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작성자:여관◆zAR16hM8he
작성일:2026-05-08 (금) 01:04:15
갱신일:2026-05-13 (수) 19:12:03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90여관◆zAR16hM8he(ca47ad90)2026-05-13 (수) 00:13:10
《왕관들의 분실물 보관소》
1장. 손님들이 두고 간 것들
아침의 여관은 밤의 여관보다 조용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밤에는 왕관들이 식탁에 앉았고, 군주들이 식칼을 들었고, 가신들이 화덕을 감시했으며, 누군가는 두 그릇을 먹었고, 누군가는 빵을 싸갔고, 누군가는 이름을 부르지 못한 이를 위해 빈 접시를 남겼다.
그러니 아침에는 조용해야 했다.
조용해야만 했다.
“폐하.”
그레이의 목소리는 이미 조용하지 않았다.
푸리나 헤툼은 여관 식탁 아래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응?”
“왜 식탁 아래에 계십니까?”
푸리나는 양손에 작은 국자를 하나 들고 있었다.
“찾았어!”
“무엇을요?”
“내 국자!”
그레이는 잠시 눈을 감았다.
“폐하의 국자는 분실물이 아닙니다. 폐하의 물건입니다.”
“하지만 잃어버렸잖아.”
“본인이 본인 물건을 본인 여관에서 잃어버린 경우는 분실물 보관소 업무로 분류하기 어렵습니다.”
죠니 죠스타는 의자에 기대 앉아 남은 빵 조각을 먹고 있었다.
“그냥 덜렁거린 거지.”
푸리나는 식탁 아래에서 빠져나오며 항의했다.
“죠니!”
죠니는 태연했다.
“왜. 틀린 말 아니잖아.”
“틀린 말은 아닌데 너무 바로 말했어.”
“그럼 천천히 말해줄까? 덜—렁—”
“그만!”
레이튼은 옆에서 차를 마시며 미소 지었다.
“분실물이란 참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물건은 어째서 주인을 떠나 남게 되는가. 그리고 남은 물건은 주인을 증명합니까, 아니면 그 밤을 증명합니까?”
그레이는 장부를 넘기며 말했다.
“레이튼 경, 철학적 질문은 잠시 뒤에 부탁드립니다. 현재는 실무적 분류가 우선입니다.”
하융은 회색 창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가능성에서는 분류를 미루었다가, 정오까지 물건들이 세 배로 늘었소.”
그레이의 손이 멈췄다.
“세 배요?”
“푸리나 폐하께서 ‘보물찾기’라고 선언하셨기 때문이오.”
푸리나는 눈을 반짝였다.
“그거 좋은데?”
죠니가 바로 말했다.
“안 돼.”
그레이도 말했다.
“안 됩니다.”
레이튼은 부드럽게 웃었다.
“두 분의 답이 동시에 나왔군요. 좋은 징조입니다.”
푸리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내 가신들이 너무 강해졌어.”
죠니는 빵을 씹으며 말했다.
“강해진 게 아니라 네 사고를 예측하게 된 거야.”
하융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측하지 못한 가능성은 대체로 치우는 일이 많았소.”
그레이는 장부 첫 장을 펼쳤다.
표제는 정갈했다.
《왕관의 식탁》 종료 후 분실물 및 잔류 물품 목록
그 아래에는 이미 수십 줄이 적혀 있었다.
푸리나는 장부를 보더니 감탄했다.
“우와. 많다.”
그레이는 조용히 말했다.
“많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죠니가 목록을 힐끗 보았다.
“진짜 많네.”
“죠니 경의 빈 접시도 세 개 발견되었습니다.”
“그건 분실물이 아니야.”
“그럼 무엇입니까?”
“활약의 흔적?”
푸리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레이는 장부에 차분하게 적었다.
죠니 경 빈 접시 3점: 세척 후 일반 식기로 복귀. 본인 주장 — 활약의 흔적.
죠니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적지 마.”
“이미 적었습니다.”
“너도 알토 닮아가네.”
그레이는 잠시 멈췄다.
“칭찬입니까?”
“절반쯤.”
“그럼 절반만 받겠습니다.”
---
분실물 보관소는 원래 여관 한쪽의 작은 선반이었다.
손님들이 두고 간 장갑, 머리핀, 작은 칼집, 찻잔 받침, 읽다 만 책갈피 같은 것들을 잠시 놓아두는 곳.
하지만 오늘 아침의 선반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푸리나는 그것을 보고 말했다.
“이건 선반이 아니라 작은 박물관이네.”
그레이는 말했다.
“박물관이 아닙니다. 회수 대기 물품입니다.”
레이튼은 선반 앞에 서서 눈을 빛냈다.
“작은 박물관이라는 표현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밤의 흔적들이 물건의 형식으로 모여 있으니까요.”
그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반박하기에는 물건들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맨 위 칸에는 늑대와 버섯 무늬가 있는 앞치마 끈이 있었다.
그 옆에는 별무늬 앞치마에서 떨어진 작은 천 조각이 놓여 있었다.
푸리나는 그것을 들어 올렸다.
“이거 민다우가스랑 아스테르다스 거지?”
죠니가 보았다.
“저 늑대는 대공 거고, 별은 아스테르다스 거겠네.”
푸리나는 별무늬 천을 만지작거렸다.
“아스테르다스, 이거 귀엽다고 생각했을까?”
죠니는 말했다.
“안 떼고 있었으니 싫진 않았겠지.”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혹은 누군가가 붙인 장난도, 가끔은 그 장난을 건넨 사람의 마음으로 남는 법이지요.”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말이야.”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리투아니아 앞치마 끈 2점. 추정 소유자: 민다우가스 대공, 아스테르다스 경. 반환 예정.
하융은 창호를 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민다우가스 대공께서 저 늑대 무늬를 보고 군용 위장 효과를 논하셨소.”
죠니가 말했다.
“그럴 만해.”
푸리나는 기뻐했다.
“내 디자인은 전술적이었구나!”
그레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귀여웠을 뿐입니다.”
“그게 전술일 수도 있잖아.”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면 위험합니다.”
---
두 번째 칸에는 작은 조리법 쪽지가 있었다.
글씨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짧고 무거운 문장.
하나는 조금 더 작고 조심스러운 글씨.
푸리나는 쪽지를 들었다.
“헝가리 거네.”
그레이가 읽었다.
“재건 수프 조리법입니다. 재료, 배급량, 조리 순서, 재가열 가능성, 피난민 우선 배식 기준이 적혀 있습니다.”
죠니가 말했다.
“요리법이라기보단 성벽 설계도 같네.”
그레이는 쪽지 아래쪽을 보았다.
“소피아 공주의 글씨도 있습니다.”
푸리나가 기웃거렸다.
“뭐라고 적혀 있어?”
그레이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읽었다.
“‘다시 먹고 싶다는 마음도 넣을 것.’”
식탁 근처가 잠시 조용해졌다.
죠니는 빵을 내려놓았다.
“좋네.”
푸리나는 작게 웃었다.
“응. 좋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말했다.
“성벽은 돌로만 세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 모양입니다.”
그레이는 조리법을 아주 조심스럽게 접었다.
“이건 반드시 반환해야 합니다.”
푸리나가 물었다.
“복사해두면 안 돼?”
그레이는 고민했다.
“조리법 공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죠니가 말했다.
“벨라한테 물어봐. ‘많이 먹일 수 있는 음식’이면 허락할 수도 있겠지.”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헝가리 재건 수프 조리법 1부. 소피아 공주 필기 포함. 반환 및 공유 허가 문의.
푸리나는 쪽지를 보며 말했다.
“소피아가 어제보다 조금 커진 것 같아.”
죠니가 낮게 말했다.
“수프 한 솥 젓고 나면 사람은 조금 커지지.”
“죠니, 또 좋은 말 했어.”
“그 말 좀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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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칸에는 작은 천끈이 있었다.
자주빛 실이 섞여 있고, 빵가루가 아주 조금 묻어 있었다.
푸리나가 그것을 집어 들자, 그레이가 곧장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니케아 측 물품으로 보입니다.”
죠니가 보았다.
“빵 포장끈이네.”
레이튼은 말했다.
“미하일라 폐하께서 요안나 폐하의 빵을 가져가셨던 그 포장끈이겠군요.”
푸리나는 웃었다.
“찾으러 올까?”
그레이는 현실적으로 답했다.
“포장끈 자체는 중요 물품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때 알토가 조용히 다가왔다.
아카식도 함께였다.
아카식은 이미 아침 차를 들고 있었다.
“포장끈?”
푸리나가 말했다.
“니케아 거 같아.”
아카식은 천끈을 보다가 말했다.
“이런 게 의외로 오래 남아.”
알토는 그를 보았다.
“기록하시겠습니까?”
아카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기록보다 반환이 먼저겠지.”
알토는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입니다.”
아카식은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
“알토가 또 칭찬했어.”
“그런 식으로 모으지 마십시오.”
“칭찬도 분실물 보관소에 맡길 수 있나?”
“분실하지 않으셨으니 보관 대상이 아닙니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저 둘은 아침부터 잘 맞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되게 자연스러워졌어.”
알토는 두 사람의 말을 들었지만 모른 척했다.
아카식은 포장끈을 보며 말했다.
“이건 그냥 끈이지만, 어젯밤에는 빵을 묶고 있었지. 빵은 아침을 묶고 있었고.”
푸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아카식, 그건 기록할 만한 말 아니야?”
아카식은 웃었다.
“응. 근데 안 할래.”
“왜?”
“미하일라가 진짜로 그 빵을 먹었는지, 그게 더 중요하니까.”
알토가 조용히 말했다.
“그 부분은 슈샤니크 전하가 아니라 슈샤니크 경께서 확인하실 겁니다.”
그레이가 바로 반응했다.
“정정 감사합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호칭도 중요한 기록이지.”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니케아 빵 포장끈 1점. 추정 소유자: 요안나 폐하 또는 미하일라 폐하. 슈샤니크 경 통해 확인 예정.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번엔 전하 실수 안 했다.”
죠니가 말했다.
“어제 라플리한테는 했잖아.”
그레이는 아주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정정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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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칸은 이미 작은 위험구역이었다.
그레이가 직접 종이를 붙여두었다.
만지지 마시오.
그 안에는 작은 유리병이 있었다.
유리병 안에는 스토얀카의 가시꽃 꽃잎이 들어 있었다.
푸리나는 가까이 다가가려다 멈췄다.
“이건 정말 분실물이야?”
그레이는 말했다.
“분실물이라기보다는 격리 보관 물품입니다.”
죠니는 유리병을 보았다.
“버리면 안 돼?”
그레이는 고민했다.
“외교 문제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주인한테 돌려줘.”
“그 역시 위험 가능성이 있습니다.”
레이튼은 유리병 안의 꽃잎을 보며 말했다.
“참으로 곤란한 물건이군요. 주인에게 두어도 위험하고, 여관에 남겨도 위험하며, 버려도 위험하다.”
하융은 창호를 들여다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푸리나 폐하께서 장식으로 쓰셨소.”
그레이가 거의 즉시 말했다.
“폐기합니다.”
푸리나가 억울하게 말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죠니가 말했다.
“생각했잖아.”
“조금.”
그레이는 유리병을 더 안쪽으로 밀었다.
그때 레플리카가 조용히 들어왔다.
“그 꽃을 찾으러 온 것은 아닙니다.”
그레이가 고개를 들었다.
“레플리카 전하.”
레플리카는 가시꽃 병을 보고 말했다.
“다만 그대로 두면 스토얀카가 가지러 올 것입니다.”
죠니가 말했다.
“그럼 먼저 처리해야겠네.”
레플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봉인을 하나 더 걸겠습니다. 고통이 새어나오지는 않게.”
푸리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스토얀카가 화내지 않을까?”
레플리카는 담담했다.
“화낼 것입니다.”
“그럼?”
“그래도 해야 합니다.”
알렉산드리나도 뒤이어 들어왔다.
그녀는 종이 상자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 꽃은 불가리아 측으로 가져가겠습니다. 단, 봉인 상태로.”
그레이가 물었다.
“보관 책임자는 누구입니까?”
알렉산드리나는 짧게 웃었다.
“오늘만큼은 저입니다.”
레플리카는 알렉산드리나를 보았다.
“감당할 수 있습니까?”
“감당해야죠. 안 그러면 스토얀카가 장식으로 씁니다.”
레플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막아야 합니다.”
푸리나는 작게 말했다.
“둘이 되게 협력적이다.”
죠니는 말했다.
“위험한 꽃 앞에서는 다들 현실적이 되네.”
알렉산드리나는 유리병을 상자 안에 넣었다.
“스토얀카에게는 제가 말하겠습니다.”
레플리카는 조용히 말했다.
“필요하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그러면 더 화낼 텐데요.”
“그래도 덜 위험할 것입니다.”
알렉산드리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맞군요.”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스토얀카 전하의 가시꽃 꽃잎 1점. 레플리카 전하 봉인 후 알렉산드리나 전하 책임하에 반환. 추가 감시 필요.
아카식이 그걸 보고 말했다.
“불가리아는 분실물도 내전 같네.”
알토가 담담히 답했다.
“하지만 오늘은 분실물 보관 절차 안에서 해결되었습니다.”
“그게 더 신기해.”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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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칸에는 푸리나가 가장 흥미로워한 물건이 있었다.
작은 종이 상자.
그 위에는 정갈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검술 시연 관련 자료
푸리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눈을 피했다.
죠니가 말했다.
“아스트리트 거네.”
그레이는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초대장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초대장에는 분명히 이렇게 쓰여 있었다.
리보니아 검우기사단장 아스트리트 나흐트로제 경께.
친선 검술 시연 및 교류 행사에 초대합니다.
그레이는 천천히 푸리나를 보았다.
푸리나는 눈을 굴렸다.
“그게…….”
죠니가 말했다.
“요리대회라고 안 적혀 있는데.”
“칼은 쓰니까…….”
“여왕님.”
“응.”
“식칼과 검은 달라.”
그레이는 조용히 말했다.
“아스트리트 경께 공식 사과문을 작성하셔야 합니다.”
푸리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또 문서야?”
“초대장 사고는 문서로 수습해야 합니다.”
레이튼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스트리트 경의 허브차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틀린 문이 좋은 방으로 이어진 셈이지요.”
그레이는 단호했다.
“그래도 다음 초대장은 정확해야 합니다.”
하융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능성에서는 아스트리트 경께서 갑옷을 입고 조리장에 들어오셨소.”
죠니가 말했다.
“그건 좀 보고 싶네.”
그레이는 말했다.
“보고 싶다고 해서 발생시켜도 되는 일은 아닙니다.”
아카식은 초대장을 보고 웃었다.
“이건 기록하고 싶은데.”
알토가 말했다.
“공식 기록에는 ‘행사 성격 전달 오류’로 남기는 것이 적절합니다.”
아카식은 푸리나를 보았다.
“비공식 기록에는?”
푸리나는 두 손을 모았다.
“제발.”
아카식은 웃었다.
“좋아. 그럼 비공식 기억으로만.”
알토는 말했다.
“기억도 언젠가 기록될 수 있습니다.”
“알토, 지금 협박처럼 들렸어.”
“주의 환기입니다.”
푸리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아스트리트 경 초대장 1부. 내용 오류 있음. 공식 사과 및 차후 초대장 검수 절차 필요.
그때 문가에서 아스트리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제 초대장이 여기 있습니까?”
푸리나는 굳었다.
아스트리트가 들어왔다.
오늘은 갑옷이 아니라 평상복에 가까운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자세는 여전히 기사단장다웠다.
그레이가 정중히 초대장을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아스트리트 경. 그리고 초대장 내용 오류에 대해 푸리나 폐하께서 공식 사과문을 작성하실 예정입니다.”
푸리나는 작게 말했다.
“미안해.”
아스트리트는 초대장을 받아 들고 잠시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다음에는 검술 시연이면 검술 시연, 요리대회면 요리대회라고 적어주십시오.”
“응.”
“다과회면 다과회라고도요.”
푸리나가 눈을 반짝였다.
“다과회 좋아?”
아스트리트는 바로 말했다.
“정확히 적혀 있다면요.”
죠니가 낮게 말했다.
“조건부 허가네.”
아스트리트는 아주 살짝 웃었다.
“어제의 허브차가 도움이 되었다면, 다음에는 처음부터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좋아! 그럼 다음에는—”
그레이가 말했다.
“사전 계획서.”
푸리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스트리트는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더 웃었다.
“그레이 양께서 계셔서 다행입니다.”
그레이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
여섯 번째 칸은 이상하게 비어 있었다.
정확히는 물건이 없는데, 작은 표지만 있었다.
아레 전하의 솥 — 아직 세척 보류
푸리나는 그 표지를 보며 조용해졌다.
“솥은 여기 없어?”
그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조리장에 그대로 있습니다. 아레 전하께서 잠시 두기를 원하셨습니다.”
죠니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건 분실물이 아니네.”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겨둔 물건이지요.”
하융은 회색 창호를 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너무 빨리 씻었소. 그 밤이 조금 더 차가워졌지.”
푸리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아레 마가트로이드가 조용히 들어왔다.
그녀는 걸음소리마저 낮았다.
푸리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레.”
아레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솥을 찾으러 왔단다.”
그레이가 말했다.
“세척을 도와드릴까요?”
아레는 잠시 생각했다.
“그래. 이제는 씻어도 되겠구나.”
푸리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는?”
아레는 그녀를 보았다.
“밤이 지나갔으니.”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다.
“기억은 더러운 그릇에 남는 것이 아니란다. 씻어두어야 다음 사람이 다시 먹을 수 있지.”
죠니가 작게 말했다.
“그 말, 어제 내가 한 말이랑 비슷하네.”
아레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좋은 말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해도 닳지 않는 법이지.”
죠니는 잠시 말이 없다가 시선을 피했다.
“그건 좀 과한 칭찬인데.”
푸리나는 바로 놀리려다 멈췄다.
아레의 앞에서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레는 푸리나를 보았다.
“무엇을 생각하니?”
푸리나는 잠시 고민했다.
“분실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도 많은 것 같아서.”
“좋은 생각이구나.”
아레는 조용히 말했다.
“두고 간 것과 잃어버린 것은 다르단다.”
그 말은 식탁 위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레이는 장부를 바라보았다.
잠시 뒤, 그녀는 항목 하나를 수정했다.
분실물 및 잔류 물품 목록
거기에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잃어버린 것과 두고 간 것을 구분할 것.
아레는 그 글씨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장부구나.”
그레이는 살짝 당황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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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조금 더 밝아졌을 때, 여관의 성좌가 분실물 보관소 앞에 섰다.
그는 한동안 선반을 바라보았다.
하프 줄.
앞치마 끈.
조리법 쪽지.
빵 포장끈.
가시꽃 병이 있던 빈 자리.
초대장.
씻기 전의 솥을 표시한 표지.
그리고 푸리나가 찾았다가 다시 잃어버릴 뻔한 국자.
푸리나는 그 옆에 섰다.
“손님들이 정말 많이 두고 갔네요.”
“그렇습니다.”
“다 찾아줘야겠죠?”
“대부분은요.”
“대부분?”
여관의 성좌는 미소 지었다.
“어떤 것은 주인이 찾으러 오고, 어떤 것은 우리가 돌려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것은, 잠시 여관에 남아 다음 손님에게 자리를 알려주기도 하지요.”
푸리나는 선반을 보았다.
“물건이?”
“물건도 그렇고, 기억도 그렇습니다.”
죠니는 빈 접시를 들고 지나가다가 말했다.
“내 접시는 그냥 씻어.”
그레이는 즉시 답했다.
“이미 세척 대기 중입니다.”
아카식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죠니의 접시는 좋은 기록이야.”
죠니가 말했다.
“아니라니까.”
알토는 조용히 말했다.
“좋은 기록입니다. 다만 공식 기록에는 식기 사용량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그게 더 싫은데.”
푸리나는 웃었다.
그리고 선반 한가운데에 작은 빈 그릇 하나를 놓았다.
그레이가 물었다.
“폐하, 그것은 무엇입니까?”
“다음 식탁용 그릇.”
“그릇은 식기장에 보관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하나쯤은 여기 있어도 되지 않을까?”
그레이는 잠시 그릇을 보았다.
평범한 그릇이었다.
어젯밤에 누군가 다시 내밀었던 그릇.
깨끗이 씻겨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비어 있다는 느낌보다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레이는 장부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임시 보관으로 처리하겠습니다.”
푸리나는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죠니가 낮게 말했다.
“그레이가 많이 봐줬네.”
“알아!”
하융은 회색 창호를 닫았다.
“이 가능성은 나쁘지 않소.”
레이튼은 모자를 고쳐 썼다.
“분실물 보관소라기보다, 다음 이야기의 대기실 같군요.”
아카식은 그 말을 듣고 기록장을 열었다가, 잠시 멈췄다.
알토가 물었다.
“기록하지 않으십니까?”
아카식은 선반 위의 빈 그릇을 보았다.
“조금 있다가.”
“이유가 있습니까?”
“응. 아직 누가 이 그릇을 다시 들지 모르잖아.”
알토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기다리는 것이 맞습니다.”
푸리나는 그 둘을 보고 웃었다.
“좋아. 오늘은 기다리는 날이네.”
죠니가 말했다.
“그럼 진짜로 기다려. 또 뭔가 열지 말고.”
푸리나는 입을 열었다.
그레이가 그녀를 보았다.
푸리나는 다시 입을 닫았다.
“……알았어.”
그레이는 조용히 장부에 적었다.
푸리나 폐하, 새로운 행사 제안 보류. 드문 성과.
죠니는 그것을 보고 웃었다.
“그건 기록할 만하네.”
푸리나는 외쳤다.
“죠니!”
아침의 여관에 웃음이 퍼졌다.
왕관들은 대부분 떠났고, 식탁은 치워졌고, 조리장은 식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관 한쪽의 작은 선반에는 아직 손님들이 두고 간 것들이 남아 있었다.
잃어버린 물건.
돌려줄 물건.
잠시 남겨둔 물건.
그리고 다음 식탁을 기다리는 빈 그릇.
여관의 성좌는 조용히 그 선반에 작은 표지를 걸었다.
분실물 보관소
그리고 그 아래에, 아주 작은 글씨로 한 줄을 더했다.
두고 간 밤도 잠시 맡아드립니다.
1장. 손님들이 두고 간 것들
아침의 여관은 밤의 여관보다 조용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밤에는 왕관들이 식탁에 앉았고, 군주들이 식칼을 들었고, 가신들이 화덕을 감시했으며, 누군가는 두 그릇을 먹었고, 누군가는 빵을 싸갔고, 누군가는 이름을 부르지 못한 이를 위해 빈 접시를 남겼다.
그러니 아침에는 조용해야 했다.
조용해야만 했다.
“폐하.”
그레이의 목소리는 이미 조용하지 않았다.
푸리나 헤툼은 여관 식탁 아래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응?”
“왜 식탁 아래에 계십니까?”
푸리나는 양손에 작은 국자를 하나 들고 있었다.
“찾았어!”
“무엇을요?”
“내 국자!”
그레이는 잠시 눈을 감았다.
“폐하의 국자는 분실물이 아닙니다. 폐하의 물건입니다.”
“하지만 잃어버렸잖아.”
“본인이 본인 물건을 본인 여관에서 잃어버린 경우는 분실물 보관소 업무로 분류하기 어렵습니다.”
죠니 죠스타는 의자에 기대 앉아 남은 빵 조각을 먹고 있었다.
“그냥 덜렁거린 거지.”
푸리나는 식탁 아래에서 빠져나오며 항의했다.
“죠니!”
죠니는 태연했다.
“왜. 틀린 말 아니잖아.”
“틀린 말은 아닌데 너무 바로 말했어.”
“그럼 천천히 말해줄까? 덜—렁—”
“그만!”
레이튼은 옆에서 차를 마시며 미소 지었다.
“분실물이란 참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물건은 어째서 주인을 떠나 남게 되는가. 그리고 남은 물건은 주인을 증명합니까, 아니면 그 밤을 증명합니까?”
그레이는 장부를 넘기며 말했다.
“레이튼 경, 철학적 질문은 잠시 뒤에 부탁드립니다. 현재는 실무적 분류가 우선입니다.”
하융은 회색 창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가능성에서는 분류를 미루었다가, 정오까지 물건들이 세 배로 늘었소.”
그레이의 손이 멈췄다.
“세 배요?”
“푸리나 폐하께서 ‘보물찾기’라고 선언하셨기 때문이오.”
푸리나는 눈을 반짝였다.
“그거 좋은데?”
죠니가 바로 말했다.
“안 돼.”
그레이도 말했다.
“안 됩니다.”
레이튼은 부드럽게 웃었다.
“두 분의 답이 동시에 나왔군요. 좋은 징조입니다.”
푸리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내 가신들이 너무 강해졌어.”
죠니는 빵을 씹으며 말했다.
“강해진 게 아니라 네 사고를 예측하게 된 거야.”
하융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측하지 못한 가능성은 대체로 치우는 일이 많았소.”
그레이는 장부 첫 장을 펼쳤다.
표제는 정갈했다.
《왕관의 식탁》 종료 후 분실물 및 잔류 물품 목록
그 아래에는 이미 수십 줄이 적혀 있었다.
푸리나는 장부를 보더니 감탄했다.
“우와. 많다.”
그레이는 조용히 말했다.
“많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죠니가 목록을 힐끗 보았다.
“진짜 많네.”
“죠니 경의 빈 접시도 세 개 발견되었습니다.”
“그건 분실물이 아니야.”
“그럼 무엇입니까?”
“활약의 흔적?”
푸리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레이는 장부에 차분하게 적었다.
죠니 경 빈 접시 3점: 세척 후 일반 식기로 복귀. 본인 주장 — 활약의 흔적.
죠니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적지 마.”
“이미 적었습니다.”
“너도 알토 닮아가네.”
그레이는 잠시 멈췄다.
“칭찬입니까?”
“절반쯤.”
“그럼 절반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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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보관소는 원래 여관 한쪽의 작은 선반이었다.
손님들이 두고 간 장갑, 머리핀, 작은 칼집, 찻잔 받침, 읽다 만 책갈피 같은 것들을 잠시 놓아두는 곳.
하지만 오늘 아침의 선반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푸리나는 그것을 보고 말했다.
“이건 선반이 아니라 작은 박물관이네.”
그레이는 말했다.
“박물관이 아닙니다. 회수 대기 물품입니다.”
레이튼은 선반 앞에 서서 눈을 빛냈다.
“작은 박물관이라는 표현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밤의 흔적들이 물건의 형식으로 모여 있으니까요.”
그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반박하기에는 물건들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맨 위 칸에는 늑대와 버섯 무늬가 있는 앞치마 끈이 있었다.
그 옆에는 별무늬 앞치마에서 떨어진 작은 천 조각이 놓여 있었다.
푸리나는 그것을 들어 올렸다.
“이거 민다우가스랑 아스테르다스 거지?”
죠니가 보았다.
“저 늑대는 대공 거고, 별은 아스테르다스 거겠네.”
푸리나는 별무늬 천을 만지작거렸다.
“아스테르다스, 이거 귀엽다고 생각했을까?”
죠니는 말했다.
“안 떼고 있었으니 싫진 않았겠지.”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혹은 누군가가 붙인 장난도, 가끔은 그 장난을 건넨 사람의 마음으로 남는 법이지요.”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말이야.”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리투아니아 앞치마 끈 2점. 추정 소유자: 민다우가스 대공, 아스테르다스 경. 반환 예정.
하융은 창호를 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민다우가스 대공께서 저 늑대 무늬를 보고 군용 위장 효과를 논하셨소.”
죠니가 말했다.
“그럴 만해.”
푸리나는 기뻐했다.
“내 디자인은 전술적이었구나!”
그레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귀여웠을 뿐입니다.”
“그게 전술일 수도 있잖아.”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면 위험합니다.”
---
두 번째 칸에는 작은 조리법 쪽지가 있었다.
글씨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짧고 무거운 문장.
하나는 조금 더 작고 조심스러운 글씨.
푸리나는 쪽지를 들었다.
“헝가리 거네.”
그레이가 읽었다.
“재건 수프 조리법입니다. 재료, 배급량, 조리 순서, 재가열 가능성, 피난민 우선 배식 기준이 적혀 있습니다.”
죠니가 말했다.
“요리법이라기보단 성벽 설계도 같네.”
그레이는 쪽지 아래쪽을 보았다.
“소피아 공주의 글씨도 있습니다.”
푸리나가 기웃거렸다.
“뭐라고 적혀 있어?”
그레이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읽었다.
“‘다시 먹고 싶다는 마음도 넣을 것.’”
식탁 근처가 잠시 조용해졌다.
죠니는 빵을 내려놓았다.
“좋네.”
푸리나는 작게 웃었다.
“응. 좋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말했다.
“성벽은 돌로만 세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 모양입니다.”
그레이는 조리법을 아주 조심스럽게 접었다.
“이건 반드시 반환해야 합니다.”
푸리나가 물었다.
“복사해두면 안 돼?”
그레이는 고민했다.
“조리법 공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죠니가 말했다.
“벨라한테 물어봐. ‘많이 먹일 수 있는 음식’이면 허락할 수도 있겠지.”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헝가리 재건 수프 조리법 1부. 소피아 공주 필기 포함. 반환 및 공유 허가 문의.
푸리나는 쪽지를 보며 말했다.
“소피아가 어제보다 조금 커진 것 같아.”
죠니가 낮게 말했다.
“수프 한 솥 젓고 나면 사람은 조금 커지지.”
“죠니, 또 좋은 말 했어.”
“그 말 좀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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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칸에는 작은 천끈이 있었다.
자주빛 실이 섞여 있고, 빵가루가 아주 조금 묻어 있었다.
푸리나가 그것을 집어 들자, 그레이가 곧장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니케아 측 물품으로 보입니다.”
죠니가 보았다.
“빵 포장끈이네.”
레이튼은 말했다.
“미하일라 폐하께서 요안나 폐하의 빵을 가져가셨던 그 포장끈이겠군요.”
푸리나는 웃었다.
“찾으러 올까?”
그레이는 현실적으로 답했다.
“포장끈 자체는 중요 물품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때 알토가 조용히 다가왔다.
아카식도 함께였다.
아카식은 이미 아침 차를 들고 있었다.
“포장끈?”
푸리나가 말했다.
“니케아 거 같아.”
아카식은 천끈을 보다가 말했다.
“이런 게 의외로 오래 남아.”
알토는 그를 보았다.
“기록하시겠습니까?”
아카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기록보다 반환이 먼저겠지.”
알토는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입니다.”
아카식은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
“알토가 또 칭찬했어.”
“그런 식으로 모으지 마십시오.”
“칭찬도 분실물 보관소에 맡길 수 있나?”
“분실하지 않으셨으니 보관 대상이 아닙니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저 둘은 아침부터 잘 맞네.”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되게 자연스러워졌어.”
알토는 두 사람의 말을 들었지만 모른 척했다.
아카식은 포장끈을 보며 말했다.
“이건 그냥 끈이지만, 어젯밤에는 빵을 묶고 있었지. 빵은 아침을 묶고 있었고.”
푸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아카식, 그건 기록할 만한 말 아니야?”
아카식은 웃었다.
“응. 근데 안 할래.”
“왜?”
“미하일라가 진짜로 그 빵을 먹었는지, 그게 더 중요하니까.”
알토가 조용히 말했다.
“그 부분은 슈샤니크 전하가 아니라 슈샤니크 경께서 확인하실 겁니다.”
그레이가 바로 반응했다.
“정정 감사합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호칭도 중요한 기록이지.”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니케아 빵 포장끈 1점. 추정 소유자: 요안나 폐하 또는 미하일라 폐하. 슈샤니크 경 통해 확인 예정.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번엔 전하 실수 안 했다.”
죠니가 말했다.
“어제 라플리한테는 했잖아.”
그레이는 아주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정정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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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칸은 이미 작은 위험구역이었다.
그레이가 직접 종이를 붙여두었다.
만지지 마시오.
그 안에는 작은 유리병이 있었다.
유리병 안에는 스토얀카의 가시꽃 꽃잎이 들어 있었다.
푸리나는 가까이 다가가려다 멈췄다.
“이건 정말 분실물이야?”
그레이는 말했다.
“분실물이라기보다는 격리 보관 물품입니다.”
죠니는 유리병을 보았다.
“버리면 안 돼?”
그레이는 고민했다.
“외교 문제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주인한테 돌려줘.”
“그 역시 위험 가능성이 있습니다.”
레이튼은 유리병 안의 꽃잎을 보며 말했다.
“참으로 곤란한 물건이군요. 주인에게 두어도 위험하고, 여관에 남겨도 위험하며, 버려도 위험하다.”
하융은 창호를 들여다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푸리나 폐하께서 장식으로 쓰셨소.”
그레이가 거의 즉시 말했다.
“폐기합니다.”
푸리나가 억울하게 말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죠니가 말했다.
“생각했잖아.”
“조금.”
그레이는 유리병을 더 안쪽으로 밀었다.
그때 레플리카가 조용히 들어왔다.
“그 꽃을 찾으러 온 것은 아닙니다.”
그레이가 고개를 들었다.
“레플리카 전하.”
레플리카는 가시꽃 병을 보고 말했다.
“다만 그대로 두면 스토얀카가 가지러 올 것입니다.”
죠니가 말했다.
“그럼 먼저 처리해야겠네.”
레플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봉인을 하나 더 걸겠습니다. 고통이 새어나오지는 않게.”
푸리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스토얀카가 화내지 않을까?”
레플리카는 담담했다.
“화낼 것입니다.”
“그럼?”
“그래도 해야 합니다.”
알렉산드리나도 뒤이어 들어왔다.
그녀는 종이 상자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 꽃은 불가리아 측으로 가져가겠습니다. 단, 봉인 상태로.”
그레이가 물었다.
“보관 책임자는 누구입니까?”
알렉산드리나는 짧게 웃었다.
“오늘만큼은 저입니다.”
레플리카는 알렉산드리나를 보았다.
“감당할 수 있습니까?”
“감당해야죠. 안 그러면 스토얀카가 장식으로 씁니다.”
레플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막아야 합니다.”
푸리나는 작게 말했다.
“둘이 되게 협력적이다.”
죠니는 말했다.
“위험한 꽃 앞에서는 다들 현실적이 되네.”
알렉산드리나는 유리병을 상자 안에 넣었다.
“스토얀카에게는 제가 말하겠습니다.”
레플리카는 조용히 말했다.
“필요하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그러면 더 화낼 텐데요.”
“그래도 덜 위험할 것입니다.”
알렉산드리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맞군요.”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스토얀카 전하의 가시꽃 꽃잎 1점. 레플리카 전하 봉인 후 알렉산드리나 전하 책임하에 반환. 추가 감시 필요.
아카식이 그걸 보고 말했다.
“불가리아는 분실물도 내전 같네.”
알토가 담담히 답했다.
“하지만 오늘은 분실물 보관 절차 안에서 해결되었습니다.”
“그게 더 신기해.”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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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칸에는 푸리나가 가장 흥미로워한 물건이 있었다.
작은 종이 상자.
그 위에는 정갈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검술 시연 관련 자료
푸리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눈을 피했다.
죠니가 말했다.
“아스트리트 거네.”
그레이는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초대장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초대장에는 분명히 이렇게 쓰여 있었다.
리보니아 검우기사단장 아스트리트 나흐트로제 경께.
친선 검술 시연 및 교류 행사에 초대합니다.
그레이는 천천히 푸리나를 보았다.
푸리나는 눈을 굴렸다.
“그게…….”
죠니가 말했다.
“요리대회라고 안 적혀 있는데.”
“칼은 쓰니까…….”
“여왕님.”
“응.”
“식칼과 검은 달라.”
그레이는 조용히 말했다.
“아스트리트 경께 공식 사과문을 작성하셔야 합니다.”
푸리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또 문서야?”
“초대장 사고는 문서로 수습해야 합니다.”
레이튼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스트리트 경의 허브차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틀린 문이 좋은 방으로 이어진 셈이지요.”
그레이는 단호했다.
“그래도 다음 초대장은 정확해야 합니다.”
하융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능성에서는 아스트리트 경께서 갑옷을 입고 조리장에 들어오셨소.”
죠니가 말했다.
“그건 좀 보고 싶네.”
그레이는 말했다.
“보고 싶다고 해서 발생시켜도 되는 일은 아닙니다.”
아카식은 초대장을 보고 웃었다.
“이건 기록하고 싶은데.”
알토가 말했다.
“공식 기록에는 ‘행사 성격 전달 오류’로 남기는 것이 적절합니다.”
아카식은 푸리나를 보았다.
“비공식 기록에는?”
푸리나는 두 손을 모았다.
“제발.”
아카식은 웃었다.
“좋아. 그럼 비공식 기억으로만.”
알토는 말했다.
“기억도 언젠가 기록될 수 있습니다.”
“알토, 지금 협박처럼 들렸어.”
“주의 환기입니다.”
푸리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아스트리트 경 초대장 1부. 내용 오류 있음. 공식 사과 및 차후 초대장 검수 절차 필요.
그때 문가에서 아스트리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제 초대장이 여기 있습니까?”
푸리나는 굳었다.
아스트리트가 들어왔다.
오늘은 갑옷이 아니라 평상복에 가까운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자세는 여전히 기사단장다웠다.
그레이가 정중히 초대장을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아스트리트 경. 그리고 초대장 내용 오류에 대해 푸리나 폐하께서 공식 사과문을 작성하실 예정입니다.”
푸리나는 작게 말했다.
“미안해.”
아스트리트는 초대장을 받아 들고 잠시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다음에는 검술 시연이면 검술 시연, 요리대회면 요리대회라고 적어주십시오.”
“응.”
“다과회면 다과회라고도요.”
푸리나가 눈을 반짝였다.
“다과회 좋아?”
아스트리트는 바로 말했다.
“정확히 적혀 있다면요.”
죠니가 낮게 말했다.
“조건부 허가네.”
아스트리트는 아주 살짝 웃었다.
“어제의 허브차가 도움이 되었다면, 다음에는 처음부터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좋아! 그럼 다음에는—”
그레이가 말했다.
“사전 계획서.”
푸리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스트리트는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더 웃었다.
“그레이 양께서 계셔서 다행입니다.”
그레이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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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칸은 이상하게 비어 있었다.
정확히는 물건이 없는데, 작은 표지만 있었다.
아레 전하의 솥 — 아직 세척 보류
푸리나는 그 표지를 보며 조용해졌다.
“솥은 여기 없어?”
그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조리장에 그대로 있습니다. 아레 전하께서 잠시 두기를 원하셨습니다.”
죠니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건 분실물이 아니네.”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겨둔 물건이지요.”
하융은 회색 창호를 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너무 빨리 씻었소. 그 밤이 조금 더 차가워졌지.”
푸리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아레 마가트로이드가 조용히 들어왔다.
그녀는 걸음소리마저 낮았다.
푸리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레.”
아레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솥을 찾으러 왔단다.”
그레이가 말했다.
“세척을 도와드릴까요?”
아레는 잠시 생각했다.
“그래. 이제는 씻어도 되겠구나.”
푸리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는?”
아레는 그녀를 보았다.
“밤이 지나갔으니.”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다.
“기억은 더러운 그릇에 남는 것이 아니란다. 씻어두어야 다음 사람이 다시 먹을 수 있지.”
죠니가 작게 말했다.
“그 말, 어제 내가 한 말이랑 비슷하네.”
아레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좋은 말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해도 닳지 않는 법이지.”
죠니는 잠시 말이 없다가 시선을 피했다.
“그건 좀 과한 칭찬인데.”
푸리나는 바로 놀리려다 멈췄다.
아레의 앞에서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레는 푸리나를 보았다.
“무엇을 생각하니?”
푸리나는 잠시 고민했다.
“분실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도 많은 것 같아서.”
“좋은 생각이구나.”
아레는 조용히 말했다.
“두고 간 것과 잃어버린 것은 다르단다.”
그 말은 식탁 위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레이는 장부를 바라보았다.
잠시 뒤, 그녀는 항목 하나를 수정했다.
분실물 및 잔류 물품 목록
거기에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잃어버린 것과 두고 간 것을 구분할 것.
아레는 그 글씨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장부구나.”
그레이는 살짝 당황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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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조금 더 밝아졌을 때, 여관의 성좌가 분실물 보관소 앞에 섰다.
그는 한동안 선반을 바라보았다.
하프 줄.
앞치마 끈.
조리법 쪽지.
빵 포장끈.
가시꽃 병이 있던 빈 자리.
초대장.
씻기 전의 솥을 표시한 표지.
그리고 푸리나가 찾았다가 다시 잃어버릴 뻔한 국자.
푸리나는 그 옆에 섰다.
“손님들이 정말 많이 두고 갔네요.”
“그렇습니다.”
“다 찾아줘야겠죠?”
“대부분은요.”
“대부분?”
여관의 성좌는 미소 지었다.
“어떤 것은 주인이 찾으러 오고, 어떤 것은 우리가 돌려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것은, 잠시 여관에 남아 다음 손님에게 자리를 알려주기도 하지요.”
푸리나는 선반을 보았다.
“물건이?”
“물건도 그렇고, 기억도 그렇습니다.”
죠니는 빈 접시를 들고 지나가다가 말했다.
“내 접시는 그냥 씻어.”
그레이는 즉시 답했다.
“이미 세척 대기 중입니다.”
아카식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죠니의 접시는 좋은 기록이야.”
죠니가 말했다.
“아니라니까.”
알토는 조용히 말했다.
“좋은 기록입니다. 다만 공식 기록에는 식기 사용량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그게 더 싫은데.”
푸리나는 웃었다.
그리고 선반 한가운데에 작은 빈 그릇 하나를 놓았다.
그레이가 물었다.
“폐하, 그것은 무엇입니까?”
“다음 식탁용 그릇.”
“그릇은 식기장에 보관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하나쯤은 여기 있어도 되지 않을까?”
그레이는 잠시 그릇을 보았다.
평범한 그릇이었다.
어젯밤에 누군가 다시 내밀었던 그릇.
깨끗이 씻겨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비어 있다는 느낌보다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레이는 장부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임시 보관으로 처리하겠습니다.”
푸리나는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죠니가 낮게 말했다.
“그레이가 많이 봐줬네.”
“알아!”
하융은 회색 창호를 닫았다.
“이 가능성은 나쁘지 않소.”
레이튼은 모자를 고쳐 썼다.
“분실물 보관소라기보다, 다음 이야기의 대기실 같군요.”
아카식은 그 말을 듣고 기록장을 열었다가, 잠시 멈췄다.
알토가 물었다.
“기록하지 않으십니까?”
아카식은 선반 위의 빈 그릇을 보았다.
“조금 있다가.”
“이유가 있습니까?”
“응. 아직 누가 이 그릇을 다시 들지 모르잖아.”
알토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기다리는 것이 맞습니다.”
푸리나는 그 둘을 보고 웃었다.
“좋아. 오늘은 기다리는 날이네.”
죠니가 말했다.
“그럼 진짜로 기다려. 또 뭔가 열지 말고.”
푸리나는 입을 열었다.
그레이가 그녀를 보았다.
푸리나는 다시 입을 닫았다.
“……알았어.”
그레이는 조용히 장부에 적었다.
푸리나 폐하, 새로운 행사 제안 보류. 드문 성과.
죠니는 그것을 보고 웃었다.
“그건 기록할 만하네.”
푸리나는 외쳤다.
“죠니!”
아침의 여관에 웃음이 퍼졌다.
왕관들은 대부분 떠났고, 식탁은 치워졌고, 조리장은 식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관 한쪽의 작은 선반에는 아직 손님들이 두고 간 것들이 남아 있었다.
잃어버린 물건.
돌려줄 물건.
잠시 남겨둔 물건.
그리고 다음 식탁을 기다리는 빈 그릇.
여관의 성좌는 조용히 그 선반에 작은 표지를 걸었다.
분실물 보관소
그리고 그 아래에, 아주 작은 글씨로 한 줄을 더했다.
두고 간 밤도 잠시 맡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