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51여관◆zAR16hM8he(61fdb885)2026-05-11 (월) 23:51:11
2막

시장 — 재물은 함께 갈 수 있는가

막이 오르자, 무대 위 길은 어느새 시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젖은 흙길이었던 곳에 천막들이 솟아 있었다.
빨간 천막, 푸른 천막, 빵 냄새가 나는 천막,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찌르는 천막, 누가 봐도 수상한 약병을 잔뜩 늘어놓은 천막.

상인들이 외쳤다.

“오늘만 반값!”

“내일은 두 배!”

“손님, 이건 평생 갑니다!”

옆의 다른 상인이 곧장 받아쳤다.

“평생은 과장이고, 비만 안 맞으면 꽤 갑니다!”

“그럼 평생이 아니잖소!”

“비를 피하면 평생입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만인은 눈을 빛냈다.

“드디어 제대로 된 곳이군.”

그는 등 뒤의 항아리와 냄비, 품속의 목록, 허리에 찬 돈주머니를 한꺼번에 확인했다.

“사람이 길을 가려면 역시 재물이 필요하지. 돈이 있어야 빵을 사고, 빵이 있어야 배가 부르고, 배가 불러야 걷고, 걸어야 중요한 곳에 도착하지.”

만인은 스스로의 논리에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다. 이건 거의 철학이군.”

그때 금빛 옷을 입은 배우 하나가 시장 한가운데에서 빙글 돌며 나타났다.

그의 옷자락에는 동전이 꿰매져 있었고, 모자에는 보석 모양 유리알이 박혀 있었다. 걸을 때마다 짤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만인을 보자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찾으셨습니까?”

만인은 깜짝 놀랐다.

“누구요?”

금빛 배우는 과장되게 허리를 숙였다.

“저를 모르십니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친구, 가장 빠른 해결책, 가장 아름다운 무게, 가장 믿음직한 변명.”

그는 가슴을 탕 쳤다.

“재물입니다.”

만인의 눈이 커졌다.

“오.”

재물은 가까이 다가와 만인의 돈주머니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나를 데려가십시오. 배고프면 빵이 되고, 추우면 외투가 되고, 외로우면 술값이 됩니다. 울고 싶으시면 방값이 되고, 자랑하고 싶으시면 장식이 되며, 싸우고 싶으시면 병사가 되지요.”

만인은 점점 감동했다.

“당신, 말이 잘 통하는군.”

재물은 속삭였다.

“말뿐이겠습니까? 저는 문도 엽니다.”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딸랑.

시장 입구의 작은 문이 열렸다.

“저는 사람을 웃게 합니다.”

다시 딸랑.

상인들이 동시에 만인을 향해 웃었다.

“저는 사람을 굽히게 합니다.”

다시 딸랑.

노점상 하나가 너무 과장되게 허리를 숙이다가 자기 천막에 머리를 박았다.

객석에서 웃음이 커졌다.

만인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대단하군. 역시 마지막 여관까지 함께 가야 할 것은 당신이오.”

재물은 미소 지었다.

“아, 물론입니다. 저는 끝까지 함께하는—”

그는 말을 멈췄다.

“음.”

만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멈췄소?”

재물은 아주 자연스럽게 웃었다.

“표현을 조금 다듬겠습니다. 저는 아주 멀리까지 함께하는 친구입니다.”

“끝까지는?”

“멀리까지.”

“마지막 여관까지는?”

“상당히 멀리까지.”

“그 말이 더 수상한데.”

재물은 손사래를 쳤다.

“수상하다뇨! 손님, 길 위에서 저만큼 유용한 친구가 어디 있습니까?”

그 말은 맞았다.

만인은 시장을 둘러보았다.

빵이 있었다.
담요가 있었다.
약이 있었다.
신발이 있었다.
지도와 등불과 깨끗한 물이 있었다.

재물은 턱을 높이 들었다.

“보십시오. 길 위에서 필요한 것들은 대체로 저를 통과합니다.”

그때 시장 가장자리에서 작은 아이가 나타났다.

아이는 빵 노점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빵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오래 바라보았기 때문에, 빵보다 그 시선이 더 배고파 보였다.

만인은 그 아이를 보았다.

그리고 자기 돈주머니를 보았다.

재물이 곧장 속삭였다.

“조심하십시오.”

“무엇을?”

“나가기 시작하면 줄어듭니다.”

만인은 돈주머니를 꼭 쥐었다.

“그건 맞지.”

재물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으기는 어렵고, 쓰기는 쉽습니다. 베푸는 일은 특히 위험하지요. 습관이 됩니다.”

만인은 아이를 다시 보았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불편했다.

만인은 빵집 주인에게 물었다.

“저 빵은 얼마요?”

빵집 주인이 대답했다.

“한 닢입니다.”

만인은 눈을 크게 떴다.

“한 닢? 어제도 한 닢 아니었소?”

“어제도 한 닢이었습니다.”

“그럼 오늘은 싸게 주시오.”

“왜요?”

“어제의 나는 오늘보다 부자였습니다.”

빵집 주인이 잠시 생각했다.

“그건 손님 사정 아닙니까?”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만인은 억울한 얼굴로 재물을 보았다.

재물은 우아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저도 모든 협상에서 이기게 해드리지는 못합니다.”

“방금 전에는 문도 연다더니.”

“문과 빵값은 다릅니다.”

만인은 한숨을 쉬었다.

결국 그는 동전 하나를 꺼냈다.

재물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아아.”

“왜 그러시오?”

“줄었습니다.”

“한 닢이오.”

“모든 몰락은 한 닢에서 시작합니다.”

“너무 과장하지 마시오.”

“부의 입장에서는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만인은 동전을 빵집 주인에게 건넸다.

그리고 빵을 받았다.

그는 잠시 빵을 보았다. 따뜻했다. 손바닥에 온기가 남았다.

만인은 아이에게 빵을 내밀었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받았다.

“먹어도 돼요?”

만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미 샀는데 다시 팔기도 애매하니까.”

아이는 빵을 품에 안았다.

“고맙습니다.”

그 말은 아주 작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장 전체가 그 말을 들은 듯 조용해졌다.

재물은 그 틈을 싫어하는 듯 얼른 만인의 곁으로 돌아왔다.

“감동적이군요. 그렇지만 손님, 기억하십시오. 지금 손님은 한 닢 가난해지셨습니다.”

만인은 자기 손바닥을 보았다.

빵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군.”

“무엇이 말입니까?”

“한 닢은 줄었는데, 손은 비지 않았소.”

재물은 처음으로 살짝 표정을 굳혔다.

무대 한쪽, 여관 주인이 시장 그늘 아래에 서 있었다. 그는 노점상도 아니고 손님도 아니었다. 그저 젖은 외투를 받아 걸어줄 사람처럼 조용히 있었다.

그가 말했다.

“재물은 손에 머물 때보다, 길 위에서 쓰였을 때 더 오래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인은 그를 보았다.

“언제 오셨소?”

“손님께서 빵을 사시기 전부터 있었습니다.”

“왜 말리지 않으셨소? 재물이 줄었는데.”

여관 주인은 고개를 숙였다.

“줄어든 것이 무엇인지, 남은 것이 무엇인지는 손님께서 직접 확인하셔야 하니까요.”

재물은 재빨리 웃었다.

“말씀은 좋습니다만, 주인장. 빵의 온기는 식습니다.”

여관 주인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동전은 남습니다.”

“때로는요.”

재물이 눈을 가늘게 떴다.

“때로는?”

여관 주인은 시장 바닥을 가리켰다.

만인이 빵을 건넨 자리에는 아이가 남긴 빵 부스러기 몇 개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이제 빵을 혼자 먹지 않았다. 더 작은 아이와 반으로 나누고 있었다.

여관 주인은 말했다.

“동전은 손님 곁에 오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빵은 다른 사람의 길에 묻을 수 있지요.”

재물은 싫은 듯 코웃음을 쳤다.

“길에 묻어봤자 흙입니다.”

“예.”

여관 주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여관에 들어오실 때, 많은 손님께서 신발의 흙을 달고 오십니다.”

그 말에 객석의 웃음이 조금 낮아졌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웃음 속에 무언가가 섞였다.

만인은 자기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길목의 흙이 묻어 있었다.
거기에 빵가루 하나가 붙어 있었다.

그는 괜히 발을 털려다가 멈췄다.

“이런 것도 남는단 말이오?”

여관 주인은 대답했다.

“손님께서 걸으신 길에 묻은 것이라면요.”

재물이 급히 끼어들었다.

“하지만 저 없이 그 빵을 살 수 있었겠습니까?”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여관 주인은 재물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길 위에서 재물은 필요한 손님입니다. 다만 주인으로 모시기에는 성격이 조금 급한 편입니다.”

객석에서 다시 웃음이 터졌다.

재물은 상처받은 듯 가슴을 짚었다.

“저를 성격으로 평가하시다니.”

“손님께서 먼저 자신을 가장 오래된 친구라 소개하셨으니까요.”

“친구에게 너무 엄격하군요.”

“마지막 여관까지 함께 가겠다고 약속하신 친구라면, 조금 확인이 필요하지요.”

만인은 그 말에 재물을 보았다.

“그럼 솔직히 말해보시오. 당신은 마지막 여관까지 함께 갈 수 있소?”

재물은 짤랑거리는 옷자락을 정리했다.

“손님, 저를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갈 수 있소, 없소?”

“저는 대체로 문 앞에서 매우 바빠집니다.”

“바빠진다?”

“상속, 분배, 분쟁, 세금, 장례 비용, 유산 목록, 숨겨둔 금화, 잃어버린 열쇠, 울면서도 계산하는 친척들.”

재물은 활짝 웃었다.

“문 앞에서 제 인기는 대단합니다.”

“그럼 문 안쪽은?”

재물의 웃음이 더 정중해졌다.

“그곳은 제 전문 분야가 아닙니다.”

만인은 배신당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 끝까지 함께한다면서!”

“멀리까지라고 정정했습니다.”

“상당히 멀리까지라고 했지!”

“정확히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좋은 일입니다.”

만인은 돈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무대는 한순간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조용함 속에서 객석의 인물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보았다.

라이자는 자기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은빛이 아주 희미하게 맴돌았다.

그녀는 빵을 받은 아이와, 빵을 반으로 나누는 더 작은 아이를 보고 있었다.

“검이 아니라 물그릇으로.”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다.

푸리나가 무대 뒤에서 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군단이 아니라 담요로. 명령을 수행하는 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으로.”

라이자는 여관 주인을 보았다.

그는 아이를 안아주지 않았다.
아이 대신 빵을 사주지도 않았다.
만인의 손을 억지로 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인이 자기 손으로 빵을 건네게 했다.

라이자는 그 온도가 마음에 들었다.

너무 뜨겁지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온도.

손님이 자기 손으로 찻잔을 들 수 있을 만큼만 따뜻한 온도.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저건 치유가 아니네요.”

옆에 있던 누군가가 물었다.

“그럼 무엇입니까?”

라이자는 잠시 생각했다.

“앉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녀는 무대 위 아이를 보았다.

“그리고 일어날 수 있게 남겨두는 것.”

소피아는 여전히 시장의 소품들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금화보다, 빵을 싸던 천 조각과 아이가 품에 안은 빵 부스러기 쪽에 오래 머물렀다.

“저 천도 쓸모가 있겠는데요.”

벨라가 물었다.

“빵이 아니라 천이냐.”

“빵은 먹으면 없어지잖아요. 그런데 천은 남아요. 나중에 손수건이 될 수도 있고, 작은 물건을 싸둘 수도 있고, 필터로 쓸 수도 있고……”

소피아는 말을 멈췄다.

무대 위 아이가 빵을 먹고 나서, 남은 천으로 더 작은 아이의 젖은 손을 닦아주고 있었다.

소피아는 조용해졌다.

“아.”

벨라는 그 장면을 보았다.

“보이느냐.”

소피아는 이번에는 묻지 않았다. 조명 장치냐고도 하지 않았다.

“네. 조금은요.”

벨라가 말했다.

“재물은 왕국에 필요하다.”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식량, 성벽, 약, 길, 수리비.”

“그러나 왕국이 재물을 모으기만 하면, 사람은 굶는다.”

벨라의 목소리는 짧았다.

“모은 것은 써야 한다. 어디에 쓰는지가 왕국이다.”

소피아는 작게 말했다.

“그러면 작은 물건도 왕국이 될 수 있네요.”

벨라는 대답했다.

“성벽 안에서 아이가 빵을 나눌 수 있다면, 그렇다.”

소피아는 조금 오래 그 말을 생각했다.

리투아니아의 민다우가스는 호방하게 웃었다.

“하하! 돈주머니가 마지막 여관에 못 들어간다라. 좋군. 그럼 살아 있을 때 제대로 써야지.”

아스테르다스가 옆에서 말했다.

“각하께서 좋아하실 결론이군요.”

“물론이다. 못 가져갈 것을 품에 넣어 썩히는 것은 어리석다. 숲에선 겨울 전에 고기를 말리고, 전쟁 전에는 화살을 쌓아야 한다. 죽은 뒤에 창고를 끌고 갈 수 없다면, 살아 있을 때 써야지.”

그는 크게 웃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차가웠다.

“다만 저 만인은 아직 반만 배웠다.”

아스테르다스가 물었다.

“무엇이 부족합니까?”

“한 닢으로 빵을 사서 아이 둘을 살릴 수 있다. 좋다. 그러나 같은 한 닢으로 내일의 빵을 굽는 화덕을 살 수도 있다.”

민다우가스는 무대 위 시장을 보았다.

“선행은 따뜻하다. 하지만 국가는 따뜻함만으로 겨울을 넘기지 못한다.”

아스테르다스는 미소 지었다.

“그래도 따뜻함이 없으면 왜 겨울을 넘겨야 하는지 잊을 수 있지요.”

민다우가스는 그를 보았다.

“하하. 별빛 같은 말이군. 아름답고, 손에 잡히지 않아.”

“밤길에서는 쓸모가 있다면서요?”

“그렇다. 그래서 그대를 곁에 두는 것이다.”

그는 다시 무대를 보았다.

“저 재물이라는 배우, 말은 가볍지만 정직한 구석이 있군. 문 안쪽은 제 전문이 아니라고 했지.”

민다우가스는 웃었다.

“자기 한계를 아는 도구는 쓸 만하다.”

아스테르다스는 조용히 말했다.

“사람도 도구입니까?”

민다우가스의 웃음이 아주 조금 낮아졌다.

“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야 한다.”

그리고 속으로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전쟁은 자주 그렇게 만들려 든다.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니케아 쪽의 미하일라는 조용히 시장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재물보다, 빵을 사는 만인의 손을 보았다.

한 닢을 꺼내는 손.
망설이는 손.
건네는 손.

왕관과 활만이 명령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가장 작은 동전도 누군가의 길을 바꾼다.

요안나는 그 장면에 이미 울먹이고 있었다.

“저 아이가 내일도 빵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슈샤니크가 말했다.

“그렇다면 빵을 산 한 닢보다, 빵이 계속 공급되는 장부가 필요합니다.”

요안나는 고개를 돌렸다.

“장부요?”

“예. 밀, 세금, 운송로, 제빵소, 가격 안정, 고아 구제, 병사 배급의 우선순위.”

슈샤니크는 무대 위 아이를 보고 있었다.

“아이의 배고픔은 감동적인 장면이지만, 통치에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사건입니다.”

요안나는 잠시 조용했다.

그러다가 말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누군가 빵을 건네야 하잖아요.”

슈샤니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비어 있었다.

그러나 아주 낮게 말했다.

“예. 처음에는.”

루나리아는 그 말을 듣고 두 사람을 보았다.

“처음의 빵과, 다음의 제도. 둘 다 없으면 아이는 오래 걷지 못합니다.”

미하일라가 짧게 말했다.

“그러니 황제는 둘 중 하나만 좋아해서는 안 되겠군.”

라플리가 피식 웃었다.

“폐하가 그런 말 하면 장부 담당자들이 무서워합니다.”

카를로타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폐하께서 빵을 직접 나눠주실 경우 손목 부담은 적습니다.”

라플리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서 손목이 왜 나와?”

“모든 행동은 손목을 통과합니다.”

미하일라가 낮게 웃었다.

“카를로타에게는 선행도 자세의 문제군.”

카를로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잘못된 자세의 선행은 지속되지 않습니다.”

그 말에 루나리아가 살짝 웃었다.

“그건 의외로 신학적으로도 틀리지 않습니다.”

무대 위에서 재물은 다시 만인을 설득하고 있었다.

“손님, 생각해보십시오. 방금 한 닢을 썼지만, 아직 돈주머니가 남아 있습니다. 저를 완전히 버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만인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버릴 생각은 없소.”

재물은 안도했다.

“현명하십니다!”

“마지막 여관까지는 못 가지만, 시장에서는 필요하니까.”

재물은 잠시 멈췄다.

“그 표현은 조금 상처가 됩니다.”

“사실이지 않소?”

“사실은 때로 예의가 없습니다.”

만인은 돈주머니를 허리에 다시 묶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매듭을 너무 세게 조이지 않았다.

“그럼 같이 갑시다. 갈 수 있는 데까지.”

재물은 활짝 웃었다.

“그것은 아주 합리적인 계약입니다.”

여관 주인이 조용히 말했다.

“좋은 친구는 목적지를 속이지 않습니다.”

재물은 목을 가다듬었다.

“앞으로는 ‘상당히 멀리까지 함께할 수 있는 친구’라고 소개하겠습니다.”

“정확하군요.”

“정확함은 매력을 조금 떨어뜨립니다만.”

만인은 시장을 지나 다음 길로 향했다.

그런데 빵을 받은 아이가 달려왔다.

“아저씨!”

만인은 뒤돌아보았다.

아이는 빵을 싸고 있던 작은 천 조각을 내밀었다.

“이거요.”

“왜?”

“손이 뜨거웠잖아요.”

만인은 얼떨결에 천 조각을 받았다.

그것은 별것 아니었다.

싸구려 천.
빵가루가 붙은 천.
가장자리도 제대로 마감되지 않은 천.

하지만 아직 따뜻했다.

만인은 그것을 잠시 보았다.

“이것도 가져가도 되나?”

아이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웃었다.

“그건 제 것이 아니에요. 아저씨 손에 남은 거예요.”

만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재물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여관 주인이 말했다.

“손님께서 사신 것은 빵이었지만, 남은 것은 온기였군요.”

만인은 천 조각을 조심스럽게 품에 넣었다.

돈주머니보다 작은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돈주머니보다 덜 불안했다.

객석의 라이자는 그 장면에서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소피아는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았다.

민다우가스는 웃지 않았다.

벨라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푸리나는 무대 뒤에서 대본의 여백에 급히 무언가를 적었다.

> 재물은 못 간다.
빵의 온기는 남는다.
시장에서 산 것은 물건이 아니라, 손에 남은 흔적.



레이튼이 그 글을 흘끗 보았다.

“좋은 수정입니다.”

푸리나는 씩 웃었다.

“그렇지?”

“다만 즉흥 수정이므로 배우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았습니다.”

“감정으로 전달될 거야.”

죠니가 말했다.

“또 연출이란 이름의 도박이네.”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 시장 통과.
재물: 마지막 여관 동행 불가.
사용 결과: 빵의 온기, 천 조각, 아이 둘의 다음 걸음.



그레이는 잠시 펜을 멈췄다.

그리고 아주 작게 덧붙였다.

> 확인 필요: 온기도 기록 가능한가.



옆에서 아카식이 그 문장을 보았다.

알토도 보았다.

아카식이 먼저 말했다.

“좋은 질문이네.”

알토는 잠시 침묵했다.

“온기는 오래 보존되기 어렵습니다.”

“응.”

“그러나 그 온기로 누군가가 다음 행동을 했다면, 흔적은 남습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그래서 기록은 손의 온도보다, 그 손이 무엇을 건넸는지를 따라가는 거지.”

알토는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렇다고 온도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카식은 아주 조금 놀란 듯 그를 보았다.

알토는 건조하게 덧붙였다.

“찬 손으로 건네는 빵과 따뜻한 손으로 건네는 빵은 같은 사건으로 보고하기 어렵습니다.”

아카식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꽤 좋은 말인데?”

“보고서에는 쓰지 마십시오.”

“아쉽네.”

“문체가 맞지 않습니다.”

아카식은 기록장 한쪽에 작게 적었다.

> 찬 손과 따뜻한 손은 같은 사건이 아니다.



알토는 그것을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

잠시 후, 아주 낮게 말했다.

“남겨야 할 말이라면요.”

아카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남겨야 할 말이라서.”

무대 위 시장의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상인들은 아직 외치고 있었다.

“오늘만 반값!”

“내일은 두 배!”

“평생 갑니다!”

“비만 안 맞으면!”

재물은 만인의 곁에서 여전히 짤랑거리며 걸었다.

“다음 정류장은 어디입니까?”

만인이 물었다.

여관 주인은 시장 끝의 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광장이 있었다.

높은 단상.
펄럭이는 깃발.
벽에 붙은 포스터.
시인과 전령과 광대들의 목소리.

누군가 외치고 있었다.

“이름을 남기십시오!”

다른 누군가가 더 크게 외쳤다.

“이름이 틀려도 일단 남기십시오!”

만인은 눈을 빛냈다.

“드디어 명성이군.”

재물이 흐뭇하게 말했다.

“아, 그 친구는 저와 친합니다.”

여관 주인은 아주 작게 말했다.

“멀리 가는 분들끼리는 대체로 서로를 압니다.”

만인은 품속의 천 조각을 한 번 만지고, 다시 걸었다.

시장의 빵 냄새는 멀어지고, 광장의 소음이 가까워졌다.

막이 천천히 내려왔다.

2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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