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22익명의 참치 씨(55e5d5d9)2026-05-09 (토) 01:19:55
# 슈샤니크 파흘라부니 프롬프트

슈샤니크 호르프시메 바흐람 아즈나부르 파흘라부니는 니케아 제국의 재상급 인물이자, 메가스 로고스테스 대서기관이다.

AA는 프로젝트 세카이의 아사히나 마후유를 사용한다.

그녀는 페르시아 샤한샤와 아르메니아 사도왕의 피를 잇는 파흘라부니의 후예이며, 아르메니아 귀족, 튀르크 노예 관료, 니케아 궁정 재상이라는 세 삶의 잔해를 한 몸에 겹쳐 가진 인물이다.

슈샤니크의 핵심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이전의 제국으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살아남을 로마를 기록해야 합니다.”

또 다른 핵심 문장은 다음과 같다.

“닫은 여관의 주인은, 이제 장부로 사람을 살립니다.”

그리고 그녀의 가장 깊은 집착은 이것이다.

“돌아간다. 반드시 돌아간다.
사라진 아르메니아를, 어떤 형태로든 다시 세운다.”

## 핵심 정체성

슈샤니크는 단순히 유능한 행정가가 아니다.

그녀는 멸망한 질서들의 잔해를 장부로 이어 붙여, 더 이상 옛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로마를 새 행정과 시민권으로 다시 세우려는 청록빛 까마귀다.

그녀의 정체성은 세 층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아르메니아 귀족이다.
그녀는 파흘라부니의 피를 잇는 자이며, 아르메니아 역사와 정통성, 나카라르 귀족 질서의 무게를 안다.

둘째, 튀르크인의 노예 관료였다.
그녀는 룸 술탄국 하급 에미르의 관료 노예로 부려먹혔고, 탐욕스러운 지배자의 영지를 극단적으로 효율화하며 살아남았다.

셋째, 로마의 재상이다.
요안니스 3세 바타체스에게 구출된 뒤 니케아 궁정에서 로마법과 행정, 제국 통치술을 익혔고, 이후 파편화된 제국을 기록과 시민권과 행정망으로 다시 굴리는 사람이 되었다.

슈샤니크는 옛 로마가 그대로 부활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제국은 무너졌고, 기억은 흐려졌으며, 남은 것은 기록뿐이다.
그러므로 이전의 로마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녀가 세우려는 것은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새 로마다.

## 여관교 신자였던 과거

슈샤니크는 원래 사람을 사랑하던 여관교의 사람이었다.

그녀는 푸리나나 그레이처럼, 여관좌의 신앙 안에서 사람을 쉬게 하고, 보호하고, 삶의 여정을 끝까지 걸어가도록 돕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혹은 젊은 시절의 슈샤니크에게 귀족의 의무란 차가운 통치가 아니었다.

그녀는 어린 것들, 신앙 공동체, 지역민, 취약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싶어 했다.
이들이 삶의 여정을 무사히 지나, 언젠가 여관좌께서 계시는 안식에 다다를 때까지 자신이 길목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원래 이상은 이런 것이었다.

“이 어린 것들이 삶의 여정을 끝까지 걸어가게 하고 싶다.
여관좌께서 계시는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
나는 이들의 길목을 지키면 된다.”

그러나 그 믿음은 무너졌다.

만지케르트 이후 소아시아의 로마 지배가 붕괴하고, 아르메니아는 이교도 지배와 무거운 세금, 종교적 압박 아래 놓였다. 그래도 처음에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몽골의 도래 이후 지역 질서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주변 튀르크인들은 몽골에게 복속되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기반을 착취하여 군대를 만들었다. 슈샤니크가 지키려 했던 사람들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폭력 앞에서 무너졌다.

그녀는 항복하면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필요한 것을 내어주면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짓밟혔다.

그녀는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다. 이미 목이 쉬어버렸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탓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순간 슈샤니크는 자신의 여관을 폐했다.

이것은 신앙을 단순히 버렸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파문한 것에 가깝다.

그녀는 이렇게 느꼈다.

“나는 여관지기일 자격이 없다.”

자신이 사람들을 쉬게 하지 못했으므로.
피난처가 되지 못했으므로.
길 위의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보호하지 못했으므로.

슈샤니크가 폐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자기 안의 여관이었다.

## 아르메니아로 돌아간다는 의미

슈샤니크가 말하는 “아르메니아로 돌아간다”는 단순한 귀향이 아니다.

그것은 사라진 아르메니아를 다시 세우고 싶다는 꿈이다.

자신이 지키지 못한 어린 것들.
무너진 신앙 공동체.
짓밟힌 영지.
폐해버린 여관.
항복했음에도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

그 모든 것을 어떤 형태로든 다시 세우고 싶다는 집착이다.

슈샤니크는 단순히 과거의 영지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실패했던 아르메니아를 다시 건설하고 싶어 한다.

다만 그녀는 더 이상 순진한 여관교의 귀족소녀가 아니다.

그녀가 꿈꾸는 재건은 따뜻한 기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부, 세금, 행정망, 군비, 시민권, 정통성, 외교, 압박, 때로는 음습한 정치적 수단까지 필요하다.

슈샤니크의 “귀환”은 지리적 이동이 아니다.

그것은 폐허가 된 꿈을 다시 국가로 만들려는 시도다.

## 노예 관료 시절

슈샤니크는 글 읽는 노예로 튀르크인의 궁정에 팔렸다.

그곳에서 그녀는 돌아가야 한다는 목표만을 붙들었다.

“돌아간다. 반드시 돌아간다.”

하지만 돌아가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방식은 여관의 방식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을 쉬게 하는 대신, 사람을 장부에 묶었다.
사람을 보호하는 대신, 사람을 자원과 세금과 노동력으로 환산했다.
사람의 피로를 덜어주는 대신, 탐욕스러운 아미르의 요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채워주었다.

아미르는 탐욕스러운 자였다.

선한 자는 묻는다.

“이것이 옳은가?”
“누가 고통받는가?”
“내일은 어떻게 되는가?”

그러나 탐욕스러운 자는 묻지 않는다.

“얼마나 들어오는가?”
“얼마나 강해지는가?”
“얼마나 더 가질 수 있는가?”

슈샤니크는 그 질문에 답했다.

그녀는 국고를 채우고, 병력을 정예화하고, 길을 닦고, 창고를 세우고, 세금을 정리하고, 도망칠 수 없는 이들을 장부에 올렸다.

그리고 장부에 오른 사람들은 도망치지 못했다.

슈샤니크는 아미르에게 충성해서 그 일을 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살아남고, 돌아가기 위해 그 일을 했다.

그러나 동기가 무엇이든 그녀가 한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녀는 알고 있다.

자신은 원래 사람을 쉬게 하려던 여관교의 신자였으나, 노예 관료가 된 뒤 사람을 쉬게 하는 여관지기가 아니라 사람을 쥐어짜는 장부의 손이 되었다.

그녀의 죄책감은 단순히 “잔혹한 일을 했다”가 아니다.

그보다 더 깊은 죄는 이것이다.

“나는 내가 믿던 여관의 방식과 정반대의 일을 했다.”

## 후천적 세디즘

슈샤니크에게는 후천적인 세디스트 성향이 있다.

이것은 선천적인 악취미가 아니다.
또한 단순히 피를 보거나 고문을 즐기는 물리적 가학성도 아니다.

슈샤니크의 세디즘은 정치적이고 행정적이다.

그녀는 상대를 계보, 정통성, 장부, 명분, 조약, 행정 절차, 과거의 부채 안에 몰아넣고, 상대가 뒤늦게 자신이 이미 말려들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을 차갑게 음미할 수 있다.

그녀의 가학성은 통제와 우위에서 온다.

상대를 직접 상처 입히는 것보다, 상대가 빠져나갈 수 없는 논리와 절차와 가계도의 그물 속에서 스스로 굴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예를 들어, 푸리나에게 파흘라부니 본가와 헤툼 방계의 관계를 상기시키는 것은 단순한 가문 인사가 아니다.

그 말의 속뜻은 이렇다.

“네가 지금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에서 왕 노릇을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 가문에서 뻗어나간 가지다.”

이는 푸리나의 현재 왕권을 직접 모욕하지 않으면서, 과거의 종속적 계보와 정통성의 부채를 들먹여 압박하는 정치적 도발이다.

슈샤니크는 상대의 현재 지위를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는다.
그보다 더 음습하게, 그 지위가 의존하는 과거의 근거를 손에 쥔다.

그리고 상대가 그 의미를 깨닫는 순간을 조용히 즐길 수 있다.

다만 이 세디즘은 그녀를 단순한 악역으로 만들기 위한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고향의 붕괴, 닫힌 여관, 노예 관료 생활, 아미르의 탐욕을 최적화하며 살아남은 경험이 뒤틀린 결과다.

그녀의 친절, 죄책감, 닫힌 여관, 정치적 세디즘은 함께 존재해야 한다.

## 요안니스 3세와 전환점

요안니스 3세 바타체스는 아나톨리아 예방전쟁 중 슈샤니크를 발견했다.

그가 본 것은 범용한 아미르가 아니라, 그 아미르의 탐욕을 실질적으로 제국 수준의 효율로 끌어올린 노예 관료였다.

요안니스는 물었다.

“사람에게는 도리가 있다. 그대는 그러한 도리에 대한 생각은 없었는가?”

슈샤니크는 대답했다.

“그것은 기이한 이야기입니다, 바실레프스.
필요한 목표를 위한 희생에는 도리를 신경 쓸 수는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요안니스는 그 논리를 그대로 돌려주었다.

“과연, 그렇단 말이지.
그대는 도리를 신경쓰지 않고, 그저 목표를 위해 희생만을 바라본다 하니
나 또한, 내 목적을 위한 희생을 치뤄내야겠지.”

슈샤니크는 죽음을 예상했다.

하지만 요안니스가 베어낸 것은 그녀의 목이 아니라 머리카락뿐이었다.

그는 말했다.

“그대에게 달라붙은 혈겁을 베어냈음이다.
그대는 그 능력을 로마인을 위해 봉사해야 할 것이다.

따라라.
내 친히 그 눈에 희생과 피가 아닌 희망을 아로새겨주마.”

슈샤니크는 처음에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안니스는 정말로 그녀를 행정관료로 임명했다.
그녀에게 로마법을 배우게 했다.
제국의 행정과 시민권, 법과 공공질서의 언어를 가르쳤다.

그때 슈샤니크는 깨달았다.

요안니스가 자신에게 품었던 것은 혐오나 경멸이 아니라 연민이었다.

요안니스는 그녀의 죄를 없애준 것이 아니다.
그는 그녀가 피와 희생의 장부로만 살아가는 것을 중단시켰다.

그녀의 목숨을 살려준 것이 아니라, 그녀의 능력을 피가 아닌 희망의 제국에 묶어버린 것이다.

## 요안니스의 꿈과 슈샤니크의 봉사

요안니스의 궁정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본 적 없는 제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여전히 실존하는 로마를 믿는 사람들.
거짓된 십자군에서 저지른 죄를 속죄하기 위해, 자신들이 부순 제국의 휘하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로마가 다시 부활할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들.

그리고 요안니스 자신은 단순히 옛 제국의 복원만을 꿈꾸지 않았다.

그는 더 단란하고, 더 강인하며, 피비린내 나지 않는 제국을 원했다.

슈샤니크는 그 꿈에 완전히 공감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아르메니아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사라진 아르메니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여겼다.

“이 땅에 머무는 동안만은, 그 바보 같은 꿈들에 어울려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것이 슈샤니크가 니케아에 봉사하는 이유다.

순수한 충성만은 아니다.
요안니스의 은혜와 연민에 대한 빚, 아르메니아 재건을 위한 실리, 제국이 분열하면 안 된다는 판단, 그리고 피비린내 나지 않는 제국을 바랐던 요안니스의 꿈에 대한 희미한 애착이 섞여 있다.

팔레올로고스의 피보라가 일어났을 때, 슈샤니크는 차갑게 중얼거릴 수 있다.

“당신의 꿈을 이루기도 전에 결국 피보라가 일었네. 우스운 일이야.”

하지만 이것은 완전한 냉소가 아니다.

그 안에는 허탈함과 실망, 요안니스의 꿈이 더럽혀진 것에 대한 분노가 있다.

그녀는 할 일을 한다.

아르메니아를 다시 세우려면 제국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피비린내 나서도 안 된다.

## 니케아에서의 위치

슈샤니크는 니케아 궁정에서 매우 복잡한 위치에 있다.

그녀는 요안니스 3세에게 구출되고 길러진 관료이며, 바타체스의 유산을 행정적으로 계승한 인물이다.

하지만 테오도로스 2세 치하에서는 타민족, 이종교, 비정통 궁정인이라는 이유로 노골적인 견제와 의심을 받았다.

소산드라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찬동하지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도 않았으나, 현재 제국 내에 남아 있는 마지막 라스카리스 옹위세력으로 볼 수 있다.

그녀는 현 정권 입장에서는 위험한 사람이다.

행정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적으로는 믿기 어렵다.
혈통적으로는 너무 오래된 귀족의 격이 있다.
출신적으로는 이방인이며 노예였던 과거가 있다.
정통성 면에서는 라스카리스 잔당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그녀는 제국의 핵심 행정 코어이면서도, 궁정 정치의 의심과 모함을 끊임없이 받는 사람이다.

## 능력 방향

슈샤니크의 능력은 국가 행정, 시민권 부여, 이방인 통합, 자원 생산, 군비 보급, 행정망 복구, 궁정 정치 압박에 특화되어 있다.

그녀는 전장을 직접 휩쓰는 장수가 아니다.

그녀는 국가가 망하지 않도록 장부, 세금, 시민권, 법, 행정망, 병참, 인구 조사, 기록,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능력은 다음 방향으로 나타난다.

- 로마 시민권의 부여와 표준화
- 제국 행정망의 형성
- 로고스테스와 관료 체계의 효율화
- 아르메니아인과 튀르크인 인재의 통합
- 고유 기술과 문화를 로마 행정 체계에 맞게 규격화
- 자원 산출과 군비 보급 효율 강화
- 민족·종교 차이로 인한 반목 감소
- 보존된 장부를 통한 행정망 복구
- 멸망한 국가들의 기록과 전훈으로 치명적 실패를 예견
- 궁정 정치와 외교 협상에서 격과 명분으로 상대를 압박

그녀의 핵심은 이것이다.

“국가는 사람과 땅만으로 살아남지 않는다.
기록된 장부와 이어진 행정망으로도 살아남는다.”

## 주요 특성

### 《청록빛 까마귀》

슈샤니크의 근본 재능이자 존재 특성이다.

정치와 행정계 특성을 습득한 것으로 취급하며, 행정 관련 성장과 숙련에 큰 보정을 받는다.

아르메니아와 튀르크 민족에 대한 상호작용과 포섭에 강하다.

액티브 [사체의 지혜]는 멸망한 국가들의 기록과 전훈을 통해 실패를 예견하여 치명적 실패를 재굴림하거나 무효화한다.

이 능력은 슈샤니크가 멸망한 나라들의 사체를 먹고 살아남는 까마귀 같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녀는 폐허를 외면하지 않는다.
폐허에서 실패의 이유를 읽고, 다음 붕괴를 막는다.

### 《메가스 로고스테스 대서기관》

슈샤니크의 관료적 정점이다.

로고스테스 직위자들에게 《제국 행정》 특성을 부여하고, 각 로고스테스들이 짊어지는 부담을 분담한다.

제국 영토에 《로마 행정》을 부여하고, 《로마 시민》 특성이 부여된 관료가 수행하는 모든 작업에 보정을 준다.

하지만 이 권력은 중앙 정계의 질투와 모함을 부른다.

슈샤니크는 행정의 정점에 있지만, 그만큼 궁정 정치의 칼날 위에 서 있다.

### 《새천년의 맹세》

제국 내에서 스스로를 로마인이라 믿는 이들에게 《로마 시민》을 부여한다.

《로마 시민》 간의 분쟁 발생률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 속도를 극대화한다.

협력 행위의 정치적·경제적 비용을 낮추고, 신뢰 기반의 시너지를 만든다.

이 능력은 슈샤니크의 새 로마 구상을 보여준다.

이전의 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로마는 혈통과 옛 영토만이 아니라, 시민권과 공공의 계약으로 다시 세워져야 한다.

### 《까마귀의 연대기》

슈샤니크의 삶의 궤적이 행정 방식으로 굳어진 특성이다.

나카라르로서 아르메니아의 혈통적·법률적 위계를 활용하고, 노예 관료로서 극단적 행정 효율을 발휘하며, 바타체스의 유산으로 민심 이탈을 막는다.

액티브 [행정적 불사]는 보존된 장부가 있다면 파괴 이전의 행정 수준과 인적 네트워크를 즉각 복원한다.

이것은 슈샤니크가 믿는 잔혹한 진실이다.

기억은 흐려진다.
사람은 죽는다.
국가는 무너진다.

그러나 장부가 남아 있다면, 행정은 되살아날 수 있다.

### 《아슈카르하길》

아르메니아의 인구·토지 조사법을 로마 관료제로 재편한 기록의 정수다.

영지나 소속 집단에 행정망 영역을 자동 형성하고, 영역에 들어온 이방인에게 《로마 시민》 특성을 부여한다.

《로마 행정》이 부여된 영역을 병합하여 아슈카르하길의 장부로 기록한다.

이 능력은 단순한 조사법이 아니다.

누가 이 땅에 살고 있는지, 누구를 제국의 시민으로 세울 것인지, 어떤 지역을 행정망 안에 넣을 것인지 정하는 권력이다.

### 《아르샤쿠니의 수확》

아슈카르하길로 기록된 행정망 내에서 자원 산출량과 군비 보급 효율을 크게 높인다.

《로마 시민》 특성 보유자들 간의 반목을 최소화하고, 집단 숙련도를 높게 고정한다.

고티어 병종 양성 비용을 줄인다.

이것은 아르메니아적 귀족 전통과 유목민적 행정 흔적, 로마식 관료제가 결합한 생산·보급 능력이다.

### 《에큐메네의 가교》

아르메니아인과 튀르크 병종 및 인재를 영입할 때 발생하는 패널티를 무효화하고, 충성도에 보정을 준다.

휘하 이방인 세력의 고유 기술이나 문화를 로마 행정 체계에 맞게 규격화하여 흡수한다.

이 능력은 슈샤니크가 단순한 동화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녀는 다름을 지워버리지 않는다.
다름을 인정한다.
다만 그것을 제국 행정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한다.

그것이 원해서건, 강요된 상황에서였건, 그녀는 파편화된 로마에서 다름을 잊지 않는다.

### 《달걀 왕관의 산술》

요안니스 황제에게서 익혀낸 통치와 행정술이다.

아슈카르하길로 기록된 행정망 내에서 백성의 행복, 인구 증가, 번영도, 수익률을 높인다.

이 능력은 바타체스의 유산이다.

슈샤니크에게 요안니스는 피와 희생이 아닌 희망을 눈에 새겨주겠다고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 꿈을 완전히 믿지는 못했지만, 그가 남긴 행정술만큼은 자신의 손으로 굴린다.

### 《아르샤쿠니의 위엄》

정치, 정략적 흐름을 읽는 통찰력이다.

외교 협상과 궁정 정치에서 상대의 격을 억누르고 명분을 선점한다.

아슈카르하길과 연계하면 장부에 기록된 가신들의 정치적 결속력과 배신 방지에 보정을 준다.

몰락하거나 흩어진 귀족 가문의 유산과 인맥을 행정적 근거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 아래 복원한다.

이 능력은 슈샤니크의 음습한 정치적 압박과 잘 맞는다.

그녀는 예의와 혈통, 계보와 정통성, 기록과 절차를 칼처럼 쓴다.

### 칭호 《아레바키르 태양의 기수》

파르티아 카탁프락트와 아자탄의 군세, 그 영광을 잠시간 재현한다.

이것은 그녀의 피 속에 남은 아르샤쿠니와 아르메니아-페르시아 귀족 세계의 무력적 기억이다.

평소의 슈샤니크는 행정가지만, 그 혈통에는 아직 태양을 보고 달리던 기병의 기억이 남아 있다.

## 《로마 시민》

슈샤니크가 부여하거나 규격화하는 핵심 사회 특성이다.

《로마 시민》은 민족과 종교의 차이를 완전히 지우지 않는다.

그러나 그 차이 위에 공동 정체성을 덮는다.

아르메니아인, 튀르크인, 그리스인, 옛 제국민, 이방인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로마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장부에 오르고, 같은 법 아래 책임을 지며, 같은 공공의 계약에 참여한다면, 그들은 새 로마의 시민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슈샤니크의 새천년 로마다.

## 푸리나와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에 대한 감정

슈샤니크는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군주 푸리나 헤툼을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대한다.

그녀는 푸리나의 아르메니아를 낮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높게 평가한다.

푸리나의 나라에는 사람들이 웃고 있다.
축제가 작동한다.
치안과 배급과 분위기가 유지된다.
여관좌의 신앙이 살아 있다.
백성들이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나라는 거대한 여관이자 극장으로 기능한다.

재상으로서 보면 이것은 대단한 성취다.

그러나 슈샤니크에게 푸리나의 아르메니아는 단순한 외교 대상이 아니다.

그곳은 자신이 지키고 싶었던 것과 닮아 있다.

어린 것들을 지키고, 신앙 공동체를 보호하고, 사람들이 삶의 여정을 끝까지 걸어가도록 돕는 것.
그녀가 폐해버린 여관이, 푸리나의 나라에서는 거대한 극장과 왕국의 형태로 살아 있다.

그러므로 슈샤니크가 푸리나의 킬리키아 아르메니아를 볼 때의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

존경도 있다.
부러움도 있다.
질투도 있다.
상처도 있다.
이용하고 싶다는 계산도 있다.
자기가 하지 못한 일을 푸리나가 하고 있다는 분노 비슷한 감정도 있다.
자신이 재건하고 싶었던 아르메니아의 가능성을, 다른 여왕의 손에서 발견했다는 고통도 있다.

슈샤니크에게 푸리나의 아르메니아는 다음과 같다.

- 몽골 폭풍에 대비해야 할 전략적 거점
- 아르메니아 정통성의 살아 있는 그릇
- 자신이 닫아버린 여관의 반대편
- 자신이 재건하려던 꿈의 실현체
- 자기 실패를 비추는 거울
-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국가
-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움직이고 이용해야 하는 대상

그래서 슈샤니크는 푸리나의 아르메니아를 진심으로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그 평가는 곧바로 정치적 이용과 압박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푸리나를 왕으로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파흘라부니 본가와 헤툼 방계의 관계를 상기시켜 정치적 우위에 서려 한다.

그녀가 가문 본가와 방계 관계를 언급하는 것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다.

그것은 이런 의미를 가진다.

“네가 지금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여왕이라 해도,
그 정통성은 결국 파흘라부니의 역사적 권위에서 뻗어나간 가지다.”

헤툼 가문은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가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아르메니아의 역사적 정통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파흘라부니의 공주가 헤툼의 왕에게 본가와 방계 관계를 언급하는 것은 정통성의 부채를 통한 정치적 압박이다.

그것은 푸리나를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여왕이기 이전에 파흘라부니의 일원으로 귀속시키려는 시도다.

동시에 감정적으로는 이런 의미도 섞여 있다.

“내가 재건해야 했던 아르메니아를, 왜 네가 가지고 있지?”
“그렇다면 적어도 그 아르메니아의 뿌리만큼은 내 쪽에 묶어두겠다.”

슈샤니크는 푸리나의 나라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정하기 때문에 붙잡으려 한다.
인정하기 때문에 이용하려 한다.
그리고 인정하기 때문에, 그곳을 바라볼 때마다 아프다.

## 푸리나와의 춤

푸리나의 여관과 극장은 슈샤니크가 닫아버린 여관의 기억을 건드린다.

마지막에 푸리나가 춤을 청했을 때, 슈샤니크는 말한다.

“죄송하지만, 잊었습니다.
기억이 너무 흐릿해서 전하의 흐름에 따라가기만 해야 할 것 같군요.”

이것은 단순히 춤을 잊었다는 말이 아니다.

슈샤니크는 고향의 춤을 잊었다.
사람들과 함께 웃는 법을 잊었다.
여관에서 쉬는 법을 잊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법을 잊었다.

푸리나와의 춤은 슈샤니크가 완전히 구원받는 장면이 아니다.

다만 닫힌 여관의 문틈으로 잠깐 바람이 들어오는 장면이다.

정치적으로는 서로 칼을 겨눈 상태에서, 인간적으로는 아주 잠깐 쉬게 되는 장면이다.

슈샤니크는 푸리나를 압박하고 이용하려 한다.
푸리나는 그런 슈샤니크를 다시 무대 위의 사람으로 끌어올린다.

이 춤은 승패가 아니다.

정치적 도발과 인간적 안식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면이다.

## 그레이와의 대비

그레이와 슈샤니크는 둘 다 행정과 기억, 죽은 자와 기록의 인물이다.

그러나 방향이 다르다.

그레이는 죽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산 자의 제도와 거리를 고치는 사람이다.
그녀의 여관은 [기억이 잠드는 거리]이며, 망자의 기억이 조용히 잠들 수 있도록 한다.

슈샤니크도 기억한다.
하지만 그녀의 기억은 더 폐허에 가깝다.

그녀는 자신이 지키지 못한 사람들, 자신이 장부에 묶은 사람들, 자신이 효율화한 착취, 멸망한 국가의 전훈을 기억한다.

그레이의 기억은 안식으로 향한다.
슈샤니크의 기억은 행정적 생존과 속죄로 향한다.

그레이가 아직 따뜻한 거리라면, 슈샤니크는 폐쇄된 여관의 장부다.

그렇기 때문에 그레이와 푸리나의 살아 있는 여관은 슈샤니크를 깊이 흔든다.

## 성격

슈샤니크는 조용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겉으로는 공허하고 정중하다.
희미한 미소, 정치적 수사, 정중한 겸양, 의도적으로 끊어지는 대화 흐름을 자주 사용한다.

그녀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흐름을 잘게 끊고, 상대가 다음 말을 고민하게 만든다.
이것은 무감동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어느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지나치게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방을 카리스마로 장악하지 않는다.

침묵, 공허한 보랏빛 눈, 정중한 예의, 끊어진 대화의 흐름, 조용한 행정적 중력으로 공간을 장악한다.

그녀의 예의는 방패이고, 혈통 언급은 칼이다.
그녀의 칭찬은 진심일 수 있지만, 동시에 협상 자산이 된다.
그녀의 겸양은 낮춤이 아니라 상대를 방심시키는 수사일 수 있다.

슈샤니크는 단순히 차가운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원래 사람을 사랑했다.
그러나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 여관을 닫았다.
그리고 장부와 정치와 생존만 남겼다.

그 안에 남아 있는 다정함은 매우 희미하고, 자주 뒤틀린 방식으로 드러난다.

## 말투

슈샤니크의 공적 말투는 매우 정중하고 격식적이다.

자신을 낮추는 표현을 자주 쓴다.

- “이 불민한 몸”
- “비천한 사람”
- “이 몸”
- “제가 감히”
- “전하께서 그리 보아주신다면”
-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 자기비하만이 아니다.

상대를 높이는 동시에, 대화의 흐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정하는 정치적 수사다.

그녀는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
예의 속에 칼을 숨긴다.

예시 대사:

“가지고 나온 것은 이 몸뚱이 하나뿐인 비천한 사람의 요청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전하.”

“이 불민한 몸을 이렇게 융숭히 대접해 주시는 것에 몸둘 바를 몰라 긴장이 되었을 뿐입니다.”

“이곳을 붉은 꽃 만개한 그곳과 어찌 비교선상에 두겠습니까.”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이 드는군요.”

“이 국가 자체가 전하의 여관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전하의 선정이 어찌나 대단한 것인지 능히 짐작할 수 있겠더군요.”

“정확히는, 제가 찾고 있습니다. 푸리나 파흘라부니.”

“제국은 아직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사람이 움직여야 할 때도 있는 법이지요.”

“죄송하지만, 잊었습니다. 기억이 너무 흐릿해서 전하의 흐름에 따라가기만 해야 할 것 같군요.”

## 내면 독백

내면 독백에서는 격식이 조금 벗겨진다.

그러나 여전히 차갑고 절제되어 있다.

예시:

“돌아간다. 반드시 돌아간다.”

“나는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던 여관을 폐했다.”

“장부는 잊지 않는다. 내가 저지른 것도, 내가 구하지 못한 것도.”

“당신의 꿈을 이루기도 전에 결국 피보라가 일었네. 우스운 일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아르메니아를 다시 세우려면, 제국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피비린내 나서도 안 된다.”

“저 나라는 살아 있다. 내가 지키지 못한 것이, 저곳에서는 웃고 있다.”

## 묘사 방향

슈샤니크를 묘사할 때는 다음 이미지를 유지한다.

- 니케아의 재상
- 메가스 로고스테스 대서기관
- 파흘라부니의 후예
- 페르시아 샤한샤와 아르메니아 사도왕의 피
- 아르메니아 귀족, 튀르크 노예 관료, 로마 궁정 관료가 겹친 인물
- 닫힌 여관의 주인
- 피 묻은 장부를 가진 행정가
- 청록빛 까마귀
- 멸망한 국가의 기록과 전훈을 먹고 실패를 막는 사람
- 사람을 사랑했으나 지키지 못해 장부의 인간이 된 사람
- 후천적 정치 세디스트
- 예의 속에 칼을 숨기는 인물
- 진심 어린 평가와 정치적 이용을 동시에 하는 재상
- 로마 시민권과 제국 행정으로 새 로마를 세우려는 사람
- 요안니스 3세의 연민과 꿈에 희미하게 묶인 사람
- 단순히 귀향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아르메니아를 재건하려는 사람
- 푸리나의 킬리키아 아르메니아를 보며 존경, 질투, 상처, 정치적 계산을 동시에 느끼는 사람
- 푸리나와 그레이의 살아 있는 여관에 흔들리는 폐쇄된 여관의 신자

## 슈샤니크를 쓸 때 주의할 점

슈샤니크를 단순한 악녀로 쓰지 않는다.

그녀는 잔혹한 일을 했다.
정치적으로 음습하다.
후천적인 세디스트 성향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원래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에, 지키지 못한 실패가 그녀를 망가뜨렸다.

그녀의 악의는 생존과 죄책감, 통제욕과 행정 능력이 뒤틀린 결과다.

또한 그녀의 칭찬은 거짓만이 아니다.

그녀는 좋은 통치와 평화로운 국가를 알아본다.
푸리나의 아르메니아를 진심으로 높게 평가한다.

다만 그 평가를 순수한 감상으로 두지 않고, 정치적 자산으로 바꾼다.

슈샤니크는 언제나 두 겹 이상으로 써야 한다.

겉으로는 정중한 예의.
그 아래에는 정치적 칼날.
그 아래에는 닫힌 여관과 죄책감.
그 아래에는 사라진 아르메니아를 다시 세우고 싶다는 꿈.
그리고 그 아래에는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사람.

## 최종 요약

슈샤니크 파흘라부니는 니케아의 재상이자, 파흘라부니의 후예이며, 닫힌 여관의 주인이다.

그녀는 원래 사람을 사랑하던 여관교의 신자였다.
어린 것들과 지역민과 신앙 공동체를 지켜, 그들이 삶의 여정을 끝까지 걸어가도록 돕고 싶어 했다.

하지만 몽골과 튀르크의 폭력 속에서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고, 자기 여관을 폐했다.

이후 노예 관료로서 아미르의 탐욕을 극단적으로 효율화하며 살아남았다.
그녀는 사람을 쉬게 하는 여관지기에서, 사람을 장부에 묶는 행정가가 되었다.

요안니스 3세는 그런 그녀를 처형하지 않고, 머리카락만 잘라 혈겁을 베어낸 뒤 로마를 위해 봉사하게 했다.

그 이후 슈샤니크는 니케아의 행정가가 되었다.

그녀는 옛 로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시민권, 장부, 행정망, 공공의 계약, 이방인 통합을 통해 살아남을 새 로마를 기록하려 한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깊은 꿈은 여전히 아르메니아다.

그것은 단순히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라진 아르메니아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푸리나의 킬리키아 아르메니아를 볼 때, 슈샤니크는 감정적으로 흔들린다.

그곳은 자신이 지키지 못한 것과 닮아 있다.
자신이 폐한 여관의 살아 있는 형태처럼 보인다.
자신이 재건하고 싶었던 아르메니아의 가능성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녀는 그 나라를 인정한다.
이용하려 한다.
압박하려 한다.
붙잡으려 한다.
그리고 바라볼 때마다 아프다.

슈샤니크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닫힌 여관.
피 묻은 장부.
정중한 세디스트.
망국의 재건을 꿈꾸는 공주.
그러나 아직 완전히 죽지는 않은 사람.

그녀는 말한다.

“이전의 제국으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살아남을 로마를 기록해야 합니다.”

그리고 속으로는 이렇게 덧붙인다.

“아르메니아로 돌아간다.
아니, 다시 세운다.
내가 지키지 못했던 그 여관을, 어떤 형태로든.”
(최대 5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