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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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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0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작성자 여관◆zAR16hM8he작성일 2026-05-08 (금) 01:04:15갱신일 2026-05-13 (수) 19:12:03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 《아포리아의 교실》

## — 성급한 답을 다시 숨 쉬게 하는 법 —

### 3막 — 열린 답의 불안

#### — 질문은 문을 열지만, 열린 문 앞에 선 사람에게는 바람도 함께 닿는다 —

세 번째 수업은 조금 늦게 시작되었다.

정확히는, 레이튼이 늦은 것이 아니었다. 레이튼은 늘 그렇듯 시간보다 조금 먼저 와 있었다. 교탁 위에는 찻잔이 정돈되어 있었고, 칠판에는 지난 수업의 세 문장과 세 물음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레이도 일찍 와서 기록판을 펼쳤고, 푸리나는 창가 근처에 기대어 교실의 공기를 살피고 있었다. 미하일라는 이번에도 뒤편에 서 있었다. 그녀는 학생이 아니었고, 교사도 아니었으며, 관객도 아니었다. 그보다 조금 더 무거운 자리, 교실 바깥의 현실이 잠시 인간의 모습으로 들어와 선 자리였다.

늦은 것은 학생들이었다.

알렉산드리나는 문 앞에서 한 번 멈춘 뒤 들어왔다. 그녀의 걸음은 여전히 단단했지만, 지난 수업 때보다 아주 조금 느렸다. 왕도는 사람을 앞으로 걷게 한다. 그러나 어제 레이튼이 남긴 질문은 그 길 위에 작은 돌 하나를 놓아두었다. 출발점인가, 채찍인가. 그 돌은 발을 걸 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묘하게 신경 쓰였다.

요안나는 두 번째로 들어왔다. 그녀는 평소처럼 예의를 갖춰 인사했지만, 눈 밑에 얕은 그늘이 있었다. 어젯밤을 편히 보내지 못한 듯했다. 그녀의 문장은 여전히 칠판에 있었다. 모든 이에게 평화를. 그 옆에 새로 붙은 질문도 있었다. 평화는 기억을 지우는가, 미래를 닫지 않는가. 그 질문은 단순한 철학 문제가 아니었다. 교실 뒤편에 선 미하일라가 그 답의 한가운데 있었다.

호흐마이스터는 가장 마지막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란트마이스터의 시야를 빌려 먼저 참석하려는 시도도 없었다. 직접 왔다. 다만 문이 열리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녀는 들어와서 예절 바르게 고개를 숙였고, 가장 구석의 책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자리에 앉기 전, 아주 잠깐 칠판을 보았다.

**책임인가, 자기판결인가?**

그 문장을 보는 순간 그녀의 손가락이 장갑 안에서 굳었다.

레이튼은 모두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답을 쓰지 않겠습니다.”

알렉산드리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난번에는 다음 수업에서 답을 다시 써보게 될 거라 하지 않았나.”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전에 필요한 시간이 생겼습니다.”

요안나가 물었다.

“필요한 시간이라면요?”

레이튼은 칠판의 물음표들을 보았다.

“열린 답이 불안해하는 시간입니다.”

교실 안에 조용한 바람이 지나갔다. 창문은 닫혀 있었지만, 모두가 그 말을 들은 순간 아주 얇은 추위를 느낀 듯했다.

레이튼은 말을 이었다.

“질문은 문을 엽니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 바람이 들어오지요. 때로는 그것이 해방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춥습니다. 익숙한 방에 머물던 사람이 밖의 공기를 처음 맞을 때처럼요.”

호흐마이스터가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면 문을 열지 않는 편이 나을 때도 있습니까?”

레이튼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답에 교실이 조금 흔들렸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그러나 문이 닫혀 있는 이유가 안식인지, 감금인지 확인하지 않고 지나칠 수도 없습니다.”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아주 조금 숙였다. 레이튼의 말은 이번 극 전체의 중심을 지나고 있었다. 답을 부수지 않는다. 그러나 답이 닫힌 방이 되었는지는 묻는다. 문을 연다. 그러나 문이 열린 뒤 바람 앞에 선 사람을 두고 떠나지 않는다.

미하일라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그 바람을 다루는 수업인가.”

레이튼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좋다.”

미하일라는 짧게 말했다.

“계속하라.”

그 짧은 허락은 이상했다. 황제의 허락이었고, 동시에 경고였다.

---

레이튼은 알렉산드리나의 책상 앞에 섰다.

그는 차를 따르지 않았다. 오늘은 찻잔을 나누는 시간이 아니라, 어제 생긴 떨림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폐하.”

“듣고 있다.”

“지난 수업 이후, 폐하의 답은 달라졌습니까?”

알렉산드리나는 조금 불쾌한 듯 웃었다.

“하룻밤 만에 왕도가 달라진다면, 그것이 더 우스운 일이지.”

“그렇습니다.”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꾸겠습니다. 답이 달라지지는 않았더라도, 그 답을 쥔 손의 힘은 달라졌습니까?”

알렉산드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은 교묘했다. 아니, 교묘하다는 말은 레이튼에게 조금 부당할지도 몰랐다. 그는 상대를 속이기 위해 묻지 않았다. 다만 정면으로 물으면 이미 준비된 문장이 먼저 대답할 것을 알기에, 조금 비껴 물었다.

알렉산드리나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은 그대로였다. 왕도를 걷겠다는 손. 전장에서 명령을 내리고, 방패와 창을 다루며, 부족한 정통성을 자기 업적으로 메워온 손.

“힘을 조금 늦추면, 놓칠 것 같았다.”

그녀는 낮게 말했다.

레이튼은 기다렸다.

“내가 쥔 것이 왕도인지, 증명의 칼자루인지 모르겠더군. 그대가 그렇게 만들어놓았다.”

“불편하셨겠습니다.”

“불쾌했다.”

“그렇습니까.”

“그리고 필요했다.”

그 말을 한 뒤, 알렉산드리나는 조금 더 불쾌한 표정이 되었다. 자기 입으로 인정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푸리나는 아주 작게 웃을 뻔했지만 참았다.

레이튼은 말했다.

“폐하께서 쥔 답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왕도는 폐하를 세운 길입니다. 다만, 그 길을 걷는 폐하의 걸음이 오직 추격당하는 사람의 걸음이 되면 곤란합니다.”

“추격당한다?”

“예. 과거의 말들, 피가 부족하다는 목소리, 흉내라는 조롱, 가짜라는 판결. 그런 것들이 뒤에서 폐하를 몰아붙이고 있다면, 폐하는 왕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알렉산드리나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레이튼은 바로 인정했다.

“그래서 묻는 것입니다. 도망치지 않는 분이라면, 가끔 멈추어 뒤를 돌아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교실은 조용해졌다.

알렉산드리나는 말을 잃지 않았다. 다만 고르지 않았다. 그녀 안에는 반박할 수 있는 말이 많았다. 왕은 멈추지 않는다. 부족한 자는 증명해야 한다. 새벽은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 말들은 모두 너무 익숙했다. 너무 익숙해서, 정말 자기 목소리인지 확인해야 하는 말들이었다.

그녀는 한참 뒤에 말했다.

“멈추면 백성이 나를 기다려줄까.”

레이튼은 대답했다.

“폐하께서 멈추어 숨을 고르는 것과, 백성을 버리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그대가 어찌 아는가?”

“모릅니다.”

레이튼은 정직하게 말했다.

“그래서 폐하께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다만 저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폐하의 백성은 끊임없이 증명하는 왕을 원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결핍을 가진 채로도 자기 앞에 서는 왕을 원하는 것입니까?”

알렉산드리나는 칠판을 보았다.

**출발점인가, 채찍인가?**

그녀는 그 문장을 노려보듯 바라보다가, 아주 낮게 말했다.

“결핍을 가진 채 서는 왕이라.”

그 말은 아직 답이 아니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그녀의 입 안에서 “가짜”라는 단어가 조금 뒤로 물러났다.

그레이는 기록했다.

**알렉산드리나: 왕도는 추격이 아니라 정지와 재출발을 포함할 수 있음. 불안: 멈추면 다시 가짜가 될 것이라는 공포.**

레이튼은 고개를 숙였다.

“좋습니다. 오늘은 거기까지면 충분합니다.”

알렉산드리나는 그를 보았다.

“그대는 자주 충분하다고 말하는군.”

“부족한 것을 충분하다고 우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러나 충분한 것을 더 밀어붙이는 것도 위험하지요.”

“말은 그럴듯하다.”

“감사합니다.”

“칭찬이 아니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는 요안나가 아주 작게 웃었다.

---

요안나의 차례가 되자, 교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조용해졌다.

알렉산드리나의 질문은 뜨거웠다. 왕도와 결핍, 증명과 출발점의 문제였다. 그러나 요안나의 질문은 차가운 문처럼 서 있었다. 열면 바람이 들어올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특히 미하일라가 같은 방에 있었기 때문에.

레이튼은 요안나의 책상 앞에 섰다.

“폐하.”

요안나는 고개를 들었다.

“네.”

“지난 수업의 질문이 밤새 폐하를 따라갔습니까?”

요안나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왔어요.”

“어떤 얼굴로 따라왔습니까?”

요안나는 잠시 창가 쪽을 보았다. 미하일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요안나는 이제 그쪽을 피하지 않았다.

“문 같은 얼굴이었어요.”

“문입니까?”

“네. 닫혀 있는 문. 안에서 열 수 없는 문.”

그 말이 나오자, 교실의 공기가 한 층 낮아졌다.

푸리나는 조용히 눈을 내렸다. 그레이의 펜이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호흐마이스터는 시선을 내렸다. 알렉산드리나는 요안나를 보았다.

요안나는 계속했다.

“궁에 있을 때, 저는 죽지는 않았어요. 다들 예의를 지켰고, 제 이름도 지워지지 않았고, 제 피도 부정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문은 제가 여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또렷했다.

“저는 살아 있는 황제였지만, 기다리는 황제였어요.”

미하일라는 침묵했다.

그 침묵에는 변명도, 부정도 없었다.

레이튼은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문을 닫은 사람도, 폐하의 ‘모든 이’ 안에 들어갑니까?”

요안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이 질문은 어제 이미 건드린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어제는 그 문장을 처음으로 상처에 닿게 했다면, 오늘은 그 상처가 열린 뒤의 바람을 견디는 시간이었다.

요안나는 말했다.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생각했습니까?”

“네. 모든 이라고 했으니까요. 낮은 사람도, 외국인도, 적이었던 사람도, 저를 가둔 사람도. 모두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레이튼은 기다렸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제가 제 상처를 너무 빨리 정리하는 것 같았어요.”

교실은 숨을 죽였다.

요안나는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작은 손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손 위에 놓인 말은 황제의 말이었다.

“모든 이에게 평화를 말하기 위해, 제가 먼저 괜찮아져야 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먼저 용서해야 하고, 제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고, 제가 먼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해야 하는 것 같았어요.”

그녀는 미하일라를 보았다.

“하지만 저는 아직 아무렇지 않지 않아요.”

미하일라는 그 시선을 받았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러나 그 차가움은 벽이 아니었다. 칼집에 들어간 칼처럼, 스스로를 통제하는 차가움이었다.

미하일라가 낮게 말했다.

“그렇겠지.”

그 짧은 대답은 요안나를 달래지 않았다. 변명도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그녀의 상처를 부정하지 않았다.

레이튼은 조용히 말했다.

“폐하의 평화가 폐하에게 너무 빠른 용서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아직 폐하의 목소리로 완전히 돌아온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요안나는 그 말을 오래 들었다.

“그럼 평화를 말하지 말아야 하나요?”

“아닙니다.”

레이튼은 고개를 저었다.

“다만 평화가 침묵을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평화가 기억을 덮는 천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평화가 ‘이제 그만 말하라’는 명령이 되면, 그 평화는 폐하를 닫을 수 있습니다.”

요안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어떻게 말해야 하죠?”

레이튼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조금 뒤, 그가 말했다.

“그 질문에 제가 답하면, 폐하의 답이 아닐 것입니다.”

요안나는 아주 조금 원망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선생님은 가끔 정말 어렵게 해요.”

“죄송합니다.”

“사과하는데 답은 안 주시네요.”

“그 점도 죄송합니다.”

푸리나는 작게 웃을 뻔했다가 멈췄다.

요안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저는 모든 이에게 평화를 말하고 싶어요. 그건 변하지 않아요.”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평화가, 제가 겪은 일을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았으면 해요. 누가 문을 닫았는지, 누가 문 안에 있었는지, 누가 밖에서 제 이름으로 제국을 다스렸는지. 그런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미하일라는 눈을 내리지 않았다. 똑바로 들었다.

요안나는 계속했다.

“그리고 그래도, 미래를 전부 닫지는 않았으면 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게 제가 말하고 싶은 평화인 것 같아요. 아직은요.”

레이튼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 답은 폐하의 목소리로 들립니다.”

요안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미하일라가 입을 열었다.

“요안나.”

“네.”

“그 답은 나를 용서하지 않는다.”

요안나는 가만히 그녀를 보았다.

미하일라는 이어 말했다.

“그 답은 나를 잊지도 않는다.”

침묵.

“그렇기에, 나는 그 답 앞에 서 있을 수 있다.”

그 말은 미하일라에게도 쉽지 않았다. 요안나를 궁에 머물게 한 자. 보호자들의 피 위에 제국의 결단을 세운 자. 전쟁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를 화살로 만든 자. 그녀는 요안나의 평화 안에서 가벼워질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안나는 대답했다.

“그럼 서 있어주세요.”

교실이 아주 조용해졌다.

요안나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이번에는 아이의 부탁만은 아니었다.

“제가 아직 문을 열지 못해도. 제가 아직 손을 내밀지 못해도. 제가 평화를 말하면서도 떨려도. 폐하가 그 자리에 서 있어주세요.”

미하일라는 요안나를 보았다.

한참 뒤, 그녀가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다.”

그레이는 기록판 위에 펜을 올려놓은 채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 천천히 적었다.

**요안나: 평화는 망각도 즉각적 용서도 아님. 닫힌 문을 기억한 채 미래를 완전히 폐쇄하지 않는 답. 미하일라: 그 답 앞에서 가벼워지지 않고 서 있겠다고 응답.**

레이튼은 더 묻지 않았다.

질문이 더 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췄다.

푸리나는 그것이 레이튼의 수업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는 문을 열었지만, 바람을 더 세게 만들기 위해 문을 흔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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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흐마이스터의 차는 조금 식고 있었다.

그녀는 찻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 호흐마이스터의 자세는 처음과 거의 같았다. 예의 있고, 단정하고, 빈틈이 적다. 그러나 교실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조금 알았다. 그 빈틈없음은 갑옷이다. 갑옷은 몸을 지킨다. 하지만 오래 입으면, 살과 갑옷의 경계를 잊게 만든다.

레이튼은 서두르지 않았다.

“호흐마이스터.”

“듣고 있습니다.”

“당신의 답도 밤새 당신을 따라왔습니까?”

호흐마이스터는 잠시 침묵했다.

“따라왔습니다.”

“어떤 얼굴로 따라왔습니까?”

호흐마이스터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칠판을 보았다.

**책임인가, 자기판결인가?**

“거울처럼 따라왔습니다.”

레이튼은 고개를 기울였다.

“거울입니까?”

“예. 무엇을 보아도, 결국 제 얼굴이 보였습니다. 지도의 선을 보아도, 병사의 보고를 보아도, 란트마이스터의 눈을 빌려 전선을 보아도.”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어느 곳에나 제 결정이 있었습니다. 어느 곳에나 제가 서명한 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수업에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푸리나가 눈을 깜박였다.

호흐마이스터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가능하다면 이번에도 란트마이스터의 시야를 빌릴까 생각했습니다.”

레이튼은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셨군요.”

“예.”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호흐마이스터는 아주 잠시, 정말 아주 잠시 난처한 얼굴을 했다.

“타인의 시야로는 자기 발로 책상 위에 올라설 수 없다는 지적이…… 유효했기 때문입니다.”

푸리나는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작게 웃었다.

호흐마이스터는 예의 바르게 푸리나를 보았다.

“전하, 웃으셔도 됩니다. 저 역시 약간은 우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요안나가 조금 웃었다. 알렉산드리나도 코웃음에 가까운 숨을 냈다. 교실의 공기가 아주 조금 풀렸다.

레이튼은 그 작은 풀림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물었다.

“호흐마이스터. 지난 수업에서 당신은 ‘아직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습니다.”

“오늘도 같은 답입니까?”

호흐마이스터는 칠판을 보았다.

“조금 더 불편한 모름입니다.”

“좋습니다.”

“레이튼 경은 자꾸 불편한 것을 좋다고 하시는군요.”

“불편함이 늘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오래 굳은 답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 불편함은 자주 찾아옵니다.”

호흐마이스터는 찻잔을 들었다. 이번에도 마시지는 않았다. 손 안에 온기를 두었다.

“저는 책임과 자기처벌을 분리하는 법을 모릅니다.”

“그렇군요.”

“책임은 필요합니다. 죄는 실제입니다. 제가 선택한 일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짊어지는 동안, 어느 순간부터 저는 제가 쉬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즐거워해서도 안 되고, 구원받기를 바라서도 안 되고, 누군가에게 이해받으려 해서도 안 된다고.”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예의 있었다. 그러나 그 예의 안쪽에서 아주 작은 균열이 들렸다.

“그것이 기사도인지, 자기판결인지 모르겠습니다.”

레이튼은 조용히 물었다.

“그 모름이 두렵습니까?”

호흐마이스터는 잠시 생각했다.

“두렵다기보다는…… 비효율적입니다.”

푸리나는 이번에도 웃음을 참았다.

레이튼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면에서 그렇습니까?”

“호흐마이스터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모른다는 상태는 명령서에 적기 어렵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잘못 구분하면, 저는 계속 제 죄를 책임이라고 부르며 저 자신을 벌할 것입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찻잔을 조금 더 감쌌다.

“그 또한 비효율적입니다. 오래 지속되면 판단을 흐릴 테니까요.”

레이튼은 부드럽게 말했다.

“지금 말씀은 꽤 중요한 답에 가까워 보입니다.”

호흐마이스터는 그를 보았다.

“그렇습니까?”

“예. 책임과 자기처벌을 구분하는 것이 단지 당신의 구원을 위한 일이 아니라, 더 나은 판단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뜻이니까요.”

호흐마이스터는 침묵했다.

레이튼은 이어 물었다.

“만약 당신이 스스로를 벌하기 위해 결정을 내린다면, 그 결정은 기사단을 위한 것입니까, 당신의 판결을 증명하기 위한 것입니까?”

호흐마이스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번 질문은 깊게 들어갔다.

그녀는 기사단을 위해 죄를 짊어진다. 그러나 만약 어느 순간부터 죄를 짊어지는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더 어두운 결정을 선택하게 된다면? 자신이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죄를 필요로 하게 된다면? 그것은 책임인가. 아니면 죄를 사랑하게 되는 가장 위험한 방식인가.

호흐마이스터는 아주 낮게 말했다.

“그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레이튼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그 지점이 경계일지도 모릅니다.”

“경계.”

“예. 책임은 당신을 더 정확한 결정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자기처벌은 당신을 더 어두운 결정을 향해 끌고 갈 수 있습니다.”

호흐마이스터는 눈을 내렸다.

“그 말은 기억하겠습니다.”

“너무 무겁게 기억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어렵습니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호흐마이스터는 아주 희미하게, 거의 보이지 않게 웃었다.

“레이튼 경.”

“예.”

“오늘도 저는 완전한 답을 내리지 않겠습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레이튼은 기다렸다.

호흐마이스터는 천천히 말했다.

“책임을 핑계로 자기처벌을 늘리는 것은, 기사단을 위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교실은 조용했다.

이것은 작은 답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레이는 기록했다.

**호흐마이스터: 책임은 더 정확한 결정을 향해야 함. 자기처벌은 더 어두운 결정을 정당화할 위험. 경계 인식.**

미하일라는 짧게 말했다.

“좋다.”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과찬입니다.”

“과찬이 아니다. 판단이다.”

그 말은 황제의 말이었다. 그러나 오늘 교실에서는, 학생이 첫 답을 말한 순간을 인정하는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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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잠시 멈췄다.

교실의 공기는 무거웠다. 그러나 처음과 같은 무게는 아니었다. 닫힌 문 앞의 답답함이 아니라, 문이 열리고 난 뒤 들어온 바람의 무게였다. 세 사람은 각자 자기 답이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다. 무너지지도 않았다. 다만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불안했다.

알렉산드리나는 낮게 말했다.

“질문은 사람을 세우기도 하지만, 발밑을 무르게도 하는군.”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요안나는 찻잔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닫힌 방에 있는 것보다는 나은가요?”

레이튼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건 제가 정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인데도요?”

“선생이기 때문에 더더욱요.”

요안나는 그 대답에 조금 불만스러운 얼굴을 했지만, 받아들였다.

호흐마이스터가 말했다.

“그러나 학생이 문 앞에서 떨고 있을 때, 선생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가.”

그 말이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레이튼에게 향했다.

그 질문은 미하일라가 프롤로그에서 남긴 질문이었다.

답을 쓰는 손이 떨릴 때, 교사는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레이튼은 칠판을 보았다. 세 답과 세 질문. 출발점인가, 채찍인가. 평화는 기억을 지우는가, 미래를 닫지 않는가. 책임인가, 자기판결인가.

그는 조용히 말했다.

“곁에 서야겠지요.”

미하일라가 물었다.

“곁에 서서 무엇을 하는가.”

레이튼은 대답했다.

“대신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재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레이튼은 잠시 침묵했다.

이 질문은 그에게도 쉬운 답이 아니었다. 그는 질문을 사랑했다. 미지를 사랑했다. 성급한 답에 물음표를 달아, 사람이 조금 덜 다치고 자기 결말에 도착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제 그는 보았다. 질문은 답을 열지만, 열린 답은 불안을 낳는다. 그 불안 앞에서 “이제 스스로 찾으십시오” 하고 물러나는 것은 교육이 아닐 수 있다. 그것은 세련된 방치가 될 수도 있다.

레이튼은 천천히 말했다.

“함께 기다립니다.”

교실은 조용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학생이 자기 답을 쓰기 시작할 때, 그 손이 떨린다는 이유로 답을 빼앗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떨림을 혼자 견디게 두지도 않습니다.”

미하일라는 그를 보았다.

“그것이 그대의 답인가.”

레이튼은 고개를 숙였다.

“아직 완성된 답은 아닙니다.”

미하일라의 눈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레이튼은 덧붙였다.

“그러나 오늘의 답입니다.”

그 말에 푸리나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오늘의 답.

완성된 답이 아니라도, 오늘 말할 수 있는 답. 레이튼은 질문 뒤에 숨지 않았다. 그는 아직 확정된 교리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교실에서 필요한 만큼의 답을 말했다.

미하일라는 짧게 말했다.

“충분하다.”

그레이는 기록했다.

**레이튼: 교사는 답을 대신 쓰지 않는다. 재촉하지 않는다. 함께 기다린다. 떨리는 손에서 답을 빼앗지 않되, 그 떨림을 혼자 두지 않는다.**

푸리나는 그 기록을 보며 아주 작게 말했다.

“이번 건 제목감인데.”

그레이는 낮게 대답했다.

“제목으로 쓰기에는 깁니다.”

“줄이면 되지.”

레이튼이 희미하게 웃었다.

“질문은 쉬어야 한다고 말씀드린 직후에 제목 회의가 시작되는군요.”

푸리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목은 쉬면 도망가.”

알렉산드리나는 작게 코웃음을 쳤고, 요안나는 웃었고, 호흐마이스터도 아주 희미하게 눈을 내렸다. 교실의 무게가 조금 옅어졌다.

레이튼은 그 순간을 기다렸던 듯, 분필을 들었다.

칠판 아래쪽에 새 문장을 적었다.

**답을 다시 쓰기 전, 손이 떨리는 시간을 허락할 것.**

그는 학생들을 보았다.

“다음 수업에서는 정말로 다시 써보겠습니다.”

요안나가 물었다.

“손이 떨려도요?”

“예.”

알렉산드리나가 말했다.

“틀리면?”

“고치면 됩니다.”

호흐마이스터가 말했다.

“보류해도 됩니까?”

레이튼은 웃었다.

“필요하다면. 다만 영원한 보류는 답이 아니겠지요.”

미하일라가 짧게 말했다.

“그 말은 옳다.”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레이튼은 칠판의 물음표를 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오늘도 미지는 사라지지 않았군요.”

푸리나가 물었다.

“아쉬워?”

레이튼은 부드럽게 웃었다.

“다행입니다.”

막이 천천히 내려왔다.

**4막 — 각자의 답을 다시 쓰다**

그 아래, 열린 문 앞에 놓인 작은 찻잔처럼 한 줄이 남았다.

**— 답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떨리는 손으로 쓴 첫 문장도, 이미 자신의 길 위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