진다.

푸리나는 양피지에 무언가 적으려 했다.

죠니가 말했다.

“그거 적지 마.”

푸리나는 멈췄다.

“왜?”

“아직 내 말이 덜 익었어. 레이튼 질문처럼 숙성시킬 필요는 없지만, 지금 적으면 네가 너무 예쁘게 만들 것 같아.”

푸리나는 살짝 입술을 내밀었다.

“내가 예쁘게 만드는 게 싫어?”

“가끔은. 내가 한 말이 나보다 멋있어지면 곤란하잖아.”

푸리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알았어. 이번엔 안 적을게.”

“정말?”

“응.”

죠니는 그녀를 보았다.

“조금 의외네.”

“나도 배워.”

“극장주도?”

“극장주도.”

그 말은 가볍게 나왔지만, 아주 가볍지만은 않았다. 푸리나도 이 극에서 무언가를 본 것이다. 무대를 반복해서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강한 힘이다. 사람에게 자기 하루를 다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더 강한 힘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무대를 더 돌리지 않고 그냥 하루가 남도록 두어야 한다.

푸리나는 그것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죠니는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되는 질문도 있다.

---

두 번째로 들어온 것은 그레이였다.

그녀는 잠옷 차림은 아니었다. 거의 평소와 같은 단정한 모습이었다. 아마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거나, 짧게 자고 일어난 사람의 모습이었다. 손에는 기록판이 있었다. 죠니는 그녀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봐. 내가 말했지. 수면 효율 보고서 들고 올 얼굴이야.”

그레이는 고개를 기울였다.

“수면 효율 보고서는 아닙니다.”

“아니면?”

“어제의 반복 현상에 대한 간략 기록입니다.”

죠니는 푸리나를 보았다.

“비슷하잖아.”

푸리나는 웃음을 참았다.

그레이는 식탁 옆에 섰다. 그리고 식탁 위에 남은 자국들을 보았다. 평소의 그녀라면 치우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아주 조심스럽게 기록판을 펼쳤다.

“정리한 문장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죠니는 말했다.

“내 확인이?”

“네.”

“거부하면?”

“보류하겠습니다.”

죠니는 조금 놀랐다.

“수정이 아니라 보류?”

“예. 죠니 경의 하루에 관한 기록이므로, 부정확한 상태로 확정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죠니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너도 오늘 좀 달라졌네.”

그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기록을 읽었다.

“반복된 하루에서 확인된 사항. 첫째, 오류와 위험의 제거는 명백히 필요하다. 둘째, 그러나 모든 우연과 마찰을 제거할 경우 관계적 접촉과 자발적 반응이 감소한다. 셋째—”

죠니가 손을 들었다.

“잠깐.”

그레이가 멈췄다.

“너무 장부 같아.”

“기록입니다.”

“알아. 그래서 그렇지. 뜻은 맞는데, 내가 들으니까 내 하루가 서랍에 들어가는 기분이야.”

그레이는 잠시 생각했다.

“그럼 어떻게 수정하면 좋겠습니까?”

죠니는 곤란한 얼굴을 했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안 되지. 난 보고서 문장 잘 못 써.”

“하지만 이 기록은 죠니 경의 말에 가까워야 합니다.”

푸리나가 조용히 말했다.

“그레이. 이번엔 기록보다 흔적에 가깝게 써보는 건 어때?”

그레이는 푸리나를 보았다.

“흔적입니까?”

“응. 장부처럼 틀리지 않게 적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건 죠니가 고른 하루잖아. 너무 반듯하면 오히려 빠지는 게 있을 것 같아.”

그레이는 침묵했다.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기록판을 내려다보았다. 죠니는 그레이가 이런 식으로 고민하는 얼굴을 하는 것이 싫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그레이가 펜을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읽었다.

“오류는 고쳐야 한다. 위험은 줄여야 한다. 그러나 모든 귀찮음을 지우면, 같이 보던 장부와 같이 웃던 식탁도 사라진다.”

그레이는 잠시 멈췄다.

“이 표현은 어떻습니까?”

죠니는 천천히 그녀를 보았다.

“좋네.”

그레이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바뀌었다.

푸리나는 작게 박수치려다가 참았다.

죠니가 말했다.

“방금 참았지.”

푸리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레이는 기록판에 문장을 남겼다.

죠니는 그 문장을 다시 보았다.

오류는 고쳐야 한다. 위험은 줄여야 한다. 그러나 모든 귀찮음을 지우면, 같이 보던 장부와 같이 웃던 식탁도 사라진다.

그건 그레이의 문장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죠니의 하루와도 맞았다.

죠니는 낮게 말했다.

“너, 장부 말고 이런 것도 적을 줄 아네.”

그레이는 차분하게 말했다.

“필요하다면 적습니다.”

“좋은 대답이야.”

“칭찬입니까?”

“이번엔 좀 더 명확한 칭찬.”

그레이는 고개를 숙였다.

“기록하겠습니다.”

“그건 기록하지 마.”

“농담입니다.”

방 안이 잠시 멈췄다.

푸리나가 입을 벌렸다.

죠니도 그레이를 보았다.

그레이는 아주 침착하게 기록판을 닫았다.

“의도한 농담입니다.”

죠니는 한참 뒤에 낮게 웃었다.

“오늘 진짜 다음 날이네.”

---

레이튼과 하융은 거의 동시에 왔다.

레이튼은 차를 들고 있었고, 하융은 밤길을 걷다 온 사람처럼 조용했다. 둘은 서로 전혀 다른 걸음으로 들어왔지만, 식탁 앞에 앉는 방식은 이상하게 자연스러웠다. 마치 이 식탁이 정말로 계속되기 위해 남아 있었던 것처럼.

레이튼은 식탁 위를 보고 말했다.

“아직 치우지 않으셨군요.”

죠니는 대답했다.

“후일담 중이야.”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질문을 하나 남겨도 되겠습니까?”

죠니는 그를 보았다.

“후일담에까지 질문을 넣어야 해?”

“후일담이야말로 질문이 남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이 맞아서 더 싫어.”

레이튼은 찻잔을 놓았다.

“죠니 경. 어제 하루를 다시 살며, 무엇을 가장 덜 고치고 싶어졌습니까?”

죠니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질문은 의외로 간단했고, 그래서 더 어려웠다. 무엇을 고치고 싶지 않은가. 틀린 장부는 고쳐야 한다. 다친 사람은 덜 다치게 해야 한다. 길을 잘못 든 피난민은 도와야 한다. 그러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죠니는 식탁을 보았다.

“사람이 반응하는 시간.”

레이튼은 조용히 들었다.

“푸리나가 말도 안 되는 제목을 내놓고 내가 질색하는 시간. 그레이가 숫자 하나 때문에 진짜로 세상이 기울어진 얼굴을 하는 시간. 네가 질문을 던져서 방이 잠깐 멈추는 시간. 하융이 너무 조용하게 맞는 말을 해서 내가 짜증나는 시간.”

하융이 낮게 웃었다.

죠니는 이어 말했다.

“그런 건 고치면 빨라져. 편해지고, 덜 피곤하고, 보고서도 깔끔해져. 그런데 없애보니까, 하루가 빠르기만 하고 내가 거기에 별로 없더라.”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제의 답은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 반응하는 하루였군요.”

죠니는 얼굴을 찡그렸다.

“너는 정말 말을 예쁘게 만들지 마. 내가 하면 그냥 귀찮은 하루였어.”

레이튼은 웃었다.

“귀찮음도 반응의 한 형식입니다.”

“그걸 그렇게 말하면 더 귀찮아져.”

하융은 차를 받아 들고 말했다.

“그러나 경이 말한 바는 알겠소. 모든 죽은 가능성을 살릴 수 없듯이, 모든 상처를 없앤 하루가 반드시 가장 살아 있는 하루도 아니겠지.”

죠니는 하융을 보았다.

“넌 그걸 왜 그렇게 무겁게 말해.”

“내가 보는 것이 대체로 무겁기 때문이오.”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잠시 조용해졌다.

하융은 식탁 위의 빵 부스러기를 보았다.

“허나 어제 경이 택한 것은 가벼운 것이었소.”

죠니는 고개를 기울였다.

“가벼운 거?”

“빵 조각, 농담, 장부, 질문, 먼지. 그런 것들이오. 죽은 세계의 창가에서 보면, 그런 것들은 때로 가장 먼저 사라지오. 그래서 살아 있는 현재에서는 가볍게 여겨지지만, 사라진 뒤에는 이상하게 무겁소.”

죠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융은 조용히 덧붙였다.

“경은 어제 그것들을 다시 집어 들었소.”

죠니는 빵 부스러기를 바라보았다.

“하융.”

“말하시오.”

“그 말, 좀 좋은데 너무 슬프다.”

하융은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럼 반만 기억하시오.”

“어느 반?”

“좋은 쪽만.”

죠니는 웃었다.

“그건 네가 할 말은 아니지.”

레이튼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

“이 질문은 충분히 숙성된 듯하군요.”

죠니는 즉시 말했다.

“숙성 끝났으면 더 꺼내지 마.”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진짜?”

“네.”

죠니는 레이튼을 의심스럽게 보았다.

“너도 달라졌네.”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아니요. 질문도 쉴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걸 어제도 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어제의 제가 알았다면, 오늘의 대화는 조금 달라졌겠지요.”

죠니는 손을 들었다.

“됐어. 거기서 멈춰.”

레이튼은 정말로 멈췄다.

그것도 별거 아닌 일이었다.

하지만 별거 아닌 일들은 계속 쌓이고 있었다.

---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은 아스트리트였다.

그녀는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식탁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들어가도 되는지 망설이는 듯했다. 푸리나가 손짓했다.

“와도 돼.”

아스트리트는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방해가 아니었습니까?”

죠니가 말했다.

“이미 방해가 많은 자리라 하나 더 늘어도 티 안 나.”

푸리나가 말했다.

“저건 환영한다는 뜻이야.”

아스트리트는 아직도 죠니의 말과 뜻 사이를 정확히 맞추는 데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빨리 이해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았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가 말했다.

“어제 제가 한 말을 계속 생각했습니다.”

죠니는 턱을 괴었다.

“내가 닳은 걸 농담처럼 다시 집어 드는 사람 같다고 한 거?”

아스트리트는 조금 당황했다.

“그 표현을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꽤 날카로웠거든. 아픈 건 오래 남아.”

“죄송합니다.”

“사과하라는 뜻은 아니야.”

아스트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아직도 경의 긍정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저는 생명을 긍정한다는 것을 더 곧은 일로 배웠습니다. 죽음을 막고, 상처를 줄이고, 살아 있는 것이 더 자라도록 돕는 일로요.”

죠니는 조용히 들었다.

“그건 맞아.”

“네. 저도 그것을 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버리면 안 되지.”

아스트리트는 그의 대답에 조금 안심한 듯했다.

“하지만 어제 보았습니다. 위험을 줄이는 것과, 살아 있는 사람들이 서로 닿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서로 다른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녀는 말을 고르며 이어갔다.

“완벽하게 보호된 하루가 반드시 풍성한 하루는 아니었습니다. 반대로 상처가 있어야만 의미가 생긴다는 뜻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사이를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죠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잘 몰라.”

아스트리트는 이번에는 그 말에 당황하지 않았다.

죠니는 이어 말했다.

“근데 모르면 바로 정답으로 도망치지 않는 것도 방법이야. 레이튼 때문에 배운 아주 귀찮은 교훈이지.”

레이튼이 미소 지었다.

아스트리트는 낮게 웃었다. 어제보다 조금 자연스러웠다.

그녀가 말했다.

“그럼 저는 조금 더 보겠습니다.”

“뭘?”

“경이 말한 별거 아닌 것들을요. 제가 믿는 생명의 긍정이 너무 반듯한 길만 보지 않도록.”

죠니는 아스트리트를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진지했다. 진지함이 조금 덜 부담스러워졌을 뿐이다.

“좋은 생각이네. 다만 너무 진지하게 보면 별거 아닌 게 도망간다.”

아스트리트는 눈을 깜박였다.

“도망갑니까?”

“응. 별거 아닌 것들은 자기가 연구 대상이 되는 걸 싫어해. 대체로 그냥 옆에 있을 때 보이지.”

푸리나가 말했다.

“그 말 좋은데?”

죠니는 바로 그녀를 보았다.

“제목으로 쓰지 마.”

푸리나가 양피지를 덮었다.

“오늘 너무 많이 참는다.”

“잘하고 있어.”

“칭찬?”

“응. 이번엔 명확하게.”

푸리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스트리트는 그 광경을 보고 다시 한번 작게 웃었다.

죠니는 생각했다.

이것도 이제 둘째 날의 조각이 되겠지.

---

새벽빛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루가 되감기는 빛이 아니었다. 그냥 아침이 오는 빛이었다. 밤은 끝나고 있었고, 식탁 위의 부스러기와 잉크 자국과 찻잔 흔적은 이제 곧 치워질 것이다. 치워져도 괜찮았다. 남겨두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니까.

푸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막을 닫을게.”

죠니가 말했다.

“드디어?”

“드디어라니.”

“후일담치고 길었어.”

“죠니가 말을 많이 해서 그래.”

그는 잠시 멈췄다.

“그건 인정.”

푸리나는 웃었다. 그리고 식탁 앞에 섰다. 평소처럼 화려하게 손을 들지는 않았다. 이번 극의 끝은 그렇게 크게 닫을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작은 식탁과 그 주변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오늘의 극은 별거 아닌 것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죠니가 말했다.

“짧네.”

푸리나는 그를 보며 웃었다.

“노력했어.”

그리고 말을 이었다.

“고치고 싶은 실수, 줄이고 싶은 상처, 피하고 싶은 위험은 언제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하루는, 그 모든 것을 고치려다 정작 함께 웃고, 묻고, 고민하고, 돌아오는 시간을 잃기도 합니다.”

그녀는 잠시 멈췄다.

“그러니 오늘은 여기서 닫겠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채로. 그러나 다시 살아도 덜 억울한 하루로.”

죠니는 그녀를 보았다.

“너 방금 내 말 가져갔지.”

푸리나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각색했어.”

“허락 안 했는데.”

“극장주니까.”

“그 변명 진짜 오래 가네.”

그레이가 기록판을 들었다.

“최종 기록을 남기겠습니다.”

죠니가 말했다.

“제발 짧게.”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적었다.

**오류는 고친다. 위험은 줄인다. 그러나 모든 별거 아닌 것들을 지우지는 않는다.**

죠니는 그 문장을 보았다.

“좋네.”

그레이는 이번에는 묻지 않았다. 칭찬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레이튼은 찻잔을 들었다.

“그럼 질문은 남겨두겠습니다.”

죠니가 바로 말했다.

“남겨두기만 해. 꺼내지 말고.”

“오늘은 그러겠습니다.”

하융은 창밖을 보았다.

“길은 다시 이어질 것이오.”

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아스트리트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조금 더 보겠습니다.”

죠니는 말했다.

“너무 정면으로 보진 말고.”

푸리나는 마지막으로 식탁 위의 양피지를 접었다.

“《다시 살아도 좋은 하루》, 여기서 끝.”

아무도 박수치지 않았다.

대신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그 침묵은 비어 있지 않았다. 그 안에는 빵 부스러기와 장부와 질문과 먼지와 웃음이 있었다. 아주 작은 것들. 없어도 세상은 굴러가지만, 없으면 하루가 조금 얇아지는 것들.

죠니는 식탁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그래.”

아무도 굳이 묻지 않았다.

무엇에 대한 대답인지, 모두 조금씩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살아도.

아마 이쪽이었다.

새벽빛이 식탁 위로 내려앉았다.

하루는 끝났고, 다음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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