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85여관◆zAR16hM8he(ca47ad90)2026-05-12 (화) 23:04:51
《왕관의 식탁》

1장. 칼 대신 식칼을 — 개정본

푸리나 헤툼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밤, 왕들은 칼 대신 식칼을 듭니다.”

그 한마디에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그 조용함은 감동 때문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군주들은 방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편, 어제까지만 해도 《한여름 밤의 군주들》의 숲이 세워져 있던 마당에는 이번에는 전혀 다른 것이 놓여 있었다.

거대한 조리대.
화덕.
커다란 솥.
밀가루 포대.
고기와 채소가 담긴 바구니.
각국에서 가져온 향신료와 곡물.
그리고 무대 중앙에 걸린 새 현수막.

《왕관의 식탁》

그 아래에는 푸리나가 직접 쓴 듯한 글씨가 붙어 있었다.

전쟁 전야 친선 요리대회!
단, 독살 금지!

그레이는 현수막을 보고 한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폐하.”

“응!”

“‘독살 금지’라는 문구는 외교적으로 부적절합니다.”

푸리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중요하잖아.”

“중요한 것과 현수막에 적어도 되는 것은 다릅니다.”

죠니 죠스타가 옆에서 현수막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괜찮은데. 기준이 명확하잖아.”

그레이가 그를 보았다.

“죠니 경.”

“왜. 심사위원 생존은 중요하지.”

푸리나는 손뼉을 쳤다.

“그렇지! 오늘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그녀는 한 손에 국자를 들고, 다른 손에는 작은 종을 들고 있었다.

“첫째! 먹을 수 있을 것!”

그레이가 곧장 말했다.

“정확히는 식용으로 확인된 재료를 사용할 것.”

“둘째! 먹은 사람이 살아남을 것!”

“정확히는 심사위원과 관객, 조리자 및 보조 인원의 건강을 해치지 않을 것.”

“셋째! 맛있을 것!”

죠니가 낮게 말했다.

“따뜻하면 일단 점수 준다.”

푸리나는 그를 가리켰다.

“보십시오! 우리 심사위원은 아주 관대합니다!”

죠니는 팔짱을 꼈다.

“관대한 게 아니라 현실적인 거야. 식어도 맛있으면 더 좋고, 먹고 움직일 수 있으면 더 좋지.”

레이튼은 조리대 옆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아 차를 들고 있었다.

“흥미롭군요. 오늘의 질문은 이것이겠습니다.”

그는 부드럽게 웃었다.

“왕이 만드는 음식은 위엄을 위한 것입니까, 생존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나누기 위한 것입니까?”

푸리나는 바로 답했다.

“전부!”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너무 빠른 답이지만, 오늘은 요리대회니까 조금 끓여보면 되겠지요.”

아카식은 기록장을 펼친 채 이미 즐거워하고 있었다.

“왕들이 식칼을 든다. 좋아. 이건 역사서에 반드시 남겨야지.”

알토는 옆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제목은 검토가 필요합니다. ‘왕들이 식칼을 들었다’는 반란 기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 ‘왕들이 수프를 끓였다’는?”

“그건 가능성이 있습니다.”

“좋아. 하지만 조금 덜 극적이네.”

“그 점이 장점입니다.”

하융은 주방 한쪽에 서 있었다.

그의 곁에는 작은 회색빛 창호가 놓여 있었다. 장식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그 너머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주방 사고들이 흐릿하게 비쳤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왼쪽 화덕은 세 호흡 뒤 넘치오.”

그레이가 즉시 고개를 돌렸다.

“어느 솥입니까?”

“라플리 경이 손을 올리려는 쪽이오.”

라플리가 멀리서 번개빛을 손끝에 모으다가 멈췄다.

“아직 안 했는데?”

하융은 차분했다.

“한 가능성에서는 이미 했소.”

그레이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라플리 전하. 번개 조리는 금지입니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해. 순간 가열로 겉면을 봉하면 육즙 손실을—”

루나리아 아누아가 미소를 지은 채 다가왔다.

“그 전에 드시는 분의 심장이 놀랍니다.”

라플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먹기 전에 놀라는 건 별 문제 아니잖아.”

“식사 전 심계항진은 문제입니다.”

카를로타가 미하일라의 조리용 칼 균형을 확인하다 말고 덧붙였다.

“그리고 냄비가 버티지 못합니다.”

그레이는 바로 장부에 적었다.

“번개 조리 금지 사유 추가. 심계항진 및 조리도구 파손 위험.”

라플리는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아직 안 했다니까!”

하융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 가능성은 살아남았소.”

죠니가 낮게 말했다.

“좋은 시작이네.”

푸리나는 국자를 높이 들었다.

“좋아! 모두 준비됐지?”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었다.

“하하! 왕들을 한 주방에 몰아넣는 배짱이라니, 킬리키아의 여왕은 날마다 더 위험해지는군.”

그는 짙은 숲빛 앞치마를 둘렀다.

앞치마는 누가 보아도 푸리나가 준비한 것이었다. 가장자리에는 작은 늑대와 버섯 무늬가 박혀 있었다.

민다우가스는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이 늑대는 귀엽군.”

푸리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골랐어!”

“좋다. 적이 방심할 만한 무늬다.”

그 옆에서 아스테르다스가 소매를 걷고 있었다.

그는 이미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고 있었다. 움직임은 부드럽고, 손놀림은 의외로 섬세했다.

“대공, 이쪽 고기는 더 작게 썰게.”

민다우가스가 물었다.

“왜지? 행군한 병사라면 큰 덩어리를 씹을 힘이 있다.”

아스테르다스는 웃었다.

“오늘은 병사만 먹는 게 아니야. 아이도 먹고, 늙은 사람도 먹고, 푸리나도 먹어.”

푸리나가 손을 들었다.

“나는 큰 고기도 먹을 수 있는데!”

죠니가 말했다.

“네가 기준이면 대회가 망해.”

아스테르다스는 고기를 한입 크기로 다듬었다.

“별이 아무리 높이 떠도, 냄비 안에서는 한입 크기로 내려와야지.”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었다.

“하하! 내 망치가 오늘은 식칼의 크기까지 따지는군.”

“망치도 밥 먹고 휘둘러야 하니까.”

아스테르다스는 불을 살폈다.

“그리고 리투아니아의 숲은 병사만 품는 게 아니잖아.”

민다우가스의 웃음이 아주 조금 낮아졌다.

“그렇지.”

그는 냄비에 뿌리채소와 버섯을 넣었다.

“숲은 복수만을 위해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복수를 잊은 숲은 다음 도끼질을 막지 못하지.”

그리고 곧바로 소금을 한 줌 들었다.

아스테르다스가 손목을 잡았다.

“절반.”

민다우가스가 그를 보았다.

“행군식으로는 부족하다.”

“요리대회야.”

“왕의 요리라면 행군도 고려해야지.”

“그럼 적어도 심사위원이 물을 세 잔 마시게 만들지는 말자고.”

죠니가 멀리서 말했다.

“망치 쪽 말이 맞아.”

민다우가스는 소금을 절반만 넣고 웃었다.

“오늘 내 망치가 나를 치는군.”

아스테르다스는 따뜻하게 웃었다.

“대공을 친 게 아니라 냄비를 살린 거야.”

그 옆의 화덕에서는 헝가리의 벨라 4세가 커다란 솥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요리를 꾸미지 않았다.

솥은 컸고, 재료는 넉넉했다.
양파, 뿌리채소, 고기, 콩, 허브, 그리고 오래 끓이면 국물에 힘이 생기는 것들.

소피아 베아트리체는 양손으로 국자를 쥐고 솥을 젓고 있었다. 아직 손이 작아 국자가 조금 커 보였다.

“어머니, 왜 이렇게 많이 끓이나요?”

벨라는 짧게 대답했다.

“한 사람만 배부른 음식은 왕국을 버티게 하지 못한다.”

소피아는 국자를 천천히 돌렸다.

“맛보다 양이 먼저인가요?”

“굶은 사람에게는 그렇다.”

벨라는 재료를 더 넣었다.

“하지만 오래 버티려면 양만으로도 부족하다.”

“그럼 뭘 더 넣어야 해요?”

벨라는 잠시 솥을 보았다.

끓는 국물 위로 김이 올라왔다.
그 김은 성벽 위의 겨울 아침처럼 무거웠다.

“다시 먹고 싶다는 마음.”

소피아는 국자를 멈추었다.

벨라는 딸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얹고 다시 천천히 젓게 했다.

“국물은 성벽과 닮았다. 많은 것을 품고, 오래 식지 않아야 한다.”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조용해졌다.

죠니도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레이는 장부에 이렇게 적었다.

헝가리 재건 수프: 대량 배식 가능성 높음. 구조 안정적. 후계자 교육 효과 있음.

그리고 아주 작게 덧붙였다.

냄새 좋음.

미하일라 쪽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칼질 소리가 일정했다.

탁. 탁. 탁. 탁.

양파와 고기와 허브가 정확한 크기로 나뉘었다.
불은 과하지 않았고, 냄비의 위치는 최적이었다. 조리 순서는 마치 전장 배치도 같았다.

미하일라 두케나 안겔리나 콤니니 팔레올로기나는 자주빛 소매를 묶고 있었다.

“불은 다스려야 한다.”

그녀는 낮게 말했다.

“숭배해서도, 방치해서도 안 된다.”

카를로타는 그녀의 옆에서 칼자루를 보았다.

“폐하, 칼끝이 너무 깊습니다.”

미하일라는 손을 멈췄다.

“고기가 질기다.”

“그렇더라도 이 칼은 표적을 꿰뚫는 물건이 아닙니다. 양파를 자르는 물건입니다.”

미하일라는 양파를 보았다.

“양파도 저항한다.”

카를로타는 아주 진지하게 답했다.

“그렇더라도 손목에 힘이 과합니다.”

루나리아는 뒤에서 미하일라의 호흡을 보고 있었다.

“폐하, 잠시 쉬십시오.”

“아직 두 조각이 남았다.”

“남은 것은 고기가 아니라 폐하의 손목입니다.”

미하일라는 그녀를 흘끗 보았다.

“요리대회에서도 감시를 받는군.”

루나리아는 온화하게 웃었다.

“폐하께서 요리도 전쟁처럼 하시니까요.”

“전쟁처럼 했다면 이미 끝났을 것이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음식은 끝내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겁니다.”

요안나는 옆 조리대에서 빵 반죽을 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음식은 미하일라와 달랐다.

정밀하지 않았다.
화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부드러웠다.

커다란 반죽은 여러 개로 나뉘기 쉽게 되어 있었고, 아이와 노인도 먹을 수 있도록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요안나는 미하일라 쪽을 보고 웃었다.

“폐하, 빵도 같이 드실 거죠?”

미하일라는 칼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대가 만들었다면 너무 무르겠지.”

“그럴지도요.”

요안나는 반죽 위에 천을 덮었다.

“그래도 딱딱한 빵만으로는 오래 못 버텨요.”

미하일라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러다 아주 작게 웃었다.

“그 말은 칙령보다 오래 남을지도 모르겠군.”

슈샤니크는 니케아 조리대 뒤에서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요리 자체보다 재료 수급, 배급 가능성, 운송비, 재현성, 피난민 수용지 적용 가능성을 적고 있었다.

“황제 폐하의 요리는 군영 고급식으로 재현 가능하나 조리자 숙련도가 높아야 합니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요안나 폐하의 빵은 대량 배급에 적합합니다. 단, 밀가루 수급 안정화가 전제입니다.”

푸리나가 물었다.

“슈샤니크, 맛은?”

슈샤니크는 그녀를 보았다.

“맛있는 음식이 한 접시뿐이라면, 그것은 통치가 아니라 장식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맞는 말인데, 오늘은 조금 무섭네.”

아스테리아가 향신료 상자를 열어보며 웃었다.

“향신료 하나에도 길이 있습니다. 이 향은 바다를 건넜고, 저건 북쪽 상단을 지났고, 저 작은 씨앗은 세 번의 관세를 지나왔겠군요.”

알토는 기록장에 적었다.

“향신료 해설: 외교적 가치 있음.”

아카식은 웃었다.

“요리대회인데 외교문서가 늘어나는군.”

“왕들이 요리하면 그렇게 됩니다.”

조리장 반대편에서는 라이자가 은꽃 디저트를 만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만들고 있는 것은 디저트인지 조리도구인지 애매했다.

작은 과자는 은꽃 모양이었고, 접시는 너무 아름다웠으며, 냄비는 지나치게 완벽했다.

그레이가 가까이 다가갔다.

“라이자 전하.”

“응?”

“이 냄비는 예산을 초과합니다.”

라이자는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

“왕국 하나의 주방을 영구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가격입니다.”

“그럼 좋은 거 아니야?”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런 방식의 긍정은 위험합니다.”

라이자는 작은 은꽃 과자를 들고 호흐마이스터 쪽으로 갔다.

호흐마이스터는 자기 조리대에 튜튼 기사단식 야전 보존식을 정렬하고 있었다.

딱딱한 빵.
염장고기.
오래 가는 치즈.
말린 과일.
물에 풀어 끓이면 수프가 되는 가루.

푸리나는 그것을 보고 굳었다.

“이건…… 요리야?”

호흐마이스터는 정중하게 말했다.

“행군 중 섭취 가능한 보존식입니다.”

죠니가 와서 하나를 들어 씹어보았다.

잠시 침묵.

“맛은 별론데.”

푸리나가 손뼉을 쳤다.

“그렇지?”

죠니는 이어 말했다.

“전장에서는 이게 이긴다.”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푸리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칭찬이야?”

죠니는 말했다.

“꽤.”

라이자는 호흐마이스터의 딱딱한 빵 위에 은꽃 과자를 하나 올렸다.

호흐마이스터가 물었다.

“보존성에 영향이 있습니까?”

“예뻐져.”

“그것은 보존성과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아질 수 있잖아.”

호흐마이스터는 잠시 생각했다.

“사기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라이자는 활짝 웃었다.

“그럼 채택?”

“제한적으로.”

“좋아!”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튜튼 보존식: 실용성 높음. 맛 낮음. 은꽃 장식 추가 시 사기 상승 가능. 보존성 재검토 필요.

불가리아 조리대는 세 개로 갈라져 있었다.

레플리카는 검은 곡물과 약초를 넣은 죽을 조용히 끓이고 있었다.

그녀의 음식은 화려하지 않았다.
냄새도 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근처에서는 이상하게 비명이 낮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상병 하나가 가까이 다가왔다.

레플리카는 작은 그릇에 죽을 떠주었다.

“많이 먹지 않아도 됩니다. 삼킬 수 있는 만큼이면 충분합니다.”

푸리나는 물었다.

“맛보다 회복이 먼저야?”

레플리카는 고개를 저었다.

“맛도 회복의 일부입니다.”

그녀는 죽을 천천히 저었다.

“고통을 견디는 것만이 신앙은 아닙니다. 먹을 수 있을 만큼 덜 아프게 하는 것도 신앙입니다.”

스토얀카는 그 옆에서 하얀 꽃과 붉은 소스를 다루고 있었다.

그녀의 접시는 기괴하게 아름다웠다.

척추처럼 쌓은 장식.
꽃잎처럼 펼쳐진 얇은 재료.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불안한 형태.

그레이가 즉시 다가왔다.

“이 꽃은 식용입니까?”

스토얀카는 웃었다.

“죽지는 않아.”

“그건 식용의 정의가 아닙니다.”

하융이 창호를 보았다.

“먹은 가능성 셋 중 둘은 말을 잃었소.”

스토얀카가 눈을 반짝였다.

“감동해서?”

“혀가 저려서.”

그레이는 바로 접시를 압수했다.

“검사 전까지 사용 금지입니다.”

스토얀카는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네. 요리대회가 아니라 전쟁 같아.”

레플리카가 낮게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 막아봐.”

알렉산드리나는 그 둘 사이에서 조용히 자기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오래된 조리법이 펼쳐져 있었다.

시메온 대제 시대의 궁중요리.

그녀는 동작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재현했다.
재료의 순서, 접시의 방향, 향신료의 양, 궁정 예법.

가브리엘라가 곁에서 물었다.

“전하, 너무 고증에 얽매이시는 것 아닙니까?”

알렉산드리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흉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요?”

알렉산드리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아주 작은 향신료 하나를 원래 조리법과 다르게 넣었다.

“그다음에는 손이 먼저 압니다.”

가브리엘라는 미소 지었다.

“새벽은 그렇게 오는군요.”

“아직은 동트기 전입니다.”

알렉산드리나는 종이 왕관 대신 조리용 천을 머리에 묶고 있었다.

“그러니 더 정확해야 합니다.”

타마르 여왕은 경쟁심이 거의 없어 보였다.

그녀는 황혼빛 포도주와 빵, 치즈, 포도, 그리고 장례 뒤에 조용히 나누는 음식들을 준비했다.

그녀의 식탁은 잔잔했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모두가 한 번쯤 앉고 싶어지는 식탁이었다.

푸리나가 다가가 물었다.

“타마르, 이건 누구를 위한 음식이야?”

타마르는 포도주잔을 돌리며 웃었다.

“이긴 자를 위한 것은 아니랍니다.”

“그럼?”

“긴 길을 걸은 이가 잠시 앉아 먹는 것이지요. 산 자도, 죽은 자를 기억하는 산 자도.”

푸리나는 잠시 조용해졌다.

“죽은 자도 먹어?”

타마르는 고개를 저었다.

“죽은 자는 먹지 않지요. 하지만 산 자가 그 이름을 부르며 빵을 나누면, 그 식탁에는 자리가 생긴답니다.”

아레 마가트로이드는 가장 조용한 조리대에 있었다.

그녀의 솥은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콩, 보리, 뿌리채소, 말린 고기.

화려한 향신료도, 왕관 모양의 장식도 없었다.
전투가 끝난 뒤, 살아남은 자들이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푸리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아레, 이 요리는 누구를 위한 거야?”

아레는 국자를 천천히 저었다.

검은 실처럼 가는 시선이 솥 안으로 내려앉았다.
차갑지는 않았다.
다만 너무 깊었다.

“죽은 이는 먹지 않아요, 푸리나 헤툼.”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아이들이 굶으면, 죽은 이의 이름을 불러줄 목소리도 함께 마릅니다.”

푸리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레는 계속 솥을 저었다.

“그러니 이건 망자를 위한 음식이 아니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고, 아주 조용했다.

“망자를 잊지 않으려는 산 자들을 위한 음식이지요.”

죠니도 장난을 치지 않았다.

그레이는 장부에 무언가를 적으려다가, 잠시 손을 멈추었다.

아레는 그제야 그레이를 보았다.

“몇 인분인지 묻고 싶은 얼굴이군요, 장부를 지키는 아이.”

그레이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예. 배식량 확인이 필요합니다.”

아레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조용히 먹는 아이 마흔둘.
전투를 마친 기사 서른넷.
오래 굶은 병사라면 스물아홉.”

죠니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날 보는 거야.”

“많이 먹는 아이도 기억해두어야 하니까요.”

죠니는 잠시 침묵했다.

“……그럼 두 그릇은 줘.”

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돌아온 아이에게 빈 그릇을 내밀 수는 없으니까요.”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아주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은 박수처럼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식탁에 앉을 이유로는 충분했다.

아스트리트 나흐트로제는 아직도 상황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리보니아 검우기사단의 신임 단장으로, 분명 편지에는 검술 시연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앞에는 검이 아니라 식칼과 허브 바구니가 있었다.

“네? 요리대회요?”

푸리나는 환하게 웃었다.

“응!”

“편지에는 검술 시연이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칼 쓰잖아!”

“식칼과 검은 다릅니다!”

죠니가 지나가며 말했다.

“둘 다 잘못 쓰면 사람 다쳐.”

그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합니다.”

아스트리트는 억울한 얼굴로 허브를 씻었다.

하지만 막상 손을 움직이자, 그녀의 요리는 이상하게 살아 있었다.

어린 잎.
허브.
꽃.
금목서 향이 희미하게 나는 차.
겨울을 지난 땅에서 처음 올라온 생명처럼 담백한 접시.

레이튼은 그것을 보고 미소 지었다.

“검술 시연은 아니지만, 생명을 긍정하는 시연으로는 충분하군요.”

아스트리트는 조금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더 곤란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외쳤다.

“좋아! 모두 준비 완료!”

그레이가 즉시 확인했다.

“아직 스토얀카 전하의 꽃 검사가 끝나지 않았고, 라플리 님의 손끝에 남은 전하를 제거해야 하며, 라이자 전하의 냄비 가격 산정이 필요합니다.”

“그럼 거의 완료!”

“거의의 정의가 다릅니다.”

하융이 조용히 말했다.

“이 가능성에서는 아직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소.”

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성공적인 주방이지.”

여관의 성좌는 조리장 입구에서 따뜻한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는 왕관을 쓴 손님들이 식칼을 들고, 장부를 든 가신들이 화덕을 감시하고, 아이들이 냄새를 맡으며 기웃거리는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좋군요.”

푸리나가 고개를 돌렸다.

“뭐가요?”

“오늘 밤의 여관에는 길이 많습니다.”

여관의 성좌는 미소 지었다.

“숲에서 온 스튜, 성벽을 닮은 국물, 자주빛 불, 평화의 빵, 은꽃 과자, 야전 보존식, 새벽의 궁중요리, 검은 약초죽, 가시꽃, 황혼의 포도주, 침묵의 솥, 그리고 생명의 허브까지.”

그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손님들이 자기 길을 한 접시씩 가져오셨군요.”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그럼 이제 먹으면 되겠네요!”

그레이가 말했다.

“심사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죠니는 의자에 앉았다.

“따뜻한 것부터.”

알토가 기록했다.

“심사 기준 1항. 따뜻한 것부터.”

아카식이 웃었다.

“역사적인 기준이네.”

“실용적입니다.”

푸리나는 종을 들어 올렸다.

작은 종소리가 조리장과 식탁 사이로 울렸다.

“자, 그러면 시작합니다!”

그녀는 군주들과 가신들, 아이들과 병사들, 성좌와 손님들을 향해 외쳤다.

“왕관의 식탁, 첫 번째 심사!”

그 순간, 모든 냄비에서 김이 올랐다.

칼 대신 식칼을 든 왕들의 밤은 이제 막 식탁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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