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32익명의 참치 씨(7ce028f3)2026-05-10 (일) 23:42:34
# 《희극: 숲의 빛은 가면을 벗기지 않는다》

## 4편 — **숲의 식탁은 대사를 기다리지 않는다**

숲의 조명은 점점 낮아졌다.

그것은 밤이 된다는 뜻이기도 했고, 궁정에서 멀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무대 위 나무 그림자들은 더 길어졌다.
흔들리는 잎사귀 모양의 빛이 배우들의 얼굴과 옷 위를 지나갔다.

이제 관객들은 숲의 어둠에 조금 익숙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그 어둠이 편해졌다.

궁정의 조명은 사람을 고정했다.

하지만 숲의 빛은 사람을 완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배우들은 조금 더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레이/알리에나가 무대 중앙에서 말했다.

“이제 식사해야 합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멈췄다.

“지금?”

“네.”

“분위기가 한창 좋아지고 있었는데?”

“그래서 지금입니다.”

“왜?”

그레이/알리에나는 손에 든 작은 가방을 열었다.

“분위기가 좋아질수록, 사람들은 식사 시간을 잊습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났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리에나. 너는 숲의 낭만을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는구나.”

“낭만은 혈당이 떨어지면 오래가지 않습니다.”

하융/터치스톤이 광대 모자를 눌러 쓰며 말했다.

“과연. 배고픈 철학자는 대개 짧은 답을 좋아하오.”

레이튼/제이크스가 숲 그늘에서 조용히 웃었다.

“그건 제게도 적용됩니까?”

그레이/알리에나는 즉시 말했다.

“예.”

레이튼/제이크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식사 후에 질문하겠습니다.”

“그 약속, 꼭 지켜주십시오.”

푸리나/가니메드는 빵을 받아 들었다.

숲의 식탁은 화려하지 않았다.

나무 그루터기 하나.
깔아놓은 천 하나.
작은 빵.
말린 과일.
물주머니.
조금 식은 수프.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풍성해 보였다.

궁정에는 금접시와 은잔이 있었지만, 누구도 마음 놓고 먹지 못했다.
숲에는 작은 빵 조각뿐이었지만, 모두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객석의 라이자가 그 장면을 보고 작게 말했다.

“좋다.”

은인이 물었다.

“어느 부분이 좋습니까?”

“작은 식탁이 있는데, 아무도 혼자 먹지 않아.”

라이자는 손에 든 은꽃을 만지작거렸다.

“보헤미아에서는 그런 장면이 제일 중요해. 사람이 되려면 먼저 같이 먹을 수 있어야 하거든.”

은인은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저 숲은 임시 가족의 장소입니까?”

라이자는 환하게 웃었다.

“응. 아주 작고, 어설프고, 배고픈 가족.”

무대 위에서 그레이/알리에나는 빵을 정확히 나누었다.

푸리나/가니메드의 몫.

하융/터치스톤의 몫.

자신의 몫.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멈췄다.

푸리나/가니메드가 물었다.

“왜?”

그레이/알리에나는 나무 뒤편을 보았다.

“한 명이 더 있습니다.”

관객들이 시선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배우 한 명이 웅크리고 있었다.

원작의 숲속 추방자 중 한 명, 이름 없는 사람.

푸리나가 이번 각색에서 추가한 인물이었다.

그는 궁정에서 도망쳐 숲에 숨어든 하급 시종이었다.
대사도 거의 없는 단역.

하지만 그레이/알리에나는 그를 보았다.

“나오십시오.”

시종은 움찔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은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객석 곳곳에서 낮은 웃음이 났다.

무대 위의 시종은 머뭇거리며 나왔다.

그는 초라했다.

궁정의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는 배경에 묻혀 보이지 않았을 사람.

하지만 숲의 낮은 빛 속에서는 보였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자기 빵을 반으로 나누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그것을 보았다.

“알리에나.”

“네.”

“네 몫이 줄어들잖아.”

“줄었습니다.”

“그런데?”

“숲에서 누군가 숨어 있다면, 보통 배고프기 때문입니다.”

하융/터치스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는 사랑 때문이오.”

그레이/알리에나는 그를 보았다.

“이번 경우는 배고픔입니다.”

“확실하오?”

“얼굴을 보면 압니다.”

터치스톤은 시종의 얼굴을 보았다.

“그렇군. 사랑에 빠진 얼굴보다 훨씬 절박하오.”

객석에서 웃음이 퍼졌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따뜻함이 남았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빵을 건넸다.

“먹으십시오.”

시종은 망설이다가 받았다.

“저는 배역이 없습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대답했다.

“먹는 데 배역은 필요 없습니다.”

그 짧은 대사가 무대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객석의 슈샤니크가 펜을 멈췄다.

그녀는 그 문장을 오래 보았다.

먹는 데 배역은 필요 없다.

그 말은 너무 단순했다.

하지만 행정의 가장 밑바닥에는 결국 그런 문장이 있어야 했다.

시민권이든, 혈통이든, 귀족 질서든, 기록이든, 계약이든, 그 모든 것보다 먼저.

사람은 먹어야 한다.

슈샤니크는 아주 낮게 말했다.

“위험할 만큼 좋은 문장입니다.”

요안나가 물었다.

“왜 위험해요?”

“모든 질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미하일라가 무대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굶주린 사람 앞에서는 그 단순함이 필요하다.”

슈샤니크는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서 위험하고, 그래서 필요합니다.”

무대 위의 푸리나/가니메드는 그레이/알리에나를 보았다.

이번에는 장난치지 않았다.

“알리에나.”

“네?”

“숲이 여관이 되려면, 네가 필요하네.”

그레이/알리에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대사는 대본에 있었다.

하지만 푸리나는 조금 다르게 말했다.

배우가 대사를 말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출가가 자기 배우에게 보내는 인정처럼.

그레이/알리에나는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여관이 되려면, 문을 열어두는 사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녀는 시종에게 물을 건넸다.

“누가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웃었다.

“맞아.”

하융/터치스톤이 빵을 씹으며 말했다.

“그리고 누가 몰래 두 조각을 먹었는지 보는 사람도 필요하오.”

푸리나/가니메드는 흠칫했다.

“터치스톤.”

“예, 가니메드.”

“광대는 너무 많이 보면 미움받아.”

“그래서 광대는 도망도 잘해야 하오.”

그레이/알리에나는 푸리나/가니메드의 손을 보았다.

정말 빵 조각이 조금 사라져 있었다.

“가니메드.”

푸리나/가니메드는 시선을 피했다.

“자유는 배고프다니까.”

“비상용 빵은 건드리지 마십시오.”

“아직 안 건드렸어!”

하융/터치스톤이 말했다.

“‘아직’이라는 말은 가장 위험한 미래예지요.”

객석에서 웃음이 커졌다.

---

장면이 바뀌었다.

숲속 깊은 곳.

추방된 전 공작과 그 동료들의 식탁이었다.

원작에서는 추방된 공작이 숲속에서 나름 평온하게 사는 장면들이 있다.

푸리나는 이 부분을 아주 중요하게 다루었다.

추방은 고통이지만, 숲은 단순한 비참함만의 장소가 아니다.

그곳에서는 이전 궁정에서 불가능했던 공동체가 생긴다.

무대 위에는 큰 나무 아래 긴 천이 깔려 있었다.

화려한 잔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있었다.

기사도 있고, 노인도 있고, 전직 시종도 있고, 떠돌이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전 궁정에서 밀려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레이튼/제이크스가 그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함께 먹지 않았다.

관찰자처럼.

그러나 완전히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푸리나/가니메드 일행은 조심스럽게 그 식탁에 다가갔다.

그때, 무대 반대편에서 죠니/올랜도가 뛰어들었다.

아담을 부축한 채였다.

아담은 이미 거의 쓰러질 듯했다.

죠니/올랜도는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

그 장면의 원작 구조는 간단하다.

굶주린 올랜도가 추방 공작 일행의 식탁에 뛰어들어 음식을 요구한다.

푸리나의 각색에서는 그 장면이 더 절박했다.

죠니/올랜도는 칼을 들었지만, 위협이 서툴렀다.

칼끝은 사람들을 향해 있었지만, 손에는 망설임이 있었다.

그는 음식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담을 살리기 위해서는 음식이 필요했다.

죠니/올랜도가 말했다.

“움직이지 마.”

식탁의 사람들이 멈췄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즉시 가방을 끌어안았다.

하융/터치스톤은 빵 조각을 입에 문 채 가만히 있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죠니/올랜도를 보았다.

아직 그가 올랜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니메드로서 모르는 척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레이튼/제이크스가 조용히 물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죠니/올랜도는 숨을 몰아쉬었다.

“음식.”

“당신을 위해서입니까?”

죠니/올랜도는 짧게 대답했다.

“아니.”

그는 뒤쪽의 아담을 보았다.

“저 사람을 위해서.”

레이튼/제이크스는 칼끝을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렇다면 칼보다 먼저 말해도 되었을 텐데요.”

죠니/올랜도는 이를 악물었다.

“궁정에서는 말이 먼저 통하지 않았어.”

침묵.

그 대사는 짧았다.

그러나 첫 막의 모든 장면을 다시 끌어왔다.

궁정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혈통이 먼저 왔다.
배역이 먼저 왔다.
판결이 먼저 왔다.

그러니 올랜도는 숲에서도 칼을 먼저 들었다.

객석의 민다우가스가 낮게 말했다.

“학습된 대응이다.”

아스테르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궁정이 숲에 남긴 상처군.”

“위협은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이해는 된다.”

“대공이 이해한다고 말하다니, 저 올랜도는 제법이네.”

“상황 판단이다.”

레이튼/제이크스는 죠니/올랜도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이곳은 궁정이 아닙니다.”

죠니/올랜도는 칼을 조금 더 세웠다.

“그건 아직 모르지.”

레이튼/제이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의심입니다. 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모두가 안전한 것은 아니지요.”

푸리나/가니메드는 그 대사를 듣고 아주 작게 웃었다.

레이튼은 제이크스 안에서도 레이튼이었다.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먼저 의심을 인정한다.

그다음 질문을 놓는다.

레이튼/제이크스는 물었다.

“그렇다면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죠니/올랜도는 그를 보았다.

“뭘?”

“당신이 아직 궁정에 있는지, 아니면 숲에 도착했는지.”

죠니/올랜도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추방 공작 역의 배우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칼을 거두시오. 이 식탁에는 자리를 빼앗긴 이들이 많소. 그래서 자리를 나누는 법을 조금은 배웠소.”

그는 손짓했다.

“그 노인을 데려오시오.”

죠니/올랜도는 멈췄다.

칼끝이 흔들렸다.

그레이/알리에나가 조용히 앞으로 나왔다.

“먼저 앉히십시오. 물이 필요합니다.”

죠니/올랜도는 그녀를 보았다.

“너는…….”

푸리나/가니메드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내 동행자야. 그리고 지금은 네 칼보다 훨씬 유능해.”

죠니/올랜도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래 보이네.”

그는 칼을 내렸다.

“미안하다.”

그 말은 낮았다.

하지만 분명했다.

그는 아담을 부축해 식탁으로 데려왔다.

그레이/알리에나는 곧장 물주머니를 열고, 아담의 손목을 확인하고, 빵을 작게 찢었다.

“천천히 드십시오. 급하게 먹으면 안 됩니다.”

아담은 떨리는 손으로 빵을 받았다.

죠니/올랜도는 옆에 앉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떨어져 서 있었다.

푸리나/가니메드가 물었다.

“왜 안 앉아?”

“칼 들고 들어왔잖아.”

“그래서?”

“바로 앉기는 좀 그렇지.”

푸리나/가니메드는 그를 보았다.

“숲은 그런 것도 천천히 고치는 곳이야.”

죠니/올랜도는 그녀를 보았다.

“너, 자칭 명의라더니 숲 전체를 병원으로 만들 생각이야?”

“틀렸어.”

“뭔데?”

“여관이야.”

객석에서 여관좌 사제 몇 명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 말은 푸리나의 대사였고, 동시에 그녀의 신앙이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아담에게 빵을 먹이며 말했다.

“여관이라면 식사 시간이 필요합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웃었다.

“알고 있어.”

하융/터치스톤이 옆에서 말했다.

“그리고 여관이라면 광대도 필요하오.”

그레이/알리에나가 물었다.

“왜요?”

“식사 중 침묵이 너무 길면 소화가 안 되기 때문이오.”

레이튼/제이크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건 의학적으로 증명된 말입니까?”

하융/터치스톤은 당당했다.

“광대학적으로는 자명하오.”

그레이/알리에나가 낮게 말했다.

“그 학문은 폐지해야 합니다.”

객석이 웃음으로 흔들렸다.

아카식이 손뼉을 치려다 멈췄다.

알토가 보지 않고도 말했다.

“아직 장면 중입니다.”

“너는 눈이 몇 개야?”

“충분합니다.”

---

숲의 식탁 장면은 길어졌다.

푸리나는 원작보다 이 장면에 더 많은 시간을 주었다.

사랑의 장난과 철학적 독백 사이에, 밥 먹는 장면을 길게 두었다.

사람들이 앉고, 빵을 나누고, 물을 마시고, 낯선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장면.

어떤 관객은 처음에 의아해했다.

희극인데 왜 식사를 이렇게 오래 보여주는가.

하지만 조금 지나자 이해했다.

숲이 궁정과 다른 이유는 단지 자유롭기 때문이 아니다.

숲은, 적어도 이 무대의 숲은, 누군가를 다시 앉히기 때문이다.

궁정은 사람에게 자리를 정해준다.

하지만 숲의 식탁은 자리를 내어준다.

그 차이가 장면 전체를 바꾸었다.

라이자는 눈가가 조금 촉촉해졌다.

“좋다.”

은인이 물었다.

“또 좋습니까?”

“응. 누군가 새로 오면 자리를 조금씩 좁히는 거.”

“불편하지 않습니까?”

“조금 불편해지지. 하지만 같이 앉을 수 있어.”

라이자는 무대를 보았다.

“가족이라는 건 가끔 그런 거야.”

세르비아의 아레는 식탁 아래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곳에는 무대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 침묵이 있었다.

추방된 사람들이 남기고 온 사람들.
도망치지 못한 이들.
식탁에 앉지 못한 이들.

그러나 아레는 푸리나의 무대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좋은 식탁이구나. 산 자가 앉을 곳은 있어야 하지.”

타마르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식탁에서 일어나 황혼으로 오는 이들도 있겠지요.”

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지금은 먹어야겠지.”

“맞답니다. 죽은 자는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만, 산 자는 식사를 놓치면 쓰러지니까요.”

아레는 그 말을 듣고 아주 작게 웃었다.

“그대가 말하니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구나.”

무대 위에서 식사가 끝날 무렵, 레이튼/제이크스가 조용히 말했다.

“흥미롭군요.”

푸리나/가니메드가 물었다.

“뭐가?”

“궁정에서는 모두가 자기 자리를 가졌지만, 아무도 편히 앉지 못했습니다.”

레이튼/제이크스는 식탁을 보았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처음부터 자기 자리를 갖지 않았지만, 자리를 나누며 앉는군요.”

하융/터치스톤이 빵 부스러기를 털며 말했다.

“그러니 숲의 의자는 궁정보다 작지만 넓소.”

그레이/알리에나가 말했다.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마음의 면적이오.”

“그 표현은 조금 괜찮습니다.”

하융/터치스톤은 감격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알리에나에게 인정받다니, 오늘 광대는 큰 업적을 세웠소.”

푸리나/가니메드는 웃었다.

죠니/올랜도는 아담이 빵을 먹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자리에 앉았다.

그는 아직도 조금 어색했다.

칼을 들고 들어왔던 사람이, 같은 식탁에서 빵을 받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추방 공작이 그에게 빵을 건넸다.

죠니/올랜도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받았다.

“고맙습니다.”

그 말은 낮았다.

추방 공작은 말했다.

“이 숲에서는 고마움을 말하는 것이 궁정보다 쉽소?”

죠니/올랜도는 빵을 보았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한 입 베어 물었다.

“하지만 궁정보다는 덜 목에 걸리는군요.”

객석에서 웃음이 났다.

푸리나/가니메드는 그 대사를 듣고 만족했다.

죠니는 올랜도를 너무 화려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올랜도가 믿을 만해졌다.

그는 사랑도, 고마움도, 수치심도 전부 어설프게 말한다.

하지만 숨기지 않는다.

그것이 이 숲에서는 충분했다.

그때, 그레이/알리에나가 갑자기 일어섰다.

푸리나/가니메드가 물었다.

“알리에나?”

“식탁 정리해야 합니다.”

“지금?”

“네.”

“분위기가 막 좋았는데?”

“좋은 분위기일수록 누군가 정리하지 않으면 다음 장면에서 발에 걸립니다.”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양손을 들었다.

“좋아. 인정.”

그레이/알리에나는 빈 그릇을 모았다.

그러자 시종 역 배우가 따라 일어났다.

아담도 도우려 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그를 바로 앉혔다.

“아직은 안 됩니다.”

아담은 순순히 앉았다.

푸리나/가니메드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알리에나, 너는 숲에 들어와서도 장부를 쓰는구나.”

그레이/알리에나는 그릇을 정리하며 답했다.

“숲이라고 기록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왜?”

“잊으면 반복됩니다.”

그 한마디에 무대 위 웃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말을 이었다.

“누가 굶었는지 잊으면, 다음에도 같은 사람이 굶습니다. 누가 늦게 왔는지 잊으면, 다음에도 그 사람이 빠집니다. 누가 앉지 못했는지 잊으면, 다음 식탁도 똑같이 비좁아집니다.”

그녀는 빈 그릇을 내려놓았다.

“숲이 궁정보다 나으려면, 그냥 자유로워서는 안 됩니다. 더 잘 기억해야 합니다.”

객석의 알토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식은 그를 보았다.

“방금 마음에 들었지?”

알토는 짧게 답했다.

“예.”

“기록하고 싶지?”

“예.”

“이제 내 마음 알겠어?”

“공연 후입니다.”

“너 진짜 강하네.”

슈샤니크는 무대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저건 행정입니다.”

요안나가 물었다.

“그레이 경의 말이요?”

“예.”

“따뜻한 말 같았는데요.”

슈샤니크는 잠시 침묵했다.

“좋은 행정은 원래 따뜻해야 합니다.”

요안나는 그 말을 듣고 환하게 웃었다.

미하일라는 슈샤니크를 흘끗 보았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대 위의 푸리나/가니메드는 그레이/알리에나를 보았다.

“그럼 알리에나.”

“네?”

“우리 숲은 기록하는 숲으로 하자.”

“극 중에서 말입니까?”

“응.”

“그건 원작에 없습니다.”

“우리 숲에는 필요해.”

그레이/알리에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간단한 명부를 만들겠습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눈을 반짝였다.

“숲의 명부!”

“이름, 식사 여부, 부상 여부, 동행자 유무 정도면 충분합니다.”

“너무 현실적이야.”

“그래야 쓸 수 있습니다.”

하융/터치스톤이 말했다.

“광대 항목도 있소?”

그레이/알리에나는 즉시 답했다.

“관리 필요 인원으로 분류하겠습니다.”

“그건 너무 정확해서 상처요.”

죠니/올랜도가 빵을 씹으며 말했다.

“맞는 분류 같은데.”

하융/터치스톤은 가슴을 누르며 뒤로 비틀거렸다.

“아, 올랜도까지. 오늘 숲은 광대에게 잔혹하구려.”

푸리나/가니메드는 웃었다.

무대 전체가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식탁 위에 남았다.

---

장면의 마지막.

레이튼/제이크스는 식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섰다.

그는 모두가 먹고, 웃고, 정리하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온 세상이 무대라면, 식탁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니메드가 돌아보았다.

“무대 장치?”

하융/터치스톤이 말했다.

“배우가 쓰러지지 않게 하는 신성한 소품.”

죠니/올랜도가 말했다.

“먹는 곳이지. 너무 어렵게 말하지 마.”

그레이/알리에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휴식입니다.”

레이튼/제이크스는 미소 지었다.

“가장 좋은 답이군요.”

푸리나/가니메드는 그레이/알리에나를 보았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조금 당황했다.

“제가요?”

레이튼/제이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숲은 자유의 공간이고, 사랑의 공간이며, 질문의 공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쉴 수 없다면, 그것은 여관이 되지 못합니다.”

그는 식탁을 보았다.

“그러니 식탁은 이 숲이 여관이 되기 위한 첫 증거입니다.”

그 말과 함께 조명이 식탁 위에 모였다.

작은 빵 부스러기.

반쯤 빈 물잔.

접힌 망토.

빈 그릇.

그리고 그릇을 정리하는 그레이/알리에나의 손.

화려한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조용히 보았다.

이 숲은 이제 단순한 배경이 아니었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민다우가스가 낮게 말했다.

“이제 방어 가능한 거점이다.”

아스테르다스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대공, 정말 끝까지 그렇게 볼 거야?”

“식량, 물, 명부, 동행자 확인. 기본이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네.”

아스테르다스는 무대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보여. 정해진 궤도에서 밀려난 별들이, 처음으로 서로의 주위를 돌기 시작한 것 같아.”

민다우가스는 그를 보았다.

“충돌 위험이 있다.”

“하하. 그래서 식탁이 필요한 거지. 모두가 조금씩 속도를 늦추는 자리니까.”

민다우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정하지도 않았다.

아레는 조용히 박수를 치지 않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산 자의 식탁은 좋구나.”

타마르가 그 말을 받았다.

“죽은 자의 잔치도 나쁘지는 않답니다.”

아레가 타마르를 보았다.

타마르는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오늘은 산 자들이 먹을 차례지요.”

아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은.”

무대 위에서 푸리나/가니메드는 식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럼 오늘 밤, 이 숲은 여관이야.”

그레이/알리에나는 정정했다.

“임시 여관입니다.”

“알리에나.”

“네.”

“그런 말을 붙이면 낭만이 줄어들어.”

“현실성은 늘어납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푸리나/가니메드는 손을 펼쳤다.

“오늘 밤, 이 숲은 임시 여관이야.”

하융/터치스톤이 박수치듯 손을 맞댔다.

“훌륭하오. 낭만과 행정의 타협이오.”

죠니/올랜도는 빵을 다 먹고 말했다.

“나는 그 정도가 제일 믿을 만한데.”

레이튼/제이크스는 미소 지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조금 부끄러운 듯 시선을 내렸다.

“그렇다면 명부를 작성하겠습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환하게 웃었다.

“좋아!”

그리고 숲의 낮은 빛 아래에서, 알리에나는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로잘린드가 아닌 가니메드.

실리아가 아닌 알리에나.

궁정 광대였던 터치스톤.

상속받지 못한 올랜도.

늙은 아담.

추방된 공작.

이름 없는 시종.

그리고 아직 식탁에 앉지 못한 사람들.

한 명씩.

하나의 배역이 아니라, 하나의 사람으로.

무대 위의 숲은 조용했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궁정의 침묵과 달랐다.

궁정의 침묵은 말하지 못하게 하는 침묵이었다.

숲의 침묵은 누군가의 이름을 적기 위해 잠시 기다리는 침묵이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마지막 줄을 쓰고 고개를 들었다.

“전원 식사 완료.”

푸리나/가니메드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완벽한 희극의 조건이네.”

죠니/올랜도가 물었다.

“식사 완료가?”

“응.”

“그건 좀 이상한데.”

푸리나/가니메드는 웃었다.

“배우가 쓰러지면 다음 막이 안 열리잖아.”

죠니/올랜도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네.”

하융/터치스톤이 말했다.

“오늘의 결론. 희극은 빵으로 유지된다.”

레이튼/제이크스가 말했다.

“아직 마지막 답은 아닙니다만, 상당히 설득력 있습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낮게 말했다.

“이상한 결론인데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함께 일었다.

이번 박수는 첫 막의 무거운 박수도, 사랑 장면의 즐거운 박수도 아니었다.

작은 식탁을 향한 박수였다.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일.

빵을 나누는 일.

명부에 이름을 적는 일.

그리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위해, 잠시 쉬는 일.

푸리나는 무대 위에서 그 박수를 들었다.

가니메드의 얼굴로.

로잘린드의 마음으로.

그리고 푸리나 자신의 신앙으로.

그녀는 알았다.

숲은 가면을 벗기지 않는다.

하지만 식탁 앞에서는, 가면을 쓴 사람도 배고프다.

그러니 그곳에서 사람은 조금 더 진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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