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54여관◆zAR16hM8he(61fdb885)2026-05-12 (화) 00:15:37
4막

관청 — 왕관은 문턱을 넘지 못한다

막이 오르자, 광장의 소음은 돌바닥 위에서 끊겼다.

노래는 멀어지고, 포스터는 사라졌다.
대신 무대에는 높은 계단이 놓여 있었다.

계단 위에는 관청이 있었다.

두꺼운 문.
차가운 석조 기둥.
깃발.
장부.
밀랍으로 봉인된 명령서.
그리고 중앙의 탁자 위에 놓인 왕관 하나.

왕관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무대 위의 빛은 전부 그 왕관 위로 모였다.

만인은 광장에서 가져온 소음들을 아직 어깨에 걸친 채 관청 앞에 섰다.

명성은 그의 곁에서 속삭였다.

“저 친구는 조심하십시오.”

재물도 짤랑거리며 말했다.

“가까이 지내면 제법 유용합니다. 다만 자주 비싸집니다.”

만인은 왕관을 보았다.

“저게 권력이오?”

관청의 문이 열렸다.

안에서 한 배우가 걸어나왔다.

그는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단정했다.

검은 법복.
흰 장갑.
허리에 찬 열쇠 묶음.
한 손에는 칙령서, 다른 손에는 칼이 있었다.

그는 왕관 앞에 멈춰 서서 만인을 보았다.

“나를 찾았는가.”

만인은 조금 뒤로 물러났다.

“아직 찾았다고 하지는 않았소.”

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제 찾게 될 것이다.”

“누구요?”

“권력.”

그가 칙령서를 들었다.

“나는 길을 넓힐 수 있다.”

그가 열쇠를 흔들었다.

“문을 열 수도 있다.”

그가 칼을 가볍게 들었다.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만인은 칼을 보았다.

“닫는다는 게…… 그냥 닫는 겁니까?”

권력은 담담하게 웃었다.

“때로는 아주 조용히.”

그 웃음에 객석의 몇몇 사람이 몸을 굳혔다.

권력은 왕관을 들어 만인에게 내밀었다.

“써보라.”

만인은 눈을 깜빡였다.

“그렇게 쉽게?”

“쉽게 쓰는 자도 많다.”

“그런 사람은 괜찮소?”

“대체로 처음에는 괜찮아 보인다.”

만인은 불안해졌지만, 그래도 왕관을 보았다.

왕관은 작아 보였다.

아주 잠깐만 써보는 것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왕관을 받았다.

“잠깐만이오.”

“대부분 그렇게 말한다.”

만인은 왕관을 머리에 얹었다.

왕관은 즉시 아래로 푹 내려왔다.

너무 커서 눈을 가렸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만인은 손으로 왕관을 들어 올리며 버둥거렸다.

“앞이 안 보이오!”

권력은 침착하게 말했다.

“그 상태로 명령하는 이들도 꽤 있다.”

객석의 웃음이 더 커졌다.

푸리나는 무대 뒤에서 주먹을 쥐었다.

“좋아. 풍자 들어갔어.”

레이튼은 모자를 만졌다.

“웃기지만, 곧 위험해질 겁니다.”

“그게 극이지.”

죠니는 의자에 기대 중얼거렸다.

“그냥 왕관 벗으면 안 되나?”

그레이가 말했다.

“대개는 쓰고 난 뒤에야 무게를 압니다.”

무대 위 만인은 겨우 왕관을 제대로 고쳐 썼다.

그 순간, 웃음이 조금 잦아들었다.

왕관은 이제 그의 머리에 맞았다.

너무 잘 맞았다.

무대의 조명이 바뀌었다.
관청의 문들이 좌우로 열렸다.
탁자 위에 쌓인 명령서들이 하나씩 펴졌다.

권력이 말했다.

“명령하라.”

만인은 입을 열었다.

“무엇을?”

“무엇이든.”

“무엇이든?”

“길을 닦아라. 세금을 걷어라. 빵을 나누어라. 병사를 모아라. 성문을 열어라. 성문을 닫아라. 기록하라. 지워라. 살려라. 죽여라.”

만인의 표정이 굳었다.

“죽여라?”

권력은 그를 보았다.

“그 질문을 하신 순간부터, 이미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셨군요.”

관청 안쪽에서 합창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행정관들의 목소리처럼 건조했다.

> 승인.
집행.
징발.
소집.
이동.
봉쇄.



그다음에는 병사들의 발소리가 섞였다.

> 진격.
대기.
사격.
후퇴.
사수.



마지막에는 이름들이 들렸다.

어떤 이름은 구해졌다.
어떤 이름은 지워졌다.
어떤 이름은 아직 기록되지 못했다.

만인은 왕관을 손으로 붙잡았다.

“이게 왜 이렇게 무겁소?”

권력은 말했다.

“처음에는 장식으로 보인다.”

“지금은?”

“지금은 손님께 맞기 시작한 것이다.”

객석의 미하일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왕관이 눈을 가리던 장면에서는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웃지 않았다.

그녀는 왕관이 아니라 만인의 손을 보고 있었다.

왕관을 고쳐 쓰는 손.
칙령을 향해 뻗는 손.
명령서를 들었다가 내려놓는 손.

그 손은 활을 잡은 손과 닮아 있었다.

왕관을 쓰는 자는 직접 칼을 휘두르지 않아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활을 쏘는 자는 먼 곳의 전장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그리고 황제는, 때로 왕관과 활을 동시에 들어야 한다.

요안나가 조용히 물었다.

“폐하.”

미하일라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말하라.”

“왕관은 정말 저렇게 무거운가요?”

미하일라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어린 황제가 처음 쓸 때는 대체로 크다.”

요안나는 프로그램을 품에 안았다.

“그러면 자라면 괜찮아지나요?”

미하일라는 무대 위 만인을 보았다.

“아니.”

그녀는 짧게 말했다.

“자라면, 왕관이 사람을 더 잘 알아본다.”

요안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루나리아는 미하일라의 손을 보았다.

그 손가락이 아주 짧게 굽었다.

활시위를 당기는 손이었다.

루나리아는 낮게 말했다.

“폐하의 손이 조금 굳었습니다.”

미하일라는 무심하게 답했다.

“연극을 보고 있을 뿐이다.”

카를로타가 곧바로 말했다.

“연극을 보실 때도 손은 반응합니다.”

라플리가 피식 웃었다.

“니케아에서는 감상도 검진 대상이라니까.”

카를로타는 진지했다.

“폐하께서 왕관 장면에서 왼손 반응이 늦었습니다. 다음 활은 손목 보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미하일라가 카를로타를 보았다.

“너는 왕관을 보고도 활을 생각하는군.”

“폐하께서 활을 잡으시기 때문입니다.”

그 대답은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반박할 수 없었다.

미하일라는 아주 작게 웃었다.

“좋다. 끝나고 보자.”

루나리아가 부드럽게 덧붙였다.

“치료도 함께 보겠습니다.”

미하일라는 한숨을 쉬었다.

“짐은 연극을 보러 왔다.”

라플리가 말했다.

“이미 늦었습니다. 폐하께서는 니케아 의료·무기관리 협동 감상체계에 포착되셨습니다.”

요안나는 작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대 위 권력이 만인에게 첫 번째 명령서를 내밀었다.

> 길을 넓혀라.



만인은 그것을 읽었다.

“이건 좋은 명령 같소.”

권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을 수 있다.”

“길이 넓으면 사람이 다니기 쉽지.”

“그렇다.”

두 번째 문서가 펼쳐졌다.

> 집을 철거하라.



만인은 멈췄다.

“왜?”

권력은 설명했다.

“길을 넓히려면, 길가의 집을 치워야 할 수도 있다.”

세 번째 문서.

> 보상하라.



네 번째 문서.

> 보상을 줄여라.



다섯 번째 문서.

> 반발하는 자를 체포하라.



만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좋은 명령에서 시작했는데.”

권력은 말했다.

“많은 명령이 그렇게 시작한다.”

관청의 벽에 그림자가 비쳤다.

넓어진 길로 수레가 지나갔다.
수레에는 빵과 약이 실려 있었다.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다음 그림자가 바뀌었다.

그 길을 내기 위해 무너진 집 앞에서 누군가 울고 있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들리지 않았다.

만인은 왕관을 벗으려 했다.

권력이 손을 들어 막았다.

“아직 이르다.”

“왜?”

“좋은 결과만 보고 벗는 것도, 나쁜 결과만 보고 벗는 것도 모두 도망이다.”

만인은 숨을 삼켰다.

객석의 민다우가스가 낮게 웃었다.

“맞는 말이군.”

아스테르다스가 물었다.

“권력이 마음에 드십니까?”

“도구로서는.”

민다우가스의 목소리는 호방했지만, 눈은 차가웠다.

“길을 넓히려면 집을 치워야 한다. 성벽을 세우려면 세금을 걷어야 한다. 왕관을 쓰고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자는 결국 아무 길도 만들지 못한다.”

그는 무대 위 울고 있는 그림자를 보았다.

“하지만 울고 있는 자를 보지 않는 왕은 오래 가지 못한다.”

아스테르다스는 조용히 말했다.

“계산 속에도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까?”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었다.

“하하! 너무 아름다운 말이군. 그러나 틀리지는 않다.”

그는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드렸다.

“사람을 숫자로 보지 않으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 그러나 숫자만 보면 나라가 왜 존재하는지 잊는다.”

아스테르다스는 미소 지었다.

“오늘은 정말 극에 어울리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그러니 불편하다고 했지.”

그의 웃음은 호탕했다.

그러나 그 안쪽에는 이미 여러 갈림길이 놓여 있었다.

헝가리 쪽의 벨라는 왕관을 보지 않고 길의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

넓어진 길.
무너진 집.
지나가는 수레.
우는 사람.

그녀는 짧게 말했다.

“길은 필요하다.”

소피아가 물었다.

“집을 무너뜨려도요?”

벨라는 대답을 늦추지 않았다.

“때로는.”

소피아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벨라는 그녀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러나 왕은 무너뜨린 집의 수를 알아야 한다.”

“왜요?”

“다시 지어야 하니까.”

소피아는 무대 위 그림자를 보았다.

무너진 집.
그 옆을 지나는 수레.

“그럼 길을 만든 왕은 집도 지어야 해요?”

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은 왕은 길을 만든 것이 아니라 상처를 낸 것이다.”

소피아는 잠시 조용했다.

그러다가 아주 작게 말했다.

“왕국은 수리비가 많네요.”

벨라는 말했다.

“그래서 왕국이다.”

그 말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무대 위 권력은 두 번째 장면을 열었다.

이번에는 성문이었다.

만인은 성벽 위에 서 있었다.
아래에는 피난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먼 곳에서는 먼지구름이 일었다.

권력이 명령서를 내밀었다.

> 성문을 열어라.



만인은 안도했다.

“좋은 명령이오.”

권력은 다른 명령서를 내밀었다.

> 성문을 닫아라.



만인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왜 둘 다 있소?”

권력은 말했다.

“문은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어야 한다.”

“열면 사람이 들어오지 않소.”

“적도 들어올 수 있다.”

“닫으면 적을 막을 수 있지 않소.”

“사람도 막힌다.”

만인은 성문 아래를 보았다.

피난민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있었다.
수레가 있었다.
느린 노인이 있었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먼지구름이 있었다.

합창이 들렸다.

> 열어라.
닫아라.
기다려라.
늦었다.
아직이다.
너무 늦었다.



만인은 귀를 막았다.

“어떻게 하란 말이오!”

권력은 대답했다.

“명령하라.”

만인은 권력을 보았다.

“당신은 답을 주지 않는군.”

“나는 손이다.”

권력은 말했다.

“답은 나를 쥔 자의 몫이다.”

그 말에 객석의 호흐마이스터는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성문.

문을 열어야 할 때와 닫아야 할 때.

그것은 예법의 문제가 아니었다.

죄의 문제였다.

그녀는 무대 위 성문을 보면서 자기 갑주의 안쪽을 느꼈다.

죄악의 갑주.

그 이름은 거창했지만, 실상은 작고 차가운 결정들의 집합이었다.

어떤 문을 먼저 닫았는가.
어떤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았는가.
어떤 편지를 늦게 보냈는가.
어떤 아버지를 끌어내렸는가.
어떤 피를 미워한다고 말하면서, 그 피 덕분에 동쪽의 공포를 가장 먼저 알아보았는가.

호흐마이스터는 무대 위 권력을 보았다.

그리고 여관 주인을 보았다.

여관 주인은 아직 성문 곁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문이 있는 모든 장면에 가까웠다.

호흐마이스터는 낮게 말했다.

“문은 예법만으로 열고 닫히지 않습니다.”

아스트리트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보았다.

“그렇지요.”

호흐마이스터는 말을 이었다.

“어떤 문은 닫아야 하기에 닫습니다. 그러나 닫힌 문 앞에 남겨진 이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스트리트는 무대 위 피난민들을 보았다.

“생명을 지킨다는 이름으로 닫힌 문이, 생명을 버리는 문이 될 때도 있습니다.”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명령은 무겁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아주 잠깐 객석 사이의 여관 주인을 찾았다.

찻잔을 놓던 손.
문을 열고 닫을 줄 아는 손.

호흐마이스터는 아직 그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저 존재가 문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점이 불편할 만큼 신뢰되었다.

무대 위 만인은 마침내 성문 앞에서 명령서를 내려놓았다.

“이건 못 고르겠소.”

권력이 말했다.

“고르지 않는 것도 명령이다.”

만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책임도?”

“따라온다.”

이때 관청의 탁자 위에 세 번째 물건이 놓였다.

왕관도, 칙령도, 칼도 아니었다.

작은 저울이었다.

한쪽 접시에는 빵이 놓였다.
다른 한쪽에는 칼이 놓였다.

권력은 말했다.

“나를 쓰면, 빵을 나눌 수 있다.”

저울이 기울었다.

“나를 쓰면, 칼을 보낼 수 있다.”

저울이 반대로 기울었다.

“나를 쓰면, 이름을 되찾게 할 수 있다.”

문패 하나가 저울 위에 놓였다.

“나를 쓰면, 이름을 지울 수도 있다.”

먹으로 검게 칠해진 문서가 놓였다.

만인은 왕관을 만졌다.

“이건 도구요, 괴물이오?”

권력은 대답했다.

“손님께서 어떻게 쓰시는지에 따라.”

재물이 옆에서 말했다.

“나는 이 친구를 좋아합니다. 규모가 커지거든요.”

명성도 말했다.

“나도 좋아합니다. 이야기가 커지거든요.”

권력은 둘을 보지 않고 말했다.

“너희 둘은 내가 가장 자주 망치는 손님들이다.”

재물은 상처받은 척했다.

“너무하군.”

명성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틀리지는 않지.”

객석에서 작게 웃음이 났다.

그러나 곧 다시 조용해졌다.

권력이 만인에게 물었다.

“가져가겠는가?”

만인은 왕관을 붙잡았다.

“마지막 여관까지?”

권력은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왕관은 문턱을 넘지 못한다.”

만인은 생각보다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못 가오?”

“못 간다.”

“그럼 내가 왕이었다는 것은?”

“길 위에 남는다.”

“내가 내린 명령은?”

“사람들의 발밑에 남는다.”

“내가 살린 사람은?”

“그들의 다음 걸음에 남는다.”

“내가 죽인 사람은?”

권력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답했다.

“그대의 궤적에 남는다.”

무대 위 공기가 무거워졌다.

여관 주인이 그제야 관청의 계단 아래에 나타났다.

그는 만인을 향해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계단 아래, 왕관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섰다.

“왕관은 방 안으로 들고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만인은 그를 보았다.

“왜요?”

“그 방에는 왕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왕은 뭐가 되오?”

여관 주인은 고개를 숙였다.

“손님이 되십니다.”

만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객석의 왕들, 군주들, 기사단장들, 재상들이 각자 다른 침묵을 삼켰다.

여관 주인은 계속 말했다.

“다만 왕관으로 지은 길, 왕관으로 막은 비, 왕관으로 남긴 상처, 왕관으로 구한 이름은 손님께 묻어 있겠지요.”

만인은 왕관을 벗었다.

처음보다 훨씬 무거워 보였다.

그는 왕관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관청의 그림자들이 흩어지지 않고, 길 위로 스며들었다.

넓어진 길.
무너진 집.
열린 성문.
닫힌 성문.
살아남은 사람.
들어오지 못한 사람.
이름이 적힌 문패.
검게 칠해진 문서.

그 모든 것이 길의 일부가 되었다.

만인은 그 길을 보았다.

“내려놓아도 사라지지는 않는군.”

여관 주인은 말했다.

“예.”

“그럼 내려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소?”

“손님께서 그것을 더 이상 왕관으로 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만인은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무겁소.”

“그럴 겁니다.”

“차를 마시면 가벼워지오?”

여관 주인은 잠시 생각했다.

“가벼워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만인은 실망했다.

“그런 차를 왜 권하시오?”

여관 주인은 조용히 답했다.

“무거운 것을 내려놓고도, 손이 떨리지 않게 해드릴 수는 있으니까요.”

미하일라가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루나리아는 그 숨을 들었다.

카를로타도 보았다.

라플리는 말하지 않았다.

요안나는 프로그램을 꼭 쥐었다.

그녀는 무대 위 왕관을 보았다.

마지막 여관에는 왕관이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왕관으로 만든 길은 남는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떤 길을 만들 것인가.

“폐하.”

요안나가 아주 작게 말했다.

미하일라는 대답했다.

“말하라.”

“왕관을 쓴 사람이 마지막에는 손님이 된다면…… 왕은 왜 왕관을 써야 하나요?”

미하일라는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대 위 길을 보았다.

그리고 요안나를 보았다.

“손님들이 그 여관에 도착하기 전까지,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요안나는 숨을 삼켰다.

“그럼 왕은 여관 주인과 비슷한가요?”

미하일라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 많은 여관 주인들이 항의할 것이다.”

루나리아가 덧붙였다.

“그리고 많은 왕들이 부끄러워해야겠지요.”

미하일라는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호흐마이스터는 무대 위 왕관을 보며 낮게 말했다.

“갑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스트리트가 물었다.

“마지막 여관에 들고 갈 수 없다는 뜻입니까?”

“예.”

호흐마이스터는 자기 장갑 낀 손을 보았다.

“그러나 갑주를 입고 닫은 문, 연 문, 짓밟은 용, 지킨 아이, 배신한 이름은 남겠지요.”

아스트리트는 대답하지 못했다.

호흐마이스터는 아주 작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던 판결문을 다시 읽은 사람의 입술 움직임에 가까웠다.

“좋은 극입니다.”

아스트리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위로가 되십니까?”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녀는 무대 위 여관 주인을 보았다.

“면죄하지 않으니까요.”

그 말은 낮았지만, 분명했다.

아스트리트는 그것이 칭찬이라는 것을 조금 늦게 알아차렸다.

무대 위 만인은 왕관을 내려놓고 계단을 내려왔다.

권력은 그의 뒤를 따라왔다.

“나를 두고 가겠는가?”

만인은 돌아보았다.

“당신은 마지막 여관까지 못 간다면서.”

“못 간다.”

“그럼 여기서 끝이오?”

권력은 칙령서를 접었다.

“아니다. 길 위에서는 다시 만날 것이다.”

“또?”

“손님이 다른 사람의 길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마다.”

만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너무 자주 아니오?”

권력은 말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만인은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럼 당신도 같이 갑시다. 단, 머리 위가 아니라 손 안에서.”

권력은 처음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좋은 자리다.”

재물이 짤랑거렸다.

“나는 허리에.”

명성은 노래하듯 말했다.

“나는 목소리에.”

권력은 짧게 말했다.

“나는 손에.”

여관 주인이 덧붙였다.

“그리고 책임은 발자국에.”

만인은 그 말을 듣고 자기 신발을 보았다.

시장 흙.
빵가루.
광장의 먼지.
그리고 이제 돌계단의 차가운 가루가 묻어 있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점점 더러워지는군.”

여관 주인은 부드럽게 답했다.

“걸으셨으니까요.”

무대 뒤에서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대본 여백에 적었다.

> 왕관은 못 간다.
그러나 왕관으로 만든 길은 발밑에 남는다.
권력은 머리가 아니라 손에 있어야 한다.
책임은 발자국에 묻는다.



그레이가 그 문장을 보았다.

“좋은 정리입니다.”

푸리나는 살짝 웃었다.

“그레이한테 칭찬받으면 기분 이상하네.”

“칭찬입니다.”

“알아. 그래서 더 이상해.”

레이튼은 관청 끝의 다음 길을 보았다.

“다음은 집 앞이겠군요.”

죠니가 말했다.

“왕관 다음에 집이라. 순서가 좋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관이 못 들어가는 문과, 가족이 문 앞까지 따라오는 장면은 이어져야 하니까.”

그녀는 객석을 보았다.

미하일라의 손.
요안나의 눈.
벨라의 침묵.
민다우가스의 웃음 뒤 계산.
호흐마이스터의 장갑.
슈샤니크의 비어 있는 눈.

푸리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좋아. 이제 조금 더 아프게 갈 시간이야.”

무대 위 관청의 문이 천천히 닫혔다.

왕관은 탁자 위에 남았다.

그것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 빛나고 있었지만, 만인의 머리 위가 아니라 길 위의 먼지 속에서 빛났다.

권력은 만인의 곁에 섰다.

그러나 더 이상 왕관을 들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작은 열쇠 하나만을 만인에게 건넸다.

“무엇이오?”

만인이 물었다.

권력은 답했다.

“문을 열 수도, 닫을 수도 있는 것.”

만인은 그 열쇠를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불안해졌다.

“이거 너무 위험한데.”

권력은 말했다.

“맞다.”

“그럼 왜 주는 거요?”

“손님께서는 이미 다른 사람의 길에 닿았으니까.”

만인은 시장의 아이를 떠올렸다.

광장의 이름을 떠올렸다.

관청의 성문을 떠올렸다.

그는 열쇠를 품에 넣지 않았다.

손에 들었다.

그래야 무게를 잊지 않을 것 같았다.

여관 주인은 그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손에 드신 편이 좋겠습니다.”

“왜요?”

“품에 넣으면, 가진 줄 잊기 쉽습니다.”

“손에 들면?”

“쓸 때마다 보이겠지요.”

만인은 열쇠를 보았다.

작았다.

그런데 왕관보다 가벼운지는 알 수 없었다.

관청 너머의 길에 작은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창가에는 불빛이 있었다.
문 앞에는 누군가 서 있었다.
멀리서 아이의 목소리, 늙은 어머니의 기침, 친구의 웃음, 연인의 침묵이 들려왔다.

명성이 조용해졌다.

재물도 짤랑거림을 줄였다.

권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인은 그 길을 보며 작게 말했다.

“저기는…… 조금 무섭군.”

여관 주인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만인은 대답을 찾지 못했다.

“모르겠소. 시장보다 시끄럽지 않고, 광장보다 크지 않고, 관청보다 차갑지도 않은데.”

그는 열쇠를 손에 쥐었다.

“이상하게 더 어렵소.”

여관 주인은 조용히 말했다.

“문 앞까지 함께 오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일 겁니다.”

만인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 길로 걸었다.

막이 내려오기 직전, 객석의 요안나가 아주 작게 말했다.

“왕관은 마지막 여관에 못 가도, 왕관으로 지은 집은 누군가의 길이 되는 거네요.”

미하일라는 답했다.

“그래.”

“그럼 저는 집을 짓고 싶어요.”

미하일라는 요안나를 보았다.

“많이 지어야 할 거다.”

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슈샤니크가 조용히 말했다.

“집을 지으려면 토지대장부터 필요합니다.”

요안나가 그녀를 보았다.

슈샤니크는 무표정했다.

“그리고 세금 감면, 피난민 명부, 건축 자재, 겨울 배급, 지방 관료의 부패 방지안도 필요합니다.”

요안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었다.

“그럼 같이 해주세요.”

슈샤니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대 위 닫히는 관청 문을 보았다.

아주 오래 뒤에야 말했다.

“검토하겠습니다.”

요안나는 그 대답을 승낙처럼 받아들였다.

푸리나는 무대 뒤에서 그 장면을 보며 작게 웃었다.

“좋아. 왕관은 아직 무겁지만, 길은 이어졌어.”

막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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