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37여관◆zAR16hM8he(7ce028f3)2026-05-11 (월) 01:01:46
엽편 — 오즈의 마법사: 노란 길 위의 군주들

3편. 어두운 숲의 왕

2차 개정판

숲은 길을 열지 않았다.

길이 숲에게 삼켜졌을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노란 벽돌은 분명히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푸리나 헤툼의 은구두 아래에서 따뜻하게 빛났고, 레이튼의 짚으로 채워진 발밑에서 사각거렸으며, 그레이의 양철 장식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울렸다. 죠니의 사자 갈기는 자꾸 눈앞으로 내려왔고, 아카식은 토토 역할을 맡은 채 그 길의 모든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즐겁게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숲 앞에서 노란 길은 멈췄다.

아니, 멈춘 것처럼 보였다.

달빛이 내려앉자 길의 색이 바뀌었다. 노란 벽돌 사이로 검은 이끼가 번지고, 금빛 틈마다 물기가 스며들었다. 길가의 꽃들은 고개를 숙였고, 멀리서 늪의 냄새가 났다. 푸리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길은 분명히 있었지만 더 이상 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사냥로였다.

누군가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길.

누군가가 도망치기를 기다리는 길.

누군가가 자신이 아직 길 위에 있다고 믿는 동안, 이미 숲속 깊이 들어오게 만드는 길.

죠니 죠스타가 낮게 말했다.

“이건 좀 진짜 같은데.”

레이튼은 허수아비 모자를 눌러썼다.

“진짜와 연극의 경계가 이번에는 숲 쪽으로 기운 듯합니다.”

그레이는 장부를 품에 안고 주변을 살폈다.

“퇴로를 확인해야 합니다.”

아카식은 귀엽지도 않은 토토 리본을 매만지며 웃었다.

“퇴로가 있는지부터 기록해야겠네.”

푸리나는 숲을 보았다.

“민다우가스!”

그녀가 불렀다.

“이거 오즈 가족극이야! 너무 무섭게 시작하지 않아도 돼!”

숲 안쪽에서 목소리가 돌아왔다.

“가족이 살아남는 극이라면, 더 정확해야 한다.”

푸리나는 입을 다물었다.

죠니가 작게 말했다.

“아, 저 사람은 진짜로 저렇게 생각하는군.”

하융은 길 옆에 선 채 회색빛 창호 하나를 펼쳤다. 창 안에는 숲이 비쳤다. 그러나 현실의 숲과 조금 달랐다. 어떤 창에서는 길이 왼쪽으로 꺾였고, 어떤 창에서는 오른쪽으로 이어졌으며, 어떤 창에서는 노란 벽돌이 늪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하융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러 길이 있소.”

푸리나가 물었다.

“정답은?”

“아직 모르오. 다만 틀린 길은 많소.”

“그거 하나도 안심 안 돼.”

“안심시키려 한 말은 아니오.”

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알겠다.”

그때 숲 전체가 낮게 흔들렸다.

바람이 아니었다.

나무들이 자리를 바꾸고 있었다.

아카식이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오.”

레이튼이 말했다.

“미로군요.”

그레이는 즉시 답했다.

“그렇다면 표식을 남겨야 합니다.”

그녀가 장부에서 종이 조각을 찢으려 하자, 푸리나가 다급히 손을 잡았다.

“그레이, 그 장부 찢으면 안 돼!”

“그럼 무엇으로 표식을—”

“무대니까 리본!”

푸리나는 자기 머리의 리본 하나를 풀어 나뭇가지에 묶었다.

리본은 밝은 파란색이었다. 오즈의 숲에는 어울리지 않는 색이었다.

그래서 더 눈에 띄었다.

푸리나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좋아. 이제 길 잃어도 돌아올 수 있어.”

숲 안쪽에서 민다우가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첫 번째 실수다.”

리본이 묶인 나뭇가지가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나무 하나가 다른 나무 뒤로 들어갔다.

그리고 리본은 사라졌다.

푸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저건 반칙 아니야?”

레이튼이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숲이 상대일 때, 표식은 상대가 볼 수 있는 정보이기도 하지요.”

그레이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표식 관리 실패. 대체 방안을—”

죠니가 한 손을 들었다.

“잠깐.”

그는 땅을 보았다.

노란 길 위에 말발굽 자국이 찍혀 있었다.

없던 자국이었다.

달빛 아래, 길 위에 수십 개의 발굽 자국이 어둡게 떠올랐다. 그것들은 도로시 일행을 둘러싸듯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말은 보이지 않았다. 소리도 없었다.

죠니의 얼굴이 굳었다.

“기병이다.”

푸리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

“보이지 않는 쪽.”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달빛이 꺼졌다.

완전히 어두워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빛이 숲의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대신, 나뭇잎 사이에 숨어버렸다. 그림자가 길 위로 기어왔다. 그 그림자 속에서 눈동자 같은 은빛이 반짝였다.

메눌리스의 달표식.

달은 길을 비추지 않았다.

숨겼다.

그리고 숨긴 것들 안에 광기를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숲의 어둠 속에서 낮은 웃음소리들이 들렸다. 사람의 웃음인지, 늑대의 숨인지,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로 끊어지는 소리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레이의 손이 장부를 더 세게 붙들었다.

“접근 중입니다. 수는…… 확인 불가.”

하융이 창문 하나를 열었다.

[여관:비껴간 창]의 회색빛이 숲의 달빛과 겹쳤다.

창 안에서 죠니가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미래가 아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예언도 아니었다. 이미 선택되지 못한 죽음의 가능성이었다.

하융은 그 죽음에서 각도만 가져왔다.

《비껴간 죽음의 보법》.

“죠니 경, 왼쪽 아래.”

죠니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몸을 낮췄다.

쉭.

검은 화살이 사자 갈기 위를 지나가 나무에 박혔다.

죠니는 사자 갈기를 만져보았다.

“갈기가 처음으로 쓸모 있었네.”

푸리나가 외쳤다.

“방금 위험했잖아!”

“그러니까 쓸모 있었다고.”

두 번째 화살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그레이 쪽이었다.

하융이 입을 열기 전에, 레이튼이 먼저 말했다.

“그레이 양, 방금 당신이 장부를 보호하려 몸을 오른쪽으로 틀 것이라는 가정이 있었습니다.”

그레이는 즉시 왼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화살은 그녀가 원래 움직였을 방향을 꿰뚫었다.

레이튼은 허수아비 팔을 들어올렸다.

“상대가 우리를 관찰하고 있군요. 단순한 매복이 아닙니다. 행동 패턴에 대한 사전 질문이 끝난 공격입니다.”

푸리나가 외쳤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

레이튼이 부드럽게 답했다.

“우리가 질문을 바꾸어야겠지요.”

숲이 흔들렸다.

이번에는 나무 사이에서 실제 병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무대의 병사들이었다. 리투아니아의 전사들. 하지만 단순한 배우처럼 보이지 않았다. 숲과 늪과 달빛이 그들의 몸에 덧씌워져 있었다. 얼굴에는 희미한 달의 표식이 있었고, 망토에는 잎과 흙과 어둠이 붙어 있었다. 손에는 짧은 활과 투창, 도끼와 검이 들려 있었다.

그들은 함성을 지르지 않았다.

그저 나타났다.

메데이나의 숲표식.

숲은 성벽이었다. 성당이었다. 사냥터였다.

그리고 지금, 도로시 일행은 그 사냥터에 들어온 사냥감이었다.

죠니가 앞으로 나섰다.

“좋아. 드디어 말이 통하는 상대가 나왔네.”

푸리나가 그를 보았다.

“죠니, 저 사람들 배우야!”

“배우가 화살 쏘면 나도 배우답게 대응해야지.”

그는 사자 갈기를 고쳐 쓰고, 창 대신 무대용 장대를 들었다. 하지만 그의 자세가 바뀌는 순간, 그 장대는 더 이상 소품처럼 보이지 않았다.

리투아니아 전사 셋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정면.

왼쪽.

낮은 오른쪽.

죠니는 정면을 보지 않았다.

셋 중 하나를 고른 것도 아니었다.

셋이 동시에 닿기 전의 아주 짧은 틈. 모든 공격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그러나 이미 시작되어 되돌릴 수 없는 찰나.

그 순간이 죠니의 여관이었다.

[여관:찰나].

말발굽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발밑에서 보이지 않는 궤도가 돌았다. 수레바퀴, 창끝, 호흡, 심장, 죽음의 기척이 한순간 같은 박자로 맞물렸다.

《윤회보: 흐름의 보법》.

죠니는 공격을 피한 것이 아니었다.

공격들이 완성되기 전의 흐름 위에 발을 올렸다.

그는 먼저 낮은 오른쪽을 밟았다. 발끝이 노란 벽돌을 밀고, 몸이 나선처럼 틀어졌다. 장대 끝이 첫 번째 전사의 손목을 짧게 두드렸다. 무기가 떨어졌다. 이어지는 회전으로 두 번째 전사의 무릎 뒤를 건드렸다. 넘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한 박자 멈췄다.

세 번째 전사의 도끼가 죠니의 어깨를 향했다.

하융이 말했다.

“반 박자 늦으면 맞소.”

죠니가 낮게 웃었다.

“그럼 반 박자 빠르게 가면 되겠네.”

그는 몸을 틀었다.

도끼는 사자 갈기를 스쳤다.

갈기털이 몇 가닥 날렸다.

죠니가 진심으로 짜증난 얼굴을 했다.

“이건 아깝네.”

그는 장대를 회전시켜 세 번째 전사의 가슴팍을 밀었다. 전사는 뒤로 밀려나 나무에 부딪혔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숨이 막혀 무릎을 꿇었다.

죠니가 푸리나 쪽을 보았다.

“안 죽였어.”

푸리나가 엄지를 들었다.

“훌륭해!”

“칭찬이 이상하게 들린다.”

그때 리투아니아 전사들이 뒤로 물러났다.

너무 쉽게.

죠니의 눈이 좁아졌다.

“아.”

레이튼도 동시에 말했다.

“유인입니다.”

길 아래에서 늪물이 솟았다.

파툴라스의 죽음표식.

죽음은 갑자기 목을 베러 오지 않았다.

먼저 발목을 잡았다.

노란 벽돌 사이에서 검은 물이 올라왔다. 물이라기보다 차갑고 끈적한 그림자였다. 그것은 발을 무겁게 만들고, 움직임을 늦추며, 숨을 탁하게 만들었다. 그레이의 양철 장식에 검은 녹이 번지려 했다. 레이튼의 짚 끝에 습기가 스며들었다. 푸리나의 은구두에도 낮은 냉기가 감겼다.

그레이가 즉시 무릎을 굽혔다.

“부식성 저주. 발목, 관절, 장비 연결부에 작용합니다. 오래 있으면 이동력 저하가 큽니다.”

죠니가 발을 뺐다.

“늪이 사람을 씹네.”

하융은 창문을 연속으로 세 개 열었다.

첫 번째 창에서 푸리나가 넘어졌다.
두 번째 창에서 그레이가 장부를 놓쳤다.
세 번째 창에서 레이튼이 질문을 던지기 전에 화살이 그의 모자를 꿰뚫었다.

하융은 그 장면들을 오래 보지 않았다.

오래 보면 발이 멈춘다.

그는 실패한 행군의 잔향에서, 무너지지 않았던 한 줄의 박자만 꺼냈다.

《선택되지 않은 행군》.

“뒤로 물러나면 더 깊어지오. 오른쪽으로 가면 나무가 닫히오. 왼쪽 두 걸음, 그 뒤 정지.”

푸리나는 바로 외쳤다.

“왼쪽 두 걸음! 다 같이!”

그레이가 움직임을 맞췄다.

레이튼은 자신의 짚팔로 푸리나의 균형을 잡았다.

죠니는 뒤쪽을 막았다.

아카식은 늪물 위를 아주 태연히 걸었다.

푸리나가 그를 보았다.

“왜 너는 안 빠져?”

아카식이 말했다.

“토토니까.”

“그건 이유가 아니잖아!”

“기록상 토토는 자주 위기를 회피한다.”

“그런 식으로 원작 쓰지 마!”

숲 안쪽에서 낮은 웃음이 들렸다.

이번에는 민다우가스의 웃음이었다.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었다.

시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그가 말했다.

“잘 피했다. 하지만 피하는 것과 지키는 것은 다르다.”

숲의 어둠 사이에서 또 다른 빛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따뜻한 빛이었다.

사울레의 태양표식.

달의 은신과 숲의 공포, 죽음의 늪이 깔린 곳에 태양의 표식이 떠오르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리투아니아 전사들의 눈빛이 흔들림 없이 고정되었다. 그들은 배우도, 병사도, 사냥꾼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전투형제.

농부도, 사냥꾼도, 목동도, 아이를 잃은 어머니도, 숲을 지키는 노인도 한 나라의 전쟁 안에서 같은 이름을 받는 순간.

리투아니아.

그 이름이 숲 전체를 관통했다.

그레이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

“사기 저하가 없습니다.”

레이튼이 말했다.

“아니, 저건 사기라기보다 자기 인식에 가깝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답이 매우 단단하군요.”

죠니가 장대를 고쳐 잡았다.

“단단한 답은 깨기 어렵지.”

레이튼은 조용히 답했다.

“그래서 질문이 필요합니다.”

푸리나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은구두가 늪물 위에 빛을 냈다.

“민다우가스!”

숲이 잠시 조용해졌다.

푸리나가 말했다.

“이건 시험이지?”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그럼 우리도 답할 수 있어야지. 숨어서 공격만 하면 질문이 아니잖아!”

나무들이 갈라졌다.

그 안에서 민다우가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두운 숲의 왕.

그는 왕관을 쓰지 않았다. 대신 나뭇가지와 달빛, 죽은 잎과 늪의 흙으로 이루어진 관 같은 것이 그의 뒤에 그림자로 서 있었다. 어깨에는 다섯 표식의 흔적이 있었다. 달, 숲, 죽음, 태양, 운명. 그것들은 장식이 아니라 국가의 상처가 빛으로 굳은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은 차가웠다.

“도로시.”

푸리나는 고개를 들었다.

“응.”

“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맞아.”

“그 집은 안전한가?”

푸리나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민다우가스는 계속 말했다.

“그 집은 불타지 않는가? 약탈당하지 않는가? 네가 없는 동안, 네 백성은 웃고 있는가? 아니면 네 무대를 믿고 성문 밖에서 죽는가?”

그레이의 손이 장부를 조용히 움켜쥐었다.

죠니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레이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다우가스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쉽다. 돌아갈 집이 남아 있다면.”

푸리나는 슈샤니크를 떠올렸다.

아직 무대에 오르지 않은 서쪽 마녀.

돌아갈 집이 폐허가 된 사람.

민다우가스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다시 묻겠다.”

숲이 그의 목소리를 따라 흔들렸다.

“집이 불탔다면, 그래도 돌아갈 것인가?”

푸리나는 입술을 열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늘 무대를 열었다.
웃음을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라고 말했다.
막이 닫히기 전까지 살아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다우가스의 질문은 그 모든 말을 지나, 무대 바닥을 두드렸다.

무대가 불타면?

객석이 사라지면?

집 자체가 사라지면?

그때도 도로시는 돌아간다고 말할 수 있는가?

민다우가스가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숲 전체에 라이마의 운명표식이 펼쳐졌다.

보이지 않는 지휘가 리투아니아 전사들에게 이어졌다. 멀리 있는 전사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나무 위, 늪 뒤, 달빛 아래, 땅의 낮은 그림자 속에서 작은 부대들이 한꺼번에 방향을 바꾸었다. 혼란이 없었다. 명령이 들리지 않는데도 명령이 도착한 것처럼 움직였다.

방어전과 유격전, 소부대 전술의 완성.

리투아니아식 사냥.

《기사사냥꾼》.

죠니가 이를 악물었다.

“좋아, 이번엔 좀 세네.”

민다우가스가 말했다.

“사냥해라.”

숲이 움직였다.

화살이 먼저 왔다.

높은 각도, 낮은 각도, 발목을 노리는 것, 손목을 노리는 것, 도망칠 방향을 막는 것. 리투아니아 전사들은 정면에서 싸우지 않았다. 그들은 죠니가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듯, 그를 중심으로 원을 만들고 그의 기동을 잘랐다.

죠니가 첫 번째 화살을 장대로 튕겼다.

두 번째는 피했다.

세 번째는 갈기에 꽂혔다.

“이 망할 갈기!”

푸리나가 외쳤다.

“죠니!”

죠니는 대답 대신 앞으로 달렸다.

그의 발이 노란 길 위를 밀었다. 회전이 만들어졌다. 사자 갈기는 우스꽝스러웠지만, 그 움직임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한 지점으로 돌파하려 했다. 리투아니아 전사들이 그를 늪으로 끌어들이기 전에, 원 하나를 깨려 했다.

하지만 숲이 그보다 먼저 움직였다.

나무가 그의 오른쪽을 닫았다.

늪이 왼쪽을 열었다.

달빛이 정면의 적을 숨겼다.

그리고 사울레의 표식을 받은 전사가 두려움 없이 죠니의 회전 안으로 들어왔다.

“쳇.”

죠니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하융이 뛰어들었다.

그는 전위가 아니었다.

죠니처럼 뚫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죽는 가능성을 보았다.

다른 가능성의 그는 이미 세 번 죽었다.

한 번은 화살에 목을 꿰뚫렸고, 한 번은 늪에 발목을 잡혔고, 한 번은 죠니를 밀어내다 도끼에 어깨를 잃었다.

하융은 그 죽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죽은 자신들이 남긴 발자국을 보았다.

[창가에 선 몸].

그는 가장 가까운 죽음과 생존의 가능성을 자기 몸 위에 얇게 겹쳤다. 화살이 지나갈 위치를, 늪이 발목을 잡는 각도를, 도끼가 내려오는 박자를 이미 죽은 자신들의 잔상으로 받아냈다.

그리고 죽은 자신이 쓰러진 자리를 밟고 한 걸음 비껴섰다.

하융은 죠니의 옆에 나타났다.

검을 뽑았다.

그 검은 강자를 베기 위한 검이 아니었다.

흐름을 끊기 위한 검이었다.

《죽은 나를 밟고 선 검》.

하융의 검끝이 리투아니아 전사의 손목을 치지 않았다. 손목이 움직이려던 직전의 공간을 건드렸다. 전사는 순간적으로 박자를 잃었다. 죠니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장대가 회전했다.

황금의 궤도가 짧게 열렸다.

리투아니아 전사가 뒤로 밀려났다.

죠니가 하융을 보았다.

“너, 방금 죽을 뻔했어.”

하융은 숨을 고르며 답했다.

“그 가능성은 이미 보았소.”

“그런 걸 보고도 들어온 거야?”

“그러니 비껴섰소.”

죠니는 낮게 웃었다.

“이상한 놈.”

“동의하오.”

레이튼이 그 순간 앞으로 나섰다.

화살이 그의 모자 끝을 스쳤다. 짚이 조금 흩어졌다.

그는 숲을 향해 말했다.

“민다우가스 공.”

민다우가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레이튼은 허수아비의 모습으로 아주 정중하게 물었다.

“집이 불탔을 때에도 돌아갈 것인가, 라고 물으셨지요.”

“그렇다.”

“그 질문에는 숨은 전제가 있습니다.”

숲이 조용해졌다.

레이튼은 계속 말했다.

“집이란 불타기 전의 건물만을 뜻한다는 전제입니다.”

민다우가스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말장난인가?”

“아니요. 질문의 구조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레이튼은 한 걸음 앞으로 갔다.

“집이 불탔을 때 돌아가는 것은, 잿더미를 사랑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곳에 묻힌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불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으며, 남은 사람들이 자신이 돌아갈 곳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고 말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레이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레이튼은 그녀를 잠시 보았다가, 다시 민다우가스를 보았다.

“그러므로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

민다우가스가 낮게 물었다.

“어떻게.”

레이튼은 말했다.

“집이 불탔을 때, 그대는 무엇을 집이라 부를 것인가?”

그 질문이 숲에 닿았다.

그 순간, 노란 길 위의 공기가 조용히 접혔다.

나무와 늪과 달빛 사이로, 낡은 서가의 그림자가 아주 얇게 겹쳐졌다. 흙 묻은 뿌리 사이에 책등이 비쳤고, 젖은 나뭇잎 위로 이름 붙지 않은 별들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여관:문답의 서재].

완전한 전개는 아니었다.

이 숲 전체를 서재로 바꾸기에는 민다우가스의 숲은 너무 깊고, 다섯 표식의 결론은 너무 단단했다.

그러나 질문 하나를 세우기에는 충분했다.

레이튼의 신술, 《별들은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았다》가 부분 전개되었다.

리투아니아의 숲이 품고 있던 결론에 붙은 이름이 잠시 흐려졌다.

집은 불타면 사라진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복수해야 한다.

침략자는 사냥감이다.

국가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 모든 문장들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었다.

레이튼의 질문은 답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답들이 너무 빨리 닫히지 않도록, 끝에 작은 물음표를 붙였다.

집은 불타면 사라지는가?

복수 이후에도 집은 남는가?

살아남은 자들이 돌아갈 이름은 무엇인가?

숲이, 아주 짧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 찰나에 리투아니아 전사들의 움직임이 흔들렸다.

큰 틈은 아니었다.

그러나 질문은 숲의 결론을 조금 늦췄다.

하융이 그 틈을 보았다.

그는 창을 열었다.

그 안에서 리투아니아 전사 하나가 반 박자 늦게 움직이는 가능성이 보였다. 아주 작은 가능성. 전투 전체를 바꾸기에는 사소한 오차.

하지만 지금은 충분했다.

하융이 말했다.

“죠니 경, 지금.”

죠니는 달렸다.

이번에는 돌파가 아니었다.

그는 원을 그렸다.

《윤회진: 나선행군》.

말도 없고 기병대도 없었지만, 그의 움직임은 기병의 궤도와 닮았다. 한 사람의 발걸음이 여러 기병의 말발굽처럼 반복되고, 반복된 궤도가 하나의 나선으로 좁혀졌다.

아직 《영원할 찰나》에는 닿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직전의 박자였다.

한 번 더 돌면.

한 번 더 숨이 맞으면.

한 번 더 세계가 늦게 알아차리면.

죠니의 장대 끝은 이미 도착한 결과가 될 뻔했다.

리투아니아 전사들의 포위는 완전히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쪽이 비틀렸다.

푸리나는 그 틈으로 뛰었다.

그레이가 그녀의 뒤를 잡았다.

“폐하, 너무 앞으로—”

“알아!”

“아시면 멈추셔야—”

“지금은 배우가 뛰어야 하는 장면이야!”

그 말은 변명이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 어떤 순간은 군주가 명령해야 한다.

어떤 순간은 극작가가 장면을 써야 한다.

어떤 순간은 극장주가 조명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정말 드물게.

누군가는 직접 뛰어야 한다.

관객이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장면을 믿게 만들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푸리나가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발끝에서 [여관:극장]의 조명이 켜졌다. 노란 길의 벽돌들이 무대 바닥처럼 울렸고, 늪의 검은 물 위로 얇은 빛의 선이 그어졌다.

《즉흥극: 세기의 대배우》.

정해진 대본은 없었다.

연습한 동선도 없었다.

누가 박수를 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푸리나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맡은 배역을 완전히 이해했다.

길 잃은 소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아이.

그러나 돌아갈 집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 불탄 숲의 왕 앞까지 뛰어가야 하는 배우.

푸리나 헤툼은 도로시를 연기하지 않았다.

그 찰나만큼은, 도로시라는 배역이 푸리나 헤툼의 몸을 빌려 달렸다.

은구두가 늪물 위에 닿았다.

라이자가 만든 성은의 구두는 늪을 없애지 않았다. 죽음의 표식을 지우지도 않았다.

다만 배우가 넘어지면 안 되는 장면에서, 무대가 한 박자 그녀를 받아주었다.

푸리나는 달렸다.

화살 하나가 그녀의 어깨를 향해 날아왔다.

그레이가 외쳤다.

“왼쪽!”

푸리나는 왼쪽으로 돌았다.

다른 화살 하나가 무릎을 노렸다.

하융이 말했다.

“숙이시오!”

푸리나는 숙였다.

리투아니아 전사가 길을 막았다.

레이튼이 낮게 말했다.

“그 다음 질문은 오른쪽입니다.”

푸리나는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죠니가 사자 갈기를 휘날리며 전사의 무기를 장대로 밀어냈다.

“가!”

푸리나는 민다우가스 앞에 섰다.

숨이 찼다.

옷자락에는 늪의 검은 물이 묻었고, 은구두에는 달빛과 흙이 같이 얹혀 있었다.

민다우가스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답해라.”

푸리나는 숨을 골랐다.

“집이 불타도 돌아갈 거야.”

민다우가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왜.”

푸리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레이튼은 짚이 빠진 팔을 들고 있었다.
그레이는 장부를 끌어안은 채 서 있었다.
죠니는 사자 갈기가 엉망이 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융은 닫히지 않은 창 하나 앞에서 손을 떨고 있었다.
아카식은 그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관객석 너머에는 킬리키아의 사람들이 있었다.

피난민. 병사. 아이들. 장인. 사제. 웃어야 하는 사람들. 울어도 되는 사람들. 아직 자기 무대를 잃지 않은 사람들.

푸리나는 다시 민다우가스를 보았다.

“불탄 집에는 돌아가야 해.”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장난스럽지 않았다.

“누가 죽었는지 봐야 하니까. 누가 살아남았는지 찾아야 하니까. 왜 불탔는지 알아야 하니까. 그리고 거기에 아직 한 사람이라도 돌아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불씨 하나라도 다시 피워야 하니까.”

민다우가스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푸리나는 말했다.

“집은 건물이 아니야. 그렇다고 마음만도 아니야.”

그녀는 노란 길을 보았다.

“집은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자리야.”

숲이 조용해졌다.

그때, 숲 안쪽에서 다른 빛이 떨어졌다.

유성처럼.

아스테르다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무대의 리투아니아 숲에 속한 배우였지만, 숲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민다우가스의 달과 늪, 숲과 죽음, 태양과 운명이 만든 어둠 속에서 그는 작게 흔들리는 불빛 같았다.

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도 보였다.

민다우가스의 숲은 모든 방향을 사냥감의 아래로 만들었다.

늪은 발목을 끌어내렸고, 달은 시선을 눌렀고, 숲은 길을 삼켰다.

그때 아스테르다스가 웃었다.

“아래가 어디인지, 그것까지 숲이 정합니까?”

그는 발을 들었다.

허공에는 땅이 없었다.

그러나 아스테르다스에게 낙점은 땅이 있어야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발을 디디다》.

별빛이 허공에 박혔다.

그는 그 별빛을 밟았다.

그리고 위로 떨어졌다.

《낙하하는 별이라 하여》.

아스테르다스가 정한 방향이 아래가 되었다.

숲의 중력, 늪의 끌림, 사냥꾼의 포위가 한순간 의미를 잃었다.

청흑빛 유성이 어두운 숲의 천장을 가르며 떨어졌다.

아니, 솟구쳤다.

아니, 낙하했다.

그가 정했으므로, 그곳이 아래였다.

그의 궤적은 공격이 아니었다.

그것은 길이었다.

푸리나가 처음 묶었던 파란 리본처럼.

하지만 숲이 쉽게 옮겨버릴 수 없는 것.

스스로 정한 궤적을 불태우며 세계에 닿는 유성.

《하늘을 가르는 스파킹 메테오》.

푸른빛에 가까운 청흑의 선이 숲 한가운데에 그어졌다. 그 빛은 숲을 불태우지 않았다. 늪을 말리지도 않았다. 달을 밀어내지도 않았다.

다만 어두운 숲의 한가운데, 누군가가 돌아올 수 있는 위치를 표시하듯 남았다.

감정으로 선택한 이가 남기는 귀환점.

민다우가스의 차가운 청사진 안에서도, 개인의 소원과 감정이 사람들을 움직인다는 증명.

숲의 전사들 몇몇이 그 빛을 보았다.

그들의 눈에 잠시 다른 것이 스쳤다.

복수의 업도, 사냥의 명령도, 죽음의 표식도 아닌 것.

집 앞에 걸린 등불.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눈 속에 묻어두었던 작은 불씨.

아스테르다스가 민다우가스 옆에 내려섰다.

그 착지는 낙하의 끝이 아니라, 다음 궤도의 시작처럼 조용했다.

“대공 전하.”

민다우가스는 그를 보지 않고 말했다.

“말해라.”

아스테르다스는 푸리나를 보았다.

그리고 민다우가스를 보았다.

“집이 불탔다면, 돌아가지 않을 이유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는 숲에 조용히 퍼졌다.

“돌아가 새 불을 피울 이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민다우가스는 침묵했다.

아스테르다스의 별빛이 조금 더 낮게 깔렸다.

그것은 리투아니아의 다섯 표식과 충돌하지 않았다.

메눌리스의 달이 숨긴 길에 작은 귀환점을 찍었다.
메데이나의 숲이 삼킨 길에 사람의 발자국을 남겼다.
파툴라스의 죽음이 고인 늪 위에,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를 비추었다.
사울레의 태양이 만든 전투형제들의 눈 속에, 전투가 끝난 뒤 돌아갈 이름을 떠올리게 했다.
라이마의 운명이 짠 포위망 위에, 운명 이후에도 남는 선택의 궤적을 그었다.

아스테르다스는 말을 이었다.

“국가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렇다.”

민다우가스의 대답은 즉시 돌아왔다.

흔들림 없었다.

아스테르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나 살아남은 뒤에도, 사람이 돌아갈 불빛은 있어야 합니다.”

사울레의 태양빛이 나뭇잎 사이에서 흔들렸다.

민다우가스는 천천히 아스테르다스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숲은 들었다.

그 말이 민다우가스를 설득했는지, 아니면 그가 이미 알고 있었으나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 것을 꺼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리투아니아 전사들의 무기가 천천히 내려갔다.

메눌리스의 달빛이 숨겨둔 길을 조금 열었다.
메데이나의 숲이 나무를 비켜 세웠다.
파툴라스의 늪이 발목에서 물러났다.
사울레의 태양이 전사들의 눈에서 광기를 걷었다.
라이마의 운명이 포위의 실을 풀었다.

어두운 숲의 왕은 말했다.

“통과해라.”

푸리나는 숨을 내쉬었다.

“시험 통과?”

“아직 아니다.”

“아니야?!”

민다우가스는 건조하게 말했다.

“살아남았을 뿐이다. 통과와 생존은 다르다.”

죠니가 중얼거렸다.

“저 사람 진짜 피곤하네.”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하지만 유익한 구분입니다.”

그레이가 조용히 말했다.

“생존 후 조치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푸리나는 한숨을 쉬다가, 결국 웃었다.

“그래도 길은 열어줬잖아.”

민다우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노란 길 너머를 가리켰다.

숲의 출구가 열렸다.

그러나 그 끝에는 밝은 들판이 없었다.

멀리 검은 성이 보였다.

성벽은 높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답답했다. 창문마다 초록빛이 새어 나왔고, 하늘에는 날개 달린 그림자들이 맴돌았다. 성 주위에는 실처럼 얇은 길들이 꼬여 있었다. 누군가가 사람들을 길로 묶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푸리나는 그 성을 보았다.

그리고 어쩐지 슈샤니크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직 서쪽 마녀의 망토를 입지 않은, 작은 집을 오래 보던 그 얼굴.

민다우가스가 말했다.

“다음 길은 숲보다 어렵다.”

푸리나가 물었다.

“왜?”

아스테르다스가 조용히 답했다.

“숲은 집이 불탔을 때 무엇이 남는지 묻습니다.”

그는 검은 성을 보았다.

“하지만 저 성은, 돌아갈 집이 남지 않은 사람이 무엇이 되는지 묻겠지요.”

푸리나는 말이 없었다.

하융은 창 하나를 열었다.

그 안에는 초록빛 망토가 보였다.

그리고 은구두를 오래 바라보는 슈샤니크의 눈이 보였다.

하융은 창을 닫았다.

“가야 하오.”

죠니가 사자 갈기를 고쳐 썼다.

“그래. 이제 마녀 차례인가.”

그레이는 장부를 품에 넣었다.

“마녀의 성이라도 명단은 있을 겁니다.”

레이튼은 허수아비 모자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명단이 있다면, 질문할 수 있겠지요. 누가 이름을 적었는가. 왜 적었는가. 무엇을 지우기 위해 적었는가.”

아카식이 즐겁게 말했다.

“좋아. 아주 좋은 장면으로 가고 있어.”

푸리나는 노란 길 위에 다시 섰다.

은구두가 작게 울렸다.

그녀는 뒤돌아보았다.

민다우가스는 이미 숲의 그림자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스테르다스는 그 옆에서,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푸리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스테르다스가 남긴 작은 별빛은 아직 숲의 입구에 남아 있었다.

그것은 승리의 깃발이 아니었다.

복수의 불꽃도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가 돌아오려 할 때, 너무 늦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작은 불빛이었다.

푸리나는 손을 흔들었다.

“언젠가 우리 극장에도 놀러 와!”

민다우가스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방어 설비를 먼저 확인하겠다.”

죠니가 고개를 저었다.

“끝까지 저러네.”

아스테르다스의 낮은 웃음이 숲 사이로 사라졌다.

노란 길은 다시 앞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길 위의 발걸음은 이전보다 무거웠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이다.

불탄 집.

남은 이름.

다시 피워야 할 불씨.

푸리나는 은구두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아직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돌아가는 일은 단순히 문을 여는 일이 아니다.

때로는 잿더미 위에서, 자신이 무엇을 집이라 부를지 다시 정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길 끝의 검은 성은, 그 질문보다 더 아픈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3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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