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39여관◆zAR16hM8he(7ce028f3)2026-05-11 (월) 01:41:56
니케아 5막은 미하일라의 전쟁을 끝내는 황권, 요안나의 평화 대의와 지지, 게오르기아의 로마니타스 교육, 아스테리아의 길·첩보·별빛 외교를 시험으로 배치해서 쓸게. 특히 미하일라의 《성추여명식》·《천명》·《구평전시궁》, 요안나의 “모든 이에게 평화를” 계열 대의, 게오르기아의 《철학자들의 군주》·《로마니타스 오이쿠메네》, 아스테리아의 길과 별빛 정보망 쪽 특성을 중심으로 반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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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 오즈의 마법사: 노란 길 위의 군주들

5편. 에메랄드 성의 시험

노란 길은 다시 밝아졌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검은 성을 지나온 뒤, 길 위에는 이름을 되찾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어떤 발자국은 비틀렸고, 어떤 발자국은 중간에서 멈췄으며, 어떤 발자국은 아레의 검은 실이 잠시 받쳐주었던 자리에서 조금 더 깊게 눌려 있었다.

푸리나 헤툼은 은구두를 내려다보았다.

구두는 여전히 빛났다.

하지만 이제 그 빛은 처음처럼 마냥 신기하고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돌아갈 자격을 잊지 않게 해주는 빛이었다. 그리고 방금 푸리나는, 돌아갈 곳이 없어져버린 사람의 눈이 그 빛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았다.

슈샤니크는 아직 검은 성에 남아 있었다.

마녀의 가면은 젖었지만, 녹지 않았다.

푸리나는 그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죠니 죠스타는 사자 갈기에서 마지막 초록 문장 조각을 떼어내며 말했다.

“다음엔 진짜 좀 밝았으면 좋겠는데.”

레이튼은 허수아비 모자를 바로잡았다.

“밝음이 곧 가벼움을 뜻하지는 않지요.”

하융이 노란 길 옆에 작은 창을 열었다가 닫았다.

“맞소. 앞의 빛은 밝으나, 눈을 멀게 할 수도 있소.”

죠니가 그를 보았다.

“너는 가끔 진짜 불길한 말만 골라서 한다.”

“가능성 중 밝은 표현을 골라 말한 것이오.”

“그게 밝은 거야?”

그레이는 장부를 품에 안은 채 조용히 말했다.

“에메랄드 성이 보입니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길 끝에 도시가 있었다.

에메랄드 성.

그것은 원작의 도시처럼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성벽은 초록 보석처럼 반짝였고, 탑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었다. 길은 정돈되어 있었고, 성문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완벽하게 곧았다. 성벽 위에는 깃발들이 펄럭였고, 햇빛은 도시 전체를 찬란하게 만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감탄했을 것이다.

푸리나도 처음에는 감탄했다.

“와…….”

그녀는 눈을 반짝였다.

“진짜 에메랄드 성이다.”

그러나 두 번째로 보았을 때, 조금 이상했다.

성벽은 보석처럼 빛났지만, 자세히 보면 색유리였다.

탑은 장엄했지만, 어떤 탑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비계 위에 세워져 있었다.

거리에는 시민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옷은 서로 달랐다. 그리스식 튜닉, 아르메니아식 망토, 튀르크식 모자, 루스식 털장식, 라틴식 허리띠, 이름 모를 시장의 옷감까지. 모두가 한 도시 안에 있었지만, 아직 완전히 같은 리듬으로 걷지는 못했다.

에메랄드빛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빛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렌즈와 거울과 색유리와 손으로 맞춰놓은 빛이었다.

레이튼이 낮게 말했다.

“위대한 도시처럼 보이는군요.”

그레이가 이어 말했다.

“하지만 아직 공사 중입니다.”

죠니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위대한 척하는 도시인가?”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위대해지려는 도시일 수도 있소.”

아카식은 토토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좋은 구분이네. 기록할 가치가 있어.”

푸리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성문 앞에는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자주빛 망토.

활.

냉정한 눈.

에메랄드 성의 문지기.

그러나 그 자세는 문지기보다는 황제였다.

미하일라 두케나 안겔리나 콤니니 팔레올로기나.

그녀는 연극의 배역을 입고 있었지만, 배역이 그녀를 가볍게 만들지 못했다. 자주빛 망토 아래에서 황위의 무게가 그대로 흘러나왔다. 그녀가 성문 앞에 서자, 에메랄드 성의 빛도 한 걸음 물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미하일라는 푸리나 일행을 보았다.

“멈춰라.”

푸리나는 곧장 손을 흔들었다.

“안녕! 우리 오즈를 만나러 왔어!”

미하일라는 활을 내리지 않았다.

“알고 있다.”

죠니가 작게 말했다.

“알고 있는데 막는 게 제일 귀찮지.”

미하일라는 그 말을 들었는지, 듣고도 무시했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계속 말했다.

“너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이 성에 왔다.”

레이튼이 고개를 숙였다.

“저는 뇌를.”

그레이가 조용히 말했다.

“저는 심장을.”

죠니는 한숨을 쉬었다.

“나는 용기라던데.”

푸리나는 은구두를 한 번 내려다보고 말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미하일라는 그들의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렇다면 답하라.”

그녀의 활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그것을 얻은 뒤,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황제의 검문이었다.

미하일라의 등 뒤로 자주빛 빛이 타올랐다. 에메랄드 성의 초록빛과 달리, 그 빛은 피와 새벽, 별의 낙하를 함께 품고 있었다.

《자휘혜성》.

그녀 개인이 아니라, 제국의 운명을 등에 진 자의 의념이 활 위에 내려앉았다.

활시위가 당겨졌다.

화살촉은 푸리나 일행을 겨누지 않았다.

그 대신, 그들의 소원 뒤에 숨은 책임을 겨누었다.

《천명》.

무와 정이 하나가 되는 경지.

미하일라가 활을 당기는 것은 단순한 전투 자세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치였다. 판결이었다. 성문을 여는 행위이자, 성문 너머로 들어올 자에게 책임을 묻는 황제칙령이었다.

그녀는 레이튼을 보았다.

“허수아비.”

레이튼이 정중하게 답했다.

“예, 폐하.”

“지혜를 얻은 뒤 무엇을 하겠나?”

레이튼은 잠시 생각했다.

“더 나은 질문을 하겠습니다.”

“부족하다.”

미하일라의 대답은 즉시 돌아왔다.

레이튼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혜가 답을 닫는 데 쓰이지 않도록 지키겠습니다. 지혜를 얻은 자가 다른 이의 질문을 빼앗는 순간, 그것은 지혜가 아니라 지배가 되겠지요.”

미하일라는 그를 잠시 보았다.

“통과.”

그녀는 그레이를 보았다.

“양철 나무꾼.”

그레이는 조금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예.”

“심장을 얻은 뒤 무엇을 하겠나?”

그레이의 손이 장부를 꽉 잡았다.

“울겠습니다.”

푸리나가 그녀를 보았다.

그레이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울고 끝내지 않겠습니다. 이름을 적고, 사유를 찾고, 보상과 보호 주소를 만들겠습니다. 같은 이유로 다시 죽지 않도록 고치겠습니다.”

미하일라의 눈이 아주 조금 누그러졌다.

“통과.”

그녀는 죠니를 보았다.

“사자.”

죠니는 갈기를 고쳐 쓰며 말했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지금은 참을게.”

“용기를 얻은 뒤 무엇을 하겠나?”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겁나는 일을 계속 하겠지.”

미하일라는 말없이 그를 보았다.

죠니는 잠시 침묵하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나 혼자 가는 게 아니라,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 속도를 생각하겠어. 혼자 돌파하는 건 용기가 아니라 버릇일 때도 있으니까.”

푸리나가 살짝 웃었다.

미하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통과.”

마지막으로 미하일라는 푸리나를 보았다.

“도로시.”

푸리나는 등을 폈다.

“응.”

“집으로 돌아간 뒤 무엇을 하겠나?”

푸리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민다우가스의 숲과 슈샤니크의 검은 성을 지나온 뒤라 더 무거웠다.

집이 불탔을 때도 돌아갈 것인가.

돌아갈 집이 없어진 사람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그 질문들이 푸리나의 발목에 아직 남아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무대를 다시 열 거야.”

미하일라의 눈이 움직이지 않았다.

푸리나는 말을 이었다.

“그게 너무 가벼운 답처럼 들리는 건 알아. 하지만 내가 열고 싶은 무대는 도망치는 곳이 아니야. 돌아온 사람들이 자기 이름으로 서고, 울 사람은 울고, 웃을 사람은 웃고, 다시 길을 갈 사람은 갈 수 있는 자리야.”

그녀는 은구두를 내려다보았다.

“집으로 돌아간 뒤, 나는 그 집을 나 혼자의 집으로 두지 않을 거야.”

미하일라는 활을 내리지 않은 채 말했다.

“그 말의 대가를 아는가?”

푸리나는 슈샤니크의 성을 떠올렸다.

민다우가스의 숲을 떠올렸다.

그레이의 장부를 떠올렸다.

아레의 검은 실을 떠올렸다.

“조금은 알게 됐어.”

“충분하지 않다.”

“응.”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모르는 척하지는 않을게.”

미하일라는 침묵했다.

그녀의 활 위로 별빛이 맺혔다.

《성추여명식》.

팔레올로기나의 천년 궁무.

별이 떨어져 새벽을 여는 무공.

그러나 이번 화살은 사람을 꿰뚫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성문 앞에 있는 불확실한 소원들을 가르는 화살이었다. 푸리나의 대답이 거짓이었다면, 그 화살은 그녀가 세운 무대의 허위를 꿰뚫었을 것이다.

미하일라는 천천히 말했다.

“나는 평화를 사랑한다.”

활시위가 울렸다.

“그래서 전쟁을 외면하지 않는다.”

화살이 날았다.

자주빛 별이 성문 앞 바닥에 떨어졌다.

폭발하지 않았다.

대신 노란 길과 에메랄드 성 사이에 선 하나가 그어졌다.

그 선 너머로 들어가는 것은 소원을 말하는 자가 아니라, 소원의 대가를 인정한 자라는 표시였다.

《구평전시궁》.

평화를 구하기 위해 전쟁을 끝내는 활.

이번에는 적을 추방하지 않았다.

다만 무책임한 소원을 세계 밖으로 밀어냈다.

미하일라는 활을 내렸다.

“통과.”

푸리나는 숨을 내쉬었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문지기가 너무 강한 거 아니야?”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즈가 긴장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하일라의 뒤에서 성문이 열렸다.

하지만 성문 안쪽에는 곧장 오즈가 있지 않았다.

먼저 도시가 있었다.

에메랄드 성의 거리.

푸리나 일행이 안으로 들어서자, 빛나는 도시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시민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같은 시민이 아니었다.

어떤 이는 자주빛 문장을 자랑스럽게 달고 있었고, 어떤 이는 아직 자기 이름이 로마식 명부에 오른 것을 어색해했다. 어떤 이는 라스카리스의 옛 깃발을 들고 있었고, 어떤 이는 팔레올로기나의 군기를 따랐다. 어떤 이는 라틴을 의심했고, 어떤 이는 튀르크어를 숨겼고, 어떤 이는 아르메니아어로 기도했다.

그 모든 소리가 도시 안에서 섞였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위험했다.

그때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로시.”

푸리나는 고개를 돌렸다.

에메랄드 성의 중앙 광장,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분수대 위에 어린 공주가 서 있었다.

요안나 4세 두카이나 라스카리나.

에메랄드 성의 어린 공주.

마지막 라스카리스.

그녀는 왕관을 쓰고 있었지만, 왕관보다 눈빛이 먼저 보였다. 어리고, 맑고, 그래서 오히려 무모할 만큼 강한 눈빛.

요안나는 푸리나를 보며 말했다.

“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요안나는 물었다.

“그럼 노란 길 위에 남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

그 질문은 미하일라의 질문과 달랐다.

미하일라의 질문은 활이었다.

요안나의 질문은 손이었다.

하지만 손이기 때문에 더 빠져나가기 어려웠다.

푸리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요안나는 광장 아래를 보았다.

거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오즈의 주민.

피난민.

이름을 되찾은 사람들.

성문 밖에서 들어온 이들.

아직 어느 장부에도 편안히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

요안나는 양손을 모았다.

“Εἰρήνη πᾶσιν.”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광장 전체가 들었다.

“모든 이에게 평화를.”

그 순간, 사람들 사이에 작은 종이들이 떠올랐다.

표.

입장권.

지지 티켓.

누군가가 그녀를 믿는다는 표시.

누군가가 이 어린 황제의 말이 아직 현실은 아니어도, 버려서는 안 되는 대의라고 인정한다는 표시.

그 티켓들은 칙령처럼 강제하지 않았다.

창처럼 위협하지 않았다.

장부처럼 사람을 묶지도 않았다.

다만 사람들의 손에 하나씩 쥐어졌다.

나도 평화를 원한다.

나도 로마 시민이 될 수 있는가.

나도 이 도시에 남아도 되는가.

나도 집이 필요한 사람이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할 자주빛》.

요안나는 높은 보좌에서 내려와, 광장 가장 낮은 계단에 섰다.

그녀는 푸리나에게 말했다.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가는 건 좋은 일이야.”

푸리나는 조용히 들었다.

“하지만 도로시가 길에서 만난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과 사자와 유리장수와 이름을 되찾은 사람들을 두고 혼자 돌아가면, 그건 어떤 이야기야?”

푸리나는 입술을 열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요안나는 웃지 않았다.

“나는 모두가 돌아갈 집을 갖는 이야기가 좋아.”

미하일라가 멀리서 그 말을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엄격했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요안나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그 집이 모두 같은 모양일 필요는 없어. 어떤 사람에게는 성벽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여관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장부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무대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길 위의 친구일 수 있어.”

레이튼이 조용히 말했다.

“훌륭한 정의군요. 닫히지 않은 정의입니다.”

요안나는 레이튼을 보고 밝게 웃었다.

“그럼 통과?”

레이튼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시험관은 아니지만, 통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요안나는 푸리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대답은 이거야.”

그녀의 손바닥 위에 작은 티켓 하나가 생겼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도로시. 집으로 돌아가는 자. 그러나 길 위의 사람들을 잊지 않는 자.

푸리나는 그 티켓을 받았다.

종이는 가벼웠다.

하지만 손바닥에서 이상하게 따뜻했다.

요안나는 말했다.

“이건 명령이 아니야. 네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어줄 수 있다는 표시야.”

푸리나는 티켓을 조심스럽게 품에 넣었다.

“고마워.”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은 수업이야.”

죠니가 바로 말했다.

“싫은데.”

광장 옆의 계단 위에 여인이 서 있었다.

게오르기아 아크로폴리티사.

에메랄드 성의 교사.

그녀는 책을 들고 있었다. 그 책은 하나처럼 보였지만, 표지가 계속 바뀌었다. 플라톤의 국가론, 유스티니아누스 법전, 로마 수사학, 병법서, 외교문서, 신학 논쟁서, 동방의 신비철학, 그리고 아직 제목이 붙지 않은 교과서.

게오르기아는 차분하게 말했다.

“수업은 피할 수 없습니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방금 용기를 좀 잃은 것 같은데.”

그레이가 작게 웃을 뻔하다가 참았다.

게오르기아의 발밑에 원형 교실의 그림자가 펼쳐졌다.

《콘스탄티노폴리스 대학 총장》.

무너진 제국의 도서관과 강의실이, 에메랄드 성의 광장 위에 얇게 겹쳐졌다. 기둥이 서고, 책상이 놓이고, 보이지 않는 학생들의 숨소리가 들렸다. 한때 사라진 도시의 지식이, 니케아의 임시 수도 안에서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게오르기아는 먼저 레이튼을 보았다.

“허수아비.”

“예.”

“뇌를 원한다고 했지요.”

“배역상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배워야 합니다. 지식은 축적이지만, 지성은 배치입니다. 질문이 많다고 해서 지혜로운 것은 아닙니다. 좋은 질문이 좋은 자리에 놓일 때 지혜가 됩니다.”

레이튼은 아주 즐거운 얼굴이 되었다.

“훌륭합니다. 수업을 계속 듣고 싶군요.”

죠니가 작게 말했다.

“역시 이상한 사람이라니까.”

게오르기아는 그레이를 보았다.

“양철 나무꾼.”

그레이는 긴장했다.

“예.”

“심장을 원한다고 했지요.”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마음은 감정만이 아닙니다. 마음은 제도화되어야 합니다. 슬픔이 예산이 되고, 연민이 병상이 되고, 죄책감이 재발 방지 조항이 될 때, 마음은 도시를 살립니다.”

그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 말은 그녀를 위로했다.

동시에 무겁게 했다.

게오르기아는 죠니를 보았다.

“사자.”

죠니는 낮게 말했다.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네.”

“용기를 원한다고 했지요.”

“나는 아직도 그 설정에 항의하고 싶은데.”

“용기는 기질이 아닙니다. 훈련입니다.”

게오르기아가 손에 든 책을 펼쳤다.

《로마니타스 오이쿠메네》.

한 줄의 문장이 죠니의 장대 끝에 내려앉았다.

강한 자가 먼저 달리는 것은 무공이다.
뒤따르는 자가 길을 잃지 않게 달리는 것은 지휘다.

죠니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그는 대충 농담으로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건 좀 맞는 말이네.”

게오르기아는 푸리나를 보았다.

“도로시.”

푸리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응.”

“집으로 돌아가려는 자는, 집을 세우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말없이 그녀를 보았다.

게오르기아의 수업은 따뜻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했다.

《철학자들의 군주》.

그녀의 문답은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각자의 특성이 어디로 자라야 하는지 보여주었다. 레이튼의 질문은 정교해지고, 그레이의 장부는 제도와 마음 사이의 다리를 얻고, 죠니의 회전은 기사단장의 구령을 기억하고, 푸리나의 무대는 귀환 이후의 책임을 조금 더 선명히 보았다.

“제국은 성벽으로만 세워지지 않습니다.”

게오르기아가 말했다.

“제국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제국은 다시 숨을 쉽니다.”

하융이 조용히 물었다.

“그러면 길은 누가 엽니까?”

그 말에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건 제 차례인 것 같군요.”

광장 끝, 노란 길과 에메랄드 거리의 교차점에 아스테리아 오르노비치가 서 있었다.

그녀는 역무원처럼 긴 외투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별빛이 그려진 노선도가 들려 있었다. 등에는 사절의 가방, 허리에는 봉인된 편지통, 어깨 위에는 북방의 바람 같은 얇은 망토가 걸려 있었다.

노란 길의 역무원.

별을 읽는 길잡이.

아스테리아는 웃었다.

“길은 언제나 하나처럼 보입니다. 특히 권력자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하죠. 하나의 정답, 하나의 국경, 하나의 외교문서, 하나의 정통성.”

그녀가 노선도를 펼쳤다.

《로고스테스 톤 드로무》.

그 순간 에메랄드 성의 거리와 노란 길, 검은 성으로 이어지는 길, 리투아니아 숲의 샛길, 킬리키아의 항구, 니케아의 관청, 조지아의 포도밭, 보헤미아의 은빛 공방, 폴란드의 기록소가 가느다란 선으로 이어졌다.

우편.

도로.

상인.

소문.

사절.

첩보.

길 위의 모든 말들이 하나의 지도 위에 모였다.

아스테리아는 하늘을 보았다.

에메랄드 성 위의 낮 하늘이 갑자기 밤처럼 깊어졌다.

별이 떠올랐다.

《하늘에 빌어 저변을 살피라》.

그녀의 눈에 세 개의 실이 비쳤다.

첫 번째 길.

가장 빠른 길.

도로시 일행이 곧장 오즈에게 가는 길. 빠르지만, 에메랄드 성의 내부 균열을 보지 못한 채 장막 앞에 선다.

두 번째 길.

가장 안전한 길.

모든 절차를 밟고, 모든 허가를 받아, 아무것도 잃지 않지만 너무 늦는 길.

세 번째 길.

나중에 후회할 길.

누군가를 설득했다고 믿지만, 사실 그 사람의 침묵을 그냥 지나친 길.

푸리나는 물었다.

“그럼 어느 길이 정답이야?”

아스테리아는 웃었다.

“그걸 제가 정하면, 이건 연극이 아니라 외교 문서가 됩니다.”

죠니가 말했다.

“이 사람도 만만치 않네.”

아스테리아는 푸리나에게 노선도를 건넸다.

“하지만 힌트는 줄 수 있습니다.”

그녀의 손끝이 세 길 사이에 아직 그려지지 않은 작은 길을 찍었다.

《조각 모음》.

흩어진 소문, 편지, 장부, 질문, 발자국, 지지 티켓, 미하일라의 화살 자국, 요안나의 손, 게오르기아의 수업, 슈샤니크의 침묵.

그 모든 조각이 이어지며, 네 번째 길의 윤곽이 생겼다.

아스테리아는 말했다.

“오즈의 장막으로 가려면, 그냥 궁전 중앙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하지만 장막을 걷은 뒤 무엇을 보게 될지 감당하려면, 먼저 이 도시가 왜 장막을 필요로 했는지 보셔야 합니다.”

푸리나는 에메랄드 성을 둘러보았다.

빛나는 도시.

공사 중인 도시.

두 황제의 도시.

무너진 로마의 기억을 색유리와 렌즈로 다시 세우려는 도시.

요안나가 낮은 계단에서 사람들의 티켓을 모으고 있었다.

미하일라는 성문 위에서 여전히 활을 들고 있었다.

게오르기아는 아이들과 병사들에게 같은 문장을 서로 다르게 가르치고 있었다.

아스테리아는 길을 열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장막 뒤에는 오즈가 있었다.

푸리나는 작게 말했다.

“니케아는…… 복잡하네.”

아스테리아가 웃었다.

“제국이 단순하면 오래 못 갑니다.”

레이튼이 부드럽게 말했다.

“혹은 단순해지는 순간, 이미 죽은 제국일지도 모르지요.”

그때 에메랄드 성의 중심 탑에서 종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성 전체의 빛이 바뀌었다.

녹색이 더 짙어지고, 모든 색유리가 같은 방향으로 빛을 모았다. 도시의 거리, 교실, 광장, 성문, 도로, 우편선, 지지 티켓, 활의 선, 모든 것이 중앙 궁전으로 향했다.

오즈의 궁전.

거대한 그림자가 그 위에 떠올랐다.

위대한 마법사의 목소리가 도시 전체에 울렸다.

“누가 나를 찾는가?”

목소리는 웅장했다.

번개와 연기와 증폭된 메아리가 섞여 있었다.

푸리나 일행은 중앙 궁전을 보았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저건 좀 많이 수상한데.”

아카식은 토토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아주 즐거운 얼굴이 되었다.

“드디어 장막이네.”

그레이가 조용히 물었다.

“토토가 장막을 걷는 장면이 남아 있지요?”

아카식은 웃었다.

“원작 존중은 중요하지.”

레이튼은 중앙 궁전을 보며 말했다.

“위대한 마법사란 무엇인가. 이제 물을 시간이군요.”

푸리나는 은구두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품 안에는 요안나의 지지 티켓이 있었다.

머릿속에는 미하일라의 질문이 남아 있었다.

그레이의 장부, 레이튼의 질문, 죠니의 회전, 하융의 창, 아레의 실, 슈샤니크의 침묵.

모두가 같이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그녀는 중앙 궁전을 향해 걸었다.

미하일라가 성문 위에서 말했다.

“도로시.”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미하일라는 활을 든 채 조용히 말했다.

“오즈가 무엇이든, 장막을 걷은 뒤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요안나가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장막 뒤에 사람이 있으면, 너무 심하게 놀라게 하지는 마!”

죠니가 중얼거렸다.

“이미 거의 답 말한 거 아닌가?”

아스테리아가 웃었다.

“외교에서는 모두가 아는 비밀도 절차가 필요합니다.”

게오르기아가 책을 덮었다.

“가십시오. 이번 수업의 다음 장은 실습입니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녀는 숨을 들이마셨다.

“오즈를 만나러 가자.”

노란 길은 에메랄드 성의 중앙 궁전으로 이어졌다.

그곳에서는 거대한 장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장막 뒤에서는,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기록자가 조용히 펜을 들고 있었다.

5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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