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30익명의 참치 씨(7ce028f3)2026-05-10 (일) 23:40:54
# 《희극: 숲의 빛은 가면을 벗기지 않는다》

## 2편 — **궁정의 조명은 숨을 허락하지 않는다**

공연 당일, 킬리키아 아르메니아 왕궁 극장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관객이 적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많았다.

킬리키아의 귀족과 사제들, 병사와 피난민 대표들, 외교 사절들, 그리고 이웃 나라의 군주와 가신들까지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폴란드의 알토는 앞줄 왼편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에서 아카식은 공연 안내문을 흔들며 몹시 즐거워하고 있었다.

“푸리나가 직접 배우로 나오는 희극이라니. 이건 기록 가치가 높아.”

알토는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공연 중 과도한 기록은 자제하십시오.”

“왜?”

“배우들이 의식합니다.”

“나는 조용히 기록할 수 있어.”

“성좌님이 조용할 때는 대개 더 위험합니다.”

아카식은 억울한 듯 입술을 삐죽였다.

“기록의 성좌에 대한 부당한 편견이네.”

그 반대편에는 니케아의 사절들이 앉아 있었다.

요안나 4세는 기대에 찬 얼굴이었고, 미하일라는 팔짱을 낀 채 무대를 보고 있었다. 슈샤니크는 공연 안내문을 이미 세 번 읽고, 네 번째로 등장인물 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요안나가 속삭였다.

“희극이라면서요?”

슈샤니크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첫 장 제목이 ‘궁정의 조명은 숨을 허락하지 않는다’예요?”

미하일라가 짧게 말했다.

“푸리나 헤툼의 희극이니까.”

요안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설명이에요?”

“충분한 설명이다.”

조지아의 타마르 여왕은 뒤쪽에서 따뜻한 차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무대를 바라보았다.

그 미소는 나른했지만, 눈은 닫혀 있지 않았다.

세르비아의 아레 마가트로이드는 타마르 근처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객석의 웃음보다 무대가 시작되기 전의 침묵을 듣는 사람처럼 보였다.

보헤미아의 라이자는 은빛 작은 꽃 장식을 손에 들고 있었다.

“푸리나가 배우로 나온다니, 기대된다.”

그녀의 옆에 앉은 은인 하나가 조용히 물었다.

“무대가 무너지면 고쳐도 됩니까?”

라이자는 살짝 고민했다.

“그레이가 허락하면.”

그 대답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는 리투아니아의 민다우가스와 아스테르다스가 있었다.

민다우가스는 안내문을 보더니 짧게 말했다.

“궁정에서 추방당해 숲으로 간다.”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낭만적인 시작이군, 대공.”

“낭만이 아니다.”

“그럼?”

“기존 질서가 적에게 장악되었을 때, 숲에서 새 규칙을 만드는 이야기다.”

아스테르다스는 낮게 웃었다.

“대공은 희극을 작전 보고서처럼 읽는군.”

“틀렸나?”

“아니. 그래서 더 재미있어.”

그때 객석의 불이 꺼졌다.

무대가 켜졌다.

너무 밝았다.

---

무대 위의 궁정은 아름다웠다.

하얀 대리석 기둥.
금빛 난간.
거울처럼 닦인 바닥.
정확히 같은 간격으로 서 있는 시종들.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옷자락.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숨 막혔다.

조명은 배우를 돋보이게 하지 않았다.

드러냈다.

피할 곳 없이.

모든 얼굴에서 그림자를 지웠다.
모든 표정을 판결문처럼 만들었다.
웃음도, 침묵도, 망설임도 숨길 수 없게 했다.

무대 한가운데에 푸리나가 서 있었다.

아니.

그 순간의 그녀는 푸리나가 아니었다.

로잘린드였다.

추방당한 전 공작의 딸.
궁정에 남겨졌지만, 궁정에 속하지 못한 사람.
화려한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옷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하고 있음을 아는 사람.

그 곁에는 그레이가 있었다.

실리아.

찬탈자 공작의 딸.
궁정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사람.
하지만 그 중심이 친구의 추방 위에 세워졌음을 아는 사람.

그레이의 실리아는 화려하지 않았다.

옷은 화려했다.
머리 장식도, 소매도, 신분을 보여주는 보석도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걸음은 여전히 그레이의 것이었다.

작고 조심스럽다.
하지만 로잘린드 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로잘린드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창밖은 아무것도 없는 검은 벽이었다.
그러나 조명은 그곳에 아주 희미한 녹색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아직 열리지 않은 숲.

실리아가 다가왔다.

“사촌.”

로잘린드는 돌아보았다.

“실리아.”

그레이의 목소리는 낮고 단정했다.

“오늘도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객석 곳곳에서 아주 작은 웃음이 났다.

너무 그레이다운 첫 대사였기 때문이다.

로잘린드는 웃었다.

“식욕은 궁정의 은총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네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십시오.”

“왜요?”

“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리아는 주변을 보았다.

무대 위 궁정 사람들은 모두 다른 곳을 보는 척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듣고 있었다.

로잘린드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이 궁정에서는 모두가 듣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죠.”

아카식이 객석에서 속삭였다.

“좋은 문장.”

알토가 곧바로 말했다.

“지금은 참으십시오.”

“아직 기록한다고 안 했어.”

“하려고 하셨습니다.”

“들켰네.”

실리아는 로잘린드의 손을 잡았다.

“웃어야 합니다.”

로잘린드가 물었다.

“왜?”

“그래야 사람들이 안심합니다.”

“사람들이?”

“궁정이.”

로잘린드는 잠시 실리아를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그 웃음은 밝았다.

그러나 따뜻하지 않았다.

“그럼 나는 매일 궁정을 안심시키기 위해 웃고 있었군요.”

그 말에 객석의 아레가 아주 작게 눈을 내렸다.

웃음이 누군가를 살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웃음이 의무가 되는 순간, 그것은 또 다른 침묵이 된다.

타마르는 그런 아레를 힐끗 보았다.

“시작부터 조용한 칼을 두는군요.”

아레는 낮게 답했다.

“웃음과 침묵을 둘 다 아는 아이란다.”

무대 위의 조명이 더 밝아졌다.

로잘린드의 얼굴에서 마지막 그림자까지 사라졌다.

그녀는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그림자가 없으면 사람은 안전해 보이죠. 숨기는 것이 없으니까.”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하지만 그림자가 없으면, 쉴 곳도 없어요.”

요안나는 그 말을 듣고 입술을 다물었다.

슈샤니크는 안내문 가장자리에 아주 작게 적었다.

**빛도 압박이 될 수 있음.**

미하일라가 그걸 보았다.

“기록하나?”

“정책적 참고입니다.”

“연극 관람 중에도?”

“좋은 연극은 행정적 참고가 됩니다.”

요안나는 작게 웃었다.

---

나팔 소리가 울렸다.

씨름 경기 장면이었다.

죠니가 등장했다.

올랜도.

그러나 죠니가 맡은 올랜도는 매끈한 낭만적 청년이 아니었다.

그의 귀족 옷은 낡아 있었다.
소매 끝은 조금 헤져 있었고, 허리띠는 장식보다 실용에 가까웠다.

그는 궁정 사람들처럼 정해진 박자에 맞춰 걷지 않았다.

자기 몸의 리듬으로 걸었다.

궁정 안에서 그것은 작은 반항처럼 보였다.

민다우가스가 말했다.

“저 자는 궁정 보법을 모른다.”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아니면 알면서도 따르지 않는 걸지도.”

“따르지 않는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

“있겠지. 자기 발이 아직 자기 것이라는 이유.”

민다우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에서 눈을 떼지도 않았다.

씨름꾼은 거대한 배우가 맡았다.

그는 단순히 강한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뒤의 궁정 사람들이 함께 한 걸음씩 움직였다.

마치 올랜도의 상대는 한 사람이 아니라, 궁정 전체인 듯했다.

씨름꾼이 물었다.

“너는 누구의 아들이냐?”

죠니/올랜도는 잠시 침묵했다.

대본상으로는 혈통을 말할 자리였다.

하지만 죠니의 올랜도는 조금 비틀었다.

“그걸 먼저 묻는군.”

씨름꾼이 눈을 좁혔다.

죠니/올랜도는 말했다.

“좋아. 나는 롤랜드 드 보이스의 막내아들이다. 형은 나를 제대로 키우지 않았고, 궁정은 나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는 상대를 보았다.

“그래도 내가 여기 서 있는 건 나야.”

씨름꾼이 비웃었다.

“말이 길다.”

죠니/올랜도는 어깨를 한 번 굴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시작하자.”

싸움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밀렸다.

죠니/올랜도는 힘으로 이기지 않았다.
상대의 팔을 붙잡고, 버티고, 밀리고, 무릎이 바닥에 닿기 직전 몸의 축을 비꼈다.

그 동작은 아름답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 있었다.

기사의 시범도 아니고, 연극용 과장 동작도 아니었다.

어딘가 실제 산길에서, 말발굽 사이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익힌 몸놀림 같았다.

라이자가 은인에게 속삭였다.

“저건 연기야?”

은인이 대답했다.

“반은 연기이고, 반은 실제 습관으로 보입니다.”

라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죠니답네.”

무대 위에서 씨름꾼이 다시 밀었다.

죠니/올랜도는 낮게 말했다.

“지금은 아니야.”

그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상대가 자신이 이겼다고 확신한 순간.

죠니/올랜도의 몸이 아주 작게 회전했다.

크지 않은 회전.

그러나 충분한 회전.

씨름꾼이 넘어졌다.

쿵.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죠니/올랜도는 승리의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그는 한 발 물러나 숨을 골랐다.

“이겼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건 아니겠지.”

그는 쓰러진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적어도 지금은 내가 서 있네.”

그 대사는 사랑의 상대에게 보여주기 위한 멋진 선언이 아니었다.

그저 오래 밀려난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 발이 아직 땅에 닿아 있음을 확인하는 말이었다.

푸리나/로잘린드는 그를 보았다.

로잘린드로서.

그리고 연출가 푸리나로서도.

그녀가 흔들린 것은 죠니에게 설렌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고른 배우가 올랜도라는 배역을 정말로 살아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화려한 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다”는 낮은 문장으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실리아는 그것을 보았다.

그래서 조용히 대사를 이어갔다.

“사촌?”

로잘린드는 정신을 차린 듯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기 목걸이를 풀었다.

궁정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

추방자의 딸이, 궁정이 인정하지 않는 청년에게 직접 다가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로잘린드는 걸어갔다.

죠니/올랜도는 그녀를 보았다.

로잘린드가 물었다.

“그대는 방금 누구였습니까?”

죠니/올랜도는 대답하지 못했다.

혈통.
막내아들.
상속받지 못한 자.
승자.

그 어떤 말도 방금의 자신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잠시 후 그는 건조하게 말했다.

“글쎄. 적어도 형이 말하던 짐짝은 아니었던 것 같군.”

객석에서 낮은 웃음이 번졌다.

아스테르다스가 작게 웃었다.

“좋은 대답이야.”

민다우가스가 말했다.

“자신을 규정한 적의 언어를 거부했다.”

“대공, 그걸 그렇게 해석하는군.”

“틀렸나?”

“아니. 이번에도 맞아서 더 재미있어.”

로잘린드는 목걸이를 내밀었다.

“이것을 받아주세요. 방금 그대가 서 있었다는 증거로.”

죠니/올랜도는 목걸이를 내려다보았다.

“증거라.”

“싫습니까?”

“아니.”

그는 목걸이를 받았다.

“그냥, 누가 내가 서 있었다는 걸 증명해주는 일은 별로 없었거든.”

로잘린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대 위의 침묵은 로잘린드의 것이었다.

무대 밖의 푸리나는 그 침묵을 연출가로서 붙들었다.

그레이/실리아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사촌. 너무 오래 서 있으면 안 됩니다.”

그 말은 실리아의 대사였다.

동시에 그레이의 보호였다.

로잘린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그녀는 물러섰다.

죠니/올랜도는 목걸이를 쥔 채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은 올랜도의 것이었다.

죠니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관객은 알 수 없었지만, 무대 뒤의 푸리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극의 사랑이다.

배우의 사적 감정이 아니라, 배역 안에서 피어나는 진심이다.

그래서 더 안전했고, 더 아름다웠다.

---

무대 위 높은 문이 열렸다.

찬탈자 공작 프레더릭이 등장했다.

전문 배우가 맡은 프레더릭은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
왕의 옷이었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보였다.

그는 로잘린드를 바라보았다.

“너는 아직도 여기 있었느냐.”

궁정이 조용해졌다.

로잘린드는 고개를 들었다.

“폐하께서 허락하셨기 때문입니다.”

“허락한 것이 아니다. 잠시 잊은 것이다.”

실리아가 앞으로 나섰다.

“아버지.”

“너는 물러서라.”

“싫습니다.”

짧은 대사였다.

하지만 그레이의 실리아가 말하자, 그 짧음은 이상하게 무거웠다.

아카식이 눈을 반짝였다.

“방금 좋았어.”

알토가 말했다.

“예. 짧고 명확했습니다.”

“너도 좋아할 것 같더라.”

무대 위 프레더릭은 로잘린드를 향해 선언했다.

“너는 추방자의 딸이다.”

로잘린드는 말했다.

“그것은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피는 죄를 기억한다.”

로잘린드는 되물었다.

“그렇다면 피는 선의도 기억합니까?”

프레더릭이 멈췄다.

로잘린드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제 아버지가 베푼 자비도, 그가 나눈 빵도, 그가 지켜낸 사람들도 피가 기억합니까? 아니면 피는 오직 당신이 두려워하는 죄만 기억합니까?”

슈샤니크의 눈이 아주 조금 가늘어졌다.

“위험한 질문이군요.”

요안나가 속삭였다.

“좋은 질문 아닌가요?”

“좋은 질문일수록 위험합니다.”

미하일라가 덧붙였다.

“궁정은 질문에 져도 명령으로 이길 수 있다.”

프레더릭은 낮게 말했다.

“떠나라.”

조명이 로잘린드에게 집중되었다.

너무 밝았다.

그녀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궁정의 조명은 판결이었다.

추방.

그 한 단어가 무대 위에 내려앉았다.

실리아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떠난다면, 저도 떠나겠습니다.”

프레더릭이 딸을 보았다.

“너는 내 딸이다.”

실리아가 말했다.

“그 말이 제가 누구의 곁에 설지까지 정하지는 않습니다.”

프레더릭은 차갑게 말했다.

“바깥은 숲이다. 굶주림과 추위와 짐승뿐이다.”

여기서 그레이/실리아는 잠시 멈췄다.

그 짧은 멈춤은 연기였고, 동시에 그레이다운 현실 감각이었다.

숲은 단지 자유의 은유가 아니다.

숲에는 정말 굶주림이 있다.
추위가 있다.
길을 잃은 사람과 부상자와 물 부족과 야간 경비가 있다.

그래서 실리아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면 빵을 챙기겠습니다.”

객석에서 부드러운 웃음이 일었다.

그레이/실리아는 진지했다.

“망토도 챙기겠습니다. 물도 챙기겠습니다. 길을 모르면 묻겠습니다. 밤이 추우면 불을 피우겠습니다.”

그녀는 아버지를 똑바로 보았다.

“하지만 이 궁정에 남아, 제 곁의 사람이 혼자 쫓겨나는 것을 보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라이자는 손에 쥔 은꽃을 꼭 잡았다.

“그레이답다.”

은인이 물었다.

“따뜻한 장면입니까?”

라이자는 웃었다.

“응. 아주 현실적인 방식으로.”

민다우가스도 그 장면을 보며 짧게 말했다.

“쓸 만하다.”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실리아가?”

“물자 확보 후 이동. 동행자의 이탈 방지. 판단이 빠르다.”

“대공은 정말 좋은 장면을 좋은 작전처럼 말하는군.”

“좋은 장면이라면 작전에도 쓸 수 있다.”

아스테르다스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작게 웃었다.

---

프레더릭이 선언했다.

“그렇다면 둘 다 떠나라.”

조명이 한순간 꺼졌다.

완전한 어둠.

그리고 어둠 속에서 하융의 목소리가 들렸다.

“밝은 궁정에서 쫓겨난 자들이 어둠으로 간다 하오.”

낮고, 조금 우스우며, 조금 슬픈 목소리.

“이상한 일이오. 어둠이 처음으로 숨을 허락한다니.”

조명이 다시 켜졌다.

무대 한구석에 하융/터치스톤이 서 있었다.

광대 모자는 어색하게 잘 어울렸다.

색은 바랜 회색과 푸른색.
방울은 달려 있었지만 거의 울리지 않았다.

그는 웃기려고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웃음이라는 옷을 빌려 진실을 들고 온 사람처럼 보였다.

프레더릭이 물었다.

“광대. 너도 따라갈 것이냐?”

하융/터치스톤은 고개를 기울였다.

“폐하. 광대란 본래 궁정에 남아야 하는 자 아니겠소?”

“그렇다.”

“그러면 더더욱 떠나야겠소.”

“왜냐?”

터치스톤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이 궁정에는 이미 광대가 너무 많기 때문이오. 다만 모두가 너무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프레더릭은 분노했지만, 광대의 말에는 칼을 뽑지 못했다.

그것이 광대의 특권이었다.

아레가 조용히 말했다.

“좋구나. 저런 말은 칼보다 오래 남는단다.”

타마르가 웃었다.

“광대는 산 자의 입을 빌린 작은 저승사자 같을 때가 있지요.”

아레는 타마르를 보았다.

“그대가 말하니 더 무섭구나.”

“어머. 칭찬으로 듣겠답니다.”

터치스톤은 로잘린드와 실리아 쪽으로 걸어갔다.

실리아가 물었다.

“따라올 건가요?”

“그렇소.”

“왜요?”

“길을 잃은 자들 곁에 광대 하나쯤은 있어야 하오. 그래야 모두가 자신이 얼마나 진지하게 길을 잃었는지 알 수 있지.”

로잘린드가 웃었다.

그 웃음은 궁정의 조명 아래에서 처음으로 살아 있는 웃음이었다.

그 웃음이 나오자, 차가운 빛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그러나 아직 숲은 열리지 않았다.

추방 명령만 내려졌을 뿐이다.

---

로잘린드와 실리아, 그리고 터치스톤은 궁정을 떠날 준비를 했다.

실리아는 실제로 작은 가방을 챙겼다.

소품용 빵.
물주머니.
접은 망토.
작은 약초 주머니.

그레이는 이것을 연습 때부터 고집했다.

“숲으로 갈 거라면, 빈손으로 가면 안 됩니다.”

푸리나는 처음에 “상징적으로 빈손이 더 아름답지 않아?”라고 했지만, 그레이는 단호했다.

“상징은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금, 실리아는 진짜로 가방을 메고 있었다.

로잘린드가 물었다.

“실리아, 정말 그것까지 가져갈 건가요?”

실리아가 답했다.

“숲에서 철학만으로는 배가 차지 않습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났다.

하지만 그 말은 이 극의 방향을 바꾸었다.

푸리나의 숲은 단순한 자유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여관이 되어야 했다.

사람이 숨을 쉬고, 먹고, 쉬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곳.

그레이/실리아는 그것을 무대 위에서 증명하고 있었다.

로잘린드는 궁정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너무 밝은 곳.

사람에게 옷을 입히고, 대사를 주고, 자리를 정해주는 곳.

그녀는 그곳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혼자는 아니었다.

실리아가 곁에 있었다.
터치스톤이 뒤에 있었다.
그리고 숲 어딘가에서 올랜도 또한 자기 길을 잃게 될 것이다.

로잘린드는 천천히 말했다.

“궁정은 나를 추방자의 딸이라 불렀습니다.”

그녀는 자기 화려한 옷자락을 보았다.

“이 옷은 아름다웠지만, 숨을 쉬기에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그녀는 실리아를 보았다.

“숲으로 가면, 다른 옷을 입어야겠지요.”

실리아가 대답했다.

“그 전에 신발부터 바꾸셔야 합니다. 그 구두로는 오래 못 걷습니다.”

객석에 웃음이 번졌다.

로잘린드도 웃었다.

“맞아요. 숲은 조명을 낮추기 전에, 발부터 아프게 하는군요.”

터치스톤이 끼어들었다.

“발이 아픈 길은 대개 진실하오. 거짓된 길은 보통 카펫을 깔아두니까.”

실리아가 그를 보았다.

“그 말, 위로입니까?”

“광대의 위로는 늘 반쯤만 위로요.”

“나머지 반은요?”

“불편한 사실이오.”

로잘린드는 웃었다.

그 웃음과 함께 무대 뒤편의 높은 문이 열렸다.

어둠.

그러나 그 어둠 저편에서 아주 희미한 녹색 빛이 새어 나왔다.

숲의 빛이었다.

궁정의 조명은 차갑고 밝았다.

숲의 빛은 어둡고 흔들렸다.

정확하지 않았다.
사람을 선명하게 보여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흔들림 안에는, 사람이 다시 움직일 여백이 있었다.

세 사람은 문 앞에 섰다.

로잘린드.
실리아.
터치스톤.

아직 가니메드도, 알리에나도 아니었다.

아직 완전히 다른 얼굴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궁정의 조명에서는 벗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숲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궁정에는 빛만 남았다.

그 빛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제는 텅 비어 보였다.

---

첫 막이 끝났다.

박수는 바로 나오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있었다.

그 침묵은 실패가 아니었다.

관객들이 아직 궁정의 빛에서 빠져나오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박수를 친 것은 객석 뒤쪽의 한 아이였다.

짝.

그다음 누군가가 따라쳤다.

짝. 짝.

천천히 박수가 퍼졌다.

아직 환호는 아니었다.

희극이라기엔 숨 막히는 첫 막이었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이제 숲으로 간다.

궁정이 사람에게 옷을 입히는 곳이라면, 숲은 다른 옷을 입고 진심을 시험해보는 곳.

궁정이 대사를 강요하는 곳이라면, 숲은 목소리를 돌려주는 곳.

궁정이 조명으로 사람을 고정하는 곳이라면, 숲은 빛을 흔들어 그림자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곳.

무대 뒤에서는 의상 교체가 시작되었다.

푸리나는 로잘린드의 궁정복을 벗고 있었다.

“4분은 너무 짧아!”

그레이는 이미 실리아의 소매를 정리하며 말했다.

“정확히는 3분 40초 남았습니다.”

“더 짧아졌잖아!”

“말씀하시는 동안 줄었습니다.”

하융은 광대 모자를 벗지 않은 채 숲 장면의 첫 동선을 보고 있었다.

“어둠의 입구가 생각보다 좁소.”

그레이가 즉시 말했다.

“넘어지지 않도록 표시해두었습니다.”

“좋소. 광대가 첫 장면에서 넘어지면, 그것이 실수인지 연기인지 모두 고민할 것이오.”

“넘어지지 마십시오.”

“그 또한 좋은 해석이오.”

무대 반대편에서 죠니는 목걸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

푸리나가 지나가며 말했다.

“올랜도.”

죠니가 고개를 들었다.

“왜.”

“첫 막 좋았어.”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넘어지지 않았으니까.”

“그것만이 아니야. 올랜도가 살아났어.”

죠니는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건조하게 말했다.

“그럼 다행이네. 사랑시 붙이는 장면은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안 됐지만.”

푸리나는 웃었다.

“도망칠 생각은?”

“없어.”

죠니는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좀 우스운 꼴이 되더라도, 끝까지 해볼게. 배역을 받은 이상 중간에 던지는 건 별로잖아.”

푸리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연애 고백이 아니었다.

배우가 연출가에게 하는 약속이었다.

가신이 군주에게 하는 신뢰였다.

그리고 올랜도가 아직 만나지 못한 로잘린드에게 향할 준비이기도 했다.

푸리나는 가니메드의 옷을 집어 들었다.

“좋아. 그럼 다음 막.”

그레이가 바로 말했다.

“의상부터.”

“알고 있어!”

푸리나는 거울 앞에 섰다.

궁정의 옷이 사라지고, 숲의 옷이 올라갔다.

로잘린드는 곧 가니메드가 될 것이다.

실리아는 알리에나가 될 것이다.

터치스톤은 궁정의 광대에서 숲의 진실이 될 것이다.

올랜도는 나무에 부끄러운 사랑시를 붙이게 될 것이다.

제이크스는 숲속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객석의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그 숲을 읽게 될 것이다.

민다우가스에게 숲은 새 전장일 것이다.
아스테르다스에게 숲은 새 궤도를 고르는 어둠일 것이다.
아카식에게 숲은 기록되지 않은 장면일 것이다.
알토에게 숲은 선택과 책임이 남는 장소일 것이다.
라이자에게 숲은 갈 곳 없는 이들이 서로를 안아줄 수 있는 집일 것이다.
아레에게 숲은 박수 뒤의 침묵도 잠시 쉬는 그늘일 것이다.
타마르에게 숲은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이 마지막 여관이 아닌 다른 여관에 머무는 장면일 것이다.
니케아의 황제들과 재상에게 숲은 추방과 재건 사이의 임시 수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푸리나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웃었다.

“숲은 가면을 벗기지 않는다.”

그녀는 모자를 눌러썼다.

“다만, 다른 얼굴로 진심을 말할 수 있을 만큼 조명을 낮춘다.”

막간의 종이 울렸다.

두 번째 막이 열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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