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작성자:여관◆zAR16hM8he
작성일:2026-05-08 (금) 01:04:15
갱신일:2026-05-13 (수) 19:12:03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61여관◆zAR16hM8he(61fdb885)2026-05-12 (화) 02:08:52
10막
마지막 여관 — 막은 닫혔으니, 그 별빛 아래 궤적에 박수를
막이 올랐다.
별 아래 언덕은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별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빛은 무대 천장에 남았고, 만인의 신발 끝에 묻었고, 그가 지나온 길의 진흙 위에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비 오는 골짜기의 물소리는 멀어졌다.
전언의 방의 속삭임도 멀어졌다.
불탄 성문의 문패들이 흔들리던 소리도, 집 앞의 저녁 냄새도, 관청의 돌계단도, 광장의 소문도, 시장의 빵 냄새도 모두 뒤편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것들은 길이 되어 만인의 뒤에 놓여 있었다.
무대 위에는 이제 하나의 건물이 있었다.
작았다.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만인은 그 앞에 멈춰 섰다.
“……저게 마지막 여관이오?”
여관 주인은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단정했다.
그는 더 이상 망원경도, 우산도, 찻잔도, 손수건도 들고 있지 않았다.
빈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빈손이야말로 지금까지 가장 많은 것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예.”
여관 주인이 고개를 숙였다.
“손님께서 오래 걸어오셨습니다.”
만인은 여관을 보았다.
작은 현관.
낡은 문.
창가에 켜진 등불.
문 앞에 놓인 신발털이.
안쪽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찻잔 소리.
거대한 궁전도 아니었고, 심판정도 아니었다.
황금문도, 천둥치는 계단도, 검은 강도 없었다.
그저 여관이었다.
비를 피할 수 있을 만큼의 처마.
젖은 외투를 걸 수 있는 못.
손을 녹일 수 있는 불빛.
누군가의 이름을 확인하고 방을 안내할 작은 책상.
만인은 어쩐지 허탈했다.
“너무 평범하오.”
여관 주인은 부드럽게 말했다.
“많은 손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마지막인데?”
“예.”
“마지막이면 좀 더…… 장엄해야 하는 것 아니오?”
여관 주인은 잠시 생각했다.
“장엄한 방을 원하시면, 장엄하게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건 내가 이렇게 보는 거요?”
“손님께서 쉴 수 있는 모양으로 보이는 편입니다.”
만인은 문 앞에 섰다.
그는 그 순간 처음으로 자기 등에 아직 묶여 있는 항아리를 떠올렸다.
아주 오래 들고 다닌 항아리.
시장에서도, 광장에서도, 관청에서도, 집 앞에서도, 성문에서도, 전언의 방에서도, 비 오는 골짜기에서도, 별 아래 언덕에서도 그 항아리는 계속 있었다.
“아.”
만인은 중얼거렸다.
“이걸 아직 들고 있었군.”
여관 주인은 항아리를 보았다.
“예.”
만인은 항아리를 내려놓으려 했다.
하지만 어깨끈이 잘 풀리지 않았다.
너무 오래 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군.”
그는 끈을 잡아당겼다.
“이건 대체 뭘 담으려고 했던 거요?”
여관 주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만인은 항아리를 내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안은 비어 있었다.
객석에서 작게 웃음이 났다.
만인은 멍하니 항아리 안을 보았다.
“비었소.”
여관 주인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나는 이걸 처음부터 들고 왔는데.”
“예.”
“언젠가 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예.”
“그런데 비었소.”
여관 주인은 조용히 말했다.
“가끔은 비어 있는 것을 들고 오래 걸으시는 손님도 계십니다.”
만인은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럼 아무 쓸모도 없었던 것이오?”
여관 주인은 항아리를 바라보았다.
“손님께서는 그 항아리 때문에 몇 번이나 멈추셨습니다.”
만인은 눈을 깜빡였다.
“그게 쓸모요?”
“때로는요.”
“무거웠소.”
“그랬을 겁니다.”
“거추장스러웠소.”
“예.”
“버릴 수도 있었는데 안 버렸소.”
“그것도 길입니다.”
만인은 항아리 안을 다시 보았다.
비어 있다.
그러나 항아리 바깥에는 상처가 많았다.
시장 모퉁이에 부딪힌 자국.
관청 돌계단에서 긁힌 자국.
성문의 재가 묻은 자국.
비 오는 골짜기에서 진흙이 튄 자국.
별 아래 언덕의 흙먼지.
안은 비어 있었지만, 바깥에는 길이 묻어 있었다.
만인은 조용히 말했다.
“비어 있는데, 비어 있지 않군.”
여관 주인은 미소 지었다.
“예.”
만인은 항아리를 문 옆에 내려놓았다.
“이건 들고 들어갈 수 있소?”
여관 주인은 말했다.
“원하시면 들고 들어오셔도 됩니다.”
만인은 놀랐다.
“정말?”
“예. 다만 방 안에서는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만인은 항아리를 보았다.
그는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기에 두겠소.”
“괜찮으십니까?”
“안은 비어 있고, 바깥은 이미 충분히 묻었소.”
그는 문 옆에 항아리를 놓았다.
“누군가 지나가다 물을 담을 수도 있겠지.”
여관 주인은 아주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좋은 생각입니다.”
무대 위에 재물이 다가왔다.
오래 따라오던 돈주머니였다.
처음보다 훨씬 가벼워져 있었고, 그가 짤랑거리는 소리도 작아져 있었다.
재물은 조금 서운한 얼굴이었다.
“여기까지인가?”
만인은 돈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것 같소.”
재물은 허리에 걸린 끈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제법 도움이 되었소.”
“그랬소.”
“빵도 샀고, 식탁도 지켰고, 길에서 필요한 것들도 있었지.”
“맞소.”
“그런데도 못 들어가오?”
여관 주인이 부드럽게 말했다.
“재물은 문턱 너머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온 뒤 쓸 곳이 적습니다.”
재물이 그 말에 조금 위로받은 듯했다.
만인은 돈주머니를 풀었다.
그리고 문 옆의 작은 상자에 넣었다.
상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다음 손님의 길값.
재물은 그 글귀를 보고 눈을 깜빡였다.
“나쁘지 않군.”
만인은 말했다.
“그대는 마지막 방까지는 못 가도, 다음 사람의 길에는 갈 수 있겠지.”
재물은 고개를 숙였다.
“그 정도면 훌륭한 퇴장이지.”
명성이 다가왔다.
광장의 노래와 포스터와 소문을 두른 배우.
하지만 이제 그는 많이 조용해져 있었다.
화려한 옷자락은 아직 빛났지만, 그 빛은 눈부시다기보다 조금 낡아 있었다.
명성은 만인을 보며 말했다.
“내 노래는 문밖까지 울릴 수 있소.”
만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소.”
“가끔 문 안에서도 들리는 척할 수 있고.”
여관 주인이 명성을 보았다.
명성은 헛기침했다.
“그건 하지 않겠소.”
만인은 웃었다.
명성은 만인을 바라보다가, 아주 드물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당신을 자주 틀리게 불렀지.”
“그랬소. 만두라고도 했소.”
“그건 반응이 좋았소.”
“그대는 끝까지 반성이라는 걸 모르는군.”
명성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그런 손님이오.”
그리고 조금 뒤에 덧붙였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이름이 이기더군.”
만인은 사르키스 바르다니안의 문패를 떠올렸다.
“그렇소.”
명성은 문밖에 섰다.
“그럼 나는 여기서 노래하겠소. 너무 크게는 말고.”
여관 주인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명성은 살짝 인사했다.
“문패가 가리키는 이름을 틀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소.”
만인은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오.”
권력이 다가왔다.
그는 왕관을 들고 있지 않았다.
손에는 작은 열쇠만 있었다.
관청에서 만인이 받았던 열쇠.
열 수도, 닫을 수도 있는 것.
권력은 열쇠를 만인에게 내밀었다.
“돌려받겠다.”
만인은 그것을 보았다.
“이제 필요 없소?”
권력은 여관의 문을 보았다.
“이 문은 내가 여는 문이 아니다.”
만인은 열쇠를 내려놓았다.
“그럼 당신은 여기서 끝이오?”
권력은 대답했다.
“머리에 있을 때보다 손에 있을 때가 나았다.”
“칭찬이오?”
“기록이다.”
만인은 웃었다.
권력은 문 앞에서 멈췄다.
“내가 만든 길과 상처는 네 발밑에 남아 있다.”
“알고 있소.”
“잊지 마라.”
“잊지 않겠소.”
권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열쇠를 문 옆 고리에 걸었다.
그 고리에는 여러 열쇠가 걸려 있었다.
각각 다른 문을 열고 닫았던 열쇠들.
권력은 더 이상 만인의 뒤를 따라오지 않았다.
집 앞에서 만인을 따라왔던 가족과 친구의 그림자들이 문밖 먼 길에 나타났다.
여인.
아이.
문 안쪽에서 밥을 물었던 어머니.
술병을 들었던 친구.
그들은 문 앞까지 오지 않았다.
이미 각자의 집 앞에서 멈췄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마지막 여관이 가까워지자, 그들의 모습은 길 위에서 한 번 더 떠올랐다.
만인은 그들을 보고 손을 들었다.
아이도 손을 들었다.
친구는 술병을 흔들었다.
여인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소리는 닿지 않았다.
어머니의 목소리만은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밥은 먹었느냐.”
만인은 웃었다.
“먹었소.”
정말 먹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다.
사르키스 바르다니안의 문패도 먼 쪽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그 옆에는 작은 나무 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직 고쳐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바퀴 옆에는 작은 도구 상자가 놓여 있었다.
객석의 소피아가 그걸 보고 손을 꼭 쥐었다.
벨라가 말했다.
“끝난 뒤에 가라.”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고쳐라.”
“네.”
벨라는 무대 위 나무 말을 보았다.
“다만 새것처럼 만들지는 마라.”
소피아가 그녀를 보았다.
벨라는 말했다.
“흠집도 그 아이의 길이다.”
소피아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조용히 답했다.
“그러면 굴러가게만 고칠게요.”
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만인은 문 앞에 다시 섰다.
여관 주인은 작은 책상 뒤로 갔다.
그 책상 위에는 두꺼운 장부가 있었다.
하지만 그레이의 장부와는 달랐다.
그것은 사람을 분류하기 위한 장부가 아니었다.
방을 안내하기 위한 장부였다.
여관 주인은 책장을 펼쳤다.
“성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만인은 멈췄다.
“성함?”
“예.”
“나는 만인이오.”
여관 주인은 펜을 들었다.
“만인 님.”
“그게 이름이오?”
“오늘은 그렇습니다.”
만인은 잠시 웃었다.
“모두의 이름 같은데.”
“예.”
여관 주인은 부드럽게 말했다.
“모두의 이름을 잠시 입고 걸으셨으니까요.”
그는 장부에 적었다.
> 만인.
그 글자가 적히는 순간, 무대 위 하늘의 별들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별자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별빛 하나가 문 앞에 내려왔다.
만인은 문턱을 보았다.
“이제 들어가면 되는 거요?”
“예.”
“그런데 뭘 들고 가야 하오?”
여관 주인은 만인을 보았다.
“손님께서 걸어오신 것을요.”
만인은 손을 펼쳤다.
빈손이었다.
“없소.”
여관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손에 들린 것만 짐은 아닙니다.”
그는 만인의 신발을 보았다.
“신발에 묻은 흙.”
외투를 보았다.
“외투에 밴 땀과 비.”
만인의 얼굴을 보았다.
“눈가에 남은 눈물 자국.”
만인의 손을 보았다.
“붙잡았다가 놓은 손의 감각.”
그다음 목소리를 들었다.
“정확히 부른 이름.”
마지막으로 만인의 뒤에 놓인 길을 보았다.
“그리고 바라보았으나 닿지 못한 별빛.”
만인은 숨을 삼켰다.
여관 주인은 말했다.
“그것들이 손님께서 만든 삶의 궤적입니다.”
무대 위가 조용해졌다.
“재물도, 명성도, 권력도, 역할도, 왕관도, 짐도, 남에게 돌려주어야 할 책임도 모두 문밖에 내려놓으실 수 있습니다.”
여관 주인은 아주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하지만 걸어오신 길은 내려놓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만인은 눈을 감았다.
시장.
빵.
광장.
이름.
관청.
왕관.
집.
손.
성문.
문패.
전언.
편지.
비.
의자.
차.
별.
모든 것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완전하지 않은 길이었다.
잘못한 일도 있었다.
늦은 말도 있었다.
놓친 손도 있었다.
끝내 닿지 못한 꿈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길이었다.
만인은 눈을 떴다.
“그럼 마지막 여관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내가 만든 길이오?”
여관 주인은 고개를 숙였다.
“예.”
“포장한 죽음이 아니라?”
“예.”
“멋지게 정리한 이름도 아니고?”
“예.”
“실패 없는 삶도 아니고?”
“그런 손님은 거의 오시지 않습니다.”
만인은 웃었다.
“그렇겠군.”
여관 주인은 정중히 말했다.
“손님께서 걸으신 길이면 충분합니다.”
객석의 그레이는 그 말을 듣고 장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한 줄을 적었다.
> 마지막 여관에 제출하는 것은 이력서가 아니라 궤적.
잠시 뒤, 그녀는 그 문장 옆에 덧붙였다.
> 단, 이름은 정확히 확인할 것.
푸리나는 그걸 보고 작게 웃었다.
“그레이답네.”
그레이는 진지하게 말했다.
“중요합니다.”
“응. 알아.”
아레는 조용히 무대 위 문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사르키스의 문패와 만인의 문턱이 함께 보였다.
죽은 자를 붙잡는 일.
죽은 자를 기억하는 일.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는 일.
그리고 그 이름이 산 자의 길을 조금 바꾸는 일.
아레는 낮게 말했다.
“떠난 이를 다시 파내어 움직이는 것과,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다릅니다.”
푸리나는 그녀를 보았다.
아레는 계속 말했다.
“오늘 저 문은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죽은 자를 살렸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산 자의 박수를 위해 망자를 끌어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방을 안내했고, 나들이를 허락했고, 돌아오게 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좋은 예법이었습니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레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리고 그대의 극도, 오늘은 침묵을 삼키지 않았습니다.”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아레는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박수가 silence를 덮지 않았습니다. 문패가 있었고, 이름이 있었고, 잠시 멈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니 오늘의 박수는 조금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푸리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아레식의 칭찬이었다.
그것도 아주 큰.
레이튼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부드럽게 웃었다.
“좋은 답에 도달하셨군요.”
아레가 그를 보았다.
“답입니까?”
레이튼은 모자를 살짝 기울였다.
“아니면, 다음 질문의 문턱일지도요.”
푸리나는 웃었다.
“레이튼, 지금은 그 말 어울려.”
레이튼은 정중하게 답했다.
“영광입니다.”
하융은 무대 위 만인의 뒤에 겹친 가능성들을 보았다.
많은 길들이 문턱 앞에서 사라졌다.
별에 닿으려다 꺾인 길.
고통 속에 주저앉은 길.
편지를 보내지 않은 길.
이름을 부르지 못한 길.
항아리를 끝까지 열지 않은 길.
하지만 그 길들은 패배의 잔해처럼 보이지 않았다.
선택된 길을 둘러싼 죽은 세계의 창들처럼, 마지막으로 빛을 비추고 있었다.
하융은 낮게 말했다.
“이 세계를 택했구려.”
그레이가 그를 보았다.
하융은 무대 위 만인을 보았다.
“저 이는 모든 길을 살릴 수 없었소. 허나 지금 문 앞에 선 길은, 저이가 계속 택한 길이오.”
푸리나는 조용히 물었다.
“그럼 선택되지 않은 길들은?”
하융은 잠시 침묵했다.
“사라지지는 않소. 비껴간 창 너머에 남아, 때때로 묻겠지. 왜 이 길이었느냐고.”
그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오늘은 답할 수 있겠소. 이 길로 여기까지 왔다고.”
레이튼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하융은 말했다.
“아직 훌륭하다 하기에는 이르오.”
“왜 그렇습니까?”
“문은 아직 열렸으나, 들어가지는 않았소.”
레이튼은 즐거운 듯 웃었다.
“참으로 좋은 지적입니다.”
알토는 무대 위 장부와 여관 주인을 보고 있었다.
아카식은 옆에서 조용히 펜을 들고 있었다.
“어때?”
아카식이 물었다.
알토는 말했다.
“기록과 다릅니다.”
“어떻게?”
“기록은 남깁니다. 저 장부는 안내합니다.”
아카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토는 무대 위 만인을 보았다.
“하지만 닮은 점도 있습니다.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 문을 열지 않습니다. 길을 지우지 않습니다. 선택을 존중하되, 책임을 흐리지 않습니다.”
아카식은 미소 지었다.
“그 주인장답지.”
알토는 잠시 침묵했다.
“오래 아신 겁니까?”
“오래 봤지.”
“친분이 있으십니까?”
아카식은 웃었다.
“친분이라고 써도 되려나?”
알토는 건조하게 말했다.
“관계 정의는 당사자 확인 후 기록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하. 알토답네.”
아카식은 무대 위 여관 주인을 보았다.
“저쪽은 길이 끝난 손님을 맞이하고, 나는 길이 남긴 흔적을 본다. 서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가끔 같은 문 앞에 서게 돼.”
알토는 말했다.
“여관과 기록은 닮았습니다.”
“어디가?”
“둘 다 잊히지 않게 합니다. 다만 기록은 사라진 것을 붙잡고, 여관은 지친 것을 쉬게 합니다.”
아카식은 조용히 웃었다.
“좋은 말이네.”
“기록하셔도 됩니다.”
아카식이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알토는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번에는 허락입니다.”
아카식은 아주 즐겁게 기록했다.
> 기록은 사라진 것을 붙잡고, 여관은 지친 것을 쉬게 한다.
타마르 여왕은 만인의 문턱을 보며 찻잔을 들었다.
“마침내 포도밭 끝의 문이군요.”
그녀의 목소리는 나른하고 부드러웠다.
“길 위의 먼지, 비, 피, 눈물, 별빛까지 모두 익어 한 잔의 술이 되는 때가 있답니다.”
요안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죽음이 무섭지 않게 되는 건가요?”
타마르는 그녀를 보았다.
“무서울 수 있지요, 어린양.”
그녀는 웃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을 힘차게 걷는 것이지, 죽음이 무섭지 않아서 걷는 것은 아니랍니다.”
요안나는 무대 위 여관 문을 보았다.
타마르는 계속 말했다.
“마지막 여관은 삶을 부정하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길이 끝났기에, 길이 있었다는 것을 가장 정중히 받아주는 곳이지요.”
미하일라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내렸다.
왕관도, 전쟁도, 칙령도 마지막 방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왕관으로 지은 길은 남는다.
활로 끝낸 전쟁과, 끝내지 못한 전쟁과, 그 사이에서 죽은 이름들도 남는다.
요안나가 낮게 물었다.
“폐하. 황제도 마지막에는 손님이 되나요?”
미하일라는 대답했다.
“그래.”
“그럼 황제는 무엇을 들고 들어가나요?”
미하일라는 무대 위 문을 보았다.
“황제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황제로 무엇을 했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짐이 쏜 화살, 짐이 멈춘 전쟁, 짐이 끝내 막지 못한 피, 짐이 지키려 한 식탁. 그런 것들이겠지.”
루나리아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폐하께서 끝내 쉬셨던 날도 들어가야 합니다.”
라플리가 바로 말했다.
“희귀 기록이겠네.”
카를로타가 담담히 덧붙였다.
“보존 가치가 높습니다.”
미하일라는 둘을 보았다.
“너희는 오늘도 훌륭하게 불경하구나.”
요안나가 웃음을 참았다.
그 웃음은 작았지만, 이 장면에서 필요했다.
마지막 문 앞에서도 사람은 웃을 수 있다.
그것이 여관이었다.
호흐마이스터는 문턱을 보았다.
그녀에게 마지막 여관의 문은 성문과 달랐다.
성문은 막기 위해 닫는다.
수도원의 문은 규율을 위해 닫는다.
기사단의 문은 서약을 위해 닫는다.
하지만 저 문은 쉬기 위해 열린다.
호흐마이스터는 낮게 말했다.
“갑주는 못 들어가겠군요.”
아스트리트가 그녀를 보았다.
호흐마이스터는 자기 장갑 낀 손을 보았다.
“죄악의 갑주도, 기사단장의 인장도, 호흐마이스터의 명령권도 문 앞에서 내려놓게 되겠지요.”
“그럼 무엇이 남습니까?”
호흐마이스터는 오래 대답하지 않았다.
“사랑한 땅.”
그녀는 아주 낮게 말했다.
“그 땅을 위해 지은 죄. 그 죄로 지킨 아이들. 그리고 용을 밟았다고 믿으면서, 스스로도 용의 피를 두려워했던 길.”
그녀의 황금빛 눈이 무대 위 여관 주인을 향했다.
“저 주인장은 면죄하지 않습니다.”
아스트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믿을 수 있습니까?”
“예.”
호흐마이스터는 말했다.
“면죄하지 않는 여관이라면, 죄인도 거짓말을 덜 할 수 있습니다.”
민다우가스는 문턱을 보며 팔걸이를 두드렸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눈은 차가웠다.
“마지막에는 모두 손님이라.”
아스테르다스가 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마음에 든다.”
민다우가스는 뜻밖에 그렇게 말했다.
“손님이 된다는 것은, 그때까지는 주인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아스테르다스는 미소 지었다.
“각하답게 해석하시는군요.”
민다우가스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죽음 앞에서 겸손만 배우는 왕은 쓸모가 없다.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할지 배워야지.”
그는 무대 위 만인의 신발을 보았다.
“마지막에 궤적만 남는다면, 더더욱 똑바로 걸어야 한다. 그러나 똑바른 길이 늘 깨끗한 길은 아니겠지.”
아스테르다스는 별빛을 보았다.
“그래서 별이 필요합니다.”
“그래. 그리고 진흙길을 계산할 눈도 필요하다.”
민다우가스의 웃음에는 여전히 차가운 현실감이 있었다.
“좋은 극이다. 사람을 흐리게 하지 않고, 더 냉정하게 만든다.”
아스테르다스는 조용히 답했다.
“그리고 조금 더 고개를 들게도 하지요.”
“그 정도면 충분하다.”
무대 위 만인은 문턱 앞에서 여관 주인을 보았다.
“들어가기 전에 하나 묻겠소.”
“예, 손님.”
“당신은 누구요?”
객석이 조용해졌다.
이 질문은 오래 미뤄져 있었다.
시장에서도, 광장에서도, 관청에서도, 집 앞에서도, 성문에서도, 전언의 방에서도, 비 오는 골짜기에서도, 별 아래 언덕에서도.
여관 주인은 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손님에게 먼저 이름을 묻고, 문패를 닦고, 등불을 들고, 우산을 건네고, 의자를 내주고, 차를 내릴 뿐이었다.
만인은 다시 물었다.
“그저 여관 주인이오?”
여관 주인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은 길었다.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것은 손님이 스스로 답을 준비할 시간을 주는 침묵이었다.
그리고 여관 주인이 말했다.
“예.”
만인은 눈을 깜빡였다.
“그게 전부요?”
“손님께서 그렇게 불러주시면 충분합니다.”
객석의 타마르가 미소 지었다.
아카식은 조용히 웃었다.
아레는 고개를 숙였다.
푸리나는 숨을 멈췄다.
여관 주인은 만인을 향해 정중히 말했다.
“긴 길을 걸어오신 분들께 잠시 쉴 방을 내어드리는 자입니다.”
그는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비를 맞은 분께 수건을, 떨리는 분께 찻잔을, 이름을 잃은 분께 문패를, 길을 잃은 분께 등불을 드리는 자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공손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착하신 손님께 말씀드리는 자입니다.”
여관 주인은 만인을 보았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잠깐 쉬어 가시죠.”
그 순간, 무대 위의 작은 여관이 아주 조금 깊어졌다.
크기가 커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문 너머에 수많은 방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각자의 방.
왕의 방.
농부의 방.
병사의 방.
아이의 방.
길 잃은 자의 방.
이름을 되찾은 자의 방.
끝내 이름을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손님으로 들어온 자의 방.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의 방.
만인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고맙소.”
여관 주인은 말했다.
“천만에요.”
만인은 문턱을 넘으려 했다.
그때 꿈, 방황, 도달, 재물, 명성, 권력, 전언의 방의 말들, 비 오는 골짜기의 배우들, 집 앞의 사람들, 사르키스의 문패, 시장 아이의 빵 조각, 관청의 열쇠, 별빛까지 모두 조용히 무대 뒤쪽에 모였다.
그들은 함께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사라지지도 않았다.
만인은 문턱에서 뒤돌아보았다.
“이것들이 전부 내 길이었소?”
여관 주인은 대답했다.
“예.”
“좋은 길이었소?”
여관 주인은 잠시 생각했다.
“손님께서 걸으신 길이었습니다.”
만인은 그 대답에 웃었다.
“주인장은 끝까지 평가를 안 해주는군.”
“평가는 손님께 너무 무겁고, 면죄는 너무 가벼울 때가 많습니다.”
“그럼?”
“저는 방을 안내합니다.”
만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소.”
그는 문턱을 넘었다.
문이 닫히지는 않았다.
만인은 여관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갔다.
그 순간 무대 위의 모든 소리가 잠시 멈췄다.
박수도 없었다.
음악도 없었다.
말도 없었다.
오직 침묵.
아레가 그 침묵을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 침묵은 죽은 자를 덮어버리는 침묵이 아니었다.
박수에 밀려난 침묵도 아니었다.
자리였다.
이름이 놓일 자리.
쉬어갈 자리.
울어도 되는 자리.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푸리나는 무대 뒤에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아직 박수는 아니었다.
그녀는 먼저 침묵을 세웠다.
관객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왕들도, 장군들도, 성직자들도, 기사들도, 기록자들도, 배우들도, 가신들도.
아카식은 펜을 멈췄다.
알토는 기록장을 덮었다.
그레이는 장부 위에 손을 얹었다.
레이튼은 모자를 내려 눈을 가렸다.
하융은 비껴간 창 너머의 가능성들을 잠시 닫았다.
아레는 침묵을 지켰다.
타마르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미하일라는 고개를 숙였다.
호흐마이스터는 장갑 낀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민다우가스도 웃지 않았다.
레플리카는 눈을 내렸다.
알렉산드리나는 아직 오지 않은 새벽을 기다렸다.
가브리엘라는 창문을 닫지 않았다.
스토얀카는 손을 거두었다.
소피아는 나무 말을 떠올렸다.
죠니는 없었다.
그는 아직 길 위에 있었다.
편지를 들고.
그 부재마저도 이 침묵의 일부였다.
그리고 침묵이 충분히 앉았을 때.
푸리나는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관객석을 향해 서지 않았다.
먼저 무대 위 마지막 여관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다음, 문턱을 넘어간 만인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말했다.
“막은 닫혔으니.”
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극장 전체에 닿았다.
“그 별빛 아래.”
하늘의 별이 한 번 더 빛났다.
“궤적에 박수를.”
그 말이 끝나자, 박수가 터지지 않았다.
아직 아니었다.
푸리나는 손을 들어 관객을 막지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
침묵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숨을 쉬었다.
그리고 맨 처음 박수는, 아주 작았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시장의 아이였고, 어쩌면 요안나였고, 어쩌면 소피아였고, 어쩌면 이름을 되찾지 못한 문패들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짝.
작은 소리.
그다음 또 하나.
짝.
그리고 또 하나.
짝.
박수는 천천히 번졌다.
광장의 소음처럼 덮치지 않았다.
명성의 노래처럼 이름을 삼키지 않았다.
죽은 자의 침묵을 몰아내지 않았다.
침묵 위에 조심스럽게 놓였다.
마치 문패 옆에 꽃을 한 송이 두듯이.
마치 젖은 손에 따뜻한 찻잔을 쥐여주듯이.
마치 먼 길을 걸어온 신발의 흙을 털어주듯이.
박수는 커졌다.
그러나 그 안에는 침묵이 남아 있었다.
아레는 그 박수를 듣고 눈을 떴다.
“이 정도라면.”
그녀는 낮게 말했다.
“괜찮겠지요.”
푸리나는 그 말을 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쩐지, 그녀는 무대 위에서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그레이는 장부에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 만인: 입실.
소지품: 없음.
동반 궤적: 확인됨.
박수: 침묵 이후 시행.
잠시 뒤, 그녀는 아주 작게 덧붙였다.
> 재발 방지 조치: 계속.
레이튼은 그 문장을 보고 미소 지었다.
“역시 그레이 양답습니다.”
그레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필요합니다.”
“예. 필요하지요.”
아카식은 기록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알토가 물었다.
“기록하지 않으십니까?”
아카식은 무대 위 박수를 보았다.
“조금 있다가.”
알토는 그를 보았다.
아카식은 웃었다.
“가끔은 박수가 먼저야.”
알토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외로 인정합니다.”
“고마워.”
“상시 적용은 아닙니다.”
“알고 있어.”
여관 주인은 무대 위 마지막 여관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박수를 받는 배우처럼 인사하지 않았다.
그저 문 앞을 정리했다.
항아리를 문 옆에 반듯하게 놓고, 길값 상자의 뚜껑을 닫고, 열쇠들을 정돈하고, 문패를 확인했다.
그다음 객석을 향해 아주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혹시 기호하는 차가 있으신지요?”
그의 목소리는 박수 사이로 잔잔하게 번졌다.
“제 여관에는 대부분 구비되어 있으니까요.”
그 말에 몇몇 관객은 웃었고, 몇몇 관객은 울었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며 눈가를 문질렀다.
“마지막에 장사를 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말했다.
“여관 주인이시니까요.”
하융은 낮게 웃었다.
“좋은 끝이오.”
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안식입니다.”
그레이는 말했다.
“좋은 정리입니다.”
죠니는 여전히 없었다.
하지만 극장 바깥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한 번 들린 듯했다.
탁.
탁.
탁.
푸리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도착할까?”
레이튼은 물었다.
“편지가 말입니까?”
“응.”
레이튼은 무대 위 마지막 여관과 극장 밖의 밤을 번갈아 보았다.
“보내지 않았으면 도착하지 않았겠지요.”
푸리나는 웃었다.
“그건 주인장 말이잖아.”
“좋은 말은 인용되는 법입니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직 늦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녀는 다시 무대를 보았다.
박수는 이제 극장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박수 안에는 이름들이 있었다.
사르키스 바르다니안.
아람 바르다니안.
만인.
그리고 아직 되찾지 못한 이름들.
푸리나는 알았다.
이 극은 끝났지만, 조치는 남았다.
나무 말도 고쳐야 하고, 문패도 더 닦아야 하고, 편지도 보내야 하고, 성문 교대 체계도 바꿔야 하며, 누군가는 비 오는 골짜기에 의자를 더 가져다 놓아야 한다.
막은 닫혔다.
하지만 삶은 계속된다.
그래서 박수는 장례가 아니라, 배웅이었다.
마지막 여관의 등불이 천천히 낮아졌다.
문 안쪽에서는 따뜻한 차 냄새가 났다.
그리고 무대 위, 마지막으로 남은 팻말 하나가 빛을 받았다.
> 손님께서 걸어오신 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문장이 사라지자, 막이 완전히 내려왔다.
10막이 끝났다.
마지막 여관 — 막은 닫혔으니, 그 별빛 아래 궤적에 박수를
막이 올랐다.
별 아래 언덕은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별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빛은 무대 천장에 남았고, 만인의 신발 끝에 묻었고, 그가 지나온 길의 진흙 위에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비 오는 골짜기의 물소리는 멀어졌다.
전언의 방의 속삭임도 멀어졌다.
불탄 성문의 문패들이 흔들리던 소리도, 집 앞의 저녁 냄새도, 관청의 돌계단도, 광장의 소문도, 시장의 빵 냄새도 모두 뒤편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것들은 길이 되어 만인의 뒤에 놓여 있었다.
무대 위에는 이제 하나의 건물이 있었다.
작았다.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만인은 그 앞에 멈춰 섰다.
“……저게 마지막 여관이오?”
여관 주인은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단정했다.
그는 더 이상 망원경도, 우산도, 찻잔도, 손수건도 들고 있지 않았다.
빈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빈손이야말로 지금까지 가장 많은 것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예.”
여관 주인이 고개를 숙였다.
“손님께서 오래 걸어오셨습니다.”
만인은 여관을 보았다.
작은 현관.
낡은 문.
창가에 켜진 등불.
문 앞에 놓인 신발털이.
안쪽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찻잔 소리.
거대한 궁전도 아니었고, 심판정도 아니었다.
황금문도, 천둥치는 계단도, 검은 강도 없었다.
그저 여관이었다.
비를 피할 수 있을 만큼의 처마.
젖은 외투를 걸 수 있는 못.
손을 녹일 수 있는 불빛.
누군가의 이름을 확인하고 방을 안내할 작은 책상.
만인은 어쩐지 허탈했다.
“너무 평범하오.”
여관 주인은 부드럽게 말했다.
“많은 손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마지막인데?”
“예.”
“마지막이면 좀 더…… 장엄해야 하는 것 아니오?”
여관 주인은 잠시 생각했다.
“장엄한 방을 원하시면, 장엄하게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건 내가 이렇게 보는 거요?”
“손님께서 쉴 수 있는 모양으로 보이는 편입니다.”
만인은 문 앞에 섰다.
그는 그 순간 처음으로 자기 등에 아직 묶여 있는 항아리를 떠올렸다.
아주 오래 들고 다닌 항아리.
시장에서도, 광장에서도, 관청에서도, 집 앞에서도, 성문에서도, 전언의 방에서도, 비 오는 골짜기에서도, 별 아래 언덕에서도 그 항아리는 계속 있었다.
“아.”
만인은 중얼거렸다.
“이걸 아직 들고 있었군.”
여관 주인은 항아리를 보았다.
“예.”
만인은 항아리를 내려놓으려 했다.
하지만 어깨끈이 잘 풀리지 않았다.
너무 오래 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군.”
그는 끈을 잡아당겼다.
“이건 대체 뭘 담으려고 했던 거요?”
여관 주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만인은 항아리를 내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안은 비어 있었다.
객석에서 작게 웃음이 났다.
만인은 멍하니 항아리 안을 보았다.
“비었소.”
여관 주인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나는 이걸 처음부터 들고 왔는데.”
“예.”
“언젠가 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예.”
“그런데 비었소.”
여관 주인은 조용히 말했다.
“가끔은 비어 있는 것을 들고 오래 걸으시는 손님도 계십니다.”
만인은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럼 아무 쓸모도 없었던 것이오?”
여관 주인은 항아리를 바라보았다.
“손님께서는 그 항아리 때문에 몇 번이나 멈추셨습니다.”
만인은 눈을 깜빡였다.
“그게 쓸모요?”
“때로는요.”
“무거웠소.”
“그랬을 겁니다.”
“거추장스러웠소.”
“예.”
“버릴 수도 있었는데 안 버렸소.”
“그것도 길입니다.”
만인은 항아리 안을 다시 보았다.
비어 있다.
그러나 항아리 바깥에는 상처가 많았다.
시장 모퉁이에 부딪힌 자국.
관청 돌계단에서 긁힌 자국.
성문의 재가 묻은 자국.
비 오는 골짜기에서 진흙이 튄 자국.
별 아래 언덕의 흙먼지.
안은 비어 있었지만, 바깥에는 길이 묻어 있었다.
만인은 조용히 말했다.
“비어 있는데, 비어 있지 않군.”
여관 주인은 미소 지었다.
“예.”
만인은 항아리를 문 옆에 내려놓았다.
“이건 들고 들어갈 수 있소?”
여관 주인은 말했다.
“원하시면 들고 들어오셔도 됩니다.”
만인은 놀랐다.
“정말?”
“예. 다만 방 안에서는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만인은 항아리를 보았다.
그는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기에 두겠소.”
“괜찮으십니까?”
“안은 비어 있고, 바깥은 이미 충분히 묻었소.”
그는 문 옆에 항아리를 놓았다.
“누군가 지나가다 물을 담을 수도 있겠지.”
여관 주인은 아주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좋은 생각입니다.”
무대 위에 재물이 다가왔다.
오래 따라오던 돈주머니였다.
처음보다 훨씬 가벼워져 있었고, 그가 짤랑거리는 소리도 작아져 있었다.
재물은 조금 서운한 얼굴이었다.
“여기까지인가?”
만인은 돈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것 같소.”
재물은 허리에 걸린 끈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제법 도움이 되었소.”
“그랬소.”
“빵도 샀고, 식탁도 지켰고, 길에서 필요한 것들도 있었지.”
“맞소.”
“그런데도 못 들어가오?”
여관 주인이 부드럽게 말했다.
“재물은 문턱 너머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온 뒤 쓸 곳이 적습니다.”
재물이 그 말에 조금 위로받은 듯했다.
만인은 돈주머니를 풀었다.
그리고 문 옆의 작은 상자에 넣었다.
상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다음 손님의 길값.
재물은 그 글귀를 보고 눈을 깜빡였다.
“나쁘지 않군.”
만인은 말했다.
“그대는 마지막 방까지는 못 가도, 다음 사람의 길에는 갈 수 있겠지.”
재물은 고개를 숙였다.
“그 정도면 훌륭한 퇴장이지.”
명성이 다가왔다.
광장의 노래와 포스터와 소문을 두른 배우.
하지만 이제 그는 많이 조용해져 있었다.
화려한 옷자락은 아직 빛났지만, 그 빛은 눈부시다기보다 조금 낡아 있었다.
명성은 만인을 보며 말했다.
“내 노래는 문밖까지 울릴 수 있소.”
만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소.”
“가끔 문 안에서도 들리는 척할 수 있고.”
여관 주인이 명성을 보았다.
명성은 헛기침했다.
“그건 하지 않겠소.”
만인은 웃었다.
명성은 만인을 바라보다가, 아주 드물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당신을 자주 틀리게 불렀지.”
“그랬소. 만두라고도 했소.”
“그건 반응이 좋았소.”
“그대는 끝까지 반성이라는 걸 모르는군.”
명성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그런 손님이오.”
그리고 조금 뒤에 덧붙였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이름이 이기더군.”
만인은 사르키스 바르다니안의 문패를 떠올렸다.
“그렇소.”
명성은 문밖에 섰다.
“그럼 나는 여기서 노래하겠소. 너무 크게는 말고.”
여관 주인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명성은 살짝 인사했다.
“문패가 가리키는 이름을 틀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소.”
만인은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오.”
권력이 다가왔다.
그는 왕관을 들고 있지 않았다.
손에는 작은 열쇠만 있었다.
관청에서 만인이 받았던 열쇠.
열 수도, 닫을 수도 있는 것.
권력은 열쇠를 만인에게 내밀었다.
“돌려받겠다.”
만인은 그것을 보았다.
“이제 필요 없소?”
권력은 여관의 문을 보았다.
“이 문은 내가 여는 문이 아니다.”
만인은 열쇠를 내려놓았다.
“그럼 당신은 여기서 끝이오?”
권력은 대답했다.
“머리에 있을 때보다 손에 있을 때가 나았다.”
“칭찬이오?”
“기록이다.”
만인은 웃었다.
권력은 문 앞에서 멈췄다.
“내가 만든 길과 상처는 네 발밑에 남아 있다.”
“알고 있소.”
“잊지 마라.”
“잊지 않겠소.”
권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열쇠를 문 옆 고리에 걸었다.
그 고리에는 여러 열쇠가 걸려 있었다.
각각 다른 문을 열고 닫았던 열쇠들.
권력은 더 이상 만인의 뒤를 따라오지 않았다.
집 앞에서 만인을 따라왔던 가족과 친구의 그림자들이 문밖 먼 길에 나타났다.
여인.
아이.
문 안쪽에서 밥을 물었던 어머니.
술병을 들었던 친구.
그들은 문 앞까지 오지 않았다.
이미 각자의 집 앞에서 멈췄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마지막 여관이 가까워지자, 그들의 모습은 길 위에서 한 번 더 떠올랐다.
만인은 그들을 보고 손을 들었다.
아이도 손을 들었다.
친구는 술병을 흔들었다.
여인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소리는 닿지 않았다.
어머니의 목소리만은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밥은 먹었느냐.”
만인은 웃었다.
“먹었소.”
정말 먹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다.
사르키스 바르다니안의 문패도 먼 쪽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그 옆에는 작은 나무 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직 고쳐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바퀴 옆에는 작은 도구 상자가 놓여 있었다.
객석의 소피아가 그걸 보고 손을 꼭 쥐었다.
벨라가 말했다.
“끝난 뒤에 가라.”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고쳐라.”
“네.”
벨라는 무대 위 나무 말을 보았다.
“다만 새것처럼 만들지는 마라.”
소피아가 그녀를 보았다.
벨라는 말했다.
“흠집도 그 아이의 길이다.”
소피아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조용히 답했다.
“그러면 굴러가게만 고칠게요.”
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만인은 문 앞에 다시 섰다.
여관 주인은 작은 책상 뒤로 갔다.
그 책상 위에는 두꺼운 장부가 있었다.
하지만 그레이의 장부와는 달랐다.
그것은 사람을 분류하기 위한 장부가 아니었다.
방을 안내하기 위한 장부였다.
여관 주인은 책장을 펼쳤다.
“성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만인은 멈췄다.
“성함?”
“예.”
“나는 만인이오.”
여관 주인은 펜을 들었다.
“만인 님.”
“그게 이름이오?”
“오늘은 그렇습니다.”
만인은 잠시 웃었다.
“모두의 이름 같은데.”
“예.”
여관 주인은 부드럽게 말했다.
“모두의 이름을 잠시 입고 걸으셨으니까요.”
그는 장부에 적었다.
> 만인.
그 글자가 적히는 순간, 무대 위 하늘의 별들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별자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별빛 하나가 문 앞에 내려왔다.
만인은 문턱을 보았다.
“이제 들어가면 되는 거요?”
“예.”
“그런데 뭘 들고 가야 하오?”
여관 주인은 만인을 보았다.
“손님께서 걸어오신 것을요.”
만인은 손을 펼쳤다.
빈손이었다.
“없소.”
여관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손에 들린 것만 짐은 아닙니다.”
그는 만인의 신발을 보았다.
“신발에 묻은 흙.”
외투를 보았다.
“외투에 밴 땀과 비.”
만인의 얼굴을 보았다.
“눈가에 남은 눈물 자국.”
만인의 손을 보았다.
“붙잡았다가 놓은 손의 감각.”
그다음 목소리를 들었다.
“정확히 부른 이름.”
마지막으로 만인의 뒤에 놓인 길을 보았다.
“그리고 바라보았으나 닿지 못한 별빛.”
만인은 숨을 삼켰다.
여관 주인은 말했다.
“그것들이 손님께서 만든 삶의 궤적입니다.”
무대 위가 조용해졌다.
“재물도, 명성도, 권력도, 역할도, 왕관도, 짐도, 남에게 돌려주어야 할 책임도 모두 문밖에 내려놓으실 수 있습니다.”
여관 주인은 아주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하지만 걸어오신 길은 내려놓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만인은 눈을 감았다.
시장.
빵.
광장.
이름.
관청.
왕관.
집.
손.
성문.
문패.
전언.
편지.
비.
의자.
차.
별.
모든 것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완전하지 않은 길이었다.
잘못한 일도 있었다.
늦은 말도 있었다.
놓친 손도 있었다.
끝내 닿지 못한 꿈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길이었다.
만인은 눈을 떴다.
“그럼 마지막 여관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내가 만든 길이오?”
여관 주인은 고개를 숙였다.
“예.”
“포장한 죽음이 아니라?”
“예.”
“멋지게 정리한 이름도 아니고?”
“예.”
“실패 없는 삶도 아니고?”
“그런 손님은 거의 오시지 않습니다.”
만인은 웃었다.
“그렇겠군.”
여관 주인은 정중히 말했다.
“손님께서 걸으신 길이면 충분합니다.”
객석의 그레이는 그 말을 듣고 장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한 줄을 적었다.
> 마지막 여관에 제출하는 것은 이력서가 아니라 궤적.
잠시 뒤, 그녀는 그 문장 옆에 덧붙였다.
> 단, 이름은 정확히 확인할 것.
푸리나는 그걸 보고 작게 웃었다.
“그레이답네.”
그레이는 진지하게 말했다.
“중요합니다.”
“응. 알아.”
아레는 조용히 무대 위 문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사르키스의 문패와 만인의 문턱이 함께 보였다.
죽은 자를 붙잡는 일.
죽은 자를 기억하는 일.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는 일.
그리고 그 이름이 산 자의 길을 조금 바꾸는 일.
아레는 낮게 말했다.
“떠난 이를 다시 파내어 움직이는 것과,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다릅니다.”
푸리나는 그녀를 보았다.
아레는 계속 말했다.
“오늘 저 문은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죽은 자를 살렸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산 자의 박수를 위해 망자를 끌어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방을 안내했고, 나들이를 허락했고, 돌아오게 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좋은 예법이었습니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레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리고 그대의 극도, 오늘은 침묵을 삼키지 않았습니다.”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아레는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박수가 silence를 덮지 않았습니다. 문패가 있었고, 이름이 있었고, 잠시 멈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니 오늘의 박수는 조금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푸리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아레식의 칭찬이었다.
그것도 아주 큰.
레이튼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부드럽게 웃었다.
“좋은 답에 도달하셨군요.”
아레가 그를 보았다.
“답입니까?”
레이튼은 모자를 살짝 기울였다.
“아니면, 다음 질문의 문턱일지도요.”
푸리나는 웃었다.
“레이튼, 지금은 그 말 어울려.”
레이튼은 정중하게 답했다.
“영광입니다.”
하융은 무대 위 만인의 뒤에 겹친 가능성들을 보았다.
많은 길들이 문턱 앞에서 사라졌다.
별에 닿으려다 꺾인 길.
고통 속에 주저앉은 길.
편지를 보내지 않은 길.
이름을 부르지 못한 길.
항아리를 끝까지 열지 않은 길.
하지만 그 길들은 패배의 잔해처럼 보이지 않았다.
선택된 길을 둘러싼 죽은 세계의 창들처럼, 마지막으로 빛을 비추고 있었다.
하융은 낮게 말했다.
“이 세계를 택했구려.”
그레이가 그를 보았다.
하융은 무대 위 만인을 보았다.
“저 이는 모든 길을 살릴 수 없었소. 허나 지금 문 앞에 선 길은, 저이가 계속 택한 길이오.”
푸리나는 조용히 물었다.
“그럼 선택되지 않은 길들은?”
하융은 잠시 침묵했다.
“사라지지는 않소. 비껴간 창 너머에 남아, 때때로 묻겠지. 왜 이 길이었느냐고.”
그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오늘은 답할 수 있겠소. 이 길로 여기까지 왔다고.”
레이튼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하융은 말했다.
“아직 훌륭하다 하기에는 이르오.”
“왜 그렇습니까?”
“문은 아직 열렸으나, 들어가지는 않았소.”
레이튼은 즐거운 듯 웃었다.
“참으로 좋은 지적입니다.”
알토는 무대 위 장부와 여관 주인을 보고 있었다.
아카식은 옆에서 조용히 펜을 들고 있었다.
“어때?”
아카식이 물었다.
알토는 말했다.
“기록과 다릅니다.”
“어떻게?”
“기록은 남깁니다. 저 장부는 안내합니다.”
아카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토는 무대 위 만인을 보았다.
“하지만 닮은 점도 있습니다.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 문을 열지 않습니다. 길을 지우지 않습니다. 선택을 존중하되, 책임을 흐리지 않습니다.”
아카식은 미소 지었다.
“그 주인장답지.”
알토는 잠시 침묵했다.
“오래 아신 겁니까?”
“오래 봤지.”
“친분이 있으십니까?”
아카식은 웃었다.
“친분이라고 써도 되려나?”
알토는 건조하게 말했다.
“관계 정의는 당사자 확인 후 기록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하. 알토답네.”
아카식은 무대 위 여관 주인을 보았다.
“저쪽은 길이 끝난 손님을 맞이하고, 나는 길이 남긴 흔적을 본다. 서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가끔 같은 문 앞에 서게 돼.”
알토는 말했다.
“여관과 기록은 닮았습니다.”
“어디가?”
“둘 다 잊히지 않게 합니다. 다만 기록은 사라진 것을 붙잡고, 여관은 지친 것을 쉬게 합니다.”
아카식은 조용히 웃었다.
“좋은 말이네.”
“기록하셔도 됩니다.”
아카식이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알토는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번에는 허락입니다.”
아카식은 아주 즐겁게 기록했다.
> 기록은 사라진 것을 붙잡고, 여관은 지친 것을 쉬게 한다.
타마르 여왕은 만인의 문턱을 보며 찻잔을 들었다.
“마침내 포도밭 끝의 문이군요.”
그녀의 목소리는 나른하고 부드러웠다.
“길 위의 먼지, 비, 피, 눈물, 별빛까지 모두 익어 한 잔의 술이 되는 때가 있답니다.”
요안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죽음이 무섭지 않게 되는 건가요?”
타마르는 그녀를 보았다.
“무서울 수 있지요, 어린양.”
그녀는 웃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을 힘차게 걷는 것이지, 죽음이 무섭지 않아서 걷는 것은 아니랍니다.”
요안나는 무대 위 여관 문을 보았다.
타마르는 계속 말했다.
“마지막 여관은 삶을 부정하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길이 끝났기에, 길이 있었다는 것을 가장 정중히 받아주는 곳이지요.”
미하일라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내렸다.
왕관도, 전쟁도, 칙령도 마지막 방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왕관으로 지은 길은 남는다.
활로 끝낸 전쟁과, 끝내지 못한 전쟁과, 그 사이에서 죽은 이름들도 남는다.
요안나가 낮게 물었다.
“폐하. 황제도 마지막에는 손님이 되나요?”
미하일라는 대답했다.
“그래.”
“그럼 황제는 무엇을 들고 들어가나요?”
미하일라는 무대 위 문을 보았다.
“황제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황제로 무엇을 했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짐이 쏜 화살, 짐이 멈춘 전쟁, 짐이 끝내 막지 못한 피, 짐이 지키려 한 식탁. 그런 것들이겠지.”
루나리아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폐하께서 끝내 쉬셨던 날도 들어가야 합니다.”
라플리가 바로 말했다.
“희귀 기록이겠네.”
카를로타가 담담히 덧붙였다.
“보존 가치가 높습니다.”
미하일라는 둘을 보았다.
“너희는 오늘도 훌륭하게 불경하구나.”
요안나가 웃음을 참았다.
그 웃음은 작았지만, 이 장면에서 필요했다.
마지막 문 앞에서도 사람은 웃을 수 있다.
그것이 여관이었다.
호흐마이스터는 문턱을 보았다.
그녀에게 마지막 여관의 문은 성문과 달랐다.
성문은 막기 위해 닫는다.
수도원의 문은 규율을 위해 닫는다.
기사단의 문은 서약을 위해 닫는다.
하지만 저 문은 쉬기 위해 열린다.
호흐마이스터는 낮게 말했다.
“갑주는 못 들어가겠군요.”
아스트리트가 그녀를 보았다.
호흐마이스터는 자기 장갑 낀 손을 보았다.
“죄악의 갑주도, 기사단장의 인장도, 호흐마이스터의 명령권도 문 앞에서 내려놓게 되겠지요.”
“그럼 무엇이 남습니까?”
호흐마이스터는 오래 대답하지 않았다.
“사랑한 땅.”
그녀는 아주 낮게 말했다.
“그 땅을 위해 지은 죄. 그 죄로 지킨 아이들. 그리고 용을 밟았다고 믿으면서, 스스로도 용의 피를 두려워했던 길.”
그녀의 황금빛 눈이 무대 위 여관 주인을 향했다.
“저 주인장은 면죄하지 않습니다.”
아스트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믿을 수 있습니까?”
“예.”
호흐마이스터는 말했다.
“면죄하지 않는 여관이라면, 죄인도 거짓말을 덜 할 수 있습니다.”
민다우가스는 문턱을 보며 팔걸이를 두드렸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눈은 차가웠다.
“마지막에는 모두 손님이라.”
아스테르다스가 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마음에 든다.”
민다우가스는 뜻밖에 그렇게 말했다.
“손님이 된다는 것은, 그때까지는 주인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아스테르다스는 미소 지었다.
“각하답게 해석하시는군요.”
민다우가스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죽음 앞에서 겸손만 배우는 왕은 쓸모가 없다.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할지 배워야지.”
그는 무대 위 만인의 신발을 보았다.
“마지막에 궤적만 남는다면, 더더욱 똑바로 걸어야 한다. 그러나 똑바른 길이 늘 깨끗한 길은 아니겠지.”
아스테르다스는 별빛을 보았다.
“그래서 별이 필요합니다.”
“그래. 그리고 진흙길을 계산할 눈도 필요하다.”
민다우가스의 웃음에는 여전히 차가운 현실감이 있었다.
“좋은 극이다. 사람을 흐리게 하지 않고, 더 냉정하게 만든다.”
아스테르다스는 조용히 답했다.
“그리고 조금 더 고개를 들게도 하지요.”
“그 정도면 충분하다.”
무대 위 만인은 문턱 앞에서 여관 주인을 보았다.
“들어가기 전에 하나 묻겠소.”
“예, 손님.”
“당신은 누구요?”
객석이 조용해졌다.
이 질문은 오래 미뤄져 있었다.
시장에서도, 광장에서도, 관청에서도, 집 앞에서도, 성문에서도, 전언의 방에서도, 비 오는 골짜기에서도, 별 아래 언덕에서도.
여관 주인은 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손님에게 먼저 이름을 묻고, 문패를 닦고, 등불을 들고, 우산을 건네고, 의자를 내주고, 차를 내릴 뿐이었다.
만인은 다시 물었다.
“그저 여관 주인이오?”
여관 주인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은 길었다.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것은 손님이 스스로 답을 준비할 시간을 주는 침묵이었다.
그리고 여관 주인이 말했다.
“예.”
만인은 눈을 깜빡였다.
“그게 전부요?”
“손님께서 그렇게 불러주시면 충분합니다.”
객석의 타마르가 미소 지었다.
아카식은 조용히 웃었다.
아레는 고개를 숙였다.
푸리나는 숨을 멈췄다.
여관 주인은 만인을 향해 정중히 말했다.
“긴 길을 걸어오신 분들께 잠시 쉴 방을 내어드리는 자입니다.”
그는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비를 맞은 분께 수건을, 떨리는 분께 찻잔을, 이름을 잃은 분께 문패를, 길을 잃은 분께 등불을 드리는 자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공손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착하신 손님께 말씀드리는 자입니다.”
여관 주인은 만인을 보았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잠깐 쉬어 가시죠.”
그 순간, 무대 위의 작은 여관이 아주 조금 깊어졌다.
크기가 커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문 너머에 수많은 방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각자의 방.
왕의 방.
농부의 방.
병사의 방.
아이의 방.
길 잃은 자의 방.
이름을 되찾은 자의 방.
끝내 이름을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손님으로 들어온 자의 방.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의 방.
만인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고맙소.”
여관 주인은 말했다.
“천만에요.”
만인은 문턱을 넘으려 했다.
그때 꿈, 방황, 도달, 재물, 명성, 권력, 전언의 방의 말들, 비 오는 골짜기의 배우들, 집 앞의 사람들, 사르키스의 문패, 시장 아이의 빵 조각, 관청의 열쇠, 별빛까지 모두 조용히 무대 뒤쪽에 모였다.
그들은 함께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사라지지도 않았다.
만인은 문턱에서 뒤돌아보았다.
“이것들이 전부 내 길이었소?”
여관 주인은 대답했다.
“예.”
“좋은 길이었소?”
여관 주인은 잠시 생각했다.
“손님께서 걸으신 길이었습니다.”
만인은 그 대답에 웃었다.
“주인장은 끝까지 평가를 안 해주는군.”
“평가는 손님께 너무 무겁고, 면죄는 너무 가벼울 때가 많습니다.”
“그럼?”
“저는 방을 안내합니다.”
만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소.”
그는 문턱을 넘었다.
문이 닫히지는 않았다.
만인은 여관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갔다.
그 순간 무대 위의 모든 소리가 잠시 멈췄다.
박수도 없었다.
음악도 없었다.
말도 없었다.
오직 침묵.
아레가 그 침묵을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 침묵은 죽은 자를 덮어버리는 침묵이 아니었다.
박수에 밀려난 침묵도 아니었다.
자리였다.
이름이 놓일 자리.
쉬어갈 자리.
울어도 되는 자리.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푸리나는 무대 뒤에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아직 박수는 아니었다.
그녀는 먼저 침묵을 세웠다.
관객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왕들도, 장군들도, 성직자들도, 기사들도, 기록자들도, 배우들도, 가신들도.
아카식은 펜을 멈췄다.
알토는 기록장을 덮었다.
그레이는 장부 위에 손을 얹었다.
레이튼은 모자를 내려 눈을 가렸다.
하융은 비껴간 창 너머의 가능성들을 잠시 닫았다.
아레는 침묵을 지켰다.
타마르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미하일라는 고개를 숙였다.
호흐마이스터는 장갑 낀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민다우가스도 웃지 않았다.
레플리카는 눈을 내렸다.
알렉산드리나는 아직 오지 않은 새벽을 기다렸다.
가브리엘라는 창문을 닫지 않았다.
스토얀카는 손을 거두었다.
소피아는 나무 말을 떠올렸다.
죠니는 없었다.
그는 아직 길 위에 있었다.
편지를 들고.
그 부재마저도 이 침묵의 일부였다.
그리고 침묵이 충분히 앉았을 때.
푸리나는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관객석을 향해 서지 않았다.
먼저 무대 위 마지막 여관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다음, 문턱을 넘어간 만인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말했다.
“막은 닫혔으니.”
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극장 전체에 닿았다.
“그 별빛 아래.”
하늘의 별이 한 번 더 빛났다.
“궤적에 박수를.”
그 말이 끝나자, 박수가 터지지 않았다.
아직 아니었다.
푸리나는 손을 들어 관객을 막지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
침묵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숨을 쉬었다.
그리고 맨 처음 박수는, 아주 작았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시장의 아이였고, 어쩌면 요안나였고, 어쩌면 소피아였고, 어쩌면 이름을 되찾지 못한 문패들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짝.
작은 소리.
그다음 또 하나.
짝.
그리고 또 하나.
짝.
박수는 천천히 번졌다.
광장의 소음처럼 덮치지 않았다.
명성의 노래처럼 이름을 삼키지 않았다.
죽은 자의 침묵을 몰아내지 않았다.
침묵 위에 조심스럽게 놓였다.
마치 문패 옆에 꽃을 한 송이 두듯이.
마치 젖은 손에 따뜻한 찻잔을 쥐여주듯이.
마치 먼 길을 걸어온 신발의 흙을 털어주듯이.
박수는 커졌다.
그러나 그 안에는 침묵이 남아 있었다.
아레는 그 박수를 듣고 눈을 떴다.
“이 정도라면.”
그녀는 낮게 말했다.
“괜찮겠지요.”
푸리나는 그 말을 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쩐지, 그녀는 무대 위에서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그레이는 장부에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 만인: 입실.
소지품: 없음.
동반 궤적: 확인됨.
박수: 침묵 이후 시행.
잠시 뒤, 그녀는 아주 작게 덧붙였다.
> 재발 방지 조치: 계속.
레이튼은 그 문장을 보고 미소 지었다.
“역시 그레이 양답습니다.”
그레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필요합니다.”
“예. 필요하지요.”
아카식은 기록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알토가 물었다.
“기록하지 않으십니까?”
아카식은 무대 위 박수를 보았다.
“조금 있다가.”
알토는 그를 보았다.
아카식은 웃었다.
“가끔은 박수가 먼저야.”
알토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외로 인정합니다.”
“고마워.”
“상시 적용은 아닙니다.”
“알고 있어.”
여관 주인은 무대 위 마지막 여관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박수를 받는 배우처럼 인사하지 않았다.
그저 문 앞을 정리했다.
항아리를 문 옆에 반듯하게 놓고, 길값 상자의 뚜껑을 닫고, 열쇠들을 정돈하고, 문패를 확인했다.
그다음 객석을 향해 아주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혹시 기호하는 차가 있으신지요?”
그의 목소리는 박수 사이로 잔잔하게 번졌다.
“제 여관에는 대부분 구비되어 있으니까요.”
그 말에 몇몇 관객은 웃었고, 몇몇 관객은 울었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며 눈가를 문질렀다.
“마지막에 장사를 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말했다.
“여관 주인이시니까요.”
하융은 낮게 웃었다.
“좋은 끝이오.”
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안식입니다.”
그레이는 말했다.
“좋은 정리입니다.”
죠니는 여전히 없었다.
하지만 극장 바깥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한 번 들린 듯했다.
탁.
탁.
탁.
푸리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도착할까?”
레이튼은 물었다.
“편지가 말입니까?”
“응.”
레이튼은 무대 위 마지막 여관과 극장 밖의 밤을 번갈아 보았다.
“보내지 않았으면 도착하지 않았겠지요.”
푸리나는 웃었다.
“그건 주인장 말이잖아.”
“좋은 말은 인용되는 법입니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직 늦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녀는 다시 무대를 보았다.
박수는 이제 극장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박수 안에는 이름들이 있었다.
사르키스 바르다니안.
아람 바르다니안.
만인.
그리고 아직 되찾지 못한 이름들.
푸리나는 알았다.
이 극은 끝났지만, 조치는 남았다.
나무 말도 고쳐야 하고, 문패도 더 닦아야 하고, 편지도 보내야 하고, 성문 교대 체계도 바꿔야 하며, 누군가는 비 오는 골짜기에 의자를 더 가져다 놓아야 한다.
막은 닫혔다.
하지만 삶은 계속된다.
그래서 박수는 장례가 아니라, 배웅이었다.
마지막 여관의 등불이 천천히 낮아졌다.
문 안쪽에서는 따뜻한 차 냄새가 났다.
그리고 무대 위, 마지막으로 남은 팻말 하나가 빛을 받았다.
> 손님께서 걸어오신 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문장이 사라지자, 막이 완전히 내려왔다.
10막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