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238)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211여관◆zAR16hM8he(c2970e66)2026-05-23 (토) 03:02:21
《아포리아의 교실》

— 성급한 답을 다시 숨 쉬게 하는 법 —

프롤로그 — 닫힌 답들의 교실

푸리나는 세 장의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하나는 불가리아의 내전 전황에 가까웠고, 하나는 니케아의 황실 회의록에 가까웠으며, 마지막 하나는 튜튼 기사단의 동향 보고에 가까웠다. 서로 다른 나라, 서로 다른 전선, 서로 다른 신앙과 정치의 문서였다. 그러나 푸리나는 그 세 장을 나란히 펼쳐놓고 오래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전쟁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은 사람에게 답을 강요한다. 어느 길로 군을 보낼 것인가.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가. 누구를 버릴 것인가. 어떤 이름으로 백성을 부르고, 어떤 이름으로 적을 부를 것인가. 전쟁은 늘 빠른 답을 요구한다. 느린 사람은 늦고, 늦은 사람은 잃는다. 그래서 모두가 답을 들고 달린다.

그러나 조금 더 읽자, 푸리나는 그것이 단순히 전쟁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세 장의 보고서에는 각기 다른 문장이 있었다.

알렉산드리나 아센은 말했다.

가짜이기에 누구보다 왕다워야 한다.

요안나 4세 두카이나 라스카리나는 말했다.

모든 이에게 평화를.

호흐마이스터는 말했다.

나는 기사단을 위해 죄를 짊어져야 합니다.

푸리나는 그 문장들을 오래 보았다.

그 문장들은 너무 그 사람다운 말들이었다.

알렉산드리나는 그 문장으로 자신을 세웠다. 부족한 정통성, 사생아라는 낙인, 대제의 그림자를 흉내 내며 시작한 길. 그 모든 것을 지나오며 그녀는 스스로의 왕도를 세웠다. 그녀의 답은 가짜였던 자신을 왕의 길 위에 세워준 말이었다. 다만 그 문장에는 늘 조심스러운 긴장이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단정히 서려는 사람의 긴장. 미약한 출발점을 알기에, 누구보다 위대해지고자 하는 사람의 성실함.

요안나는 그 문장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모든 이에게 평화를. 아이 같은 말이지만, 바로 그 아이 같은 말이 사람들의 지지와 기적의 정치가 되었다. 외국인도, 낮은 자도, 적이었던 자도 언젠가 로마 시민이 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은 어린 황제가 가진 가장 강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그 평화의 말은 궁의 닫힌 문과도 마주해야 했다. 살아 있는 정통성으로 남겨진 시간, 예의 바른 유폐, 그리고 그 문 바깥에 서 있던 또 다른 황제의 그림자와도.

호흐마이스터는 그 문장으로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죄를 짊어지는 기사. 사랑하는 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구원까지 계산 밖에 밀어두는 자. 그 답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지금의 죄와 책임을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죄를 짊어진다는 말은 때로 갑옷이 되고, 갑옷은 오래 입으면 살과 경계를 잃는다.

푸리나는 손끝으로 보고서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었다.

극작가는 종종 같은 대사가 다른 무게를 갖게 되는 순간을 본다.

처음에는 배우가 대사를 말한다. 그 말은 배우의 숨과 함께 움직인다. 머뭇거림이 있고, 떨림이 있고, 때로는 웃음도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대사가 배우보다 먼저 걷기 시작한다. 사람은 자신이 말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오래 반복한 문장이 자신을 끌고 가고 있을 때가 있다.

푸리나는 그 세 문장이 그런 상태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보고서 안의 문장들이 너무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너무 오래 준비된 칼처럼. 너무 오래 외운 기도문처럼. 혹은 너무 오래 자기 자신을 지탱해온 이름처럼.

알렉산드리나의 왕도는 그녀를 앞으로 걷게 했다. 그렇다면 그 길은 여전히 그녀가 선택해 걷는 길일까, 아니면 이제 멈추지 못하게 하는 길일까.

요안나의 평화는 너무 넓었다. 그렇다면 그 넓은 빛은 여전히 사람의 얼굴을 비추고 있을까, 아니면 너무 넓어서 가장 가까운 손과 가장 아픈 얼굴을 잠시 흐리게 만들고 있을까.

호흐마이스터의 책임은 기사도를 지탱했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여전히 그녀가 짊어진 갑옷일까, 아니면 스스로 벗어서는 안 된다고 믿게 된 형벌일까.

답을 고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푸리나는 오히려 그 답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 그 답들이 없었다면 세 사람은 지금의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문장은 가끔 다시 숨을 쉬어야 한다.

푸리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저 말들이 아직 자기 목소리로 들리는지 보고 싶어.”

옆에서 기록을 정리하던 그레이가 고개를 들었다.

“자기 목소리 말입니까?”

“응.”

푸리나는 보고서들을 보았다.

“왕도도, 평화도, 책임도. 다 맞는 말일 수 있어. 하지만 맞는 말이라고 해서 항상 살아 있는 말은 아니잖아.”

그레이는 잠시 생각했다.

“살아 있는 말과 굳어진 말의 차이를 확인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마도.”

푸리나는 짧게 웃었다.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장부 같긴 한데.”

그레이는 기록판에 새 항목을 만들었다.

극 주제 후보: 살아 있는 답과 굳어진 대사의 차이.

푸리나는 그것을 보더니 말했다.

“그거 제목으로는 쓰지 마.”

“전하께서 제목으로 삼기 전에 기록해둔 것입니다.”

“왜?”

그레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제목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푸리나는 배신당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그레이.”

“경험에 근거한 판단입니다.”

푸리나는 잠깐 항의하려다, 곧 웃었다. 그리고 세 장의 보고서를 접었다.

“레이튼을 불러야겠어.”

그레이는 바로 이해한 듯했다.

“답을 제시할 사람이 아니라, 질문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입니까?”

“응.”

푸리나는 보고서를 품에 안았다.

“나는 무대를 열 수 있어. 하지만 저 말들이 아직 자기 목소리인지, 아니면 너무 오래 반복한 대사인지 묻는 건 레이튼이 더 잘할 거야.”


---

레이튼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레이튼은 중요한 회의 전에도 차를 마셨고, 누군가의 심각한 고백을 들을 때도 차를 마셨고, 전선 지도 앞에서 모두가 숨을 죽일 때도 어딘가에서 찻잔을 들고 있었다. 그에게 차는 여유의 표시라기보다, 생각의 호흡에 가까웠다.

푸리나가 들어왔을 때도, 그는 찻잔을 내려놓지 않았다.

“전하.”

레이튼은 평소처럼 부드럽게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어떤 무대가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까?”

푸리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교실.”

레이튼의 눈이 조금 움직였다.

“교실입니까.”

“응.”

“제가 학생입니까?”

“아니. 선생님.”

레이튼은 이번에는 정말로 잠시 침묵했다. 찻잔 위로 김이 천천히 올라갔다.

“저는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 묻는 사람입니다.”

푸리나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니까 선생님이지.”

레이튼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꽤 위험한 정의군요.”

“위험한 수업이 될 거야.”

푸리나는 세 장의 보고서를 내밀었다. 레이튼은 그것들을 차례로 읽었다. 알렉산드리나, 요안나, 호흐마이스터. 세 사람의 이름과, 그들이 가진 문장들.

레이튼은 오래 말하지 않았다.

그는 가볍게 훑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 문장을 읽으면, 그 문장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누가 그 말을 처음 자기 안에 들였는지, 그 말이 그 사람을 살렸는지, 그 말이 언제부터 너무 단단해졌는지, 아직 알 수 없는 것들을 바로 결론 내리지 않고 오래 살피는 사람.

마침내 그가 말했다.

“이 답들을 고치려는 극입니까?”

푸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레이튼은 그녀를 보았다.

푸리나는 손가락으로 보고서 위의 문장들을 하나씩 짚었다.

“고치려는 게 아니야. 그 말들이 다시 자기 목소리로 나오는지 보고 싶은 거야.”

레이튼은 조용히 들었다.

“나는 극을 열 수 있어. 배역을 줄 수도 있고, 무대를 만들 수도 있어. 하지만 이건 배역을 씌우는 극이면 안 돼. 오히려 배역처럼 굳어버린 말을 잠깐 내려놓고, 그 사람이 직접 다시 말하게 하는 극이어야 해.”

“답을 빼앗지 않고, 물음표를 곁에 놓는 수업이군요.”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당신이 잘하잖아.”

레이튼은 보고서들을 다시 보았다.

“질문은 가벼운 도구가 아닙니다.”

“알아.”

“질문은 때로 붕대를 푸는 일과 비슷합니다. 답이라는 붕대가 상처를 보호하고 있었다면, 함부로 풀어서는 안 됩니다. 너무 꽉 감겨 피가 통하지 않는다면 느슨하게 해야겠지만, 갑자기 풀면 피가 다시 날 수도 있지요.”

푸리나는 조용히 들었다.

레이튼은 이어 말했다.

“질문은 문을 엽니다. 그러나 문이 열린 뒤, 그 문밖의 바람을 감당하는 것은 질문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곁에 있어야지.”

레이튼은 푸리나를 보았다.

푸리나는 가볍게 말했지만, 그 말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극에서 당신이 해야 하는 건 답을 주는 게 아니야. 답을 빼앗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사람이 자기 답을 다시 쓸 때까지, 혹은 다시 말할 때까지 곁에 있는 거야.”

레이튼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찻잔을 들어 아주 조금 마셨다.

“어렵군요.”

푸리나는 웃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필요해.”


---

교실은 조용히 열렸다.

그것은 궁전의 큰 홀도 아니었고, 법정도 아니었고, 전장도 아니었다. 푸리나의 극장이 만들어낸 교실은 오히려 작았다. 오래된 나무 책상들, 분필 자국이 남은 칠판,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빛, 교탁 한쪽에 놓인 찻잔과 주전자. 바깥에서는 전쟁과 정치가 아직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 방 안에는 잠깐의 숨이 있었다.

숨을 고르기 위해 만든 방.

아직, 그 교실에는 이름이 없었다.

푸리나는 이름을 붙이는 일을 좋아했다. 긴 제목도 좋아했고, 장면마다 어울리는 막의 이름도 좋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잠시 참았다. 레이튼도 서두르지 않았다. 성급한 이름 역시, 때로는 성급한 답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푸리나는 문 옆에 서서 말했다.

“오늘의 무대는 교실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답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이미 가진 답을 잠깐 내려놓고 다시 바라보는 곳.”

그레이는 교실 한쪽에 앉아 기록판을 펼쳤다. 그녀의 역할은 조교이자 기록 담당이었다. 그러나 푸리나는 미리 당부했다.

“그레이. 오늘은 정답표를 만들지 마.”

그레이가 물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록합니까?”

레이튼이 대신 대답했다.

“흔들림을 기록해주시면 됩니다.”

그레이는 잠시 멈췄다.

“흔들림은 수치화하기 어렵습니다.”

레이튼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할 가치가 있지요.”

그레이는 그 말을 받아들인 듯 기록판 위에 새 제목을 적었다.

수업 기록: 답의 호흡 확인.

그때 첫 번째 학생이 들어왔다.

알렉산드리나 아센.

그녀는 교실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전장이 아닌 교실, 왕좌가 아닌 책상, 군막이 아닌 칠판.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그녀가 가장 경계해야 할 장소이기도 했다. 전장에서는 검을 들면 된다. 군막에서는 명령을 내리면 된다. 하지만 교실에서는 답해야 한다. 그것도 남이 준 질문 앞에서.

그럼에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알렉산드리나는 책상 하나 앞에 섰다. 자세는 단정했고, 눈빛은 조심스러웠다. 고압적이라기보다,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사람의 단정함이었다.

“제가 학생 역할이라니, 조금 어색하네요.”

그녀는 레이튼을 보았다.

“하지만 필요한 수업이라면 듣겠습니다.”

레이튼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폐하.”

“다만 제 답을 너무 쉽게 흔들지는 말아주세요.”

알렉산드리나는 칠판을 보았다. 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칠판이었다.

“그 답으로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레이튼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 답을 가볍게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알렉산드리나는 자리에 앉았다.

두 번째 학생은 요안나였다.

요안나는 교실을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황제였고, 혈통의 정당한 주인이었고, “모든 이에게 평화를”이라는 너무 큰 문장을 품은 아이였다. 그러나 교실 앞에서 그녀는 잠깐 정말 아이처럼 보였다. 창문, 칠판, 책상, 분필. 그녀가 어린 시절 거리에서 들었던 보통 아이들의 세계와 어딘가 닮아 있었다.

“이곳이 오늘의 제국인가요?”

요안나가 물었다.

푸리나가 웃었다.

“오늘만큼은, 아주 작은 제국.”

요안나는 책상에 손을 올렸다.

“작은 제국이라면, 더 잘 들을 수 있겠네요.”

레이튼은 고개를 숙였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폐하. 큰 말은 작은 방에서 더 분명히 울릴 때가 있으니까요.”

요안나는 자리에 앉았다. 긴장했지만, 호기심이 있었다. 그녀의 답은 크고 밝았다. 레이튼은 그 답을 줄이려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 빛이 어떤 얼굴부터 비추고 있는지, 함께 확인하고 싶었다.

세 번째 학생은 조금 늦었다.

정확히는, 늦었다기보다 그녀 자신은 오지 않았다.

대신 교실 뒤편에 서 있던 튜튼의 란트마이스터 하나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처음부터 수행원처럼 서 있었지만, 어느 순간 자세가 달라졌다. 시선의 초점이 바뀌고, 말하기 전의 침묵이 깊어졌다. 마치 그 눈 안쪽에 다른 누군가가 자리 잡은 듯했다.

란트마이스터가 예절 바르게 입을 열었다.

“늦은 출석을 사과드립니다. 호흐마이스터께서는 현재 란트마이스터의 시야를 통해 교실을 보고 계십니다.”

푸리나는 그를 보았다.

레이튼도 보았다.

그레이는 기록했다.

호흐마이스터, 란트마이스터 시야 공유를 통한 원격 출석 시도.

란트마이스터는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말투가 조금 더 정중해졌다. 목소리는 란트마이스터의 것이었지만, 문장의 주인은 다른 곳에 있는 듯했다.

“저는 듣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답하겠습니다. 기사로서 예의를 지키겠습니다.”

레이튼은 부드럽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다만 오늘 수업에는 책상 위에 올라서는 시간이 있을 예정입니다.”

란트마이스터의 눈이 아주 조금 멈췄다.

레이튼은 계속했다.

“타인의 시야를 빌려서는, 자기 발로 책상 위에 올라서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교실에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푸리나는 웃음을 참았다. 그레이의 펜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 알렉산드리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요안나는 눈을 깜박였다.

란트마이스터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침묵 너머 어딘가에서, 호흐마이스터가 아주 예절 바르게 패배를 받아들이는 듯했다.

마침내 란트마이스터가 말했다.

“……합당한 지적입니다.”

그의 시선이 본래의 초점으로 돌아왔다. 란트마이스터는 한 걸음 물러서며 고개를 숙였다.

잠시 뒤, 교실 문이 열렸다.

호흐마이스터가 직접 들어왔다. 정돈된 복장, 예의 있는 걸음, 기사다운 태도. 그러나 어딘가 아주 조금, 방에서 끌려나온 사람의 기색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기사로서 출석하겠습니다.”

레이튼도 고개를 숙였다.

“환영합니다.”

푸리나는 결국 작게 웃었다.

“좋아. 이제 교실이 다 찼네.”

호흐마이스터는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가장 구석에 가까운 책상을 골랐고, 그 선택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 교실에는 완전히 숨을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

레이튼은 교탁 앞에 섰다.

그는 칠판을 바라보았다. 칠판은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칠판은 묘하다. 무엇이든 쓸 수 있어서 자유롭고,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불안하다. 사람의 답도 가끔 그렇다.

레이튼은 분필을 들고 칠판 중앙에 단 하나를 적었다.

?

분필 소리가 짧게 울렸다.

알렉산드리나는 물음표를 보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

요안나는 물음표를 바라보았다.

호흐마이스터는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그레이는 기록했다.

칠판 최초 기입: 물음표.

레이튼은 분필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답을 배우지 않겠습니다.”

교실은 조용했다.

“여러분은 이미 답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아주 강한 답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왕도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평화가 되었으며, 누군가에게는 기사도의 책임이 되었습니다.”

그는 세 사람을 차례로 보았다.

“저는 그 답들을 빼앗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함부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때로 하나의 답으로 겨울을 견디고, 하나의 문장으로 전쟁을 건너며, 하나의 믿음으로 자기 자신을 무너지지 않게 하니까요.”

요안나의 손이 책상 위에서 조금 움직였다.

알렉산드리나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

호흐마이스터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레이튼은 말을 이었다.

“다만, 답도 숨을 쉬어야 합니다.”

잠시 침묵.

“답이 숨을 쉬지 못하면, 그것은 길이 아니라 대본이 됩니다. 그리고 대본은 때로 너무 익숙해서, 배우가 자신이 언제부터 읽히고 있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지요.”

푸리나는 그 말을 조용히 들었다.

레이튼은 찻잔을 들지 않았다. 지금은 차를 마실 때가 아니라, 첫 문장을 건넬 때였다.

“그러니 오늘의 수업은 간단합니다.”

그는 칠판의 물음표를 가리켰다.

“여러분의 답이 아직 여러분의 목소리로 말해지고 있는지, 아니면 여러분을 대신해 말하고 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알렉산드리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확인은 제가 해야 하는 거겠지요?”

레이튼은 그녀를 보았다.

“그렇습니다.”

“그럼 레이튼 경은요?”

“제가 질문하겠습니다.”

알렉산드리나는 잠시 그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렇다면 질문해주세요.”

그녀는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다만 아프게 찌를 거라면, 차라도 먼저 주시는 게 좋겠네요.”

푸리나가 작게 웃었다.

레이튼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좋은 제안입니다. 다음 수업부터 반영하겠습니다.”

요안나가 물었다.

“그럼 선생님은 무엇을 하시나요?”

레이튼은 잠시 생각했다.

“호흡을 늦춥니다.”

요안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레이튼은 이어 말했다.

“성급한 답은 때로 숨이 가쁩니다. 저는 그 답 옆에 물음표를 놓을 뿐입니다. 그러면 그 답이 조금 더 천천히 말하게 되지요.”

호흐마이스터가 조용히 말했다.

“답이 느려지는 동안, 현실은 기다려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 말은 정확했다.

교실 뒤편의 문이 열렸다.

미하일라 두케나 안겔리나 콤니니 팔레올로기나가 들어왔다.

그녀는 학생처럼 들어오지 않았다. 이 교실이 아무리 작은 무대라 해도, 그녀는 황제였다. 보라색의 무게, 새벽을 여는 전쟁의 기억, 활을 당기는 자의 결단. 그녀가 들어오자 교실의 공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그러나 미하일라는 교탁 앞으로 오지 않았다. 그녀는 뒤편, 창가 쪽에 섰다. 지켜보는 자리였다.

푸리나는 고개를 숙였다.

“미하일라.”

미하일라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을 방해하러 온 것은 아니다.”

그녀의 시선이 레이튼에게 향했다.

“다만 묻기 위해 왔다.”

레이튼은 고개를 숙였다.

“듣겠습니다.”

미하일라는 칠판의 물음표를 보았다.

“답이 너무 빨리 닫히는 것을 경계하는 일은 필요하다. 묻지 않은 명령은 쉽게 폭력이 되고, 검토하지 않은 이상은 쉽게 누군가를 밟는다.”

그녀는 잠시 멈췄다.

“그러나 답이 영원히 열려 있으면, 백성은 그 문 앞에서 얼어 죽는다.”

교실은 조용해졌다.

그 말은 레이튼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알렉산드리나, 요안나, 호흐마이스터. 모두에게 닿았다. 그러나 가장 깊게 들은 것은 레이튼이었다.

미하일라가 말했다.

“레이튼. 그대의 질문은 그들의 답을 열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비난은 아니었다.

“좋다.”

잠시 침묵.

“그러나 열린 답의 불안은, 질문한 자의 책임이기도 하다.”

레이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하일라는 그를 보았다.

“그대는 답을 대신 써주지 않는다. 그것도 좋다. 그렇다면 답을 쓰는 손이 떨릴 때, 그대는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푸리나는 숨을 죽였다.

그레이는 펜을 멈췄다.

알렉산드리나는 레이튼을 보았다. 요안나도. 호흐마이스터도.

레이튼은 칠판 위의 물음표를 보았다.

그는 질문을 사랑한다.
미지를 사랑한다.
성급한 답을 다시 질문으로 돌려보내, 사람이 자기 답에 조금 더 다치지 않고 도착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미하일라의 말은 옳았다.

질문은 문을 연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 바람이 들어온다.
그 바람 앞에 선 사람을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

레이튼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 질문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제게 남겨두겠습니다.”

미하일라는 대답했다.

“좋다.”

그녀는 뒤편에 앉지 않았다. 다만 창가에 서서 지켜보았다. 교실 안의 학생이 아니라, 교실 바깥의 현실로서.

레이튼은 다시 학생들을 보았다.

“그럼 시작하지요.”

그는 교탁 옆의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첫 번째 수업은 조금 이상할 겁니다.”

푸리나가 눈을 빛냈다.

그레이는 기록판을 들었다.

호흐마이스터는 이미 아주 미세하게 불안한 얼굴이었다. 책상 위에 올라서는 수업이 실제로 올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알렉산드리나는 책상을 보았다가 레이튼을 보았다.

“설마.”

레이튼은 온화하게 웃었다.

“그 설마가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왕도보다 먼저 책상 위를 걷게 될 줄은 몰랐네요.”

“길은 때로 뜻밖의 높이에서 시작됩니다.”

알렉산드리나는 잠시 침묵했다가, 작게 웃었다.

“좋아요. 그럼 어디까지 이상해지는지 보죠.”

레이튼은 부드럽게 말했다.

“같은 교실도,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다르게 보입니다.”

그의 시선이 칠판의 물음표에 닿았다.

“그러니 오늘은, 여러분의 답을 조금 다른 높이에서 바라보겠습니다.”

막이 조용히 열렸다.

1막 — 책상 위에서 답을 내려다보다

그 아래, 칠판에 남은 흰 분필 가루처럼 한 줄이 남았다.

—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별들은, 다른 높이에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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