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60여관◆zAR16hM8he(61fdb885)2026-05-12 (화) 01:56:49
9막

별 아래 언덕 — 닿지 않기에 바라볼 수 있는 것

막이 올랐다.

비 오는 골짜기는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비가 완전히 그친 것은 아니었다.

무대 가장자리에는 아직 젖은 돌들이 남아 있었고, 만인의 외투 끝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톡.

톡.

톡.

비는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가까웠고, 계속된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멀어져 있었다.

만인은 골짜기 끝의 언덕 위에 섰다.

그의 신발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다.
시장과 광장과 관청과 집 앞과 불탄 성문과 전언의 방과 비 오는 골짜기를 지나오며, 신발은 이제 더 이상 깨끗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더러움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그것은 길의 색이었다.

언덕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왕관도 없었다.
문패도 없었다.
편지도 없었다.
식탁도, 성문도, 찻잔도 없었다.

그저 하늘이 있었다.

그리고 별 하나가 있었다.

구름 사이로 겨우 보이는 별.

너무 멀어서 손으로 닿을 수 없고, 너무 작아서 길을 밝히기에는 부족하며, 너무 희미해서 마음만 먹으면 없다고 우길 수도 있는 별.

그런데 만인은 그 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별은 무엇이오?”

여관 주인은 언덕 한쪽에 서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무엇인가를 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등불도, 우산도, 찻잔도 아니었다.

작은 망원경이었다.

낡았고, 흠집이 많았고, 렌즈 가장자리에는 오래된 손때가 묻어 있었다.

여관 주인은 그것을 만인에게 내밀었다.

“보시겠습니까?”

만인은 망원경을 받았다.

그는 별을 보았다.

별은 조금 더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닿을 수 없었다.

만인은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커졌는데도 멀군.”

“예.”

“저 별까지 가는 길은 있소?”

“아마 없을 겁니다.”

“아마?”

“별을 향해 길을 낸 손님들은 많았습니다. 도착했다는 분은 많지 않았지요.”

만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왜 바라보는 거요?”

여관 주인은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손님께서는 왜 바라보고 계십니까?”

만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다시 별을 보았다.

왜 바라보는가.

닿을 수 없는데.
쥘 수 없는데.
마지막 여관에 들고 들어갈 수도 없는데.

그런데도 이상하게, 비 오는 골짜기를 지나온 뒤라서 그런지, 그 희미한 별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무대 위로 배우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긴 망토를 입고 있었다.
망토 안쪽에는 수많은 작은 별들이 수놓아져 있었지만, 그 별들 사이에는 선이 그어져 있지 않았다.

별들은 별자리로 묶이지 않았다.

그 배우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꿈.”

그는 만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니, 때로는 이상이라고도 부르지.”

그 뒤에서 또 다른 배우가 나타났다.

그는 낡은 지도를 들고 있었다.

그 지도에는 길이 없었다.

대신 수많은 점들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나는 방황.”

세 번째 배우는 어깨에 사다리를 메고 있었다.

그는 당당하게 외쳤다.

“나는 도달!”

그러나 사다리는 별까지 닿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았다.

객석에서 작게 웃음이 일었다.

도달은 그 웃음에 발끈했다.

“웃지 마시오! 적어도 나는 올라가려고 하지 않소!”

방황이 지도를 뒤집어 보며 말했다.

“그대는 매번 세 칸 올라가고 두 칸 떨어지지.”

도달은 당당히 말했다.

“그럼 한 칸은 전진한 셈이오!”

꿈은 미소 지었다.

“틀린 말은 아니군.”

만인은 그 셋을 보았다.

“당신들이 이 언덕의 손님들이오?”

꿈이 고개를 숙였다.

“손님이기도 하고, 길잡이이기도 하고, 때로는 골칫거리이기도 하지.”

방황이 말했다.

“나는 대체로 골칫거리 쪽에 가깝소.”

도달은 사다리를 세우다가 진흙에 미끄러졌다.

쿵.

“나는 대체로 사고에 가깝고.”

객석에서 다시 웃음이 터졌다.

만인은 조금 긴장이 풀렸다.

“그럼 저 별을 잡으면 되는 거요?”

꿈은 고개를 저었다.

“아마 잡지 못할 거요.”

“그럼 따라가면?”

“아마 끝까지 닿지 못할 거요.”

“그럼 왜 나왔소?”

꿈은 별을 보았다.

“닿지 못하기 때문에.”

만인은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말이 되오?”

방황이 지도를 접으며 끼어들었다.

“대체로 말이 안 되기 때문에 꿈이지.”

도달이 사다리를 다시 세우며 말했다.

“그러나 말이 안 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사다리라도 세우는 쪽이 낫소!”

사다리는 다시 넘어졌다.

쿵.

도달은 바닥에 누운 채 엄숙하게 말했다.

“방금은 별이 아니라 지면을 향한 도달이었소.”

만인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

비 오는 골짜기 뒤의 첫 웃음이었다.

젖었지만, 살아 있는 웃음.

여관 주인은 그 웃음을 조용히 들었다.

그때 객석의 레이튼이 아주 천천히 눈을 들었다.

그는 무대 위 별들을 보고 있었다.

연결되지 않은 별들.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들.

그의 눈에, 무대 천장은 잠시 자신의 [문답의 서재]와 닮아 보였다.

별들은 있었지만, 별자리는 없었다.
답은 있었지만, 아직 이름 붙지 않았다.
끝은 있었지만, 아직 쓰이지 않았다.

레이튼은 낮게 말했다.

“좋군요.”

푸리나가 그를 보았다.

“뭐가?”

“별들이 아직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그게 좋아?”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아주 좋습니다.”

그는 무대 위 꿈과 방황과 도달을 보았다.

“별자리를 너무 빨리 그리면, 사람은 자신이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안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별 하나하나가 아직 이름을 얻지 않았을 때, 질문은 살아 있지요.”

푸리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질문이 살아 있다는 게 그렇게 좋아?”

레이튼은 부드럽게 웃었다.

“폐하, 사람은 노력할수록 방황하는 법입니다.”

그 말에 푸리나는 조용해졌다.

레이튼은 계속했다.

“그러나 그 방황이야말로 인생일 수 있습니다. 답을 너무 빨리 얻었다면, 별을 바라보는 시간이 사라졌겠지요.”

그는 모자를 손끝으로 가볍게 만졌다.

“그리고 별은, 닿기 위해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닿지 못하기에, 우리에게 계속 질문을 던집니다.”

무대 위 방황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마치 그 말을 들은 것처럼.

“그렇소! 나는 쓸모가 있소!”

도달이 말했다.

“그대는 쓸모가 있기는 한데, 너무 오래 머무르면 발이 아프오.”

꿈이 웃었다.

“그래서 셋이 함께 다니는 것이지.”

만인은 그 셋을 보며 말했다.

“꿈, 방황, 도달이라.”

그는 별을 보았다.

“그럼 내가 저 별에 닿지 못해도, 이 길은 의미가 있소?”

여관 주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꿈이 말했다.

“그 질문을 너무 빨리 닫지 마시오.”

만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 레이튼 경과 친척이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레이튼은 아주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영광입니다.”

꿈은 무대 위에서 관객석을 향해 우아하게 인사했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분들은 대체로 먼 친척이지요.”

푸리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건 대본에 있었어?”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없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야?”

“하지만 이번에는 위험한 문턱은 아닌 듯합니다. 질문이 제 길을 찾은 것뿐이니까요.”

그 말에 푸리나는 조금 안도했다.

무대 위 만인은 다시 별을 보았다.

“나는 꿈을 꾸다가 죽을 수도 있소.”

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소.”

“이상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대체로 그렇지.”

“그럼 그것은 실패요?”

도달이 사다리를 붙잡고 일어났다.

그는 이번에는 장난스럽지 않았다.

“실패일 수도 있소.”

만인은 그를 보았다.

도달은 말했다.

“닿겠다고 말했는데 닿지 못했다면, 그것은 실패일 수 있소. 성을 세우겠다고 하고 세우지 못했다면 실패고, 전쟁을 끝내겠다고 하고 끝내지 못했다면 실패고, 돌아오겠다고 하고 돌아오지 못했다면 실패일 수 있소.”

사르키스의 이름이 잠시 무대 뒤에서 흔들린 듯했다.

도달은 별을 보았다.

“하지만 실패가 곧 무의미는 아니오.”

방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에 만난 사람도 있지.”

꿈은 말했다.

“닿지 못했기 때문에 남긴 노래도 있고.”

여관 주인은 조용히 덧붙였다.

“그리고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걸은 발자국도, 손님의 궤적에 묻습니다.”

만인은 자기 신발을 보았다.

흙.
먼지.
재.
진흙.

그리고 이제 별빛이 아주 희미하게 그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객석의 하융은 그 장면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그에게 별 아래의 길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었다.

그는 선택되지 않은 세계들을 보았다.

이미 죽어버린 가능성들.
비껴간 창 너머에서 사라진 행군.
무너지지 않았던 전선의 잔상.
거울 속 전술회의.
죽은 내가 밟고 선 검.

저 별을 향해 걷는 만인의 뒤에는, 수많은 실패한 길들이 겹쳐 보였다.

별에 닿지 못한 만인.
중간에 돌아간 만인.
비 오는 골짜기에서 주저앉은 만인.
편지를 보내지 못한 만인.
사르키스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 만인.
집 앞에서 손을 놓지 못한 만인.
관청에서 왕관을 벗지 못한 만인.

그 모든 죽은 가능성들이, 지금 걸어가는 만인의 발밑에 희미하게 겹쳐 있었다.

하융은 낮게 말했다.

“저 길은 선택된 길이오.”

그레이가 그를 보았다.

하융은 무대 위 만인을 보며 말을 이었다.

“허나 선택되지 않은 길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오. 그 길들은 뒤에서 계속 묻고 있소. 왜 이 길을 택했는지, 무엇을 버렸는지, 무엇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푸리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럼 저 별은…… 선택되지 않은 길들의 무덤이기도 해?”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무덤이기도 하고, 창이기도 하오.”

“창?”

“죽은 가능성을 보는 일은, 지금의 길을 버리기 위함이 아니오. 지금 걷는 길이 우연히 남은 것이 아니라, 계속 선택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함이오.”

그는 무대 위 만인의 신발을 보았다.

“저 이는 별에 닿지 못할 것이오. 그래도 지금, 별을 보며 걷기로 했소.”

하융은 조용히 덧붙였다.

“그 선택이, 저 이의 궤적이오.”

레이튼은 그 말을 듣고 미소 지었다.

“훌륭한 답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훌륭한 질문이기도 하군요.”

하융은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질문이오?”

“그가 별에 닿지 못해도 걷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성공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어려운 질문이오.”

레이튼은 즐거운 듯 말했다.

“좋은 질문이지요.”

무대 위 꿈은 만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걸어보겠소?”

만인은 별을 보았다.

“어디까지?”

방황이 말했다.

“모르오.”

도달이 말했다.

“일단 저 언덕 위의 돌까지.”

만인은 돌을 보았다.

별보다는 가까웠다.

“별이 아니라?”

도달은 당당하게 말했다.

“별은 너무 멀고, 돌은 당장 저기에 있소. 큰 꿈은 작은 도달을 업신여겨서는 안 되오.”

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지.”

방황이 덧붙였다.

“그리고 저 돌까지 가면, 다음 돌이 보일 수도 있소.”

만인은 잠시 생각했다.

그 말은 우스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위로가 되었다.

별은 멀다.

너무 멀다.

그러나 저 돌은 갈 수 있다.

그리고 저 돌까지 가는 동안, 별을 잃지 않을 수는 있다.

만인은 첫 걸음을 내딛었다.

진흙이 발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는 넘어지지 않았다.

도달이 옆에서 사다리를 질질 끌고 따라왔다.

사다리는 계속 돌에 걸렸다.

쿵.

탁.

쿵.

만인이 말했다.

“그 사다리 좀 두고 오면 안 되오?”

도달은 진지하게 말했다.

“언젠가 쓸지도 모르오.”

만인은 자기 등에 묶인 항아리를 만졌다.

“그 말, 어쩐지 이해가 가서 싫군.”

객석에서 웃음이 일었다.

소피아가 작게 말했다.

“그래도 사다리는 쓸모 있을 수 있어요.”

벨라가 그녀를 보았다.

“별까지는 닿지 않는다.”

“그건 알죠. 하지만 절벽을 넘을 때는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벨라는 잠시 무대 위 사다리를 보았다.

도달은 사다리를 끌고 가다가 또 넘어졌다.

그래도 다시 일어났다.

소피아는 조용히 말했다.

“도구가 꿈을 이루지는 못하지만, 다음 발판은 만들어줄 수 있어요.”

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소피아가 놀라 그녀를 보았다.

벨라는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왕국도 그렇다. 별을 쥐게 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굶지 않고, 배우고, 다치면 치료받고, 길을 잃으면 돌아올 수 있는 발판은 만들 수 있다.”

소피아는 웃었다.

“그럼 사다리는 왕국 같은 거네요?”

벨라는 잠시 침묵했다.

“너무 약한 사다리는 왕국이 아니다.”

“수리하면 되죠.”

“그래. 그래서 네가 필요하다.”

소피아는 그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무대 위 사다리를, 그리고 아직 고치지 못한 아람의 나무 말을 떠올렸다.

무대 위 만인은 첫 번째 돌에 도착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별은 여전히 멀었다.

만인은 고개를 들었다.

“도착했는데, 별은 그대로요.”

도달은 말했다.

“그럼 두 번째 돌로 갑시다.”

“그게 전부요?”

“오늘은 그럴 수 있소.”

방황은 지도를 펼쳤다.

지도의 점 하나가 희미하게 빛났다.

“첫 번째 점이 생겼군.”

만인은 지도를 보았다.

“길이 생긴 거요?”

방황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나온 자리가 생겼소.”

꿈이 말했다.

“길은 대체로 뒤돌아봤을 때 먼저 보이지.”

여관 주인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궤적입니다.”

만인은 그 단어를 들었다.

궤적.

그가 계속 찾고 있던 것.

마지막 여관에 가져갈 수 있는 것.

재물은 못 간다.
명성은 문밖에서 울린다.
권력은 문턱을 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각자의 방으로 간다.
하지 못한 말은 보내야 한다.
고통은 거래가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길.

그가 걸은 길.

그 길에서 묻은 흙과 땀과 먼지와 눈물과 빗물과 별빛.

만인은 숨을 삼켰다.

“그럼 꿈도 마지막 여관에 들고 갈 수 있소?”

여관 주인은 잠시 생각했다.

“꿈 자체는 별처럼 멀리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럼 못 가져가는군.”

“하지만 꿈을 바라보며 걸은 길은 손님께 묻어 있습니다.”

꿈은 별을 보며 웃었다.

“나는 대체로 가지 못하지만, 내 쪽으로 걸은 사람들의 발자국은 함께 가지.”

방황이 말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삽질도.”

도달이 말했다.

“그리고 내가 세웠다가 넘어뜨린 사다리도.”

만인은 웃었다.

“당신들은 꽤 귀찮은 손님들이군.”

꿈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없으면 길이 조금 삭막할 겁니다.”

객석의 아스테르다스는 그 별을 오래 보고 있었다.

그에게 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별빛 아래에서 길을 읽는 일.
완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 방향을 향해 걷는 일.
밤하늘이 내려앉은 곳에서 사람의 선택을 비추는 일.

아스테르다스는 조용히 말했다.

“별은 쥐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민다우가스가 그를 보았다.

“또 시작이군.”

아스테르다스는 웃었다.

“이번에는 실용적인 별입니다.”

“들어보지.”

아스테르다스는 무대 위 만인을 가리켰다.

“저 사람은 별에 닿지 못합니다. 하지만 별이 있기 때문에 다음 돌을 고를 수 있습니다.”

민다우가스는 팔걸이를 두드렸다.

“방향 표시라는 뜻인가.”

“예. 그리고 때로는 나라에도 그런 별이 필요합니다. 완전히 이룰 수 없는 이상. 모든 사람이 굶지 않는 나라, 아무도 전쟁으로 자식을 잃지 않는 나라, 왕이 모든 고통을 계산하고도 사람을 잊지 않는 나라.”

민다우가스는 짧게 웃었다.

“이룰 수 없군.”

“그래서 별입니다.”

“왕은 이룰 수 없는 걸 목표로 삼으면 망한다.”

“왕은 이룰 수 있는 것만 목표로 삼아도 말라 죽습니다.”

민다우가스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그러나 입가에는 웃음이 있었다.

“하하. 말이 제법 날카롭군.”

아스테르다스는 고개를 숙였다.

“별빛은 부드럽지만, 어둠을 자를 때가 있습니다.”

민다우가스는 무대 위 별을 보았다.

“좋다. 별은 걸어갈 방향으로는 쓸 수 있다. 하지만 행군표에는 돌까지의 거리도 적어야 한다.”

아스테르다스는 미소 지었다.

“그래서 각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대는 밤마다 사람들을 귀찮게 하겠지.”

“그게 제 역할입니다.”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었다.

“좋다. 계속 귀찮게 해라. 다만 별을 핑계로 병사들을 굶기면 용서하지 않겠다.”

“그건 저도 반대합니다.”

“그럼 됐다.”

무대 위 만인은 두 번째 돌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조금 높은 곳이었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지나온 골짜기가 보였다.

비 오는 길.
전언의 방.
불탄 성문.
집 앞.
관청.
광장.
시장.

모두 한 줄로 이어져 있었다.

걷는 동안에는 몰랐는데, 뒤돌아보니 길이었다.

만인은 조용히 말했다.

“길이 있었군.”

여관 주인은 말했다.

“걸으셨으니까요.”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있었던 길도 있고, 걸었기 때문에 생긴 길도 있습니다.”

만인은 별을 보았다.

“나는 저 별에 닿지 못할 거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걸었소.”

“예.”

“그럼 이 길은 실패요?”

여관 주인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만인에게 망원경을 다시 내밀었다.

만인은 그것으로 별을 보았다.

별은 여전히 멀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그 별 아래에 자신이 지나온 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관 주인이 말했다.

“마지막 여관에 오시는 손님들 중에는 별을 손에 쥐고 오는 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럼 무엇을 가져오오?”

“별을 바라보며 걸었던 길을 가져오시지요.”

만인은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그의 눈은 젖어 있었다.

비 때문인지, 별빛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무대 위 꿈이 조용히 노래하기 시작했다.

노래는 크지 않았다.

> 닿지 못할 별이기에,
우리는 고개를 들었네.

이루지 못할 꿈이기에,
우리는 오늘을 걸었네.

손에 쥐지 못할 빛이기에,
발밑의 흙이 빛났네.



방황이 그 노래에 맞춰 지도를 펼쳤다.

지도 위의 점들이 하나씩 이어졌다.

그러나 별자리가 완성되지는 않았다.

선은 일부만 이어졌고, 많은 점들은 여전히 이름 없이 남았다.

도달은 사다리를 들고 노래에 끼어들려 했지만, 박자를 놓쳤다.

“아, 여기서 들어가는 게 아니었나?”

꿈이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다음 절에서.”

도달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도달도 순서를 지켜야지.”

객석에서 웃음이 났다.

푸리나는 그 웃음을 들으며 대본 여백에 적었다.

> 별은 손에 쥐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별은 길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꿈은 마지막 여관에 들고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꿈을 바라보며 걸은 길은 궤적이 된다.



그녀는 잠시 펜을 멈췄다.

그리고 덧붙였다.

> 이룰 수 없는 꿈을 바라는 것은 아름답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조차.



레이튼이 그 문장을 보았다.

“좋습니다.”

푸리나는 그를 흘끗 보았다.

“수정할 거 없어?”

레이튼은 부드럽게 웃었다.

“아주 약간.”

“역시.”

“‘조차’보다 ‘이기에’가 어떻습니까?”

푸리나는 문장을 다시 보았다.

> 이 지옥 같은 곳에서조차.



그녀는 그 아래에 새로 적었다.

> 이 지옥 같은 곳이기에.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편이 더 강합니다.”

푸리나는 별을 보았다.

“이 지옥 같은 곳이기에, 꿈을 바라는 게 아름다운 거지.”

레이튼은 말했다.

“그 꿈이 완전히 닿을 수 없는 이상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닿을 수 없는 것이 우리를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하니까요.”

푸리나는 조용히 웃었다.

“질문이 아니라 답을 말했네?”

레이튼은 눈을 가늘게 웃었다.

“가끔은 답처럼 보이는 질문도 있습니다.”

무대 위 만인은 별빛 아래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는 꿈에게 물었다.

“당신은 마지막 여관 앞에서 나를 떠날 거요?”

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거요.”

“왜?”

“그곳에서는 더 이상 나를 쫓아갈 필요가 없을 테니까.”

방황이 말했다.

“나도 아마 문턱 앞에서 멈출 거요. 마지막 여관까지 와서도 방황하면 주인장께 폐가 되지 않겠소?”

여관 주인은 부드럽게 말했다.

“방황하시는 손님도 받습니다.”

방황은 감동한 얼굴이 되었다.

“이렇게 좋은 여관이 있다니.”

도달은 사다리를 들고 말했다.

“나는 어떻소?”

여관 주인은 말했다.

“손님께서 도달하셨다면, 잠시 쉬시면 됩니다.”

도달은 사다리를 내려놓고 엄숙하게 말했다.

“나는 드디어 의자를 얻는가.”

만인은 웃었다.

꿈은 별을 보았다.

“나는 문 앞에서 남겠지만, 그대가 나를 보며 걸은 길은 그대와 함께 갈 것이오.”

만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충분하오.”

그는 조금 뒤에 덧붙였다.

“아마.”

여관 주인이 말했다.

“아마도 좋은 말입니다.”

“확실하지 않아서?”

“예. 확실하지 않은 채로도 걸을 수 있으니까요.”

무대 위 별빛이 조금 밝아졌다.

그러나 낮이 되지는 않았다.

새벽도 아니었다.

그저 밤하늘에 별 하나가 더 분명해졌을 뿐이었다.

객석의 알렉산드리나는 그 별빛을 보았다.

8막에서 그녀가 말했던 새벽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아직 새벽은 아니군요.”

가브리엘라가 말했다.

“하지만 창문 너머에 별이 보입니다.”

레플리카는 말했다.

“고통이 전부가 아니게 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스토얀카는 조용히 별을 보았다.

“꺾을 수 없는 꽃이라.”

레플리카가 그녀를 보았다.

스토얀카는 이번에는 먼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손대지 않습니다.”

레플리카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보십시오.”

스토얀카는 미소 지었다.

“예. 오늘은 봅니다.”

무대 위 만인은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별을 등지는 것이 아니었다.

별을 머리 위에 둔 채, 다음 길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언덕 아래에는 길이 하나 더 있었다.

그 길 끝에는 희미한 건물이 보였다.

아직 분명하지 않았다.

여관 같기도 했고, 극장 같기도 했고, 누군가의 마지막 집 같기도 했다.

만인은 그쪽을 보았다.

“저기가 마지막 여관이오?”

여관 주인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드디어?”

“예.”

만인은 숨을 삼켰다.

“그럼 이제 내가 무엇을 가져갈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거요?”

여관 주인은 말했다.

“이미 많이 아시게 되었습니다.”

만인은 자기 손을 보았다.

빈손이었다.

돈주머니는 가벼워졌고, 명성은 조용해졌고, 권력의 열쇠는 손안에서 차가웠다.
편지는 떠났고, 우산은 돌려주었고, 찻잔은 비 오는 골짜기에 남았다.

그러나 손이 완전히 비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신발에는 흙이 있었다.

외투에는 땀과 먼지와 비가 있었다.

눈가에는 떠나보낸 이들의 흔적이 있었다.

목소리에는 이름이 있었다.

손바닥에는 놓았던 손들의 감각이 있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는 닿지 못할 별빛이 있었다.

만인은 조용히 말했다.

“빈손인데, 비어 있지 않군.”

여관 주인은 고개를 숙였다.

“예.”

그 말이 떨어졌을 때, 꿈과 방황과 도달은 언덕 위에 멈춰 섰다.

그들은 더 따라오지 않았다.

꿈은 만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별을 너무 빨리 잊지 마시오.”

방황이 말했다.

“길을 잃으면, 가끔 하늘을 보시오.”

도달이 사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돌까지는 가시오! 별이 멀면 돌부터!”

만인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소.”

꿈은 말했다.

“우리는 함께 들어갈 수 없을지 몰라도, 그대의 발자국에는 조금 묻어 있을 거요.”

방황이 말했다.

“특히 내 것은 많이 묻었을 거요. 길을 좀 많이 헤맸으니까.”

도달이 말했다.

“내 사다리 자국도 있을 거요.”

만인은 그들을 뒤로하고 걸었다.

객석의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며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막은 닫혔으니……”

그녀는 아직 끝문장을 말하지 않았다.

너무 이르다.

아직 마지막 여관의 문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문장의 모양은 이제 거의 보였다.

막은 닫혔으니.

그 별빛 아래.

궤적에 박수를.

레이튼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아직 박수는 이릅니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녀는 무대 위 만인을 보았다.

“하지만 준비는 해야지.”

레이튼은 별을 보았다.

“좋은 극장주는 박수가 오기 전 침묵을 먼저 준비합니다.”

푸리나는 웃었다.

“그거 마음에 든다.”

무대 위에서 만인은 마지막 여관을 향해 걸었다.

별은 여전히 멀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별이 멀다는 사실 때문에 화내지 않았다.

멀기 때문에, 계속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닿지 않기 때문에, 길 위에 남아 있었다.

이룰 수 없는 꿈이기에, 오늘 걷는 발자국이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막이 내려오기 직전, 여관 주인은 언덕 위의 별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만인에게 말했다.

“손님.”

만인이 돌아보았다.

“예.”

“별을 잊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인은 웃었다.

“마지막 여관에는 못 들고 간다면서?”

여관 주인은 부드럽게 고개를 숙였다.

“별은 두고 오셔도 됩니다.”

그는 만인의 신발을 보았다.

“별빛은 이미 길에 묻었으니까요.”

막이 천천히 내려왔다.

9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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