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작성자:여관◆zAR16hM8he
작성일:2026-05-08 (금) 01:04:15
갱신일:2026-05-13 (수) 19:12:03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34익명의 참치 씨(7ce028f3)2026-05-10 (일) 23:43:36
# 《희극: 숲의 빛은 가면을 벗기지 않는다》
## 6편 — **그대의 다음 소절은, 그대 뜻대로**
숲의 마지막 아침은 조용했다.
무대 위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조용함은 비어 있는 침묵이 아니었다.
궁정의 조명이 사람을 고정했고, 숲의 빛이 가면을 허락했으며, 식탁이 사람들을 다시 앉혔다. 사랑은 꼬였고, 형제는 아직 완전히 화해하지 못했으며, 어떤 이름은 명부에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하나였다.
모든 사람이 같은 무대 위에 서는 것.
오해도, 사랑도, 죄도, 농담도, 질문도, 빈칸도.
모두 한 자리에 올라와야 했다.
객석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카식은 드물게 조용했다.
알토는 안내문을 무릎 위에 접어두었다.
니케아의 요안나는 두 손을 모으고 있었고, 미하일라는 말없이 무대를 보았다. 슈샤니크는 펜을 들고 있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라이자는 은꽃을 손에 쥔 채 숨을 죽였다.
아레는 박수칠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있었다.
타마르는 나른하게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무대 끝의 숲을 보고 있었다.
민다우가스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아스테르다스가 낮게 말했다.
“드디어 결전이네.”
민다우가스는 바로 답했다.
“결전이라기보다 조정 회의다.”
“사랑 희극의 마지막 막을 그렇게 부르는 건 대공밖에 없을 거야.”
“이해관계자가 전원 모인다. 조정 회의가 맞다.”
아스테르다스는 웃었다.
“그래도 오늘은 화살 대신 노래가 오갈 것 같군.”
민다우가스는 짧게 말했다.
“노래도 사람을 움직인다.”
아스테르다스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더 말하지 않았다.
그때 숲의 빛이 켜졌다.
낮고 흔들리는 녹색빛.
그 빛 아래, 푸리나/가니메드가 나타났다.
그녀는 아직 로잘린드가 아니었다.
가니메드였다.
그러나 처음 숲에 들어왔을 때와는 달랐다.
그때의 가니메드는 장난스럽고, 가볍고, 위험할 만큼 자유로운 얼굴이었다.
지금의 가니메드는 조금 더 조용했다.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무대 전체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연출가의 웃음이었다.
그녀는 숲의 식탁 앞에 섰다.
“모두 나와.”
그 한마디에 숲의 각 방향에서 사람들이 하나씩 걸어 나왔다.
죠니/올랜도.
그레이/알리에나.
하융/터치스톤.
레이튼/제이크스.
피비와 실비어스.
올리버.
아담.
추방 공작.
이름 없는 시종.
그리고 숲에 숨어 있던 작은 배역들까지.
모두가 식탁 앞에 섰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손뼉을 한 번 쳤다.
짝.
“좋아. 오늘은 이 숲의 모든 오해를 한 식탁 위에 올리자.”
그레이/알리에나가 바로 말했다.
“식탁은 이미 정리했습니다. 오해는 별도 공간에 올려주십시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알리에나. 마지막 막이야.”
“그래서 더 필요합니다.”
“낭만이 줄어들어.”
“혼선도 줄어듭니다.”
하융/터치스톤이 엄숙하게 말했다.
“오해를 정리하는 자리는 식탁보다 넓어야 하오. 오해는 늘 빵보다 부피가 크기 때문이오.”
죠니/올랜도가 낮게 말했다.
“그건 맞는 말 같네.”
레이튼/제이크스는 미소를 지었다.
“훌륭합니다. 이미 마지막 막의 논점이 정리되고 있군요.”
푸리나/가니메드는 한숨을 쉬는 척했다.
“좋아. 그러면 식탁 옆에 올리자.”
그녀는 모두를 보았다.
“먼저 피비.”
피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여전히 가니메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혼란과 자존심과, 아직 사라지지 않은 호감이 섞여 있었다.
가니메드는 말했다.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지.”
피비는 고개를 들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
“그게 무슨 뜻이죠?”
“곧 알게 될 거야.”
가니메드는 실비어스를 보았다.
“그리고 너는 피비를 사랑하지.”
실비어스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가니메드는 조금 엄하게 말했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상대의 대답을 대신 정할 수는 없어.”
실비어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압니다.”
“정말?”
“……배우고 있습니다.”
가니메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조건을 걸게.”
피비가 물었다.
“조건?”
“내가 네 사람이 될 수 없다면, 너는 실비어스의 말을 제대로 들어봐.”
피비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건 강요인가요?”
가니메드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들어보라는 거야. 선택하라는 게 아니라.”
그녀는 실비어스를 보았다.
“그리고 실비어스. 피비가 듣는다고 해서 선택한 건 아니야.”
실비어스는 아프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피비는 가니메드를 보았다.
“그대는 참 무례하군요.”
가니메드는 씩 웃었다.
“응. 그래서 숲에 어울리지.”
피비는 잠시 침묵하다가, 아주 작게 웃었다.
그 작은 웃음으로 첫 매듭이 느슨해졌다.
다음은 올리버였다.
올리버는 그레이/알리에나 앞에 섰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명부를 들고 있었다.
푸리나/가니메드가 두 사람을 보고 슬쩍 웃었다.
“알리에나.”
“네.”
“올리버가 너에게 말할 게 있대.”
그레이/알리에나는 바로 올리버를 보았다.
“용건을 말씀하십시오.”
객석에서 웃음이 났다.
올리버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숙였다.
“나는 과거를 지우겠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눈을 들었다.
올리버는 계속 말했다.
“내가 올랜도에게 한 일을 숲이 없던 일로 만들어준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나를 살렸다고 해서, 내가 용서받았다고 말하지도 않겠습니다.”
죠니/올랜도는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듣고 있었다.
올리버는 알리에나를 보았다.
“다만 살아남았으니, 앞으로 무엇을 할지 말할 기회는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명부를 펼쳤다.
“첫 줄은 통과입니다.”
올리버가 멈췄다.
“첫 줄?”
“예.”
“몇 줄이나 있습니까?”
“많습니다.”
객석에서 다시 웃음이 났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아주 진지했다.
“과거를 지우지 않겠다는 말. 책임을 미루지 않겠다는 말. 상대가 원하지 않는 용서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말. 앞으로의 행동을 기록으로 증명하겠다는 말.”
올리버는 고개를 숙였다.
“전부 적겠습니다.”
“아직 적지 마십시오.”
“왜입니까?”
“말은 쉽습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펜을 들었다.
“우선 관찰 시작으로 두겠습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돌렸다.
죠니/올랜도는 아주 건조하게 말했다.
“형, 축하해. 그레이한테는 꽤 큰 진전이야.”
그레이/알리에나는 그를 보았다.
“올랜도 경.”
“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용히 해주십시오.”
죠니/올랜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올리버는 이상하게 안도한 얼굴이었다.
“관찰 대상이 되는 것이 기쁜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하융/터치스톤이 말했다.
“사랑이란 참으로 이상하오. 어떤 이는 고백을 받고 기뻐하고, 어떤 이는 감사하게도 감사를 보류당하고 기뻐하니.”
레이튼/제이크스가 덧붙였다.
“그것 또한 숲의 다양성이지요.”
그레이/알리에나는 둘을 보았다.
“정리하겠습니다.”
“예.”
“예.”
두 사람은 동시에 조용해졌다.
객석에서 라이자가 작게 웃었다.
“그레이가 무대 위에서도 모두를 정리하고 있어.”
은인이 말했다.
“질서 유지 기능이 매우 높습니다.”
“응. 그런데 따뜻해.”
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관찰 시작은 거절이 아니라 문을 닫지 않는 행위로 보입니다.”
라이자는 환하게 웃었다.
“맞아. 그레이식으로 문을 열어둔 거야.”
---
이제 푸리나/가니메드는 죠니/올랜도 앞에 섰다.
숲이 조용해졌다.
올랜도는 가니메드를 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 모른다.
눈앞의 소년이 로잘린드라는 것을.
가니메드는 물었다.
“올랜도.”
“응.”
“네 사랑병 치료는 어땠어?”
죠니/올랜도는 잠시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악화된 것 같은데.”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가니메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치료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야.”
“그런 의사는 믿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자칭 명의니까 괜찮아.”
“그게 더 문제야.”
가니메드는 한 걸음 다가갔다.
“내가 말했지. 내일 로잘린드를 데려오겠다고.”
죠니/올랜도는 그를 보았다.
“그랬지.”
“믿어?”
죠니/올랜도는 대답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의 대답은 화려하지 않았다.
“모르겠어.”
가니메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답이야?”
“응.”
죠니/올랜도는 가니메드를 똑바로 보았다.
“나는 아직도 네가 누군지 잘 모르겠고, 네 말은 반쯤 장난 같아. 그런데 이상하게 도망가고 싶지는 않아.”
그는 품 안의 목걸이를 꺼냈다.
로잘린드가 준 증거.
“궁정에서 받은 건데, 숲에서 계속 들고 있었어.”
가니메드는 그것을 보았다.
죠니/올랜도는 말했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한 건, 나무 앞에서도, 네 앞에서도 같았어.”
그는 조금 민망한 듯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보았다.
“뭐, 네가 날 놀리고 싶으면 놀려도 돼. 이미 충분히 우스운 꼴이니까.”
푸리나/가니메드는 웃지 않았다.
가니메드로서도, 로잘린드로서도.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좋아.”
그녀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손으로 눌렀다.
“그러면 마지막 치료야.”
죠니/올랜도는 불길한 얼굴이 되었다.
“그 말도 무섭군.”
“기다려.”
“얼마나?”
“한 장면.”
죠니/올랜도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한 장면은 기다릴게.”
---
가니메드는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럼 잠깐.”
그녀는 숲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레이/알리에나가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푸리나/가니메드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가면을 바꾸러.”
하융/터치스톤이 낮게 말했다.
“벗는 것이 아니오?”
푸리나/가니메드는 그제야 돌아보았다.
“아니.”
그녀는 웃었다.
“벗는 게 아니라, 가져가는 거야.”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숲 뒤편으로 사라졌다.
무대는 잠시 비었다.
그 빈 시간 동안, 객석은 숨을 죽였다.
레이튼/제이크스는 그 빈 공간을 바라보았다.
“흥미롭군요.”
죠니/올랜도가 물었다.
“뭐가?”
“가면을 벗는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융/터치스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숲은 가면을 벗기지 않으니까.”
그레이/알리에나는 명부를 닫았다.
“그 가면으로 한 말을 없던 일로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레이튼/제이크스는 미소를 지었다.
“정확합니다.”
객석의 알토가 조용히 말했다.
“임시 배역의 기록을 삭제하지 않는다.”
아카식은 그를 보았다.
“너, 점점 이 극에 물들고 있어.”
알토는 부정하지 않았다.
“좋은 극입니다.”
“그 말은 기록해도 돼?”
“공연 후에.”
“끝까지구나.”
---
숲의 빛이 바뀌었다.
궁정의 차갑고 강한 빛이 조금 돌아왔다.
하지만 처음처럼 사람을 고정하는 빛은 아니었다.
숲의 녹색빛과 섞여 있었다.
밝지만 숨 쉴 틈이 있었고, 흔들리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그 빛 속에서 푸리나가 다시 나타났다.
로잘린드였다.
그러나 첫 막의 로잘린드와 같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궁정의 옷에 갇힌 추방자의 딸만이 아니었다.
숲의 빛을 지나온 로잘린드였다.
가니메드의 걸음을 기억하는 로잘린드였다.
그녀의 손에는 가니메드의 모자가 들려 있었다.
객석이 조용해졌다.
죠니/올랜도는 그녀를 보았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꽤 지독한 장난이군.”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로잘린드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할게요.”
죠니/올랜도는 모자를 보았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로잘린드 앞에서 로잘린드 이야기를 한 거네.”
“그렇죠.”
“나무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는데.”
로잘린드가 눈을 깜빡였다.
죠니/올랜도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이었으니까.”
웃음이 다시 번졌다.
하지만 그 말 아래에는 진심이 있었다.
죠니/올랜도는 이어 말했다.
“가니메드에게 말한 것도 거짓은 아니었어.”
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
“결국 네 앞에서 한 말이었으니까.”
로잘린드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가슴에 안았다.
“그럼 치료는 성공했나요?”
죠니/올랜도는 조금 생각했다.
“아니. 더 심해진 것 같은데.”
로잘린드는 웃었다.
이번에는 로잘린드의 웃음이었다.
가니메드가 빌려준 자유를 잊지 않은 로잘린드의 웃음이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그 박수는 연애 플래그를 향한 박수가 아니었다.
배역과 배우가 제대로 맞물린 순간에 대한 박수였다.
서툰 올랜도와, 가니메드를 지나온 로잘린드가 서로의 말을 부정하지 않은 순간.
푸리나는 그 박수를 들으며, 자신이 고른 올랜도가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죠니는 사랑을 화려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
피비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대가…… 로잘린드였다고요?”
로잘린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피비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럼 내가 사랑한 것은 누구였죠?”
무대가 조용해졌다.
그 질문은 우스운 질문이면서도 가볍지 않았다.
하융/터치스톤이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아마도.”
그는 광대 모자를 매만졌다.
“그대가 사랑한 것은 가니메드라는 사람이 아니라, 그대에게 처음으로 거절할 권리와 거절당할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 말이었겠지.”
피비는 그를 보았다.
하융/터치스톤은 계속 말했다.
“사람은 때때로 자신을 자유롭게 한 말에 반하오. 하지만 말과 사람은 같지 않지.”
피비는 입술을 다물었다.
실비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기다렸다.
이번에는 자신의 사랑을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 기다림이 피비에게 닿았다.
피비는 천천히 실비어스를 보았다.
“나는 아직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어요.”
실비어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피비는 이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말을 제대로 들어보겠다고는 말할 수 있어요.”
실비어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면 오늘은 충분합니다.”
그레이/알리에나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동의 확인. 강제 없음.”
푸리나/로잘린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알리에나, 지금 그걸 말해야 해?”
“중요합니다.”
“응, 중요하지.”
객석의 슈샤니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합니다.”
요안나가 웃었다.
“재상까지요?”
“강제 없는 결합은 행정적으로도 중요합니다.”
미하일라가 짧게 말했다.
“정치적으로도.”
요안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좋은 장면이 자꾸 문서가 돼요.”
슈샤니크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문서가 되면 오래 남습니다.”
---
이제 숲의 매듭들은 풀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질문이 남아 있었다.
레이튼/제이크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는 모두가 웃고, 당황하고, 안도하는 장면 속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었다.
원작의 제이크스처럼.
하지만 그의 거리두기는 냉소가 아니었다.
그는 질문이 너무 빨리 결론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리를 두고 있었다.
레이튼/제이크스는 푸리나/로잘린드를 보았다.
“폐하.”
로잘린드가 그를 보았다.
무대 안에서는 제이크스가 로잘린드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 호칭은 의도적으로 푸리나에게 닿았다.
“온 세상이 무대라면.”
레이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배우는 어디에서 자유로워집니까?”
극장이 조용해졌다.
푸리나/로잘린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보았다.
그레이/알리에나의 명부를 보았다.
죠니/올랜도의 손 안에 남은 목걸이를 보았다.
하융/터치스톤의 광대 모자를 보았다.
숲의 식탁을 보았다.
궁정에서 이어져 온 문을 보았다.
그리고 객석을 보았다.
왕들.
가신들.
성좌.
사절.
병사.
피난민.
아이.
모두가 무대를 보고 있었다.
푸리나/로잘린드는 천천히 말했다.
“무대 밖에서가 아니야.”
레이튼/제이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푸리나는 말을 이었다.
“누군가 건넨 대본을 그대로 읽는 동안도 아니지.”
그녀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배우가 자유로워지는 순간은.”
한 박자.
“자신의 다음 소절을, 자기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할 때야.”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숲의 조명이 흔들렸다.
아주 얇게.
전장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신술이 아니었다.
성벽을 무대로 바꾸고 병사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국가적 극장도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작고, 훨씬 섬세했다.
푸리나의 [여관:극장] 위로, 하나의 노래가 겹쳤다.
**《군상극: 아르메니아의 노래》**
누군가에게 명령하는 노래가 아니었다.
모두가 같은 음을 부르도록 강요하는 합창도 아니었다.
그것은 각자의 목소리가 서로를 덮지 않도록, 서로의 소절을 들을 수 있게 만드는 얇은 군상극이었다.
처음에는 무대 위에서 시작되었다.
식탁 위의 빈 그릇이 낮게 울렸다.
명부의 종이가 바람도 없는데 살짝 떨렸다.
가니메드의 모자에 숲의 빛이 내려앉았다.
올랜도의 목걸이가 희미하게 빛났다.
터치스톤의 방울이 아주 작게 울렸다.
제이크스의 검은 외투 끝이 흔들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들었다.
자기 소절을.
먼저 그레이/알리에나가 명부를 펼쳤다.
이름 없는 시종이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레이는 물었다.
“오늘 적을 수 있습니까?”
시종은 떨리는 손으로 펜을 받았다.
그는 한동안 빈칸을 보았다.
빈칸은 재촉하지 않았다.
그레이도 재촉하지 않았다.
마침내 시종은 자기 이름을 말했다.
아주 작게.
하지만 극장 전체가 들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그레이/알리에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다.”
시종은 직접 자기 이름을 적었다.
그 순간 무대 한구석의 작은 등불 하나가 켜졌다.
그레이의 신술이 정식으로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거리, 기억이 잠드는 거리의 문패처럼, 그 이름은 더 이상 빈칸이 아니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조용히 말했다.
“빈칸은 지우지 않겠습니다. 아직 부르지 못한 소절도, 노래의 일부니까요.”
그다음 하융/터치스톤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잠시 다른 노래들을 들었다.
다른 결말의 노래.
고백하지 못한 결말.
숲에 오지 못한 결말.
사랑시가 찢어진 결말.
올리버가 죽은 결말.
피비가 끝내 아무도 보지 못한 결말.
알리에나가 궁정에 남은 결말.
광대가 웃지 못한 결말.
그 노래들은 죽어 있었다.
하지만 하융은 그것들을 현재 무대 위로 끌어오지 않았다.
오늘 부를 소절은 이 소절이었으므로.
하융/터치스톤은 모자를 벗어 가슴에 대고 말했다.
“다른 결말의 노래도 들리오. 끊어진 소절, 끝내 이어지지 못한 후렴, 웃지 못한 광대의 노래.”
그는 웃었다.
“허나 오늘 무대는 이 소절을 택했소. 그러니 오늘의 광대는 웃어보겠소.”
방울이 울렸다.
작고 어긋난 소리였다.
하지만 분명히 웃음이었다.
죠니/올랜도는 자기 차례가 온 것을 느꼈다.
그는 화려하게 노래하지 않았다.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목걸이를 손 안에서 한 번 굴렸다.
그리고 말했다.
“난 노래는 잘 못 해.”
객석에서 작게 웃음이 났다.
죠니/올랜도는 이어 말했다.
“시도 별로고. 말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야.”
푸리나/로잘린드는 그를 보았다.
죠니/올랜도는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내 박자는 내가 잡을게.”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내가 부를 수 있는 건 이런 서툰 소절뿐이야. 그래도 남이 대신 부르게 하진 않겠어.”
그 말은 올랜도의 것이었다.
동시에 죠니답게 땅에 닿아 있었다.
레이튼/제이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는 무대 중앙을 보았다.
“답이 아니라 후렴이 남았군요. 반복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후렴이.”
푸리나/로잘린드는 그를 향해 물었다.
“제이크스. 당신은 함께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레이튼/제이크스는 미소 지었다.
“모든 질문이 결혼식에서 끝난다면, 세상은 너무 단순하겠지요.”
그는 숲의 깊은 곳을 보았다.
“저는 조금 더 숲에 남겠습니다. 누군가는 이 기쁜 결말이 너무 빨리 답이 되지 않도록 지켜야 하니까요.”
로잘린드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당신은 우리의 끝이 아니라, 다음 질문이군요.”
“그렇게 불러주신다면 영광입니다.”
푸리나/로잘린드는 미소 지었다.
“좋아요. 제이크스는 숲의 마지막 질문으로 남아줘요.”
레이튼/제이크스는 고개를 숙였다.
---
그리고 노래는 객석에도 닿았다.
아주 얇게.
강제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 안에 이미 있던 소절을, 스스로 들을 수 있을 만큼 조명을 낮추어준 것뿐이었다.
민다우가스는 자기 안쪽에서 낮은 문장을 보았다.
복수로 통일한 자.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부품으로 삼은 자.
리투아니아를 위해 혈통조차 도구로 삼을 수 있는 자.
그 아래에는 빈 악보가 있었다.
그는 낮게 말했다.
“빈칸은 위험하다.”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그래도 대공. 빈칸이 있어야 선택이 들어가지.”
“선택은 비용을 만든다.”
“응.”
아스테르다스는 무대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사람이 국가를 움직이는 거야.”
민다우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부정이 아니었다.
라이자는 자기 안에서 따뜻한 은빛 소절을 들었다.
같이 먹고, 같이 춤추고, 같이 부르는 사람들.
그녀는 작게 말했다.
“결국 가족은 완성된 노래가 아니라, 서로 틀려도 다시 맞춰 부르는 사람들이네.”
은인이 고개를 숙였다.
“기억하겠습니다.”
“기록 말고, 같이 불러줘.”
“예.”
슈샤니크는 움직이지 못했다.
노래가 객석을 스쳤을 때, 그녀가 들은 것은 오래전에 닫아둔 발음이었다.
아르메니아어의 낡은 억양.
어린 시절의 성가.
사라진 마을의 저녁.
닫은 여관의 문소리.
그녀의 안에 적혀 있던 문장은 많았다.
파흘라부니.
노예 관료.
니케아의 재상.
돌아가야 할 자.
피로 산술을 배운 자.
닫힌 여관의 주인.
그 아래에 빈 소절이 있었다.
요안나가 작게 물었다.
“재상?”
슈샤니크는 한참 뒤에 말했다.
“저 노래는…… 오래전에 닫아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는 노래인가요?”
슈샤니크는 눈을 내리깔았다.
“아는 노래라기보다, 돌아가지 못한 곳의 발음입니다.”
요안나는 더 묻지 않았다.
미하일라도 침묵했다.
그것이 지금은 가장 알맞은 예우였다.
아레는 박수와 침묵 사이의 소절을 들었다.
그녀에게 들린 것은 산 자의 노래만이 아니었다.
노래가 닿지 않는 곳의 쉼표.
박수 뒤에 남은 손.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름들.
그러나 오늘의 노래는 그 침묵을 덮지 않았다.
사이에 숨 쉴 곳을 남겨두었다.
아레는 조용히 말했다.
“좋은 노래구나. 침묵을 덮지 않고, 사이에 숨 쉴 곳을 남기는 노래야.”
타마르가 미소 지었다.
“쉼표가 있는 노래는 죽은 이들에게도 친절하답니다.”
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산 자의 박수를 먼저 듣겠다.”
타마르는 차를 들어 올렸다.
“그래도 좋겠지요.”
알토는 무대와 객석 사이를 보았다.
그는 이 노래를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바로 적지 않았다.
아카식이 그를 보았다.
“알토.”
“예.”
“지금 기록하고 싶지?”
“예.”
“왜 안 해?”
알토는 잠시 생각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카식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은 신도네.”
“기록은 끝난 것을 붙잡는 일만이 아닙니다.”
알토는 무대를 보았다.
“때로는, 끝까지 듣기 위해 기다리는 일입니다.”
아카식은 잠시 멈췄다가 웃었다.
“그 말은 내가 기록할게. 나중에.”
---
무대 위에서 푸리나/로잘린드는 노래를 강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녀는 모두의 소절을 지휘하지 않았다.
대신 듣고 있었다.
그것이 《군상극: 아르메니아의 노래》의 핵심이었다.
독창이 아니라 군상극.
한 사람이 모두의 결말을 대신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다음 소절을 부를 수 있도록 무대의 숨을 맞추는 것.
푸리나/로잘린드는 말했다.
“내가 모두의 노래를 대신 부르지는 않아.”
그녀의 목소리는 극장 전체에 닿았다.
“그건 군상극이 아니라 독창이니까.”
그녀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들어 올렸다.
“궁정은 우리에게 옷을 입혔어.
숲은 다른 옷을 빌려주었지.
하지만 거짓이었던 것은 옷이 아니야.”
그녀는 모자를 식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 옷 하나만이 전부라고 믿었던 생각이 거짓이었어.”
로잘린드는 올랜도를 보았다.
“가니메드로 한 말도 남을 거야.”
알리에나를 보았다.
“알리에나가 적은 명부도.”
터치스톤을 보았다.
“광대가 웃음으로 찌른 진실도.”
제이크스를 보았다.
“제이크스가 답하지 않고 남긴 질문도.”
그녀는 객석을 보았다.
“그러니 가면을 벗고 돌아가도 좋아.”
한 박자.
“가면을 쓴 채로 한 말을 잊지만 않는다면.”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고개를 들었다.
피비는 실비어스의 말을 듣겠다고 했다.
올리버는 자신의 과거를 지우지 않겠다고 했다.
알리에나는 관찰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올랜도는 자기 박자를 자기가 잡겠다고 했다.
터치스톤은 오늘의 광대가 웃어보겠다고 했다.
제이크스는 질문으로 남겠다고 했다.
이름 없는 시종은 자기 이름을 적었다.
추방 공작은 숲의 식탁을 궁정으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 순간, 숲의 가장 뒤편에서 새로운 소식이 도착했다.
프레더릭이 권력을 내려놓았다는 소식.
원작처럼.
그러나 푸리나는 그것을 기적처럼 처리하지 않았다.
전령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찬탈자 공작이…… 궁정을 떠났습니다. 숲 근처에서 은자를 만나고, 왕위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객석이 술렁였다.
민다우가스는 짧게 말했다.
“너무 빠른 정권 이양이다.”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희극이니까 봐줘.”
“권력은 그렇게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라도 한 번 보여주는 거야. 그래야 현실의 누군가가 부끄러워할 수도 있잖아.”
민다우가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런 효과는 있을 수 있다.”
아스테르다스는 만족했다.
무대 위 로잘린드는 전령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숲 사람들을 보았다.
“그렇다면 돌아갈 길이 열렸군요.”
그레이/알리에나가 즉시 말했다.
“귀환 인원 확인이 필요합니다. 숲에 남을 사람과 돌아갈 사람을 구분해야 합니다.”
푸리나/로잘린드는 웃었다.
“역시 알리에나.”
“또한 식탁, 명부, 물자 분배 체계를 궁정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레이튼/제이크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것이 이 숲의 진짜 귀환일지도 모르지요.”
죠니/올랜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궁정으로 돌아가면, 또 같은 일이 생길 테니까.”
하융/터치스톤이 말했다.
“숲에서 얻은 것을 잃고 돌아가면, 사람은 길을 잃은 보람도 없소.”
푸리나/로잘린드는 만족스럽게 모두를 보았다.
“좋아. 그럼 돌아가는 사람은 숲을 조금 가져가자.”
그레이/알리에나가 물었다.
“상징적으로 말입니까?”
푸리나/로잘린드는 웃었다.
“반은.”
“나머지 반은요?”
“식탁.”
그레이/알리에나는 아주 조금 놀랐다.
푸리나는 말했다.
“궁정에 식탁을 만들자. 자리를 정해주는 식탁이 아니라, 자리를 내어주는 식탁.”
그레이/알리에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검토하겠습니다.”
“실행은?”
“검토 후 실행하겠습니다.”
“좋아!”
---
마지막 춤이 시작되었다.
결혼식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조심스럽고, 화해식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우스웠으며, 귀환식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숲이 너무 짙었다.
그래서 푸리나는 그것을 그냥 춤이라고 했다.
로잘린드와 올랜도.
알리에나와 올리버.
피비와 실비어스는 아직 손을 완전히 잡지 않았다.
대신 피비가 실비어스의 말을 듣기 위해 옆에 섰다.
터치스톤은 혼자 엉뚱한 박자로 돌다가, 이름을 되찾은 시종과 부딪힐 뻔했다.
제이크스는 숲 가장자리에서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는 춤추지 않았다.
그러나 외면하지도 않았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춤 도중에도 명부를 품에 넣고 있었다.
푸리나/로잘린드가 속삭였다.
“춤출 때는 명부 내려놓아도 되지 않아?”
그레이/알리에나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분실 위험이 있습니다.”
“알리에나.”
“네.”
“너 정말 끝까지 알리에나다.”
“폐하도 끝까지 푸리나십니다.”
푸리나/로잘린드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웃었다.
“그 말은 좀 반칙이야.”
“사실입니다.”
죠니/올랜도는 춤 동작이 조금 어색했다.
그는 말 위에서라면 누구보다 균형을 잘 잡았겠지만, 이런 숲속 결혼식 춤은 익숙하지 않았다.
푸리나/로잘린드가 말했다.
“올랜도, 박자가 조금 늦어.”
죠니/올랜도는 낮게 답했다.
“내 박자는 내가 잡는다고 했지, 잘 잡는다고는 안 했어.”
푸리나/로잘린드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천천히 잡아.”
“그건 할 수 있어.”
두 사람은 배역 안에서 춤추었다.
배우로서는 서로의 호흡을 맞추었다.
가신과 군주로서는 하나의 극을 끝까지 완성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군상극: 아르메니아의 노래》는 점점 낮아졌다.
노래는 사람들을 지배하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소절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푸리나/로잘린드는 무대 중앙에 섰다.
모든 배우가 뒤에 섰다.
죠니/올랜도.
그레이/알리에나.
하융/터치스톤.
레이튼/제이크스는 조금 떨어진 숲 가장자리.
그리고 다른 모든 인물들.
푸리나는 로잘린드로서, 가니메드의 모자를 손에 들고 관객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극은 여기서 끝.”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대들의 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객석이 조용해졌다.
푸리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누군가 그대에게 대본을 주었을 거야.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이 옷만 입어야 한다고.
이 이름으로만 불려야 한다고.
이 빛 아래에서만 보여야 한다고.”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숲은 말했지.”
그녀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들어 올렸다.
“다른 얼굴로 말한 진심도, 진심이라고.”
푸리나는 손을 내렸다.
“그러니 다음 막으로 가렴.”
한 박자.
“그대의 다음 소절은, 그대 뜻대로.”
조용한 침묵.
그리고 박수가 터졌다.
처음에는 작았다.
그러나 곧 극장 전체를 채웠다.
이 박수는 단순히 결혼식의 박수가 아니었다.
정체 공개에 대한 박수도, 해피엔딩에 대한 박수도 아니었다.
그것은 각자가 자기 소절을 되찾은 순간에 대한 박수였다.
아레는 천천히 손뼉을 쳤다.
이번에는 침묵을 먼저 듣지 않았다.
오늘은 산 자의 박수가 먼저여도 좋았다.
타마르는 빈손으로 잔을 들 듯 예를 표했다.
라이자는 은꽃을 흔들었다.
요안나는 눈가가 조금 젖은 채 박수를 쳤다.
미하일라는 짧게, 그러나 확실히 손뼉을 쳤다.
슈샤니크는 박수를 치기 전, 아주 잠깐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박수를 쳤다.
민다우가스는 박수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잠시 후, 딱 두 번 손뼉을 쳤다.
짝. 짝.
아스테르다스가 활짝 웃었다.
“대공이 박수를 쳤어.”
“공연이 끝났다.”
“그래서?”
“성과가 있었다.”
“하하, 그럼 최고의 칭찬이네.”
알토는 박수를 쳤다.
아카식도 박수를 쳤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록하지 않았다.
적어도 박수가 끝날 때까지는.
무대 위의 푸리나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배우들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죠니는 조금 어색하게.
그레이는 단정하게.
하융은 광대답게 과장되게.
레이튼은 숲에 남는 제이크스처럼, 조금 뒤에서 우아하게.
박수는 오래 이어졌다.
무대 위의 숲은 천천히 어두워졌다.
궁정의 빛도, 숲의 빛도, 마지막에는 하나의 따뜻한 황혼으로 섞였다.
그리고 그날, 킬리키아의 극장에서 사람들은 알았다.
희극이란 고통이 없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고통 뒤에도 다시 자기 소절을 고를 수 있기에 웃는 것이라고.
숲의 빛은 끝내 가면을 벗기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다음 막으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조명을 낮추어주었다.
## 6편 — **그대의 다음 소절은, 그대 뜻대로**
숲의 마지막 아침은 조용했다.
무대 위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조용함은 비어 있는 침묵이 아니었다.
궁정의 조명이 사람을 고정했고, 숲의 빛이 가면을 허락했으며, 식탁이 사람들을 다시 앉혔다. 사랑은 꼬였고, 형제는 아직 완전히 화해하지 못했으며, 어떤 이름은 명부에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하나였다.
모든 사람이 같은 무대 위에 서는 것.
오해도, 사랑도, 죄도, 농담도, 질문도, 빈칸도.
모두 한 자리에 올라와야 했다.
객석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카식은 드물게 조용했다.
알토는 안내문을 무릎 위에 접어두었다.
니케아의 요안나는 두 손을 모으고 있었고, 미하일라는 말없이 무대를 보았다. 슈샤니크는 펜을 들고 있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라이자는 은꽃을 손에 쥔 채 숨을 죽였다.
아레는 박수칠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있었다.
타마르는 나른하게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무대 끝의 숲을 보고 있었다.
민다우가스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아스테르다스가 낮게 말했다.
“드디어 결전이네.”
민다우가스는 바로 답했다.
“결전이라기보다 조정 회의다.”
“사랑 희극의 마지막 막을 그렇게 부르는 건 대공밖에 없을 거야.”
“이해관계자가 전원 모인다. 조정 회의가 맞다.”
아스테르다스는 웃었다.
“그래도 오늘은 화살 대신 노래가 오갈 것 같군.”
민다우가스는 짧게 말했다.
“노래도 사람을 움직인다.”
아스테르다스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더 말하지 않았다.
그때 숲의 빛이 켜졌다.
낮고 흔들리는 녹색빛.
그 빛 아래, 푸리나/가니메드가 나타났다.
그녀는 아직 로잘린드가 아니었다.
가니메드였다.
그러나 처음 숲에 들어왔을 때와는 달랐다.
그때의 가니메드는 장난스럽고, 가볍고, 위험할 만큼 자유로운 얼굴이었다.
지금의 가니메드는 조금 더 조용했다.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무대 전체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연출가의 웃음이었다.
그녀는 숲의 식탁 앞에 섰다.
“모두 나와.”
그 한마디에 숲의 각 방향에서 사람들이 하나씩 걸어 나왔다.
죠니/올랜도.
그레이/알리에나.
하융/터치스톤.
레이튼/제이크스.
피비와 실비어스.
올리버.
아담.
추방 공작.
이름 없는 시종.
그리고 숲에 숨어 있던 작은 배역들까지.
모두가 식탁 앞에 섰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손뼉을 한 번 쳤다.
짝.
“좋아. 오늘은 이 숲의 모든 오해를 한 식탁 위에 올리자.”
그레이/알리에나가 바로 말했다.
“식탁은 이미 정리했습니다. 오해는 별도 공간에 올려주십시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알리에나. 마지막 막이야.”
“그래서 더 필요합니다.”
“낭만이 줄어들어.”
“혼선도 줄어듭니다.”
하융/터치스톤이 엄숙하게 말했다.
“오해를 정리하는 자리는 식탁보다 넓어야 하오. 오해는 늘 빵보다 부피가 크기 때문이오.”
죠니/올랜도가 낮게 말했다.
“그건 맞는 말 같네.”
레이튼/제이크스는 미소를 지었다.
“훌륭합니다. 이미 마지막 막의 논점이 정리되고 있군요.”
푸리나/가니메드는 한숨을 쉬는 척했다.
“좋아. 그러면 식탁 옆에 올리자.”
그녀는 모두를 보았다.
“먼저 피비.”
피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여전히 가니메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혼란과 자존심과, 아직 사라지지 않은 호감이 섞여 있었다.
가니메드는 말했다.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지.”
피비는 고개를 들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
“그게 무슨 뜻이죠?”
“곧 알게 될 거야.”
가니메드는 실비어스를 보았다.
“그리고 너는 피비를 사랑하지.”
실비어스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가니메드는 조금 엄하게 말했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상대의 대답을 대신 정할 수는 없어.”
실비어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압니다.”
“정말?”
“……배우고 있습니다.”
가니메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조건을 걸게.”
피비가 물었다.
“조건?”
“내가 네 사람이 될 수 없다면, 너는 실비어스의 말을 제대로 들어봐.”
피비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건 강요인가요?”
가니메드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들어보라는 거야. 선택하라는 게 아니라.”
그녀는 실비어스를 보았다.
“그리고 실비어스. 피비가 듣는다고 해서 선택한 건 아니야.”
실비어스는 아프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피비는 가니메드를 보았다.
“그대는 참 무례하군요.”
가니메드는 씩 웃었다.
“응. 그래서 숲에 어울리지.”
피비는 잠시 침묵하다가, 아주 작게 웃었다.
그 작은 웃음으로 첫 매듭이 느슨해졌다.
다음은 올리버였다.
올리버는 그레이/알리에나 앞에 섰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명부를 들고 있었다.
푸리나/가니메드가 두 사람을 보고 슬쩍 웃었다.
“알리에나.”
“네.”
“올리버가 너에게 말할 게 있대.”
그레이/알리에나는 바로 올리버를 보았다.
“용건을 말씀하십시오.”
객석에서 웃음이 났다.
올리버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숙였다.
“나는 과거를 지우겠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눈을 들었다.
올리버는 계속 말했다.
“내가 올랜도에게 한 일을 숲이 없던 일로 만들어준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나를 살렸다고 해서, 내가 용서받았다고 말하지도 않겠습니다.”
죠니/올랜도는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듣고 있었다.
올리버는 알리에나를 보았다.
“다만 살아남았으니, 앞으로 무엇을 할지 말할 기회는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명부를 펼쳤다.
“첫 줄은 통과입니다.”
올리버가 멈췄다.
“첫 줄?”
“예.”
“몇 줄이나 있습니까?”
“많습니다.”
객석에서 다시 웃음이 났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아주 진지했다.
“과거를 지우지 않겠다는 말. 책임을 미루지 않겠다는 말. 상대가 원하지 않는 용서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말. 앞으로의 행동을 기록으로 증명하겠다는 말.”
올리버는 고개를 숙였다.
“전부 적겠습니다.”
“아직 적지 마십시오.”
“왜입니까?”
“말은 쉽습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펜을 들었다.
“우선 관찰 시작으로 두겠습니다.”
푸리나/가니메드는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돌렸다.
죠니/올랜도는 아주 건조하게 말했다.
“형, 축하해. 그레이한테는 꽤 큰 진전이야.”
그레이/알리에나는 그를 보았다.
“올랜도 경.”
“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용히 해주십시오.”
죠니/올랜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올리버는 이상하게 안도한 얼굴이었다.
“관찰 대상이 되는 것이 기쁜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하융/터치스톤이 말했다.
“사랑이란 참으로 이상하오. 어떤 이는 고백을 받고 기뻐하고, 어떤 이는 감사하게도 감사를 보류당하고 기뻐하니.”
레이튼/제이크스가 덧붙였다.
“그것 또한 숲의 다양성이지요.”
그레이/알리에나는 둘을 보았다.
“정리하겠습니다.”
“예.”
“예.”
두 사람은 동시에 조용해졌다.
객석에서 라이자가 작게 웃었다.
“그레이가 무대 위에서도 모두를 정리하고 있어.”
은인이 말했다.
“질서 유지 기능이 매우 높습니다.”
“응. 그런데 따뜻해.”
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관찰 시작은 거절이 아니라 문을 닫지 않는 행위로 보입니다.”
라이자는 환하게 웃었다.
“맞아. 그레이식으로 문을 열어둔 거야.”
---
이제 푸리나/가니메드는 죠니/올랜도 앞에 섰다.
숲이 조용해졌다.
올랜도는 가니메드를 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 모른다.
눈앞의 소년이 로잘린드라는 것을.
가니메드는 물었다.
“올랜도.”
“응.”
“네 사랑병 치료는 어땠어?”
죠니/올랜도는 잠시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악화된 것 같은데.”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가니메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치료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야.”
“그런 의사는 믿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자칭 명의니까 괜찮아.”
“그게 더 문제야.”
가니메드는 한 걸음 다가갔다.
“내가 말했지. 내일 로잘린드를 데려오겠다고.”
죠니/올랜도는 그를 보았다.
“그랬지.”
“믿어?”
죠니/올랜도는 대답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의 대답은 화려하지 않았다.
“모르겠어.”
가니메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답이야?”
“응.”
죠니/올랜도는 가니메드를 똑바로 보았다.
“나는 아직도 네가 누군지 잘 모르겠고, 네 말은 반쯤 장난 같아. 그런데 이상하게 도망가고 싶지는 않아.”
그는 품 안의 목걸이를 꺼냈다.
로잘린드가 준 증거.
“궁정에서 받은 건데, 숲에서 계속 들고 있었어.”
가니메드는 그것을 보았다.
죠니/올랜도는 말했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한 건, 나무 앞에서도, 네 앞에서도 같았어.”
그는 조금 민망한 듯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보았다.
“뭐, 네가 날 놀리고 싶으면 놀려도 돼. 이미 충분히 우스운 꼴이니까.”
푸리나/가니메드는 웃지 않았다.
가니메드로서도, 로잘린드로서도.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좋아.”
그녀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손으로 눌렀다.
“그러면 마지막 치료야.”
죠니/올랜도는 불길한 얼굴이 되었다.
“그 말도 무섭군.”
“기다려.”
“얼마나?”
“한 장면.”
죠니/올랜도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한 장면은 기다릴게.”
---
가니메드는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럼 잠깐.”
그녀는 숲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레이/알리에나가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푸리나/가니메드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가면을 바꾸러.”
하융/터치스톤이 낮게 말했다.
“벗는 것이 아니오?”
푸리나/가니메드는 그제야 돌아보았다.
“아니.”
그녀는 웃었다.
“벗는 게 아니라, 가져가는 거야.”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숲 뒤편으로 사라졌다.
무대는 잠시 비었다.
그 빈 시간 동안, 객석은 숨을 죽였다.
레이튼/제이크스는 그 빈 공간을 바라보았다.
“흥미롭군요.”
죠니/올랜도가 물었다.
“뭐가?”
“가면을 벗는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융/터치스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숲은 가면을 벗기지 않으니까.”
그레이/알리에나는 명부를 닫았다.
“그 가면으로 한 말을 없던 일로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레이튼/제이크스는 미소를 지었다.
“정확합니다.”
객석의 알토가 조용히 말했다.
“임시 배역의 기록을 삭제하지 않는다.”
아카식은 그를 보았다.
“너, 점점 이 극에 물들고 있어.”
알토는 부정하지 않았다.
“좋은 극입니다.”
“그 말은 기록해도 돼?”
“공연 후에.”
“끝까지구나.”
---
숲의 빛이 바뀌었다.
궁정의 차갑고 강한 빛이 조금 돌아왔다.
하지만 처음처럼 사람을 고정하는 빛은 아니었다.
숲의 녹색빛과 섞여 있었다.
밝지만 숨 쉴 틈이 있었고, 흔들리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그 빛 속에서 푸리나가 다시 나타났다.
로잘린드였다.
그러나 첫 막의 로잘린드와 같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궁정의 옷에 갇힌 추방자의 딸만이 아니었다.
숲의 빛을 지나온 로잘린드였다.
가니메드의 걸음을 기억하는 로잘린드였다.
그녀의 손에는 가니메드의 모자가 들려 있었다.
객석이 조용해졌다.
죠니/올랜도는 그녀를 보았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꽤 지독한 장난이군.”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로잘린드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할게요.”
죠니/올랜도는 모자를 보았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로잘린드 앞에서 로잘린드 이야기를 한 거네.”
“그렇죠.”
“나무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는데.”
로잘린드가 눈을 깜빡였다.
죠니/올랜도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이었으니까.”
웃음이 다시 번졌다.
하지만 그 말 아래에는 진심이 있었다.
죠니/올랜도는 이어 말했다.
“가니메드에게 말한 것도 거짓은 아니었어.”
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
“결국 네 앞에서 한 말이었으니까.”
로잘린드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가슴에 안았다.
“그럼 치료는 성공했나요?”
죠니/올랜도는 조금 생각했다.
“아니. 더 심해진 것 같은데.”
로잘린드는 웃었다.
이번에는 로잘린드의 웃음이었다.
가니메드가 빌려준 자유를 잊지 않은 로잘린드의 웃음이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그 박수는 연애 플래그를 향한 박수가 아니었다.
배역과 배우가 제대로 맞물린 순간에 대한 박수였다.
서툰 올랜도와, 가니메드를 지나온 로잘린드가 서로의 말을 부정하지 않은 순간.
푸리나는 그 박수를 들으며, 자신이 고른 올랜도가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죠니는 사랑을 화려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
피비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대가…… 로잘린드였다고요?”
로잘린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피비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럼 내가 사랑한 것은 누구였죠?”
무대가 조용해졌다.
그 질문은 우스운 질문이면서도 가볍지 않았다.
하융/터치스톤이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아마도.”
그는 광대 모자를 매만졌다.
“그대가 사랑한 것은 가니메드라는 사람이 아니라, 그대에게 처음으로 거절할 권리와 거절당할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 말이었겠지.”
피비는 그를 보았다.
하융/터치스톤은 계속 말했다.
“사람은 때때로 자신을 자유롭게 한 말에 반하오. 하지만 말과 사람은 같지 않지.”
피비는 입술을 다물었다.
실비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기다렸다.
이번에는 자신의 사랑을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 기다림이 피비에게 닿았다.
피비는 천천히 실비어스를 보았다.
“나는 아직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어요.”
실비어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피비는 이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말을 제대로 들어보겠다고는 말할 수 있어요.”
실비어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면 오늘은 충분합니다.”
그레이/알리에나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동의 확인. 강제 없음.”
푸리나/로잘린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알리에나, 지금 그걸 말해야 해?”
“중요합니다.”
“응, 중요하지.”
객석의 슈샤니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합니다.”
요안나가 웃었다.
“재상까지요?”
“강제 없는 결합은 행정적으로도 중요합니다.”
미하일라가 짧게 말했다.
“정치적으로도.”
요안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좋은 장면이 자꾸 문서가 돼요.”
슈샤니크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문서가 되면 오래 남습니다.”
---
이제 숲의 매듭들은 풀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질문이 남아 있었다.
레이튼/제이크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는 모두가 웃고, 당황하고, 안도하는 장면 속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었다.
원작의 제이크스처럼.
하지만 그의 거리두기는 냉소가 아니었다.
그는 질문이 너무 빨리 결론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리를 두고 있었다.
레이튼/제이크스는 푸리나/로잘린드를 보았다.
“폐하.”
로잘린드가 그를 보았다.
무대 안에서는 제이크스가 로잘린드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 호칭은 의도적으로 푸리나에게 닿았다.
“온 세상이 무대라면.”
레이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배우는 어디에서 자유로워집니까?”
극장이 조용해졌다.
푸리나/로잘린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보았다.
그레이/알리에나의 명부를 보았다.
죠니/올랜도의 손 안에 남은 목걸이를 보았다.
하융/터치스톤의 광대 모자를 보았다.
숲의 식탁을 보았다.
궁정에서 이어져 온 문을 보았다.
그리고 객석을 보았다.
왕들.
가신들.
성좌.
사절.
병사.
피난민.
아이.
모두가 무대를 보고 있었다.
푸리나/로잘린드는 천천히 말했다.
“무대 밖에서가 아니야.”
레이튼/제이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푸리나는 말을 이었다.
“누군가 건넨 대본을 그대로 읽는 동안도 아니지.”
그녀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배우가 자유로워지는 순간은.”
한 박자.
“자신의 다음 소절을, 자기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할 때야.”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숲의 조명이 흔들렸다.
아주 얇게.
전장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신술이 아니었다.
성벽을 무대로 바꾸고 병사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국가적 극장도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작고, 훨씬 섬세했다.
푸리나의 [여관:극장] 위로, 하나의 노래가 겹쳤다.
**《군상극: 아르메니아의 노래》**
누군가에게 명령하는 노래가 아니었다.
모두가 같은 음을 부르도록 강요하는 합창도 아니었다.
그것은 각자의 목소리가 서로를 덮지 않도록, 서로의 소절을 들을 수 있게 만드는 얇은 군상극이었다.
처음에는 무대 위에서 시작되었다.
식탁 위의 빈 그릇이 낮게 울렸다.
명부의 종이가 바람도 없는데 살짝 떨렸다.
가니메드의 모자에 숲의 빛이 내려앉았다.
올랜도의 목걸이가 희미하게 빛났다.
터치스톤의 방울이 아주 작게 울렸다.
제이크스의 검은 외투 끝이 흔들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들었다.
자기 소절을.
먼저 그레이/알리에나가 명부를 펼쳤다.
이름 없는 시종이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레이는 물었다.
“오늘 적을 수 있습니까?”
시종은 떨리는 손으로 펜을 받았다.
그는 한동안 빈칸을 보았다.
빈칸은 재촉하지 않았다.
그레이도 재촉하지 않았다.
마침내 시종은 자기 이름을 말했다.
아주 작게.
하지만 극장 전체가 들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그레이/알리에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다.”
시종은 직접 자기 이름을 적었다.
그 순간 무대 한구석의 작은 등불 하나가 켜졌다.
그레이의 신술이 정식으로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거리, 기억이 잠드는 거리의 문패처럼, 그 이름은 더 이상 빈칸이 아니었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조용히 말했다.
“빈칸은 지우지 않겠습니다. 아직 부르지 못한 소절도, 노래의 일부니까요.”
그다음 하융/터치스톤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잠시 다른 노래들을 들었다.
다른 결말의 노래.
고백하지 못한 결말.
숲에 오지 못한 결말.
사랑시가 찢어진 결말.
올리버가 죽은 결말.
피비가 끝내 아무도 보지 못한 결말.
알리에나가 궁정에 남은 결말.
광대가 웃지 못한 결말.
그 노래들은 죽어 있었다.
하지만 하융은 그것들을 현재 무대 위로 끌어오지 않았다.
오늘 부를 소절은 이 소절이었으므로.
하융/터치스톤은 모자를 벗어 가슴에 대고 말했다.
“다른 결말의 노래도 들리오. 끊어진 소절, 끝내 이어지지 못한 후렴, 웃지 못한 광대의 노래.”
그는 웃었다.
“허나 오늘 무대는 이 소절을 택했소. 그러니 오늘의 광대는 웃어보겠소.”
방울이 울렸다.
작고 어긋난 소리였다.
하지만 분명히 웃음이었다.
죠니/올랜도는 자기 차례가 온 것을 느꼈다.
그는 화려하게 노래하지 않았다.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목걸이를 손 안에서 한 번 굴렸다.
그리고 말했다.
“난 노래는 잘 못 해.”
객석에서 작게 웃음이 났다.
죠니/올랜도는 이어 말했다.
“시도 별로고. 말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야.”
푸리나/로잘린드는 그를 보았다.
죠니/올랜도는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내 박자는 내가 잡을게.”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내가 부를 수 있는 건 이런 서툰 소절뿐이야. 그래도 남이 대신 부르게 하진 않겠어.”
그 말은 올랜도의 것이었다.
동시에 죠니답게 땅에 닿아 있었다.
레이튼/제이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는 무대 중앙을 보았다.
“답이 아니라 후렴이 남았군요. 반복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후렴이.”
푸리나/로잘린드는 그를 향해 물었다.
“제이크스. 당신은 함께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레이튼/제이크스는 미소 지었다.
“모든 질문이 결혼식에서 끝난다면, 세상은 너무 단순하겠지요.”
그는 숲의 깊은 곳을 보았다.
“저는 조금 더 숲에 남겠습니다. 누군가는 이 기쁜 결말이 너무 빨리 답이 되지 않도록 지켜야 하니까요.”
로잘린드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당신은 우리의 끝이 아니라, 다음 질문이군요.”
“그렇게 불러주신다면 영광입니다.”
푸리나/로잘린드는 미소 지었다.
“좋아요. 제이크스는 숲의 마지막 질문으로 남아줘요.”
레이튼/제이크스는 고개를 숙였다.
---
그리고 노래는 객석에도 닿았다.
아주 얇게.
강제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 안에 이미 있던 소절을, 스스로 들을 수 있을 만큼 조명을 낮추어준 것뿐이었다.
민다우가스는 자기 안쪽에서 낮은 문장을 보았다.
복수로 통일한 자.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부품으로 삼은 자.
리투아니아를 위해 혈통조차 도구로 삼을 수 있는 자.
그 아래에는 빈 악보가 있었다.
그는 낮게 말했다.
“빈칸은 위험하다.”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그래도 대공. 빈칸이 있어야 선택이 들어가지.”
“선택은 비용을 만든다.”
“응.”
아스테르다스는 무대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사람이 국가를 움직이는 거야.”
민다우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부정이 아니었다.
라이자는 자기 안에서 따뜻한 은빛 소절을 들었다.
같이 먹고, 같이 춤추고, 같이 부르는 사람들.
그녀는 작게 말했다.
“결국 가족은 완성된 노래가 아니라, 서로 틀려도 다시 맞춰 부르는 사람들이네.”
은인이 고개를 숙였다.
“기억하겠습니다.”
“기록 말고, 같이 불러줘.”
“예.”
슈샤니크는 움직이지 못했다.
노래가 객석을 스쳤을 때, 그녀가 들은 것은 오래전에 닫아둔 발음이었다.
아르메니아어의 낡은 억양.
어린 시절의 성가.
사라진 마을의 저녁.
닫은 여관의 문소리.
그녀의 안에 적혀 있던 문장은 많았다.
파흘라부니.
노예 관료.
니케아의 재상.
돌아가야 할 자.
피로 산술을 배운 자.
닫힌 여관의 주인.
그 아래에 빈 소절이 있었다.
요안나가 작게 물었다.
“재상?”
슈샤니크는 한참 뒤에 말했다.
“저 노래는…… 오래전에 닫아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는 노래인가요?”
슈샤니크는 눈을 내리깔았다.
“아는 노래라기보다, 돌아가지 못한 곳의 발음입니다.”
요안나는 더 묻지 않았다.
미하일라도 침묵했다.
그것이 지금은 가장 알맞은 예우였다.
아레는 박수와 침묵 사이의 소절을 들었다.
그녀에게 들린 것은 산 자의 노래만이 아니었다.
노래가 닿지 않는 곳의 쉼표.
박수 뒤에 남은 손.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름들.
그러나 오늘의 노래는 그 침묵을 덮지 않았다.
사이에 숨 쉴 곳을 남겨두었다.
아레는 조용히 말했다.
“좋은 노래구나. 침묵을 덮지 않고, 사이에 숨 쉴 곳을 남기는 노래야.”
타마르가 미소 지었다.
“쉼표가 있는 노래는 죽은 이들에게도 친절하답니다.”
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산 자의 박수를 먼저 듣겠다.”
타마르는 차를 들어 올렸다.
“그래도 좋겠지요.”
알토는 무대와 객석 사이를 보았다.
그는 이 노래를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바로 적지 않았다.
아카식이 그를 보았다.
“알토.”
“예.”
“지금 기록하고 싶지?”
“예.”
“왜 안 해?”
알토는 잠시 생각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카식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은 신도네.”
“기록은 끝난 것을 붙잡는 일만이 아닙니다.”
알토는 무대를 보았다.
“때로는, 끝까지 듣기 위해 기다리는 일입니다.”
아카식은 잠시 멈췄다가 웃었다.
“그 말은 내가 기록할게. 나중에.”
---
무대 위에서 푸리나/로잘린드는 노래를 강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녀는 모두의 소절을 지휘하지 않았다.
대신 듣고 있었다.
그것이 《군상극: 아르메니아의 노래》의 핵심이었다.
독창이 아니라 군상극.
한 사람이 모두의 결말을 대신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다음 소절을 부를 수 있도록 무대의 숨을 맞추는 것.
푸리나/로잘린드는 말했다.
“내가 모두의 노래를 대신 부르지는 않아.”
그녀의 목소리는 극장 전체에 닿았다.
“그건 군상극이 아니라 독창이니까.”
그녀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들어 올렸다.
“궁정은 우리에게 옷을 입혔어.
숲은 다른 옷을 빌려주었지.
하지만 거짓이었던 것은 옷이 아니야.”
그녀는 모자를 식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 옷 하나만이 전부라고 믿었던 생각이 거짓이었어.”
로잘린드는 올랜도를 보았다.
“가니메드로 한 말도 남을 거야.”
알리에나를 보았다.
“알리에나가 적은 명부도.”
터치스톤을 보았다.
“광대가 웃음으로 찌른 진실도.”
제이크스를 보았다.
“제이크스가 답하지 않고 남긴 질문도.”
그녀는 객석을 보았다.
“그러니 가면을 벗고 돌아가도 좋아.”
한 박자.
“가면을 쓴 채로 한 말을 잊지만 않는다면.”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고개를 들었다.
피비는 실비어스의 말을 듣겠다고 했다.
올리버는 자신의 과거를 지우지 않겠다고 했다.
알리에나는 관찰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올랜도는 자기 박자를 자기가 잡겠다고 했다.
터치스톤은 오늘의 광대가 웃어보겠다고 했다.
제이크스는 질문으로 남겠다고 했다.
이름 없는 시종은 자기 이름을 적었다.
추방 공작은 숲의 식탁을 궁정으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 순간, 숲의 가장 뒤편에서 새로운 소식이 도착했다.
프레더릭이 권력을 내려놓았다는 소식.
원작처럼.
그러나 푸리나는 그것을 기적처럼 처리하지 않았다.
전령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찬탈자 공작이…… 궁정을 떠났습니다. 숲 근처에서 은자를 만나고, 왕위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객석이 술렁였다.
민다우가스는 짧게 말했다.
“너무 빠른 정권 이양이다.”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희극이니까 봐줘.”
“권력은 그렇게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라도 한 번 보여주는 거야. 그래야 현실의 누군가가 부끄러워할 수도 있잖아.”
민다우가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런 효과는 있을 수 있다.”
아스테르다스는 만족했다.
무대 위 로잘린드는 전령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숲 사람들을 보았다.
“그렇다면 돌아갈 길이 열렸군요.”
그레이/알리에나가 즉시 말했다.
“귀환 인원 확인이 필요합니다. 숲에 남을 사람과 돌아갈 사람을 구분해야 합니다.”
푸리나/로잘린드는 웃었다.
“역시 알리에나.”
“또한 식탁, 명부, 물자 분배 체계를 궁정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레이튼/제이크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것이 이 숲의 진짜 귀환일지도 모르지요.”
죠니/올랜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궁정으로 돌아가면, 또 같은 일이 생길 테니까.”
하융/터치스톤이 말했다.
“숲에서 얻은 것을 잃고 돌아가면, 사람은 길을 잃은 보람도 없소.”
푸리나/로잘린드는 만족스럽게 모두를 보았다.
“좋아. 그럼 돌아가는 사람은 숲을 조금 가져가자.”
그레이/알리에나가 물었다.
“상징적으로 말입니까?”
푸리나/로잘린드는 웃었다.
“반은.”
“나머지 반은요?”
“식탁.”
그레이/알리에나는 아주 조금 놀랐다.
푸리나는 말했다.
“궁정에 식탁을 만들자. 자리를 정해주는 식탁이 아니라, 자리를 내어주는 식탁.”
그레이/알리에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검토하겠습니다.”
“실행은?”
“검토 후 실행하겠습니다.”
“좋아!”
---
마지막 춤이 시작되었다.
결혼식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조심스럽고, 화해식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우스웠으며, 귀환식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숲이 너무 짙었다.
그래서 푸리나는 그것을 그냥 춤이라고 했다.
로잘린드와 올랜도.
알리에나와 올리버.
피비와 실비어스는 아직 손을 완전히 잡지 않았다.
대신 피비가 실비어스의 말을 듣기 위해 옆에 섰다.
터치스톤은 혼자 엉뚱한 박자로 돌다가, 이름을 되찾은 시종과 부딪힐 뻔했다.
제이크스는 숲 가장자리에서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는 춤추지 않았다.
그러나 외면하지도 않았다.
그레이/알리에나는 춤 도중에도 명부를 품에 넣고 있었다.
푸리나/로잘린드가 속삭였다.
“춤출 때는 명부 내려놓아도 되지 않아?”
그레이/알리에나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분실 위험이 있습니다.”
“알리에나.”
“네.”
“너 정말 끝까지 알리에나다.”
“폐하도 끝까지 푸리나십니다.”
푸리나/로잘린드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웃었다.
“그 말은 좀 반칙이야.”
“사실입니다.”
죠니/올랜도는 춤 동작이 조금 어색했다.
그는 말 위에서라면 누구보다 균형을 잘 잡았겠지만, 이런 숲속 결혼식 춤은 익숙하지 않았다.
푸리나/로잘린드가 말했다.
“올랜도, 박자가 조금 늦어.”
죠니/올랜도는 낮게 답했다.
“내 박자는 내가 잡는다고 했지, 잘 잡는다고는 안 했어.”
푸리나/로잘린드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천천히 잡아.”
“그건 할 수 있어.”
두 사람은 배역 안에서 춤추었다.
배우로서는 서로의 호흡을 맞추었다.
가신과 군주로서는 하나의 극을 끝까지 완성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군상극: 아르메니아의 노래》는 점점 낮아졌다.
노래는 사람들을 지배하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소절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푸리나/로잘린드는 무대 중앙에 섰다.
모든 배우가 뒤에 섰다.
죠니/올랜도.
그레이/알리에나.
하융/터치스톤.
레이튼/제이크스는 조금 떨어진 숲 가장자리.
그리고 다른 모든 인물들.
푸리나는 로잘린드로서, 가니메드의 모자를 손에 들고 관객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극은 여기서 끝.”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대들의 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객석이 조용해졌다.
푸리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누군가 그대에게 대본을 주었을 거야.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이 옷만 입어야 한다고.
이 이름으로만 불려야 한다고.
이 빛 아래에서만 보여야 한다고.”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숲은 말했지.”
그녀는 가니메드의 모자를 들어 올렸다.
“다른 얼굴로 말한 진심도, 진심이라고.”
푸리나는 손을 내렸다.
“그러니 다음 막으로 가렴.”
한 박자.
“그대의 다음 소절은, 그대 뜻대로.”
조용한 침묵.
그리고 박수가 터졌다.
처음에는 작았다.
그러나 곧 극장 전체를 채웠다.
이 박수는 단순히 결혼식의 박수가 아니었다.
정체 공개에 대한 박수도, 해피엔딩에 대한 박수도 아니었다.
그것은 각자가 자기 소절을 되찾은 순간에 대한 박수였다.
아레는 천천히 손뼉을 쳤다.
이번에는 침묵을 먼저 듣지 않았다.
오늘은 산 자의 박수가 먼저여도 좋았다.
타마르는 빈손으로 잔을 들 듯 예를 표했다.
라이자는 은꽃을 흔들었다.
요안나는 눈가가 조금 젖은 채 박수를 쳤다.
미하일라는 짧게, 그러나 확실히 손뼉을 쳤다.
슈샤니크는 박수를 치기 전, 아주 잠깐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박수를 쳤다.
민다우가스는 박수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잠시 후, 딱 두 번 손뼉을 쳤다.
짝. 짝.
아스테르다스가 활짝 웃었다.
“대공이 박수를 쳤어.”
“공연이 끝났다.”
“그래서?”
“성과가 있었다.”
“하하, 그럼 최고의 칭찬이네.”
알토는 박수를 쳤다.
아카식도 박수를 쳤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록하지 않았다.
적어도 박수가 끝날 때까지는.
무대 위의 푸리나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배우들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죠니는 조금 어색하게.
그레이는 단정하게.
하융은 광대답게 과장되게.
레이튼은 숲에 남는 제이크스처럼, 조금 뒤에서 우아하게.
박수는 오래 이어졌다.
무대 위의 숲은 천천히 어두워졌다.
궁정의 빛도, 숲의 빛도, 마지막에는 하나의 따뜻한 황혼으로 섞였다.
그리고 그날, 킬리키아의 극장에서 사람들은 알았다.
희극이란 고통이 없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고통 뒤에도 다시 자기 소절을 고를 수 있기에 웃는 것이라고.
숲의 빛은 끝내 가면을 벗기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다음 막으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조명을 낮추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