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82여관◆zAR16hM8he(ca47ad90)2026-05-12 (화) 21:45:44
《한여름 밤의 군주들》

5장. 새벽이 오기 전에, 왕관은 다시 무거워진다

숲은 길을 돌려주었다.

하지만 아무도 곧장 돌아오지 못했다.

질문이 끝났다고 해서, 대답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질문을 받은 자들은 저마다 조금씩 늦게 걸었다.

민다우가스는 하프를 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쥐고 있던 물건이었다.
무기처럼 쓸 수 있는지부터 계산했던 소품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그것을 버리지 않았다.

“그 물건, 마음에 드셨습니까?”

푸리나가 물었다.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었다.

“하하! 마음에 든다고 하기에는 아직 시끄러운 나무토막이지.”

그는 현을 한 번 튕겼다.

이번에는 아주 조금 나은 소리가 났다.

“하지만 쓸모는 있다. 왕이 못하는 것을 사람들 앞에서 들키는 것도, 가끔은 나라에 도움이 되지.”

“정말?”

“물론이다. 다만 너무 자주 들키면 권위가 무너진다.”

그는 웃으며 하프를 어깨에 걸쳤다.

“그러니 연습은 숲속에서 하겠다. 청중은 늑대와 배신하지 않는 참모 정도면 충분하지.”

푸리나는 손뼉을 쳤다.

“좋아! 다음 공연에는 민다우가스 대공의 독주회를—”

“선전포고라고 했다.”

“아. 맞다.”

민다우가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무대 뒤의 작은 아이들에게 닿아 있었다.

은꽃을 든 아이들.
고양이 왕 인형을 든 아이들.
종이 왕관을 서로 바꿔 쓰며 웃는 아이들.

민다우가스는 낮게 말했다.

“노래는 지켜야 한다.”

푸리나는 그 말을 들었다.

민다우가스는 이어 말했다.

“노래만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하지만 지킬 노래가 없는 나라는, 이겨도 이미 죽은 나라다.”

그리고 그는 푸리나를 보았다.

“좋은 장난이었다, 킬리키아의 여왕.”

“칭찬이지?”

“칭찬이다.”

그는 웃었다.

“동시에 경고다. 이런 장난은 왕들의 심장을 건드린다. 다음에도 하려면, 찌르는 깊이를 계산해라.”

푸리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건 그레이가 해줄 거야!”

무대 아래에서 그레이가 고개를 들었다.

“폐하, 방금 제게 매우 위험한 업무를 추가하셨습니다.”

“그레이는 할 수 있어!”

“그 말이 점점 무서워지고 있습니다.”

죠니가 옆에서 말했다.

“처음부터 무서웠어.”

그레이는 부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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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빛 길에서 돌아온 미하일라와 요안나는 말이 적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 나왔지만, 손을 잡고 있지는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두 사람다웠다.

요안나는 별등불을 들고 있었고, 미하일라는 빈손이었다.

빈손.

그 사실을 깨달은 푸리나는 순간적으로 말을 멈췄다.

미하일라의 손은 늘 무언가를 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활이 없을 때도.
칙령이 없을 때도.
왕관을 쓰고 있지 않을 때도.

그런데 지금은 정말로 빈손이었다.

요안나가 먼저 말했다.

“폐하, 괜찮으세요?”

미하일라는 잠시 생각했다.

“괜찮다고 말하면 거짓이겠지.”

요안나는 가만히 기다렸다.

미하일라는 낮게 덧붙였다.

“그렇다고 무너진 것도 아니다.”

“그럼요?”

“기록할 수 있는 상태다.”

요안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건 알토식 표현 같아요.”

“그렇다면 감점이군.”

“저는 좋아요.”

미하일라는 요안나를 보았다.

그 시선에는 황제의 위엄과, 죄를 안고 사는 사람의 무게와, 그것을 절대 가볍게 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함께 있었다.

“요안나.”

“네.”

“오늘 밤의 칙령은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요안나는 조금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미하일라는 말을 이었다.

“공식 기록으로 남기기에는 지나치게 사적인 명령이다.”

요안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제가 기억할게요.”

미하일라의 눈매가 아주 조금 풀렸다.

“그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알아요.”

“그대는 너무 쉽게 위험한 말을 한다.”

“평화도 위험하니까요.”

미하일라는 짧게 웃었다.

이번에는 숨기지 않았다.

“그래. 그대의 위험은 늘 그렇게 생겼지.”

그때 아카식이 객석에서 손을 들었다.

“기록하지 말라는 말까지 기록해도 될까?”

알토가 옆에서 말했다.

“안 됩니다.”

“왜?”

“방금은 기록보다 신뢰가 우선입니다.”

아카식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알토가 그런 말을 하다니.”

“기록하십시오.”

“그래도 돼?”

“그 부분만.”

미하일라는 둘을 보며 낮게 말했다.

“기록의 성좌와 그 대리자는 매우 피곤한 손님이군.”

요안나가 웃었다.

“그래도 필요한 손님이죠.”

미하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하지 않겠다.”

그리고 그녀는 푸리나 쪽으로 걸어왔다.

푸리나는 장난스럽게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미하일라 폐하! 오늘 밤의 요정 여왕 연기는 어땠습니까?”

미하일라는 푸리나를 잠시 보았다.

공적인 얼굴이었다.

“소란스럽고, 위험하고, 지나치게 즉흥적이었다.”

푸리나는 시무룩한 척했다.

“그럼 실패?”

“아니다.”

미하일라는 아주 천천히 말했다.

“희극은 짐이 생각한 것보다 오래 남는군.”

그 말은 칭찬이었다.

푸리나는 바로 알아들었다.

“그렇지?”

“자만하지 마라.”

“이미 조금 했는데!”

“그럼 줄여라.”

“노력해볼게!”

미하일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 대답이 가장 신뢰하기 어렵다.”

요안나가 조용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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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4세는 무대 가장자리에서 작은 벽돌을 주워 들었다.

그 벽돌은 원래 가벼운 소품이었다.
나무에 색을 칠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벨라가 손에 쥐자, 그것은 정말 성벽의 일부처럼 보였다.

소피아가 곁에 섰다.

“어머니, 그걸 가져가실 건가요?”

“가져간다.”

“무대 소품인데요.”

“무대도 기억을 담는다.”

벨라는 벽돌을 천천히 손바닥 위에서 굴렸다.

“헝가리의 성벽도 처음에는 한 조각이었다. 돌 하나. 말뚝 하나. 사람이 다시 살겠다고 박은 첫 번째 기둥 하나.”

소피아는 조용히 들었다.

벨라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너는 언젠가 많은 것을 받게 된다.”

“왕관이요?”

“왕관도.”

벨라는 짧게 답했다.

“하지만 먼저 받는 것은 잔해다. 무너진 것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는 눈. 다시 쌓을 손. 무서움을 인정하는 입.”

소피아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서우면 안 되는 줄 알았어요.”

벨라는 딸을 보았다.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무서워해라.”

소피아가 놀라 그녀를 보았다.

벨라는 계속했다.

“무서움을 모르는 자는 문을 만들지 않는다.
불을 모르는 자는 물을 준비하지 않는다.
몽골을 보지 않은 자는 성벽의 높이를 가볍게 말한다.”

그녀는 손에 든 벽돌을 소피아에게 건넸다.

“왕관은 무서움을 없애지 않는다.
다만 무서워도 물러나지 못하게 한다.”

소피아는 두 손으로 벽돌을 받았다.

무거운 물건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조금 휘청였다.

벨라는 손을 뻗어 딸의 팔을 받쳐주었다.

“천천히 들어라.”

“네.”

“처음부터 전부 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떨어뜨리지는 마라.”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레이도 말없이 장부 한쪽에 무언가를 적었다.

죠니가 물었다.

“뭐 적어?”

그레이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무대 소품 반출.”

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적이네.”

“그리고…….”

그레이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기억 보존.”

죠니는 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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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자는 돌아오자마자 은꽃들을 확인했다.

아이들 손에 들린 꽃.
무대 바닥에 핀 꽃.
호흐마이스터의 갑주에 꽂힌 꽃.

마지막 것을 본 라이자는 활짝 웃었다.

“아직 있네!”

호흐마이스터는 차분히 대답했다.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응. 그래서 안 뺀 거지?”

“그렇습니다.”

“정말 그 이유뿐이야?”

호흐마이스터는 잠시 침묵했다.

라이자는 기다렸다.

한참 뒤, 호흐마이스터가 말했다.

“시야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라이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거 아까도 했던 말인데.”

“중요한 조건입니다.”

“그리고?”

호흐마이스터는 관객석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은꽃을 들고 웃는 아이들.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

그녀는 아주 낮게 말했다.

“그리고…… 빼야 할 이유가 부족했습니다.”

라이자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아. 오늘은 그 정도로 해줄게.”

호흐마이스터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라이자는 갑자기 그녀를 안았다.

호흐마이스터의 몸이 굳었다.

완전히 굳었다.

“라이자 전하.”

“응.”

“갑주가 단단합니다.”

“알아.”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괜찮아.”

“전술적으로—”

“기분은 좋을 수 있잖아.”

호흐마이스터는 입을 다물었다.

라이자는 아주 조금 더 안았다가 놓아주었다.

“이제 됐어.”

호흐마이스터는 한 걸음 물러났다.

“무방비한 행동입니다.”

라이자는 웃었다.

“그런데 막지 않았잖아.”

“위협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음에도 해도 돼?”

호흐마이스터는 정말 오래 침묵했다.

푸리나와 죠니, 그레이까지 조용히 그 답을 기다렸다.

마침내 호흐마이스터가 말했다.

“사전에 고지해주신다면.”

라이자는 환하게 웃었다.

“그거 허락이지?”

“절차적 허가입니다.”

“허락이네!”

푸리나가 작게 박수를 쳤다.

죠니는 낮게 말했다.

“오늘 제일 큰 진전이 저거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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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의 세 차르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돌아왔다.

레플리카는 검은 먼지를 어깨에 두른 채였다.
알렉산드리나는 종이 왕관을 여전히 쓰고 있었다.
스토얀카는 가시꽃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세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있었다.

평화로운 침묵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 칼이 나올 침묵도 아니었다.

푸리나는 그 차이를 구분했다.

“괜찮아?”

레플리카가 먼저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지쳐 있었지만 단단했다.

“이 숲은 무례하지만, 무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알렉산드리나는 웃었다.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종이 왕관의 품질만 빼면요.”

푸리나는 가슴을 폈다.

“그건 개선할게!”

스토얀카는 가시꽃을 빙글 돌렸다.

“나는 별로였어.”

레플리카가 그녀를 보았다.

스토얀카는 웃었다.

“너무 얌전했거든. 꽃이 피려다 말았어.”

레플리카는 낮게 말했다.

“그편이 낫습니다.”

“너한테는 그렇겠지.”

스토얀카는 알렉산드리나를 보았다.

“가짜 왕.”

알렉산드리나는 고개를 돌렸다.

“척추의 꽃.”

“너는 정말 오래 버티네.”

“버텨야 하니까요.”

“언제까지?”

알렉산드리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종이 왕관을 손끝으로 만졌다.

“새벽이 올 때까지.”

스토얀카는 웃었다.

“새벽은 매일 와. 그래서 매일 끝나지.”

“그래서 매일 다시 시작합니다.”

레플리카가 조용히 덧붙였다.

“그리고 그 사이의 밤을 견디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 사람은 서로를 보았다.

그 짧은 순간, 불가리아의 내전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잠깐, 세 사람은 서로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았다.

고통을 줄이려는 자.
고통을 딛고 새벽을 향하는 자.
고통을 꽃피우려는 자.

푸리나는 그 침묵을 끊지 않았다.

그건 그녀의 무대가 아니라, 그들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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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르 여왕은 가장 늦게 돌아왔다.

황혼의 포도향이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

그녀는 여전히 느긋했고, 여전히 우아했으며, 여전히 이미 죽은 자처럼 부드러웠다.

푸리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다가갔다.

“타마르.”

“네, 어린양.”

“아까 그 말.”

“어느 말일까요?”

“막이 닫힌 자에게는 방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말.”

타마르는 미소 지었다.

“기억하고 있군요.”

“응.”

푸리나는 조금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자꾸 사람들을 무대에 올리려고 해. 그게 좋은 일이라고 믿고 있고.”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모두가 아직 올라오고 싶은 건 아니겠지.”

“그렇답니다.”

타마르는 포도주잔을 천천히 돌렸다.

“어떤 이는 객석에서 쉬고 싶고, 어떤 이는 커튼 뒤에서 울고 싶고, 어떤 이는 이미 막이 닫혔으니 조용한 방을 원하지요.”

푸리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내가 실수할 수도 있겠네.”

타마르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대는 이미 많이 실수하고 있답니다.”

푸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 바로?”

“그렇지만 괜찮답니다.”

타마르는 손을 뻗어 푸리나의 삐뚤어진 요정 날개를 바로잡아 주었다.

“실수하지 않는 극장주는 없지요. 중요한 것은, 배우가 다쳤을 때 막을 잠시 내릴 줄 아는가입니다.”

푸리나는 조용히 물었다.

“나는 할 수 있을까?”

타마르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은 황혼처럼 깊었다.

“배우를 사랑한다면, 언젠가는 배우가 쉬는 것도 사랑하게 되겠지요.”

푸리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여관의 성좌가 찻잔을 들고 다가왔다.

“조금 더 드시겠습니까?”

푸리나는 찻잔을 보았다.

“저요?”

“예.”

“아까 마셨는데?”

“쉬는 것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죠니가 옆에서 말했다.

“좋은 말이네. 얘한테 하루에 다섯 번쯤 해줘.”

푸리나가 고개를 돌렸다.

“죠니!”

“왜. 맞잖아.”

그레이가 조용히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레이튼도 미소 지었다.

“저 역시 반박하기 어렵군요.”

하융은 한술 더 떴다.

“반박한 가능성도 보았으나, 모두 실패했소.”

푸리나는 배신당한 얼굴로 모두를 보았다.

“너희들……!”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배우가 쉬는 것도 사랑하라며.”

푸리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리고 결국 찻잔을 받았다.

“좋아. 이번 장면은 내가 진 걸로 해줄게.”

죠니가 말했다.

“좋은 패배네.”

“고기파이 하나 차감.”

“그건 비겁하지.”

“예술적 보복이야.”

“그 말도 점점 위험해져.”


---

그러나 숲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질문을 받은 왕관들은 돌아왔다.

하지만 무대 한가운데에는 아직 무언가 남아 있었다.

빈 왕관들이었다.

처음에 군주들이 객석에 맡겨두었던 왕관들.

헝가리의 왕관.
리투아니아의 대공관.
니케아의 자주빛 관.
조지아의 황혼빛 관.
보헤미아의 은꽃 관.
불가리아의 세 종이와 철과 가시의 관.
튜튼의 검은 십자가.
킬리키아의 푸른 무대관.

그것들이 무대 중앙에 하나씩 놓였다.

푸리나는 그 광경을 보았다.

“어…… 내가 저렇게 배치했나?”

그레이가 바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렇지?”

“네.”

레이튼이 조용히 말했다.

“마지막 질문이군요.”

하융은 창호 너머를 보았다.

“이 질문은 여러 가능성에서 피했소.”

“피하면 어떻게 돼?”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대답했다.

“공연은 아름답게 끝났소.”

잠시 침묵.

죠니가 물었다.

“근데?”

“왕들은 서로를 조금 덜 이해한 채 돌아갔소.”

푸리나는 왕관들을 보았다.

숲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왕관은 다시 써야 하는가?

그 질문은 단순했다.

그래서 더 무거웠다.

한여름 밤의 꿈은 끝나가고 있었다.

왕들은 배우가 되었고, 웃었고, 풍자당했고,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새벽이 오면 그들은 돌아가야 했다.

전쟁으로.
궁정으로.
장부로.
요새로.
내전으로.
동맹으로.
몽골의 말발굽이 다가오는 현실로.

왕관을 벗은 밤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왕관을 벗은 채로는 백성을 지킬 수 없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벨라였다.

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자신의 왕관 앞에 섰다.

“써야 한다.”

짧은 대답이었다.

“무겁기 때문에.”

그녀는 왕관을 들었다.

“무거운 것을 피하면, 그 무게는 약한 사람에게 떨어진다.”

벨라는 왕관을 썼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다시 보지 않겠다.”

그다음은 민다우가스였다.

그는 웃으며 자기 관을 집어 들었다.

“당연히 써야지.”

그는 머리 위에 관을 얹었다.

“왕관은 사냥감이 아니다. 버리고 도망칠 물건도 아니지.
왕관은 미끼이자 깃발이고, 때로는 적의 시선을 끌어 백성을 숲으로 숨기는 도구다.”

그는 크게 웃었다.

“다만 쓰는 자가 왕관에 잡아먹히면, 그때는 누가 사냥감인지 모르게 된다.”

미하일라는 자기 자주빛 관 앞에 섰다.

그녀는 곧장 쓰지 않았다.

한동안 바라보았다.

요안나는 그녀 옆에 섰다.

미하일라는 말했다.

“써야 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황제의 것이었다.

“짐의 죄가 왕관을 더럽혔다 해도, 더럽다는 이유로 그것을 바닥에 둘 수는 없다.
바닥에 놓인 황권은 가장 먼저 폭력의 손에 들린다.”

요안나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같이 들까요?”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요안나는 미소 지었다.

“무거우니까요.”

미하일라는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좋다.”

두 사람은 함께 자주빛 관을 들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머리에만 얹히는 관이 아니었다.

원죄 위에 선 공동황제의 관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순간, 둘은 같은 무게를 보고 있었다.

라이자는 은꽃 관을 집어 들었다.

“나도 쓸래.”

그녀는 웃었다.

“모두를 안아주려면 두 손이 필요하니까, 왕관은 머리에 얹어야지.”

호흐마이스터가 말했다.

“목에 부담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럼 가끔 내려놓을게.”

호흐마이스터는 잠시 침묵했다.

“좋은 판단입니다.”

라이자는 그녀를 보았다.

“너도 가끔 갑주 내려놔.”

호흐마이스터는 자기 검은 십자가 앞에 섰다.

“그것은 어렵습니다.”

“어렵지, 불가능은 아니잖아.”

호흐마이스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십자가를 들어 올렸다.

“저는 이것을 씁니다.”

그녀는 말했다.

“용서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아주 작게 덧붙였다.

“그리고…… 꽃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라이자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불가리아의 세 관 앞에서는 침묵이 길었다.

레플리카는 검은 관을 보았다.

알렉산드리나는 종이 왕관을 보았다.

스토얀카는 가시관을 보았다.

세 사람은 동시에 손을 뻗지 않았다.

먼저 레플리카가 말했다.

“저는 고통을 왕좌에 앉히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검은 관을 들었다.

“그러나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서기 위해, 이 관은 쓰겠습니다.”

알렉산드리나는 종이 왕관을 들어 올렸다.

“저는 가짜입니다.”

그녀는 웃었다.

“그러니 매일 증명하겠습니다.”

스토얀카는 가시관을 손끝으로 돌렸다.

“나는 꽃을 피울 거야.”

레플리카가 말했다.

“사람을 찢으며 피우는 꽃이라면 막겠습니다.”

“해봐.”

스토얀카는 가시관을 썼다.

“내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알렉산드리나는 두 사람 사이에 섰다.

“그렇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종이 왕관은 우스웠다.

그러나 그녀의 자세는 전혀 우습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 셋은 돌아가야 합니다. 각자의 불가리아로.”

타마르는 황혼빛 관을 들었다.

“죽은 왕도,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관을 쓰는 법이지요.”

그녀는 웃었다.

“다만 언젠가는 내려놓을 방도 마련해두어야겠지요.”

마지막으로 푸리나의 관이 남았다.

푸른 무대관.

그 관은 왕관이라기보다, 작은 극장의 장식 같았다.
별과 막과 박수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푸리나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그녀를 보았다.

죠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레이도.
레이튼도.
하융도.

푸리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다 멈췄다.

“나, 하나만 약속할게.”

그녀는 관을 들기 전에 말했다.

“나는 앞으로도 사람들을 무대에 부를 거야.
축제를 열고, 말도 안 되는 극을 올리고, 웃기고, 울리고, 자기가 주인공이라는 걸 잊은 사람들에게 조명을 비출 거야.”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억지로 끌어올리지는 않을게.”

그 말에 그레이가 조용히 그녀를 보았다.

푸리나는 이어 말했다.

“누군가 아직 객석에 앉아 있고 싶다면, 객석을 따뜻하게 해둘게.
커튼 뒤에서 울고 싶다면, 그 뒤에 의자를 놓을게.
이미 막이 닫힌 사람에게는, 박수가 아니라 방을 내어줄게.”

여관의 성좌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푸리나는 푸른 무대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언젠가 그 사람이 자기 발로 무대에 오르면.”

그녀는 왕관을 썼다.

“그때는 누구보다 크게 박수칠 거야.”

죠니가 말했다.

“좋네.”

푸리나는 그를 보았다.

“그게 끝?”

“뭘 더 해.”

“감동적인 말이라든가.”

죠니는 잠시 생각했다.

“밥 먹자.”

푸리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아주 죠니다운 감동이네.”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따뜻할 때 먹는 게 제일이야, 여왕님.”

그레이가 작게 말했다.

“연회 준비는 이미 되어 있습니다.”

푸리나가 눈을 반짝였다.

“그레이!”

“예산 내에서 준비했습니다.”

“완벽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너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게 완벽이야!”

벨라가 낮게 말했다.

“무너지지 않는 것은 좋은 시작이다.”

민다우가스가 웃었다.

“그리고 잘 먹은 왕은 다음 협상에서 덜 어리석다.”

미하일라는 조용히 말했다.

“그 발언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요안나는 웃었다.

“그러면 평화를 위해 식사하죠.”

아카식은 기록장을 덮었다.

“훌륭해. 왕관, 질문, 풍자, 휴식, 그리고 연회. 3류 해피엔딩으로는 꽤 괜찮네.”

알토가 말했다.

“3류입니까?”

아카식은 활짝 웃었다.

“그래서 좋아.”

그 순간, 숲의 별들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했다.

나무는 다시 무대장치가 되었다.
은꽃은 일부만 진짜로 남았다.
늪과 평원과 황혼과 자주빛 하늘은 천천히 푸른 천막 뒤로 물러났다.

한여름 밤은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끝나기 직전, 푸리나는 객석을 향해 몸을 돌렸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녀는 다시 밝아졌다.

어둠을 알고도 조명을 끄지 않는 사람의 밝음이었다.

“왕관들은 돌아왔습니다! 조금 구겨졌고, 조금 긁혔고, 몇몇은 꽃까지 꽂혔지만, 아무튼 돌아왔습니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호흐마이스터는 작게 시선을 내렸다.

라이자는 신나게 손을 흔들었다.

푸리나는 양팔을 펼쳤다.

“그러니 오늘 밤의 마지막 장면은 하나뿐!”

그녀가 외쳤다.

“연회!”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그레이가 즉시 덧붙였다.

“질서 있게 이동해주십시오. 음식은 충분하지만 무한하지는 않습니다. 부상자와 아이, 고령자 우선입니다.”

죠니가 말했다.

“역시 현실의 커튼콜은 그레이가 담당하네.”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무대가 오래가려면, 커튼 뒤의 질서가 필요하지요.”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미 무질서하게 달려가다 수프를 엎은 가능성이 보이오.”

그레이가 바로 반응했다.

“어느 방향입니까?”

“왼쪽 통로요.”

“폐쇄하겠습니다.”

죠니가 웃었다.

“완벽한 팀이네.”

푸리나는 그들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응. 내 무대야.”

죠니가 들었다.

“아니.”

푸리나는 고개를 돌렸다.

“응?”

죠니는 무대 위의 군주들, 가신들, 아이들, 관객들, 여관의 성좌, 타마르의 황혼, 벨라의 벽돌, 민다우가스의 하프, 미하일라와 요안나의 등불, 라이자의 은꽃, 호흐마이스터의 침묵, 불가리아의 세 왕관을 보았다.

“네가 준비한 무대지.”

그는 말했다.

“근데 이제 전부 자기 발로 서 있잖아.”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웃었다.

“그렇네.”

무대의 마지막 별이 꺼졌다.

그러나 여관의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

한여름 밤은 끝났다.

이제 왕관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가기 전,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왕들은 배우였고, 배우들은 손님이었고, 손님들에게는 따뜻한 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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