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86여관◆zAR16hM8he(ca47ad90)2026-05-12 (화) 23:25:25
맞아. 이번 2장은 죠니가 또 **“짧은 판정 기계”**처럼 나갔어.

최신 소스 기준 죠니는 단순히 “두 그릇 가능”, “좋네”, “맛은 별론데”처럼만 말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건조하지만 자연스럽게 말하고, 낮은 농담과 기사단장다운 현실 감각이 있는 인물로 써야 해. 푸리나 앞에서는 살짝 능청스럽게 받아치고, 식사·전장·따뜻한 음식에 대해 말할 때도 너무 키워드식으로 끊으면 안 돼.

그래서 2장은 죠니 대사를 중심으로 다시 다듬으면 이렇게 가는 게 맞아.


---

《왕관의 식탁》

2장. 따뜻한 것부터 — 죠니 말투 개정본

심사 기준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다.

죠니 죠스타는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말했다.

“따뜻한 것부터 먹자.”

그레이는 즉시 장부를 펼쳤다.

“심사 순서의 근거를 명시해주십시오.”

죠니는 그녀를 보았다.

“식으면 맛없어지잖아. 그리고 수프라는 건 원래 따뜻할 때 사람을 살리는 물건이고.”

“그것만입니까?”

“그거면 꽤 큰 이유야.”

그레이는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장부에 적었다.

심사 기준 1항: 온도. 실용성 있음.

아카식은 웃음을 터뜨렸다.

“죠니의 심사 기준이 생각보다 철학적이야.”

죠니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철학 아니야. 밥 식기 전에 먹자는 말이지.”

레이튼은 차를 들고 부드럽게 웃었다.

“때로는 밥 이야기가 가장 오래된 철학일 수도 있지요. 사람은 무엇으로 내일을 살아가는가. 상당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죠니는 레이튼을 보았다.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먹기 피곤해지는데.”

푸리나는 종을 흔들었다.

“좋아! 그럼 첫 번째 심사!”

그녀가 외치자, 조리장 한쪽에서 큰 솥이 옮겨졌다.

리투아니아의 숲 사냥꾼 스튜였다.

민다우가스가 직접 솥 앞에 섰다.
그 옆에는 아스테르다스가 국자를 들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앞치마를 하고 있었는데, 민다우가스의 앞치마에는 늑대와 버섯이, 아스테르다스의 앞치마에는 푸리나가 장난으로 붙인 작은 별 무늬가 있었다.

아스테르다스는 그것을 굳이 떼지 않았다.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었다.

“하하! 첫 번째라. 좋다. 따뜻한 것은 먼저 내야 한다. 늦게 나온 불은 이미 불이 아니지.”

그레이가 물었다.

“요리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민다우가스는 솥뚜껑을 열었다.

김이 올라왔다.

버섯, 뿌리채소, 고기, 훈제 향, 짙은 숲의 풀냄새.
그 냄새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끝에 닿는 순간 사람을 잠시 어느 숲속 야영지로 데려갔다.

비가 온 뒤의 흙.
젖은 장작을 겨우 말려 피운 불.
늦게 돌아온 사냥꾼.
투구를 벗고 손을 녹이는 병사.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

민다우가스는 말했다.

“리투아니아의 숲에서 먹는 스튜다. 귀족의 혀를 놀라게 할 음식은 아니다.”

그는 국자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젖은 밤을 넘긴 병사에게, 이 한 그릇은 검보다 먼저 필요하다. 굶은 손은 칼을 쥐지 못하고, 얼어붙은 사람은 복수도 하지 못하지.”

그는 웃었다.

“그러니 이것은 전쟁의 음식이다. 동시에 전쟁이 끝나도 남아야 할 음식이다.”

아스테르다스가 그 옆에서 그릇을 하나씩 받았다.

“그리고 아이도 먹을 수 있게 고기는 작게 썰었어.”

민다우가스는 그를 흘끗 보았다.

“내 망치가 그 점을 끝까지 양보하지 않더군.”

아스테르다스는 따뜻하게 웃었다.

“별은 떨어질 곳을 정할 수 있지만, 냄비 안에서는 먼저 삼킬 수 있어야 해.”

죠니는 첫 그릇을 받았다.

그는 숟가락으로 한 번 떠서 먹었다.

잠시 침묵.

푸리나가 긴장했다.

“어때?”

죠니는 대답 대신 두 번째 숟가락을 떴다.

그리고 세 번째까지 먹고 나서야 말했다.

“괜찮네. 아니, 꽤 좋아.”

민다우가스가 웃었다.

“하하! 그 한마디를 위해 왕이 솥을 저었다니, 제법 귀한 심사평이군.”

죠니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길게 말하라고 하면 말할 수는 있는데, 그러면 스튜가 식어. 맛은 좋고, 간도 적당하고, 먹고 나서 바로 말에 올라타도 배가 뒤집히지는 않겠어.”

푸리나가 눈을 반짝였다.

“그건 높은 점수야?”

“기사단장 기준으로는 높지. 연회장 기준으로도 괜찮고.”

아스테르다스가 민다우가스를 보았다.

“소금 절반 덜어내길 잘했지?”

민다우가스는 호방하게 웃었다.

“좋다. 오늘의 승리는 망치에게 절반 넘기지.”

죠니가 스튜를 다시 한 숟가락 떠먹으며 말했다.

“절반보다 좀 더 줘. 대공이 넣었으면 심사위원이 물통째 들이켰을 거야.”

민다우가스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내 심사위원은 생각보다 냉정하군.”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밥에는 냉정해야지. 잘못 먹으면 전투보다 빨리 쓰러진다.”

레이튼은 스튜를 한 숟가락 먹고 조용히 말했다.

“같은 숲이라도 사냥터와 야영지는 다르군요. 이 스튜는 둘 사이에 있습니다.”

하융은 그릇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가능성에서는 이 냄새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있었소.”

푸리나가 물었다.

“지금은?”

하융은 관객석 쪽을 보았다.

한 피난민 아이가 작은 그릇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그 아이는 조심스럽게 한 숟가락을 먹고, 다시 한 숟가락을 먹었다.

그리고 말했다.

“불 피워놓은 숲 냄새가 나요.”

민다우가스의 웃음이 잠깐 멈췄다.

아스테르다스는 부드럽게 아이에게 물었다.

“무서운 숲 냄새야?”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사람들이 있는 숲 냄새요.”

민다우가스는 아주 낮게 말했다.

“그렇다면 성공했군.”

아스테르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은 사냥터보다 야영지에 가까웠어.”

여관의 성좌는 두 사람을 보며 차분히 말했다.

“사냥을 마친 숲에도, 불가의 자리는 필요하지요.”

민다우가스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좋은 말이다. 다만 불가를 지키려면, 숲 가장자리의 덫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관의 성좌는 미소 지었다.

“물론입니다. 손님이 안심하고 쉬려면, 문밖도 안전해야 하니까요.”

민다우가스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관지기답군.”


---

두 번째로 나온 것은 헝가리의 재건 수프였다.

벨라 4세는 장식된 접시를 거부했다.

대신 커다란 솥째로 가져오게 했다.

푸리나는 눈을 반짝였다.

“솥째로?”

벨라는 짧게 답했다.

“그래야 한다.”

소피아는 양손으로 작은 국자를 들고 있었다. 벨라가 큰 국자로 수프를 뜨면, 소피아는 옆에서 빵 조각을 함께 놓았다.

수프는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깊었다.

뿌리채소와 고기, 콩, 양파, 오래 끓인 국물.
여러 재료가 각자 형태를 조금 잃고 한 그릇 안에서 버티고 있었다.

벨라는 말했다.

“피난길의 아이는 장식을 먹지 못한다.”

그녀는 한 그릇을 내려놓았다.

“성벽 안에 들어온 사람은 먼저 따뜻한 것을 받아야 한다. 이름을 묻는 것은 그다음이다.”

그레이가 멈칫했다.

소피아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니, 이름은 나중인가요?”

벨라는 딸을 보았다.

“굶어 쓰러지는 사람에게 긴 질문은 무겁다. 먼저 먹인다. 그다음 묻는다. 그리고 적는다.”

그레이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동의합니다.”

죠니는 수프를 먹었다.

그는 이번에는 바로 평하지 않았다.

한 숟가락.
그리고 또 한 숟가락.

그러고 나서 그는 그릇을 내려놓았다.

“이건 좀 무겁네.”

푸리나가 물었다.

“맛이?”

“아니. 들어 있는 게.”

죠니는 다시 수프를 바라보았다.

“이건 한 사람 입맛 맞추려고 만든 음식이 아니야. 열 명, 백 명, 어쩌면 성 안에 들어온 사람 전부 먹이려고 만든 거지.”

벨라는 짧게 말했다.

“그렇다.”

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래 버틸 맛이야. 화려하진 않은데, 식은 뒤에도 다시 데우면 제 역할을 하겠어.”

소피아는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건 칭찬인가요?”

죠니는 그녀를 보았다.

“꽤 큰 칭찬이야. 전장이나 피난길에서 다시 데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생각보다 강해.”

소피아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벨라는 딸에게 말했다.

“기억해라. 좋은 음식은 적게 남기고 많이 먹인다.”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먹고 싶다는 마음도요.”

벨라는 잠시 침묵했다.

“그래.”

아주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대답에 소피아는 더 크게 웃었다.

레이튼은 수프 그릇을 보며 말했다.

“이 요리는 질문보다 답에 가깝군요. ‘무너진 뒤 무엇부터 세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솥’이라고 대답하는 듯합니다.”

아카식은 기록했다.

“헝가리: 성벽 전에 솥.”

알토가 즉시 말했다.

“그 문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좋잖아.”

“좋은 것과 공식 기록은 다릅니다.”

벨라는 그 대화를 들은 듯 낮게 말했다.

“틀리지 않다.”

알토가 멈췄다.

아카식은 활짝 웃었다.

“봐. 허락받았어.”

벨라는 이어 말했다.

“성벽은 굶은 손으로 세우지 못한다.”

그 말에 더는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여관의 성좌는 조용히 수프를 맛보았다.

“이 국물은 문과 닮았습니다.”

벨라는 그를 보았다.

“문?”

“예. 밖에서 떨던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 처음 만나는 따뜻함.”

벨라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문은 닫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습니다.”

여관의 성좌는 부드럽게 답했다.

“하지만 열었던 기억이 있어야, 닫는 일도 지킬 수 있겠지요.”

벨라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남기겠다.”


---

세 번째 순서는 니케아였다.

사실 그레이는 니케아의 음식을 두 항목으로 나눌지, 하나로 묶을지 고민했다.

미하일라의 요리는 질서정연하고 정밀했다.
요안나의 빵은 부드럽고 나눠 먹기 쉬웠다.

둘은 분명 다른 음식이었다.

그러나 요안나는 말했다.

“같이 내고 싶어요.”

미하일라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대의 빵이 짐의 요리를 무르게 만들 것이다.”

요안나는 웃었다.

“폐하의 요리가 제 빵을 너무 긴장하게 만들 수도 있고요.”

미하일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빵도 긴장하나?”

“제 빵은 그럴 수도 있어요.”

루나리아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두 분 다 그만하시고 접시를 내십시오. 음식은 식습니다.”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그대가 오늘 조리장을 지휘하는군.”

“폐하께서 손목을 혹사하지 않으시면 저도 물러나겠습니다.”

카를로타가 덧붙였다.

“칼질도 마지막에는 안정되었습니다. 양파에 대한 적대감이 조금 줄었습니다.”

미하일라는 낮게 말했다.

“양파는 끝까지 저항했다.”

요안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니케아의 접시는 그렇게 나왔다.

정확히 구운 고기와 곡물.
자주빛 향신료가 아주 얕게 배어 있었다.
불은 고기를 태우지 않았고, 곡물은 과하게 무르지 않았다.

그 옆에는 요안나의 부드러운 빵이 놓였다.
손으로 쉽게 찢어 나눌 수 있는 빵.

미하일라는 말했다.

“짐의 요리는 군영에서도 재현 가능한 황제식 전장요리다. 낭비는 줄이고, 불은 통제하며, 조리자는 순서를 어기지 않는다.”

요안나가 덧붙였다.

“그리고 제 빵은 누구나 나눠 먹기 쉽게 만들었어요.”

미하일라는 요안나를 보았다.

“그 설명은 지나치게 간단하다.”

요안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맞잖아요.”

“맞다. 그래서 더 반박하기 어렵군.”

죠니는 고기를 먹었다.

“정확하네.”

푸리나가 물었다.

“맛이?”

“응. 정확해. 불 조절 좋고, 간도 맞아. 먹고 바로 움직일 수 있겠어.”

죠니는 잠깐 미하일라를 보았다.

“다만 요리한 사람이 옆에서 계속 전장 지휘하는 기분은 들어.”

미하일라가 물었다.

“음식이 아니라 조리자의 문제라는 뜻인가?”

“문제라기보단 분위기지. 맛은 좋은데, 접시가 ‘자세 바로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요안나는 입을 가렸다.

미하일라는 죠니를 보다가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심사위원이 살아 있으니 결과는 나쁘지 않군.”

죠니는 빵을 찢어 고기와 함께 먹었다.

그는 잠시 씹었다.

“이렇게 먹는 게 더 낫네.”

요안나는 밝게 웃었다.

“그렇죠?”

미하일라는 그 조합을 보았다.

죠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정확한 요리 옆에는 부드러운 빵이 있어야 돼. 아니면 먹는 사람이 먼저 긴장해서 턱에 힘이 들어가.”

푸리나는 폭소했다.

미하일라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 표현은 품위가 부족하지만, 의미는 이해했다.”

슈샤니크가 담담히 말했다.

“통합 배식안으로는 황제 폐하의 요리를 소량 배치하고, 요안나 폐하의 빵을 기본 배급으로 두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요안나는 말했다.

“슈샤니크, 지금 심사 중에도 행정안을 만들고 있나요?”

“예.”

“맛은요?”

슈샤니크는 잠시 빵을 먹었다.

그리고 말했다.

“쓸모 있는 맛입니다.”

요안나는 웃었다.

“그건 칭찬이죠?”

미하일라가 대신 답했다.

“슈샤니크에게는 상당한 칭찬이다.”

루나리아는 빵을 작게 떼어 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아픈 사람도 삼킬 수 있겠습니다. 좋은 빵입니다.”

요안나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 말을 들으니 안심돼요.”

루나리아는 미하일라의 접시도 보았다.

“폐하의 요리도 좋습니다. 다만 조리 과정은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미하일라는 말했다.

“요리대회 보고서에 그 문장은 빼라.”

알토가 기록장 너머로 말했다.

“이미 기록되었습니다.”

미하일라는 그를 보았다.

알토는 태연했다.

“공식본에서는 완화하겠습니다.”

아카식은 속삭였다.

“비공식본은?”

“보존합니다.”

미하일라는 낮게 말했다.

“기록의 성좌 계열은 정말로 피곤하군.”

요안나는 웃었다.

“그래도 필요한 분들이죠.”

미하일라는 빵을 한 조각 찢었다.

“그 점이 가장 피곤하다.”

여관의 성좌는 미하일라의 고기와 요안나의 빵을 함께 맛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불과 빵이 서로를 조금 덜 외롭게 만드는군요.”

미하일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안나는 그 말을 오래 들고 있었다.


---

네 번째 순서는 라이자와 호흐마이스터였다.

정확히는 따로 준비된 음식이었지만, 라이자가 어느새 두 접시를 함께 내놓았다.

호흐마이스터는 그 사실을 보고 잠시 멈췄다.

“라이자 전하. 제 보존식 옆에 은꽃 디저트가 있습니다.”

“응!”

“왜입니까?”

“같이 있으면 덜 외로워 보여서.”

호흐마이스터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식탁 위에는 튜튼 기사단식 야전 보존식이 정렬되어 있었다.

딱딱한 빵.
염장고기.
말린 과일.
오래 버티는 치즈.
수프 가루.

그리고 그 옆에는 라이자의 은꽃 디저트가 있었다.

작고 예쁜 은꽃 과자.
너무 섬세한 장식.
한입 먹으면 달콤하고, 입안에서 은은한 향이 퍼지는 과자.

죠니는 먼저 보존식을 먹었다.

그는 천천히 씹었다.

아주 천천히.

푸리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때?”

죠니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맛만 보면 좋은 점수는 못 줘.”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개선 여지가 있습니까?”

“있어. 그런데 개선하겠다고 너무 손대면, 이 음식의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겠네.”

호흐마이스터의 눈이 아주 조금 진지해졌다.

“그렇습니다.”

죠니는 보존식을 손끝으로 들어 보였다.

“이건 맛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음식은 아니야. 살아남으라고 만든 음식이지. 비 오는 날, 말 위에서, 혹은 불 피울 시간도 없을 때. 그런 상황이면 이게 궁중요리보다 낫다.”

푸리나는 보존식을 아주 조금 맛보고 얼굴을 굳혔다.

“이건…… 오래 살기 위한 맛이네.”

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꽤 좋은 표현이야, 여왕님.”

“칭찬이야?”

“응. 이번엔 진짜.”

라이자는 은꽃 디저트를 내밀었다.

“그럼 이거랑 같이 먹어봐!”

죠니는 보존식 뒤에 은꽃 과자를 먹었다.

잠시 침묵.

“오.”

라이자가 눈을 반짝였다.

“어때?”

죠니는 은꽃 과자를 한 번 더 보았다.

“딱딱한 행군식 뒤에 먹으니까, 좀 돌아온 기분이 드네.”

“돌아온 기분?”

“응. 길 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느낌.”

호흐마이스터는 진지하게 말했다.

“행군 중 사기 회복용 후식으로 분류할 수 있겠군요.”

라이자는 손뼉을 쳤다.

“채택!”

그레이가 장부에 적었다.

튜튼 보존식 + 은꽃 디저트: 영양·보존성·사기 회복 조합. 단, 비용 문제 심각.

호흐마이스터는 그것을 보고 말했다.

“비용은 줄일 수 있습니까?”

라이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예쁘게 유지하면서?”

“가능하다면.”

라이자는 생각했다.

“조금 덜 반짝이게 하면?”

호흐마이스터는 말했다.

“반짝임은 위치 노출 위험이 있습니다.”

“그럼 덜 반짝이게!”

푸리나는 놀라서 말했다.

“라이자가 반짝임을 줄였어!”

죠니도 말했다.

“오늘 여러모로 이상한 날이네.”

여관의 성좌는 그 조합을 보고 웃었다.

“긴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딱딱한 빵도 필요하고, 그 길이 끝나지 않았다고 알려주는 작은 단맛도 필요하지요.”

호흐마이스터는 은꽃 과자를 바라보았다.

“작은 단맛.”

라이자는 웃었다.

“응. 작아도 오래 기억날 수 있어.”

호흐마이스터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

다음은 불가리아였다.

그레이는 이 순서를 앞두고 유독 긴장했다.

정확히는 스토얀카의 접시 때문에 긴장했다.

레플리카의 검은 약초죽은 먼저 나왔다.

그릇은 검은빛이 돌았지만 불길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했다.

레플리카는 말했다.

“아픈 사람도 먹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맛은 강하지 않습니다. 몸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니까요.”

죠니는 한 숟가락을 먹었다.

“담백하네.”

푸리나가 물었다.

“맛없어?”

죠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잔치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맛은 아닌데, 다친 날이면 제일 먼저 찾을 맛이야.”

루나리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위장에 부담이 적습니다. 회복식으로 좋습니다.”

레플리카는 조용히 말했다.

“고통을 줄인다고 삶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먹을 수 있게 되면, 사람이 다시 자기 이야기를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푸리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은 알렉산드리나의 궁중요리였다.

접시는 아름다웠다.

처음 보기에는 완벽한 고증처럼 보였다.
하지만 향은 오래된 조리법보다 조금 더 밝았다. 아주 작은 차이였다.

죠니는 먹고 말했다.

“처음엔 궁중요리 같은데, 끝맛은 다르네.”

알렉산드리나는 눈을 들었다.

“다릅니까?”

“응. 덜 박제 같아.”

가브리엘라는 미소 지었다.

알렉산드리나는 잠시 접시를 보았다.

“처음에는 흉내였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왕도, 예법, 목소리, 심지어 식탁까지.”

그녀는 아주 작은 향신료 통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매일 같은 불 앞에 서면, 언젠가 손이 먼저 압니다. 이 맛은 더 이상 과거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레이튼은 부드럽게 말했다.

“흉내낸 맛이 자기 맛이 되는 순간이군요.”

알렉산드리나는 웃었다.

“아직 완성은 아닙니다.”

죠니가 말했다.

“요리든 왕도든, 완성됐다고 믿는 순간부터 맛이 굳어. 지금처럼 조금 움직이는 쪽이 나아.”

알렉산드리나는 그를 보았다.

“좋은 심사평이군요.”

“그냥 먹고 말한 건데.”

“그래서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토얀카의 접시가 나왔다.

그레이는 한 손에 검사 도구를 들고 있었다.

스토얀카의 요리는 아름다웠다.

하얀 꽃잎.
붉은 소스.
척추처럼 쌓은 구조.
금방이라도 피어날 듯한 형태.

푸리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거…… 예쁘긴 한데.”

그레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검사 완료된 부분만 시식 가능합니다.”

스토얀카는 턱을 괴고 웃었다.

“엄격하네.”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그건 나도 좋아해.”

하융이 창호를 보았다.

“이번 가능성에서는 혀가 저리는 정도로 끝나오.”

그레이가 즉시 말했다.

“그 정도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스토얀카는 한 조각을 새 접시에 덜었다.

“그럼 이건 어때? 꽃은 빼고, 소스도 줄이고, 뼈 모양도 조금 덜 무섭게.”

레플리카가 그녀를 보았다.

“조정할 줄 알면서 왜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까?”

스토얀카는 웃었다.

“막히는지 보려고.”

“언제나 그런 식입니다.”

“그래서 네가 필요하잖아.”

레플리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죠니는 검사된 조각을 먹었다.

잠시 침묵.

푸리나가 물었다.

“어때?”

죠니는 스토얀카를 보았다.

“맛있어.”

스토얀카가 활짝 웃었다.

“봐.”

죠니는 바로 덧붙였다.

“그런데 맛있다는 이유로 방심하면 안 되는 음식이야. 먹는 사람보다 만든 사람이 더 즐거워 보이면, 심사위원은 의심부터 해야 하거든.”

그레이가 즉시 적었다.

스토얀카 요리: 맛 있음. 위험함. 엄격한 감독 필요.

스토얀카는 아주 만족스럽게 웃었다.

“칭찬이네.”

그레이는 단호했다.

“경고입니다.”

“둘 다일 수도 있지.”

레플리카는 검은 약초죽 그릇을 다시 들었다.

“그럴 때 먹일 죽이 있어 다행입니다.”

알렉산드리나는 세 접시를 보았다.

“불가리아의 식탁치고는 평화롭군요.”

스토얀카가 웃었다.

“접시 위에서만.”

레플리카가 낮게 말했다.

“그 정도면 오늘은 충분합니다.”

알렉산드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요.”


---

타마르의 차례가 되자, 연회장의 분위기가 조금 느려졌다.

그녀는 경쟁하러 나온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황혼빛 포도주.
치즈.
포도.
그리고 장례 뒤에 나누는 빵.

타마르는 말했다.

“이 빵은 이긴 자를 위한 것이 아니랍니다.”

그녀는 빵을 천천히 잘랐다.

“긴 길을 걸은 이가 잠시 앉아 먹는 것이지요.”

푸리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심사 대상이긴 하지?”

타마르는 웃었다.

“물론이지요. 짐도 지고 싶지는 않답니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의외로 승부욕 있네.”

“죽은 왕이라고 승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니까요.”

타마르의 포도주는 깊었다.

살아 있는 자가 마시기에는 조금 쓸쓸했고, 죽은 자를 기억하는 자에게는 이상하게 따뜻했다.

죠니는 빵을 조금 뜯어 먹고 포도주 향을 맡았다.

“이건 빨리 먹으라고 만든 음식은 아니네.”

타마르가 웃었다.

“그렇답니다.”

“천천히 먹어야 할 것 같아. 말이 많아지기 전에도, 말이 없어지기 전에도.”

여관의 성좌는 빵을 한 조각 먹고, 포도주 향을 맡았다.

“떠난 이를 억지로 붙잡지 않는 맛이군요.”

타마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좋은 표현이랍니다.”

“다만 자리를 비워두지도 않습니다.”

“그렇지요.”

타마르는 푸리나를 보았다.

“기억이란 그런 것이랍니다. 붙잡는 것도, 지우는 것도 아니지요. 빵을 나누는 동안, 잠시 이름을 부를 뿐.”

아레는 멀리서 그 말을 들었다.

그녀는 조용히 자기 솥을 저었다.

그리고 다음 순서가 되었다.

아레의 침묵의 솥.

접시는 간단했다.

콩, 보리, 뿌리채소, 말린 고기.
국물은 너무 진하지 않았고, 너무 묽지도 않았다.
전투 뒤에 말없이 먹을 수 있는 맛.

아레는 말했다.

“화려하지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말이 많은 음식도 아니지요.”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전투가 끝난 뒤에는, 모두가 바로 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아이는 먼저 먹어야 울 수 있고, 어떤 아이는 먹고 나서도 울지 못하지요.”

그녀는 그릇 하나를 내려놓았다.

“그래도 손이 움직이고, 숟가락이 입으로 가면, 아직 돌아온 것입니다.”

죠니는 한 숟가락을 먹었다.

그는 오래 씹었다.

이번에는 바로 평하지 않았다.

그릇을 내려놓은 뒤에야 낮게 말했다.

“이건 조용해지는 음식이네.”

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만들었어요.”

“속이 가라앉아. 전투 끝나고 말 많이 듣기 싫을 때, 이런 게 있으면 좋겠어.”

“두 그릇 준비해두었습니다.”

죠니는 그녀를 보았다.

“진짜로?”

아레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많이 먹는 아이니까요.”

죠니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낮게 웃었다.

“그 말, 이상하게 반박하기 어렵네.”

그때 한 부상병이 조심스럽게 그릇을 받았다.

그는 레플리카의 약초죽도 먹었고, 아레의 콩스튜도 한 숟가락 먹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전투 끝나고…… 처음으로 속이 조용합니다.”

아레는 그를 보았다.

“그럼 천천히 먹어요.”

부상병은 고개를 숙였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이튼은 낮게 말했다.

“이 요리는 대답을 강요하지 않는군요.”

하융도 조용히 말했다.

“다른 가능성에서는 저 병사가 아무것도 먹지 못했소.”

푸리나가 물었다.

“지금은?”

하융은 부상병을 보았다.

“지금은 한 숟가락 더 먹고 있소.”

죠니는 말했다.

“그럼 이쪽이 낫네.”

하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이쪽이 낫소.”


---

마지막 참가자는 아스트리트였다.

그녀는 여전히 조금 당황해 있었다.

“저는 정말 검술 시연인 줄 알았습니다.”

푸리나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훌륭하게 요리했잖아!”

“요리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스트리트의 접시는 허브와 어린 잎, 꽃, 따뜻한 빵, 금목서 향의 차였다.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생했다.

겨울을 지난 땅에서 첫 잎이 올라오는 것 같은 음식이었다.

레이튼은 차를 마시고 말했다.

“검으로 생명을 지키는 사람도, 때로는 잎을 씻어 접시에 올리는 법을 배워야 하는군요.”

아스트리트는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렇게까지 의미를 붙이시면 곤란합니다.”

여관의 성좌는 금목서 차를 마시고 미소 지었다.

“생명을 긍정한다는 말이 반드시 큰 선언일 필요는 없지요. 어린 잎 하나를 다치지 않게 씻는 것도, 좋은 시작입니다.”

아스트리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죠니는 샐러드를 먹고 말했다.

“가볍네. 고기랑 수프를 이만큼 먹은 뒤라서 그런지, 꽤 고맙다.”

푸리나는 박수를 쳤다.

“죠니가 건강한 평을 했어!”

죠니는 그녀를 보았다.

“내가 늘 기름진 것만 찾는 사람처럼 말하지 마, 여왕님.”

“아니었어?”

“부정은 못 하겠는데, 그렇게 바로 인정하기도 싫네.”

그레이는 마지막 심사 기록을 정리했다.

“모든 요리 시식 완료. 중대한 식중독 없음. 심사위원 생존. 조리장 일부 손상. 라이자 전하의 냄비 가격 산정 미완료. 스토얀카 전하의 꽃은 계속 격리 필요.”

스토얀카가 멀리서 웃었다.

“내 꽃 너무 인기 많네.”

“인기가 아니라 위험 관리입니다.”

푸리나는 양손을 펼쳤다.

“좋아! 그럼 이제 점수 발표?”

죠니는 그녀를 보았다.

“꼭 해야 해?”

푸리나가 멈칫했다.

“요리대회잖아?”

죠니는 식탁을 보았다.

민다우가스의 숲 스튜.
벨라의 재건 수프.
미하일라의 전장요리와 요안나의 빵.
라이자의 은꽃 디저트와 호흐마이스터의 보존식.
불가리아의 세 접시.
타마르의 황혼 빵과 포도주.
아레의 침묵의 솥.
아스트리트의 생명성 허브.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아이들, 부상병, 사절, 기사들.

죠니는 말했다.

“점수 매기면 웃기긴 하겠지. 그런데 지금은 식기 전에 나눠 먹는 쪽이 더 낫지 않아?”

푸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심사 없이?”

“심사는 했잖아. 난 꽤 많이 먹었고, 아직 살아 있어. 그럼 이제 밥 먹자고.”

그레이는 장부를 보았다.

“실제로 남은 음식을 배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어쩌면 오늘의 답은 우승자가 아니라 식탁 전체에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카식은 기록장을 덮었다.

“3류 해피엔딩 같네.”

알토가 물었다.

“또 3류입니까?”

“응.”

아카식은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 좋아.”

푸리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갑자기 종을 울렸다.

“좋아! 점수 발표는 없습니다!”

관객석과 조리장에 웅성거림이 퍼졌다.

푸리나는 국자를 높이 들었다.

“대신 오늘의 우승자는—”

그레이가 긴장했다.

“폐하.”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먹는 사람 전원!”

죠니가 낮게 말했다.

“괜찮네. 적어도 심사위원 혼자 다 먹는 것보단 양심적이야.”

그레이도 숨을 내쉬었다.

“외교적으로 안전합니다.”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었다.

“하하! 모두가 이긴 요리대회라. 킬리키아답군.”

벨라는 짧게 말했다.

“먹이면 된다.”

미하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보다 배식이 중요할 때가 있다.”

요안나는 웃었다.

“오늘은 그런 날이네요.”

스토얀카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는 좀 더 피 튀기는 결과도 좋았는데.”

레플리카가 바로 말했다.

“식탁에서 피는 필요 없습니다.”

알렉산드리나는 종이 냅킨을 접으며 말했다.

“오늘만큼은 동의합니다.”

타마르는 잔을 들어 올렸다.

“그렇다면 먹도록 하지요. 빵은 오래 기다리면 서운해한답니다.”

여관의 성좌는 조용히 일어났다.

“그럼 식탁을 열겠습니다.”

그가 손을 들자, 조리대와 심사대의 경계가 사라졌다.

군주들의 음식은 작은 그릇들에 나뉘어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피난민 아이들은 숲 스튜와 재건 수프를 받았다.
부상병들은 약초죽과 침묵의 솥을 받았다.
기사들은 보존식과 은꽃 디저트를 함께 먹었다.
사절들은 니케아의 고기와 평화의 빵을 나눴다.
누군가는 황혼의 빵을 먹으며 죽은 사람의 이름을 작게 불렀다.
누군가는 생명성 허브차를 마시고 어깨의 힘을 풀었다.

그리고 그 밤, 왕관의 식탁은 심사장이 아니라 여관이 되었다.
(최대 5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