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33익명의 참치 씨(7ce028f3)2026-05-10 (일) 23:43:08
# 《희극: 숲의 빛은 가면을 벗기지 않는다》

## 5편 — **가면을 쓴 채로도, 진심은 남는다**

숲의 명부가 완성된 뒤, 무대 위에는 이상한 평화가 내려앉았다.

그것은 궁정의 평화와 달랐다.

궁정의 평화는 모두가 제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평화였다.
누가 말해야 하고, 누가 침묵해야 하며, 누가 웃어야 하고, 누가 추방되어야 하는지 이미 정해져 있는 평화.

하지만 숲의 평화는 조금 비좁았다.

누군가는 식탁 끝에 걸터앉아야 했고, 누군가는 자기 빵을 반으로 나눠야 했고, 누군가는 자기 이름을 아직 말하지 못해 명부에 빈칸으로 남아야 했다.

그런데도 그곳에는 숨이 있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숲의 식탁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품 안에 접어둔 사랑시를 한 번 만졌다.

그것은 로잘린드에게 온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가니메드였다.

가니메드는 로잘린드가 아니다.

하지만 로잘린드가 아니기에 로잘린드를 말할 수 있었다.

그 모순이 이 숲의 심장 같았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식탁 옆에서 명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가니메드.”

“응?”

“이름 없는 시종은 임시로 ‘궁정 시종 3’이라고 적었습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 딱딱해.”

“본인이 이름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새 이름을 지어주면?”

“동의 없이 붙인 이름은 궁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멈췄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조용히 말했다.

“빈칸으로 두겠습니다.”

“빈칸?”

“네. 말할 수 있을 때 적으면 됩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그레이를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웃었다.

“알리에나.”

“네.”

“너는 가끔 나보다 더 숲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아.”

그레이/알리에나는 시선을 피했다.

“저는 단지 명부를 정리할 뿐입니다.”

하융/터치스톤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빈칸은 훌륭한 이름이오.”

그레이/알리에나가 그를 보았다.

“이름이 아니라 빈칸입니다.”

“그러니 훌륭하오. 이름이 너무 빨리 오면, 사람이 그 안에 갇히기도 하니까.”

레이튼/제이크스가 숲 그늘에서 미소 지었다.

“터치스톤 경, 오늘은 제 대사를 빼앗으시는군요.”

하융/터치스톤은 광대 모자를 눌러썼다.

“광대는 훔쳐도 죄가 덜하오. 어차피 대부분의 진실은 주인 없이 떠돌기 때문이오.”

죠니/올랜도는 나무에 기대어 그 말을 듣고 있었다.

“그거 좋은 말 같은데, 좀 도둑놈 같기도 하네.”

“광대에게는 훌륭한 평가요.”

객석에서 웃음이 났다.

이제 관객들은 이 숲의 리듬을 알게 되었다.

푸리나가 극을 열고, 그레이가 바닥을 고치고, 하융이 비껴 말하고, 레이튼이 질문으로 늦추고, 죠니가 너무 꾸미지 않은 문장으로 다시 땅에 내려놓는다.

원작의 인물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로잘린드, 가니메드, 실리아, 알리에나, 올랜도, 터치스톤, 제이크스.

모두 있었다.

하지만 그 배역들은 이제 가신들을 덮는 옷이 아니었다.

가신들이 자기 체온으로 데운 옷이 되었다.

---

숲의 다음 장면은 사랑의 혼선이었다.

원작처럼, 피비가 가니메드에게 반하고, 실비어스는 그런 피비를 따라다니며, 올랜도는 가니메드를 로잘린드인 척 상대해야 했다.

푸리나는 이 장면을 지나치게 가볍게 만들지 않았다.

사랑은 우스웠다.

하지만 우습다고 거짓은 아니었다.

무대 위에 피비 역의 배우가 등장했다.

그녀는 숲의 양치기였지만, 궁정 사람 못지않게 자존심이 높았다.

실비어스 역의 젊은 배우는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다.

“피비, 제발 한 번만 제 말을—”

“그대의 말은 너무 많아요.”

“하지만 사랑은—”

“그 사랑이 내 숨을 막히게 한다면, 그것은 그대의 사랑이지 내 것이 아니에요.”

객석의 요안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피비가 냉정해요.”

슈샤니크는 조용히 말했다.

“동의 없는 헌신은 압박이 됩니다.”

미하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요안나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사랑도 어렵네요.”

슈샤니크는 팸플릿을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희극이 필요합니다. 비극으로 배우면 비용이 너무 큽니다.”

그 말에 요안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 위에서 푸리나/가니메드가 피비와 실비어스 사이에 끼어들었다.

“잠깐. 숲에서 숨 막히는 사랑은 금지야.”

피비가 가니메드를 보았다.

“그대는 누구죠?”

가니메드는 과장되게 인사했다.

“지나가는 사랑병 명의.”

죠니/올랜도가 무대 옆에서 낮게 말했다.

“명의가 너무 많아지는군.”

하융/터치스톤이 답했다.

“숲이 병원 겸 여관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소.”

그레이/알리에나는 아주 작게 말했다.

“허가받지 않은 진료 행위가 늘고 있습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번졌다.

푸리나/가니메드는 피비를 향해 말했다.

“그대가 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건 괜찮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자기 마음이니까.”

실비어스가 상처받은 얼굴을 했다.

가니메드는 바로 그를 보았다.

“그리고 그대. 거절당했다고 해서 자기 사랑을 더 크게 외치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소음이야.”

실비어스는 입을 다물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손가락을 들어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가리켰다.

“사랑은 무대 위에 같이 서는 거지, 상대를 자기 독백의 관객석에 묶어두는 게 아니야.”

그 대사에 객석이 조용해졌다.

아카식은 미소를 지었다.

“푸리나다운 대사네.”

알토가 말했다.

“예. 하지만 배역 안에서 잘 작동합니다.”

“좋은 평가야?”

“매우.”

피비는 가니메드를 빤히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을 붉혔다.

가니메드는 눈을 깜빡였다.

“어?”

피비가 말했다.

“그대의 말은 무례하지만, 이상하게 정직하군요.”

하융/터치스톤이 낮게 말했다.

“큰일이오.”

그레이/알리에나가 물었다.

“왜요?”

“숲에서 정직은 때때로 사랑보다 위험하오.”

피비는 가니메드에게 다가왔다.

“그대의 이름은?”

가니메드는 조금 뒤로 물러섰다.

“가니메드.”

“좋은 이름이군요.”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푸리나/가니메드는 당황했다.

로잘린드가 올랜도를 시험하기 위해 쓴 얼굴이,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불러낸 것이다.

그녀는 급히 손을 저었다.

“잠깐, 아니, 그건 안 돼. 나는 지금 치료 중이고, 환자가 이미 있어.”

죠니/올랜도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환자 취급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는군.”

푸리나/가니메드는 그를 향해 말했다.

“조용히 해, 중증 환자.”

“치료비는 비싸겠지.”

“사랑시로 지불해.”

“그건 너무 비싸다.”

관객석에서 큰 웃음이 났다.

하지만 장면은 우스움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피비는 가니메드를 사랑하게 되었고, 실비어스는 여전히 피비를 바라보았다.
올랜도는 로잘린드를 사랑하지만, 지금 눈앞의 가니메드에게 사랑을 연습해야 했다.
로잘린드는 가니메드라는 얼굴 뒤에서 자기 마음을 감추고 있었다.

사랑은 한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숲의 빛처럼 흔들렸다.

레이튼/제이크스가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사랑이란, 이름표를 붙이는 순간 더 복잡해지는 감정이군요.”

하융/터치스톤이 답했다.

“이름표를 붙이지 않아도 복잡하오. 다만 붙이면 책임질 사람이 생길 뿐.”

죠니/올랜도는 말했다.

“책임이라. 그 말은 좀 무겁네.”

그레이/알리에나는 즉시 말했다.

“중요한 말입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가볍게 웃었다.

“그러니까 희극이야. 모두가 책임지기 전에 한 번쯤 우스꽝스러워질 시간을 주는 거지.”

아레가 객석에서 조용히 말했다.

“우스꽝스러운 시간이라.”

타마르가 미소 지었다.

“산 자에게는 그런 사치도 필요하답니다.”

아레는 무대 위의 젊은 배우들을 보았다.

“그래. 비극으로 책임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면, 그쪽이 낫겠지.”

---

장면이 이어졌다.

이제 올리버가 등장할 차례였다.

올랜도의 형.

궁정에서 그를 냉대하고 밀어냈던 사람.

원작에서는 올리버가 숲에서 변화하고, 실리아와 사랑에 빠지며, 형제의 화해가 이루어진다.

푸리나는 이 장면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숲은 사람에게 다른 배역을 입혀볼 수 있는 곳이지만, 모든 죄가 자동으로 씻기는 곳은 아니다.

무대 위에 올리버 역의 배우가 등장했다.

옷은 궁정의 것이었지만 찢겨 있었다.
그는 숲에서 길을 잃은 상태였다.

뒤쪽에서 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직접 사자를 무대에 올릴 수는 없었으므로, 푸리나는 조명과 북소리로 그것을 표현했다.

어둠 속에서 금빛 눈처럼 보이는 조명이 낮게 켜졌다.

올리버는 쓰러졌다.

그리고 죠니/올랜도가 등장했다.

그는 형을 보았다.

오랫동안.

객석이 조용해졌다.

민다우가스가 팔짱을 꼈다.

“여기서 살리면 위험하다.”

아스테르다스가 물었다.

“대공이라면?”

“상황에 따라 다르다.”

“형제인데?”

“형제라서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아스테르다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저 올랜도는 살릴 것 같아.”

“그렇겠지.”

“왜?”

민다우가스는 무대를 보며 말했다.

“그는 아직 자신이 형의 언어로 정의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죽게 두면, 그 언어가 마지막까지 남는다.”

아스테르다스는 웃음을 멈췄다.

“대공.”

“왜.”

“지금 꽤 좋은 해석이었어.”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죠니/올랜도는 쓰러진 올리버를 내려다보았다.

무대 위에서 사자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올랜도는 검을 뽑았다.

그리고 잠시 멈췄다.

그가 형을 구하는 것은 숭고한 용서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와 모멸, 오래된 상처와 자기혐오까지 함께 들어 있는 선택이었다.

그는 낮게 말했다.

“난 네가 싫다.”

객석이 조용해졌다.

죠니/올랜도는 계속 말했다.

“아마 앞으로도 쉽게 좋아지진 않을 거야.”

그는 검을 고쳐 쥐었다.

“그래도 네가 여기서 죽으면, 내 이야기는 또 네가 만든 모양으로 끝나겠지.”

사자의 그림자가 덮쳤다.

올랜도가 움직였다.

이번에는 씨름 때보다 빨랐다.

그의 몸은 크게 돌지 않았다.
하지만 검 끝과 발끝이 작은 원을 그렸다.

사자의 그림자는 갈라졌다.

북소리가 멈췄다.

올리버는 살아났다.

죠니/올랜도는 무릎을 꿇고 숨을 몰아쉬었다.

올리버가 눈을 떴다.

“네가…… 나를?”

죠니/올랜도는 힘겹게 말했다.

“착각하지 마. 용서한 건 아니야.”

올리버는 말을 잃었다.

“그럼 왜?”

죠니/올랜도는 그를 보지 않고 말했다.

“내가 뭘 할지는 내가 정하고 싶었어.”

그 대사는 길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했다.

요안나는 두 손을 모았다.

“그건 용서인가요?”

미하일라는 잠시 침묵했다.

“아직 아니다.”

슈샤니크가 말했다.

“하지만 복수도 아닙니다.”

요안나는 무대를 보았다.

“그럼 뭔가요?”

슈샤니크는 대답을 늦췄다.

“아마, 자기 이야기를 되찾는 첫 절차겠지요.”

미하일라는 슈샤니크를 보았다.

“좋은 표현이다.”

슈샤니크는 담담하게 말했다.

“연극이 유익하군요.”

무대 위에서 올리버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너에게…….”

죠니/올랜도가 끊었다.

“지금 말하지 마.”

“하지만—”

“말하면 편해지는 건 너야.”

올리버는 멈췄다.

죠니/올랜도는 천천히 일어섰다.

“숲이 그런 곳이라고 해서, 네가 바로 새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 나도 바로 좋은 동생이 되는 건 아니고.”

그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래도 살아 있으면, 나중에 제대로 말할 수는 있겠지.”

객석의 알토가 조용히 말했다.

“책임을 유예하지만 삭제하지 않는다.”

아카식은 미소 지었다.

“좋네. 기록에도 그런 순간이 필요해.”

무대 뒤편에서 푸리나/가니메드는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죠니가 올랜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았다.

원작의 화해는 희극의 결말을 향해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죠니의 올랜도는 너무 쉽게 용서하지 않는다.

대신 죽게 두지도 않는다.

푸리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희극은 고통이 없어서 희극이 아니다.

고통 뒤에도 다음 장면을 선택할 수 있어서 희극이다.

---

올리버는 그 뒤 실리아/알리에나와 만났다.

원작처럼 두 사람은 빠르게 사랑에 빠진다.

푸리나는 이 급작스러운 사랑을 일부러 조금 우스꽝스럽게 연출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올리버가 말을 걸자 처음에는 완전히 경계했다.

“접근 목적을 밝히십시오.”

올리버는 당황했다.

“저는 그저 감사 인사를—”

“감사는 올랜도 경에게 하십시오.”

“그분께는 했습니다.”

“그렇다면 추가 용건은?”

올리버는 말문이 막혔다.

객석에서 웃음이 났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하융/터치스톤은 낮게 말했다.

“사랑이 문서 심사를 통과하려면 꽤 오래 걸리겠소.”

레이튼/제이크스가 말했다.

“오히려 좋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죠니/올랜도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형이 좀 고생해도 돼.”

그레이/알리에나는 올리버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올랜도 경에게 해를 끼쳤습니다.”

올리버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그 사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압니다.”

“숲에 들어왔다고 해서 과거가 삭제되지는 않습니다.”

“압니다.”

“그러면 왜 저를 보고 있습니까?”

올리버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이 그 사실을 지우지 않아서입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멈췄다.

올리버는 말을 이었다.

“다른 이들은 제가 변했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눈으로 봅니다. 당신은 아직 위험하다고 보는군요.”

“그것이 불쾌합니까?”

“아니요.”

올리버는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처음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 조금 믿을 만해졌습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관객들이 웃음을 기다리는 순간에 웃기지 않았다.

대신 그레이의 침묵을 살렸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올리버를 오래 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명부에 이름을 적겠습니다.”

올리버는 놀랐다.

“제 이름을요?”

“예.”

“그게 허락입니까?”

“아닙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펜을 들었다.

“관찰 시작입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올리버는 웃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조금 당황했다.

“아직 감사하실 단계가 아닙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시선을 피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옆에서 입을 막고 웃었다.

죠니/올랜도는 낮게 말했다.

“형, 힘내라. 저건 꽤 긴 절차일 거야.”

하융/터치스톤은 엄숙하게 말했다.

“사랑의 길에는 관문이 많소. 알리에나의 관문은 특히 서류가 필요하오.”

레이튼/제이크스는 부드럽게 덧붙였다.

“하지만 통과한다면, 꽤 신뢰할 만한 길이지요.”

그레이/알리에나는 모두를 보았다.

“전부 조용히 하십시오.”

그 말에 객석은 더 크게 웃었다.

라이자는 두 손을 모았다.

“그레이의 사랑 장면도 그레이다워.”

은인이 말했다.

“관찰 시작은 긍정 신호입니까?”

라이자는 웃었다.

“그레이에게는 거의 고백 직전일지도 몰라.”

슈샤니크는 그 장면을 보며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감정에도 절차를 두는군요.”

요안나는 즐거워했다.

“나쁜가요?”

“아니요.”

슈샤니크는 조용히 말했다.

“상처가 많은 사람에게는 절차가 자비일 때도 있습니다.”

---

이제 숲의 혼선은 모두 준비되었다.

피비는 가니메드를 사랑하고, 실비어스는 피비를 사랑한다.

올랜도는 로잘린드를 사랑하지만, 가니메드에게 사랑 연습을 한다.

올리버는 알리에나에게 다가가고, 알리에나는 그를 명부에 올렸다.

제이크스는 관찰한다.

터치스톤은 비껴 말한다.

가니메드는 웃지만, 그 웃음 아래에서 로잘린드는 결말을 준비한다.

푸리나/가니메드는 무대 중앙에 섰다.

“좋아.”

그녀의 목소리가 숲을 가볍게 울렸다.

“이제 모두 너무 많이 꼬였네.”

하융/터치스톤이 말했다.

“숲치고는 정상적인 상태요.”

그레이/알리에나가 말했다.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레이튼/제이크스가 미소 지었다.

“그레이 경, 숲의 정상은 궁정의 정상과 다를지도 모릅니다.”

죠니/올랜도는 푸리나/가니메드를 보았다.

“그래서, 자칭 명의. 이걸 어떻게 고칠 건데?”

푸리나/가니메드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내일 모두를 한자리에 모을 거야.”

피비가 물었다.

“왜죠?”

“사랑이든 오해든, 계속 숲에 흩어져 있으면 더 자라거든. 그러니 한 번에 무대 위로 올려야 해.”

실비어스가 불안하게 말했다.

“그럼 제 사랑도요?”

“응.”

올리버가 물었다.

“제 죄도입니까?”

푸리나/가니메드는 그를 보았다.

“그건 사랑보다 무겁지.”

그녀는 그레이/알리에나를 향해 말했다.

“그러니까 알리에나가 봐야 해.”

그레이/알리에나는 대본 속 대사와 자기 판단 사이에서 잠시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일, 모두의 말을 듣겠습니다.”

죠니/올랜도는 작게 말했다.

“재판 같네.”

레이튼/제이크스가 말했다.

“희극은 종종 재판을 흉내 냅니다. 다만 판결 대신 결혼식을 내놓지요.”

하융/터치스톤이 고개를 저었다.

“끔찍한 형벌이오.”

객석이 웃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손을 펼쳤다.

“내일, 이 숲에서 모든 가면을 정리하자.”

그 말에 그레이/알리에나가 곧바로 말했다.

“가면을 벗깁니까?”

푸리나/가니메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녀는 객석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객석까지 닿았다.

“숲은 가면을 벗기지 않아.”

그녀는 품 안의 사랑시를 만졌다.

“다만, 그 가면으로 말한 진심을 다음 막까지 가져갈 수 있는지 묻는 거야.”

레이튼/제이크스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하융/터치스톤은 광대 모자를 벗어 가슴에 댔다.

죠니/올랜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명부를 닫았다.

관객석의 민다우가스가 말했다.

“결전 전야다.”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사랑 희극인데?”

“모든 이해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은다. 결전이다.”

“대공의 세계에서는 결혼식도 전투겠군.”

“정략혼이라면 그렇다.”

아스테르다스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아레는 조용히 말했다.

“내일은 박수가 많겠구나.”

타마르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 박수 뒤에 남는 침묵도 있겠지요.”

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오늘은, 박수가 먼저여도 좋겠구나.”

라이자는 은꽃을 꼭 쥐었다.

“다들 자기 자리를 찾으면 좋겠다.”

알토는 낮게 말했다.

“기록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카식이 눈을 반짝였다.

“드디어?”

“공연 후입니다.”

“알토.”

“예.”

“너는 정말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는구나.”

“그것이 제 배역입니다.”

무대 위의 숲은 깊어졌다.

사랑은 꼬였고, 죄는 지워지지 않았고, 용서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내일 같은 무대 위에 서기로 했다.

그것만으로도 숲은 궁정보다 나았다.

궁정은 사람을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숲은 사람을 한자리에 모아, 다시 선택하게 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마지막으로 무대 중앙에 섰다.

“그럼 내일.”

그녀가 말했다.

“모든 배역을 무대 위로.”

조명이 천천히 낮아졌다.

완전히 꺼지기 직전, 하융/터치스톤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디 내일의 숲이, 오늘의 거짓말을 모두 진심으로 착각하지 않기를.”

잠시 침묵.

그리고 죠니/올랜도의 목소리가 낮게 이어졌다.

“착각이어도, 내일 직접 말하면 되겠지.”

레이튼/제이크스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것이 숲의 재판입니다.”

그레이/알리에나가 아주 작게 덧붙였다.

“그리고 명부상 전원 참석입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 웃음 속에서 막이 내려갔다.

다음 막은 결말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었다.

희극은 언제나, 가장 많이 꼬인 다음에야 스스로를 풀기 시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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