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41여관◆zAR16hM8he(7ce028f3)2026-05-11 (월) 08:22:25
엽편 — 커튼콜 전에 들른 여관

1막. 의자를 닦는 사람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봄은 늘 조금 늦게 왔다.

바다는 먼저 푸르러졌고, 항구의 아이들은 먼저 웃었으며, 시장의 향신료 냄새는 먼저 골목을 채웠다. 그러나 성벽 위의 병사들은 아직 겨울을 벗지 못했다. 그들의 어깨에는 지난 공성전의 먼지가 남아 있었고, 검집에는 아직 말라붙은 피 냄새가 있었다.

그래서 푸리나 헤툼은 축제를 열기로 했다.

그레이는 그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왕궁 회의실의 긴 탁자 위에는 이미 장부가 펼쳐져 있었다. 피난민 배급표, 무너진 집 수리 명단, 사망자 확인 기록, 부상병 약재 요청서, 성문 보수 비용, 그리고 푸리나가 방금 직접 써넣은 항목 하나.

「봄맞이 무료 공연 예산」

그레이는 그 항목을 보고, 다시 푸리나를 보았다.

“폐하.”

“응!”

“지금 이 시점에서…… 축제입니까?”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에는 밤새 세어본 숫자들이 들어 있었다.

빵.
약.
목재.
묘비.
문패.
그리고 아직 이름을 찾지 못한 사망자 셋.

푸리나는 탁자 위로 몸을 기울였다.

“응. 축제.”

“예산이 없습니다.”

“그럼 적게 쓰면 돼!”

“사람도 부족합니다.”

“그럼 내가 무대에 오르면 돼!”

“폐하께서 오르면, 오히려 인력이 더 듭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그레이는 조용히 말했다.

“호위, 군중 정리, 임시 좌석, 화재 대비, 식수, 응급처치반, 길 잃은 아이를 위한 대기소, 그리고 폐하께서 즉흥적으로 사고를 치셨을 때 수습할 인원까지 필요합니다.”

“그 마지막 항목은 왜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가 있어?!”

“전례가 있습니다.”

옆에서 죠니 죠스타가 빵을 뜯어 먹다가 말했다.

“많지.”

푸리나가 죠니를 돌아보았다.

“죠니!”

“왜. 틀린 말은 아니잖아.”

레이튼은 찻잔을 들고 빙긋 웃었다.

“숙녀가 무대 위에 오르기 전에 필요한 것은 조명과 대본뿐만이 아닙니다. 가끔은 보험도 필요하지요.”

“레이튼까지!”

하융은 창가에 서 있었다.

창밖에서는 아직 공사 중인 거리의 먼지가 천천히 일고 있었다. 무너진 벽돌을 치우는 사람들, 우물가에 줄을 선 여인들, 한쪽 팔에 붕대를 감고도 수레를 미는 병사, 그리고 그 곁에서 뛰어다니다 어른에게 붙잡히는 아이들.

하융은 그 풍경 위로 다른 가능성을 보았다.

축제가 열리지 않은 거리.

아무도 웃지 않는 시장.
아이들이 전쟁 이야기를 놀이로도 말하지 못하는 골목.
죽은 자들의 이름이 장부에는 남았지만, 산 자들의 목소리는 낮아진 세계.

그는 천천히 말했다.

“열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오.”

푸리나는 하융을 보았다.

하융은 창밖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만 그 세계에서는, 웃음이 돌아오는 데 조금 더 오래 걸렸소.”

그레이의 손이 장부 위에서 멈췄다.

푸리나는 조용히 웃었다.

“거봐. 필요하다니까.”

그레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은 허락에 가까웠다.

“규모는 작게 해야 합니다. 무료 공연이라도 식수와 응급처치소는 마련해야 하고, 관객 동선은 분리해야 합니다. 무대는 야외 여관 마당으로 제한합니다. 화기 사용은 금지입니다. 폐하의 즉흥 연출은 사전에 제게 통보해주셔야 합니다.”

“좋아!”

“그리고 대본은 검토하겠습니다.”

“그건 안 돼!”

그레이가 눈을 들었다.

푸리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예술의 자유!”

죠니가 중얼거렸다.

“그 말 나올 줄 알았다.”

레이튼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질문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좋아. 수수께끼라면 지금은 안 받아.”

“수수께끼는 아닙니다. 폐하께서는 이번 공연으로 무엇을 쉬게 하고 싶으신 겁니까?”

회의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푸리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펼쳐진 장부를 보았다.
그레이가 적은 이름들.
아직 이름이 없는 줄들.
지출 항목.
수리해야 할 우물.
묘지로 보내야 할 목재.
아이들에게 나눠줄 빵.

그리고 장부 옆에 놓인 자신의 대본을 보았다.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만인萬人》

푸리나는 손가락으로 그 글자를 톡톡 두드렸다.

“죽음을 쉬게 하고 싶어.”

그레이가 작게 숨을 멈췄다.

푸리나는 말을 이었다.

“아니, 죽은 사람을 쉬게 하겠다는 뜻은 아니야. 그건…… 내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녀의 시선이 아주 잠깐 낮아졌다.

“하지만 산 사람들 안에 아직 쉬지 못한 죽음이 있어. 누군가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못 들었고, 누군가는 친구가 왜 죽었는지 묻지도 못했고, 누군가는 자기가 살아남은 걸 미안해해. 누군가는 웃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푸리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런 것들에게 잠깐 의자를 내어주고 싶어.”

레이튼은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렇다면 이번 극은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여관극!”

죠니가 빵을 씹다 말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또 뭐야.”

“쉬어가는 극.”

“대답이 된 것 같지는 않은데.”

“됐어. 내가 만들면 장르가 되는 거야.”

그레이가 아주 작게 말했다.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하지만 그레이는 더 이상 막지 않았다.

그날 오후, 야전 여관의 마당에 무대가 세워졌다.

무대라고 하기에는 소박했다.
부러진 창대를 기둥으로 삼고, 낡은 천막을 이어 막으로 삼았다. 객석은 긴 의자와 뒤집은 상자, 수리하고 남은 목재를 대충 깎아 만든 걸상이었다.

푸리나는 그 한복판에서 지휘봉도 없이 모든 것을 지휘했다.

“그 천은 왼쪽! 아니, 네 왼쪽 말고 내 왼쪽! 좋아, 거기! 그건 죽음의 문이 아니라 마지막 여관의 문이니까 너무 무섭게 만들지 마! 해골 장식 빼! 누가 가져왔어, 이거?”

“시장 잡화점에서 빌려왔습니다!”

“반납해!”

아이들이 웃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 올라가 손뼉을 쳤다.

“자, 배우들! 오늘 우리는 죽음을 무섭게 팔지 않는다! 죽음을 웃음거리로 만들지도 않는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간단해!”

그녀는 양팔을 벌렸다.

“길 끝에 의자를 하나 놓는 거야!”

배우들은 대부분 전문 배우가 아니었다.

빵집 주인의 딸.
다리를 저는 전령.
퇴역한 병사.
항구의 악사.
글을 읽을 줄 아는 여관 시종.
그리고 전쟁 뒤 말을 잃었다가 최근에야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아이 하나.

푸리나는 그들을 하나하나 무대 위에 세웠다.

“너는 재산.”

“제가요?”

“응. 반짝이는 걸 좋아하게 생겼어.”

“저 가난한데요.”

“그래서 더 잘할 수 있어!”

“그게 무슨 논리입니까?”

“예술의 논리!”

그레이가 멀리서 작게 중얼거렸다.

“논리가 아닙니다.”

레이튼은 흥미로운 얼굴로 그 말을 들었다.

하융은 무대 뒤에서 천 조각을 들고 서 있다가, 문득 이상한 것을 보았다.

마당 구석.

객석 뒤편.

햇빛이 비껴드는 자리.

한 남자가 의자를 닦고 있었다.

차분한 인상의 남자였다. 오래된 물건을 다루는 사람처럼 손길이 조심스러웠고, 지나치게 신성하지도, 지나치게 평범하지도 않았다. 그는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낡은 의자의 먼지를 털고 있었다.

하융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본 수많은 가능성의 창 가운데, 저 남자가 없는 풍경은 없었다.

정확히는 달랐다.

어떤 가능성에서는 그는 찻잔을 닦고 있었다.
어떤 가능성에서는 무대 문을 고치고 있었다.
어떤 가능성에서는 울고 있는 아이 옆에 앉아 있었다.
어떤 가능성에서는 죽은 병사의 이름표를 손에 들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에서 그는 있었다.

하융은 천천히 푸리나를 불렀다.

“폐하.”

“응?”

“저분은 누구시오?”

푸리나는 하융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남자는 의자 하나를 다 닦고, 다음 의자로 옮겨가고 있었다.

푸리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갔다.

“저기요!”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예, 손님.”

푸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손님?”

남자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곳에 오신 분들은 모두 손님이지요. 무대에 오르시는 분도, 객석에 앉으시는 분도, 아직 문 앞에서 망설이시는 분도.”

푸리나는 잠시 그를 보았다.

그녀는 이상하게도 그 말에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당신, 우리 극단 사람이었나?”

“오늘은 손님이 많을 것 같아서요.”

남자는 손에 든 천으로 의자 등받이를 한 번 더 닦았다.

“의자는 모자라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푸리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좋아!”

그녀는 손가락으로 남자를 가리켰다.

“의자 담당!”

그레이가 멀리서 들었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폐하, 신원 확인을—”

“그레이!”

“예.”

“저렇게 자연스럽게 의자를 닦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야!”

죠니가 옆에서 낮게 말했다.

“그 논리는 진짜 위험한데.”

레이튼은 남자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하지만 흥미롭군요. 정말로, 저분은 처음부터 이곳에 계셨던 것처럼 보입니다.”

남자는 푸리나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맡겨주신다면 객석을 정리해두겠습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대신 우리 극은 무료야. 품삯은 많이 못 줘.”

“괜찮습니다.”

남자는 웃었다.

“차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푸리나는 손뼉을 쳤다.

“좋아! 차도 담당!”

“그건 업무가 늘어난 것 같은데.”

죠니가 말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그날 해가 기울 무렵, 첫 번째 관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피난민들이었다.
부상병들이었다.
아이들이었다.
시장 사람들이었다.
성벽 보수 일을 마친 인부들이었다.
누군가는 호기심으로 왔고, 누군가는 푸리나가 직접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왔고, 누군가는 그저 따뜻한 수프를 준다는 말에 왔다.

그레이가 입구에서 사람들의 흐름을 정리했다.

“아이들은 앞쪽으로. 부상자는 오른쪽 그늘에 앉으시면 됩니다. 물은 뒤쪽입니다. 무대 뒤로는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예, 공연 중에도 응급처치소는 열려 있습니다.”

그녀는 말수가 많지 않았지만, 손은 쉬지 않았다.

한 노인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망설이자, 아까 그 남자가 조용히 의자 하나를 내주었다.

“이쪽에 앉으시겠습니까?”

노인이 고개를 숙였다.

“고맙소.”

“먼 길 오셨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노인의 발치에 작은 발판을 놓아주었다.

조금 뒤에는 아이 하나가 울면서 들어왔다.

아이의 어머니가 당황해 아이를 달래려 했지만, 아이는 객석을 무서워했다. 너무 많은 사람, 너무 많은 소리, 너무 많은 등불.

남자는 아이 앞에 무릎을 굽혔다.

“시끄러우십니까?”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남자는 담요 하나를 건넸다.

“그럼 이걸 무릎에 덮으시지요. 무서운 소리가 나면 손으로 끝을 잡으시면 됩니다. 담요 끝은 작은 난로와 비슷해서, 생각보다 도움이 됩니다.”

아이는 훌쩍이며 담요 끝을 잡았다.

“아저씨는 누구예요?”

남자는 잠시 생각했다.

“오늘은 객석을 보는 사람입니다.”

“배우 아니에요?”

“가끔은 배우도 합니다.”

“무슨 역인데요?”

남자는 아주 조용히 웃었다.

“문을 여는 역입니다.”

아이는 그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 울지는 않았다.

무대 뒤에서 푸리나는 그 광경을 보았다.

“뭐야.”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보다 객석 관리를 잘하잖아.”

죠니가 옆에서 창을 기대 세우며 말했다.

“그래도 의자 담당으로 뽑은 건 너야. 안목은 있었네.”

“당연하지. 나는 천재 극장주니까.”

“방금까지 누군지도 몰랐잖아.”

“천재는 즉흥적으로 알아보는 거야.”

하융은 아무 말 없이 그 남자를 보고 있었다.

레이튼이 곁으로 다가왔다.

“무언가 보이십니까?”

하융은 느리게 대답했다.

“저분이 없는 창이 없소.”

레이튼의 눈이 가늘게 빛났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겠군요. 저분이 어디에나 계신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어디를 보든 결국 저분의 여관 앞에 도착하는 것인지.”

하융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대 앞에서 작은 종이 울렸다.

푸리나가 무대 중앙으로 나섰다.

그 순간 마당의 웅성거림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푸리나는 오늘 왕관을 쓰지 않았다.
대신 푸른 리본이 달린 작은 모자를 썼고, 공연용 망토를 어깨에 걸쳤다. 너무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한 걸음 내딛자, 야전 여관의 마당은 정말로 극장이 되었다.

푸리나는 관객을 둘러보았다.

피난민.
병사.
아이.
상인.
과부.
사제.
이름을 가진 사람들.
아직 이름을 찾지 못한 죽음을 품고 온 사람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웃었다.

“어서 와!”

아이들이 먼저 웃었다.

푸리나는 양팔을 펼쳤다.

“오늘 이곳은 왕궁 극장이 아니야. 대리석 기둥도 없고, 금박 장식도 없고, 의자도 삐걱거리지.”

어딘가에서 의자가 실제로 삐걱거렸다.

객석에서 작은 웃음이 났다.

푸리나는 그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

“좋아! 방금 저 의자는 훌륭한 조연이었어!”

웃음이 조금 더 커졌다.

그레이는 이마를 짚었다.
죠니는 피식 웃었다.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하융은 회색빛 저녁 아래에서, 웃음이 조금씩 현실을 선택하는 것을 보았다.

푸리나는 손을 들어 조용히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올릴 극은 우스운 이야기만은 아니야.”

마당이 다시 잠잠해졌다.

푸리나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오늘의 주인공은 왕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고, 성자도 아니야. 오늘의 주인공은 만인. 누구나 될 수 있는 사람. 너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고, 우리가 잃어버린 누군가일 수도 있어.”

무대 구석에서 남자가 찻잔을 놓았다.

딸깍.

작은 소리였지만 이상하게 선명했다.

푸리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잠깐, 아주 잠깐 대사가 멈췄다.

그러나 그녀는 곧 미소 지었다.

좋은 즉흥은 받아야 한다.

“그리고 만인은 오늘 초대장을 받게 될 거야.”

그녀는 객석을 보았다.

“가장 끝의 여관에서 온 초대장을.”

그 말에 몇몇 관객이 숨을 삼켰다.

푸리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오늘 우리는 죽음을 쫓아내려고 모인 게 아니야. 죽음을 비웃으려고 모인 것도 아니야.”

그녀는 손으로 무대 옆의 의자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남자가 닦아둔 의자 하나가 있었다.

“오늘 우리는, 잠깐 앉아서 생각해보려고 모였어.”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내가 마지막 여관에 갈 때, 무엇을 들고 갈 수 있을까?”

조용한 바람이 마당을 지나갔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의자 담당으로 불린 남자가 고요히 고개를 숙였다.

마치 극의 시작을 알리는 인사처럼.

푸리나는 망토 자락을 펼쳤다.

“그럼, 막을 올리자.”

그녀의 목소리가 야전 여관의 마당을 가득 채웠다.

“삶은 한 편의 극이며—”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숨을 맞췄다.

“모든 이는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일지니!”

천막으로 만든 막이 올라갔다.

그리고 첫 장면에서, 만인은 웃고 있었다.

그가 아직 자신에게 온 초대장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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