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작성자:여관◆zAR16hM8he
작성일:2026-05-08 (금) 01:04:15
갱신일:2026-05-13 (수) 19:12:03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91여관◆zAR16hM8he(90f22357)2026-05-13 (수) 00:21:35
《왕관들의 분실물 보관소》
2장. 찾으러 온 손님들
분실물 보관소에 표지가 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첫 번째 손님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문틀 위에서 들여다보았다.
푸리나는 고개를 들었다.
“민다우가스 대공?”
문밖에 선 민다우가스는 환하게 웃었다.
“하하! 킬리키아의 여왕, 그대의 여관은 아침에도 정신이 없군.”
죠니가 의자에 앉은 채 말했다.
“분실물 찾으러 왔어?”
“그렇다.”
민다우가스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 늑대 앞치마 끈이 이곳에 있다 들었다.”
그레이는 장부를 펼쳤다.
“확인되었습니다. 늑대와 버섯 무늬 앞치마 끈 1점.”
푸리나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고른 무늬야.”
민다우가스는 끈을 받아 들고 진지하게 살폈다.
“좋은 무늬다. 늑대가 조금 지나치게 둥글지만, 적을 방심시키는 데에는 효율적이지.”
죠니가 낮게 말했다.
“그걸 끝까지 전술로 가져가네.”
민다우가스는 웃었다.
“세상에 전술이 아닌 것은 드물다. 특히 귀여운 것은 위험하지.”
푸리나는 감동했다.
“역시 대공은 알아보는구나!”
그레이는 조용히 말했다.
“귀여운 것을 전술로 분류하지 마십시오.”
“이미 분류했다.”
민다우가스는 끈을 접어 품에 넣었다.
“그리고 아스테르다스의 별무늬 천 조각도 이곳에 있나?”
그레이는 작은 천 조각을 내밀었다.
“예. 추정 소유자 아스테르다스 경.”
민다우가스는 그것을 보고 웃었다.
“내 망치가 이걸 찾으면 좋아하겠군.”
죠니가 말했다.
“직접 찾으러 안 왔어?”
“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금 숲 스튜의 아침 맛을 확인 중이다.”
푸리나가 눈을 반짝였다.
“어때?”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었다.
“하하! 어제보다 조금 더 깊어졌다. 밤을 넘긴 국물은 때때로 늙은 참모보다 낫지.”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
“물론 참모에게 그렇게 말하면 보급표가 늦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대공께서는 모든 비유의 끝에 위험 관리가 붙는군요.”
“살아남은 왕의 습관이다.”
민다우가스는 선반 위의 빈 그릇을 보았다.
“이건 누구의 것인가?”
푸리나는 웃었다.
“다음 식탁용.”
민다우가스는 잠시 그릇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정말?”
“빈 그릇은 좋은 깃발이다. 적에게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아군에게는 돌아올 자리가 있다는 뜻이지.”
그레이는 아주 천천히 그 말을 장부에 적었다.
죠니가 말했다.
“그 말은 꽤 괜찮네.”
민다우가스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기록해도 좋다. 다만 리투아니아의 국경 안에서는 그릇도 함부로 비워두지 않는다고 덧붙여라.”
푸리나는 그가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역시 멋있는데 이상해.”
죠니는 말했다.
“그게 민다우가스지.”
---
두 번째 손님은 벨라 4세와 소피아였다.
벨라는 조용히 들어왔다.
소피아는 두 손으로 작은 천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안에는 어제 가져간 재건 수프 조리법을 베껴 쓴 새 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레이는 곧바로 자세를 바로 했다.
“벨라 폐하. 소피아 공주.”
벨라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리법을 찾으러 왔다.”
그레이는 헝가리 조리법 쪽지를 아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킬리키아 측에서도 조리법을 공유받을 수 있는지 문의드리고자 했습니다.”
벨라는 쪽지를 받아 들고 말했다.
“공유해도 된다.”
그레이는 약간 놀랐다.
“감사합니다.”
벨라는 덧붙였다.
“많이 끓이는 음식이다. 숨겨둘 이유가 없다.”
소피아는 자기 천 주머니를 내밀었다.
“그래서 베껴왔어요.”
푸리나는 주머니를 받아 열었다.
안에는 반듯한 글씨로 적힌 조리법이 있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한 줄이 더 있었다.
다시 먹고 싶다는 마음도 넣을 것.
푸리나는 그 줄을 보고 웃었다.
“이거 그대로 있네.”
소피아는 조금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께서 지우지 말라고 하셨어요.”
벨라는 말했다.
“필요한 재료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그 재료는 시장에서 못 사겠네.”
벨라는 그를 보았다.
“그래서 왕이 준비해야 한다.”
죠니는 잠시 말이 없었다.
“좋은 답이네.”
레이튼은 차를 내려놓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프의 비밀 재료는 재건의 의지였군요.”
벨라는 짧게 답했다.
“비밀이 아니다. 잊기 쉬울 뿐이다.”
푸리나는 소피아에게 물었다.
“어제 수프 끓이는 거 힘들지 않았어?”
소피아는 잠시 생각했다.
“국자가 무거웠어요.”
벨라는 말했다.
“그래서 두 손으로 잡았다.”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음엔 조금 덜 흔들릴 것 같아요.”
벨라는 딸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다음에는 조금 더 큰 국자를 잡아라.”
소피아는 눈을 크게 떴다가, 곧 조심스럽게 웃었다.
“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다가 작게 말했다.
“저것도 후계자 교육인가?”
죠니는 낮게 대답했다.
“수프 한 솥으로도 왕을 가르칠 수 있나 봐.”
그레이는 베껴온 조리법을 새 장부에 넣었다.
헝가리 재건 수프 조리법 공유본 수령. 소피아 공주 필기 포함. 중요 보관.
벨라는 선반의 빈 그릇을 보았다.
“그 그릇은?”
푸리나가 말했다.
“다음 식탁용.”
벨라는 잠시 보았다.
“씻겨 있군.”
“응. 죠니가 씻으래서.”
죠니가 말했다.
“그릇은 씻어야지.”
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다음에 쓰려면 깨끗해야 한다.”
그러고는 아주 짧게 덧붙였다.
“좋은 보관이다.”
그레이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뿌듯한 듯 보였다.
푸리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레이, 방금 기뻤지?”
“아닙니다.”
죠니가 말했다.
“기뻤네.”
그레이는 장부를 덮었다.
“다음 손님 응대하겠습니다.”
---
세 번째 손님은 니케아의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슈샤니크였다.
그녀는 아침부터 완벽하게 정돈된 복장으로 나타났고, 손에는 작은 목록을 들고 있었다.
푸리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말했다.
“슈샤니크 경, 빵 포장끈 찾으러 왔어?”
슈샤니크는 고개를 숙였다.
“예. 그리고 그 외 니케아 측 잔류 물품 확인도 겸합니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아침부터 행정이네.”
슈샤니크는 담담하게 답했다.
“아침은 행정에 적합한 시간입니다.”
푸리나는 속삭였다.
“그 말 조금 무섭다.”
그레이는 포장끈을 내밀었다.
“니케아 빵 포장끈 1점입니다. 추정 소유자는 요안나 폐하 또는 미하일라 폐하로 기록했습니다.”
슈샤니크는 포장끈을 확인했다.
“요안나 폐하의 것입니다. 다만 미하일라 폐하께서 빵을 받으실 때 묶여 있던 끈이므로, 양측 공동 관련 물품으로 분류해도 무방합니다.”
그레이는 즉시 장부에 수정했다.
“공동 관련 물품.”
푸리나는 물었다.
“미하일라는 빵 먹었어?”
슈샤니크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직 아침 식사 전입니다.”
“그럼 검증 전?”
“예.”
죠니가 웃었다.
“요안나가 들으면 기다리겠네.”
슈샤니크는 무표정했다.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푸리나는 살짝 웃었다.
“그렇구나.”
슈샤니크는 선반을 살펴보았다.
“라플리 경의 잔류 마력 관련 기록도 있습니까?”
그레이는 장부를 넘겼다.
“예. 조리장 내 마력 잔류 반응, 냄비 손잡이 전하, 번개 조리 시도 미수, 향후 사전 허가제 권고.”
슈샤니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당합니다. 니케아 측에서도 라플리 경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 순간, 문밖에서 라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전달하지 마.”
모두가 문을 보았다.
라플리는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내가 안 했다니까.”
그레이는 차분히 말했다.
“라플리 경, 잔류 마력은 확인되었습니다.”
“그건 조리장이 내 천재성을 견디지 못해서 그런 거야.”
슈샤니크는 그녀를 보았다.
“그 문장을 공식 소명으로 제출하시겠습니까?”
라플리는 잠시 멈췄다.
“아니.”
죠니가 낮게 말했다.
“좋은 판단이네.”
라플리는 죠니를 노려보다가, 선반 위를 보았다.
“내 물건은 없어?”
그레이는 장부를 확인했다.
“라플리 경의 분실물은 없습니다. 다만 조리장 냄비 손잡이에 남은 전하가 있었습니다.”
“그건 물건이 아니잖아.”
“문제는 맞습니다.”
루나리아가 뒤따라 들어왔다.
“라플리, 이제 그만 인정하세요. 식사 전 심계항진 유발 가능성은 충분히 문제입니다.”
라플리는 투덜거렸다.
“다들 너무 안전하게 살아.”
슈샤니크는 포장끈을 챙기며 말했다.
“살아 있어야 다음 보고서를 씁니다.”
라플리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너무 행정적인 생존 이유야.”
죠니가 말했다.
“그래도 이유는 이유지.”
푸리나는 웃었다.
라플리는 선반 위 빈 그릇을 보고 물었다.
“저건 뭔데?”
“다음 식탁용!”
푸리나가 밝게 말했다.
라플리는 잠시 보더니 말했다.
“다음엔 번개로 그릇 데워줄 수 있는데.”
그레이, 슈샤니크, 루나리아가 동시에 말했다.
“안 됩니다.”
라플리는 입을 다물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가능성은 살아남았소.”
---
네 번째로 찾아온 것은 라이자였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선반 위를 살폈다.
“내 접시 있어?”
그레이는 접시를 내밀었다.
“보헤미아 은꽃 과자 표본 접시 1점입니다. 분석 및 연구 목적으로 반출 허가 가능하나, 제작비 절감 계획서를 제출하셔야 합니다.”
라이자는 기쁘게 받았다.
“응! 절감할게!”
죠니가 낮게 말했다.
“라이자가 절감이라는 말을 하네.”
푸리나도 감격했다.
“사람은 성장하는구나.”
라이자는 눈을 깜빡였다.
“왜 다들 그렇게 놀라?”
그레이는 솔직하게 말했다.
“예상보다 긍정적인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라이자는 접시를 품에 안았다.
“예쁘고 싸게 만들면 더 많이 나눠줄 수 있잖아.”
호흐마이스터가 뒤따라 들어왔다.
“그 조건은 중요합니다.”
라이자는 환하게 웃었다.
“왔어?”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은꽃 후식 보급 검토 메모를 찾으러 왔습니다.”
그레이는 곧장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매우 정확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보존식 보완안: 사기 회복용 소형 단맛.
조건: 저반짝임, 저부피, 고보존성, 이동 중 파손 방지.
푸리나는 읽다가 말했다.
“저반짝임이라니 너무 슬퍼.”
호흐마이스터는 진지했다.
“야간 행군 중 위치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건입니다.”
라이자는 곧장 말했다.
“그럼 안쪽만 반짝이게 하면?”
호흐마이스터는 멈췄다.
“안쪽만?”
“먹을 때만 보여.”
호흐마이스터는 생각했다.
“사기 회복 효과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죠니가 말했다.
“오늘도 연구가 진행되네.”
그레이는 이미 적고 있었다.
보헤미아-튜튼 합동 후식 연구: 안쪽 반짝임 안 검토 필요.
호흐마이스터는 선반 위 빈 그릇을 보았다.
“이 그릇은 전시용입니까?”
푸리나는 말했다.
“다음 식탁용.”
호흐마이스터는 잠시 보았다.
“상징물로서 적합합니다. 다만 보관 위치는 조금 낮은 편이 안전합니다.”
그레이는 바로 그릇 위치를 한 칸 낮췄다.
푸리나는 말했다.
“호흐마이스터도 이제 여관 운영에 참여하는 거야?”
호흐마이스터는 정중하게 답했다.
“낙하 방지 조언입니다.”
라이자가 작게 말했다.
“걱정했다는 뜻이야.”
호흐마이스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
---
다섯 번째 손님은 타마르였다.
그녀는 아침 햇빛 속에서도 황혼을 조금 데리고 온 듯했다.
손에는 포도주잔이 없었다.
대신 작은 접시 하나를 들고 있었다.
푸리나는 바로 알아보았다.
“이름 없는 빵 접시.”
타마르는 미소 지었다.
“예. 오늘은 가져가려고요.”
“이름 불렀어?”
타마르는 잠시 접시를 보았다.
“아직은 아니랍니다.”
“그럼 왜?”
“오늘 밤까지는 제 식탁에 두려고요. 이름이 오지 않더라도, 자리가 사라지지 않게.”
여관의 성좌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좋은 생각입니다.”
타마르는 선반 위 빈 그릇을 보았다.
“이곳에도 자리가 생겼군요.”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식탁용.”
“좋군요.”
타마르는 빈 그릇을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비어 있는 것은, 때로 기다린다는 뜻이랍니다.”
아레가 조용히 문가에 서 있었다.
그녀는 타마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푸리나는 두 사람을 보았다.
“아레도 솥 찾으러 왔지?”
“씻으러 왔단다.”
아레는 낮게 답했다.
타마르는 그녀에게 미소 지었다.
“밤을 충분히 두셨나요?”
“충분히.”
아레는 말했다.
“이제 다음 식사를 위해 비워야지.”
타마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안식의 방식이랍니다.”
죠니는 둘의 대화를 듣다가 작게 말했다.
“둘이 얘기하면 공기가 느려지네.”
푸리나는 속삭였다.
“좋은 뜻이야?”
“응. 나쁜 건 아닌데, 배고플 때 들으면 위험해.”
“왜?”
“생각하다가 밥 식어.”
아레는 그 말을 들은 듯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면 먼저 먹거라, 죠니 죠스타.”
죠니는 잠시 멈췄다.
“지금은 안 먹고 있어.”
“그래도 곧 먹을 얼굴이구나.”
푸리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죠니는 시선을 피했다.
“부정하기 어렵네.”
---
마지막으로 찾아온 사람은 아스트리트였다.
그녀는 초대장 상자를 이미 받아갔지만, 다시 돌아왔다.
푸리나는 긴장했다.
“혹시 또 오류가 있었어?”
아스트리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
아스트리트는 작은 허브 주머니를 내밀었다.
“어제 허브차를 드신 분들이 좋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다음 식탁을 위해 조금 남겨두고 싶어서요.”
푸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여기 분실물 보관소인데?”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두고 가는 것입니다.”
아레가 조용히 말했다.
“좋은 구분이구나.”
아스트리트는 조금 놀라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레이는 허브 주머니를 받았다.
“보관 조건은요?”
아스트리트는 바로 대답했다.
“건조한 곳, 직사광선 피할 것, 아이들이 실수로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표시할 것.”
그레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명확합니다.”
죠니가 말했다.
“그레이가 좋아하는 대답이네.”
푸리나는 허브 주머니를 선반 위 빈 그릇 옆에 놓았다.
“다음 식탁에 쓸게.”
아스트리트는 아주 작게 웃었다.
“그때는 초대장에 그렇게 적어주세요.”
“응. ‘허브차 있음’이라고.”
그레이가 말했다.
“행사명과 목적도 함께 기재하겠습니다.”
아스트리트는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아카식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이거 좋네.”
알토가 물었다.
“기록하시겠습니까?”
아카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은 선반에 둬.”
“허브를 말입니까, 기억을 말입니까?”
“둘 다.”
알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점심 무렵이 되자, 분실물 보관소는 처음보다 조금 정돈되었다.
찾아간 물건들이 있었다.
민다우가스의 앞치마 끈.
아스테르다스의 별무늬 천 조각.
벨라와 소피아의 원본 조리법.
니케아의 빵 포장끈.
라이자의 접시.
호흐마이스터의 보급 메모.
불가리아의 가시꽃 병.
타마르의 이름 없는 빵 접시.
아레의 솥.
아스트리트의 초대장.
하지만 선반은 비지 않았다.
헝가리 수프 조리법 공유본.
아스트리트의 허브 주머니.
그레이가 정리한 라플리 경 주방 안전 지침.
그리고 다음 식탁용 빈 그릇.
푸리나는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많이 돌려줬는데, 그래도 남았네.”
여관의 성좌는 말했다.
“좋은 보관소는 모두 돌려준 뒤에도 조금은 남습니다.”
“왜요?”
“손님이 다시 올 이유가 되니까요.”
죠니는 말했다.
“그럼 그릇은 미끼야?”
여관의 성좌는 웃었다.
“초대라고 해두지요.”
민다우가스가 들었으면 전술적으로 분류했을 말이었다.
푸리나는 빈 그릇과 허브 주머니를 보았다.
“다음 식탁이라.”
그레이가 바로 말했다.
“폐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표정이 이미 행사 기획 단계였습니다.”
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융도 말했다.
“세 가능성 중 둘은 이미 현수막을 주문했소.”
푸리나는 억울했다.
“너희들 너무해!”
아카식은 웃었다.
“그럼 하나는?”
하융은 회색 창호를 보았다.
“하나는 그레이 양에게 사전 계획서를 제출했소.”
모두가 조용해졌다.
푸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내가?”
그레이도 놀란 듯했다.
“정말입니까?”
하융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문 가능성이오.”
죠니는 낮게 말했다.
“그쪽으로 가자.”
푸리나는 잠시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리고 선반 위의 빈 그릇을 보았다.
“……좋아. 다음엔 사전 계획서부터.”
그레이는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죠니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
푸리나는 가슴을 폈다.
“응. 나도 성장하거든!”
아카식은 감동한 듯 박수를 쳤다.
“기록할 만한데?”
알토가 조용히 말했다.
“이번에는 공식 기록도 가능합니다.”
그레이는 빠르게 장부를 펼쳤다.
푸리나 폐하, 차기 행사 사전 계획서 제출 의사 표명.
잠시 뒤, 그레이는 아주 작게 덧붙였다.
검증 필요.
죠니가 말했다.
“그게 맞지.”
푸리나는 외쳤다.
“믿어줘!”
여관의 성좌는 웃으며 선반 위의 표지를 조금 바로잡았다.
분실물 보관소
두고 간 밤도 잠시 맡아드립니다.
그 아래에, 푸리나는 작은 종이를 하나 더 붙였다.
다음 식탁 준비 중. 단, 그레이 승인 후.
그레이는 그것을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말했다.
“문구는 적절합니다.”
푸리나는 환하게 웃었다.
아침의 여관은 그렇게 조금 더 정리되었다.
손님들은 물건을 찾아갔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빈 그릇은 남았다.
허브도 남았다.
조리법도 남았다.
그리고 푸리나가 정말로 계획서를 쓰겠다고 말한, 믿기 어려운 가능성도 남았다.
하융은 회색 창호를 닫으며 말했다.
“이 가능성은 오래 두어도 좋겠소.”
죠니가 말했다.
“응. 이건 좀 귀하네.”
푸리나는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봤지?”
그레이는 차분히 말했다.
“계획서를 제출하신 뒤에 뿌듯해하십시오.”
“아.”
모두가 다시 웃었다.
분실물 보관소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모든 물건이 제자리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었다.
2장. 찾으러 온 손님들
분실물 보관소에 표지가 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첫 번째 손님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문틀 위에서 들여다보았다.
푸리나는 고개를 들었다.
“민다우가스 대공?”
문밖에 선 민다우가스는 환하게 웃었다.
“하하! 킬리키아의 여왕, 그대의 여관은 아침에도 정신이 없군.”
죠니가 의자에 앉은 채 말했다.
“분실물 찾으러 왔어?”
“그렇다.”
민다우가스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 늑대 앞치마 끈이 이곳에 있다 들었다.”
그레이는 장부를 펼쳤다.
“확인되었습니다. 늑대와 버섯 무늬 앞치마 끈 1점.”
푸리나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고른 무늬야.”
민다우가스는 끈을 받아 들고 진지하게 살폈다.
“좋은 무늬다. 늑대가 조금 지나치게 둥글지만, 적을 방심시키는 데에는 효율적이지.”
죠니가 낮게 말했다.
“그걸 끝까지 전술로 가져가네.”
민다우가스는 웃었다.
“세상에 전술이 아닌 것은 드물다. 특히 귀여운 것은 위험하지.”
푸리나는 감동했다.
“역시 대공은 알아보는구나!”
그레이는 조용히 말했다.
“귀여운 것을 전술로 분류하지 마십시오.”
“이미 분류했다.”
민다우가스는 끈을 접어 품에 넣었다.
“그리고 아스테르다스의 별무늬 천 조각도 이곳에 있나?”
그레이는 작은 천 조각을 내밀었다.
“예. 추정 소유자 아스테르다스 경.”
민다우가스는 그것을 보고 웃었다.
“내 망치가 이걸 찾으면 좋아하겠군.”
죠니가 말했다.
“직접 찾으러 안 왔어?”
“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금 숲 스튜의 아침 맛을 확인 중이다.”
푸리나가 눈을 반짝였다.
“어때?”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었다.
“하하! 어제보다 조금 더 깊어졌다. 밤을 넘긴 국물은 때때로 늙은 참모보다 낫지.”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
“물론 참모에게 그렇게 말하면 보급표가 늦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대공께서는 모든 비유의 끝에 위험 관리가 붙는군요.”
“살아남은 왕의 습관이다.”
민다우가스는 선반 위의 빈 그릇을 보았다.
“이건 누구의 것인가?”
푸리나는 웃었다.
“다음 식탁용.”
민다우가스는 잠시 그릇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정말?”
“빈 그릇은 좋은 깃발이다. 적에게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아군에게는 돌아올 자리가 있다는 뜻이지.”
그레이는 아주 천천히 그 말을 장부에 적었다.
죠니가 말했다.
“그 말은 꽤 괜찮네.”
민다우가스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기록해도 좋다. 다만 리투아니아의 국경 안에서는 그릇도 함부로 비워두지 않는다고 덧붙여라.”
푸리나는 그가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역시 멋있는데 이상해.”
죠니는 말했다.
“그게 민다우가스지.”
---
두 번째 손님은 벨라 4세와 소피아였다.
벨라는 조용히 들어왔다.
소피아는 두 손으로 작은 천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안에는 어제 가져간 재건 수프 조리법을 베껴 쓴 새 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레이는 곧바로 자세를 바로 했다.
“벨라 폐하. 소피아 공주.”
벨라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리법을 찾으러 왔다.”
그레이는 헝가리 조리법 쪽지를 아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킬리키아 측에서도 조리법을 공유받을 수 있는지 문의드리고자 했습니다.”
벨라는 쪽지를 받아 들고 말했다.
“공유해도 된다.”
그레이는 약간 놀랐다.
“감사합니다.”
벨라는 덧붙였다.
“많이 끓이는 음식이다. 숨겨둘 이유가 없다.”
소피아는 자기 천 주머니를 내밀었다.
“그래서 베껴왔어요.”
푸리나는 주머니를 받아 열었다.
안에는 반듯한 글씨로 적힌 조리법이 있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한 줄이 더 있었다.
다시 먹고 싶다는 마음도 넣을 것.
푸리나는 그 줄을 보고 웃었다.
“이거 그대로 있네.”
소피아는 조금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께서 지우지 말라고 하셨어요.”
벨라는 말했다.
“필요한 재료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그 재료는 시장에서 못 사겠네.”
벨라는 그를 보았다.
“그래서 왕이 준비해야 한다.”
죠니는 잠시 말이 없었다.
“좋은 답이네.”
레이튼은 차를 내려놓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프의 비밀 재료는 재건의 의지였군요.”
벨라는 짧게 답했다.
“비밀이 아니다. 잊기 쉬울 뿐이다.”
푸리나는 소피아에게 물었다.
“어제 수프 끓이는 거 힘들지 않았어?”
소피아는 잠시 생각했다.
“국자가 무거웠어요.”
벨라는 말했다.
“그래서 두 손으로 잡았다.”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음엔 조금 덜 흔들릴 것 같아요.”
벨라는 딸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다음에는 조금 더 큰 국자를 잡아라.”
소피아는 눈을 크게 떴다가, 곧 조심스럽게 웃었다.
“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다가 작게 말했다.
“저것도 후계자 교육인가?”
죠니는 낮게 대답했다.
“수프 한 솥으로도 왕을 가르칠 수 있나 봐.”
그레이는 베껴온 조리법을 새 장부에 넣었다.
헝가리 재건 수프 조리법 공유본 수령. 소피아 공주 필기 포함. 중요 보관.
벨라는 선반의 빈 그릇을 보았다.
“그 그릇은?”
푸리나가 말했다.
“다음 식탁용.”
벨라는 잠시 보았다.
“씻겨 있군.”
“응. 죠니가 씻으래서.”
죠니가 말했다.
“그릇은 씻어야지.”
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다음에 쓰려면 깨끗해야 한다.”
그러고는 아주 짧게 덧붙였다.
“좋은 보관이다.”
그레이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뿌듯한 듯 보였다.
푸리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레이, 방금 기뻤지?”
“아닙니다.”
죠니가 말했다.
“기뻤네.”
그레이는 장부를 덮었다.
“다음 손님 응대하겠습니다.”
---
세 번째 손님은 니케아의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슈샤니크였다.
그녀는 아침부터 완벽하게 정돈된 복장으로 나타났고, 손에는 작은 목록을 들고 있었다.
푸리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말했다.
“슈샤니크 경, 빵 포장끈 찾으러 왔어?”
슈샤니크는 고개를 숙였다.
“예. 그리고 그 외 니케아 측 잔류 물품 확인도 겸합니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아침부터 행정이네.”
슈샤니크는 담담하게 답했다.
“아침은 행정에 적합한 시간입니다.”
푸리나는 속삭였다.
“그 말 조금 무섭다.”
그레이는 포장끈을 내밀었다.
“니케아 빵 포장끈 1점입니다. 추정 소유자는 요안나 폐하 또는 미하일라 폐하로 기록했습니다.”
슈샤니크는 포장끈을 확인했다.
“요안나 폐하의 것입니다. 다만 미하일라 폐하께서 빵을 받으실 때 묶여 있던 끈이므로, 양측 공동 관련 물품으로 분류해도 무방합니다.”
그레이는 즉시 장부에 수정했다.
“공동 관련 물품.”
푸리나는 물었다.
“미하일라는 빵 먹었어?”
슈샤니크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직 아침 식사 전입니다.”
“그럼 검증 전?”
“예.”
죠니가 웃었다.
“요안나가 들으면 기다리겠네.”
슈샤니크는 무표정했다.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푸리나는 살짝 웃었다.
“그렇구나.”
슈샤니크는 선반을 살펴보았다.
“라플리 경의 잔류 마력 관련 기록도 있습니까?”
그레이는 장부를 넘겼다.
“예. 조리장 내 마력 잔류 반응, 냄비 손잡이 전하, 번개 조리 시도 미수, 향후 사전 허가제 권고.”
슈샤니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당합니다. 니케아 측에서도 라플리 경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 순간, 문밖에서 라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전달하지 마.”
모두가 문을 보았다.
라플리는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내가 안 했다니까.”
그레이는 차분히 말했다.
“라플리 경, 잔류 마력은 확인되었습니다.”
“그건 조리장이 내 천재성을 견디지 못해서 그런 거야.”
슈샤니크는 그녀를 보았다.
“그 문장을 공식 소명으로 제출하시겠습니까?”
라플리는 잠시 멈췄다.
“아니.”
죠니가 낮게 말했다.
“좋은 판단이네.”
라플리는 죠니를 노려보다가, 선반 위를 보았다.
“내 물건은 없어?”
그레이는 장부를 확인했다.
“라플리 경의 분실물은 없습니다. 다만 조리장 냄비 손잡이에 남은 전하가 있었습니다.”
“그건 물건이 아니잖아.”
“문제는 맞습니다.”
루나리아가 뒤따라 들어왔다.
“라플리, 이제 그만 인정하세요. 식사 전 심계항진 유발 가능성은 충분히 문제입니다.”
라플리는 투덜거렸다.
“다들 너무 안전하게 살아.”
슈샤니크는 포장끈을 챙기며 말했다.
“살아 있어야 다음 보고서를 씁니다.”
라플리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너무 행정적인 생존 이유야.”
죠니가 말했다.
“그래도 이유는 이유지.”
푸리나는 웃었다.
라플리는 선반 위 빈 그릇을 보고 물었다.
“저건 뭔데?”
“다음 식탁용!”
푸리나가 밝게 말했다.
라플리는 잠시 보더니 말했다.
“다음엔 번개로 그릇 데워줄 수 있는데.”
그레이, 슈샤니크, 루나리아가 동시에 말했다.
“안 됩니다.”
라플리는 입을 다물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가능성은 살아남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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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 찾아온 것은 라이자였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선반 위를 살폈다.
“내 접시 있어?”
그레이는 접시를 내밀었다.
“보헤미아 은꽃 과자 표본 접시 1점입니다. 분석 및 연구 목적으로 반출 허가 가능하나, 제작비 절감 계획서를 제출하셔야 합니다.”
라이자는 기쁘게 받았다.
“응! 절감할게!”
죠니가 낮게 말했다.
“라이자가 절감이라는 말을 하네.”
푸리나도 감격했다.
“사람은 성장하는구나.”
라이자는 눈을 깜빡였다.
“왜 다들 그렇게 놀라?”
그레이는 솔직하게 말했다.
“예상보다 긍정적인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라이자는 접시를 품에 안았다.
“예쁘고 싸게 만들면 더 많이 나눠줄 수 있잖아.”
호흐마이스터가 뒤따라 들어왔다.
“그 조건은 중요합니다.”
라이자는 환하게 웃었다.
“왔어?”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은꽃 후식 보급 검토 메모를 찾으러 왔습니다.”
그레이는 곧장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매우 정확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보존식 보완안: 사기 회복용 소형 단맛.
조건: 저반짝임, 저부피, 고보존성, 이동 중 파손 방지.
푸리나는 읽다가 말했다.
“저반짝임이라니 너무 슬퍼.”
호흐마이스터는 진지했다.
“야간 행군 중 위치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건입니다.”
라이자는 곧장 말했다.
“그럼 안쪽만 반짝이게 하면?”
호흐마이스터는 멈췄다.
“안쪽만?”
“먹을 때만 보여.”
호흐마이스터는 생각했다.
“사기 회복 효과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죠니가 말했다.
“오늘도 연구가 진행되네.”
그레이는 이미 적고 있었다.
보헤미아-튜튼 합동 후식 연구: 안쪽 반짝임 안 검토 필요.
호흐마이스터는 선반 위 빈 그릇을 보았다.
“이 그릇은 전시용입니까?”
푸리나는 말했다.
“다음 식탁용.”
호흐마이스터는 잠시 보았다.
“상징물로서 적합합니다. 다만 보관 위치는 조금 낮은 편이 안전합니다.”
그레이는 바로 그릇 위치를 한 칸 낮췄다.
푸리나는 말했다.
“호흐마이스터도 이제 여관 운영에 참여하는 거야?”
호흐마이스터는 정중하게 답했다.
“낙하 방지 조언입니다.”
라이자가 작게 말했다.
“걱정했다는 뜻이야.”
호흐마이스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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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손님은 타마르였다.
그녀는 아침 햇빛 속에서도 황혼을 조금 데리고 온 듯했다.
손에는 포도주잔이 없었다.
대신 작은 접시 하나를 들고 있었다.
푸리나는 바로 알아보았다.
“이름 없는 빵 접시.”
타마르는 미소 지었다.
“예. 오늘은 가져가려고요.”
“이름 불렀어?”
타마르는 잠시 접시를 보았다.
“아직은 아니랍니다.”
“그럼 왜?”
“오늘 밤까지는 제 식탁에 두려고요. 이름이 오지 않더라도, 자리가 사라지지 않게.”
여관의 성좌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좋은 생각입니다.”
타마르는 선반 위 빈 그릇을 보았다.
“이곳에도 자리가 생겼군요.”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식탁용.”
“좋군요.”
타마르는 빈 그릇을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비어 있는 것은, 때로 기다린다는 뜻이랍니다.”
아레가 조용히 문가에 서 있었다.
그녀는 타마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푸리나는 두 사람을 보았다.
“아레도 솥 찾으러 왔지?”
“씻으러 왔단다.”
아레는 낮게 답했다.
타마르는 그녀에게 미소 지었다.
“밤을 충분히 두셨나요?”
“충분히.”
아레는 말했다.
“이제 다음 식사를 위해 비워야지.”
타마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안식의 방식이랍니다.”
죠니는 둘의 대화를 듣다가 작게 말했다.
“둘이 얘기하면 공기가 느려지네.”
푸리나는 속삭였다.
“좋은 뜻이야?”
“응. 나쁜 건 아닌데, 배고플 때 들으면 위험해.”
“왜?”
“생각하다가 밥 식어.”
아레는 그 말을 들은 듯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면 먼저 먹거라, 죠니 죠스타.”
죠니는 잠시 멈췄다.
“지금은 안 먹고 있어.”
“그래도 곧 먹을 얼굴이구나.”
푸리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죠니는 시선을 피했다.
“부정하기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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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찾아온 사람은 아스트리트였다.
그녀는 초대장 상자를 이미 받아갔지만, 다시 돌아왔다.
푸리나는 긴장했다.
“혹시 또 오류가 있었어?”
아스트리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
아스트리트는 작은 허브 주머니를 내밀었다.
“어제 허브차를 드신 분들이 좋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다음 식탁을 위해 조금 남겨두고 싶어서요.”
푸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여기 분실물 보관소인데?”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두고 가는 것입니다.”
아레가 조용히 말했다.
“좋은 구분이구나.”
아스트리트는 조금 놀라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레이는 허브 주머니를 받았다.
“보관 조건은요?”
아스트리트는 바로 대답했다.
“건조한 곳, 직사광선 피할 것, 아이들이 실수로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표시할 것.”
그레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명확합니다.”
죠니가 말했다.
“그레이가 좋아하는 대답이네.”
푸리나는 허브 주머니를 선반 위 빈 그릇 옆에 놓았다.
“다음 식탁에 쓸게.”
아스트리트는 아주 작게 웃었다.
“그때는 초대장에 그렇게 적어주세요.”
“응. ‘허브차 있음’이라고.”
그레이가 말했다.
“행사명과 목적도 함께 기재하겠습니다.”
아스트리트는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아카식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이거 좋네.”
알토가 물었다.
“기록하시겠습니까?”
아카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은 선반에 둬.”
“허브를 말입니까, 기억을 말입니까?”
“둘 다.”
알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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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무렵이 되자, 분실물 보관소는 처음보다 조금 정돈되었다.
찾아간 물건들이 있었다.
민다우가스의 앞치마 끈.
아스테르다스의 별무늬 천 조각.
벨라와 소피아의 원본 조리법.
니케아의 빵 포장끈.
라이자의 접시.
호흐마이스터의 보급 메모.
불가리아의 가시꽃 병.
타마르의 이름 없는 빵 접시.
아레의 솥.
아스트리트의 초대장.
하지만 선반은 비지 않았다.
헝가리 수프 조리법 공유본.
아스트리트의 허브 주머니.
그레이가 정리한 라플리 경 주방 안전 지침.
그리고 다음 식탁용 빈 그릇.
푸리나는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많이 돌려줬는데, 그래도 남았네.”
여관의 성좌는 말했다.
“좋은 보관소는 모두 돌려준 뒤에도 조금은 남습니다.”
“왜요?”
“손님이 다시 올 이유가 되니까요.”
죠니는 말했다.
“그럼 그릇은 미끼야?”
여관의 성좌는 웃었다.
“초대라고 해두지요.”
민다우가스가 들었으면 전술적으로 분류했을 말이었다.
푸리나는 빈 그릇과 허브 주머니를 보았다.
“다음 식탁이라.”
그레이가 바로 말했다.
“폐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표정이 이미 행사 기획 단계였습니다.”
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융도 말했다.
“세 가능성 중 둘은 이미 현수막을 주문했소.”
푸리나는 억울했다.
“너희들 너무해!”
아카식은 웃었다.
“그럼 하나는?”
하융은 회색 창호를 보았다.
“하나는 그레이 양에게 사전 계획서를 제출했소.”
모두가 조용해졌다.
푸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내가?”
그레이도 놀란 듯했다.
“정말입니까?”
하융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문 가능성이오.”
죠니는 낮게 말했다.
“그쪽으로 가자.”
푸리나는 잠시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리고 선반 위의 빈 그릇을 보았다.
“……좋아. 다음엔 사전 계획서부터.”
그레이는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죠니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
푸리나는 가슴을 폈다.
“응. 나도 성장하거든!”
아카식은 감동한 듯 박수를 쳤다.
“기록할 만한데?”
알토가 조용히 말했다.
“이번에는 공식 기록도 가능합니다.”
그레이는 빠르게 장부를 펼쳤다.
푸리나 폐하, 차기 행사 사전 계획서 제출 의사 표명.
잠시 뒤, 그레이는 아주 작게 덧붙였다.
검증 필요.
죠니가 말했다.
“그게 맞지.”
푸리나는 외쳤다.
“믿어줘!”
여관의 성좌는 웃으며 선반 위의 표지를 조금 바로잡았다.
분실물 보관소
두고 간 밤도 잠시 맡아드립니다.
그 아래에, 푸리나는 작은 종이를 하나 더 붙였다.
다음 식탁 준비 중. 단, 그레이 승인 후.
그레이는 그것을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말했다.
“문구는 적절합니다.”
푸리나는 환하게 웃었다.
아침의 여관은 그렇게 조금 더 정리되었다.
손님들은 물건을 찾아갔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빈 그릇은 남았다.
허브도 남았다.
조리법도 남았다.
그리고 푸리나가 정말로 계획서를 쓰겠다고 말한, 믿기 어려운 가능성도 남았다.
하융은 회색 창호를 닫으며 말했다.
“이 가능성은 오래 두어도 좋겠소.”
죠니가 말했다.
“응. 이건 좀 귀하네.”
푸리나는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봤지?”
그레이는 차분히 말했다.
“계획서를 제출하신 뒤에 뿌듯해하십시오.”
“아.”
모두가 다시 웃었다.
분실물 보관소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모든 물건이 제자리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었다.